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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을 권리
296쪽 | | 137*212*21mm
ISBN-10 : 8994973613
ISBN-13 : 9788994973616
외롭지 않을 권리 중고
저자 황두영 | 출판사 시사IN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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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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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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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사이만 같이 살 수 있나요?”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는 동거, 그리고 높은 장벽의 혼인. 이 두 가지 선택지면 충분할까? 원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꾸릴 권리를 꼭 혈연이나 결혼으로 보증 받아야 할까? 『외롭지 않을 권리』는 외로움이 새 사회적 질병으로 떠오른 시대,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내 최초로 ‘생활동반자법’ 명칭을 만들고 입법 내용을 제안했던 저자가 한계점에 이른 ‘정상 가족’의 대안으로 생활동반자 관계를 소개한다. 개인이 행복하면서도 공동체의 미래가 탄탄해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돌봄 해법을 제시한다.

국회에서 사회적 돌봄에 필요한 법과 정책을 연구해온 저자가 외로움을 해결할 대안으로 ‘생활동반자법’을 제안한다. 2014년부터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은 사람이 국가에 등록하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혜택 등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둘 사이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생활동반자법은 둘의 성별이나 같이 사는 이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서로 돌보며 함께 살겠다”는 약속을 자발적으로 맺고 또 지키는지에 주목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함께 살며 서로 돌보기’의 의무만을 가져왔다.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생활동반자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인 팍스(PACS)를 도입해 동성, 이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 동거 가구에 가정수당을 주고, 동거 관계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철저히 금지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2018년 영국은 외로움이 흡연보다 더한 건강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외로움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생활동반자 관계’는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은 사람이 국가에 이를 등록하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혜택 등 권리를 보장하고 둘 사이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저자소개

저자 : 황두영
1984년 생. 서울대 정치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진선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했다. 생활동반자법, 투표시간 연장법안, 형제복지원 진상규명법안, 소라넷 폐지 등을 기획하였다.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로 유명한 필리버스터 발언을 썼다. 이외에도 원내수석부대표 발언,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사 등을 작성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 감각을 표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도는 자유를 위한 것

1부 외로운 대한민국

미안하지만 부담스럽네요, 가족
돌봄 공백: 1인 가구는 자유로울까?
고독의 사회적 비용

2부 서로 돌보며 함께 살지만

섹스하는 사이만 같이 살 수 있나요?
혼인신고의 장벽과 그 바깥의 사람들
생활동반자법은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다?

3부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개인’이 모여 ‘함께’ 사는 즐거움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헌법적 권리
함께 살며 돌보자는 특별한 계약관계

4부 만들자, 생활동반자법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을 때
생활동반자가 함께 살 때
생활동반자가 헤어질 때
생활동반자가 사망할 때

나가며: 한국정치의 다음 단계

책 속으로

한국에서는 가족이 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 값이 너무 비싼 나머지 가족 없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치열한 가족 구조조정의 그 결과,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해졌을까? 가족으로서 주어진 과도한 부담을 피하고자 가족구성원을 줄여나간 결과 우리는 함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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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가족이 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 값이 너무 비싼 나머지 가족 없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치열한 가족 구조조정의 그 결과,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해졌을까? 가족으로서 주어진 과도한 부담을 피하고자 가족구성원을 줄여나간 결과 우리는 함께 사는 사람과 일상을 나누는 행복,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도와줄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포기하게 되었다. 가족 구조조정으로 위험은 줄일 수 있었지만 ‘돌봄 공백’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1부 ‘외로운 대한민국’ 중에서)

대한민국의 외로움은 이미 끓어 넘치고 있다. 국민들이 외로워져야만 굴러가는 이 사회를 똑바로 직시하지 않으니 이를 해결할 창의적인 방안도 찾지 않는다. 혈연가족과 살거나 결혼하는 게 답이 아닌 사람들에게 혼자 사는 게 최종적인 해결책일까? 우리는 같이 사는 사람으로부터만 찾을 수 있는 안전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불안과 외로움은 결혼을 포기하고, 부모와 살지 않은 죗값일까? (1부 ‘외로운 대한민국’ 중에서)

생활동반자법을 기반으로 함께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 일단 정부는 돈을 아낄 수 있다. 가령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상 2019년 최저 생계비용의 기준을 1인 가구 51만2102원, 2인 가구 87만1958원으로 잡고 있다. 단순 계산해 수입이 전혀 없는 두 명에게 생계급여를 지급할 때, 혼자 사는 두 명에게는 102만4204원을, 둘이 같이 살면 87만1958원을 지원해야 하므로 재정을 약 17%가량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둘이 같이 살면 최저 생계비용 이상의 소득을 가질 가능성이 커지므로 실제로 더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1부 ‘외로운 대한민국’ 중에서)

혼자는 힘들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은 이유는 다양하다. 정서적 충만, 경제적 안정, 장애 활동보조 등 이성애적 사랑에 비해 작은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이유로 같이 살고 싶은지는 개인적·사회적 이유로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너무 익숙해서 그렇지, 사실 어떤 이유로 같이 살고 싶은지를 국가가 굳이 따져 묻는다는 것이 더 어색한 일일 수도 있다. (2부 ‘서로 돌보며 함께 살지만’ 중에서)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립 생활의 방식이 다양할수록 자립을 결심하기가 더 쉬워진다. 장애인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 권리라는 큰 틀 안에서 혈연·혼인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도 더불어 논의되어야 한다. 두 권리는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함께 이뤄나갈 수 있는 것이다. (2부 ‘서로 돌보며 함께 살지만’ 중에서)

‘결혼’외에 가족을 구성할 방법이 없는 건 섹스하지 않는 사람과는 애초에 가족을 만들 법적인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가족 구성을 위해 ‘성애적 관계’를 반드시 전제하는 것은 차별이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함께 사는데 성적 관계가 필수일까? 신뢰를 담당하는 중추가 성기에 달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2부 ‘서로 돌보며 함께 살지만’ 중에서)

원하는 사람과 같이 삶을 꾸릴 자유가 헌법적 권리라면, 그 틀이 꼭 혼인이어야만 할까? 혼인제도는 하나의 선택에 불과해지고 있다. 개인의 가치관, 경제적 상황, 삶의 단계 등에 따라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할 수 있다. 행복추구권이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자기운명결정권을 포함하고 있는데, 내 운명 중에 혼인만 유독 자신의 의지로 바꾸지 못하는 상수일 수는 없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우리 사회의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혼인만이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권리’를 보장하는 길은 아니다. (3부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중에서)

생활동반자법은 누군가와 같이 사는 문제를 좀 더 개인적인 영역으로 가져온다. 혼인이 배우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와 맺는 계약이라면, 생활동반자는 둘의 동거에만 초점을 맞춘 계약이다. 그렇기에 생활동반자 관계의 해소는 이혼과 다르다. 생활동반자 해소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의 문제이며, 나의 사회적 신분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돈도 감정도 둘 사이에 잘 정리하면 된다. (3부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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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13년 10월, 부산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여고 동창생 A씨와 40년 동안 함께 산 여성 B씨는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거인 A씨의 투병 과정에서 나타난 법정상속인 조카는 B씨를 집에서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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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부산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여고 동창생 A씨와 40년 동안 함께 산 여성 B씨는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거인 A씨의 투병 과정에서 나타난 법정상속인 조카는 B씨를 집에서 쫓아내고 간병하는 것도 막았다. 결국 B씨는 A씨의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했다. 뒤늦게 A씨의 죽음을 알게 된 B씨는 함께 살던 아파트에 올라 몸을 던졌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은 우리에게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권리’를 고민하게 한다.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으며 사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살 수 없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혼인의 자유와 권리가 행복추구권이 실현되는 방식이라면, 혼인 외의 제도로 가족을 구성하는 것 역시 행복추구권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고독한 사람들

한국 사회에서 1인 가구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 1인 가구는 15.5%를 차지했는데, 2017년에는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8.6%가 되었다. 2015년 이후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다.

사람들은 외롭다. 폭증하는 1인 가구를 자유와 낭만을 갖춘 트렌드처럼 꾸미지만 실제로 불안정한 경제적 상황, 너무 높은 결혼의 장벽,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이혼과 사별 등으로 어쩌다 보니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 비율은 전 세대에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혼자 사는 노인은 2000년 54만 4000가구에서 2017년 137만 1000가구로 증가하였다. 노인 인구 중 23.6%가 혼자 산다. 가난할수록 혼자 사는 비율이 높고, 혼자 살면서 겪는 어려움도 더욱 크게 느낀다. 안전망 부재로 발생하는 사회적 단절, 심리적 외로움, 고독사 등 사회 문제가 잇따라 발생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독한 상태가 되면 그것은 사회적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이다. 지속적인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자원이 필요하다. 혈연관계나 결혼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국가에 의존하는 돌봄서비스로 충분할까? 법 밖의 가족을 이대로 방치하면 될까? 한 집에서 서로를 돌보고 지키는 수준의 돌봄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서로 돌보며 함께 살겠다”는 약속

국회에서 사회적 돌봄에 필요한 법과 정책을 연구해온 저자가 외로움을 해결할 대안으로 ‘생활동반자법’을 제안한다. 2014년부터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은 사람이 국가에 등록하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혜택 등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둘 사이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생활동반자법은 둘의 성별이나 같이 사는 이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서로 돌보며 함께 살겠다”는 약속을 자발적으로 맺고 또 지키는지에 주목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함께 살며 서로 돌보기’의 의무만을 가져왔다.

이 책을 쓰기 전, 저자는 1인 가구, ‘법 밖의 가족’ 당사자를 만났다. 여든인 노인 커플은 자녀들이 장성한 이후에 만나 십수 년을 함께 살았지만 상속과 연관된 가족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염려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커플도 1인 가구로서 복지혜택과 부부로서 복지혜택을 고민하면서 혼인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었다. 사회적 인정을 원하는 동성 커플은 궁극적으로 동성 결혼 합법화지만, 생활동반자법이라도 있으면 대출이나 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데이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레 동거를 하게 된 생계형 커플, 친구를 돌봐주려고 왔다가 수년째 같이 사는 동성 노인도 있었다. ‘누구와 사는가’ ‘누구와 살고 싶은가’를 둘러싼 사연은 매우 다양하고 결코 혼인과 혈연만으로 묶일 수 없다.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생활동반자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인 팍스(PACS)를 도입해 동성, 이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 동거 가구에 가정수당을 주고, 동거 관계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철저히 금지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2018년 영국은 외로움이 흡연보다 더한 건강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외로움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텀블벅 펀딩 1300% 달성

‘이제야 나 하나 겨우 건사할 수 있는데, 결혼할 생각도 없고 엄두도 나지 않는데, 나는 이렇게 혼자 늙어 죽는 걸까?’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결혼제도 외의 동거 생활을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적인 현실을 자각하고 생활동반자법 입법으로 조금은 달라진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출간 전 텀블벅에 소개한 『외롭지 않을 권리』는 목표 후원금의 1300%를 넘는 달성률을 기록했다. 많은 독자들이 생활동반자법 입법의 필요를 느끼고, 이에 반응한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울 대안인 ‘외롭지 않을 권리-생활동반자법’으로 사랑과 연대가 피어날 ‘집 안’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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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여러분,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의리로 하는거에요”   ...

    여러분,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의리로 하는거에요

      <o:p></o:p>

    재수 시절 가장 좋아했던 논술선생님이 건넨 이야기였다. 평소엔 유쾌하기 그지없던 선생님의 웃음기 쫙 뺀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쇼킹했던 건 그 내용이었다. 물론 갓 스물이 된 그때도 한순간의 불타오름(!)만으로 평생을 함께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이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사랑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결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당시로는 정말이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유달리 진지했던 그날의 선생님은 내게 하나의 별난 에피소드 정도로 치부되고 마는 듯했다.

      <o:p></o:p>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선생님의 말씀은 흐릿해지기는커녕, 더더욱 뚜렷하게 각인되기만 했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단 외로움도 외로움이었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험난한 곳이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미래를 설계해갈 사람이 필요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블린 무리에 맞서 등을 맞댄 채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용사들 같은 관계를 원했고, 이때 요구되는 건 사랑보다는 의리 쪽이었다.

      <o:p></o:p>

    문제는 내 입장에서 함께 고블린을 격퇴해갈 용사님과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아직 혈기왕성할(?) 나이지만, 어느덧 반오십이 된 나로서는 함께 살아가고픈 사람의 조건으로 구태여 성적인 매력을 고려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안정감재미를 모두 갖춘 사람, 구체적으로는 주호민 같은 사람이면 같이 살기 딱 좋겠다 싶었다. 성별? 어차피 사랑보다 의리가 중요한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o:p></o:p>

    이런 나와 달리, 국가는 사랑성별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혈연관계가 없는 성인이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결혼이 유일하고, 한국에서 결혼이란 사랑하는 두 이성(異性)의 결합에 다름 아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냥 동거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테지만, 아무런 법적 구속도 없는 관계에서 의리가 꽃피기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비록 성애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일지언정, 사회로부터 상대방이 내게 그저 남이 아니라 소중한 가족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다. 결국 관계란 둘만 잘 지낸다고 장땡이 아닌, 보다 넓은 관계망 속에 제대로 안착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o:p></o:p>

    결혼을 할 수 없는, 혹은 하지 않는 관계라도 법적으로 의무와 권리를 부여받으며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까? 황두영의 외롭지 않을 권리는 그 해답으로 생활동반자제도를 제시한다. 생활동반자, 이미 지난 해 김하나와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통해 대중에게 알음알음 알려진 제도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려낸 생활동반자제도가 그저 망원동에 거주하는 고급 지식노동자들의 힙한라이프스타일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면, 황두영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다운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그것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보다 더 잘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탁월한 비유와 묘사, 스토리텔링 능력은 덤이다. 괜히 스승이자 책의 추천사를 써준 칼럼계의 아이돌김영민이 그를 작가라고 부른 게 아니다.

      <o:p></o:p>

    우선 저자는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의 가족제도를 냉정히 되짚으며 책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가족은 그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따뜻한 쉼터가 아니라, 냉혹한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경제공동체였다. 사회학자 장경섭이 가족자유주의라는 개념으로 탁월하게 포착했듯, 한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구성원은 개인이 아닌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럼 개인은 무엇이었느냐, 나이와 성별에 따라 가족이라는 유기체의 특정 역할, 가령 생산, 소비, 유지·관리 등을 전담하는 장기혹은 세포에 불과했다.

      <o:p></o:p>

    이러한 가족자유주의는 효율은 극대화하는 한편 사회복지에 드는 비용은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여타 비서구와 구분되는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0년 현재, 한국의 가족은 사실상 파산선고를 앞두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간 가족을 지탱해온 중요한 믿음, 구체적으로는 자식의 성공을 통한 부모의 노후보장이 불가능한 환상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o:p></o:p>

    저자의 말마따나 한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일은 흔히 농사에 비유되곤 한다. 즉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는 산업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자녀라는 농작물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 고생의 총량은 늘어난 반면, 신자유주의라는 이상기후가 지속되며 수확은 영 신통치 않아졌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JTBC스카이캐슬이 잘 보여주었듯 부모들이 영혼까지 팔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미래는 고작해야(?) 서울대 의대, 그러니까 안정적인 중상류층의 지위가 최선이다. 물론 대부분의 가정에선 스카이캐슬만큼의 자원을 투입해도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보낼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실패의 대가는 그만큼 비참하다.

      <o:p></o:p>

    이처럼 한국의 가족자유주의가 더 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손볼 것이냐다. 물론 우선적으로는 혈연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까지의 사회복지체계를 개인이 개인으로 자립할 수 있게끔 재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하게 행정의 그물을 짠들, ‘국가개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가령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0188,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혼자 살던 41세의 독신 남성 A씨가 사망한 채 발견된 건 국가의 무관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공과금 연체 등 이상신호를 감지한 공무원이 옥탑방 문을 두드렸지만 A씨는 만남을 거부했다. 일상을 함께하며 건강을 챙기고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의 부재가 A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그런 존재를 가족이라 부른다.

      <o:p></o:p>

    요컨대 한국에서 가족은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참으로 애매하고 어려운 존재다. 아니 애초에 가족을 어떻게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구의 대학생에게도(최종렬, 복학왕의 사회학) 수도권의 맞벌이 화이트칼라 여성에게도(조주은, 기획된 가족) 가족은 삶을 영위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단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 가족을 최대한 정의롭게 재구성하는 김수현 드라마식 해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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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동성애, 이혼 등의 다양한 이슈를 언제나 선량한 가부장이 봉합하고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김수현의 드라마는 분명 보수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적극적인 욕망을 갖고 있으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를 실현할 수 없을 경우 미련 없이 가족을 떠난다. 이승한의 표현에 따르면, 김수현에게 가부장제는 상수이며 많은 이들이 그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김수현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기왕 존재할 거면 더 정의롭고 포용하는 체제가 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승한, [TV 데모크라시] ‘김수현 드라마는 개혁적 보수?, 시사IN, 2016.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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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주장하는 생활동반자법 역시 이러한 김수현 드라마식 해법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일각의 비판처럼 생활동반자법은 기존의 가족제도를 뒤흔드는 법이 결코 아니다. 실제로 생활동반자법은 성별이나 혈연관계, 성애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성인이라면 누구든 책임감을 갖는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권리를 인정하며, 동성결혼과 달리 민법을 개정할 필요조차 없다. 그 점에서 생활동반자법은 가족제도의 외연을 넓힘으로써 이를 안정화하는 체제순응적인법안이지만, 그때의 가족은 결코 이전의 가부장적 가족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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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될 경우 주거지원, 소득세 인적공제 인정,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인정, 돌봄·출산·육아휴직, 의료결정권, 인신구제 등 그간 혈연가족이나 배우자에게만 부여되었던 권리들을 생활동반자 관계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요컨대, 생활동반자법은 이미 사실상의 가족이었으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비정규직가족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인 셈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별 거 없어 보이지만, 그 의의는 결코 적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개혁이란 ‘de facto’‘de jure’화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의 대동법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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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생활동반자 관계가 혈연가족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적인 가족관계가 바뀌지 않는 만큼 상속권이 제한되며, 동거인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없다. 형법이 규정한 친족 특례가 생활동반자 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앞서 살펴보았듯 한국 가족제도의 파산이 혈연가족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제한은 나름대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진선미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저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고려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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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과연 이토록 가벼운(?) 생활동반자 관계라면 혼인 등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일에 비해 어떠한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가족이 주는 무거움에서는 해방되면서도 함께 사는 즐거움은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생활동반자 관계 최고의 장점이겠다. 하지만 과연 사람들은 그저 혼자 살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생활동반자를 원하는 것일까? 그보다는 어느 정도의 짜증과 고통이 수반될지언정 서로를 단단히 옭아맴으로써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를 원하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생활동반자는 어딘가 하자가 있어 안정적인 정상가족을 꾸릴 수 없는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B급 관계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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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가볍다 할지언정, 난 생활동반자법을 강하게 지지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유치하다. 생활동반자법이 없는 쪽보다는 있는 쪽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처럼 사랑 아닌 의리로 살아갈 용사들뿐 아니라, 사랑하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는 동거커플,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친구와 함께 사는 중장년 여성들(실제로 이들에게서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까지, 보다 다양한 관계들이 떳떳하게 가족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통령 샤를 드골이 독일의 분단을 두고 했다던 말을 정 반대의 맥락에서 비틀어보자면, 나는 가족이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가족의 형태가 한 n개는 되면 좋겠다! 생활동반자법은 ‘n개의 가족을 위한 첫 번째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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