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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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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쪽 | | 153*224*30mm
ISBN-10 : 1186036516
ISBN-13 : 9791186036518
제국과 건강 중고
저자 하워드 웨이츠킨 | 역자 정웅기 | 출판사 나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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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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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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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으로 천명되는 건강이 어떤 정치경제적 역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맥락에서 보건의료와 공중보건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추적하고 향방을 예측한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쉬이 자연적 경로로 받아들이는 죽음이나 질병이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는 사실, 우리 몸과 건강에 이 사회의 사회경제적이고도 정치적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전체 사회의 건강과 보건의료를 증진하는 방향도 사회적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되는 하워드 웨이츠킨(Howard Waitzkin)의 첫 저서다. 이른바 ‘비판적 공중보건학’의 거두로 평가받는 하워드 웨이츠킨은 현재 뉴멕시코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일리노이대학교(시카고 캠퍼스) 의과대학의 겸임교수로 있다. 이 책은 2012년에 미국사회학회의 의료사회학 분과에서 주관하는 우수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자소개

저자 : 하워드 웨이츠킨
하버드대학교에서 탤컷 파슨스(Talcott Parsons)의 지도로 사회학 박사와 의학 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 이후,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등을 거쳐 뉴멕시코대학교(University of New Mexico)에서 오랫동안 재직했다. 현재 동 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 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의과대학의 겸임교수다.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폭넓은 주제들을 연구해 왔다. 2011년에 출간된 이 책 외에 주요 저작으로 The Second Sickness (1983; 2000), The Politics of Medical Encounters (1991), At the Front Lines of Medicine (2001), Health Care Under the Knife (2018) 등이 있다.

역자 : 정웅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정치학과 박사 과정.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과 동아시아(특히 한국과 대만)의 보건의료 정책과 정치, 비교복지국가론, 제도주의, 질적 연구 및 다방법 연구(QMMR) 방법론 등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보건의료 거버넌스의 형성과 제도 변화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역자 : 김청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 보건정책학 박사 과정. 주요 연구 분야는 신체활동과 노동 환경의 상관성, 불안정 노동과 자살 등이며, 현재 자살의 사회경제적 결정요인과 관련 사회정책 수립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목차

서문 _ 12

1부 제국의 과거

1장 제국과 보건의료: 역사적 발전 _ 24
ㆍ 자선재단
ㆍ 국제금융기관과 무역협정
ㆍ 국제보건기구
ㆍ 대항적 관점

2장 질병을 유발하는 자본주의와 제국의 조건들 _ 35
사회의학의 선구자들: 엥겔스, 피르호, 아옌데
ㆍ 사회의학적 관점의 출현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ㆍ 루돌프 피르호
ㆍ 살바도르 아옌데
ㆍ 자본주의, 제국, 질병과 조기 사망

3장 보건의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국제시장 _ 64
ㆍ 이윤율 하락의 대처법
ㆍ 관상동맥 집중 치료의 정치경제학
관상동맥 집중 치료실의 초기 역사
ㆍ 관상동맥 집중 치료실의 확산: 하나의 설명
(1) 기업과의 연관성
(2) 대학 병원과의 연관성
(3) 민간 자선재단
(4) 국가의 역할
(5) 보건의료 노동력의 변화
ㆍ 기술혁신과 국제적 자본주의 체계

4장 제국에 대한 저항의 경로들 _ 96
칠레와 쿠바의 공중보건 및 보건의료 서비스
ㆍ 칠레: 제국에 의해 좌절된 개혁
ㆍ 쿠바: 제국의 발전을 좌절시킨 변화들
ㆍ 제국의 맥락에서 바라본 칠레와 쿠바의 변화: 비교 분석

2부 제국의 현재

5장 신자유주의와 보건의료 _ 130
ㆍ 신자유주의와 공공 부문의 해체
ㆍ 초국적 자본가계급과 다국적기업
ㆍ 국민국가, 주권, 그리고 보건의료

6장 국제무역협정, 의료, 그리고 공중보건 _ 143
ㆍ 무역 규칙
ㆍ 무역의 시행과 국가 주권
ㆍ 무역협정과 보건의료
(1) 북미자유무역지대
(2) 미주자유무역지대
(3) 서비스무역에관한일반협정
(4) 지적재산권관련협정
(5) 국제무역협정과 보건의료의 관계: 개요
ㆍ 보건의료 진영의 저항 활동

7장 거시경제학과 보건의료 _ 164
ㆍ 보건의료 향상을 통한 제국의 강화
ㆍ“보건의료에 대한 투자”의 중요한 사례: 거시경제학과 보건의료에 관한 보고서
ㆍ “보건의료에 대한 투자”의 의미
(1) 해외 재정 지원과 국내 개혁의 상보성
(2) “고객 밀착형” 시스템: 민간 공급자를 위한 공적 자금 지원
(3) 사전 지불 제도의 의미
(4) 공여에 의한 재정 지원: 알려지지 않은 선택지
(5) 삶의 가치: 장애보정손실연수
(6) 무역협정 대 기업 책임성
ㆍ 최근의 공중보건 개입 사례들: 록펠러주의의 재활용

8장 관리의료의 수출 _ 185
ㆍ 관리의료 수출의 경제적 조건
ㆍ 라틴아메리카의 관리의료 시장과 사회보장 기금
ㆍ 라틴아메리카의 관리의료: 사업의 확대
ㆍ 라틴아메리카의 관리의료: 사업의 쇠퇴
ㆍ 공중보건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도전
ㆍ 관리의료에 대한 저항과 대안의 등장

9장 기업, 국제금융기관, 그리고 보건의료 서비스 _ 208
ㆍ 멕시코에서의 “개혁”
ㆍ 브라질에서의 “개혁”
ㆍ 다국적기업의 침투
ㆍ 멕시코에서의 개혁 효과
ㆍ 브라질에서의 개혁 효과
ㆍ 민영화의 부침과 기업화

10장 보건의료 개혁의 “상식” _ 224
ㆍ 보건의료 개혁의 이데올로기적 토대
(1) ‘조용한 개혁’의 이데올로기적 가정들
(2) 상식의 전환
ㆍ 이데올로기와 상식의 재해석

11장 세계무역, 공중보건, 보건의료 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의 해석 _ 237
ㆍ 정부기관
ㆍ 국제금융기관
ㆍ 국제보건기구
ㆍ 다국적기업
ㆍ 시민단체
ㆍ 무역과 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해석

12장 군사주의, 제국, 그리고 보건의료 _ 262
ㆍ 전쟁이 군인에 미치는 신체적ㆍ정신적 영향
ㆍ 군인을 위한 민간 서비스
ㆍ 군인이 겪는 신체적ㆍ정신적 건강 문제들
ㆍ 민간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드러난 문제
(1) 경제적 어려움
(2) 속임수
(3) 윤리적 딜레마와 무의미한 폭력
(4) 진료 장벽
(5) 서비스의 민영화
(6) 고문과 인권 유린
ㆍ 군사주의에 따른 보건의료 효과의 변화

3부 제국의 미래

13장 건강과 프락시스: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의학 _ 280
ㆍ 사회의학의 연구 성과와 그에 따른 위험
ㆍ 라틴아메리카 사회의학의 역사
(1) 칠레 사회의학의 “황금기”와 살바도르 아옌데의 역할
(2) 다른 지역: 사회의학 대 공중보건
(3) 1960년대와 그 이후
ㆍ 정치적 억압과 역경
ㆍ 이론, 방법, 논쟁
ㆍ 향후 연구주제들
(1) 사회정책, 제국, 건강
(2) 건강과 질병의 사회문화적 결정요인
(3) 노동, 재생산, 환경, 그리고 건강 사이의 관계
(4) 폭력, 트라우마, 건강
(5) 사회의학의 미래

14장 저항운동과 대안적 미래의 건설 _ 305
ㆍ 엘살바도르: 보건의료 서비스 민영화에 맞선 투쟁
ㆍ 볼리비아: 물 민영화에 대항한 투쟁
ㆍ 멕시코시티: 사회의학의 부상
ㆍ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브라질: 새로운 비전의 다른 사례들
ㆍ 제국의 심장부: 전 국민 건강보험 쟁취를 위한 투쟁
ㆍ 제국의 종언?
ㆍ 제국 이후 시대의 사회의학 운동

주 _ 337
옮긴이의 말 _ 404
번역어에 관한 몇 가지 주석 _ 422

책 속으로

록펠러재단은 예방부터 치료까지 보건의료 서비스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수평적(horizontal)” 프로그램을 조직하기보다는 기부금을 재원으로 구충병과 말라리아와 같은 적은 수의 특정 질병에 집중적으로 시행되는 “수직적(vertical)” 프로그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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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재단은 예방부터 치료까지 보건의료 서비스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수평적(horizontal)” 프로그램을 조직하기보다는 기부금을 재원으로 구충병과 말라리아와 같은 적은 수의 특정 질병에 집중적으로 시행되는 “수직적(vertical)”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록펠러재단은 빈곤 인구의 경제적 조건과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공중보건 정책보다는 가장 문제가 되는 감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백신과 의약품의 개발을 지지했는데, 혹자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특효책(magic bullet)”이라 불렀다. _27쪽

엥겔스, 피르호, 아옌데의 이 같은 공헌은 질병의 사회적 인과성이라는 분석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저술은 사람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다층적인 사회구조와 과정들에 대한 한 가지 관점을 제공했다. 이들에게 질병은 병원체나 병리-생리적 장애로 곧장 야기되는 결과가 아니었다. 대신 영양실조, 경제적 불안정성, 직업적 위험, 열악한 주거시설, 정치 세력화의 부재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질병과 사망 문제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 각자가 강조하는 구체적 요인들에선 차이가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질병을 사회적 현실의 복잡성에 깊이 배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_58쪽

의학 기술 진보의 역사에서 한 가지 중요한 주제는 이윤율 하락에 대처하기 위한 기업 전략과 관련되어 있다. 마르크스 그리고 그 이전에 스미스와 리카도가 지적했듯이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처음 출시할 때 높은 이윤율을 향유한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이윤율은 거의 항상 하락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이 같은 고유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윤율을 유지하거나 증대하려는 전략을 개발했다. 그러한 전략들은 노동생산성의 증대, 새로운 상품생산 라인의 다각화, 그리고 국제적인 수출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모색을 포괄한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술 진보의 확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합리해 보이겠지만, 관상동맥 질환 관리의 사회사는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자본주의 경제와 제국 팽창의 고유한 특성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 준다. _65쪽

정책 결정에 있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는 상당히 동일해졌다. 미국 정부는 공세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국내외 이해관계에 도움을 주면서 종종 기업의 판매 담당자처럼 행동했다. 제국의 현재에 해당하는 다양한 시기 동안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국외 진출을 독려했고, 기업들은 제국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군사적 시도들을 환영했다. 기업의 경영진 또한 다른 나라의 정부들이 해외투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기초하는 데 간여함으로써 “기업 외교”를 수행했다. _136쪽

하지만 영리적 맥락에서 본다면 “가입자들(covered lives, 가입된 목숨들)”의 보험료를 사전에 지불하는 방식은 또 다른 목적에 기여할 수 있었다. 즉 [사전 지불 제도는 관리의료회사의] 경영진과 주주가 단기 투자를 통해 자신의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예컨대 미국에서 영리 관리의료회사는 저소득층과 노령층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몇 년 후에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이윤율이 떨어지자 이들은 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_175쪽

라틴아메리카에서 상위 중산층 확대는 관리의료의 잠재적인 새로운 시장을 구축했다. 이러한 계층의 확대는 민간 건강보험을 구매하기에 충분한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관리의료회사의 경영진은 정기적인 일차 의료의 공급과 진료의 지속성, 그리고 고가의 전문과 진료 서비스와 선진 기술에 따른 이점 때문에 관리의료가 부유한 의료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 예상했다. (참고로, 관리의료 보험료는 고용주의 분담금, 환자의 본인 부담금, 그리고 사회보장 기금으로 충당된다.) 높은 경제성장률-일례로 당시 칠레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7%, 아르헨티나는 연간 5.5%였다-과 민간 보험회사에 가입된 인구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이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열광한 이유였다. _194쪽

역사적으로 (그리고 최근까지) 라틴아메리카의 지도자들은 사회의학과 전통적인 공중보건을 구별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중보건학은 인구집단(population)을 개인들의 단순 합(sum)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당수 사회의학의 연구들은 사회제도뿐 아니라 인구집단 역시 단순한 개인의 합을 넘어서는 총체성(totalities)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사회의학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있어 분석 단위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로 채택한다. 이렇게 보다 폭넓은 관점을 적용함으로써 인구집단은 단순히 개인들의 특성을 측정해서 합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계급, 경제적 생산 및 재생산, 문화와 같은 범주들을 통해 분석될 수 있었다. _288~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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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깝게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 멀게는 1988년 온도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16세의 나이로 수은중독에 걸려 사망한 고 문송면 군까지. 한국은 세계적인 ‘일하다 죽는’ 사회다.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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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 멀게는 1988년 온도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16세의 나이로 수은중독에 걸려 사망한 고 문송면 군까지. 한국은 세계적인 ‘일하다 죽는’ 사회다. 한 해(2018년 기준) 동안 10만4천여 명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거나, 죽는다. 문송면 이후 지난 30년 동안 해마다 평균 2천여 명씩 일하다 죽었다.

‘생로병사’, 즉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겪는 자연적 경로처럼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과정도 우리가 사는 현 사회의 사회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젠 김용균과 문송면의 죽음과 아픔을 ‘사회적’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진 않는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맥락에서 본 보건의료

《제국과 건강》은 기본권으로 천명되는 ‘건강’이 어떤 정치경제적 역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영향 받는지 분석한 책이다. “보건의료의 정치경제와 사회의학의 미래”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두 개의 맥락에서 보건의료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추적하고 향방을 예측한다.

‘제국’ 개념은 논자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지만, 이 책의 저자 하워드 웨이츠킨은 제국을 “일국의 국경을 넘어서는 경제활동의 확대(특히 투자, 판매, 원자재 채취, 상품 및 서비스 생산 노동력의 이용)와 이러한 확대가 야기하는 사회적이고 정치경제적인 효과”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 제국의 시기 구분을 1980년대 이전을 ‘제국의 과거’로, 1980-2010년을 ‘제국의 현재’, 그리고 2010년 이후를 ‘제국의 미래’로 조작적으로 정의한다.

보건의료의 전 지구적 동학을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저자는 보건의료와 건강이 기본권의 영역이면서도, 자본의 이윤 추구 장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보건의료 부문에서 특정 의료 기술이 도입돼 시행되는 과정도 의학적 효과에 대한 과학적 판단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책에서 그 사례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상동맥 집중치료실(CCU)’이 기업, 대학병원, 자선재단, 그리고 국가의 협력 아래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이 연합이 자본주의 체제 내에 새로운 이윤 창구를 만들고 유지하는 동시에 일차 의료 등 공공서비스 축소에 기여해 왔다고 주장한다.

“CCU 시행에 소요되는 높은 비용을 감안한다면 국가기관은 CCU 수와 배분에 있어 엄격한 제한을 둘 수도 있었다. (…) 그러나 (미국) 보건복지부의 정책은 정반대의 방식을 장려했다. 보건복지부는 더 발달된 CCU 기술을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가장 말단의 지역사회 병원들에까지 CCU의 보급을 장려함으로써 관상동맥 집중 치료 분야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었다.”

CCU 도입 사례처럼 오늘날 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값비싼 의료 장비, 수술법 등이 과도하게 판매되는 현상을 자본주의 이윤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을 좌우하는 보건의료 정책, 혹은 신기술의 도입을 정치경제적 지평에서 바라볼 때 한 걸음 나아간 성찰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록펠러가 질병 예방에 돈을 쓴 이유

책에서 저자는 제국의 여러 발전 국면에서 보건의료와 공중보건이 동원되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보건의료와 제국의 연계는 주로 자선기관, 국제금융기관, 무역협정, 국제(보건)기구 등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설립한 록펠러재단은 자선 사업의 영역을 보건의료와 공중보건 분야로 확장했다. 록펠러재단은 1913년부터 전 세계에서 구충병, 말라리아, 황열병 등 감염병 퇴치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했다. 대개 갑부들의 이런 자선 행위는 건강 증진이라는 인류애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으로 홍보된다. 그러나 저자는 록펠러재단의 이 같은 자선 사업이 자본주의와 제국의 구축을 지원하는 한 수단이었다고 지적한다.

“몇 가지 이유에서 감염병은 자본주의적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었는데, 이는 록펠러와 록펠러재단 경영진들의 저술에서 잘 드러난다. 먼저 감염병은 노동자들이 일에 몰두할 수 없게 만들어 노동생산성을 감소시켰는데, 예컨대 구충병의 별칭이 ‘게으름병’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둘째, 광산업과 원유 추출 산업, 농업, 그리고 상품 판매를 위한 새로운 시장 개척과 같은 사업을 하려는 지역들 내에서 발생하는 풍토병 감염은 투자자와 경영진에게 해당 지역의 매력도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셋째, 특히 노동자의 공급이 부족한 원거리 지역에서 기업들이 노동자 건강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이 불가능하거나 쉽게 치료될 수 없을 경우 질병 관리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노동생산성 감소, 투자자 유인 효과 감소, 진료비 등 노동자 관리 비용 증대 등 제국의 확장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록펠러재단은 선도적으로 전 세계적인 예방 캠페인을 실시했고, 이러한 프로그램은 오늘날에도 국제보건기구 등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선재단뿐 아니라 국제금융기관, 무역협정, 국제보건기구 등이 제국의 구축을 위해 보건의료 부문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동원했는지 보여준다.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공중보건을 망가뜨렸나?

저자가 조작적으로 정의한 ‘제국의 현재’ 국면이 시작되는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저자는 이 시기에 공공 부문 민영화,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국제무역협정, 보건의료를 시장화하는 거시경제정책, 다국적기업과 국제금융자본의 개입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보건의료 부문의 전 세계적 재편이 단행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여러 요소 중 국제무역협정이 보건의료 부문에 미친 영향을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등장한 무역협정들은 대중의 건강을 지키고 자국의 의료 서비스를 온전한 상태로 보호하려는 국민국가의 주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지역 협정은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해 회원국들의 내국법과 관련 규제들을 대체했다. 이러한 협정이 시행되면서, 각국 정부는 공중보건 및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모든 행정 단위 수준에서 주권의 침해를 경험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은 표면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나 무역협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그들은 초국적 자본가계급이 면밀히 주도한 이 협정들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잠재적 불이익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제무역협정은 보건의료 서비스 자체에 대한 통제와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정부 역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의료와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쳤다.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약한 무역협정에 힘입어 미국의 관리의료회사(초국적 기업)들은 브라질과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했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공공 사회보장 기금을 이윤 창출의 기회로 활용했다. 세계은행과 무역협정 등을 통해 기존 공공적 보건의료 체계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았고, 이는 민영화로 이어졌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환자들은 기존에 국가가 운영하던 사회보장 체계에서 이탈해 초국적 기업인 관리의료회사로 편입돼야 했다. 국제금융기관과 무역협정 그리고 관리의료회사 등 신자유주의 개혁 ‘동맹’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 가장 건강한 환자를 민간 부문으로, 가장 병든 환자를 공공 부문으로 보내는 “크림 걷어내기(cream skimming)” 방식으로 사회보장 체계를 무너뜨리고 이윤은 챙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국가 시민의 몫이었다.

“국제금융기관과 다국적기업은 여러 국가의 보건의료 개혁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개혁은 기업의 이해관계에는 유리했지만, [대중의] 필수적인 서비스 이용을 저해했을 뿐만 아니라 [민영화되지 않고] 남아 있던 공공 부문 기관의 역할마저 제약했다. 이 정책들이 의료 취약 계층의 서비스 이용과 건강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을 입증하는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지속되었다.”

사회의학의 선구자들,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더 큰 규모의 의학”

책에서 저자는 앞선 사회의학의 선구자들을 따르며 논의를 이어간다. 일찍이 프리드리히 엥겔스, 루돌프 피르호, 살바도르 아옌데 등 사회의학의 선구자들도 질병의 원인을 사회구조와 모순에서 찾았다. 예컨대, 엥겔스는 19세기 초에 이미 노동자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일찍 죽는 근본 원인이 경제적 생산 조직과 사회적 환경에 있다고 봤다. 그는 당시 영국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질병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작업 조건과 생활 조건을 노동자들에게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진폐증 등 광부들에게서 나타나는 폐질환을 관찰한 엥겔스는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정치경제적 결정요인으로서 이윤과 건강 간 모순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 질병(진폐증)은 매우 치명적이다. (…) 적절한 환기 시설을 갖춘 광산에서는 이러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는 반면에 환기 시설이 잘 갖추어진 광산에서 그렇지 않은 곳으로 갔던 광부들에게서 이 질병이 주로 나타난다. 환기 시설의 사용을 가로막았던 광산 소유주의 이윤에 대한 탐욕이야말로 노동자들이 겪는 질병의 원인이다.”

독일의 병리학자 루돌프 피르호도 일찍이 “의학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 수명을 연장시키겠지만, 사회적 조건의 향상이야말로 이러한 결과를 더욱 빠르고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르호가 강조했던 사회적 모순은 바로 계급 구조의 모순이었다. 그래서 피르호는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과학과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더 큰 규모의 의학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의사이자 1970년대 칠레 인민연합 정부의 대통령을 지낸 아옌데는 1939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칠레의 의료-사회적 현실》)에서 ‘질병’을 “사회적 조건이 개개인에게 종종 야기하는 장애”로 개념화했다. 아옌데의 이런 접근은 사회 조건의 변화만이 건강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는 관점을 함축하는 것이었다.

《제국과 건강》에서 웨이츠킨은 엥겔스, 피르호, 아옌데의 논의를 정리하며 “공통적으로 이들은 노동자가 반드시 겪지 않아도 되는 질병의 발생과 이른 사망을 자본주의적 생산과 제국 팽창의 고유한 결과로 개념화했다”고 평가했다.

질병은 몸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비롯된다

한편, 저자는 보건의료를 진보적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몇 가지 참조점을 (제국의) 과거에 진행된 쿠바와 칠레의 대조되는 경험을 통해 제시한다. “제국의 과거에 나타난 칠레와 쿠바의 상반된 역사는 사회의 발달 수준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몇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보건의료는 한 국가의 정치경제체계와 불가분하게 연관된다. 둘째, 보건의료 체계 내부의 문제들은 사회의 더 큰 모순들로부터 생겨나는 동시에 이를 강화한다. 셋째, 사회질서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보건의료 체계의 점진적 개혁은 지속적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종일관 건강과 보건의료를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맥락에서 살핀다. ‘자본주의’, ‘제국’ 등의 개념이 독자들에게 다소 거대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쉬이 자연적 경로로 받아들이는 죽음이나 질병이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는 사실, 우리 몸과 건강에 이 사회의 사회경제적이고 정치적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따라서 전체 사회의 건강과 보건의료를 증진하는 방향도 사회적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회적 모순이 개인의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치료를 위한 의학적 개입을 개인 수준에 국한하는 것은 순진하고 헛된 생각이다. 사회적 병인학은 사회 변화가 치료책이라는 점을 함축하며, 사회적 변화는 곧 의료 행위를 정치 활동과 연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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