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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9월은 너의 3월(문학동네시인선 134)
176쪽 | 규격外
ISBN-10 : 8954671144
ISBN-13 : 9788954671149
나의 9월은 너의 3월(문학동네시인선 134) 중고
저자 구현우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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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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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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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문학동네 시인선 134번째 시집으로 구현우 시인의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펴낸다.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레드벨벳,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의 히트곡들을 작업한 작사가이기도 한 구현우가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집으로, 6년간 활동하며 깊은 진폭의 감정으로 써내려간 63편의 시가 실려 있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고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야기 솜씨”(이문재), “서사적이면서 동시에 논리적”이며 “다양한 해석을 받아낼 구조가 튼튼히 갖추어져 있다”(신형철)는 평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시인답게 구현우의 시편들은 전체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한 사람이 이별을 겪고, 사랑과 미움의 감정들이 충동적이며 불가해한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들. “정확하고 불명한 언어를 위하여/ 나는 밀실에서야 쓴다”(「미의 미학」)는 시구처럼 쓰면 쓸수록 불가해해지는 마음들을 감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감정의 프로타주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시집은 총 다섯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를 시작으로 ‘2부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3부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4부 그러나 가끔 선연한’, ‘5부 가깝다 여기는 만큼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흐름은 한 사람의 마음이 이별 이후 어떤 결로 움직이는지 선명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저자소개

저자 : 구현우
198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구태우라는 이름으로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레드벨벳, 샤이니, 슈퍼주니어, 루나, V.O.S 등의 노래를 작사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
오로지 혼자 어두운/ 악인/ 네거티브필름/ 광시증/ 회색/ 빌헬름의 에로티시즘/ 붉은 꽃/ 감정은 여러 종류의 검정/
동경/ 망한 시대와 올바른 생활

2부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선유도/ 적/ 망실/ 본능 이상의 것/ 번역/ 노르웨이숲/ 산타클로스의 이별선물/ 설원/ 빨강/ 공범/ 만신창이의 역사/
서글픈 오전부터 지루한 오후까지/ 도그빌/ 새벽 네 시/ 성

3부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무서운 소설을 읽은 다음/ 불/ 우리의 서른은 후쿠오카의 여름/ 연찬/ 드라이플라워/ 깊은 밤에도 감춰지지 않는/
바라만 보면 그리운 닿으면 부서지는/ 괘종시계가 어울리는 테이블/ 아무것도 아닌 말/ 몽유병자들/ 허브/ 혼혈/
이토록 유약하고 아름다운 거짓

4부 그러나 가끔 선연한
Amnesia/ 두 목수/ 진화/ 인상/ 비희극/ 거의 모든 사랑/ 체호프의 총/ 그러나 가끔 선연한/ 결벽/ 너의 작은 캐리어/
언젠가 되기를 바라는 건 당신 같은 사람/ 목격자들/ Alcoholic

5부 가깝다 여기는 만큼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
검은 집/ 그러니까 좋은 사람/ 설치/ 공중정원/ 간밤/ 연/ 미의 미학/ 와전/ 자각몽/ 홀/ 을의 독백/ 영

해설| 다시 만날 세계 / 강동호(문학평론가)

책 속으로

이 통화가 계속되지 않는다고 네가 여길 때면 무음이 침묵과 다르다면 난치의 감정이라면 그건 바라지 않아도 젖어드는 일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선유도에서는 볼 수 있을 거야 차마 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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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화가 계속되지 않는다고

네가 여길 때면 무음이 침묵과 다르다면 난치의 감정이라면

그건 바라지 않아도 젖어드는 일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선유도에서는 볼 수 있을 거야 차마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

나의 9월은 너의 3월

선유도에서 만나자 선유도에는
직접 본 다음에야 알게 되는 게 있으니까
_「선유도」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뒤에는 죽어서도 혼자 쓰여지는 서사가 있다

반만 무너질 수 있는 진흙을 밟는다 만질 수 없는 하얀 손은 부드럽다 너의 입은 투명하다

이곳에서 잃어버린 게 있는데 아무리 맴돌아도 보이지 않는다
물가에 죽은 듯 숨 쉬는 생물이 가득하다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내가 너를 찾지 않게 해달라고 뒤늦게 빌었다
_「망한 시대와 올바른 생활」에서

고양이 한 방울 개 한 방울 버스 한 방울 비안개 한 방울 유화 한 방울

굴러가는 돌의 모든 면이 젖는다.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
건조한 계단을 오르다
2층의
내과와 외과를 동시에 보고
나는 다른 곳에서의 실연을 생각했다.
_「동경」에서

휴일이 있는 사회에는 부재중 전화가 잦았다 사람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한 번도 쓴 적 없는 만년필의 잉크가 굳어 모스부호처럼 그어지는 날이었다

미안하고도 어려운 얼굴을 하고 그 사람은 잠이 들었다 정면으로 있을 수 없어 자꾸 뒤척였다 평생보다 긴 꿈이어도 이해할 수 있다 거기서는 지난 사람과 안부를 물어도 괜찮은 사이가 되었다
_「만신창이의 역사」에서

후쿠오카에서 아침을 맞는다
역과 역 사이에 강이 흐른다
예정된 비가 온다
하루 안에
이틀치의 비가 오고 있다
_「우리의 서른은 후쿠오카의 여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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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선유도에서는 볼 수 있을 거야 차마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 나의 9월은 너의 3월 _「선유도」에서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시집을 아우르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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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선유도에서는 볼 수 있을 거야 차마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

나의 9월은 너의 3월
_「선유도」에서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시집을 아우르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시차時差다. “만남은 다른 두 개별적 타자들을 하나의 동일한 주체로 융합시켜주는 사태가 아니라, 각자의 고독을 상기시키는 간극을 계속해서 보존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는 ‘감각의 시간’을 새로운 만남의 풍경으로 다시, 가시화하는 일”이라는 강동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시인의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에 대한 감각은 ‘너’와 ‘나’의 관계를 새삼 재인식하게 한다.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너는 어떤 시절처럼 나를 본다”(「비희극」), “사이프러스 뒤에서 너는 겨울을 나는 그전 해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그러니까 좋은 사람」), “아이슬란드는 여름이고 서울은 겨울인데 같은 온도로 바람이 분다”(「새벽 네 시」) 같은 시구들은 그들이 지나쳐온 어떤 계절을 환기하게 한다. 그리고 시인이 불러일으키는 그 환기는 지금-여기 우리에게 분명히 잔존해 있는 과거를 현재화하는 과정이 된다.
그런 이유로 구현우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히 내가 떠나보낸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그리움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간극과 비례해 커지는 것이 아닐까? ‘너’와 ‘나’가 경험한 전혀 다른 계절은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체념의 근거가 아니라 서로를 더 크게 염원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9월은 너의 3월』에서는 시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각별한 자의식 또한 엿보인다. 시인은 ‘너’와 ‘나’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만 문장, 단어, 그 어떤 이름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종류의 아름다움에서 종종 언어의 길을 잃는다. 그 길잃음의 흔적들은 “한때/ 너무 잘 어질러진 것들이 영원히 전시되어 있다”(「그러나 가끔 선연한」), “너는 누구에게도 불린 적이 없어 아름다운 병명”(「네거티브 필름」), “너무 많은 아름다움에 파묻혀 네가 보이지 않는다”(「거의 모든 사랑」) 같은 문장들에서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인은 그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불가해한 그리움을 발견한 것처럼, 구체화할 수 없음 그 자체가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오늘은 아름답다는 이런 고백도 가능하다”(「거의 모든 사랑」)라고 독백했을지 모른다. 그는 ‘아름답다’고 선언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가능하다’라고 되뇐다.

남부 지방에는 비가 온다는데 이곳에는 눈이 내린다

어제는 너에 대한 미움으로 잠을 설쳤고
오늘은
누구에게든
미워하는 마음을 먹지 않으려다
밤을 샌다
_「새벽 네 시」에서

그러나 그의 시어들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와닿아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를 어떤 계절 속으로 끌고들어갈 수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정확히 표현하고자 한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고심하고 다시 고민해 아름답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다가 이내 실수처럼 내뱉어버리는 “그럼 이제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 거죠”(「결벽」)라는 가장 단순한 진심처럼, 끝내 세공해내지 못한 투명한 말들에 우리는 뜻밖의 기습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펼쳐들어 그 속에 담긴 공기를 호흡하는 일은, 매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로운 계절 속에서 우리의 그리움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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