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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생각의 나무 우리소설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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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쪽 | A5
ISBN-10 : 8984984787
ISBN-13 : 9788984984783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생각의 나무 우리소설 010) 중고
저자 윤대녕 | 출판사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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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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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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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낚시통신』,『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의 작가 윤대녕이 제주에서 2년 만에 탈고한 신작 장편소설. 이 소설은 1962년생 81학번 사내의 지난 이십여 년에 대한 고백임과 동시에 아홉 살 연하의 여자가 그저 주말마다 함께 밥을 먹는 모호한 관계에서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현장에서 우연처럼 만난 이들은 내·외부에서 받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갖가지 문답과 여행으로 서로를 달래간다.

지난 2년 동안 지난 연대와 결별하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작가는 기존의 그의 문학 체제를 전복시키는 낯섦을 이 작품에서 보여준다. 그의 작품의 구심점이 되는 존재 찾기의 '모천회귀'를 골격으로 두면서도 8~90년대의 치명적인 시대상과 그로 인한 낱낱의 고통을 세밀하게 파헤친다.

저자소개

윤 대 녕 │ 1990년《문학사상》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은어낚시통신』『남쪽 계단을 보라』『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누가 걸어간다』, 장편소설『옛날 영화를 보러갔다』『추억의 아주 먼곳』『달의 지평선』『미란』『눈의 여행자』, 산문집『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등이 있다. 1994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6년 이상문학상, 1998년 현대문학상, 2003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작가의 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작품론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바다로 향하는 무적(霧笛)과도 같은 윤대녕 문학의 새 장 어느 날 호랑이가 찾아왔다. 낡은 핵연료봉폐기 탱크, 바이러스를 한 움큼 집어삼킨 컴퓨터 하드웨어, 너울 이는 바다 안에서…… 나는 제주도로 향했다. 내 안의 호랑이를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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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무적(霧笛)과도 같은 윤대녕 문학의 새 장 어느 날 호랑이가 찾아왔다. 낡은 핵연료봉폐기 탱크, 바이러스를 한 움큼 집어삼킨 컴퓨터 하드웨어, 너울 이는 바다 안에서…… 나는 제주도로 향했다. 내 안의 호랑이를 버리기 위해 그리고 갯가의 호랑이를 낚기 위해. 윤대녕의 전작에 존재의 시원을 찾아 강으로 회유하는 은어가 있었다면, 이 작품에는 제주 바다, 것도 언뜻 연상되지 않는 갯가의 호랑이가 있다. 2년 전 돌연 제주도로 내려간 윤대녕이 오랜 산고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는 그 시간 동안 작가에게 상당한 내적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새 옷을 걸치고, 낯선 곳으로 여정을 준비하듯 작가의 신작은 낯설고, 지극히 새로워 윤대녕 문학인생의 분수령을 예측, 아니 예고하고 있다. 90년대 초 윤대녕은 8~90년대와 길항하는 거시적 문제를 내세운 여타 소설과는 반대로 과거의 시공으로 퇴각해 환상적인 기법으로 존재의 시원 찾기에 몰두했다. 그는 일상 속에 뒤범벅된 미시적인 문제들의 해답을 들고 온 한국문단의 소중하고, 반가운 손님이었다. 이후 그는 윤대녕으로 언표되는 ‘모천회귀’의 근성과 함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법으로 문단을 시적 상상력의 밭으로 일궈냈다. 그의 포스트모던하며, 높낮이를 모르는 상상력은 다채로운 21세기 문단의 전신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여전히 특유의 성실함과 근기로 대외적 자리에서 비껴서 오롯하게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신뢰할 만한 작가임에 분명하다. 지난 2년 동안 지난 연대와 결별하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윤대녕, 그러나 그것은 결국 건너 뛸 수 없는 거리임을 깨달으며 표표히 그 중심으로 들어섰다. 그 까닭인지 제주에서2년 만에 탈고한 이 작품에선 윤대녕의 문학체제를 전복시키는 징후가 작품의 행간마다 여실히 드러난다. 그의 작품의 구심점이 되는 존재 찾기의 '모천회귀'가 뼈를 이룬다면, 피와 살을 이루는 것은 그간 평행선을 유지해 온 8~90년대의 치명적인 시대상과 그로인한 낱낱의 고통 속으로의 잠입이다. 미궁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 기억의 끝과 시작을 찾아나선 영혼의 기록 - 작품 줄거리 “호랑이도 가뭄이 들면 산을 떠나 바다로 간다"는 주인공 아버지의 입엣말은 '제주도'와 '호랑이'의 부조화의 풍경을 언뜻 수긍케도 한다. 주인공은 왜 바다를 찾아가며, 뜬금없이 호랑이는 웬 말인가?! 소설은 바닷물과 양수의 성분이 비슷하다고 귀띔하며 시작한다. 386세대이자 81학번인 주인공 영빈과 그보다 아홉 살 어린 '해연'은 성수대교 붕괴현장의 첫 만남부터 9년 뒤 같은 아파트의 이웃이 되기까지 겹겹의 우연 속에서 점점 더 가까운 자리에 놓이게 된다. 9년 전의 그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회한 그들은 남매처럼, 혹은 연인처럼 모호하면서도, 특별한 관계를 맺어나간다. 평범한 가정의 둘째 아들로, 늘 형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영빈. 견인주의자가 될 거라고 호언했던 그의 형은 80년대 운동권 무리와 다르다는 연유로 학생처의 프락치로 몰리고, 끝내 결백하나 수치심에 져서 자살을 선택한다. 때로 삶은 얼토당토않은 경계 나누기로 인해 불가해한 일이 발생하며,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중반부에 서술되는 제주 4?3 사태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한다. 뒤미처 불운한 바이러스의 창궐처럼 어머니는 암으로 죽고, 나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직장마저 잃게 된다. '해연'은 시대와 대립하는 문제는 없었으나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일탈과 그로 인해 보상처럼 바다낚시에 집착하다 결국 바다에 아버지로 인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시나브로 그들은 지난 연대와 유별난 개인사가 만들어낸 불안함의 전형이자, 현실에선 부유하는 허공의 존재가 되었다. 동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히데코 역시 이들처럼 스스로 만든 상처 속에 포박돼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정신적 외상, 바로 지난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영빈은 번번이 마주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행은 존재를 찾고, 잠재된 불안을 치유하며, 그 존재의 진면목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서울에 남겨진 해연은 모든 물건을 반드시 두 개씩 사들이며, 폭식으로 불온과 불안에 대한 정신적 허기를 채워나간다. 해연과 영빈의 만남이 그러했듯, 해연은 이끌리듯 제주도의 영빈을 찾아오고, 둘은 해연이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바다낚시를 다녀간 섬에 들러 우연찮게 해연부녀를 기억하는 낚시 가이드를 만난다. 오래 전, 한없이 지쳐있던 그 부녀의 존재를 기억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해연은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위로를 얻고, 영빈은 해연의 아버지가 죽은 갯가에서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를 포효하는 호랑이를 만나며, 집착처럼 매달렸던 바다낚시를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들의 친구인 히데코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죽음을 택한 사기사와 메구무, 등짝에 제 이름을 새기고 자살을 택한 남자친구의 뒤를 이어, 현실의 불안과 절망을 감내하지 못한 채 죽고 마는데……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를 맛있게 읽는 네 가지 독해법 ① 윤대녕의 새로운 리얼리티 미학 탄생예감! 물 위를 뛰는 꿈, 물론 몽중(夢中)에는 뛰고 날고 기는 모든 것들이 가능하지만 꿈(所望)이 된다면 그것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사(史)를 빼놓고선 전진할 수 없어보였던 한국의 서사적 전통과 일정거리를 유지했던 윤대녕이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문학적 금기를 깨뜨리고, 눙쳐뒀던 사회역사 문제로 눈을 돌렸다. 이것은 낯설고도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그간 통시적 시간으로 회유했던 윤대녕이 공시적 시간의 기억과 상실, 열망과 좌절, 기적과 사랑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사람에게 프락치(영빈의 형),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물성의 무엇(히데코)으로 명명하고, 그들에게 조직 또는 집단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윤대녕은 경계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눈을 홉뜸과 동시에 가족의 붕괴와 같은 개인사도 세밀하게 풀어낸다. 지금 그는 낯설고 매혹적인 새 리얼리티 미학을 직조하고 있는 것이다. ② 제주도는 과연 환상의 섬인가?! 각종 유행가, 영화, 소설 속에서 제주도는 환상의 섬이다. 돌연 제주도로 내려가2년을 칩거한 윤대녕에게도 제주도는 단순히 환상의 섬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작가에게 제주도는 복작한 복합쇼핑몰과 같다. 환상과 동시에 절망과 비운의 땅이다. 주인공의 불안한 내면이 투사된 호랑이를 버리는 터이며, 그곳에서 존재의 시원과 현재의 자기가 대면하고, 위무를 얻는 거룩한 성소라는 점에서 섬은 환상적이다. 그러나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무고한 도민이 학살된 4?3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선 섬은 참혹한 현실이다. 주인공 영빈이 한밤중에 맞닥뜨린 백조일손의 혼백들, 좀처럼 뭍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음식점 여주인 등 과거의 고통과 절망은 현재까지 재현되며, 여전히 부채로 남아있음을 술회하고 있다. "제주에 머물지 않았더라면 지난 세월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하는 작가는 지난 연대와의 확실한 결별과 화해를 시도하며, 제주에서 그의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각별한 신작을 만들어냈다. ③ 윤대녕의 문체(文體)에 문제(問題)있다?! 김영갑(사진작가), 사기사와 메구무(재일한국인 소설가), 민들레 영토, x년 x월 x일…. 윤대녕은 실존 인물과 장소, 날짜를 여느 전작보다 더욱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덧붙여 재미있는 점은 물고기 요리법(전강이, 부시리, 각재기) 마저도 상세히 열거한다는 것이다. 세밀화 된 현실은 독자들에게 지난 달력을 넘기거나, 기억이 농밀하게 담겨 있는 옛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호랑이, 백조일손 혼백, 각종 우연 등으로 빚어진 몽환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장치이다. 영빈은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그동안 메모해두었던 ‘물고기 요리법’ 몇 가지를 정리해 해연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전갱이 새끼 먹는 법 ─ 고등어 치어와 함께 낚시꾼을 괴롭히는 탐식성이 강한 대표적인 어종이다. 이 때문에 낚시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내장과 비늘을 제거하고 적당히 칼집을 낸 다음 굵은 소금(천일염)을 뿌려 구워먹는다. 술안주로 적당하다. 김장을 담글 때 배추 사이사이에 한 마리씩 넣어주면 김치 맛이 시원하고 구수하다. (……) (본문 142~143쪽) 주인공 사이의 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치 선문선답 같은 그들의 문답 형태와 문어체에 가까운 그들의 대화는 서로의 상처의 값에 눌려 소통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재발한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다시 시작됐어요.” “트라우마?” “해연 씨가 가자미 얘기를 하더군요.” “……” “밝음과 어두움이 뚜렷이 공존하고 카멜레온처럼 여러 가지 보호색을 띠고 있다고 하더군요. 해연 씨 말에 따르면 가자미가 그렇다는 거예요. 어두운 해저에 서식하고 있고요.” “왜 그런 얘기를 하던가요?” 퀭한 눈빛으로 히데코가 중얼거렸다. “우리 모두 가자미과에 속한다는 거죠. 해연 씨와 저, 그리고 영빈씨까지.” (본문 133쪽) ④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는 연애소설이다?! 이 소설은 1962년생 81학번 사내의 지난 이십여 년에 대한 고백임과 동시에 아홉 살 연하의 여자가 그저 주말마다 함께 밥을 먹는 모호한 관계에서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현장에서 우연처럼 만났으나, 내외부에서 상처받았다는 그들의 동일함은 필연이 되고, 그 상처를 갖가지 문답과 여행으로 달래가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결말은 분명 해피엔딩의 연애담이기도 하다. 다만 그 연애담을 전방에 드러내지 않고, 지긋이 눌러주는 점이 연애소설의 시각으로 본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색다른 맛깔스러움이다. 맨 발로 물 위를 뛰는 꿈 어릴 적 내 꿈은 물위를 뛰는 것이었다. 여기서 바로 저기까지 만이라도. 건너뛸 수 없는 거리 앞에서 나는 늘 외롭게 절망하곤 했다. 잃어버리거나 포기해야만 했던 그 숱한 꿈들로 인해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사라진 꿈들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 나는 미처 건너뛰지 못하고 지나왔던 과거의 지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시절은 한사코 돌아보지 않으려는 내게 그것은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작가로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청년으로 살았던 80년대와 90년대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다시 건너뛰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믿음과 두려움 때문에. 어쩌면 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을 돌아보는 일이야말로 소설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기억과 상실, 열망과 좌절, 기적과 사랑, 고독과 죽음 같이 모든 것이 지금껏 내가 애써 외면해 왔던 과거의 뼈아픈 기억들이었다. 정말이지 뜨거운 물 위를 맨발로 걸어온 느낌이다. 자주 헛발을 디디면서, 아슬아슬하게 필사적으로 그동안 몇 번인가 바다 속에 처박혀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뻔했다.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지난 연대와 결별하기 위해 나는 밤마다 몸부림을 쳤다. 분노와 자책감, 증오와 슬픔이 몸과 마음을 갉아댔다. 내게 있어서 지난 연대는 그러한 것이었다.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심정으로 소설을 끝내고 나서, 나는 비로소 그러한 감정들과 간신히 화해할 수 있었다. - '작가의 말' 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서시 - 새로운 리얼리티를 위하여 해연이 삶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현실적 삶과 밀착된 술어로 환치시켰다면, 영빈은 작품의 표제에 드러난 '호랑이'라는 이미지에 형의 죽음에서 비롯한 불안의 심리를 비유하고 있다. 덧붙여 표제는 선가의 가장 오래된 화두 가운데 하나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연상시키며 '호랑이'와 '바다'의 전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특별한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 이 소설은 지난날들의 꿈과 절망, 치유되지 않는 온갖 고통과 죽음에 대해 쓰겠다고 말한 것처럼 평범하게 살고자 애쓴 사람들을 어이없이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집단 속에 자신도 개입되어 있었음을 아프게 고백하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다. ? 등단 초기의 윤대녕이 현실보다 현실 저편의 이상이나 환영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었다면, 지금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 채 환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연한 사고와 서사전략이 작가의 연륜이자 윤대녕 소설의 독특한 리얼리티 미학이다. (장영우, 문학평론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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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또다른 나를 만나기까지 | iv**79 | 2007.05.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트라우마,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

    트라우마,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 뭘까?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 또는 마비.  늘 불안스러워 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세를 보인다. 충격을 다시 경험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사건 당시와 같은 강도로 느끼는 기억, 꿈, 환각이 재연될 수 있다. 감정회피 또는 마비를 나타내는 환자는 충격이 일어났을 때의 감정·생각·상황 등의 기억을 피하려고 노력하며, 정상적인 감정반응은 소실된다...
    쉽게 말하자면 감정이 부재중인 사람의 상태인 것 같다. 자신의 감정속으로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류의 이야기는 아닌것 같은데.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을까? 제목부터가 신비롭게 다가왔다. 도대체 숲의 제왕 호랑이가 왜 뜬금없이 바다로 갔을까? 갔다면 왜 가야했을까? 더듬거리면서도 어떤 감촉을 찾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책속에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을 아주 희미하게 잡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영빈과 해연이 과거속의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끝내 과거속에서 자신을 끌어내지 못하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스스로에게 벽을 쌓아버리고 말았다. 어느 누구의 감정이입조차도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몸짓으로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향한 마음에 빗장을 걸어두었다. 그래서 영빈은 바다로 갔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80년대 386세대를 대표하는 얼굴로 세상을 살면서 결연히 일어섰던 정의로움앞에서 결코 무너져서는 안되는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던 시대의 영웅처럼 살아왔던 지난날들의 초상. 아버지에게 꿈같았던 형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손가락질로 인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시대적인 모순점을 뭉개며 최루가스에 질식될 것 같았던 그때부터 아마도 호랑이는 영빈의 가슴 한켠에서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동병상련 同病相憐 ... 영빈과 해연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팠던 기억속에서 다시 아프고 싶지 않은 아니 다시는 아파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며칠씩 집을 비울 때면 부담없이 집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사이이면서도 서로의 앞쪽에 선을 그어놓고는 행여 넘어올까봐 가슴 졸이며 그렇게 서로를 바라봐야만 했다. 두사람이 처음 만났던 곳이 어디였는가를 말해주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만 했는지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처음으로 만났던 곳은 택시안이었다. 그것도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날 바로 십여미터 앞에서 벌어졌던 그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던 곳이 바로 그 택시안이었던 거다. 작가는 거기서 덧붙이고 있다. 모든 것들이 붕괴되는 시대였다고. 숨가쁘게 달려가기만 하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붕괴되어져 가는 시대였다고.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구년만의 재회를 부정할 수 밖에는 없었으리라. 그 만남조차도 붕괴의 위험선상에 노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지레 겁을 먹었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는 거다.재회의 첫만남에서부터 그들이 서로에게 미묘함을 느끼기까지 그녀 해연이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들의 첫만남이 있었던 그 순간이었을리라. 영빈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못한채 다가오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게 했었던 그녀의 질펀한 고통이 제대로 전이되어져 오는 듯 했다.


    해연에게도 영빈에게도 가까웠던 존재들이 죽음이라는 의미로 사라져 갔다.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없애버리고 말았다. 우연치고는 너무 기가 막힌 우연이다.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등장했던 히데코조차도 결국 자살이라는 기억만을 남겨둔채 떠나가 버리고 말았지만 히데코의 죽음은 그들에게 하나의 의식처럼 다가왔다. 넘을 수 없었던 선을 넘어버리는 의식으로.영빈이 제주로 떠났던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싶음이 아니었을까? 잃어버린 채 살아야 했던 정체성을 되찾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바닷물에 낚시줄을 던져넣으며 고기를 낚아 올리던 영빈의 손끝에 전해져 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바다에서 들어야 했던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아마도 영빈이 속울음으로 삼켜야 했던 절규가 아니었을까? 제주도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결국 서로를 바라보았던 호랑이와 영빈의 대치상황속에서 안타깝게 주고 받던  몇마디의 말들이 아직도 눈가에 선하기만 하다. 또다른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자기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도 될테니 말이다. 뭔지 간곡하게 전하려던 호랑이의 뜻을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호랑이는 두 발을 들어 영빈의 어깨에 슬그머니 올려놓았고 거친 혀를 내밀어 영빈의 귀를 두어번 핥아댔다. 그리고 호랑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나중에 다시 갯바위위에서 바라보던 호랑이의 모습은 예전의 호랑이가 아니었음으로 이미 그들에게 화해의 시간이 다녀갔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이다.

     

    대화의 부재, 소통의 불성실함,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 모두가 우리의 모습이다. 거울을 바라보듯이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느닷없이 갯바위뒤에 고양이를 숨겨 둔 작가의 마음은 또 무엇이었을까? 사랑을 원하고 관심을 원하고 베품을 원하던 고양이의 존재가 영빈의 마음속으로 한발자욱씩 들어오고 있음을 보았을 때 내게 불현듯 영빈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혹시 작가는 이 남자조차도 자살이라는 멍에를 지워준채 이 세상에서 데려가는 건 아닐까? 제발 그렇게 되지 말기를.... 그럴 즈음에 해연이 제주로 영빈을 찾아오고 마침내는 서로의 앞에 그어져 있던 선을 지운다. 서로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변명아닌 변명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는 그 과거조차도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섬을 찾아가고 바다를 찾아가고 지나쳐갔던 시간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아픔으로 허우적거렸던 늪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헤어남을 느낀다. 하나가 되어가는 두사람의 시간속으로 붕괴와 아픔이 아닌 화해와 이해의 순간들이 젖어든다. 앙금처럼 남아있는 삶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그들은 이겨낼 것이다.

     

    이튿날부터 영빈은 책상에 붙어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라져간 모든 날들의 꿈에 대해서. 치유되지 않는 고통에 대해서. 온갖 삶의 기대와 시대의 절망에 대해서.그 때 만났다 헤어진 사람들에 대해서.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해서. 영빈은 1994년 10월 21일 아침 성수대교가 붕괴된 시점부터, 그 후 십 년동안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꼼꼼히 기록해 나갔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점부터 새로운 삶의 변화가 찾아와 있었다. 해연을 만난 것도 물론 거기에 포함돼 있었다. 또한 구 년 뒤에 다시 만날 일도 없었으리라. 그런데 그 두번의 만남을 두고 어떻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흔히 우연이라고 말하는 우발적 만남에도 어느 정도의 필연은 내재돼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불가해한 일들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어쩌면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삶의 이면들이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내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390쪽>

     

    윤회일까?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는 거라고. 그렇게 만나야 하는거라고. 영빈과 해연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과감하게 자신의 틀에서 빠져나와 서로를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기도 하다. "사 개월쯤 된 모양이예요"...그들의 삶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잉태되고 있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아름다웠다. 고양이를 안고 서울로 올라가던 길에 영빈이 통영에 들러 해연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모습은 왠지 눈물겨웠다.  /아이비생각

  •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 ho**e | 2007.03.15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살다보면 누구나 가슴속에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쌓아두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살다보면 누구나 가슴속에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쌓아두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恨이라고 부른다. 한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일명 화병이라는 것이 온다. 가슴에 쌓인 한을 터트리고 풀어내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늘 가슴 한곳이 시리거나 가끔씩 불쑥불쑥 나타내 마음 산란하게 만드는 그것.


    영빈이의 호랑이는 아마도 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으로 인해 흩어져 버린 가족과 그로 인해 완성되지 못한 삶에 대한 한. 그 죽음들을 만나고 싶어서 바다로 갔을 것이다. 살아있는 물고기들을 잡으며 혹은 물고기들을 죽이며 죽음과 만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더 이상 산 것을 죽이지 못한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왜냐하면 새 생명이 영빈이 앞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인 것처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영빈이의 호랑이를 자유롭게 해버렸나 보다.


    글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작가가 계속 나에게 “당신의 호랑이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보는 일은 일요일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가는 일 만큼이나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사회생활 시작한지 5년, 나 자신을 돌아본 적이 없었다. 앞만 보고 왔다. 아니 돌아보기 싫었다. 20대 초반, 나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으로 불안했던 그 시절들이 떠올라 그냥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바빴다. 그런데 이 책은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나는 그동안 가슴깊이 꼭꼭 숨겨두었던 일들이 몇 개 있는지 하나씩 들춰보게 만든다. 중학교 시절 좋아한다는 말 한번 듣지 못하고 끝난 짝사랑, 여고시절 단짝 친구와의 절교로 인한 상처, 학생운동 한답시고 어설프게 흘려보냈던 청춘시절, 어느새 누구보다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내 모습 등등. 별 탈 없이 살아온 듯한 내 인생이 초라해져 보이는 것은 왜 인지 모르겠다. 내 안의 호랑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니면, 포효하며 나를 흔들어 깨우기에는 너무 어려서인지 나타날 기미가 없다. 갑자기 서글퍼진다.


    나는 아직 죽음을 겪어보지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그때는 어려서 죽음이 뭔지 몰랐다. 단지 너무도 슬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무서워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뿐이다. 나에게 죽음은 일단 무서움,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은 죽음보다는 외로움이 더 무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이미 그들의 삶 깊이 들어와 있었고, 그 죽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외로움들이 이 세 사람을 연결시켜 주었고, 결국에는 이 세 사람을 화해하게 만든 죽음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한 때 소설을 쓸려고 버둥거렸던 시절이 있었다. 영빈의 모습을 보며 몹시 부끄럽기도 했고, 창작의 임무(?)를 가진 자들의 고뇌와 사색이 그리도 깊고 우울한 것인지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신의 참모습을 찾지 못하고서 누군가를 감동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보다.

  • "무당의 푸닥거리" | mi**oo67 | 2006.08.21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대학 때 내가 따르던 선배가 한 분 있었다. 그 선배는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꽤 거부감이 많았다. 잠자리에 대한 흔적을 ...
    대학 때 내가 따르던 선배가 한 분 있었다.
    그 선배는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꽤 거부감이 많았다.

    잠자리에 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며,
    자기가 다녀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며,
    사람의 마음에 자신의 흔적이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으며,
    상처가 남지 않기를 바라듯
    흔적이 남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상처를 주며, 받으며 대학생활을 했고,
    적어도 나에게는 그 시절이 기억에 남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러면서 연락이 끊겼다.
    한 십 년 만에
    우연히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진하게 술 한 잔을 했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는 윤대녕의 신작소설이다.
    불안과 상처를 안고 사는 세사람.
    영빈, 해연, 히데꼬가 엮여서 이야기가 서술되지만,
    주로 영빈이라는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빈은 호랑이를 잡으러
    "삶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던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는 낚시를 한다.
    잡고 또 잡고, 또 잡는다.
    잡는 일 이외에는 다른 일이 없다는 듯......
    어제 잡은 것보다 더 큰 물고기.
    그보다 더 커다란 물고기.
    그보다 더욱더 큰 물고기.

    "이참에 어디 물고기를 잡는 이유나 한번 들어봅시다. 팔아서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닐테고."
    "굶주림 때문이겠지요. 아귀 같은 굶주림 말입니다."
    눈을 감았다 뜨고 나서 그가 말했다.
    "그 나이에 벌써 그런 허기를 느낍니까?"
    무슨 말인지 몰라 영빈은 잠자코 있었다.
    "아마도 살고 싶음 때문이겠죠. 자신을 죽여서라도 다시 살고 싶은
    겁니다. 아닌가요?"

    마침내 영빈은 이런저런 경위로 호랑이를 잡는다.
    해연은 영빈의 아기를 임신한다.
    그리고 영빈은 제주도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그 선배는
    나하고 진하게 한 잔 하는, 그 술자리에서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다.
    그것은 선배의 아드님 사진이었다.
    그 사진 밑에는
    "흔적 남기기"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한 40이 되면 과거의 상처는 소화해낼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흐흐,
    나는 너무 속되었나?
  • 제목이 독특해서 끌렸다. 그리고 윤대녕의 이름. 그리고 책 표지. 정사각형에 가까운 책 모양과 온통 까만 바탕에...

    제목이 독특해서 끌렸다.

    그리고 윤대녕의 이름.

    그리고 책 표지.

    정사각형에 가까운 책 모양과

    온통 까만 바탕에 흰 글씨.

    호랑이와 바다라는 생경한 두 이미지의 충돌과 함께

    책 모양과 표지 색깔도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충돌하고

    소설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와 충돌한다.


    재미는 그리 없다.

    좀 어려운 것도 같다.

    분위기는 우울하다.

    소설 내에 일본인들이 등장해서 그런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일본 냄새도 좀 풍긴다.


    조직 또는 집단 내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시대적, 혹은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어

    삶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다.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어이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삶의 방편을 마련하는 사람도 있다.

    호랑이가 바다로 간 까닭도 그러하다.


    자신의 존재의 시원이 있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다잡으며

    끝없이 펼쳐진 그래서 항상 묵묵한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 왔던 두려움들을 돌돔과 함께 놓아 보낸다.


    우리는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픔의 원인이 개인적인 것이든, 시대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아픈 경험이 있기에 어느정도는

    삶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또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숨을 고르며 살아가지만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에 순간순간 우리는 혼자여야 한다.

    삶의 단위에서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이지만

    삶의 일면에서 우리는 항상 혼자이다.

    아픔도, 두려움도 온전히 혼자만의 것이기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도 언제나 혼자이다.

    슬프지만 엄연한 진실 하나를 다시 일깨우다

  • 만병통치약, 사랑 | 92**531 | 2006.04.21 | 5점 만점에 3점 | 추천:1
    그를 처음 접한 건 10년전 이상문학상을 통해서다. 윤대녕, 「천지간」,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만 기억날 뿐 전혀 모르는 작...
    그를 처음 접한 건 10년전 이상문학상을 통해서다. 윤대녕, 「천지간」,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만 기억날 뿐 전혀 모르는 작가다. 그때는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른게 아니고 매년 습관적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샀었다. 그래서 책꽂이에 같은 디자인의 책들이 전집처럼 나란히 꽂혀있다. 그리고 그 후로도 그를 접할 기회는 없었고, 최근에 한국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는 이제 그보다 10년정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을 다른 북로그에서 찜해 놓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구입했다. 정확히 10년전 제20회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작을 다시 꺼내서 읽어본다. 비슷한 분위기다. 제주도는 아니지만 남도의 바다 냄새가 짙게 밀려온다. 『호랑이...』표지의 꽃들처럼 그 때의 소설에서는 동백이 눈바람을 뚫고 꽃봉오리를 피웠다가는 진다. 또한 상처 입은 영혼이 있다. 이 세상에 상처입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겠느냐만서도... 어찌보면 10년전의 단편이 간결해서 그런지 좀더 강렬한 느낌을 준다. 그때는 우연히 마주친 여자로부터 죽음의 느낌을 감지하고 쫓아가 하룻밤의 사랑으로 생명을 구한다는 일방적인 구원의 이야기다. 글 자체는 아주 사실적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꿈속 같다. 이제는 성수대교 붕괴라는 역사적 사실이 매개되어 맺어진 남녀 쌍방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치유에 대한 이야기다.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서 만난 남녀, 일상적이지 않은 전문 낚시꾼들의 삶, 호랑이에 관한 환상, 한국인 피가 섞인 일본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 등이 전반적으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오히려 현대인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는 불안과 아물지 않는 상처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평론가는 새로운 리얼리티라고 했나 보다. 문학이론에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어쨌든 한명의 작가를 오랫만에 마주대한 것만으로도 즐거움이다. 그 밖에 책 표지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점을 말하고 싶고, 반면에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글이 주는 무거움은 나의 취향은 아니다. 무거움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글은 줄곧 나의 머리를 무겁게 누른다. 이 느낌은 별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이 주장하는 바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트라우마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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