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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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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쪽 | | 147*211*20mm
ISBN-10 : 895464628X
ISBN-13 : 9788954646284
지독한 하루 중고
저자 남궁인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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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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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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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깊은 곳의 한 '인간'을 오롯이 담다! 《만약은 없다》의 저자이자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의 두 번째 산문집 『지독한 하루』. 매일같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지독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간 환자를 다시 삶의 영역으로 돌이켜야 하는 긴박한 과제가 지독하며,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버린 환자와 이별하고 또 이별해야만 하는 일이 지독한, 그런 하루를 보내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매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받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 의사인 저자가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현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성찰을 담아냈다.

도시가 잠든 깊은 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급작스런 비극을 맞이한 이들이 도착하는 종착지는 바로 응급실이다. 매일같이 의사로서 극적으로 생명을 다시 획득한 이들과 의료진의 온갖 노력 끝에도 결국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만 했던 이들의 이 운명을 대면해야만 했던 저자는 끝없는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며 눈빛을 형형하게 빛냈다. 이런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감히 예정된 패배 앞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모든 인간이란 존재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된다.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에는 저자와 같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던 한 특별한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수련 일정을 마친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아 하루아침에 의사에서 환자가 되었지만, 그 순간부터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의사,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또 다른 환우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며 남은 인생을 살다 간 동료를 추억한다.

저자소개

저자 : 남궁인
저자 남궁인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적어댔으며,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는 곧 누군가의 지독한 하루이기도 하다. 매일 밤 응급실은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로 붐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그 불행을 하나도 피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 현장에서 숱한 하루를 버텨낸 의사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여기 담긴 기록은 매일의 비극을 똑똑히 목격하고 마치 참회하듯 써내려간 글들이다. 결국 예고 없이 닥치는 운명의 가혹함을 인간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을지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독한 하루 앞에 지독하게 저항하는 인간의 간절함이 여기 있음을.

목차

프롤로그: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지독한 하루
기내 난동 사건을 마주하며
악마를 만나다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
인턴 첫날의 일기
하나뿐인 신장
산 채로 불탄 일곱 명의 사내
그들이 사는 세상
질풍노도를 건너는 법
거기 119죠?
지진의 응답자들
‘밭갈이’를 아시나요?
영민한 외과 인턴의 일
왜 하필 그곳은 양양이었을까
소방본부의 의사
죽음은 평등한가요?
‘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
땡볕에 갇힌 아이
1미터의 경계
조각난 몸
중증외상센터의 현실
외로움 일기
만약은 없다
마지막 성탄절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만약은 없다』를 쓴 남궁인의 두번째 책! 삶과 죽음이 거짓말처럼 교차하는 그곳 인간의 목숨을 붙든 또다른 인간의 마음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

[출판사서평 더 보기]

『만약은 없다』를 쓴 남궁인의 두번째 책!
삶과 죽음이 거짓말처럼 교차하는 그곳
인간의 목숨을 붙든 또다른 인간의 마음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_요조(가수)

그의 하루는 지독하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지독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간 환자를 다시 삶의 영역으로 돌이켜야 하는 긴박한 과제가 지독하며,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버린 환자와 이별하고 또 이별해야만 하는 일이 지독하다.
『지독한 하루』는 매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받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현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성찰을 담았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에게 그 운명은 더욱 급박한 형태로 습격하듯 찾아온다. 도시가 잠든 깊은 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급작스런 비극을 맞이한 이들이 도착하는 종착지가 바로 응급실이기 때문이다. 남궁인은 매일같이 의사로서 환자와 함께 이 운명을 대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극적으로 생명을 다시 획득했고, 어떤 이들은 의료진의 온갖 노력 끝에도 결국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만 했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마주한 의사라는 ‘인간’

'죄송합니다. 영면하세요, 부디.' 나는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끝없는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235쪽)

그처럼 생사가 거짓말처럼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지은이는 매번 심호흡을 가다듬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의사였지만 당연하게도 그 역시 인간이었다. 슬픔이 찾아오면 입술을 깨물고 이를 억지로 참는 인간, 비극 앞에 다만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인간, 그 마음속 깊은 곳의 한 ‘인간’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여느 환자와 다름없이 아파하고 외로워하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인간의 모습, 매일밤 극단을 오가느라 끝없는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며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감히 예정된 패배 앞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모든 인간이란 존재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된다.
한편,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에는 지은이와 같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던 한 특별한 동료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다. 그는 외과 전문의가 되기를 꿈꾸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던 동료였지만, 수련 일정을 마친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하루아침에 의사에서 환자가 되었지만, 그 순간부터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의사,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또다른 환우가 되어 남은 인생을 살다 갔고,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모든 의학으로 밝혀낼 수 있는 죽음으로부터 사위어가는 생명을 끝까지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에게 심장에서부터 느껴지는 날카롭고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한 것, 또 그를 방치해서 사망 확률을 더 높인 것은 분명히 내 책임이다. (…) 이것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은 괴로운 일이다. 순간 나는 모든 환자들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감내하는 일이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었다. (19쪽)

팔, 다리, 신장, 뇌, 창자. 지켜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점차 긴장이 풀리며 강박과도 같은 피로가 쏟아졌다. 나는 머릿속에서 수액과 감압,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창자가 팽창한 연유를 강박적으로 떠올리며 피로에 맞섰다. 승압제를 조절하고 수액을 바꾸며 배를 눌러보기도 하고, 별 차이 없는 호흡기 세팅을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버텼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그냥 기적을 기다리며 갈구하는 사람 같았다. (231쪽)

우리는 TV 드라마에서 제 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한다. 그들은 “왜 멀쩡하던 사람이 돌아가신 겁니까?” “과실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와 같은 말을 뱉어내며, 벼락처럼 떨어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의사의 멱살을 잡아챌 기세로 울부짖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사망선고를 듣자마자 눈물을 삼키며 체념한다. 그것은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신뢰에서라기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어느 때건 끝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생명은 결국 유한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죽음에 관한 신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232, 233쪽)

죽음은 평등한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또한 그는 이처럼 나약하고 언젠가는 죽고야 말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다. 아슬아슬한 생명을 건져올리는 그의 눈에 이 세상은 여전히 불합리하다. 그가 응급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이들 중 하나가 119 대원이다. 그런데 불길에서 사람을 구해내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이들은 국민 안전에 직결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소방관은 특정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직이기에 소방 조직은 전면적인 국가 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그들이 사는 세상」).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가 턱없이 부족해 교통사고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손도 못써보고 죽는 일이 여전히 허다하다(「중증외상센터의 현실」). 병원에서 접하게 된 아동 학대 사례(「악마를 만나다」), 희귀 질환을 앓는 안타까운 아이의 이야기(「‘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도 세상을 향한 그의 따뜻한 관심에서 포착됐다.

법이라는 말을 뱉고 나도 조금 놀랐다. 법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릇된 어른들과 사회의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어떻게든 살아난다. 풀뿌리를 짓밟듯 발굽으로 짓이겨도 질긴 목숨은 결국 다시 싹을 틔운다. 이 어린 생명은 결국 상처가 선연하게 남은 몸으로 간신히 회복할 것 같았다. (62, 63쪽)

지극히 인간적이며 위트 넘치는 평범한 인턴들의 일상
한편, 이처럼 무거운 주제뿐 아니라 이 책에는 갓 의과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의학도가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어엿한 전문의가 되기까지 마주하게 되는 인간미 넘치는 일화도 많다. 그들은 외과 인턴을 거치며 수술 전, 발 빠르게 환자의 배꼽을 소독하는 ‘배꼽닦이’가 되기도 하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언제든 쿵쾅거리며 호출이 있으면 달려가는 기동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그런 시절을 지나 그도 의사가 되었다.
여전히 응급실 환경은 열악하다. 응급실을 찾은 취한 폭력배에게 이유 없이 싸다귀를 얻어맞은 일도 있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소독된 환부가 온전하기만을 바라며 환자를 지켜야 했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아무리 지독한 피로가 강박처럼 몰려오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그의 꿈은 여전히 하나다.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보았던 의대 교수님이 그랬듯, 자신도 언제나 환자의 이마를 다정하게 짚어주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아프고 외로울 환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추천사]
읽다가 공연히 다른 짓을 몇 번 했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에 부쩍 쿰쿰해진 수건들을 삶으면서 거품이 넘치려고 할 때마다 냄비 뚜껑을 한 번씩 열어주었는데 말하자면 그런 짓을 했다. 슬픔이 넘칠 것 같아 읽다 말고 뜬금없이 메일함을 열어보고 또 넘치려고 해서 읽다 말고 물 한잔 마시고 오고 그랬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밤새 응급실에서 발로 뛰며 일한 것처럼 기운이 빠져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잠시 누워 쉬어야 했다.
생사가 장난처럼 왔다갔다하는 현장에서 누군가를 살리고 또 누군가를 살리는 데 실패하는 하루를 사는 생이란 과연 어떨지 감히 상상해본다. 그도 뭔가 넘칠 것 같아 이 글들을 썼을까. 어쩐지 견딜 수 없어질 때마다 글을 쓰곤 했을까.
그의 글은 무심한 일상 속에선 차마 들여다볼 용기도 이유도 없어 외면했던 살아간다는 일의 슬픔과 놀라움을 처음으로 정직하게 바라보게 한다.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_ 요조(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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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 2개월 아기의 가정폭력에 대한 글이 어느 날 내게로 왔기에 <만약은 없다>보다 <지독한 하루>를 먼저 알게 되었다 *...

    *

    2개월 아기의 가정폭력에 대한 글이 어느 날 내게로 왔기에

    <만약은 없다>보다 <지독한 하루>를 먼저 알게 되었다

    *
    -
    사람이 사망했다고 선고되는 시간은 실제 심장이 멈춘 순간이 아닌,
    '사람이 절대로 돌아올 수 없으리라 확신할 때', '포기를 결정'했을 때,
    그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렇다면 태어날 시간을 수술이나 유도분만으로 임의로 만들어낼 수 있듯
    사망 시간도 사망 날짜도 어쩌면 조금은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내 말이 떨어지기 전까지 그는 아직 산 사람이었으나 내가 입을 열어 죽음을 말하는 순간 죽은 사람이 되었다.'

    .
    '과학의 순간이지만 유일하게 과학의 손에 맡길 수만은 없는 그 순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불분명한 분절에 선을 그어 그를 망자로 만들고 무조건 슬픔을 들이켜야 하는 순간, 나는 앞으로도 그 순간의 명명을 언제나 고민하고 고뇌하게 될 것이다.'
    *

    *
    급한대로 당장의 통증이나 줄여보고자 장례식장 바로 옆에 위치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남는 침상도 없어 앉은 채로 의사와 마주했다. 그를 본 순간 누가 환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나보다 훨씬 위중해 보이는 그가 "어디가 안 좋으세요?"라고 묻는데, 차마 무어라 대답하기가 죄스러운 기분이었다.

     

    - 양수진, <이 별에서의 이별> 의 글을 보니, <지독한 하루>의 응급실이 생각난다.
    *
    감동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연출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에 물결이 일지 않는다.
    ...감동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

     

    - 양수진, <이 별에서의 이별>. 글로 전해지는 감동도 연출해서는 독자의 마음에 전해지지 않는다.
    *

  • 지독히 감동적인 책 | ge**park | 2018.02.0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슬픔, 기쁨, 감동의 눈물을 쏟게 하는  책이다. 때론 읽기를 멈추고 한참 동안 눈두덩을 휴지로 눌러야 했다.책을 적...

    슬픔, 기쁨, 감동의 눈물을 쏟게 하는  책이다.
    때론 읽기를 멈추고 한참 동안 눈두덩을 휴지로 눌러야 했다.
    책을 적시지 않기 위해.

    가슴을 멍멍하고 아프게 한다.
    감동의 카타르시스로 의식을 정화시킨다.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뼛속까지 느끼게 한다.

    아이가,  '아빠, 놀아줘'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이가 의식만 있어도 행복한 아버지가 있다.
    의식이 없는 손녀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할아버지가 있다.
    죽음의 저편에서 다시 건너오고 삶을 더 지속하는 아이들!
    어쩌면 그것은 아이들의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의,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들의 삶을 붙든 것으로 그려졌지만.

    작품에는 응급실에서의  에피소드 24편이 나온다.
    사고 등으로 죽음으로의 문턱을 넘어서는 사람들,
    그들에 얽혀 있는 가련한 사연들,
    그들의 죽음을 막아내기 위한 死鬪들!

    저자는 서른 중반의 응급의학 전문의다.
    누군가로부터 존경받기 쉽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매일을 생과 삶의 전쟁터를 지켜내고
    이런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저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응급실 의사들 모두에게,
    산꼭대기부터 미끄러운 비탈길을 달려 응급실까지 옮겨와서는 털썩 주저앉은 구급대원들에게도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책은 재미(?)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긴박감 넘친다.
    저자는 의사이지만 작가의 끼가 넘쳐난다.
    생상한 묘사는 때론 읽기를 중단시킨다.
    문학성이 넘친다. 창의적인 비유는 이해와 감정의 깊이를 심화시킨다.
    전업작가로도 크게 성공할 것 같다.
    좋은 의사를 잃을까 두렵다.
    의사이자 작가의 삶을 지속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인다.

    <책 속의 문장>

    지독한 하루 편 

    골반뼈는 으스러지고, 안쪽 장기도 으깨져 터져나갔다.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최대한 공격적인 처치가 필요했다. 언제 의식이 떨어지고, 연이어 호흡과 심장이 멈출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맨정신인 할머니의 기도를 확보한 뒤, 중심정맥관을 수개나 뚫었다.

    그녀는 중환자 실에서 움푹 꺼진 머리통과 말라가는 눈동자로 회복되길 기다리며 눕게 될 것이다.

    기내 난동 사건을 마주하며 : 칼 맞고 온 깡패 두목과 그 똘마니들 이야기 

    그들은 병원 침대를 들어 옮길 것처럼 수십 명이 붙어서 환자를 수행하고 있었다.

    악마를 만나다 편: 학대로 뇌가 함몰된 두 달 된 아기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많지만, 왜 선한 사람 가운데 이토록 악한의 결정체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야만 세상이 완전한 것일까?

    산 채로 불탄 일곱 명의 사내

    그는 이 육신을 더 이상 사용하기 싫다는 듯,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땡볕에 갇힌 아이 편: 목 아래로 마비된 아이가 열사병에 걸려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온 이야기로 나를 가장 많이 감동받고 눈물을 쏟게 하였다.


    아빠는 아이와 지난 10년간 늘 함께하였다. 똥을 파내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뒹굴려주었다. 밥을 먹을 때면 아빠 한 숟갈 아이 한 숟갈 번갈아 먹었다. 덕분에 아이는 커졌다. 아빠의 허리가 아파졌고, 류머티즘도 생겼다.
    그날은 아빠 치료차 병원에 들렀다. 잠깐이면 될 거라 생각하고 아이를 차에 두었다가 생긴 일이다.

     "지난 10년간 아디를 위해 안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아이의 인생에 제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요? 아이의 경추를 한 번 접었고, 이제는 내 몸이 아프다고 아이를 방치해서 끔찍한 불덩이 속에 내던진 게 부모라는 사람이 할 일일까요? 이제는 아이에게, 인생을 바치겠다는 말을 하는 것도 미안합니다. 과연 인생 말고 이 아이에게 무엇을 더 걸어야 할까요. 그런 것이 세상에 남아 있기나 할까요."

    점심이 지나고, 아이에게 저체온 요법을 유지한지도 24시간이 되었다. 이제 두 시간 동안의 느린 해동이 필요했다. 아이의 찬 피부는 조금씩 말랑해질 것이다. 진행이 완료되면 모든 약물을 끊고 아이의 의식을 확인해야 한다.

    아이는 온몸에 붙였던 패드를 떼고 어제의 열기가 사라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것 말고는, 평범하게 마른 아이 같았다. 이제 입을 열어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그러면 아이에겐 그 전과 같은 삶이 펼쳐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평생 말하거나 사고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호흡기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 두 번의 사고를 겪은 몸으로 언제 악화될지 몰라 여생을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떨리는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정신 좀 차려볼래?"
    "......."
    반응이 지지부진했다. 약기운에서 늦게 깨는 경우는 있지만,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절망감으로 아릿해졌다.
    "애야, 정신 좀 차려봐, 정신."
    "......"
    아이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대로 또 하나의 비극이 시작되는 걸까. 보호자에게 가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뒤에서 약한 음성이 들렸다.
    "아, 병원....."
    병원.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의 어깨를 집고 소리쳤다.
    "병원, 네가 말한 것 맞니? 병원?"
    "병원, 또 병원."
    그것은 아이의 입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정말 말할 수 있는 아이였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말할 수 있겠구나.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빨리, 보호자 불러요. 아이가 깨어났어요."
    보호자는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튀어서 아이에게 달려왔다. 그러고는 아이의 얼굴을 붙들고 소리쳤다.
    "정신이, 정신이 들었니?"
    "아빠."
    "그래."
    "어디 있었어요, 아빠?"
    "아빠 어디 안 갈게....."
    보호자는 먹먹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를 두고 어디 안 갈게. 잠시도 안 갈게. 이제 평생 너를 두고 어디도 가지 않을게.....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했다. 이제, 행복하게 살자."

    그 말에 모여든 의료진도 작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보호자는 늘 아이를 껴안던 모양새 그대로 얼굴을 맞대고 울고 있었고, 아이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지나갔는지 전혀 모르는 표정으로 멀뚱하니 천장의 격자무늬를 보고 있었다. 이제 '기적 같은 아이'가 겪던 '기적 같은 일상에서,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날' 이후의 평범한 삶, 아이를 매일 들어 옮기고,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삶, 하지만 그것마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삶. 그 경계와 운명의 암투에서 아이는 가까스로 건져올려졌다.
    보호자는 아이의 정신이 온전해질 때까지 한 참을 울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도록 보고 있었다. 나는 이 가족에게 어떠한 일상이 계속되고, 어떠한 미래가 닥쳐올지 알지 못한다. 다만 영영 떠나갈 뻔했던 한 생명이 이 세상으로 온전히 돌아왔음을, 그리고 내가 그것을 똑똑히 목격했음을 기억할 뿐. 그리고 한동안은 이 가족에게 기적 같은 행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믿고 또 깊이 바랄 뿐.

  • "만약은 없다"를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구입하였다.   그리고 읽어내려갔다.   늘 ...

    "만약은 없다"를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구입하였다.  

    그리고 읽어내려갔다.

     

    늘 이러한 글들은 나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곤 했다.

    특히 저자의 글들은 현장감이 있고 깊이도 아울러 갖추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공을 주으러 가다가 자동차에 깔린 그 아이....

    아버지가 치료받으러 간 동안 뜨거운 차 안에서 발갛게 익어버린 아이.......

    그 글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제 실수었습니다.

    그 실수만 도돌릴 수 있다면........."

    그 아이의 아버지의 끊어질듯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아직 나는 그런 지독한 후회를 하지 않은 것에 감사했고 그것을 가슴에 깊이 깊이 새기고 새긴다.

    내 아이를 더더욱 철저히 돌보며 지키겠다고 말이다.

     

    "어디에 있었어요, 아빠?" p182...

    "아빠 어디에 안 갈게......." p186.....

    내 평생동안 이 말을 가슴에 깊이 간직할 것이다.

    아직은 많이 젊은 작가께서 유시민이나 표창원, 마광수 같은 자들로부터 나쁜 영향은 받지 않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

  • 응급실...누구나 가봤을 병원. 그곳에 근무하는 의사의 에세이집이다 왠지 화급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피 비린내...

    응급실...누구나 가봤을 병원. 그곳에 근무하는 의사의 에세이집이다

    왠지 화급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피 비린내와 약품내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분주한 사람들, 수액을 꽂고 침대에 늘어져 있는 환자들, 응급실 문을 박차고 들것을 들고 달려 들어오는 119대원들......응급실의 보통 모습이다.

    질병과 죽음앞에 나약하기만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을 살리려는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의 삶이 보인다. 하나하나의 환자들과의 교감과 그들을 치료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도 느껴진다.

    일면 부럽기도 하다. 일단 의사가 그 바쁜 일상속에서도 글을 썼다는 것이 존경스럽기마저 하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 출판사 서평

      "만약은 없다"를 읽었다. 그리...

    출판사 서평

     

    "만약은 없다"를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구입한다.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_요조(가수)

    그의 하루는 지독하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지독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간 환자를 다시 삶의 영역으로 돌이켜야 하는 긴박한 과제가 지독하며,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버린 환자와 이별하고 또 이별해야만 하는 일이 지독하다.
    『지독한 하루』는 매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받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현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성찰을 담았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에게 그 운명은 더욱 급박한 형태로 습격하듯 찾아온다. 도시가 잠든 깊은 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급작스런 비극을 맞이한 이들이 도착하는 종착지가 바로 응급실이기 때문이다. 남궁인은 매일같이 의사로서 환자와 함께 이 운명을 대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극적으로 생명을 다시 획득했고, 어떤 이들은 의료진의 온갖 노력 끝에도 결국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만 했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마주한 의사라는 ‘인간’

    '죄송합니다. 영면하세요, 부디.' 나는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끝없는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235쪽)

    그처럼 생사가 거짓말처럼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지은이는 매번 심호흡을 가다듬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의사였지만 당연하게도 그 역시 인간이었다. 슬픔이 찾아오면 입술을 깨물고 이를 억지로 참는 인간, 비극 앞에 다만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인간, 그 마음속 깊은 곳의 한 ‘인간’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여느 환자와 다름없이 아파하고 외로워하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인간의 모습, 매일밤 극단을 오가느라 끝없는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며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감히 예정된 패배 앞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모든 인간이란 존재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된다.
    한편,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에는 지은이와 같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던 한 특별한 동료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다. 그는 외과 전문의가 되기를 꿈꾸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던 동료였지만, 수련 일정을 마친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하루아침에 의사에서 환자가 되었지만, 그 순간부터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의사,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또다른 환우가 되어 남은 인생을 살다 갔고,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모든 의학으로 밝혀낼 수 있는 죽음으로부터 사위어가는 생명을 끝까지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에게 심장에서부터 느껴지는 날카롭고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한 것, 또 그를 방치해서 사망 확률을 더 높인 것은 분명히 내 책임이다. (…) 이것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은 괴로운 일이다. 순간 나는 모든 환자들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감내하는 일이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었다. (19쪽)

    팔, 다리, 신장, 뇌, 창자. 지켜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점차 긴장이 풀리며 강박과도 같은 피로가 쏟아졌다. 나는 머릿속에서 수액과 감압,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창자가 팽창한 연유를 강박적으로 떠올리며 피로에 맞섰다. 승압제를 조절하고 수액을 바꾸며 배를 눌러보기도 하고, 별 차이 없는 호흡기 세팅을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버텼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그냥 기적을 기다리며 갈구하는 사람 같았다. (231쪽)

    우리는 TV 드라마에서 제 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한다. 그들은 “왜 멀쩡하던 사람이 돌아가신 겁니까?” “과실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와 같은 말을 뱉어내며, 벼락처럼 떨어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의사의 멱살을 잡아챌 기세로 울부짖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사망선고를 듣자마자 눈물을 삼키며 체념한다. 그것은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신뢰에서라기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어느 때건 끝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생명은 결국 유한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죽음에 관한 신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232, 233쪽)

    죽음은 평등한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또한 그는 이처럼 나약하고 언젠가는 죽고야 말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다. 아슬아슬한 생명을 건져올리는 그의 눈에 이 세상은 여전히 불합리하다. 그가 응급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이들 중 하나가 119 대원이다. 그런데 불길에서 사람을 구해내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이들은 국민 안전에 직결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소방관은 특정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직이기에 소방 조직은 전면적인 국가 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그들이 사는 세상」).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가 턱없이 부족해 교통사고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손도 못써보고 죽는 일이 여전히 허다하다(「중증외상센터의 현실」). 병원에서 접하게 된 아동 학대 사례(「악마를 만나다」), 희귀 질환을 앓는 안타까운 아이의 이야기(「‘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도 세상을 향한 그의 따뜻한 관심에서 포착됐다.

    법이라는 말을 뱉고 나도 조금 놀랐다. 법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릇된 어른들과 사회의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어떻게든 살아난다. 풀뿌리를 짓밟듯 발굽으로 짓이겨도 질긴 목숨은 결국 다시 싹을 틔운다. 이 어린 생명은 결국 상처가 선연하게 남은 몸으로 간신히 회복할 것 같았다. (62, 63쪽)

    지극히 인간적이며 위트 넘치는 평범한 인턴들의 일상
    한편, 이처럼 무거운 주제뿐 아니라 이 책에는 갓 의과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의학도가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어엿한 전문의가 되기까지 마주하게 되는 인간미 넘치는 일화도 많다. 그들은 외과 인턴을 거치며 수술 전, 발 빠르게 환자의 배꼽을 소독하는 ‘배꼽닦이’가 되기도 하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언제든 쿵쾅거리며 호출이 있으면 달려가는 기동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그런 시절을 지나 그도 의사가 되었다.
    여전히 응급실 환경은 열악하다. 응급실을 찾은 취한 폭력배에게 이유 없이 싸다귀를 얻어맞은 일도 있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소독된 환부가 온전하기만을 바라며 환자를 지켜야 했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아무리 지독한 피로가 강박처럼 몰려오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그의 꿈은 여전히 하나다.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보았던 의대 교수님이 그랬듯, 자신도 언제나 환자의 이마를 다정하게 짚어주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아프고 외로울 환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추천사]
    읽다가 공연히 다른 짓을 몇 번 했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에 부쩍 쿰쿰해진 수건들을 삶으면서 거품이 넘치려고 할 때마다 냄비 뚜껑을 한 번씩 열어주었는데 말하자면 그런 짓을 했다. 슬픔이 넘칠 것 같아 읽다 말고 뜬금없이 메일함을 열어보고 또 넘치려고 해서 읽다 말고 물 한잔 마시고 오고 그랬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밤새 응급실에서 발로 뛰며 일한 것처럼 기운이 빠져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잠시 누워 쉬어야 했다.
    생사가 장난처럼 왔다갔다하는 현장에서 누군가를 살리고 또 누군가를 살리는 데 실패하는 하루를 사는 생이란 과연 어떨지 감히 상상해본다. 그도 뭔가 넘칠 것 같아 이 글들을 썼을까. 어쩐지 견딜 수 없어질 때마다 글을 쓰곤 했을까.
    그의 글은 무심한 일상 속에선 차마 들여다볼 용기도 이유도 없어 외면했던 살아간다는 일의 슬픔과 놀라움을 처음으로 정직하게 바라보게 한다.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_ 요조(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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