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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상현서림 /☞ 서고위치:mb 1   *[구매하시면 품절로 표기됩니다]
| A5
ISBN-10 : 8935656615
ISBN-13 : 9788935656615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상현서림 /☞ 서고위치:mb 1 *[구매하시면 품절로 표기됩니다] [양장] 중고
저자 한나 아렌트 | 역자 김선욱 | 출판사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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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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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학살의 사건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한길그레이트북스」제81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보고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고자 했다.

저자는 아이히만의 사례를 통해 악의 평범성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드러내며, 보편적 유대인 개념이 갖는 허상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어떻게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타자중심적 윤리로 돌아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포스트 모던적 정치사상의 입장에서 이 책이 어떻게 읽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중요한 논점들을 제공하는지를 조망한 정화열 교수의 해제를 함께 실었다.

저자소개

목차

역자 서문_김선욱
악의 평범성과 타자 중심적 윤리_정화열

독자들께 드리는 말

제1장 정의의 집
제2장 피고
제3장 유대인 문제 전문가
제4장 첫 번째 해결책
제5장 두 번째 해결책
제6장 최종 해결책
제7장 반제회의, 혹은 본디오 빌라도
제8장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의무
제9장 제국으로부터의 이송
제10장 서유럽으로부터의 이송
제11장 발칸 지역으로부터의 이송
제12장 중부 유럽으로부터의 이송
제13장 동부의 학살센터들
제14장 증거와 증언
제15장 판결, 항소, 처형

에필로그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 이진규 님 2011.08.07

    수많은 독일인들과 많은 나치스, 아마도 엄청난 수의 그들은 살인을 하지 않으려는, 도둑질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이웃이 죽음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려는, 그리고 그들로부터 이익을 취함으로써 이 모든 범죄의 공범자가 되지 않으려는 유혹을 분명히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유혹에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배워버렸다.(p226∼p227)

회원리뷰

  • 우리는 사유를 해야 한다. 악마적인 것이 우리 모두의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악마적인 것 따 따위는 원래부터 누구의 안에도...

    우리는 사유를 해야 한다. 악마적인 것이 우리 모두의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악마적인 것 따 따위는 원래부터 누구의 안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유를 해야 하는 이유는 지독한 악을 깨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그 어떤 ‘결백’한 듯 보이는 행위에도 악이 잠재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m.blog.naver.com/sm51215/222045421370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中


    유대인 학살과 강제 이주 행정을 담당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1962년에 열렸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실제로 참관한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당시 재판 과정과 아이히만을 통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설명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시사프로그램인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였다.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어디선가 주워듣긴 했지만, 정작 제대로 찾아보거나 설명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 '악의 평범성'에 대한 어렴풋한 개념을 알 수 있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이것도 책인데?) 직접 읽어보는 게 속 시원할 듯했다.


    ――――――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은 악한 행위의 반복으로 악이 곧 일상이 되어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함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상대의 고통에 대한 공감 결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판단 능력의 결여가 복합되어 악을 행하는 주체가 스스로 그 행위를 악하다고 규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이히만이야말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한나 아렌트로부터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주창할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선 아이히만의 평범함을 강조한다.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그리고 끝으로, 대법원에서 그의 항소를 들은 후 그를 정기적으로 방문한 성직자는 아이히만이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확인해 주었다."

    p.79


    "아이히만은 중간 정도 체격에 호리호리하며 중년으로, 근시에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고르지 않은 치아를 지니고 있었다."

    p.52


    이처럼 아이히만은 그럭저럭 평범한 인간이다. 재판 전, 전세계 사람들은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만큼 악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평범한 중년일뿐이었다. 더불어 아이히만의 뻔뻔한 무죄 주장은 이 재판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불러일으켰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행한 유대인 학살을 당시 나치 아래에선 합법이었으며, 자신은 그저 국가의 명령을 수행한 공무원이자 군인일뿐이라고 말한다4. 그는 자신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죄'가 아닌 '공무'로 보았으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재판 당시 가장 갸우뚱한 사람은 아이히만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죄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어야할 것이 있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건 유대인 학살을 알리고 전범자들을 재판에 넘기기 위함이 아니었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을 저지른 아이히만이 아닌, 악을 저지르고도 무죄를 주장하는 아이히만이란 인간 자체에 집중했다.


    "심판대에 오른 것은 그의 행위에 대한 것이지, 유대인의 고통이나 독일 민족 또는 인류, 심지어는 반유대주의나 인종차별주의가 아니다."

    p.52

     

    이 때문에 한나 아렌트는 책 출간 후 유대인으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이란 인간에 집중했기에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아이히만의 세가지 무능성은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이다. 이 세 가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으며, 한 가지가 결여되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끼친다. 아이히만이 본인 스스로 나치 정권 당시의 법을 따르고, 그저 명령을 받고 수행한 공무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언정, 그가 행한 유대인 학살은 명백한 '악'이다. 우선 유대인 학살이란 행위를 하고도 아이히만이 무죄를 주장하는 데에는 그들의 언어규칙이 한몫한다.


    거짓말 체계의 통상적 효과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그와 같은 사람들이 모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살상과 거짓말에 대한 그들의 오랜 ‘정상적인’ 지식과 동일시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p.150


    나치는 유대인 학살을 '최종적 해결책', '거주지 변경', 특별취급' 등의 언어규칙을 사용하였다. 해당 단어를 곧이곧대로 쓴 것이 아니라 약간의 변형을 주어 수행하는 이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서류상 문제없음을 의도했다.


    그럼에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말하는 '악의 평범성'의 결정적 부분은 아이히만의 무사유에 있다.


    "아렌트가 아이히만에 대해 사유할 능력이 없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규정..."

    p.38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p.106


    "비록 8000만 독일인이 피고처럼 행동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p.381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으로 규정한다. 아이히만의 무사유로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으며, 누구나 '악'으로 규정하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아이히만은 타인의 고통에 무능력했기에 명백한 유죄를 저질렀다.


    "그의 양심에 대해 그는 자신이 명령받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거라는 점을 완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란 수백만 명의 남녀와 아이들을 상당한 열정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죽음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p.78


    "아이히만은 신 앞에서는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다." p.74


    오히려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것에 대한 죄책감 보단, 명령 받은 일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여전히 ‘폭력을 통한 그러한 피투성이의 해결책’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의구심들이 이제는 사라지게 되었다." p.183


    “당시 나는 일종의 본디오 빌라도의 감정과 같은 것을 느꼈다. 나는 모든 죄로부터 자유롭게 느꼈기 때문이다.” p.184


    이이히만 자신은 폭력적인 피의 해결책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본인의 사상이 변하게 된 계기를 반제회의라고 말한다. 해당 회의에서 고위관직인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유대인 학살 통계와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히만은 본디오 빌라도*의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 예수 시절에 유대 지역을 다스리던 로마의 총독으로 유대인은 예수를 로마에 대한 반역자로 몰아 빌라도에게 고발했다.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확신했지만 유대인의 요구와 정치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도록 판결했는데, 이 판결 후 빌라도는 손을 물로 씻으면서 자신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



    자기합리화와 뻔뻔함이 참으로 역겹지만, 우린 그저 아이히만을 역겨워하는 데에서 그치면 안 된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에서 '평범성'이란 단어는 누구나 아이히만에 해당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무사유로부터 이어진 그른 판단과 공감 능력의 결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아이히만은 무사유와 그른 판단, 공감 능력 결여를 가진 인물이었고, 안타깝게도 그런 인물이 나치 정권의 주요 임무인 유대인 학살 및 이주를 맡았던 것이다. 이는 절대 아이히만의 전범행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엔 옳은 줄 알고, 무비판적 사고를 장착하고 명령을 수행했던 아이히만은 일제강점기의 친일파와도 같고, 오늘 날의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우린 이제 역사를 통해 과오를 알았기에,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필히 아이히만과 같은 인물의 등장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나오는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유를 하면 된다. 생각할 줄 알고, 비판적 사고를 장착하면 된다. 공감할 줄 알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면 된다. 어떤 시대에나 관통될 수 있는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막연한 두려움만 품고 어쩌지 저쩌지 하기보단,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악의 평범성'을 알았으니 행동으로 위의 방안을 옮기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를 장착하는 것이 될 것이며, 이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전례 없는 범죄였습니다. 개인이 개인에게 저지른 범죄가 아닌, 한 국가가 특정한 인종을 말살할 계획을 세...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전례 없는 범죄였습니다. 개인이 개인에게 저지른 범죄가 아닌, 한 국가가 특정한 인종을 말살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까지 한 거대하고 끔찍한 범죄. 그러한 전대미문의 범죄를 심판 하는 과정은 많은 질문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누가 이 범죄를 저질렀는가. 누가 이 범죄를 심판해야 하는가. 이것은 오직 유대인에게만 행해진 범죄인가, 아니면 인류 전체의 도덕과 존엄에 도전한 범죄인가. 궁극적으로 죄인들에게는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과, 사건에 중심에 선 남자 아이히만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히만보다는 그를 재판하는 판사들과 그들의 가진 정의에 대한 가치관에 더욱 눈길이 갔습니다. 다음은 책에 기술된 판사들의 말입니다.

    “재판장에서 판결을 내릴 때 판결문을 작성하는 판사들도 감정과 느낌을 가진, 피와 살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법에 따라 감정과 느낌을 제어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치스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이 모든 유대인을 휘젓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이러한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될 것이며, 이러한 의무를 우리는 존중할 것입니다.”

    아이히만의 재판은 예루살램에서 진행되었고, 그를 재판하는 판사들은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유대인도 홀로코스트의 수행자에 대한 재판을 주재할 자격이 없다는 공정성의 문제를 딜레마로 안고 가야 했습니다. 민족의 씻을 수 없는 고통과, 법정의 정의에 의거해 죄가 되는 것과 죄가 되지 못하는 것을 가려내야 하는 두 층위의 문제가 그들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했습니다. 책에서 언급되듯 그 과정에서 판사들은 피고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은 정의를 행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재판이 추구하는 정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의와는 다릅니다. 철저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죄의 무게를 판단하며 형별을 내리고 이후에 행해질 같은 성격의 범죄를 억제하는 것. 즉 재판의 정의는 죄인의 처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를 어떻게 판단하고 심판할지 사례를 남기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가 비록 대중의 법감정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라는 사법절차가 추구하는 정의는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정의에 대한 판단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책의 에필로그와 후기에서 볼 수 있듯 아이히만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논의는 재판이 끝난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로인해 그 시기의 사람들은 대량학살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 독일이 선조들이 저지른 죄를 아이히만의 사형 선고로 모두 청산했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는 논의들을 도출해냈습니다. 만약 그들이 아이히만의 사형이 정의를 실현했다고 여겨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다면 위와 같은 근본적인 논의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손정우 사건과 그에 대한 재판 결과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손정우라는 범죄자에게 내려진 법정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로인해 국제적으로 ‘성범죄자가 대우받는 나라’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떠안게 된 것에 큰 안타까움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다른 많은 분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판결이 내려진 지금,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분노를 그만두자는 것은 결단코 아닙니다. 분노보다는 더욱 냉정하고 첨예한 시각을 가지고 추악한 범죄자의 뒤를 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추적단 불꽃’과 ‘리셋팀’이라는 조직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조직입니다. 또한 범죄인 인도에 대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 손정우에 대한 처벌을 이끌어내고 제2의 손정우 사태를 막으려는 국회의 움직임 또한 눈여겨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정의에 대한 끈질긴 논의와 그로부터 새롭게 도출되는 인식들 그 자체일 것입니다. 이런 거시적인 움직임에 더불어 개인이 가지는 시각 또한 중요합니다. 비단 손정우와 그에게 내려진 판결이 아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통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기형적인 사회 풍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예루살램의 아이히만>은 비단 아이히만이라는 문제적인 인물을 분석하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나치가 저지른 범죄의 본질과, 법정의 시각이 아닌 시민의 시각을 통해 그것을 어떻게 정의롭게 심판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는 글이었습니다. 문제의 본질로 접근하여 보다 우리에게 근접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 <예루살램의 아이히만>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  한 챕터 한 챕터가 전부 쉽지 않았다. 아이히만에 대해 분노하다가도 의아했고, 생각하다가도 이해를 포기했다. 그가 ...

     한 챕터 한 챕터가 전부 쉽지 않았다. 아이히만에 대해 분노하다가도 의아했고, 생각하다가도 이해를 포기했다. 그가 눈으로 지켜본만큼이나 끔찍한 짓을 저지를 자이지만 그의 삶은 끔찍하지 않았고, 그 역시 끔찍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나는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무엇이 그를 공감하지 못하는,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사유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한 악의 평범성에 대해 논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우리는 깨닫지 못하는 무지함에 대해 분노한다. 그러나 이 거센 분노는 역시 알지 못하는 이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메아리처럼 되돌아올 뿐이다. 아이히만은 매우 안정적이고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따져보자면, 유년시절부터 그가 직업을 갖기 전까지는 그의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시기의 부족한 무엇인가가 그를 이렇게 무지함으로 이끌게 된 것일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과 무지함 때문에 무엇인가 계속해서 이유를 찾고 싶어진다.




    ... 경찰심문관이 물었을 때 아이히만은 이 질문을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죄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었다는 것이 아직도 너무나 확고하게 그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아이히만은, 그의 세계에서는 매우 적법했으며 하나도 그릇될 것이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세계어 떨어지게 되고 그 세계에서 잘못을 한 범죄자들을 보고 원인에 대한 고민만 한 것이 크나큰 죄라며 행동하며 나서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죄를 묻는다면 나의 옳음의 기준은 바뀔 수 있을까. 아이히만은 그만의 생각 속에서 이 같은 시선을 느꼈던 것인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유하지 않았음에 악이라하고, 너무도 평범한 무지의 모습에 경악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네 곁에 이 같은 인물이 없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을 더욱 괴롭게 만든다. 악은 더이상 특별할 것이 아니었고 너무도 쉽게 악에 근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속시원한 책은 아니었다. 다만 해당 책을 통해 나를 역시 무지의 늪에서 조금이나마 건져주었음에 감사한다. 일반 철학도서 처럼 이상을 꿈꾸고 존재와 본질에 대해 무한히 생각에 잠기면 되는 책이 아니라 힘겨운 맛이 있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더이상 환상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차가운 현실에 더할나위 없이 진지해지고 공감할 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더이상 이상을 꿈꿀 수 없었다. 남은건 생각할 수많은 것들이었고, 한나 아렌트가 남긴 문제의 이 책 뿐이다.

  • 재판 보고서로서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책을 서평하기에 앞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사실이 있...


    재판 보고서로서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책을 서평하기에 앞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에서 집행된 나치 홀로코스트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 혹은 시각을 통해 다룬 재판 보고서라는 것이다. 오늘날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라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널리 인용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악의 개념을 논한 책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며, 유대인 학살에 대한 역사적 보고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히만의 범죄를 다룬 재판 보고서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을 그의 인생사와 각종 자료들을 통해 분석하며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라는 개념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의 논리

    아렌트에 따르면 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특별히 '악마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겉보기에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악이 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으로 인해 유대인 학살이 자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아렌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그 일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상하지 않는 '무사유' 가 악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이렇게 그녀만의 관점으로 아이히만이 저지른 범죄, 즉 악의 원인을 해석하고 그가 피고로 참석했던 예루살렘 재판의 정의성을 평가한 것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악이라는 개념을 과연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반론이 제기 가능하며, 이는 이 책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비판받는 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이 유대인 공동체에 분노를 불러일으켜 출판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유대인 전체 문제와는 별개로 아렌트가 펼치는 주장의 본질과 법정에서의 아이히만이 보여주는 말과 태도를 고려하지 못한 주장이다.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은 아이히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지, 어떤 특별한 사상이나 이론을 의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전까지는 모든 범죄는 의도성을 갖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었지만 홀로코스트 전범인 아이히만을 대상으로 한 재판에서는 그러한 통설이 깨졌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아버지라도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으며, 자신은 법적으로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는 아이히만이 저지른 홀로코스트 관련 범죄가 유대인을 학살하려는 의도성을 품었다기보다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행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은 악이 평범하다는 것이 아니며 중죄를 합리화하려는 개념도 아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사회적으로 혹은 타인에게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사유 없이 자신이 보기에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제시한 것이다.

     

    아이히만의 태도를 염두한다면 악의 평범성 논리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독일 만세, 오스트리아 만세"라고 외쳤던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투어를 반복했다. 말의 무능성은 사고의 무능성으로 이어졌다. 홀로코스트라는 엄청난 범죄를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형장에 걸어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어떠한 자책이나 후회의 감정도 표하지 않았다. 그는 특별히 유대인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지도 않은, 자신의 할 일만을 충실히 한 명예욕에 가득 찬 평범한 나치 당인이었지만 그의 무사유가 궁극적으로는 한 민족을 말살하는 '악'을 초래한 것이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고 보기 어려운 아이히만의 말과 태도를 고려한다면 자신이 하는 행동의 파급력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고의 무능성이 악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평범한 사람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다.

     

    지금-여기에서의 '악의 평범성'

    자신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는 아이히만의 자기중심성이 유대인 학살이라는 악으로 이어졌다. 아이히만은 이상주의자였지만 그가 품었던 이상은 타자를 고려하지 못한 자기중심적인 이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물론 범죄 혹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악행에는 이러한 개개인의 자기중심성이 한 몫을 하지만 아렌트가 지적하듯 사회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체 사회가 유대인 인종차별주의에 물들어있었고,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독일 국민들은 스스로의 양심을 외면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절대 그들의 과오가 합리화될 수는 없지만 사회 혹은 집단 전체가 잘못되어 있다면 아무리 개인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 해도 그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히만으로 대변되는) 개개인의 본성과 선택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한다면 '악'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집단적 시스템이 얼마나 건강한지의 여부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은 비단 홀로코스트 전범들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며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N번방 사건 등 우리의 눈에는 극악무도해보이는 집단적 범죄들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가? 악행을 저지른 집단 속의 개인은 어떻게 양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양심 없이 이런 악행에 가담할 수 있는가? 인간의 어떠한 면이 이러한 '악'을 보여주며 어떻게 이러한 본성을 다룰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은 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과 생각의 의미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가진 의의가 드러난다. 아이히만 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신념과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며 그 신념이 항상 옳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악'인 홀로코스트를 돌아봄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사유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회적 공감력을 함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처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역사적 의의를 가진 책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이 책의 번역이다. 보고서 형식으로 된 400쪽짜리의 책을 매끄러운 번역 없이 읽어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이나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많은 문장들의 어순이 부자연스럽고 그 길이가 매우 길어 가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독해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교보문고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들에 올라온 서평들을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번역에 대한 불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은 독자들 중 한명으로서 바라는 것은 훗날 더 나은 번역본을 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의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이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책 자체의 의의는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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