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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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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97095439
ISBN-13 : 9788997095438
열아홉번의 사랑 중고
저자 윤단우 | 출판사 로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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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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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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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며, 그 내어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내 것이 아닌 마음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자는 『열아홉번의 사랑』에서 그 당연한 불안에 대해 몸으로 고백한 19편의 작품을 담아냈다.

저자소개

저자 : 윤단우
저자 윤단우는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언론학을 전공했다. 개인의 삶은 사회와 어떻게 조우하는지,개인을 길러내는 사회의 물길은 어디로 흘러가고 또 개인을 움직이는 마음의 물길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쉬지 않고 글을 쓰고 드문드문 책을 낸다. 쓴 책으로는《사랑을 읽다》,《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등이 있다. 2007년부터 포털사이트에 ‘그녀의 시선’이라는 블로그를 열어 예술과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사람과 사랑과 삶에 관한 생각의 편린들을 주워담고 있다. 현재는 무용전문지 《몸》에서 취재활동을 병행하며 댄서가 반짝이는 무대와 숨찬 마감이 이어지는 편집실을 종종걸음으로 오가고 있다.

목차

서문 | 나는 발레에서 사랑을 배웠다

part 1 | 죽음을 통해 완성된 사랑
육신이 사라져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_ 지젤
그대 없이 홀로 남겨지느니 죽는 것이 더 나으리 _ 로미오와 줄리엣
죽음을 통해 완성된 사랑 _ 라 에스메랄다, 노트르담 드 파리
나라를 버리고 택한 사랑 _ 왕자 호동

part 2 | 나를 밟고 가세요 내 님이여
그대의 사랑은 그토록 가벼운 것이었나요 _ 백조의 호수
나를 밟고 가세요 내 님이여 _ 라 바야데르
나를 떠나야 그이가 행복할 수 있다니 _ 카멜리아 레이디, 마그리트와 아르망
사랑이 없다면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_ 안나 카레니나

part 3 | 나는 사랑했네 환상 속의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환상 속의 그녀를 _ 라 실피드
그녀가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_ 언딘, 인어공주
결혼식날 죽음의 신부가 될 줄이야 _ 아를의 여인
가질 수 없다면 파멸시키겠다_ 카르멘

part 4 | 사랑, 한순간의 기쁨일지라도
그대의 죄는 아름다운 것밖에 없다오 _ 마농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죽음이라도 따르리라 _ 마이얼링
지나간 사랑으로 나를 흔들지 마세요 _ 오네긴
사랑, 한순간의 기쁨일지라도 _ 춘향

책 속으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그가 오늘 속삭인 밀어는 진심인가, 진심이 아닌가. 왜 사랑은, 사랑은 사람을 이토록 불안하게 하는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은 왜 그리도 멀고 아득하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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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 그가 오늘 속삭인 밀어는 진심인가, 진심이 아닌가. 왜 사랑은, 사랑은 사람을 이토록 불안하게 하는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은 왜 그리도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가.
사랑이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며, 그 내어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내 것이 아닌 마음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꽃잎을 떼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하고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점쳐보는 것은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애처로운 안간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을 하면 모두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우린 모두 약자야.”
드라마 《거짓말》에서 노희경은 주인공의 입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연약한 마음에 대해 아프도록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는 노희경의 이 대사는 170년 전에 만들어진 발레 《지젤(Giselle)》에까지 가닿는다. 《지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사랑을 품은 마음이 얼마나 약해질 수 있는지, 그 약해진 마음을 짓누르는 불안의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그로 인해 무너진 마음이 어떻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다.
(16쪽, ‘지젤’ 중에서)

알브레히트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젤이 충격을 받아 미쳐버리는 일명 ‘매드씬’은 발레리나에게 연기력의 시험무대로 평가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미쳤다기보다는 영혼이 서서히 육체를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이 장면에서, 지젤은 애써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감고 알브레히트가 사랑을 맹세하던 순간의 기억, 데이지꽃으로 사랑을 점치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으려 하지만, 꽃점의 결과가 ‘사랑하지 않는다’였던 것도 함께 기억해내고 만다. 집에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어머니 앞에서, 어머니가 보고 있는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인에게 손키스 보내며 제 마음 부풀게 하는 사랑을 확인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발랄하고 되바라진 열여섯 살 지젤에게 사랑은 삶의 전부였다. 난생 처음 찾아온 사랑에 모든 걸 걸었고, 어느덧 사랑 그 자체가 되어버린 지젤,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지젤에게, 사랑의 희망이 사라진 삶은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25쪽, ‘지젤’ 중에서)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어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도회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캐플릿 가문의 무덤에서 둘 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걸린 날짜는 고작 닷새에 지나지 않는다. 일요일에 만난 그들은 목요일에 죽었다. 스피디한 전개가 특징인 최근 드라마의 문법에 익숙한 우리의 눈에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이 아찔한 속도다. 불과 닷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죽음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완결한 이 작품을 끌고 가는 동력은 에로스(사랑)와 타나토스(죽음)의 대충돌이다. (중략)
극의 초반에 로미오는 줄리엣이 아닌 로잘린이라는 여인에게 단단히 빠져 있다. 하지만 이 로잘린은 수녀원에라도 들어갈 기세로 로미오의 사랑을 단호하게 거절해 그는 매우 실의에 차 있다. 하지만 로잘린에게 향해 있던 로미오의 사랑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여인, 줄리엣을 보자마자 단번에 날아갈 정도의 허약하기 짝이 없다. 줄리엣을 보자마자 반한 로미오와 마찬가지로 첫눈에 로미오에게 이끌린 줄리엣의 감정이 로미오의 정염과 만나자 폭죽이 터지듯 폭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상대를 어루만져주는 살뜰함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태우고 파괴하는 공격적인 타나토스를 향해 달려간다.
(46~47쪽,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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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을 시작할 때도 사랑이 끝났을 때도 나를 위로해준 건 발레였다. 막 시작한 사랑으로 심장이 쫄깃거릴 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하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마음이 부풀어오를 때, 떠나간 사랑으로 무릎이 꺾여 주저앉고 싶어질 때, 그럴 때마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사랑을 시작할 때도 사랑이 끝났을 때도 나를 위로해준 건 발레였다.
막 시작한 사랑으로 심장이 쫄깃거릴 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하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마음이 부풀어오를 때, 떠나간 사랑으로 무릎이 꺾여 주저앉고 싶어질 때,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애써 수습하고 발레를 보러 갔다. 발레 한 편을 보고 나면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실연의 아픔도 위로가 되었다.
-서문 중에서

《지젤》의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 《오네긴》의 타티아나,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 그들은 모두 사랑에 빠져 있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얼굴이다.

우리는 발레 하면 맨 먼저 하얀 클래식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이 다리를 찢거나 높이 들고, 무대 위에서 뛰고 돌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자연적으로 떠올린다. 그래서 발레를 점프나 회전 같은 무용수의 기교에 의존해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작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무용수는 몸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 그러고는 ‘대사도 없는 발레를 무슨 재미로 봐?’ 하는 선입견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은 클래식발레의 제목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겁기만 하다.
발레마니아이자 무용전문지 기자로 발레 공연장을 누벼온 저자가 쓴 이 책은 어려운 발레용어들을 외워가며 발레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통해 발레를 ‘읽는’ 책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작가블로그로 이사해 1년여 연재하던 글을 모아 사진과 그림을 더해 내용을 꾸몄다. 발레를 “사랑의 가장 극적인 표정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혼탁한 세상 속에 찌든 현대인들이 극단적일 만큼 드라마틱한 발레 속 사랑이야기를 통해 순수함을 되찾고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발레를 대표하는 작품들부터 《오네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드라마발레의 명작, 《왕자 호동》과 《춘향》처럼 한국적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창작발레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19편의 작품을 가려뽑아 사랑에 휘둘리는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통찰했다. 《오네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에 대한 이야기와 발레가 아닌 다른 장르로는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함께 다루어 ‘겹쳐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엄재용,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전 수석무용수 김주원, 국립발레단장이 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을 비롯해 오렐리 뒤퐁, 로베르토 볼레, 알리나 코요카루, 폴리나 세미오노바, 마레인 라데마케르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무용수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보너스다.

출판사 리뷰

“발레는 사랑의 가장 극적인 표정을 보여주는 예술”


사랑이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며, 그 내어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내 것이 아닌 마음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자는 이 책에 그 당연한 불안에 대해 몸으로 고백한 19편의 작품을 담아냈다. 고백의 형식은 발레라는 몸의 예술을 빌었으나 그 뿌리는 문학에 있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처럼 발레가 오리지널 창작 작품인 경우도 있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 대부분은 《노트르담 드 파리》, 《안나 카레니나》, 《카르멘》, 《오네긴》, 《마농》 등과 같이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파헤친 문학사의 걸작들이다. 발레의 극적인 언어를 문학의 감수성으로 읽어낸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Q: 책에 ‘사랑으로 발레를 읽다’라는 카피가 나오더군요. 발레를 ‘읽는’다는 접근이 신선한데요,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발레는 ‘읽는’다기보다 ‘보는’ 예술이죠. 그러니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발레’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읽는 책입니다. 발레공연을 볼 때는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탄하며 보게 되지만 보고 나서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그 몸짓이 전하는 감정이죠. 이 책은 그러한 감정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에서 쓰게 된 책입니다.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에 취약한지, 그 불안이 인간을 어떻게 추락시킬 수 있는지, 그러한 마음 밑바닥에서 사랑은 어떻게 또 피어나는지 등등. 말하다 보니 카피를 정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으로 발레를 읽는 게 아니라 발레로 사랑을 읽는 것이니 말예요. 발레는 사랑을 읽는 하나의 도구가 된 셈이지요.

Q: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발레를 끌어들인 셈인데, 그렇다면 왜 발레였나요?
A: 예술의 모든 콘텐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간에 사랑에 대해 다루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우리는 사랑의 찬가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말로 전해지는 사랑의 이야기들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말이라는 건 부풀려지기도 쉽고 진짜일까 아닐까 의심하게도 되죠. 발레는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면서 (발레작품이 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또 사랑의 가장 극적이고 내밀한 표정을 드러내는 예술이기도 해요.

Q: 하지만 아직까지 발레가 어렵다고 느끼는 대중이 많은데요.
A: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발레단에서 아니면 무용수들이 발레 어렵지 않으니 공연 많이들 보러 오세요, 그렇게들 얘기하지만 다 거짓말이에요. 하하. 어릴 때 하고 놀던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떠올려봐도 동네에 따라서 규칙이 달랐어요. 이사를 가서 새로 친구를 사귀게 되면 이사간 동네의 규칙을 익혀야 했죠. 아이들의 간단한 놀이조차 그런데 원래 우리 것도 아니고 서구에서 들어와 동작 하나마다 어려운 불어 이름이 붙어 있는 예술이 발레인데 어렵지 않다니요? 문제는 발레를 어렵다고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보다 ‘가까워지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들고 잰 체하는 예술’이라는 인식으로 마음에서 치워버리려는 심리적인 외면이에요. 발레를 알려고 한다면 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책도 많고 배울 곳도 많고 또 요즘은 입문자들을 위한 해설이 있는 공연도 많고요. 발레를 포함해서 유독 예술에 대해서는 쉽게들 ‘어렵다’고 이야기해요.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피겨를 수집하거나 하는 건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서 예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지 못하는 거죠. 아니면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서 그 장벽을 핑계로 삼는 것일 수도 있고요.

Q: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기를 바라나요?
A: 책의 독자들과 공연의 관객들은 교집합이 작은 편이에요. 책의 독자들이 혼자서 조용하게 책의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공연의 관객들은 현장에서 예술을 직접 접하고 호흡하려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책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공연예술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 책은 책의 독자와 공연의 관객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책의 독자는 공연 현장의 열기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공연의 관객들에게 책은 너무 고요하고 심심하지요. 그러니 이 책이 책이라는 형식으로, 혹은 발레라는 예술장르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사랑’이 독자들의 마음에까지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의 삶에서 발레작품에 표현되어 있는 것과 같은 극적인 사랑을 발견하긴 어렵지만 사랑의 감정은 동일하죠. 발레는 다만 그 사랑의 표정을 가장 극단에서 보여주는 것이고요. 냉소적이고 혼탁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인 순수함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저도 책을 쓴 보람이 있을 듯해요.

책속으로 추가
오데트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왕자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되겠소’ 하며 달빛 아래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나 저주를 풀 수 있는 진실한 고백이라는 것은 이처럼 마음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오데트를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 결혼상대로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작이 있는 많은 발레의 여주인공과는 달리 환상에 가까운 배경 아래 구현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오데트를 구원할 열쇠가 결혼이라는, 가장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라는 것이 재미있다.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혼인빙자간음죄’라는 것은 없어졌지만, 문학과 현실에서 꽃다운 나이의 순진한 소녀가 남자가 속삭이는 입에 발린 사랑의 밀어에 취해 신세를 망치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스토리가 있는 극에서 남자의 맹세가 굳건하다면 그 맹세는 반드시 깨어지기 마련인데, 물론 사랑의 맹세는 깨어지라고 하는 것이고, 또 밤은 젊은 심장을 충동적으로 몰아가게 마련이지만, 안타까운 건 오데트에게 한눈에 반한 지그프리드보다 경솔한 지그프리드를 선택한 오데트다. 연인 사이에서 사랑이 깨진다는 것은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지만, 이 사랑이 깨졌을 때 타격을 받는 것은 지그프리드보다는 오데트 쪽이다. 지그프리드는 사랑을 잃고 탄식할 뿐이지만 오데트는 연인의 허약한 맹세가 깨진다면 다신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도 그녀는 왕자의 진심 하나만을 믿고 존재의 전부를 건 도박에 나선다. 비록 그 도박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지만. 어쩌면 사랑의 속성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빛나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그것.
(116~117쪽, ‘백조의 호수’ 중에서)

대개의 영웅담에서 주인공인 영웅은 역경을 극복하고 보상으로 공주와 결혼해 왕국을 물려받는다. 《라 바야데르》는 그런 영웅담의 이면에 주목했다. 솔로르의 용맹스러움을 기꺼워한 라자왕은 그를 사윗감으로 점찍는다. 딸인 감자티 공주도 그를 내심 연모하고 있었으니 결혼까지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 듯 일사천리였다. 남몰래 흘려야 할 니키야의 눈물만 제외한다면 모든 사람이 축하할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중략)
감자티가 처음부터 니키야에 대한 경멸과 적의를 드러낸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니키야를 불러들여 보석 장신구를 하사하는 회유책을 쓰는데, 이는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방법인 동시에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확인시켜 상대방이 자신을 넘보지 못하도록 무릎을 꿇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사회적인 맥락보다는 인물 간의 감정 교류를 통해 극이 진행되는, 그래서‘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인물들이 대부분인 발레에서 이 장면은 매우 도드라진다.
이제는 하도 많이 본 탓에 식상한 클리셰가 되어버렸지만, 드라마에서 재벌 2세를 사랑하게 된 가난한 여주인공이 필연적으로 거치는 코스는 그 재벌가의 사모님으로부터 한 밑천 잡을 수 있는 두둑한 봉투를 받는 것 아니었나. 그래서 무용수들이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내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판타지가 거리낌 없이 개입되는 발레라는 장르에서 이국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 작품은 인간의 현실적인 치부를 건드리고 있다.
(135~139쪽, ‘라 바야데르’ 중에서)

‘매춘’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전에 ‘매소(賣笑)’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웃음을 판다’는 뜻이다. 몸을 파는 여성은 그래서 ‘매소부’라 불리기도 했다. 무슈 뒤발이 돌아간 뒤, 마르그리트는 데 그리외가 마농 때문에 어떤 역경을 겪었는지 떠올리며 아르망 곁을 떠난다. 한낱 웃음을 파는 여자에 불과한 자신이 전도유망한 아르망의 앞길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갸륵한 희생정신의 발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의 얼개가 뒤마와 마리의 관계를 바탕으로 했음을 생각한다면, 냉소적인 독자라면 이 부분에서 실소를 감추지 못할 것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코르티잔은 귀족이라고 해도 재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계층의 여성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마리의 사치벽을 감당하지 못하고 먼저 결별을 선언한 뒤마가 소설에서는 이를 마르그리트의 눈물겨운 희생으로 바꿔놓은 것은 어쩌면 그의 자격지심이 투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 안의 아르망은 우둔하고 작품 밖의 뒤마는 용렬하다. 제대로 보답받지 못한 사랑의 끝은 그렇게 생채기가 남는다.
만약 두 주인공이 자기 식으로 사랑을 정의하는 그 과신을 조금만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좀 더 현명하게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도 지키고 삶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을지도.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아르망의 곁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실천했다. 뒤마는 어쩌면 그렇게 해서라도 마리와 헤어진 자신을 변명하고, 또는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 그 여인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을 완성한 것이 뒤마가 채 스물다섯이 되기도 전이었으니 상처받은 청춘에게는 그 상처가 글을 쓰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164~165쪽, ‘카멜리아 레이디, 마그리트와 아르망’ 중에서)

뒷날 뒤마가 마르그리트의 코르티잔으로서의 삶은 애써 생략하고 애달픈 비련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했던 것과는 달리 프레보는 마농이 모르퐁텐의 여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는 활극으로 풀어나간다. 이는 아마도 실제로 파란만장한 연애담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그 자신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농과 레스코와 데 그리외는 모르퐁텐의 돈을 갈취하려다 체포되고, 그 와중에 레스코는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십대의 무모한 연애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치정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마농과 데 그리외는 도박과 사기를 삶의 수단으로 삼을지언정,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중략)

“내 목숨을 요구하시오. 내 목숨은 당신에게 바칠 수 있는, 내게 남은 유일한 것이라오. 왜냐하면 내 마음이 당신의 것이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마농에게 바치는 데 그리외의 절절한 고백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귀족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데 그리외가 마농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 미련하고 우둔하기 짝이 없는 그 마음밖에 없었다. 마농은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그 사랑을 지켜내려 했지만, 현실의 무게는 아름다움에도, 사랑에도 버거운 것이었다.

(272~273쪽, ‘마농’ 중에서)

발레는 마스네의 오페라와 거의 비슷한 얼개로 전개되지만 데 그리외가 수사가 되었다가 마농의 유혹으로 수도원에서 도피하는 장면 등이 생략되고, 대신 마지막 비극의 무대는 마스네가 설정한 르 아브르 항구가 아니라 원작에서와 같이 뉴올리언즈로 옮겨졌다. 브레티니의 존재가 사라지고, 기요 드 모르퐁텐도 무슈 GM으로 줄여서 표기한다.
맥밀런의 마농은 부도덕하고 허영심이 강한 여성이라기보다 죄책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그러나 갖고 싶은 것은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묘사된다. 인물이 줄어들면서 레스코의 비중은 더 커졌는데, 모르퐁텐에게 마농을 소개하고 마농의 물욕을 부추기는 것은 모두 레스코의 역할이다. ‘그랑 파 디브레스(grand pas d’ivres)’라는 이름이 따로 붙을 정도로, 레스코가 모르퐁텐의 파티에서 취기가 올라 비틀거리며 추는 특색 있는 춤이나, 마농의 침실에서 추는, 마농의 아름다운 육체를 내어줄 듯 말 듯 모르퐁텐의 애를 태우는 끈적한 파드트루아는 레스코의 사람됨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의 성격을 규정하는 시그니처 같은 춤이기도 하다.
(276~278쪽, ‘마농’ 중에서)

시골마을이라는 목가적인 배경, 대조적인 성격의 자매, 도시에서 온 친구 사이인 두 신사, 혼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앞서가는 기대…… 《안나 카레니나》처럼 두 커플의 이야기가 얽혀 진행되지만 《예브게니 오네긴》의 초반 몇몇 장면은 마치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을 보는 듯하다. 러시아적 정열의 화신 같은 캐릭터인 렌스키가 아니었더라면 이 작품은 러시아판 《오만과 편견》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렌스키에게 올가는 ‘시인의 삶처럼 소박하고, 사랑의 키스처럼 다정하고, 하늘처럼 새파란 두 눈’을 가진 아마빛 머리의 아름다운 소녀였지만, 오네긴은 ‘둥글넓적하고 예쁘장한 게 저 멍청한 창공에 걸린 멍청한 달덩어리 같다’고 그녀를 묘사한다. 그리고 ‘동생과는 달리 예쁘지도 않고 싱그러운 장밋빛 뺨도 없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타티아나는 ‘촌스럽고 우울하고 과묵하고 숲속의 사슴처럼 소심한’ 소녀다. 또래의 소녀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 때 책 속에 파묻혀 있던 타티아나는 오네긴을 만나자 자신이 책에서 수도 없이 만나온, 비밀스러운 열정과 충만한 감정을 나눌 연인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310~312쪽, ‘오네긴’ 중에서)

발레로 옮겨지면서 달라진 것은 오네긴의 성격인데, 권태에 빠진 원작의 젊은 귀족은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한 냉소적인 인물로 바뀌었다. 원작의 오네긴이 비평가들이 말하듯 ‘잉여 인간’에 가깝다면, 발레 속 오네긴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잔인하게 짓밟고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유혹하는 옴므파탈이다.
푸시킨의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고백을 받자 ‘미숙함은 재앙을 초래한다’고 점잖게 타이르지만, 크랑코의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눈앞에서 편지를 찢어 그녀의 마음을 무참하게 만든다. 타티아나를 거절한 오네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장미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움에 물이 오른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다. 이 장면에서 오네긴과 올가의 활기찬 춤과 대비되는 타티아나의 불안한 시선과 분노를 삭이는 렌스키의 모습은 감정도 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빼어난 장면이다. 어떤 작품을 드라마발레라고 지칭할 때, 인물 간 긴밀한 심리에 포커스를 둔 작품을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크랑코의 발레를 보고 있노라면 감정을 통해 안무가 흘러나올 때 비로소 드라마발레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 같다.
(321~322쪽, ‘오네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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