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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에게(아침달 시집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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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7*191*10mm
ISBN-10 : 1189467062
ISBN-13 : 9791189467067
i에게(아침달 시집 9) 중고
저자 김소연 | 출판사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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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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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80910, 판형 125x190, 쪽수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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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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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도 애틋한 언어로 사물의 실존과 사유의 심부를 밝혀온 김소연이 다섯 번째 시집 『i에게』를 출간했다. 2013년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으로부터 5년 만이다. 1993년 등단 이후 여러 권의 시집을 내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고히 한 김소연이 신생 출판사 아침달에서 신간을 펴내는 일은, 늘 씩씩하게 낯선 곳으로 향해 움직이는 그의 시적 행보와도 닮아 있다. 38편의 시와 시인 유희경의 발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우리’라는 주어의 배면을 살핀다. 유희경이 “순한 말을 참 날카롭게도 벼려 놓았”다고 표현한, 가깝고도 먼 간격을 가진 단어들이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시작된 우리의 처음과 끝 사이에 놓인다. 표정은 숨기면서도 곁에는 있고 싶어 서로의 뒤쪽에 있으려 하는 우리의 시간들이 펼쳐진다.

저자소개

목차

Ⅰ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다른 이야기
코핀 베이
경배
손아귀
바깥
누군가
꿈에서처럼
편향나무
출구
냉장고의 나날들
사갈시
기나긴 복도
i에게
쉐프렐라

Ⅱ 동그란 보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노는 동안
동그란 흙
우산
너머의 여름
있다
뭇국
유쾌한 얼굴
남은 시간
새장
돌이 말할 때까지
지금은 없는 피아노 위에
스웨터의 나날

Ⅲ Mean Time Between Failures 평균 고장 간격
가방 같은 방
제로
너의 포인세티아
관족
밀고
과수원
우리 바깥의 우리
내 방에서 하는 연설
MTBF
방법들
대개
유월 오후의 우유

발문 | 잠잠이 이야기―유희경

책 속으로

책 속에서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백 년은 살아야겠지 미치지 않고서 그럴 자신이 있겠니 ―「편향나무」 부분 어느 과학자는 태양의 흑점을 너무 오래 쳐다보았다고 했다 무려 25초 동안이나 그래서 눈이 멀었다고 했다 그래도 좋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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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백 년은 살아야겠지 미치지 않고서 그럴 자신이 있겠니 ―「편향나무」 부분 어느 과학자는 태양의 흑점을 너무 오래 쳐다보았다고 했다 무려 25초 동안이나 그래서 눈이 멀었다고 했다 그래도 좋았다고 했다 ―「사갈시」 부분 유충을 박멸해야 목화가 자란다 들끓는 것들을 제거해야 소원을 이루는 무더운 여름의 무서움에 대해 생각한다 ―「너머의 여름」 부분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들과 우정을 나눌 차례가 왔고 아침이 왔다 주워온 조약돌 하나를 꺼내어 마주했다 돌이 말을 할 때까지 ―「돌이 말할 때까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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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만난 우리의 바깥을 이야기하다 서늘하고도 애틋한 언어로 사물의 실존과 사유의 심부를 밝혀온 김소연이 다섯 번째 시집 『i에게』를 출간했다. 2013년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으로부터 5년 만이다.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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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만난 우리의 바깥을 이야기하다 서늘하고도 애틋한 언어로 사물의 실존과 사유의 심부를 밝혀온 김소연이 다섯 번째 시집 『i에게』를 출간했다. 2013년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으로부터 5년 만이다. 1993년 등단 이후 여러 권의 시집을 내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고히 한 김소연이 신생 출판사 아침달에서 신간을 펴내는 일은, 늘 씩씩하게 낯선 곳으로 향해 움직이는 그의 시적 행보와도 닮아 있다. 38편의 시와 시인 유희경의 발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우리’라는 주어의 배면을 살핀다. 유희경이 “순한 말을 참 날카롭게도 벼려 놓았”다고 표현한, 가깝고도 먼 간격을 가진 단어들이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시작된 우리의 처음과 끝 사이에 놓인다. 표정은 숨기면서도 곁에는 있고 싶어 서로의 뒤쪽에 있으려 하는 우리의 시간들이 펼쳐진다. 김소연의 시가 언제나 그랬듯이 그 말들은 요란하거나 성급하지 않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시인”(유희경) 김소연은 이번 시집에서도 마음의 깊은 곳이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 조약돌 앞에서 “돌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없는 당신의, 없는 팔베개 속에서 느껴지는 혼자라는 감각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시집은 “우리를 우리라고 불렀던/마지막 시간이” 끝나는 곳으로 흘러간다. 시집이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처음 만났던 날이 처음 만났던 날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시간을 경험한다. 우리는 처음 만났던 날 그곳에서 “손을 꼭 잡은 채로 영원히 삭아”가는 모습이 된다. 처음 만났던 날에 너는 매일매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어떤 용기를 내어 서로 손을 잡았는지 손을 꼭 잡고 혹한의 공원에 앉아 밤을 지샜는지. 나는 다소곳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가 우리를 우리를 되뇌고 되뇌며 그때의 표정이 되어서. 나는 언제고 듣고 또 들었다. 곰을 무서워하면서도 곰인형을 안고 좋아했듯이. (…) ―「다른 이야기」 부분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은 아마도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가 아니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가 아니게 된다.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마다 우리는 점점 닳아 사라진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을 겪거나, 혹은 그저 시간이 흐르는 탓에. 결국 언젠가는 이렇게 말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당신과 친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신에 대해 아주 잘 알았습니다. 열 손가락에 각인된 지문을 살펴보며 낄낄댔던 장면이 기억나요. 실은 그것만 기억이 납니다. 당신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못 믿겠어요.” 우리가 언제까지나 우리일 수는 없다는 단순한 진리는 시의 옷을 입고 더 진리에 가까운 모습으로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다. 선연하고 낯선 감각, 그 ‘혼자인 감각’이 아니고서야 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를 감각하면서, 혼자를 감각한 뒤에야 혼자인 나는 소리 없이 웃을 수 있다. “없는 나무 그늘 속에 앉아, 없는 당신의, 없는 팔베개 속에서.” 공포를 아는 얼굴이 되어갈 때 모든 게 끔찍한데 가장 끔찍한 게 너라는 사실 때문에 너는 누워 잠을 자버리지 다음 생애에 깨어날 수 있도록 ―「경배」 부분 살아가면서 우리는 온갖 두려움과 맞닥뜨린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혼자가 되는 두려움, 성장에 대한 두려움, 차별에 대한 두려움, 진실을 마주하는 두려움, 생존 위협에 따른 두려움…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일이 두려움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소연의 이번 시집에는 두려움, 공포와 죽음을 환기하는 말과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들끓는 것들을 제거해야 소원을 이루는/무더운 여름의 무서움”에 대해, “버려지면 좋았을 내가 남몰래 조금씩 미쳐”가는 일에 대해, “사나운 꿈”이 “이마를 열어젖히는” 일에 대해, “해일처럼 거대하고 끔찍한 내가” 나를 덮쳐오길 기다리는 일에 대해 김소연은 쓰고 있다. 그러한 끔찍함에 대한 인식들은 김소연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와 맞물려 한층 더 무서운 것들로 변모한다. 하지만 한편 김소연은 그러한 두려움들을 피하거나 진정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소연은 “귀여운 병아리들이 무서운 닭이 되어 제멋대로 마당을 뛰어다니다 도살”되는 풍경을 “좋았다”의 직유로 사용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김소연은 말한다. “공포를 아는 얼굴”이 “가장 원하던 얼굴”이라고. 그러한 의미에서 김소연은 무서운 것들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귀한 미감을 가진 시인이다. 마침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아름다움을 다하여 나는 시를 쓰는 중이다./죽이는 소리에 죽는 소리를 입혀서.”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 대하여 『i에게』의 뒤편에는 후배 시인 유희경이 쓴 「잠잠이 이야기」라는 발문이 실려 있다. 유희경이 보고 겪은 김소연의 초상 스케치 및 유년 시절부터 등단 이후 오늘날까지의 연보를 겸하는 글이다. 유희경이 바라본 김소연은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또한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우리가 이따금 모습을 바꾸는 와중에도 여전히 시인인 사람이다. 가까운 후배가 쓴 애정 어린 산문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 김소연의 일면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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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서평] i에게 _ 김소연 | ba**eerah | 2019.01.1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그 언젠가, 김소연 님의 <시옷의 세계>를 읽으려고 시도했던 적이...

     

     

     

     

    그 언젠가, 김소연 님의 <시옷의 세계>를 읽으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 내 마음의 상태가 어땠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글을 읽는 게 아니라 글자 자체로만 읽고 발음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도서관에서 빌렸던 그 책을 얼마 읽지 못하고 반납을 했었다. 아마 네 장 남짓 읽었겠지, 싶다. 시집을 읽고 싶은 건지, 시집을 읽는 척을 하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 정말 시를 읽어봐야지 - 생각했던 시기가 2018년 하반기였다. 시기적절하게 어느 날 블로그 이웃님의 글에서 김소연 님의 에게>라는 시집을 알게 되었다.

     

     

     

     

     

     

     

    시집 에게> 속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시를,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내가 시를 이렇게 오래도록 마주했던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는 1월의 며칠 동안 시를 반복해서 읽으며 나를 잃었고, 나를 잊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꺼내고, 너를 꺼내고, 우리를 꺼내고, 그러다가 다시 넣고... 그럴 리 없겠지만 닳아서 없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별나게 나는 많은 것들을 꺼내어 돌보고 닦았고 다시 넣는 행위들을 반복했다.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괴이한 감정이었다.

     

     

     

     

     

     

     

    <다른 이야기>

     

     

     

     

     

    처음 만났던 날에 대해 너는 매일매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어떤 용기를 내어 서로 손을 잡았는지 손을 꼭 잡고 혹한의 공원의 앉아 밤을 지샜는지. 나는 다소곳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가 우리를 우리를 되뇌고 되뇌며 그때의 표정이 되어서. 나는 언제고 듣고 또 들었다. 곰을 무서워하면서도 곰인형을 안고 좋아했듯이. 그 얘기가 좋았다. 그 얘기를 하는 그 표정이 좋았다. 그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좋았다. 그날의 이야기에 그날이 감금되는 게 좋았다. 그날을 여기에 데려다 놓느라 오늘이 한없이 보류되고 내일이 한없이 도래하지 않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그리하여 우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게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처음 만났던 날로부터 그렇게나 멀리 떠나가는 게 좋았다. 귀여운 병아리들이 무서운 닭이 되어 제멋대로 마당을 뛰어다니다 도살되는 것처럼. 그날의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마다 우리가 없어져 버리는 게 좋았다. 먹다 남은 케이크처럼 바글대는 불개미처럼. 그날의 이야기가 처음 만났던 날을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게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아직도 혹한의 공원에 앉아 떨고 있을 것이 좋았다. 우리가 그곳에서 손을 꼭 잡은 채로 영원히 삭아갈 것이 좋았다.

     

     

     

     

     

     

     

     

     

     

    <경배>

     

     

     

     

     

    나쁜 짓을 이제는 하지 않아

     

    나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지

     

     

     

    (...)

     

     

     

    병이 멈추었니

    비명이 사라졌니

     

     

     

    나의 병으로 너의 병을 만들던 짓을 더 해주길 바라니

    예의를 다해 평범해지는 일을 너는 경배하게 된 거니

     

     

     

    (...)

     

     

     

    모든 게 끔찍한데

    가장 끔찍한 게 너라는 사실 때문에

    너는 누워 잠을 자버리지

    다음 생에 깨어날 수 있도록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모든 것에 익숙해져버렸지

    익숙해져버린 나를 적응하지 못한 채 절절매지

    젓가락을 들어 올려

    전을 다 먹을 뿐

     

     

    만약 이 세상이 대답이었던 것이라면

    그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더 강하고 더 짙은 이 부추였을까

    병이 멈추어버린 병은 어떻게 아픈 척을 해야 할까

     

     

     

     

     

     

     

     

    <우리 바깥의 우리>

     

     

     

    -이제 전부 죄인이 되었는데 앞으로 벌은 누구에게 받나

     

    추위 때문에 소름이 돋는 건지

    소름이 돋기 때문에 춥다고 느끼는 건지

     

    (내가 알던 나에 대한 (내가 알던 나에 대한 (내가 알던 너에 대한) 내가 알던 나에 대한) 내가 알던 나에 대한)

     

    우리 바깥에는 우리가

    우리로부터 바깥으로 우리에게로

    우리 바깥의 우리를

     

     

     

     

     

     

     

     

    <방법들>

     

     

     

    방법들을 읽으며 픽 - 웃었다. 너무 그럴싸해서.

     

     

     

     

     

     

     

     

     

     

     

     

     

    <바깥>

     

     

     

    얼굴은 어째서 사람의 바깥이 되어버렸을까

     

    창문에 낀 성에 같은 표정을 짓고

    당신은 당신의 얼굴에게 안부를 물었다

     

    안에 있어도

    바깥에 있는 것 같아 바깥으로 나와버릴 때마다

    안쪽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당신은 다시 잠이 들었다

    얼굴을 벗어

    창문 바깥에 어른대던 저 나뭇가지에다

    걸어둔 채로

     

    당신의 바깥은 이제 당신의 얼굴을 쓰고 있다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당신의 방을 밤새

     

    부수고 있다

     

     

     

     

     

    <i에게>

     

     

    밥만 먹어도 내가 참 모질다고 느껴진다 너는 어떠니.

     

     

     

     

     

     

     

    <편향나무>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백년은 살아야겠지

    미치지 않고서 그럴 자신이 있겠니

     

    용기라는 말을 자주 쓰는 자는 모두 비겁한 사람이 되었다

    내 생각을 나보다 더 잘 읽는 자는 모두 적이 되어 있었다

    아침마다 나는 고쳐 말하고만 싶었고

     

    작년의 감이 새까맣게 매달려 있는 사월의 감나무를

    빨랫줄을 꽉 물고 있는 빨래집게들을

     

    등에 난 흉터를

    아까 본 그 사람을

    거북이처럼 걷던 그 사람을

    거북이는 등이 있어서 다행이고

     

    같은 맥락에서

    거북이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다행이고

     

    배낭을 메고 내가 나를 거듭 떠났다

    나를 배웅하기 위하여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났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곳으로 가서

     

    얼굴을 버리고 돌아와 얌전하게

    생활을 거머쥐는 나에게로 벚꽃잎들이 달라붙을 때

    얇이라는 말을 깊이 생각했다

     

    자기자신이 자기자신에게 가장 거대한 흉터라는 걸 알아챈다면

    진짜로 미칠 수 있겠니

     

     

     

     

     

     

     

    고작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이라 조금 속단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김소연 시인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시를 읽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내가, 참 오래도 시인의 시들을 하나하나 고이 끌어안고 있었다. 난 아마 앞으로 시인의 시에 조금 더 깊숙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만 같다. 다 읽어두고도 아직 반납을 못했는데, 다시 한 번 스-윽 훑어보고 반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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