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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새책수준 ☞ 서고위치:gu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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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32020000
ISBN-13 : 9788932020006
바람이 분다 가라 /새책수준 ☞ 서고위치:gu 3 중고
저자 한강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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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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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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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 위에서 살아가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네 번째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나직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과 시정 어린 문체로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삶의 진실을 탐문해온 작가 한강이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간절하게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촉망 받던 한 여자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중심으로, 각자가 믿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새벽의 미시령 고개에서 40년이란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일어난 두 차례의 사고,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인물들의 내밀한 사연과 진실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저자소개

저자 : 한강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상문학상(2005) 오늘의 젊은예술가상(2000) 한국소설문학상(1999)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내 여자의 열매'(2000)와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그대의 차가운 손'(2002) '채식주의자'(2007), 그리고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2007)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2009, 개정판) 등이 있다.

목차

1 450킬로미터
2 플랑크의 시간
3 먹은 붉고 피는 검다
4 마그마의 바다
5 검은 하늘의 패러독스
6 달의 뒷면
7 얼음 화산
8 처음의 빛
9 파란 돌
10 바람이 분다, 가라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이런 바람이 불면 말이야. 이만큼의 습기를 품은 바람이, 이만큼의 세기로 불면 말이야…… 혈관 속으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져. 모든 것이 커다란 전체로 느껴져. 언제고 내 다리를…… 단박에 목숨까지 꿰뚫을 수 있는 삶을 지금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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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람이 불면 말이야.
이만큼의 습기를 품은 바람이, 이만큼의 세기로 불면 말이야……
혈관 속으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져. 모든 것이 커다란 전체로
느껴져. 언제고 내 다리를…… 단박에 목숨까지 꿰뚫을 수 있는 삶을 지금
살아내고 있다는 게, 무섭도록 분명하게 느껴져.“
- 본문에서

어두워지기 전에, 하얗게 얼어붙은 강을 전철로 건넜다. 강의 가운데는 얼지 않아서, 얼음 가장자리에 물살이 퍼렇게 빛났다. 이제 정말 이 소설이 내 손을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네 번의 겨울을 이 소설과 함께 보냈다. 바람과 얼음, 붉게 튼 주먹의 계절. 이 소설 때문에, 여름에도 몸 여기저기 살얼음이 박힌 느낌이었다. 때로 이 소설을 내려놓고 서성였던 시간, 뒤척였던 시간, 어떻게든 부숴야 할 것을 부수며 나아가려던 시간 들을 이제는 돌아보지 말아야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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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날 새벽 폭설이 그 모든 흔적을 덮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간절하게 숨 쉬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 1994년 등단한 이래, 나직하지만 힘 있는 문장과 시정 어린 문체로 안온한 일상에 잠재해 있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삶의 진실을 줄...

[출판사서평 더 보기]

“그날 새벽 폭설이 그 모든 흔적을 덮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간절하게 숨 쉬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


1994년 등단한 이래, 나직하지만 힘 있는 문장과 시정 어린 문체로 안온한 일상에 잠재해 있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삶의 진실을 줄기차게 탐문해온 작가 한강이 자신의 네번째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 2010)를 펴냈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작가가 2005년 가을 무렵부터 구상에 들어가 계간 『문학과사회』에 2007년 가을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일 년 반 동안 이야기의 중반을 연재했고, 다시 일 년 남짓의 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새로 고쳐 완성한 것으로 무려 4년 6개월여의 긴 시간이 투여된 작품이다. 촉망 받던 한 여자 화가의 의문에 싸인 죽음을 두고, 각자가 믿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마치 격렬한 투쟁을 치르듯 온몸으로 부딪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400여 페이지에 걸쳐 전개된다. 새벽의 미시령 고개에서 사십 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난 두 차례의 자동차 사고, 그리고 그에 얽힌 인물들의 내밀한 사연이 진실을 캐묻는 화자 이정희의 기억과 힘겨운 행보를 따라 전개된다.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 시간의 복잡한 흐름까지 계속해서 충돌하고 부딪치면서 격렬한 숨과 서사의 파동으로 꿈틀대는 『바람이 분다, 가라』를 통해 작가는 질문한다. 매 순간 흔들리고 번민하는 삶의 날카로운 경계 위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살아내는 것으로 진실한 빛을 얻을 수 있는가, 과연.
한강은 작품 출간 즈음에 있은 한 인터뷰에서 “소설의 방식을 부수면서, 동시에 소설의 육체를 가진 소설”(<이 작가: 한강-작가 인터뷰>, 『문학과사회』 2010년 봄호, p. 341)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뿐 아니라 생의 기원,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 기억의 전유와 그것의 재구성, 우리 안의 광기와 어두운 욕망의 정체, 삶에의 강렬한 의지, 자연과 예술을 대하는 곡진한 시선 등 그간 작가 한강의 문학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져왔던 요체들이 이번 장편에서 함께 녹아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다.

2005년 가을 무렵, 작가는 우연히 ‘breath fighting’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의식불명의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쓰고 있다가 갑자기 스스로 숨을 쉬면서 벌어지는 충돌을 일컫는 이 용어에서 작가는 호흡기를 쓴 채 숨과 싸우는 어떤 여자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떠올리고 그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리하여 작가가 네 번의 차디찬 겨울을 나며 쓰게 된 장편이 『바람이 분다, 가라』다. 어지럽게 뒤얽힌 지하철 노선처럼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의식을 좇다 보면, 그리고 깊이 모를 우주의 신비와 생의 기원을 전하는 천체 물리학과 압도적인 이미지로 인물들(이정희-이동주-서인주)의 내면을 지배하는 먹그림들 사이를 배회하다 보면 비로소 작가의 숨가쁜 호흡이 닿는 지점에 이른다. 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 위에 선 채 지독한 번민과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순간들, 숨과 숨이 맞부딪치는 팽팽한 긴장의 순간들로 점철된 것이 삶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이정희와 서인주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수유리, 같은 골목의 친구 사이다. 단거리 육상 선수였던 서인주는 병약한 외삼촌(이동주)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우주의 비밀과 과학적 탐문에 관심이 많았던 외삼촌은 이합 한지에 거대한 먹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 인주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갔던 날, 별과 우주, 생의 기원, 먹을 입힌 그림 등에 매혹된 이정희는 이후 자주 그 집에 드나들게 되고, 천체 물리학 책을 탐독하고 외삼촌의 지도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그와의 애틋한 사랑도 키워간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지병을 앓고 있던 외삼촌은 죽음을 맞고 급기야 인주는 장대높이뛰기를 하다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채 육상을 그만두게 되고 이후 긴 시간, 외부와 단절된 삶을 택한다. 인주가 다시 정희에게 연락을 해왔을 때, 인주는 이미 삼촌의 화법을 따라 먹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후 서인주는 정선규라는 남자를 만나 아들 민서를 낳았지만 이혼 후 아이와 단둘이 살면서 고된 그림 작업에 매달리고, 죽은 외삼촌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온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이정희는 그를 닮은 K를 만나 세 번의 아이를 지우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역시 평탄치 않은 삶을 이어간다. 한동안 인주와 민서, 그리고 정희가 함께하는 아프지만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돌연 소식이 끊긴 인주,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겨울의 새벽길, 폭설에 묻힌 미시령 고개의 자동차 사고로 인한 인주의 죽음이다. 사랑했지만 가족으로도 연인으로도 나설 수 없었던 외삼촌의 죽음과 친구의 잠적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이정희는 갑작스런 친구 서인주의 죽음 앞에서 또다시 무력하게 선 채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 후 어두운 열기를 잠재운 채 불규칙한 번역 일로 생계를 꾸리며 침묵과 고요로 가라앉아 있는 정희의 일상에 어느 날 뜨거운 불이 점화되는 상황이 닥친다. 일 년 전 겨울의 폭설 속 미시령에서 돌연한 죽음을 맞은 인주에 대한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글을 쓴 미술평론가 강석원은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하고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한 젊은 여성 화가의 죽음을 신화화하고자 그녀의 인생과 그림을 낱낱이 밝히는 중이다. 그러나 삶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고 아들 민서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결단코 스스로 생을 포기할 수 사람이 인주였기에 이정희는 강석원의 책 출간을 막고 인주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 헤맨다. 『바람이 분다, 가라』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다시 시작된다. 서인주를 사랑했고 그녀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 미술평론가 강석원의 심리적 물리적 폭압에 맞서 이정희는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재혼하여 아들 민서를 데리고 호주로 이민을 간 인주의 전남편 정선규에게 답신 없는 메일을 보내고, 인주의 그림을 전시하고 소개했던 화랑과 갤러리의 소장, 미술학원 원장, 그리고 예술적 교유와 더불어 내밀한 개인적 아픔까지 내보였던 조각가 김영신 등을 만나 자신에게마저 소식을 끊고 살았던 죽기 직전의 인주의 행적을 탐문해간다. 그리고 인주와 남겨진 아들 민서에게도 거짓과 상처가 될 강석원의 평전 작업에 맞서 인주에 대해 정희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자 한다. 강석원의 집요한 추궁과 회유, 그리고 폭력 속에 인주와 외삼촌의 그림과 자료가 남겨진 작업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사진 한 장과 그 뒤에 적힌 암호 같은 메모에 의지해 이정희는 상담소 소장 류인섭의 존재를 알게 된다. 류인섭은 사십 년 전, 역시 알코올 중독과 분열 증세로 결국 생을 마감한 인주의 모친 이동선을 만나 사랑했던 남자다. 죽기 직전 류인섭이 정희에게 편지를 남겨, 비로소 미시령 고개에서의 돌연한 인주의 죽음, 죽기 직전까지 인주가 몰두했던 먹그림, 그날 새벽 인주가 폭설의 미시령 고개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인주도 외삼촌도 암묵적으로 발설하지 않았던 인주의 엄마 이동선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를 전한다. 이 모든 사실을 접하게 된 정희는 인주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는 데 박차를 가하지만, 서인주에 대한 애증과 친구 이상의 존재인 이정희에 대한 질투, 그리고 서인주의 생을 신격화하는 데 모든 것을 내건 자신의 열정에 미쳐 있는 강석원은 정희에게 테러를 가하고 남은 그림과 자료를 화재로 인멸하기에 이른다.

인체의 모세혈관처럼 세밀한 조직을 갖고 있는 한지에 검푸른 먹선이 물과 반발하는 힘으로 뻗어 나아가는 것처럼 한강은 나직하지만 근기 있는 호흡과 문장으로 미세한 숨결로 생을 이어가는 인물들을 껴안고 있다. 그들은 450킬로미터의 대기권 안, 지구라는 곳에서 “납작함 속에서 치열하게, 납작함 속에서 안이하게, 납작함 속에서 웃고 말하고 병들고 춤춘다”(p.39). 그런 그들은 욕하고 상처 입고 욕망하는 그들 모두 “오랜 혼돈이 갈라지고 천지가 창조되는 짧은 시간, 우주는 급팽창하고 물질이 생성”(p.44)되는 ‘플랑크의 시간’이라 불리는 찰나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풍화되는 대지와 마르는 강물, 저 짙은 어둠 속에서 폭발하는 별들이 한데 용솟음치는 혼돈 속에서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탐문하는 한강은 그 질문을 오롯이 우리의 현재의 삶에 기울인다. 그 경사는 오래고 아프고 또한 격렬하다. 마치 소설의 말미에 손과 발이 자유롭지 못한 채로 “살고 싶다, 살고 싶다”는 강렬한 삶에의 의지 하나로, 바닥을 기어 화염 속을 뚫고 힘겹게 생의 틈을 좇아 나아가는 이정희의 몸부림처럼. 또한 한강이 등단 이후 16년여 동안 자신의 작품에서 구현하고 완성해낸 정제된 언어와 문체 미학은 이번 소설에서도 변함없이 독자의 눈길을 잡아끈다. “모든 언어가 단 하나의 단어로 압축된다면, 그런 단어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입술을 열어 그걸 발음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p.122)라는 대목 역시 그런 작가의 오랜 궁구와 닿아 있다. 소설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이탤릭체도 등장인물의 깊이 모를 심연, 불안과 두려움, 외부의 폭압에 대한 거센 항거, 삶에의 강렬한 희구를 그대로 반영한다.

***

통증은 모든 곳에 있다. 격렬하다. 존재의 통각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깊은 심연으로부터 절실하다. 존재의 고통과 불안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나약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웅숭깊다. 나약하지만 눈 밝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달의 뒷면을 보고, 처음의 빛을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격렬한 혼돈 속에서 빚어지는 처음의 빛은 너무나 환해서 그것을 보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 막히게 하기 십상이다. 긴장감 넘치는 숨결로 작가 한강은 질문한다. 우리 과연 숨 쉴 만한가. 우리 정녕 안녕한가. 우리 진정 진실한가. 세속과 세속적 이야기의 타락을 거슬러, 한강은 오로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그래서 가장 감동적인 소설 한 편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21세기에도 진정한 소설의 바람이 분다. 우찬제(문학평론가)

작가 한강은 과거의 경험이 현존의 뿌리라면, 그 뿌리의 어둠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새로운 가능성의 빛은 삶의 의지를 밝혀 바람의 숨을 뿌리의 바닥으로 불어넣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화염을 뚫고 기어 나오는 몸의 형상은 심원한 고통의 현현을 넘어 가시지 않는 감동의 여진을 남긴다. 강계숙(문학평론가)

『바람이 분다, 가라』는 집요한 ‘탐정’이 이끄는 미스터리이자, 두 여자가 나눈 사랑의 역사다. 풀잎 같은 인물들이 피 흘리며 전투를 벌이는 이 이야기의 동력은, 타인의 삶이 그린 궤적에 자신의 그것을 포개어 놓으려는 우리 안의 이상한 갈망이다. 여러 시제의 기억과 사색을 그러모은 다음 산산이 흩뿌리는 한강의 문체는 전에 없이 안으로부터 파열하려는 욕망으로 떨려 읽는 이의 몸을 긴장시킨다. 김혜리(『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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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밀도 높은 문장과 이야기. | ch**of | 2014.04.0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문장이 빽빽하다. 직유와 은유, 생각지도 못했던 형용사, 수식들이 밀도 높게 차있다. '삼촌의 책장에서 빌려간 딱딱한...
    문장이 빽빽하다. 직유와 은유, 생각지도 못했던 형용사, 수식들이 밀도 높게 차있다. '삼촌의 책장에서 빌려간 딱딱한 책들을 건빵처럼 입속에서 불려 읽던 그 가을'(p.70)같은 문장들이 그렇다(정신의 발돋움에 대한 묘사가 이렇게 쓸쓸하고 그리울 수 있다니). 이야기 역시 켜켜이 쌓여있다. 정희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깊게 교감한 친구 인주의 죽음을 파헤치는 동안, 인주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겹씩 드러난다. 묵직한 그릇 속에 담긴 무거운 알맹이를 천천히 읽으면서, 나는 사람이 사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강렬한 감정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생각했다.
  •   한강이 쓴 작품들은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마다 작가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한강이라는 작가를 ...
     
    한강이 쓴 작품들은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마다 작가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희랍어 시간>이라는 소설에 대한 평이 좋게 올라 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읽게 된 여행관련 에세이에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읽게 된 소설이 <희랍어 시간>이고, 그 소설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 한강이 쓴 동화 <붉은꽃 이야기>와 <눈물 상자>이다.
    동화 역시 읽은 후에 가슴 속에 깊은 여운이 남겨 졌기에 또 다른 작품인 <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라는 산문집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은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노래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담겨 있었고, CD까지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한강은 2005년에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몽고반점>이란 소설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몽고반점>도 읽기는 했을텐데, 내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 않다.
    책 속에 담겨진 작가의 사진을 보면 느낄 수 있듯이, 그녀의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의 글들이 많은데, 그런 점이 그동안 내 마음을 끌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이전에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문체의 소설이다.
    한강은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인터뷰를 통해서 "소설의 방식을 부수면서, 동시에 소설의 육체를 가진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가 의도했던 소설의 방식을 벗어난 그런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에 내가 알고 있던 소설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들을 느끼게 된다.
    우선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의 대화내용이 대화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도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날 접하게 되는 단짝 친구 인주에 관한 기사이다. 그 기사에는 인주의 삼촌이 그린 먹그림이 인주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미시령 고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죽음이 자살로 소개된다.
    인주에 관한 모든 것을 가진 강석원이란 미술 평론가에 의해서 인주에 관한 평전의 출간과 유고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희는 인주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는 강석원의 실체와 그가 꾸미는 일들을 밝히려고 한다.
    강석원은 인주가 남긴 모든 걸 가진 자, 그림들을, 기록들을, 체취까지 가진 자이다.
    인주의 작업실이었던 곳에서 밤에는 광인처럼 밤을 지새우는, 명징한 논리로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는 자, 인주의 삶을 신파극으로 만들려고 하는 자이다.
    강석원의 눈을 피해서 인주의 작업실에서 가져온 사진 뒷면에 희미하게 씌여진 글씨을 토대로 또 다른 사실을 밝혀 나간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정희와 인주와 인주 삼촌 동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그 세사람의 마음 속의 상처들을 더듬어 간다.
    서로 가지고 있는 고통은 다르지만, 그 깊이는 그 누구의 상처가 더 깊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아픔들을 간직하고 있는 세 사람, 그 아픔은 그들의 이후의 삶에도 족쇄처럼 따라 다니면서 그들을 억매이게 하는 것이다.
    " 내가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예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썩어 가는 곳도 거기예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 (p. 219)
    사진에서 발견한 희미한 글씨의 뜻을 찾아가다가 알게 되는 인물인 류인섭. 그의 사무실에서 보게되는 미시령 사진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인주의 가족사를, 그리고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인주의 엄마가 겪은 고통이 무엇이었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훗날 어떻게 얽히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들의 내막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정희에 의해서 밝혀지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다시 쓰기를 거듭하면서 4년 6개월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작가가 자신의 열과 성을 바쳐서 쓴 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 <희랍어 시간>이란 소설에서도 나오는 장면들이 여러 장면 겹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의 등장, 그리고 등장인물 중의 한 여인이 다리를 절고 있다는 설정이 겹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읽었던 부분들이 나중에 어떤 의미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기에 한 번 읽고서는 이 소설을 읽었다고 이야기하기가 좀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한강은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또다른 새로운 면이 발견되는 작가이다.
  • 한강의 소설은 이따금 뒷통수를 치는 당혹감으로 다가온다. 처음 그녀의 소설을 이상문학상집에서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의 깊이만큼, 아니 그보다 좀 더 진하게 그녀의 장편 소설은 내게로 왔다. 그녀의 소설이 얼마 전 영화로 나왔을 때에도(‘채식주의자’라는 강렬한 임팩트의 영화) 챙겨봤으리만큼 그녀의 소설은 나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
    한강의 소설은 이따금 뒷통수를 치는 당혹감으로 다가온다. 처음 그녀의 소설을 이상문학상집에서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의 깊이만큼, 아니 그보다 좀 더 진하게 그녀의 장편 소설은 내게로 왔다. 그녀의 소설이 얼마 전 영화로 나왔을 때에도(‘채식주의자’라는 강렬한 임팩트의 영화) 챙겨봤으리만큼 그녀의 소설은 나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이야기 중반을 넘어서는 가운데서도 뭔가 갈피를 잡기 어려운 데가 있었다. 이른 나이에 자살해버린 아까운 천재 화가 인주의 죽음을 둘러싼 그녀의 친구 ‘나’와 그런 ‘나’를 경계하는 서인주 평전을 준비 중인 강석원과의 갈등이 바로 시작이다. 친구인 정희, 즉 ‘나’는 자살을 했다는 인주가 그럴 사람이 아님을, 그녀가 남긴 유고작품이 모두 단순한 그녀의 창작물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 사실 자체를 알고 있음에도 뭔가를 숨기고 유고전과 책을 준비하는 강석원 사이에 살기마저 느껴진다. 갈등은 폭발적이지 않다. 고요하고 내밀한, 그들의 신경전으로 깨진 유리잔 끝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는 더 이상 세상에 남아 입을 열지 않는 서인주와 그들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 것일까. 명확하지 않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하지만 그래선지 더욱 날이 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 바람이 부는 그녀의 소설 한가운데에 발을 디밀었다. 그동안 그녀의 기이한 이야기들(아내가 식물이 되어가고 있다던가 하는 류의)을 즐거운 마음으로 관망하는 독자의 자세를 지녔다면 이번 작품은 수사관처럼 이야기 속으로 파고들어야 했으며, 조각난 퍼즐을 적극적으로 맞추지 않으면 안 될 터였다.
     
    인주와 ‘나(정희)’는 인주가 그림을 그리기 훨씬 전부터 운명의 연결고리가 엮어 있었다. 그것은 심상한 바람처럼 소녀들의 웃음을 날리는 화원의 꽃들처럼 자연스럽게 빛나는 데가 있었다. 외삼촌에게 친구를 데려간다고 했는데 한명도 데려가지 못하면 외삼촌이 너무 걱정하실 거라며, 어머니를 돕느라 매번 지각을 하는 ‘나’에게 집 초대를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될수록 친구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를 안다. 하지만 이따금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쉽게 친구를 만들던가. 어린 소녀들에게 서로의 손을 내밀게 하는 데는 단3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서로의 눈을 보며 웃을 수 있는 3초의 시간.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른 이에게 손 내미는 시간은 3년을 넘어서도 어렵다. 눈을 보지 않고 그네의 재력과 환경과 사는 곳과 학력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높이뛰기 선수로 하늘을 나는 인주의 햇살 가득한 바람같은 웃음은 둘을 오랜 시간 함께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외삼촌 이동주를 만난다.
     
    조각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서인주를 쫓는 강석원, 강석원을 쫓는 이정희, 그리고 서인주와 이정희를 이어주는 이동주. 이렇게 조각은 맞춰지는 듯하면서도 좀 더 세밀하게 나뉜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조각들 스스로 빈 곳과 튀어나온 곳을 짜여 맞춰가며 서로가 서로를 등에 진 아픈 지난 날을 상기시키고 있다. 혈우병을 앓고 있던 노총각 이동주가 자신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며 함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던 정희에게 몸까지 공유하게 되었지만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하고 죽게 되자 외톨이가 된 인주는 스산한 바람이 되었다. 엄마가 없어도 다정다감한 외삼촌이 있었기에 훈기를 내뿜을 수 있었던 인주의 바람은 거칠고 어둡고 추워졌다.
     
    사람은 사람에게 그런 존재인 것 같다. 그 사람의 온기를 나눌 수 있을 때 그 온기 자체로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그냥 우리가 되는 그 놀라운 따뜻함. 세상을 보는 눈이 두 사람 이상의 것일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주가 그린 수묵화들이 그러했다. 묵을 농담을 조절하여 그림을 그리고 수분에서 수시간, 몇날 며칠에 걸쳐 온도와 습도에 맞춰 물을 뿌려 묵을 나아가게 하여 완성하는 그의 그림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있지 않은가. 아끼고, 깊이 묵상하여 물을 뿌려주는 세심한 손길 하나로 물길이 열린다. 동주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주를 돌보고, 정희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런 외삼촌의 부재 뒤에 남은 것은 실패한 결혼 생활 끝에 남은 두 여인의 닮은 듯 다른 삶의 궤적, 그것이었다.
     
    알콜중독으로 세상을 버텨나갔던, 함께 온기를 나눌 따뜻한 사람 하나 가진 일없이 어렵게 살아온 인주의 어머니가 결국 남편이 되었을 사람을 바로 앞에서 잃고 눈 덮힌 미시령의 시린 바람같은 삶을 살다 흩어져 버렸을 때에도 그녀의 손을 따스한 잡고 앞으로 나아갈 사람, 하나라도 있었더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녀의 손은 허공에 흩어져 버린 마지막 순간에도 아주, 아주 차갑지 않았을까. 그녀의 마음처럼, 알콜이 들어가 싸해진 그녀의 심장처럼.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인주는 조용히 외삼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렸지만. 그리고는 어머니의 발걸음이 닿았던 미시령의 바람 고개로 향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었고, 인주는 떠났다. 강석원이 정말 그녀를 따라가 그녀를 죽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희는 이를 확신했고, 실제로 강석원은 정희를 건물 안에 가둔 채 불을 지르고 도망쳤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뒷모습을 따라가면 강석원이 아픈 가슴을 부여 쥐고 멀쩡한 채로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그 옛날 인주 어머니를 사랑했던 정신과 의사 류인섭이 자신의 무죄를 멀쩡한 자신의 몸으로 입증한 것처럼.
     
    그들의 과거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여전히 인주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어쨌든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녀의 작은 피붙이인 아들 민서는 먼 곳에 있다. 그녀의 뒤를 쫓던 정희든, 강석원이든, 비밀의 열쇠를 쥐었던 류인섭이든, 모두 화염의 마지막 바람결에 이별을 고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별들이 폭파해 새로운 우주를 만든 것처럼, 모두들 폭발해 버렸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일별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것은 나는 과연 나의 어떤 상처를 바람에 말려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인물들은 모두 바람 속에 화했고, 상처와 슬픔은 날아갔다. 가을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맵싸하게 불어오는 오늘 같은 날, 나는 오늘 인주가 되고, 정희가 되고, 동주가 되어, 작은 미술관을 찾고 싶다. 그리고 오래도록 바라보아야지. 그 속에 내가 보이도록......


    이 리뷰는 사계 백일장 : 봄 응모작 입니다. 백일장 바로가기
  • 바람이 분다 가라 | ya**oone | 2011.04.1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두번 째 앍눈 작가님의 책.. 어쩌면 가볍다 할 수 있는  운문이 녹아 있는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달랑 ...
    두번 째 앍눈 작가님의 책..
    어쩌면 가볍다 할 수 있는  운문이 녹아 있는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달랑 한권을 읽고 작가님의 성향을 나름 파악했다 하고, 다른 책을 읽겠다 도전한 것이 무모하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훌륭하다 아니다 라고 양분법적인 결론을 내려고 함도 아니다.
     
    이 책 또한 이웃님 포스팅에서 살짝 엿보고 득템을 결정했던 책이다.
    아무리 한분이 출간하셨다 해도, 그분의 여러 글에서 나오는 성향이나 필체 등등이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정하고 읽을 기회를 만들어 보아야 겠다고 머릿속 생각으로 남겨 놓고 있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서고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꺼내 살피길 시작헀다.
    표지를 보고 ‘왜? 그림이 저럴까? 분명한 평태가 없이 좀 애매한 분위기? 약간의 몽환적 분위기? 를 담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
    나름 반신반의 하며 호기심을 양념삼아 머뭇거리며 여기저기 눈맞춤을 하기도 하며 펼쳐 보았다.  
    ‘아 일단 읽어 보면 뭔가 보이겠지, 그 후에 생각하지 뭐. ’ 
    약간은 섣부른 생각과 판단으로 망설임 없이 구입해서 가져와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다.
     
    아~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면 넘길수록 역시 왜 표지 그림이 저랬을까? 아주 조금씩 알 듯 했다. 아주 조금씩...
     
    두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현실 앞에 주인공 정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옮아가며 그 두사람의 생활을 살펴보기도 하고... 죽음의 이유와 상황에 대해 여러관점에서 따져 보기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짧막한 문단 사이에 ** 표시를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의 내용들은 어찌 보면 작가의 전공이 국문과? 맞는 거야? 어? 과학 전공해서 자전적 요소를 담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과학 현상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한다.
    저자의 생각들이 또한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삶의 모습을 향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완전히 이전 작품을 읽었을 때 누릴 수 있었던 여유로움과 편안함은 온데간데 없고, 왠지 모를 긴장의 필요성과 집중해야 하는 당위성이 서서히 채워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인주와 정희는 친구인데, 인주는 죽었다.
    정희는 여러 상황을 접하는 가운데 강석원을 만나게 된다.
    그는 인주의 죽음을 미화시켜 뭔가 상술화 하려는 것을 보고 속상해 하기도 한다.
     
    삼촌의 그림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어려운 묘사도 있었지만, 나름 예술을 포함시켜 감성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그림으로 영상화 시켜 이해할 수 있는 촉매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정희는 인주의 죽음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을 찾고, 여러사람도 만나고, 인주가 있었던 장소에도 찾아가 본다.
     
    인주는 죽었지만, 참 행복해 보였다.  왜냐면 물론 죽지 않고, 친구 관계를 맺고 오래 행복하면 더 좋겠지만, 죽은 후 친구를 위해 혹여라도 억울하고, 그 자녀를 위해 진실을 밝히겠노라 다짐하며 힘들지만 꿋꿋하게 버텨내며 찾으려 하기도 하고, 강석원이 미화시켜 책을 내고 작품전을 한다고 하니, 정희는 진실을 기록한 책을 펴내고자 시도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친구는 흔하지 않을 듯 싶었기도 했기에 맘 깊은 곳에서 무의식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물 피어나는 부러움을 막을 용기조차 소유할 수 없었던 채로 정희의 시선을 따라 인주의 죽음을 밝히는 여행 속으로 따라나설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강석원을 만나게 된다.  마치 미치광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집착과 애증이랄까? 그런 것들이 인주에게 향해 있는 석원의 지나치리 만큼 무서운 행동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정희의 모습에 다시금 헉~ 소리를 입에서 쏟아내며 마지막 부분 시선처리에 몰두를 해보기도 했다.
     
    아~ 강석원은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인주에게 그리 했으며, 마지막 강석원을 본 정희의 마음이 어땠을까?  현존하지 않지만, 하늘에서 인주가 그 둘이 맞닥뜨린 모습을 보고 있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강석원은 정희를 인주와 무의식적으로 동일시를 했던 것일까?  마음 내면 깊은 곳에 인주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쏟아져서 정희에게까지 그렇게 대했을까?
     
    마지막 부분까지 무거운 느낌으로 진행되는 여행 이야기... 결코 마지막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거운 안개 속을 한참 헤매이다 털썩 주저앉은 느낌?
    명백하게 표현하지 않은 듯 마무리 된 작가의 주인공들에 대한 시선처리가 좀 당항스럽게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행스럽게 정희에겐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 느껴졌기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설령 이 생각은 개인적으로 드는 독자적인 작가의 의도와 전혀 상관 없는 뜬금없는 희망이 섞인 결말애 대한 억지스런 울림이라 해도 상관없다.
    나에겐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이 책에 대한 모습이 그렇게 남을 것이고, 책에 대한 맛이 그런 맛으로 내 기억에 자리잡게 될 것이니까....
     
    이 작가님의 이 이야기는 네번의 겨울을 보낸 시간을 들이도록....오랜 기간 거쳐서 이루어냈다 한다.  여러 자료들을 검토하고, 많은 것들을 직접 바라보고 생각하고 품어내며 녹여서 부어서 흡수하고 다시 꾹 짜서 이야기 속에 스며들게 하셨다는 언급도 마지막에 살짝쿵 해놓으셨다.
    역시~ 이 책에 묻어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그냥 가벼이 쏟아낸 느낌이 아니었다. 물론 모든 작가님들이 다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구성하고 다년간에 거친 작업을 통해 한권 한권 만들어간다는 것은 알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은 뭔가 다른 작품들 보다 신비롭기도 하고, 오묘한 느낌도 들었고, 삶에 대해 단편적인 맛보기로서 간단한 생각을 하도록 자극을 해주고 그런 길에 대한 제시와 의문을 제공해 주기도 한 듯 했다.
     
    다른 작품에 묻어나는 작가님의 생각이나 느낌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까?
    솔직히 이 책을 쉽게 여유롭게 읽어 내려간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온전히 다 이해하고 공감하며 수긍했다 단언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훗날 기회가 된다면 작가님의 다른 책을 통해 여러 시선들을 다시 한번 공유하며 느끼며 많은 생각들에 대한 자극을 받고 싶은 욕구가 미세한 연기처럼
    살포시 피어오름을 느낀다. 
  • 바람이 분다, 가라 / 한 강 | no**nd2 | 2011.01.27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어느 겨울날 ...
    어느 겨울날 서인주 덮힌 미시령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사고 당일 (이정희)에게 인주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왔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죽음을 자살로 상정하는 인주의 기사를 강석원교수를 만나고 인주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서인주 평전을 쓰겠다는 강석원 대응하여 자신도 인주에 대한 책을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이미 강석원에게로 넘어간 인주의 작업실에 무단침입한 정희는 유품인 인주의 사진을 몰래 가져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사진에 남겨진 수수께끼 같은 코드(돈암 2 150 H텔레콤 7-11 5) 기초하여 인주가 여행전에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류인섭) 만난다. 그가 과거 인주의 모친을 사랑했으며, 모친과 함께 미시령으로 여행가서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보고 인주가 미시령 여행을 떠난 것을 알게된다. 자살이 아니고, 인주의 작품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젊어서(37) 죽은 외삼촌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는 정희의 주장이 강석원에게 반갑지는 않은데,……충동적인 자살인가 사고인가?
     
    책은 저자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 읽고 저자의 책을 읽어 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생각보다 이야기는 다소 우울하다. 후반부에 인주의 어머니의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재미를 더하지만, 인주 작업실의 화재, 강석원 폭행 다소 우울한 결말을 맞는다. 좋은 작품인지는 모르겠고, 우울함과 의문이 남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인주가 정희를 마지막까지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된 강의 질투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일독후 밑줄 그어진 부분을 위주로 다시 읽어보니 정희가 느끼는 슬픔과 허전함은 어느정도 것도 같다. 하지만 여전히 어둡고 우울함은 남는다.
     
     
    奇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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