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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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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 | 152*225*18mm
ISBN-10 : 1158606729
ISBN-13 : 9791158606725
꿈꾸는 사람들 중고
저자 문갑연 | 출판사 청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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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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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연 소설집 [꿈꾸는 사람들]. 내 시선에 비친 사회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부조리와 놓쳐버릴 수 없는 삶의 진실. 아름다운 추억들에 이어 인간의 야망으로 침몰되어가던 양심을 건져 올려보겠노라고 안간힘을 쓰던 내 몸부림의 현장이 조금씩 깨어나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로서는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기에 혼란스럽다고 해서 나의 소중한 분신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문갑연
1944년 창원 출생.
한남신학, 통신대 농학과 수학.
1991년 현대문학사 소설문예 강좌 수료.
1992년 농민문학,
2000년 한국기독공보 신춘문예,
2001년 믿음의 문학에서 각각 소설로 등단.
2016년 경남문학 소설 부문
올해의 작가상 수상.
소설집 『거울 없이 사는 사람들』
『추도식의 가족들』
장편소설 『꿈이 묶여 있는 땅』 『비자금』 『메아리의 고백』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기독교문인협회
각 지방 문인협회 회원으로소설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_4

반추 _10
마음이 머무는 거기에 _26
신토불이 _46
마지막 미소 _64
저녁노을 _82
향수 _98
꿈꾸는 사람들 _124
곱슬머리 _152
펌프질 _174
좋은 습관 _192
냉동 메아리 _208
아방궁 _236
징검다리 _252

책 속으로

농밀한 어둠의 무게에 깔린 채 누워서 한 동안 미동도 않던 왕환희가 별안간 상체를 일으켰다. 그때까지 바위로 된 천정에다 멍하니 어둠을 꿰뚫고 시선을 박고 있는데, 요 며칠 전서부터 스스로에게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던 사실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던 것이...

[책 속으로 더 보기]

농밀한 어둠의 무게에 깔린 채 누워서 한 동안 미동도 않던 왕환희가 별안간 상체를 일으켰다. 그때까지 바위로 된 천정에다 멍하니 어둠을 꿰뚫고 시선을 박고 있는데, 요 며칠 전서부터 스스로에게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던 사실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던 것이다. 그것은 행동을 촉구하는 어떤 사항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정황들로 인해 매 순간마다 다른 형태로 꿈틀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은 아무런 행동도 실행하지 못하던 참이었다.
환희는 낮에 심한 중노동을 했다는 핑계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것인데, 잠이 오지 않자 전등불을 밝히고 곧 바로 서재로 향했다. 서재라고는 하지만 부엌과 같은 공간으로 책이 꽂힌 책장이 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얹혔으며, 의자에 앉으면 창문이 바로 옆에 있었다. 환희는 묶어서 거실로 부르지 않고 시대의 감각에 맞게 굳이 서재라 명명했다. 집이래야 그 옛날 남편과 임시로 거처하던 집채만큼 큰 바위를 지붕 삼아 그 아래에다가 주변에 늘려있던 크고 작은 돌들을 벽으로 막아 세웠지만,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지나오면서 해마다 늘어나는 나이테처럼 겹겹이 포개진 칡덩굴 덕분에 세상에서 이보다 더 훌륭한 벽 자재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바로 집 아래로 전선이 지나가다보니 전기가 들어와 사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런데 문을 열면 저만치에 아직도 그 옛날에 공무원들이 들이닥쳐 철거하다가 남은 반 토막의 돌담이 칡과 담쟁이덩굴로 두텁게 포장된 채 서있는 모습은 굳이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혼신으로 각인된 상태다. 그러고 보면 반 토막의 돌담이 그날 희생된 남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고나 할까. 그날부터 그것을 바라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고,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되어주었다. 환희는 창문을 열었다. 바깥도 어둠은 마찬가지였다. 어둠속에서도 충분히 감지되는 변함없는 형체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만큼이나 친숙할 대로 친숙하여 식상할 만도 한데 변화를 바라던 염원과는 달리 긴 세월과 무간하게 여일함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창문을 열면 저만치 담 가까이에 경호원처럼 제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묵묵히 서있을, 이제는 아름드리가 된 소나무 밑에는 남편이 누워있을 것이고, 그 조금 옆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미완성의 담장 옆 낙엽수 역시 경쟁하듯 그대로 우뚝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의식되지 않았던 신설된 6차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요란한 소리가 갑자기 귀청을 때렸다. 환희는 반사적으로 창문을 닫고 노트북을 켰다. 원고수정본이 밝아지는 화면과 함께 떴다.
‘유신독재 강점기 제 1포고령인, 그린벨트 해제하라!’ 라고 쓴 제목만도 벌써 수십 번도 더 수정했다. 처음에는 ‘비민주적 한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이유’였었다. 그런데 조금씩 더 적극적인 표현으로 수정되어 왔다. 환희는 또 다시 제목에서 시선이 멈췄다. 가장 최근에 수정된 것도 며칠 전이었다. ‘잔여물’을 제 1포고령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해제냐 철폐냐를 두고도 늘 갈등해 오던 부분이었지만, 아무래도 해제가 마음에 걸려 진도가 나갈 수가 없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았다. 과감하게 철폐로 고쳤다. 환희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딘 지는 모르지만 역시 투고를 해야 한다는 의욕이 용솟음쳤다. 거의 반세기 동안이나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머리끝까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다시 그동안 수없이 그린벨트제도의 부당함을 여러 신문고로 통해 탄원이 아니면 이의제기를 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커녕 정부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곧 막막함이 엄습했다. 이럴 때마다 일상처럼 찾아오던 상실감은 오늘도 역시, 환희는 결국 체념하듯 두 팔을 머리 뒤로 올려 깍지를 끼고 상체를 의자등받이에 기댄 채 허리를 쭉 폈다. 뒷골이 뻐근하고 어깨의 근육통까지 의식됐다. 냉수를 마신 후 운동을 하려고 방으로 갔다.
환희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방바닥에 놓인 리모컨부터 집었다. 운동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할 참이었다. 텔레비전화면이 밝아오자 화면 상단에 뉴스속보라는 자막이 떴다. 환희는 속보라는 자막을 보면서도 전혀 감정의 폭이 좁아지지 않았다. 벌써 속보가 뜨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인물 중 민간인으로써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저지른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결국 주말마다 시청광장으로 나와 대통령 즉각 하야!를 외치게 했다.
그녀는 전 국민에게 스스로 약속을 했었다. 할아버지 대통령께서는 국가건설을 위한다는 급한 마음에 묶는데 급급했습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하지만 저는 대통령이 되면 규제개혁부터 시행할 것입니다. 각자가 가진 능력으로 국가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섭니다. 이것은 국민개개인이 가진 여건과 재능으로 자기 발전은 물론이고 아울러 국가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에게 할아버지 대통령의 독재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애절하게 부르짖던 손녀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비례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녀는 할아버지로 인해 남아있던 독재의 잔여물 청산과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선진국의 민주주의를 두루 섭렵하려는 취지에서 무려 십 수 년의 세월을 결혼도 반납한 채 선진국의 여러 대학교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본국으로 돌아와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최고 명문대에서 강의를 하다가, 결국 후학들에게만 이 거국적인 과제를 맡기고만 있을 여유가 없었다며, 대한민국을 선진대국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판단되어 정계에 입문하게 이르렀습니다! 라고, 그녀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목적을 자신만만하게 피력했다. 그때 그녀는 전 국민들의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지지율 전국 제 1위를 거뜬히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여의도로 입성했다. 그녀는 그린벨트 완화를 공약으로 내놓던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놓았다.
환희에겐 이제 속보라는 단어도 진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어지던 뉴스속보라 기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궁금증은 유발했다. 그렇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국정이 안정될 기미라도 찾았나? 라며 완전히 잘라버리지 못 한 궁금증을 슬그머니 앞세우자, 환희의 시야에는 분노한 국민들이 어이없이 추락한 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피켓과 촛불을 든 채 시청광장을 입추의 여지없이 꽉 메우고 있었다.
그때서야 환희는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말마다 이어지던 집회이지만 갈수록 참석자의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아나운서가 말했다. 그런데도 분노로 가득 찬 국민 개개인은 감정을 그대로 표출시키는 대신 평화집회로 승화시켜 민심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오늘도 여전하다며 아나운서가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첫 집회 때 20만 명으로 시작된 참가자들이 2차 3차 4차 집회의 횟수가 쌓일수록 그 숫자도 쑥쑥 올라갔다. 오늘은 추산 250만 명의 인파가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압경찰과 병력의 긴장과는 달리 폭력 집회가 아닌 평화적 집회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극히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면 폭력은 불 보듯 번한데도 반대로 문화행사로 승화시켰다는 찬사까지 받으면서,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집회문화가 이미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여자 아나운서는 이어서 오늘 밤 8시에는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촛불은 물론이고 각 가정과 모든 건물에서 이 집회를 보는 국민들도 동참하는 뜻에서 1분 동안 불을 다 꺼 달라는 당부를 하고 있었다.
이때 화면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무대로 옮겨갔다. 마침 무대 위에서는 기타를 든 유명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지식은 물론이고 그녀의 진심을 믿었기에 나라를 맡겼는데, 뒤통수를 맞은 듯 황망함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새해는 희망을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에다가 애절한 곡을 붙였다고 했다. 잠시 후, 화면은 광장을 메운 군중들에게로 초점을 맞췄다. 그 많은 촛불이 파도를 타듯 밀려가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촛불이 파도를 타고 밀려오고 있었다. 환희가 어느덧 아름다운 파도타기 불꽃 삼매경에 폭 빠져있을 때였다. 휴대전화기가 울었다.
“엄마!”
“그래! 우리 교수님!”
환희는 딸이 언제나처럼 자랑스러워 오늘도 우리 교수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전화기 속에서 갑자기 군중들의 소리가 한꺼번에 터졌다. 마침 별이가 무슨 말을 하는데 군중들의 소리에 묻혀버렸다. 환희의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별이의 설명을 듣지 않았음에도 꼭 화면 속 그 어딘가에 딸이 끼여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시달렸다. 아직 시야에는 조금도 다름없이 촛불을 든 군중들이 운집해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폭력이 난무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그래서 별이가 그 첫 희생자라도 될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별아! 너, 지금 어디니!”
환희의 목소리가 얼마나 다급하고 거칠었던지 별이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엄만! 제 나이가 얼만데요!”
“나이 많은 게 자랑이야! 시집이라도 갔으면 내 이러지는 않는다!”
환희는 잔뜩 고조된 목소리의 톤을 낮추지 않은 채 별이를 계속 다그쳤다.
“그건 제가 할 소린걸요! 엄마야 말로 사람 사는 데, 저 있는 곳으로 제발 좀 나오세요!”
“빨리 말해! 지금 그 현장에 있다면 속히 집으로 가!”
“엄마, 저 걱정 마세요! 여기는 안전해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와 직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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