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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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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쪽 | A5
ISBN-10 : 8984312789
ISBN-13 : 9788984312784
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김영민 |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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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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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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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을 급진화하라

동무라는 새로운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동무론』. 이 책은 1990년대 초부터 <장미와 주판>이라는 인문학 공동체를 꾸려온 저자가 거기서 공부하고 겪고 실천한 일을 토대로 쓰였다. 일상 생활 속에서의 실천과 그 표현인 글쓰기간의 일치를 15년 세월에 담아냈다.

시간에 의해 축적된 끈적한 기억을 공유하지만 친구는 아니고 뜻을 함께하지만 하나의 깃발아래 뭉친 동지도 아닌 연정이 쌓인 상처의 지뢰밭을 헤매인 연인도 아닌 친구와 동지, 연인 관계의 바탕이 되는 속성을 가진 동무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신뢰가 바탕이 된 실천적 관계로 자리매김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닦아야하는 지속적인 활동의 여정에 놓은 실천 철학이 바탕이 되는 관계를 통해 인문의 무능을 끈기 있게 급진화함으로써 체계 밖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저자소개

지은이 : 김영민(철학자)

학부 시절 스승 윤노빈 교수로부터 “대학교수가 될 것”과 “스피노자처럼 살 것”을 권유받았다는 철학자 김영민은 스승의 “주문 혹은 예언(!)대로” 대학교수에서 스피노자의 삶으로 되돌아왔다. 교수직을 떠남과 동시에 10년간의 전주 생활을 마감한 뒤, 2007년 봄 밀양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오랫동안 꾸려온 학문공동체 <장미와 주판>을 중심으로 삶(사람)의 무늬를 탐색하는 공부로서의 인문학적 실천을 수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 체계(뜻)를 구축하고, 그것을 그에 걸맞는 형식(글)으로 외현화하는 그의 철학적 작업은, 앎과 삶, 그리고 글쓰기가 한몸으로 나아가는, 한국의 지적 풍토에서는 보기 드문 진귀한 성취라 할 수 있다.
지은 책으로 『서양철학사의 구조와 과학』(1992), 『컨텍스트로, 패턴으로』(1996), 『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1996),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 글쓰기와 철학』(1998), 『보행』(2002), 『사랑, 그 환상의 물매』(2004),『산책과 자본주의』(2007) , 『동무와 연인』(2008) 외 20여 권(공저 포함)이 있다.
jajaym@hanmail.net / jk.ne.kr

목차

1장. 반우(瘢疣)
1. 내가 내게 허락하는 행복 / 2. 산문(散文)을 잃어버린 채 네 주변을 돈다 /
3. 변치 않는 어리석음으로 / 4. 환상적 의도의 잉여가치설일 뿐 /
5. 단 한 번의 실수나 환멸도 영원하다 / 6. 기억의 순교자 /
7. 자살, 없는 미래의 호출부호 / 8. 제3의 소박 / 8-1. 표현/전달 /
9. 호의와 신뢰의 사이(1) / 9-1. 호의와 신뢰의 사이(2) /
9-2. 고백, “나도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야” / 9-3. 호의와 신뢰의 사이(3) /
9-4. 호의와 신뢰의 사이(4) / 9-5. 호의와 신뢰의 사이(5) /
9-6. 친밀함, 혹은 호의와 신뢰의 사이(6) / 9-7. 이덕무와 박제가 /
9-8. 토대의 진실 / 9-9. 돌 속의 선의 / 9-10. 세속은 세속으로써 /
9-11. 타인의 고통 / 9-12. 심연에의 감성, 혹은 호의와 신뢰의 사이(7) /
9-13. 동무, 심리와 기계 사이를 오늘도 지나간다 / 9-14. 교태의 미래 /
9-15. 인식이라는 홀로서기만으로 도와줄 수 없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신뢰란 대체 무엇일까? /
9-16. 세속은, 탱자나무에서 홍매(紅梅)로 흐른다 /
9-17. 내 글이 나의 타자가 되는 그 어려운 응답 속에서 내 글은 길게 돌아오는 나의 손님이 된다 /
9-18. 텅빈 살은 신뢰에 관한 한 아직 아무것도 아니며,
신뢰는 바로 그 한없는 조심스러움으로 엮어내는 허공의 집이다 /
9-19. 약속이란 무엇인가?(1) / 9-20. 생각 속에는 신뢰가 없다 /
10. 언덕을 넘어서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바람이 문제다 /
11. 자화상(自畵像)은 어리석음의 절정에서 개화한다 / 11-1. 약속은 무엇인가?(2) /
11-2. 약속은 무엇인가?(3) / 11-3. 약속이란 무엇인가?(4) /
11-4. 약속이란 무엇인가?(5) / 11-5. 약속이란 무엇인가?(6) /
11-6. 약속이란 무엇인가?(7) / 11-7. 약속이란 무엇인가?(8) /
11-8. 지식은 지식을 구원할 수 없다 / 11-9. 현명한 외출의 길 / 11-10. 없던 길, 잊혀진 길

2장. 세속(世俗)이란 무엇인가?
1. 세속의 슬픔 / 2. 그림자 던지기 / 3. 호의, 신뢰, 그리고 세속 /
4. 만날 수 없는 어긋남의 표상 / 5. 추억만으로는 바뀔 수 없는 물매의 길 /
6. 외출하지 못하는 의도 / 7. 세속은 반복 / 8. 개인의 호의 앞에 무력한 관계의 구조 /
9. 본질 없음이 바로 세속의 본질 / 10. 어리석음으로 세속은 굴러간다 /
11. 글쓰는 자가 거울 뒤로 사라져야 하는 까닭 / 12. 폭군의 얼굴 없음 /
13. 비인과적 인과의 수행성 / 14. 연극 속에서 드러나는 본심, 혹은 애초에 연극적인 본심 /
15. 물(物)-신(神)의 신비한 교착 / 16. 당신‘이라는’ 부재 속에서 커가는 나라는 괴물 /
17. 상처받은 사람은 걷는다 / 18. 대중적 혐오감을 아름다움으로 순치시키는 세속의 힘 /
19. 윤리와 도덕, 그리고 세속 / 20. 알면서 모른 체하기 / 21. 차이가 나는 반복을 통한 복수 /
22. 어리석음이 실재로 변화하는 변신(變身)의 우화(寓話)

3장. 동무론(1): 연대, 혹은 인문적 삶의 양식
1. 친구/동무, 혹은 기호의 안팎 / 2. 친구/동무, 혹은 냉소의 안팎 /
3. 친구/동무, 혹은 ‘듣기’의 전후 / 4. 동무: 뫼르소와 로캉탱의 사이 /
5. 친구/동무, 섭동(攝動)의 전후

4장. 동무론(2): 미래학으로서의 지식인 교우론
1. 어떻게, 교우론은 미래학인가? / 2. 인정투쟁과 냉소의 사이 /
3. 초월(超越), 혹은 ‘동무’가 아닌 것 / 4. 권력, 혹은 ‘동무’가 아닌 것 /
5. 연정(戀情), 혹은 ‘동무’가 아닌 것 / 6. 친구, 혹은 ‘동무’가 아닌 것

5장. 동무론(3): 현명한 복종, 현명한 지배
손을 빌리고 빌려줌으로써 가능해지는 인문적 연대

6장. 연인과 타자
1. 문턱: 연인과 친구의 사이 / 2. 문제 : 동무, 길없는 길 / 3. 배경과 현장 : 세속(世俗) /
4. 호감/호의,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 / 5. 연정 / 6. 신뢰 / 7. 사회성, 그리고 비평 / 8. 타자

7장. 에고이즘과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과 함께, 나르시시즘을 넘어가는 새로운 사이길

8장. 해바라기 콤플렉스(sunflower complex)
해바라기 콤플렉스(1) / 해바라기 콤플렉스(2) / 해바라기 콤플렉스(3) / 해바라기 콤플렉스(4)

9장. 공원(公園), 혹은 공원(空圓)
1. ‘이성의 빛’에서 물러나와 ‘존재의 빈터’를 체험하는 시공간의 판타지 /
2. 아파트 속의 자연과 시골, 공원 / 3. 산(散)책의 그 흩어짐, 산책의 그 빈터

10장. 산책, 혹은 의도(意圖)의 바깥으로 외출하기: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미로를 걷는 것으로서의 산책

11장. 산책과 자본주의
산책, 혹은 자본제적 체계와의 생산적 불화

12장. 생활양식의 인문정치와 역사화
성숙한 자유, 생산적인 자유, 그리고 현명한 실천의 자유

13장. 연대의 사이길: ‘보편-개체’의 계선을 넘어
1. 보편과 개체(1) / 2. 보편과 개체(2) /
3. 보편이라는 이름의 권력에 맞서는 약소자들의 연대 양식

14장. 술: 매체와 동무
술에 대한 낭만적 자유주의를 넘어

15장.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 거울사회와 핸드폰 인간
1. ‘기하학의 정신이 인문(人文)의 뇌수를 소각’한 이력 /
2. 세상의 문(門)-턱에서 빛나는 거울(들) /
3. 나르시시즘-함몰(陷沒)-마비(痲痺) / 4. ‘거울사회’, 혹은 총체성이 없는 편재성 /
5. 거울사회, 혹은 ‘표면성’의 승리 / 6. 핸드폰-인간(homo cell-phonicus) /
7. 핸드폰: 문(門)/창(窓)인가, 거울〔鏡〕인가? / 8. 지는 싸움: 체계의 타성과 인문(人紋)의 기동

16장. 무능의 급진성(1): 인문의 오래된 미래
1. 책이 아닌 책 / 2. 욕심 없는 의욕 / 3. 부재(不在)의 사치 /
4. 산책과 동무 / 5. 무능의 급진성

17장. 무능의 급진성(2): 자본주의와 애도의 형식

18장. 무능의 급진성(3): 이미지의 침묵과 인문(人紋)의 급진성, ‘아이’에서 ‘유령’까지
1. 아무나의 일상 속에서 구현되어야 할 천재의 능력 /
2. 심리학주의의 덫 / 3. 이미지의 나르시시즘 /
4. 회복해야 할 이미지의 급진성, 이미지의 힘 /
5. 아이(1) / 6. 아이(2) / 7. 예수(1) / 7-1. 예수(2) / 8. 소크라테스 /
9. 유령(1) / 10. 유령(2) / 11. 인문(人紋)의 새로운 가능성

19장. 무능의 급진성(4): 사치의 존재론과 부재의 사치
1. ‘기표’로서의 사치 / 2. 인문학, 빈 곳을 향한 사치 /
3. 사치와 자본주의 / 4. 사치와 존재 / 5. 사치의 재해석 /
6. 내 삶의 부재표 : 획득한 부재로서의 사치 /
7. 부재의 과잉에 잉태한 상징적 잉여가치 /
7-1. 공허하지만 빛나는 것 / 8. 부재의 가치를 부정하는 한국 현대 개신교 /
9. “훨씬 공허한 어떤 X” / 10. 금기와 시간적 구속 /
11. 노동의 금기가 허물어진 열린 시공간, 축제 /
12. 축제의 원리, 낭비와 사치 / 13. 축제와 에로티즘 /
14. 사랑의 본질 역시 낭비와 사치 / 15. 사치가 아닌 쾌락은 없다 /
16. 잉여의 경제학 / 17. 교환의 불가피성 / 18. 시선과 교환의 근원적 어긋남 /
19. 양심에서 조심으로 / 19-1. 교환-시선의 실천적 재구성의 장애물, 자기억압 /
20. 교환이라는 인문(人紋)의 수평선과 시선이라는 수직선 /
21. 교환과 시선의 쉼없는 재구성의 역사 /
22. 시선이 교환을 파괴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책 속으로

삶의 인드라망 속에서 피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결심, 고백, 약속, 참회, 그리고 용서와 같은 심리적 결절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안타깝지만 대체로 실패한다. 의도와 관념에서 출발하는 방식은 필경 자신이 만든 거울 속에 갇히기 때문이다.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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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인드라망 속에서 피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결심, 고백, 약속, 참회, 그리고 용서와 같은 심리적 결절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안타깝지만 대체로 실패한다. 의도와 관념에서 출발하는 방식은 필경 자신이 만든 거울 속에 갇히기 때문이다. 종교나 도덕이, 호의와 다짐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면, 우리는 지금쯤 천국에 살고 있을 테다. - p.22

글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할 때, 그것은 글의 문제이기 이전에 보다 중요한 뜻에서 그것은 세속이 구비하고 있는 응답의 가능성과 그 한계의 문제다. 세속과 읽히는 책의 공모는 그 응답의 가능성과 한계를 규제하고 조작함으로써 계속된다. 그리고, 글쓰기의 신뢰는 바로 이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열어주는 공간 속에서 낯설고 힘들게 건설되는 것이다. 내 글이 나의 타자가 되는 그 어려운 응답 속에서 내 글은 길게 돌아오는 나의 손님이 된다. - p.107

당신이 아는 한, 그 현실의 코드, 혹은 그 코드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소식은 ‘친구’밖에 아무것도 없다. 왜 ‘친구’밖에 없는가? 그것은 바로 당신이 ‘친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며, 아니었고, 또 아닐 것이라고 주문하며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인간들이 소비자로 살아가는 이 ‘마지막 인간’(니체)의 시대에, 당신의(이라는) 친구는 그 소비자적 존재와 부질없이 대치하는 물신(物神)이기 때문이다. 끝내 당신의 공부도, 경험도, 연륜도, 종교도, 운명도, 당신을 바꾸지 못했기(하기) 때문이다. -p.199

말이 인문학적 실천의 전부는 아니되 그 생략할 수 없는 본령이므로 세상과 간여하려는 인문학도들의 노력은 말/글의 다양한 실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말이 통해서 말만큼 살 수 있는 세상”이란 이같은 노력의 시행착오가 조금씩 열어가는 생활의 진경(進境)이자 진경(珍景)을 가리킨다. 이 글은 이 진경을 향한 도상의 모습을 몇 가지의 제도적 표상--친구, 연인, 가족, 종교, 관료제 등--에 집중해서 묘사하거나 분석한 것이다. 이 논의의 맥락을 다소 과장되게 일반화한다면, ‘가족’이나 ‘친구’는 ‘말이 필요없는 관계’이며, ‘연인’이란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인 셈인데, 이와 대조적으로 ‘동무’란 무엇보다 말이 중요하고, 또 말이 통하는 관계를 향한 지속적이며 부사적(副詞的)인 섭동(攝動)의 노력이다. - p.222

세속이 슬픈 이유는 악(惡) 때문이 아니다. 전두환의 폭압이나 내 돈을 떼먹고 달아나는 악덕 상인이 세속을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들은 세상을 ‘아프게’할 뿐 슬프게 만들진 못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나 소련의 굴락(Gulag)은 뼈아픈 현실이지만, 정작 슬픈 것은 아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아픔의 그늘 아래 피해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시적 오해와 상처의 착종이다. 마치 부모의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부모의 유산을 놓고 하이에나처럼 으르렁거리는 자식들의 욕심과 그 상처가 슬프듯. 조국을 되찾기 위한 의열단원의 죽음이 슬픈 게 아니라 되찾은 조국에서 김창룡과 조소앙의 뒤바뀐 운명이 슬프듯.
슬픔은 적(敵)들의 횡포 탓이라기 보다 오히려 친구들의 선의와 그 무모함에, 연인들의 호의와 그 어리석음에, 가족득의 애착과 그 타성에 얹혀 생긴다. - p.265

그러나 인문-종교-예술은 그 무능의 텅 빈 중심 속에서 미래의 급진적 가능성을 배태하는 존재론을 고집해야 한다. 그것은 늘 소수의 것이며 미래의 것이며 끝내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지는 자들의 것이다. …… 인문-종교-예술은 워낙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자리에서 운신하며, 그 낮은 빈 자리를 급진화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만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미래완료적으로) 증명한다.
지는 방식, 혹은 무능의 어떤 것 속에서 인문은 오히려 타락한 현재의 공시와 세속의 통시를 고스란히, 힘없이, 그러나 미증유의 비판적 풍경으로 드러낼 것이다. 그 타락한 세속과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희생양들의 속절없는 죽음과 그 무능은, 역사귀류법적 진실이 되어 그 모든 희생된 가치의 비판적 무게로써 자본주의적 유능을 내리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p.458~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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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문의 무능을 급진화하라! 자본주의적 유능을 인문(人紋)적 무능으로 대체하려는 인문(人文) 좌파적 연대와 실천 왜 동무론인가 90년대 중반 이래 김영민에 따라붙는 가장 흔한 수식은 ‘새로운 글쓰기를 통한 인문학의 탈식민화를 주장한 철학자’였...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인문의 무능을 급진화하라!
자본주의적 유능을 인문(人紋)적 무능으로
대체하려는 인문(人文) 좌파적 연대와 실천

왜 동무론인가
90년대 중반 이래 김영민에 따라붙는 가장 흔한 수식은 ‘새로운 글쓰기를 통한 인문학의 탈식민화를 주장한 철학자’였다. 그러나 어쩌면 이 책으로 인해 그는 철학적 관계론이자 실천철학으로서의 ‘동무론’을 조형한 인문학자로 그 이름에 따르는 수사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펴낸 20여 권의 저술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이라 자평하는 책 《동무론》은 자신이 중심이 되어 지난 15년 동안 꾸려진 인문학 공동체 모임인 ‘장미와 주판’에서의 공부와 경험, 사람들 간의 소통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앎과 생활 속에서의 실천, 그리고 그 표현인 글쓰기 간의 일치를 궁리해온 터에 《동무론》은 자신의 공부와 실천이 글로 표현된 지난 15년 세월의 고갱이라 할 수 있겠다.
김영민의 정의에 따르면 인문(人文)은 곧 ‘인간의 무늬’, 인문(人紋)이다. 따라서 인문학(人文學)이란 ‘사람의 무늬’를 살피고 헤아리는 공부이다. 또한 영원히 단독자일 수 없는 인간은 다른 이[人]들과의 관계[間]를 통해서만 그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기에 인문학의 대상은 ‘사람 사이의 관계’ - ‘사람’은 물론이고 그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까지 포함하는 - 라고 할 수 있으며, 그의 주된 관심이 ‘동무’라는 철학적 관계론을 조형하는 데 놓여왔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철학적 관계론, 그리고 실천철학으로서의 동무론
우선 동무는 친구가 아니다. 시간에 의해 축적된 끈적한 기억을 공유하지만, 친구는 “그저 친(親)해서 친구일 뿐”이며, 그 속 내용은 한없이 공허하다. 또한 동무는 동지(同志)가 아니다. 뜻을 함께하여 하나의 깃발 아래서 뭉친 동지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과정에서는 더없이 뜨거운 연대의 관계이지만, 그들을 뭉쳐준 ‘뜻’의 효용이 사라지거나, ‘깃발’이 꺾기면 ‘간 데 없이’ 사라질 운명을 타고났다. 무엇보다 동무는 연인과 다르다. 연정은 대개 “사려 깊은 이기심”이라 말할 수 있는 자기애라는 감정의 끈에 기대고 있는데, 언제나 자기 마음과는 다른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상처의 지뢰밭을 헤매고 만다. 친구와 동지, 연인 관계의 바탕이 되는 정서는 자신만의 사적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호의’와 ‘호감’, 그리고 ‘선한 의도’인데 그것은 또한 우리가 놓여 있는 삶의 자리인 ‘세속’을 구성하는 중요한 속성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마음만으로 관계나 세상은 변하지 않으며, 변함 없는 관계와 세상을 탓하며 그 상처에 뒤통수를 맞는 어리석음만 반복될 뿐이다. 이에 김영민은 새로운 관계론으로 세속의 벽을 뚫고 나아가는 ‘동무’로 이르는 길을 주장한다. ‘가치’가 아닌 ‘값’이 만물의 척도가 되는 자본주의적 셈속에 기민한 물신주의자들과 ‘좋은 마음’을 배신하는 세속에 거듭 상처받는 ‘선량한 바보’들의 사이길에 동무들이 가야 할 길이 놓여 있다.
그것은 사적 규칙이 아닌 타자와의 ‘사회적 약속’인 ‘신뢰’가 바탕이 된 실천적 관계이다. ‘동무’는 섣불리 마음이나 뜻이 ‘같음’에 흥겨워하지 않으며, 서로의 차이가 만든 ‘틈’을 인정하면서, 삶의 이치나 사람의 무늬에 대한 깨우침을 ‘말’로써 교환하고, 나르시시즘에 고립된 개인이 아닌 각개약진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서늘하지만 현명한 지적 교우의 관계이다. 그러기에 동무라는 관계는 이미 자리매김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닦아가는, 지속적인 활동의 여정에 놓여 있는 실천철학이다.

인문의 무능, 그 역설적 급진성
김영민은 오랫동안 ‘인문의 무능’을 이야기해왔다. 그것은 근래 회자되는 ‘인문학의 위기’와는 관점의 층위가 다르다. 인간의 무늬[人紋]라는 비가시적인 진리를 탐색하는 인문학은 그 속성상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성패를 판가름하는 자본주의적 세속의 원리와는 근본적으로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필연적인 ‘지는 싸움’의 전장에서 과연 무능한 인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그 무능한 인문학을 매개로 모여든 동무들은 무엇을 명분으로 그 지는 싸움을 결연히 수행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김영민은 무능의 역설적 힘을 주장한다. “지는 방식, 혹은 무능의 어떤 것 속에서 인문은 오히려 타락한 현재의 공시와 세속의 통시를 고스란히, 힘없이, 그러나 미증유의 비판적 풍경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써먹을 수 없는 문학이, 인간에게 유용한 것들이 거꾸로 인간을 억압하는 부정적 힘들을 보여준다”고 했던 김현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데, 십자가에 매달려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했던 예수의 무능이 (로마) 제국의 유능을 포섭했듯, 혹은 소크라테스의 변명 없는 죽음이 당대 체계의 모순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서양철학사의 시원이 됐듯이, 급진화한 무능이 체계화된 유능의 연약한 속살을 파고들어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즈음에서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을 표방하는 ‘동무론’이 지향하는 바가 뚜렷해진다. (자본주의적) 체계에 구걸하여 외피만을 부풀리려는 ‘인문학의 거짓 부활’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된 나르시시즘의 벽을 뚫어낸 현명한 동무들 간의 연대를 통해, 그리고 인문학 본연의 무능을 근기 있게 급진화함으로써 체계 밖으로 나아가 체계 전복의 기운을 무던히 지펴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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