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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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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쪽 | A5
ISBN-10 : 8959132640
ISBN-13 : 9788959132645
필름 속을 걷다 중고
저자 이동진 | 출판사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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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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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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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풍경들로 걸어가다

다양한 영화가 태어난 풍경으로 안내하는 여행기 <필름 속을 걷다>. 영화와 여행은 현실에서 한 발 벗어난 꿈과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둘이 만나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 책은 '이동진의 세계영화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 전문기자 이동진이 영화와 여행이 만나는 낭만적인 순간으로 초대한다.

이 책은「러브레터」「비포 선셋」「러브 액츄얼리」「화양연화」등 다양한 영화들이 탄생한 풍경을 살펴보는 이동진의 기행 에세이를 담고 있다. 저자는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감성적인 글쓰기로, 영화에 대한 애정은 물론 여행자로서의 느리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발걸음과 시선을 전해준다. 사랑의 추억과 흔적, 리얼리티와 판타지, 찰나와 영원을 찾아 영화 속 풍경들로 걸어 들어간다.

저자소개

이동진
네 살 때 고향을 떠나 고향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내내 서울에서 자랐지만 이사를 자주 다녀 마음을 둔 곳이 없다. 동창회가 어색해서 가본 일이 거의 없기에 출신 학교들에 대한 소속감도 거의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14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여전히 이승우를 읽으며 여전히 타르코프스키를 본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1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을 아직까지 좋아하듯, 다시 10년이 지나도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좋아할 수 있기를. 그저 그럴 수만 있다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의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설립하고 깊이 있는 영화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는 한편 TV, 라디오, 케이블TV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이동진의 시네마 레터》,《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오태진, 이동진의 시네마기행》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01 흔적을 찾다
세상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 ― 러브레터
숲을 이룬 꽃은 시든다 ― 비포 선셋
사랑은 소화불량으로 죽는다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시간을 견뎌낸 모든 것은 ― 이터널 선샤인
사랑을 말하면 사랑을 하게 된다 ― 러브 액츄얼리

#02 리얼리티를 찾다
입에서 터지는 탄산의 죄책감 ― 화양연화
무엇일까 어딜까 그저 또 ― 행잉록의 소풍
과소비되는 혁명 ―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겨울 바다에 갔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권리 ― 나니아 연대기

#03 시간을 찾다
봉인된 시간 ― 글루미 선데이
당신이 여기 있으면 좋겠어 ― 쉰들러 리스트
이 차가운 별의 귀퉁이에서―티벳에서의 7년
어떤 이들은 그저 슬픔을 타고난다 ―장국영을 기억하다
깊을수록 고독한, 섬 ―베니스에서 죽다

책 속으로

골목길을 누빈 끝에 두 사람이 찾아가는 르 퓌르 카페는 요즘 파리에서 새로운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11구의 샤론 역 근처에 있었다. 셀린과 제시가 앉았던 2인용 테이블에 앉아 그들처럼 커피를 주문했다. 가운데 놓인 바에 앉아 와인을 마시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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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누빈 끝에 두 사람이 찾아가는 르 퓌르 카페는 요즘 파리에서 새로운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11구의 샤론 역 근처에 있었다. 셀린과 제시가 앉았던 2인용 테이블에 앉아 그들처럼 커피를 주문했다. 가운데 놓인 바에 앉아 와인을 마시던 남자는 스피커에서 부드러운 샹송이 흘러나오자 솜씨 좋게 휘파람을 불었다. 제시는 이곳에 앉자마자 "왜 미국에는 이런 카페가 없을까"라고 내뱉는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카페와 뒷골목은 파리지앵의 파리가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말해 주었다.
카페에 앉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두 사람은 9년의 세월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절감한다. 빈에서는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눠도 대립한 적이 없었던 셀린과 제시가 그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참한 제3세계의 현실을 목도할 때 더이상 인류에 비전은 없다고 보는 비관론자와 그래도 희망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낙관론자로 세계관마저 달라져버렸으니까.
탁자 위 냅킨에 적힌 ‘르 퓌르 카페’ 글씨 뒤에는 점 세 개가 말줄임표처럼 찍혀 있었다. 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오래전 그날처럼 삶과 철학과 종교와 사회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 줄여버린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은 낭만이 아니라 심장으로 삼킨 연민이다.
카페에서 나온 둘이 대화를 이어간 리옹 역 근처의 산책로 프로므나드 플랑테로 갔다. 바람에 대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예전에는 기찻길이었던 곳을 공원으로 바꾼 그 길을 따라 걷다보니 서로 새끼손가락만 걸고 산책하는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연인들이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는 세월 앞에서 무모하게도 감정을 약속하는 사람들이다.
―‘숲을 이룬 꽃은 시든다’(〈러브레터〉) 중에서, 본문 33~35쪽

정상에 우뚝 선 바위에 올랐다. 거센 바람에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앨버트가 사라진 소녀 중 하나를 발견한 곳. 저 멀리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을들은 평원 위에 드문드문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적막은 비명까지 삼킬 것 같았다. 구조를 요청하는 앨버트의 외침을 삼켰듯. 그 모든 사건과 세상사의 비밀까지. 침묵은 거기서 가능한 단 하나의 일이었다.
산 아래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바위는 차가웠다. 암석에 누우니 폐 대신 피부가 호흡했다. 산에서는 촉각이 시각을 지배했다. 그리고 청각이 예민해졌다. 가끔 새가 날았다. 바람이 불면 작은 숲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러나 돌은 내내 침묵했다. 돌은 무심했다.
바위 사이 작은 구멍에서 가방을 풀었다. 스콘을 먹고 주스를 마셨다. 책도 꺼내서 이리저리 들췄다. 할 일은 금방 바닥났다. 소풍은 끝났다. 그렇지만 내려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꼭 내려가야 하는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랬다. 흡사 내 자신이 자연의 일부처럼 여겨졌다.
우리는 꿈꾸는 것이 아니라 꿈꾸어진다. 모든 출구는 다른 곳의 입구이다. 증발의 유혹은 질겼다. 나누고 또 나눈 삶을 대기에 흩뜨리고 싶은. 먼저 사라진 소녀들 생각은 더이상 없었다. 삶이라는 신비. 무無라는 신비. 무엇일까. 어딜까. 그저. 또.
―‘무엇일까 어딜까 그저 또’(〈행잉록의 소풍〉) 중에서, 본문 147~148쪽
이제 그곳에 가야 했다. 그가 24층에서 뛰어내렸던 만다린 오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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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의 추억과 흔적, 리얼리티와 판타지, 찰나와 영원을 찾아 영화 속으로 걸어가다 《필름 속을 걷다》의 지은이 이동진 기자는 섬세한 시선과 감수성이 뛰어난 글쓰기로, 기자로서는 드물게 고정 독자 팬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는...

[출판사서평 더 보기]

사랑의 추억과 흔적, 리얼리티와 판타지, 찰나와 영원을 찾아
영화 속으로 걸어가다

《필름 속을 걷다》의 지은이 이동진 기자는 섬세한 시선과 감수성이 뛰어난 글쓰기로, 기자로서는 드물게 고정 독자 팬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는 그러한 특징이 유감없이 나타나 있는데,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여행자로서의 느리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발걸음과 시선이 그 매력을 더한다.
예를 들어〈러브레터〉의 주인공들이 다녔던 중학교를 직접 찾은 이동진 기자는 촬영 장소였던 교실 뒷자리에 앉아 어린 소년 소녀들의 풋사랑을 진지하게 떠올려보기도 하고 여자 주인공의 집으로 등장했던 곳을 찾기도 한다. 비록 폭설을 만나고 빈 집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지만 한눈에 극중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을 만나게 해준다.
이 책의 여정은 대체로 쓸쓸하고 외로운 주인공들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한다.〈이터널 선샤인〉의 배경이 된 미국 몬탁의 바닷가와〈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배경이 된 일본 치바현 규주쿠리 해변가는 홀로 찾은 사람의 비밀스러운 의식의 장소로 겹쳐지며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훗날을 떠올리게 한다.〈러브 액츄얼리〉에서처럼 크리스마스에 찾은 런던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랑을 확인하기에는 외로운 곳이었으며 홀로코스트의 암울한 기억을 담은〈쉰들러 리스트〉의 폴란드의 겨울은 무거웠다. 이 밖에도 ‘그저 슬픔을 타고난’ 장국영의 흔적을 찾아 떠난 홍콩과 노음악가가 외롭게 죽어간 궤적을 따라간(〈베니스에서 죽다〉) 베니스 등의 풍경도 영화보다 더욱 인상적으로 남는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개봉되거나 소개되지 않고도 소수의 마니아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영화〈행잉록의 소풍〉을 소개한 글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 신비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어서 연재 당시에도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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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영화 여행기 2탄이다. 2탄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1탄 격인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보다 ...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영화 여행기 2탄이다. 2탄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1탄 격인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보다 좋았다. 한 명의 저자가 써서 흐름이 이어지는 느낌도 괜찮았다. 다소 감상적인 문체는 여전하지만 그게 이동진 평론가의 매력인 듯하다. 그리고 독서량이 엄청난 책 애호가답게 쓰는 표현이 만만치 않다. 낯선 단어도 많이 등장하고 풍경을 묘사하거나 느낌을 말할 때 동원하는 어휘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 같다. 똑같이 따라 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문장 구사력 때문에 이 글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듬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 역시 영화를 먼저 봐야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비포 선셋, 러브 액츄얼리, 조제호랑이, 장국영 편이 좋았다.

     

     

  • 이동진 | ap**t | 2015.02.08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내 인생 깊숙히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이동진 아저씨다. 그렇게 되게 둔 내가 참 기특하고 마음에 든다. ...

     

    내 인생 깊숙히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이동진 아저씨다.

    그렇게 되게 둔 내가 참 기특하고 마음에 든다.

    고3 수능 후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시작한 것이 신문을 보는 것이었고,

    그러다 꽂힌 칼럼이 있었으니 이동진의 시네마레터.

    그 칼럼을 오려서 스크랩해둔 파일첩이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내 책장에 꽂혀있다.

     

    내 이름은 다양하게 변주되어서 불려진다.

    미용아, 미용씨, 배작가님, 배기자님, 묭, 배미용~

    그 중에서 가장 가슴이 두근거릴 때는

    이동진 아저씨가 내 사연을 읽어주시면서 '배미용님'이라고 불러줄 때다.

    새벽에도 발박수치며 소리지를 만큼.

    아저씨 관련해서 걱정되는 일이 있다면 갑자기 사라질까봐.

    아저씨 글과 하시는 말씀을 오래오래 읽고,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귀와 눈이 머는 느낌이 들 것 같아...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가야 할 곳은 언제나 많고 해는 늘 짧다. 나는 부박한 문명인이고, 욕심투성이의 불평꾼이며, 끝내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고행자다.
    p6

     

    어쩌면 거듭된 여행에서 내가 배운 게 있다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일 것이다.
    p6

     

    사랑의 추억은 언젠가 뇌리에서 사라져도, 세상 한 구석에서 그 사랑의 흔적은 불멸한다.
    p20

     

    머물렀던 기간이 짧았다고 해도 떠난 사람의 흔적은 도처에 남는다는 것. 남겨진 사람들은 그 흔적과 마주치며 온기를 얻는다는 것. 이 영화, 깨끗하고 정갈하다.
    p27

     

    어떤 엇갈림은 열정적인 재회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p33

     

    시간은 균질하게 흐르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맴을 돌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역류하기도 한다.
    p38

     

    인연이란, 관계가 진행되는 당시에는 말할 수 없는 단어다. … 인연이란 시간이 흐른 나중에서야 서로 연계되며 뒤늦은 깨달음을 안기는 법이다.
    p40

     

    떠들썩한 축일을 홀로 버텨내야 하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은밀한 동료애 같은 것이 우리 사이에 잠시 흘렀다.
    p99

     

    스쳐감의 반복으로 사랑의 시간들을 인수분해하는 <화양연화>의 스타일은 곧 스쳐가는 찰나의 경험이 바로 사랑의 전부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p116

     

    시간의 온도라고 해야 할까. 오후의 햇볕으로 내내가 달구어진 돌이 따뜻했다. 해가 뜨면 돌은 천천히 달라올랐고 해가 짐에 따라 천천히 식었다. 그렇게 온기와 냉기는 돌을 놓고 매일 두 차례씩 1승 1패의 승부를 되풀이했다. 어쩌면 세상 모든 곳에서 기쁨과 슬픔은 낮의 온기와 밤의 냉기로 세를 겨뤄가면서 그 많은 싸움을 영겁으로 만복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p123

     

    다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해도, 비참한 생활의 현장을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일만큼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p131

     

    대화는 충분히 즐거웠다. 하지만 말은 가끔씩 끊어졌다. 그러면 침묵이 곧바로 목덜미를 눌렀다.
    p142

     

    잔에 담긴 어둠이 목구멍으로 흘러갔다.
    p143

     

    책장 가득 낡은 책이 냄새로 세월을 뿜었다.
    p143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우리가 도망쳐왔던 그 모든 과거에 바치는, 돌아서서 뒤늦게 흘리는 눈물 같은 영화.
    p163

     

    세계 곳곳의 명승고적에 새겨진 연인들의 약속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곳에 잠시 머물렀으면서도 호기롭게 영원을 새기고 떠난 그 많은 사랑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약속을 새겨야 하는 곳은 바위가 아니라 마음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물과 같은 유동체인 마음은 종종 약속이 새겨진 자리를 무심히 지나서 저 멀리 흘러간다.
    p174

     

    자신의 인생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내지 못해 괴로워할 때, 어떤 사람들은 책 전체를 불 속에 던지고 싶어 한다.
    p200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고, 해결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업다”는 티베트 속담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p231

     

    라싸에 머물면서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응당 고통의 삯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p240

     

    소년은 나무 막대기에 두 줄 현을 스티로폼으로 고정시킨 악기를 연주했다.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매우 빠른 곡이었다. 마치 우리 앞을 미친 듯 흘러가는 세월처럼. 현을 퉁기는 일곱 살 남짓 소년은 일흔 살의 무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p240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는 또 어떤 슬픈 인연의 사슬로 이 차가운 별의 한쪽 귀퉁이에서 이렇게 마주치게 되었을까. 맥락 없는 눈물을 보고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연주를 계속하던 소년은 내가 잡히는 대로 지폐 한 장을 꺼내주자 곧바로 떠나갔다. 따가운 햇볕과 차가운 바람이 공존하는 세상 속으로.
    p241

     

    언덕길을 올라가는 사람의 고통이 내려가는 사람의 수고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데, ‘고통의 양’이 ‘고통의 질’보다 중요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소수의 큰 고통을 덜어주는 게 다수의 작은 불편을 해소해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p258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들이 있다.
    p278

  • 영화, 그 시간의 역설 | su**ell | 2013.06.1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미래는 항상 현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밀려난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사이에 두고 그리워하듯이. ...
    미래는 항상 현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밀려난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사이에 두고 그리워하듯이.  어쩌면 우리 의식의 작은 틈일 수도 있는 이 간격을 메울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는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미래를 바라볼 뿐 아무리 손을 길게 뻗어 잡으려해도 도저히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태어날 때도 그랬고, 죽음에 가까울 때도 그럴 것이다.  결국 미래는 우리 의식 속에서 자라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남녀는 환상 속의 미래를 좇는다.  금방이라도 장밋빛 미래를 움켜잡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에게 현재는 너무도 짧은 찰나의 시간이므로.
     
    결혼 전에 아내와 함께 본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일이라는 핑계로 서로에게 대한 잠깐의 무관심이 그럭저럭 용서되었고, 사는 지역이 달랐으니 만들어낼 핑계도 무궁무진한 것처럼 보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너무나 오래 이어진 연인이었다.  마치 쾌쾌한 곰팡내가 날 정도의 긴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습관처럼 익숙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바심내며 급히 서둘러야 할 이유는 하나 둘 사라지게 마련이었다.  언젠가 아내의 권유로 <비포 선 라이즈>를 함께 보았고, 속편인 <비포 선셋>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는 결혼했다.
     
    이동진의 영화 에세이 <필름 속을 걷다>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지금도 멜로 영화 베스트의 순위 안에 들 만한 영화들이 이 책에서는 여러 편 등장한다.  이 책의 1부인 "흔적을 찾다"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러브레터>, <비포 선셋>,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이터널 선샤인>, <러브 액츄얼리>이다.  제목만 들어도 어쩐지 달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나 2부 "리얼리티를 찾다"에서는 1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들이 소개된다.  <화양연화>, <행잉록의 소풍>,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니아 연대기>가 그것인데 작가는 영화 촬영지 곳곳을 누비며 몽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곳의 현실과 대면한다.
     
    "고통스러운 나날이 아름다운 시절로 부활하는 것은 언제나 '먼 훗날'이다.  현재 시제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결국 과거 시제에서 추억을 발명함으로써 스스로에게도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자위한다.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언제나 과거라는 사실 속에 인간의 근원적인 절망이 있다.  영화 <화양 연화>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로 간 차우가 오래된 석조건물의 구멍에 대고 뭔가 속삭인 뒤 진흙으로 메우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끝난다.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게 끝난 먼 훗날의 일이었다."    (p.121)
     
    3부의 "시간을 찾다"는 <글루미 선데이>로 시작된다.  뒤이어 <쉰들러 리스트>, <티벳에서의 7년>, <장국영을 기억하다>, <베니스에서 죽다>가 차례로 소개된다.  작가는 '현실과 영화는 서로 어깨를 겯고 낭만을 희구한다.'고 썼다.  그러나 현실은 알 수 없는 시간대를 만났을 때 소리도 없이 파편처럼 부서진다.  너무도 허무하게.  쇠보다 더 단단하고, 노끈보다 더 질기게만 보였던 현실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스러지는 모습은 아득하다.  그제서야 우리는 자신이 딛고 있던 현실을 되짚어보곤 한다.  그것은 마치 앞으로만 내달리던 여름 햇살이 건물 기둥의 방해물을 만났을 때 투정을 부리듯 밝게 부서지는 모습과 흡사하다.  기둥 뒷면의 그림자는 부서지는 햇살로 인해 비로소 그 형체를 드러낸다.
     
    "휑한 축제의 장소들은 그저 축제의 꿈만을 꾸며 시간을 견디는 듯 느껴진다.  어쩌면 아센바흐도 그랬는지 모른다.  여행은 삶에서 축제같은 시기일 테니까.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여행지 베니스에서 아센바흐는 다시금 마음의 축제가 시작될 순간만을 고집스럽게 기다리며 두고 온 일상을 까무룩 잊는다.  그러나 아무리 감미로운 여행도 생활 자체일 수는 없고, 아무리 신나는 축제도 삶 전체일 수는 없다.  그게 아센바흐의 비극이었다."    (p.293)  
     
    영화관을 나설 때마다 느꼈던 몽환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는 휴일 저녁의 느낌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몸은 이미 천 근 만 근이다.  그 경계를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변하지 않은 일상에 금세 뒤섞이겠지만 말이다.  자신이 본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과거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으로의 회귀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랑도 내내 그런 것이리라.  사랑 한가운데에 있는 연인은 언제나 미래를 꿈꾸고 사랑을 잃은 연인은 언제나 과거로 회귀한다.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현재라는 시제가 언제나 빈 자리로 남아 있다.  그리고 '먼 훗날' 과거와 미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순백의 현재와 조우하는 날이 오면 하루는 마냥 길게 늘어진다.  하루를 마감하는 석양의 긴 그림자처럼.
  • 필름 속을 걷다 | qu**lasu | 2010.01.3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저자 이동진은 유명한 영화 평론가로서 현재 이동진닷컴의 대표로 영화의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고 다양한 미디어 활동...

    저자 이동진은 유명한 영화 평론가로서 현재 이동진닷컴의 대표로


    영화의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고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여러가지 저작 활동을 통해서도 일반인들에게 영화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화 속 풍경들로 걸어간다. 영화에는 다양한 풍경을 있기 마련이다.


    영화는 풍경을 담는 사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이야기는 그 풍경속에서 이루어진다.


    풍경속 이야기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이성적인 생각도 갖게한다. 흔희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이후 관광명소로서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출자는 영화의 이야기만을 중요시 할 수 없다. 그것은 풍경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러브레터와 비포선셋 러브 액츄얼리등 전세계에서 제작된 많은 그림같은 영화의 배경을 주목한다.


    러브레터의 눈이 오는 일본의 지역과 비포선셋의 아름다운 프랑스의 길거리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영화의 이야기를 보기위해서


    극장에 가고 영화를 관람하지만 여운이 남는것은 그 배경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것은 배경이 영화에 미치느 영향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작정 아름다운 배경이라고 해서 영화에 사용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극과 관련하여 어떠한 연관성과 이야기가 함께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러브레터의 오타루와 비포 선셋의 파리, 러브 책츄얼리의 런던등 사람이 사는 공간의 흔적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함께 머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흔적을 찾고 리얼리티를 찾고, 시간을 찾아야 한다는 전제를 설명하고 있다.


    배경은 자연적배경도 있고 공간적 배경 시간적 배경도 있다. 영화에서는 이 모든 것이 공존한다.


    우리는 현대를 살지만 조선시대의 영화도 보고 삼국시대의 드라마도 보고 일제시대의 영화도 본다.


    이 모든 것이 배경이라는 이름으로 함축된다. 단지 영화의 배경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양수리의 서울종합촬영소를 견학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곳엔 JSA, 취화선을 비롯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배경이 될만한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라는 것을 통해서 단지 즐거움만을 느끼고 즐긴다면 이러한 배경과 공간의 중요성은 소멸되고 사라질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영화와 더불어 배경이라고하는 것의 즐거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역사적 배경과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함께 본다면 진정한


    리얼리티와 픽션이 만나는 즐거운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도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영화의 배경을 특별히 설명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화의 배경을 한번 더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 영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지를 찾아가는 여행, 언제 여유가 생긴다면 꼭 한번쯤 계획하고 싶은 모습이다. 그런...

    영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지를 찾아가는 여행, 언제 여유가 생긴다면 꼭 한번쯤 계획하고 싶은 모습이다. 그런데 영화전문기자라는 양반이 부럽게도 그런 곳들을 다녀와서 멋진 사진들과 함께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제목도 뽀대가 난다. 필름 속을 걷다.

    여행지를 선택하게 한 영화들도 그면면들이 예사롭지 않다. <러브레터>, <비포선셋>, <화양연화>, <나니아연대기> 등 다들 한번쯤을 보며 그배경을 아름답다고 생각해봤을 곳들과 장국영을 추모하며 그의 영화와 관련된 곳을 탐방했다거나 영화의 배경이 아니었더라도 꼭 가고픈 여행지로 손 꼽히는 쿠바, 티베트, 부다페스트, 베니스 등...

    영화와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한권에 풀어줄 수 있을만하다는 기대를 가지게 하는 구성과 내용이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 해서일까? 왠지 내가 가진 갈증을 해고했다기 보다는 뭔가가 빠지고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개된 영화 중 그럭저럭 한둘 빼고는 다 본 영화들이지만 그영화에서 내가 감동받고 내 시선을 끌었던 배경들과 그곳의 아름다운 사진과 설명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내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영화의 명장면의 배경이 되었던 그곳들이 감동을 주었던 그영화들이 만나서 다시 영화를 찾아보고 싶고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보고 싶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말았다. 영화들도 최근의 작품들과 젊은층의 취향에만 맞추다보니 쟝르나 주제가 다양하지 못했고 영화와 여행의 조합으로 풍성한 내용을 전해주려는 시도는 각각의 내용들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버거워하는 느낌이 역력했다.

    런던을 소개하는 <러브 액츄얼리>도 과거 워털루다리를 배경으로 했던 <애수>나 런던의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 <노팅힐>과 함께 하며 여행에 촛점을 맞추거나 영화에 촛점을 맞췄다면 좀 더 상세한 영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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