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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기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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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72881554
ISBN-13 : 9788972881551
시 읽는 기쁨. 1 중고
저자 정효구 | 출판사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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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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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책들이 모두 깨끗하고 잘 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chi*** 2020.07.11
331 연필 밑줄이 많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5점 만점에 4점 zoo*** 2020.06.30
330 매루감사합니다 잘모갱ㅆ스빈다 5점 만점에 5점 rlatj*** 2020.06.30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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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문학평론을 해온 문학평론가가 쓴 현대시 평론서. 시를 더 구체적이고 진실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시인에 대한 더 자세한 이해와 정보를 제공한다. 무한이 부르는 소리, 무한에 다가가는 소리, 천상병의 <귀천>부터 말의 힘을 느껴보세요, 황인숙의 <말의 힘>까지 현대의 대표적인 시인들을 소개한다.

저자소개

저자 : 정효구

정효구
지은이 정효구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하였다.

저서로는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청하, 1987), 『시와 젊음』(문학과 비평사, 1989), 『현대시와 기호학』(느티나무, 1989), 『광야의 시학』(열음사, 1991), 『상상력의 모험 : 8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2),

『우주공동체와 문학의 길』(시와 시학사, 1994), 『20세기 한국시의 정신과 방법』(새미, 1997), 『몽상의 시학: 9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8), 『한국 현대시와 자연탐구』(새미, 1999) 등이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천상병. 귀천 ...13
-서정주. 자화상 ...27
-오규원. 프린츠 카프카 ...43
-정현종. 좋은 풍경 ...59
-최승호. 전집 ...67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77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91
-이준관. 여름밤 ...103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115
-유하. 나무를 낳는 새 ...125
-기형도. 엄마걱정 ...137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147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159
-장경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73
-김상미. 오후 세시 ...195
-김명인. 동두천 Ⅳ ...211
-오탁번. 토요일 오후 ...231
-이승훈.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 ...243
-김승희.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 ...253
-감태준. 흔들릴 때마다 한 잔 ...267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279
-최두석. 전쟁놀이 ...287
-박세현. 행복 ...299
-신현림. 아들자랑 ...311
-황인숙. 말의 힘 ...325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천상병, 서정주, 오규원, 정현종, 최승호 시인에서부터 함민복, 유하, 박세현, 신현림, 황인숙 시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시단을 수놓은 25인의 시와 시인의 일화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우리...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이 책은 천상병, 서정주, 오규원, 정현종, 최승호 시인에서부터 함민복, 유하, 박세현, 신현림, 황인숙 시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시단을 수놓은 25인의 시와 시인의 일화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우리 현대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감으로써 독자들이 우리 시와 가까워지고 나아가서 자신의 마음속에 숨은 시심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시에 관심을 갖고 사랑한다는 것은 삶이 깊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다양한 단면을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한 25인의 시세계를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노라면, 죽음까지도 아름다운 나라로 바꾸어놓은 천상병의 맑은 시심에 젖기도 하고, 저 멀리 섬진강에서 작은 시골학교 선생님을 하며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김용택의 섬진강 산그림자에 슬그머니 물들기도 하다가,

가난 때문에 아들에게 고기 한 점 사줄 수 없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그 마음을 이해하고 두 모자에게 넌지시 따뜻한 정을 베푸는 식당 주인의 모습을 그린 함민복의 시에 이르면 코끝이 찡해진다.

또한 키가 1미터 90센티나 된다는 시인 유하, 법학을 전공한 시인 오규원, 요절 시인 기형도.고정희 등의 시인 이야기가 읽는 이들에게 우리 시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이 책은 그래서 시 속으로 들어가는 25개의 오솔길과도 같다.


본문 중에서
좋은 풍경을 보여드립니다
정현종_좋은 풍경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 <좋은 풍경> 전문

위 시에서 아름답고 좋은 풍경은 눈 덮인 산 속으로 사랑하는 남녀 한 쌍이 올라가더니 밤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나누는 바람에 그 사랑의 숨결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그만 밤나무가 봄이 온 줄 알고 얼떨결에 꽃을 다 피워놓고 서 있는 풍경을 뜻합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남녀의 “그짓”으로 주변에 열기가 피어난 것뿐인데, 아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밤나무는 그게 봄이 온 것인 줄 알고 꽃을 피워버렸던 것입니다.

남녀의 사랑과 그들의 온기와 그 가운데서 피어난 밤나무꽃 그리고 그들의 배경을 이루는 흰눈의 어울림이야말로 생명의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광경이 아니겠습니까. 정현종 시인은 정신의 근저에 생명사상을 깔고 있습니다. 그에게 시의 화두는 생명이에요.

그러니까 위 시의 좋은 풍경은 생명의 발화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위 시에서 돋보이는 또 한 가지는 아주 재치있는 표현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시인이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를 “남녀 한 쌍이 올라가더니”로 표현했다면 성의 승화된 묘미는 반감됐을 것입니다.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라는 표현 대신 “밤나무에 기대서 키스를 하는 바람에”로 했다면 그 역시 원초적인 생명감의 시적 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죽은 후에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
최승호_전집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
― <전집> 전문

최승호는 위 시에서 조개가 죽고 난 후에 고작 그가 남긴 것이라곤 껍데기가 전부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조개는 오직 죽은 후에 그의 몸을 감쌌던 껍데기 하나만을 이 우주에 던져놓고 사라집니다. 그에게는 껍데기만이 이 우주 속에 태어나 남기고 간 재산의 전부이자 흔적의 전부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자 애를 씁니다. 그것의 가장 적나라한 형식 가운데 하나가 전집을 묶는 일입니다. 이 땅에서 우리가 다른 인간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하여 전집을 묶는다는 것은 유치한 일이 아니냐고 시인은 말하는 듯합니다.

오직 자연의 순환적인 고리 속으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는 조개 껍데기 하나만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조개, 그 조개의 전집이라곤 바로 그가 남긴 조개 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이 허심한 삶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는 동안에는 세 끼의 밥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탐욕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죽은 이후까지 무엇인가를 남기겠다는 탐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추하고 어리석은 삶인가를 시인은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구슬이나? 불알이나?
오탁번_토요일 오후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과 함께
베란다의 행운목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일 세상사람 저마다 눈을 뜨고
아주 바쁘고 부산스럽게 몸치장 예쁘게 하네
하루일 하루공부 다 끝내고 중고생 관람가
못된 장면은 가위질한 그저 알맞게 재미난 영화
팝콘이나 먹으며 구경하러 가는 것일까
한주일의 일과 추억을 파라솔 접듯 조그맣게 접어서
가볍게 들고 한강 시민공원으로 나가는 것일까
매일 물을 뿌려 주어야 싱싱한 잎을 자랑하는
베란다의 행운목이 펼쳐 주는 손바닥만큼씩한 행복
토요일 오후의 우리집은 온통 행복뿐이네
세 살 난 여름에 나와 함께 목욕하면서 딸은
이게 구슬이나? 내 불알을 만지작거리며 물장난하고
아니 구슬이 아니고 불알이다 나는 세상을 똑바로
가르쳤는데 구멍가게에 가서 진짜 구슬을 보고는
아빠 이게 불알이나? 하고 물었을 때
세상은 모두 바쁘게 돌아가고 슬픈 일도 많았지만
나와 딸아이 앞에는 언제나 무진장의 토요일 오후
모두다 예쁘게 몸치장을 하면서 춤추고 있었네
구슬이나? 불알이나? 딸의 어릴 적 질문법에 대하여
아빠가 시를 하나 써야겠다니까 여중 2학년은
아니 아니 아빠 저를 망신시킬 작정이세요?
문법도 경어법도 딱 맞게 말하는 토요일 오후
모의고사를 열 문제나 틀리고도 행복하기 만한
강남구에서 제일 예쁜 내 딸아 아이구 예쁜 것!

― <토요일 오후> 전문

오탁번의 시 <토요일 오후>에서 빛나는 부분은 그가 일상인의 작은 기쁨과 행복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사실 이외에 신화적 시간이라고 말할 만한 시간을 새로이 찾아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신화적 시간이란 인간과 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온전한 통합이 이루어졌던 시간을 뜻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몇 살 때까지 엄마 혹은 아빠와 목욕을 했습니까?

여러분들은 분명 엄마 혹은 아빠와 성의 같음과 다름에 관계없이 같은 목욕탕 안에서 목욕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시절까지를 인간사에 깃들인 '신화의 시간'이라고 규정합니다. 아빠인 오탁번은 딸과 가졌던 그 신화적 시간 때문에 무한한 행복을 맛봅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신화적 시간의 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딸이 커감에 따라 그들 사이의 신화적 시간에 금이 갑니다. 딸아이는 세속의 문법을 익히고 세속적 시간의 논리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빠인 오탁번의 토요일 오후가 무진장의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신화적 시간에 대한 추억이 토요일 속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 그것은 신화적인 만남의 산물이니까요.


저자 소개
정효구
지은이 정효구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하였다.

저서로는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청하, 1987), 『시와 젊음』(문학과 비평사, 1989), 『현대시와 기호학』(느티나무, 1989), 『광야의 시학』(열음사, 1991), 『상상력의 모험 : 8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2),

『우주공동체와 문학의 길』(시와 시학사, 1994), 『20세기 한국시의 정신과 방법』(새미, 1997), 『몽상의 시학: 9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8), 『한국 현대시와 자연탐구』(새미, 1999) 등이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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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이윤현 님 2013.04.11

    인간이란 한편으로 아주 지혜롭고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존재라서 어떤 강한 이데올로기에 감염되고 나면 그것의 로봇이 되고 맙니다

  • 신승기 님 2013.02.25

    겉이

회원리뷰

  • 시 읽는 기쁨-정효구 | he**162 | 2009.09.2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 읽는 기쁨-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정효구   이 책의 머리말 첫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시 읽는 기쁨-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정효구

     

    이 책의 머리말 첫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이라고 적혀있다.

    문학평론가인 책의 저자 정효구는 사람들이 영화를, 대중가요를, 컴퓨터 게임을 사랑하듯

    시를 많이 읽고 같이 기쁨을 갖고자 했다.

    책에는 25편의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와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 있다.

    예전에 시에 대해 몇시간 들은 적이 있는데 "시를 쓸때는 친절하고 자세하게 시어를 늘어놓지

    마라. 어떤 해석을 하건 어떤 느낌을 받건. 독자의 몫이다."라고 했지만, 솔직히 독자들은

    낯선 단어, 낯선 배경에 어떻게 시를 해석해야하나

    고민스러운게 사실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시는 어렵다. 재미없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고민이 사라진다.

    천상병, 서정주, 김용택, 안도현, 유하, 기형도, 고정희, 장경린, 신현림 등 귀에 익숙한 사람들과 다소 낯선 시인들(나에게만!)의 시들을 소개하고 설명도 해주니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이 생긴다. 그리고 작가의 평들이 이어지는데

    시의 감동이 두배, 세배로 다가왔다.

     

    책의 처음으로 소개된 시는 천상병의 <귀천>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시를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들 죽음이 오면 우주속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죽음만큼 우릴 불안하게,공포스럽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 죽음 앞에서 초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화해하고.

    시인이 먼저 아주 적극적으로 다가가 '아주 잘 익은 죽음'을 표현한 시가 <귀천>이라고 했는데

    이런 저런 설명이 없을때보다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밖에 서정주의 <자화상> 김용택의<그 강에 가고 싶다>. 안도현<너에게 묻는다>.

    정현종<좋은풍경>.기형도<엄마걱정>. 함빈복<눈물은 왜 짠가>. 신현림<아들자랑> 등의

    시가 실려있다.

     

    솔직히 시를 읽고 작가의 약력을 읽고 시의 배경이나 해석을 읽어도 잘 모르는 시가 있기도 했다

     

    최승호 <전집>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

     

    이게 시의 전문이었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무상.무심의 삶, 비움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고, 시인이 가장 적은 언어로 그가 지향하는

    세계를 전하고 싶었던 거란 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책의 중간쯤에는 제일 반가운 이름이 나온다. 기형도의 시집<<입속의 검은 잎>>에 나오는

    <엄마걱정>이다.

    20대 초반 기형도의 시집을 끼고 산적이 있는데, 오랫만에 만나고 더불어 몇가지 얘기까지 달아주니 일석이조의 기분이었다.

    기형도를 좋아하는데 그의 시는 독자를 좀 고독하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고, 묘한 공감을 느끼게도 하는데 작가는 그의 시를 읽고 이해는 하되, 그의 끝간 데 없이 어두운 자아 인식과

     세계 인식의 내용은 본받지 말라고 충고한다.

     

    어떤 시들은 처음 읽고 눈물이 뚝 떨어지기도 하고(특히 함민복의'눈물은 왜 짠가'). 저절로 웃음 짓게 하고, 많은 사색에 잠기게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가을 '시 읽는 기쁨'에 빠져 보는게 어떨런지......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시읽는 기쁨 정효구 지음, 작가정신 펴냄 2008년 5월은 날씨가 미쳤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뙤약볕을 쬐...
     

    시읽는 기쁨

    정효구 지음, 작가정신 펴냄

    2008년 5월은 날씨가 미쳤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뙤약볕을 쬐다가 난데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당황해하다가, 한 낮의 더위에 얇은 옷 한겹입고 나가니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 덜덜 떨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들 어쩌겠노, 이제 이 날들은 모두 지나갔고 우리의 기억속에서도 곧 사라질 날들일 뿐.


    책을 읽으며 문득 들어온 생각. 시인들은 순간을 잡아내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다양한 기계들이 순간의 감동을 잡겠다고 하지만 그 날의 감동까지 세세하게 남길 수는 없다. 기계는 기계일 뿐. 순간의 감동과 순간의 기쁨, 순간의 아쉬움, 놀람, 황홀 이 모든 감정에 솔직하게 나와 마주하고 설 수 있는 존재는 인간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시인의 시세계로 마치 한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듯 써 내려간 글이 읽기에 좋왔다. 시를 읽는 내내 행복했고, 순수한 마음의 울림과 만난 듯 흥분되었다.


    현대 시인 25인 중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시인을 알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나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는 것은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자라 자조하여야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시인과 한 발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인의 마음이 전해져오는 듯 한 것은 역시 지은이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인간과 인간을,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묶고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 귀한 시를 알게되었다.



    나무를 낳는 새

                          유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그의 시는 인간과 자연을 넘어 저 내세의 공간까지 바라보았다. 사유의 힘.. 그의 통찰력은 일상에 쫓겨 미쳐 바라보지 못하는 것까지 바라보게 한다. 시는 이런 매력이 있다.


    바쁜 5월이었다. 날씨도 미쳤고, 일에 치여 바빴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시를 만나는 동안 단숨에 세계를 돌아, 우주에까지 생각이 닿았다. 그것도 여유롭고 평안하고 한가하게.

  • 첫째, 저는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읽은 좋은 시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 좋은 시...
    첫째, 저는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읽은 좋은 시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 좋은 시를 알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둘째, 저는 이 책을 통하여 시로부터 멀리 있거나 시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셋째, 우리 현대 시단에는 대중성이 떨어진다 해도 문제적인 세계를 지닌 좋은 시인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시작품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넷째, 저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하도록 이끌고 싶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시를 풍요롭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다섯째, 시는 장식물이 아니라 시대의 앞자리에 서서 직관과 상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알리며 우리 시와 시인들을 보기 좋은 모습으로 살려내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집필동기 다섯 가지를 곰곰이 되새기면 곧 우리 현대시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시에 무관심하거나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 시인이라고 하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시인들만을 어렴풋이 알고는 그들이 우리 현대시인의 전부인 것처럼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 그리고 영화나 대중가요는 좋아하면서도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 시를 마치 장식물 정도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 등등…… 이 책에서 저자가 가려내어 잔잔하게 들려주는 시와 시인들의 이야기는 저자의 폭발할 듯한 고민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다정다감하다. 천상병-‘귀천’/서정주-‘자화상’/오규원-‘프란츠 카프카’/정현종-‘좋은 풍경’/최승호-‘전집’/김용택-‘그 강에 가고 싶다’/이기철-‘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준관-‘여름밤’/안도현-‘너에게 묻는다’/유하-‘나무를 낳는 새’/기형도-‘엄마 걱정’/함민복-‘눈물은 왜 짠가’/고정희-‘상한 영혼을 위하여’/장경린-‘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김상미-‘오후 세 시’/김명인-‘동두천 Ⅳ’/오탁번-‘토요일 오후’/이승훈-‘인생은 언제나 속였다’/김승희-‘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감태준-‘흔들릴 때마다 한 잔’/정진규-‘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최두석-‘전쟁놀이’/박세현-‘행복’/신현림-‘아들 자랑’/황인숙-‘말의 힘’… 물론 그 이름만으로도 익히 알 만한 시인들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문학도들이라 하더라도 쉽게 그의 작품을 떠올리기 힘든 시인들도 여럿 들어 있다. 게다가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특별히 언급된 작품들을 대하노라면 이게 그렇게 좋은 시인가 싶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정다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를 별개의 작품이 아닌 시인 자신으로 여기고 그들의 숨결과 더불어 해설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죽음까지도 아름다운 나라로 바꾸어놓은 천상병 시인의 맑은 시심(詩心), 섬진강변 작은 시골학교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살아가는 김용택 시인의 깨끗한 시편, 그리고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고독한 삶을 노래한 자취에 이르기까지 삶을 시로 승화시킨 시인들의 모습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시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언제나 나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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