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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양장본 HardCover)
| 규격外
ISBN-10 : 1156758173
ISBN-13 : 9791156758174
야생의 위로(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에마 미첼 | 역자 신소희 | 출판사 심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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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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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구매후기 구매만족도 ID 등록일
50 상태가 최상급이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아쉽게도 종이 색도 누렇게 변했고... 최상급은 아니고 상급인듯합니다. 그래도 좋은 책 구할 수 있으니.. 그 점에 만족합니다. 5점 만점에 3점 kanghyu*** 2020.10.08
49 ^^************** 5점 만점에 4점 zoo*** 2020.09.17
48 거의 새책이나 다름 없습니다. 전부터 이용했지만 앞으로도 애용할 것 같아요. 5점 만점에 5점 Sat*** 2020.09.07
47 `````````````````````````` 5점 만점에 5점 asdr9*** 2020.09.05
46 감사합니다. 잘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aquas*** 2020.09.04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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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을 나서지 않고도 문밖의 봄날을 엿보게 하는 책
“우울한 날에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위로가 된다” 에마 미첼은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야생의 위로』는 저자가 반평생에 걸쳐 겪어온 우울증에 관한 회고록인 동시에 몇 번의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겪는 동안 만난 자연의 위안에 관한 일 년간의 일기다. 미첼은 가벼운 무기력증에서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런 시기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옮긴다. 매일 산책길에서 동식물을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사진으로 찍는 과정이 쌓여 가장 힘겨운 날에도 회복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되어 주었다.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인 미첼은 그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이 책에 마음껏 펼쳐 두었다. 섬세한 문장과 함께 책의 갈피마다 조화롭게 배치된 사진과 스케치, 수채화는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자연을 책을 통해 온전히 만끽할 수 있게 한다. 미첼은 내밀한 심리와 자연의 풍경을 능숙하게 넘나들며 자연이 주는 심신의 치유 효과를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미첼은 우울증을 극복하려 애쓰는 대신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간다. 항우울제와 상담 치료뿐만 아니라 자연이 주는 위안을 조화롭게 이용하며 요동치는 마음의 균형을 잡는다. 미첼에게 자연은 삶의 의욕을 북돋우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풀꽃 한 포기에서 기쁨을 찾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제비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에마 미첼과 산책길을 함께한 후에는 마음의 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날에도 창밖의 초록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에마 미첼
Emma Mitchell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했다. BBC에서 발간하는 잡지 〈컨트리파일Countryfile〉에 계절 프로젝트를 연재했고, 동명의 TV 프로그램과 〈산책Ramblings〉, 〈여성의 시간Woman’s Hour〉 등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가디언Guardian〉과 〈컨트리리빙Country Living〉, 〈브레스Breathe〉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자연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인간의 정신 건강에 주는 이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빅토리아&앨버트Victoria&Albert 박물관과 케임브리지대학교 식물원에서 자연물을 활용한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그는 관찰하고 수집한 자연물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나눈다. 저서로 《겨울나기Making Winter》와 이 책 《야생의 위로》가 있다.

역자 :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왔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위험한 독서의 해》, 《세계 예술 지도》, 《피너츠 완전판》 , 《완벽한 커피 한 잔》, 《맨 앤 스타일》, 《첫사랑은 블루》 등을 번역했다.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 _ 숲과 정원에서 찾은 치유의 방식
OCTOBER · 10월 _ 낙엽이 땅을 덮고 개똥지빠귀가 철 따라 이동하다
NOVEMBER · 11월 _ 햇빛이 희미해지고 모든 색채가 흐려지다
DECEMBER · 12월 _ 한 해의 가장 짧은 날들, 찌르레기가 모여들다
JANUARY · 1월 _ 무당벌레가 잠들고 스노드롭 꽃망울이 올라오다
FEBRUARY · 2월 _ 자엽꽃자두가 개화하고 첫 번째 꿀벌이 나타나다
MARCH · 3월 _ 산사나무잎이 돋고 가시자두꽃이 피다
APRIL · 4월 _ 숲바람꽃이 만개하고 제비가 돌아오다
MAY · 5월 _ 나이팅게일이 노래하고 사양채꽃이 피다
JUNE · 6월 _ 뱀눈나비가 날아다니고 꿀벌난초가 만발하다
JULY · 7월 _ 야생당근이 꽃을 피우고 점박이나방이 팔랑거리다
AUGUST · 8월 _ 사양채잎이 돋고 야생 자두가 익어가다
SEPTEMBER · 9월 _ 블랙베리가 무르익고 제비가 떠날 채비를 하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_ 평범한 장소에서 발견한 강렬한 위안
이 책에 나오는 생물들의 이름
참고문헌

책 속으로

나는 집에 돌아와서 오늘 해변에서 찾은 것들을 지금껏 모은 조개껍질과 화석 옆에 펼쳐 놓는다. 채집한 식물과 화석을 늘어놓고 살펴볼 때 내 마음은 그림을 그리거나 빵을 반죽할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 내면의 갈등이 누그러지고 평온이 찾아든다.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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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돌아와서 오늘 해변에서 찾은 것들을 지금껏 모은 조개껍질과 화석 옆에 펼쳐 놓는다. 채집한 식물과 화석을 늘어놓고 살펴볼 때 내 마음은 그림을 그리거나 빵을 반죽할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 내면의 갈등이 누그러지고 평온이 찾아든다.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선택한 물품을 진열하며 자그마한 임시 박물관을 조성한다. 그 과정은 위안을 주고 우울을 거둬 갈 뿐만 아니라 이 사물들을 찾아낼 때 느꼈던 만족감을 증폭시킨다. 나는 정리하고 진열하는 일과 연결된 정신적 경로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 조상들이 채집 여행 후 손에 넣은 잎과 열매, 씨앗, 견과류와 조개를 처리하던 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이 연결고리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상당한 예산과 고고학자, 뇌신경학자의 작은 군단이 필요하리라.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발견한 것들을 가지런히 늘어놓는 소위 ‘놀링knolling’이라는 행위가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은근한 도취감을 준다는 것이다.(64쪽)

길모퉁이를 도니 왼쪽 도로변에서 천천히 날아가는 가면올빼미 한 마리가 보인다. 나는 녀석을 보려고 차를 세운다. 한동안 하늘을 맴돌던 녀석이 긴 풀줄기 사이로 급강하한다. (…) 녀석이 지나갈 때 발톱에 쥐어진 작은 회색의 몸체와 짤막한 꼬리가 눈에 들어온다. 들쥐다. 나는 차를 돌려서 올빼미가 내려앉은 들판 가까이에 있는 널따란 갓길로 달려간다. 산울타리로 가려진 풀밭에 올빼미가 어깨를 수그리고 앉아 있다. 아마도 은밀한 장소를 골라 식사를 즐기고 있나 보다. 해가 지평선에 가 닿는 동안 올빼미는 먹이를 물어뜯고, 나무와 산울타리에는 황금빛 후광이 내려앉는다. 평생 목격한 것 중에서도 손꼽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우울증에 지치든, 얼마나 기만당하고 무기력해지고 황폐해지든 간에 이런 광경과 만나고, 그에 따른 치유 효과로 머리를 채울 수만 있다면 계속 싸워나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111~112쪽)

머릿속을 할퀴던 지난 넉 달 동안, 나는 초목과 야생동물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놈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해변과 습지, 숲과 초원을 찾아다니며 의기양양한 찌르레기 떼와 갈퀴덩굴 새싹의 풋풋한 신록으로 눈과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날씨를 가리지 않고 산책에 나섰으며, 그렇게 옮긴 걸음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뇌 내의 화학작용을 조절하여 내가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 우울증을 제어하려면 꾸준한 경계가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의 산책, 창의적으로 보내는 시간, 그리고 홀로 있을 때 곁을 지켜줄 호박색 털북숭이 친구라는 방어용 무기를 갖춘 일상적 전투 말이다. (…) 나는 우울증과 싸우느라 지치고 활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다. 힘을 모으려면 따뜻한 나날과 펜랜드의 햇살이 필요하다.(115~116쪽)

검은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렇다, 행복하다. 서정적이고 덧없는 그리운 노랫소리가 머릿속에 현란한 색의 불꽃을 터뜨린다. 모든 것이 평온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지난달에 묘사했던 암담한 상태는 끝났다. 나는 어마어마한 안도감을 느끼지만, 살아오면서 이미 몇 차례나 같은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그것은 마치 흑요석 칼날처럼 음침하고 치명적이다.(143쪽)

나는 엑서터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읽는다. 우울증을 완화하려면 주변 경관에 새가 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조류학적 자가 치유를 시도하기 위해 나는 우리 정원에 새들을 끌어들이기로 한다. 지난번의 우울 삽화 기간 동안 소소한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끔찍한 죄책감과 슬픔의 자동 공급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예쁜 새 모이 보관소를 산다. (…) 이후 며칠 사이 참새 무리가 단골손님이 되고 박새와 찌르레기 한 마리, 오색방울새 한 쌍, 거기다 기쁘게도 오목눈이까지 몇 마리 찾아온다. (…) 오목눈이들이 주고받는 높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우리 집 정원에서 들으니 기분이 짜릿하다. (…) 이 작은 새들에게 감사하는 기분이 솟구치고, 문득 마음의 변화가 느껴진다. 치유되는 느낌이다. 뒷마당에 새들의 실시간 생중계 채널이 있다는 생각이 효과적으로 우울함을 쫓는다.(146~148쪽)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을 끈질기게 수행하는 사람을 제비에 비유하는 건 진부한 표현이지만, 제비의 여행길은 정말로 놀랍다. 도중에 여러 마리가 폭풍우나 포식자에게 목숨을 빼앗기긴 해도 대부분은 무사히 도착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여름 내내 깃털 달린 날쌘 화살처럼 들판 위를 돌아다니다가 전화선에 모여 앉아 다음 해의 이동을 준비하겠지. 내 상태가 대체로 괜찮은 계절 동안 제비들은 이 지역에서 지낸다. 경이로운 여정을 마치고 우리 집 정원에서 쉬는 저 새를 보니 전율이 느껴진다. 제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듯이 나 역시 또 한 번의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 나는 안마당에 앉은 채 잠시 조용히 운다.(156쪽)

언덕 뒤에 내가 보러 온 식물이 있다. 절정에 이른 블루벨들이다. 줄기 아래쪽은 꽃송이가 만개하여 꽃잎 하나하나가 바깥으로 젖혀졌고 위쪽은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이다. 깊고 진하고 선명한 푸른빛이 꽃과 함께 흔들리며 울려 퍼지는 듯하다. 블루벨 사이에 허브베니트, 숲바람꽃, 땅감자 줄기로 뒤덮인 땅뙈기가 있다. 나는 그곳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블루벨을 바라본다. 햇살과 풍요로운 꽃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뇌세포에 이른다.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나 집에서 만든 짭짤한 감자칩을 먹을 때 같은 강렬한 만족감이 퍼져 나간다. 마치 내 마음이 이 광경을 먹어 치우고 거기서 양분을 취하는 것 같다.(167~168쪽)

나는 우울증에 붙들릴 때마다 내가 가진 모든 무기를 동원해 맞서 싸우고, 간신히 벗어나 서서히 회복하며 다시 인생을 살아나가려 애쓴다. 벗어날 수 없는 진 빠지는 악순환이지만, 오늘도 나는 굳건하게 견디고 있다. (…) 내가 이 상태를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안다. 이 병은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에 걸쳐 삶을 온전히 누릴 능력을 빼앗았다. (…) 이 병은 거대한 잿빛 민달팽이처럼 내 마음을 깔고 앉았지만, 나는 할 수 있을 때마다 그놈에게 타격을 가하며 빠져나오려고 애쓴다. 숲속의 새와 식물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놈에게 한 방을 먹이고,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기분 전환 활동을 통해 좀 더 긍정적인 정신상태를 조성하며 그놈을 걷어찬다. 상담 치료사를 찾아가고, 날마다 약을 먹고, 우울감에 압도당할 것 같으면 복용량을 늘린다. (…) 딱 하루만 아침에 일어나 내가 하는 일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를 줄이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렉퍼드 호숫가에서 작고 희귀한 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소리 내어 운다. 거기 선 채 눈물이 흘러나오게 놔둔다.(175~176쪽)

어느 여름에 나는 신기한 무늬가 있는 조약돌을 주웠다. 조약돌에는 작고 뾰족한 화산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었는데 주변의 바위에 있는 것과도 비슷했다. 조약돌이 마음에 든 나는 그것도 양동이에 집어넣었다. 내가 만든 작은 웅덩이에 갇힌 새우와 게들이 꿈틀대는 걸 지켜보고 있을 때, 무언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고 조약돌이 살짝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 그때 작은 화산의 꼭대기가 뚜껑 문처럼 활짝 열리더니 가느다란 분홍빛 술 모양 촉수들이 손아귀처럼 불쑥 튀어나왔다. 촉수들은 위쪽의 물을 훑다가 일제히 뚜껑 문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라이프 온 어스〉에서 본 것과 비슷한 장면이 눈앞에서, 그것도 내가 모래밭에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던 반 리터 분량의 바닷물 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그렇게 짜릿한 경험은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 나는 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행동하는 매혹적인 생명체를 목격했다. 그것은 자연과의 접촉, 화사한 빛깔의 플라스틱 양동이 속에 살아 숨 쉬는 야생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 체험에서 희열을 느꼈고 비슷한 체험을 더욱더 많이 하길 원했다.(223~224쪽)

해양생물학자 월리스 니컬스Wallace Nichols에 따르면, 해안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거나 흘러가는 강물을 지켜볼 때 눈과 뇌는 시각적 자극에서 벗어나게 된다. 뇌를 위한 휴가이자 현대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부산하고 끊임없는 자극으로부터의 휴식, 일종의 해양 명상인 셈이다. 물살에 발을 맡기고 있는 동안 나는 그것을 분명히 느낀다.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스러져 가는 동안 마음은 차분한 정체상태로 흘러든다. 코바늘 뜨개질이나 스케치를 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내면의 소란이 가라앉고 어두운 생각도 사라진다.(229~230쪽)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은 올해 나의 부서진 정신을 치유해주었다. 3월의 가장 암담했던 날, 내 생각을 되돌리고 나를 자살의 목전에서 붙잡은 것은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던 은은한 초록빛을 띤 묘목이었다. 지난 열두 달은 힘겹다 못해 비현실적이고 끔찍한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지만, 정말로 쓰러질 것 같을 때마다 어느 새의 모습이나 숲에서의 짧은 산책이 최악의 우울증 증세를 피해 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사실은 나에게 엄청난 위안을 준다. 야생의 장소는 내게 꼭 필요한 약이자 안전망과도 같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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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반평생에 걸쳐 우울증을 겪은 박물학자의 회고록이자 다음 계절을 위한 마음의 힘을 쌓아 주는 꽃과 동식물에 관한 열두 달의 기록 “나를 자살의 목전에서 붙잡은 것은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던 은은한 초록빛을 띤 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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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반평생에 걸쳐 우울증을 겪은 박물학자의 회고록이자
다음 계절을 위한 마음의 힘을 쌓아 주는 꽃과 동식물에 관한 열두 달의 기록

“나를 자살의 목전에서 붙잡은 것은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던 은은한 초록빛을 띤 묘목이었다”
햇살과 새싹이 생명력을 뽐내는 3월의 어느 봄날, 에마 미첼은 압도적인 자기혐오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비합리적이지만 도무지 제어할 수 없는 온갖 상념과 비난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것은 우울증이 지닌 무기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무기다. 그는 통렬한 자기 비난에 빠져 과거의 실패와 상처받은 기억을 끊임없이 곱씹는다. 오래된 기억이 잘 벼른 칼날처럼 마음을 난도질한다. 급기야 그는 우울증에 등을 떠밀려 자기 소멸의 욕구로 비틀비틀 나아간다. 그날 미첼이 경험한 것은 병증이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완강해지는 경계선, ‘우울증의 블랙홀’이다. 그는 강렬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간다. 어디에 가면 가장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을지에 관한 끔찍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밖에 없다고 느껴지던 순간, 미첼은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새로이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을 발견한다. 눈앞을 스치는 연한 초록빛의 잎사귀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봄의 햇살과 신록이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킨다. 그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의 온전한 부분, 자연에서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난다. “나무들……, 푸르름, 위로.” 묘목을 따라 한동안 더 달린 끝에 미첼은 파국을 향하던 폭주를 멈추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의사를 찾아가 회복 계획을 세우고, 충분히 쉬고, 항우울제 복용량을 늘린다. 그렇게 미첼은 자살의 문턱에서 돌아서 자신을 덮친 우울증 에서 빠져나오는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다. 언제나 최악의 우울증 증세를 피하게 해주었던 자연의 위안이 다시 한번 미첼의 삶을 구한 것이다.(133~135쪽)

반평생에 걸친 우울증 회고록이자 일 년간의 자연 관찰 일기
“우울한 날에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위로가 된다”
에마 미첼은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야생의 위로(원제: The Wild Remedy, 심심刊)》는 그가 반평생에 걸쳐 겪어온 우울증에 관한 회고록인 동시에 몇 번의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겪는 동안 만난 자연의 위안에 관한 일 년간의 일기다. 가을에서 시작해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이 움트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로 돌아오는 여정은 자연과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그가 겪는 감정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첼은 반려견 애니와 함께 집 근처 숲을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해변, 오래된 화석이 있는 절벽, 작은 난초가 있는 언덕 등 다양한 공간을 찾아간다. 공간을 탐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책 중에 발견한 자연물을 그리고 사진 찍고 채집하는 과정도 치유의 일부가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연 묘사와 심리 묘사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이다.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인 미첼은 그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이 책에 마음껏 펼쳐 보인다. 유려한 문장과 함께 책의 갈피마다 조화롭게 배치된 사진과 스케치, 수채화는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자연을 책을 통해 온전히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매 계절 숲을 산책하며 모은 “영혼을 치유해주는 자연의 힘(231쪽)”을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은 문밖의 자연과 그것이 가진 치유 효과를 듬뿍 담은 한 권의 숲이 된다. 이를 문학 평론가 에마 프로이트는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문학적 항우울제’라고 표현했다.

냉이를 간단히 스케치하거나 상모솔새를 수채화로 그리는 것,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들로 채집 표본을 만드는 것은 산책 자체만큼이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연필로 새매의 모습을 그럭저럭 비슷하게 그려보는 것은 그렇게 하도록 영감을 준 새와의 만남만큼이나 마음속의 복잡하고 어두운 생각을 쫓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완벽한 결과물보다 대상을 바라보고 그리는 차분한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연 관찰의 유익한 작용과 본 것을 기록하며 보내는 시간은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 숲이나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곳에 서식하는 초목과 야생동물의 미세한 디테일에 주목할 때면 우울증이 가라앉는 게 느껴진다. 이는 내게 자가 치유의 방식이 되었다.(24쪽)

다음 계절을 위한 마음의 힘을 쌓는 강력한 방법
자연은 의료적 심리치료를 보충하는 효과적인 건강 모델이 될 수 있다
자연에서 발견한 위안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비단 미첼 혼자만의 경험은 아니다. 자연을 산책하고 나비나 새를 관찰한 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정적인 마음이 누그러진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봄이 오면 벚꽃을, 여름이면 바다를, 가을이면 단풍을, 겨울이면 눈 쌓인 들판을 보기 위해 기꺼이 귀한 시간을 할애해 야외로 나간다. 하지만 자연이 촉발하는 긍정적 감정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걸까? 우리가 공원을 산책하거나 바닷가에서 맨들맨들하게 모서리가 닳은 조약돌을 들여다볼 때, 실제로 신체와 뇌에 측정 가능한 치유 효과가 생기는 것일까?
많은 연구자들이 자연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했다. 그중 임상 병리학자 마가릿 한센Margaret Hansen은 ‘산림욕과 자연치유Shinrin-Yoku(Forest Bathing) and Nature Therapy’라는 논문에서 자연과 인간의 정신 건강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10년간의 연구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분석했다. 한센은 이를 통해 자연이 가진 임상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전문가들에게 산림욕을 보편적 건강 증진 모델로 사용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자연을 활용한 임상 건강법의 한 가지 사례로 볼 수 있는 영국의 ‘네이처스 웨이Nature's Way’는 세계 최대의 온실인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와 연계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이다. 사회적 처방은 의약품 처방과는 다른 개념으로 의료전문가들이 환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비임상적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이다. 영국 보건복지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네이처스 웨이는 사람들에게 자연 산책 서비스를 처방함으로써 건강과 생활을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환자들은 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의료진에게 ‘주간 정원 가꾸기’ 같은 활동을 처방받는다. 2016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미 수백 명의 삶을 바꾸어 놓았으며, 입원 시간의 유의미한 단축으로 영국 국민건강보험의 부담을 현저히 덜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런 야외 활동이 환자들의 창의력을 북돋우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와 전반적인 생활과 우울 증상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네이처스 웨이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함으로써 자연이 가진 치유 효과를 누리도록 했고, ‘삶과 정신 건강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는 참가자의 평을 받으며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분비 촉진…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을 높이는 자연의 힘
“정원을 산책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약상자에 손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
네이처스 웨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한 마음의 변화는 자연의 치유 효과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자연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건 그저 근사한 풍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생물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첼은 이러한 신체 반응의 근거를 밝히기 위해 자연이 인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를 인용하며 숲이나 바닷가, 혹은 공원을 산책할 때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뇌 내의 화학작용과 호르몬의 변동에 대입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산책과 야생동식물 관찰이 시시때때로 덮쳐오는 우울과의 일상적 전투에 강력한 우군이 되어줄 수 있음을 말한다.

이 책에 인용된 자연이 인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1.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가 감소하고, 면역력과 회복력이 증가한다
에마 미첼은 매일 집 근처 숲을 산책하고 야생동식물을 관찰하며 일상의 근심이 사그라들고 우울증의 장막이 걷혀 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는 이런 기분 변화의 근거를 자연을 바라보고 숲을 거니는 행위에서 찾는다.
마드리드 대학의 공간 실험과학자 마리아 벨라르데Maria Velarde가 노르웨이 생명과학부와 함께한 연구 ‘자연경관을 보는 것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Health effects of viewing landscapes’에 따르면, 자연경관을 마주하면 스트레스나 정신적 피로의 해소되고 질병에서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사람들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도 확인되었다. 〈바이오사이언스Bio Science〉에 실린 ‘자연이 존재하는 주변 환경: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주는 이점Dose of neighborhood nature: The Benefits for Mental Health of Living with Nature’은 식물의 존재가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전했다.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은 거주자의 우울증과 불안, 스트레스 인지도를 떨어뜨렸으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분 저하를 완화한다는 점도 같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18쪽)
또한 산책을 하는 동안 들이마시게 되는 ‘피톤치드’는 인간의 면역계와 내분비계, 순환계와 신경계에 작용하여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감염을 막아준다. 우리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무의식중에 식물이 생성한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그야말로 몸을 ‘소독’하는 것이다. 미첼은 풀숲에 앉아 식물에 둘러싸여 있을 때 강렬한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그 위안은 곧 그의 마음을 치유하고 다가오는 내일을 지탱할 양분이 된다.

“단생벌이 블루벨의 꿀과 꽃가루를 채취하느라 윙윙 날아다니는 소리가 나른하게 들려온다. 꽃들 사이에 드러누워서 한잠 자고 싶어진다. 편안히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것이 산림욕이구나. 나는 주위의 풍경에 완전히 스며든다. 낙엽의 곰팡이 냄새와 블루벨의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햇살이 목덜미를 데워준다. 수풀 속의 소형 포유동물들이 분주하게 바스락대는 소리와 머리 위의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숲은 내 혈압을 낮추고 기분을 돋우며 스트레스 수치를 끌어내려 준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회복에 유익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167~168쪽)

2. 자연적 항우울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세로토닌은 중앙 신경계 전체에 광범위하게 투사되어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세로토닌이 관여하는 중요한 영역 중에는 기분과 감정에 관련된 회로가 포함된다. 세로토닌의 작용과 우울증 사이의 관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내 세로토닌 수치 변화가 우울증뿐만 아니라 공격성, 충동, 강박증과 자살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분명해졌다.
자연을 산책하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다. 인간의 피부는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고유한 세로토닌 체계를 갖고 있어서 햇빛이 망막이나 피부에 닿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기분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무기력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고, 산책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 이러한 햇빛의 효과 때문이다. 또한 영국의 과학자들은 토양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가 신체 내에서 항우울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이 미코박테륨백케이 같은 양성 토양 박테리아에 접촉하면 박테리아의 세포벽에서 나온 단백질이 특정 뇌세포 군집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잡초를 뽑고 식물을 돌보는 시간이 화단의 꽃과 나무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19~20쪽)

“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야생이든 인공적으로 가꾼 것이든 식물 사이에서 지낸 시간의 치유 효과는 뚜렷하다. 맑은 날 아침이면 나는 화단의 잡초를 뽑으며 유익한 토양 박테리아, 특히 미코박테륨백케이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균주들과의 접촉이 뇌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춰주기를 기대한다. 정원 일은 흙을 만지며 하는 요가와도 같아서 만족스럽고 은근히 기분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우울한 생각을 쫓아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원에 찾아드는 새들을 관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154~155쪽)

3. “채집 황홀”, 도파민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한다
산책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일시적인 흥분을 느끼게 한다. 소위 “채집 황홀”이라는 것이다. 뇌의 보상 중심부에서 방출되는 도파민은 성취감과 기쁨을 준다. 이런 호르몬의 변화는 인간이 채집 수렵 생활을 해왔던 20만 년 전의 도파민 보상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열매가 가득 달린 나무나 산딸기 관목은 조상들의 칼로리 섭취를 늘려주었을 것이며, 따라서 식용이 가능한 식물에 긍정적인 반사작용을 나타내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였다. 그리하여 식물을 채집하면 뇌 내의 보상작용이 촉진되었고 이것이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다. 자연과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이와 같은 생물학적 과정은 뇌 내의 화학적 균형을 조정하고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보상에 대한 행동을 강화하고, 또다시 숲으로 나가 산책이 주는 이점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산책을 하는 동안 분비된 도파민이 다른 유익한 활동을 촉진하니, 숲속을 걸음으로써 우울증에 빠진 뇌를 구하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다.(35~37쪽)

“새로운 전율로부터 마음이 진정되자 나는 애기풀이 백리향과 요정아마에 뒤섞여 사방 몇 미터에 무더기로 자라나 있다는 걸 깨닫는다. 키는 7센티미터 정도이며 참제비고깔처럼 푸르고 카리브해 상공처럼 맑은 외꽃잎 안에 흰 공작새 꼬리털처럼 가느다란 술 모양의 내꽃잎이 있다. (…) 이 지역의 식생은 대부분 작은 식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거대한 기쁨을 안겨준다. 뇌에 도파민이 흘러넘치는 것 같지만, 아직도 더 많은 황홀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탐험을 계속한다.”(187쪽)

숲을 거닐며 직접 경험한 자연의 임상적 치유 효과
산책, 뜨개질, 스케치와 자연물 수집, 새 모이 보관소까지…
미첼은 우울증을 극복하려 애쓰는 대신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간다. 그는 심각한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그와 함께 전문의와 연구자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우울 증상 완화법을 시도한다. 매일 숲을 산책하고, 딸을 위한 장갑을 뜨고, 관찰한 동식물을 그림으로 남기고, 정원으로 새를 불러들이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항우울제나 상담 치료 같은 기존의 의료적 처방에만 의지하거나, 자연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대신 치료와 자연을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하며 요동치는 마음의 균형을 잡는다. 미첼은 우울증을 제어하려면 “자연 속에서의 산책, 창의적으로 보내는 시간, 그리고 홀로 있을 때 곁을 지켜줄 호박색 털북숭이 친구라는 방어용 무기를 갖춘 일상적 전투”(116쪽)가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물러간 것 같다가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끝나지 않는 우울과 투쟁하며 자신을 돌보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에마 미첼은 아득한 화석의 흔적을 보며 경이에 젖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봄을 맞으러 온 제비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자연이 선사한 순간들을 목격하는 시간이 삶의 의욕을 북돋우고, 그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이 되어주었다. 미첼을 따라 걸으며 그가 아낌없이 풀어놓는 기술과 지식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상적 자연에서 거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압도적인 자기혐오와 통렬한 상념이 덮쳐올 때조차 창밖의 나뭇잎에서 희망과 기쁨을 느끼는 법을, 자연을 통해 우울증에 빠진 마음을 구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건조된 해안 풀밭의 향긋한 냄새, 벼랑에 핀 아르메리아꽃의 은은한 분홍빛,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 파도에 깎여 속이 빈 바위 구멍에 고인 바닷물, 말라붙어가는 해초의 톡 쏘는 내음, 손바닥에 에메랄드처럼 소중하게 쥐여 있던 조그만 초록빛 오각불가사리. 말로스 해변과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자연과 처음 만나 느낀 강렬한 기쁨을 거듭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나를 계속 살게 해주었다.”(233쪽)

봄이 왔지만 선뜻 집 밖을 나서기가 어렵다. 미첼은 “당신이 무기력해져 소파나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들큼한 슬픔의 진창에 빠진 기분일 때, 이 책으로 내가 관찰한 것들을 읽으며 사진과 그림을 보고, 나아가 직접 고둥이나 족제비를 찾아 나섬으로써 위안을 찾게 되는 것(25쪽)”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말한다. 자연에서 만난 기쁨을 섬세한 필치와 생생한 이미지로 온전히 전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손끝으로 야생의 위로와 움트는 새싹, 성큼 다가온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곁에 두고도 품지 못했던 문밖의 봄을 힘껏 껴안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자연을 치료 약 삼은 한 해의 경험은 나에게 인간이 온전하려면 자연 풍경 속에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주었다. 태초부터 인간과 땅 사이에는 강력한 유대가 있었다. 우리는 야생의 장소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과의 단절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에서 정신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에 온갖 이론들이 난무한다. (…) 하지만 나를 비롯해 이 분야를 연구해온 사람들에게 명백한 사실은 다른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과 별개로 자연과의 단절이 문제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253쪽)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 도시환경을 떠나 숲과 초목과 야생이 존재하는 장소로 옮겨 갈 때면 내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생리학적·신경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이와 연관된 과학은 아직 발전단계지만, 자연 풍광의 이로운 효과로 정신질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내가 겪은 놀라운 효력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우울증 진단의 대책으로 자연 산책이라는 관념이 더욱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다. 자연 속을 걷는 일이 특이하거나 괴짜 같은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인간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근본적 필요성이 일반적인 정신의학과 표준 심리치료법을 보충하는 효과적인 접근방식으로 간주되기를 바란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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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28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신소희 옮김

     푸른숲

     2020.3.20.



    어릴 때 할머니 집 근처 산울타리 아래 쭈그리고 앉아 블루벨 꽃봉오리와 산사나무 이파리, 병꽃풀의 뾰족한 가시와 갈퀴덩굴 어린잎을 쳐다보던 것이 기억난다. (15쪽)


    며칠 뒤 나는 방과후 활동을 마친 막내딸을 데려오려고 이웃 마을로 차를 몬다. 동네 농산물 가게 옆에 한 줄로 늘어선 어린 피나무를 지나치는데 가면올빼미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96∼97쪽)


    11번 국도로 차를 몬다. 그곳에는 다리가 여럿 있다. 머릿속에 다리를 찾아가자는 생각만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어느 다리가 가장 좋을까?’, ‘어느 다리가 가장 높고 효율적일까?’ 불쾌하고 끔직한 소음이 퍼져나간다. (135쪽)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예쁜 새모이 보관소를 산다. (146쪽)



    《야생의 위로》(에마 미첼/신소희 옮김, 푸른숲, 2020)는 “The Wild Remedy”란 이름으로 나온 책. 영어 ‘와일드’를 ‘들’이나 ‘숲’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을 거의 못 본다. 다들 영어사전에 나오는 대로 ‘야생’을 쓴다. 책 첫자락에 실은 치킴글 첫 줄이 “우울증이 무서운 이유는 우울한 감정 그 자체보다 압도적인 자기혐오와 비판을 동반한다는 데 있다(7쪽).”이다. 무슨 소리일까? 무늬는 한글이되 알맹이는 알쏭하다. 사람들은 이 말을 알아들을까? 알아듣고서 책을 읽을까? 이런 말로 서로 생각을 주고받을까? 첫자락 첫 줄을 “슬프면 슬픔보다 스스로 깎아내려서 끔찍하다”로 고쳐 놓는다. 들빛이 마음을 달래고 몸을 부드러이 어루만져 준다는 줄거리를 다루는구나 싶은 책이면서도, 글쓴이는 내내 자동차를 몰면서 찻길을 가로지른다. 자동차를 몰면서도 멧새 몸짓을 지켜보고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겠지. 우리가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빠른길 한복판에서도 숲 한복판 둥우리에서 갓 깨어난 새끼 새가 어미 새를 부르는 가녀리면서 사랑스러운 가락을 들을 수 있다. 책을 덮을 때까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들이나 숲에서 어떻게 마음을 달랬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책을 장만해서 읽을 시골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시골사람이라면 종이책을 내려놓고 호미를 손에 쥐고서 밭자락에 쭈그려앉겠지. 숲사람이라면 가벼운 차림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며 구름물결을 내다보겠지. 서울사람한테 이 책이 어느 만큼 들빛이나 숲바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거니 싶으면서도, 옮김말이 하나같이 너무 서울스럽다. 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말씨에 들빛이 감돌도록 하면 안 될까? 무엇보다 글쓴이가 너무 자동차를 몰아대기만 하는구나 싶다. 자동차를 버리고서 맨손에 맨발에 맨몸으로 들이며 숲을 마주한다면, 사진찍기를 안 해도 좋으니, 그저 오롯이 들바람을 먹고 들풀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 하루를 누린다면, 이 책에 흐르는 글이 모두 달랐겠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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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자연 속에서 살아왔다.채집 수렵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하루 종일 물가나 숲속에서 살았다. 농경지를 경작하면서 인류의...

    인류는 자연 속에서 살아왔다.채집 수렵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하루 종일 물가나 숲속에서 살았다. 농경지를 경작하면서 인류의 삶은 물줄기와 숲,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 여러 환경 요소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우리는 야생의 장소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과의 단절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 도시 환경을 떠나 숲과 초목과 야생이 존재하는 장소로 옮겨 갈 때면 내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생리학적·신경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이와 연관된 과학은 아직 발전단계지만, 자연 풍광의 이로운 효과로 정신질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에마 미첼은 2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어떤 날은 머릿속에 음침하고 부정적인 모래 진창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또 어떤 날은 짙은 먹구름이 겹겹이 피어나 생각을 짓누르고 의욕을 빼앗아가는 것만 같다. 우울증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든 움직이기가 어려워지고, 실내에 처박혀 이불을 뒤집어쓰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진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면 거기 야생의 위로가 있다. 물론 우을증이 심해지면 도무지 제어할 수 없는 온갖 상념과 비난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통렬한 자기 비난에 빠져 과거의 실패와 상처받은 기억을 끊임없이 곱씹는다. 오래된 기억이 잘 벼른 칼날처럼 마음을 난도질한다.

    우울증은 급기야 자기 소멸의 욕구로까지 나아간다.미첼은 강렬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간다. 어디에 가면 가장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을지에 관한 끔찍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밖에 없다고 느껴지던 순간, 미첼은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새로이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을 발견한다. 초봄의 햇살과 신록이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킨다. 그와 함께 마음의 온전한 부분, 자연에서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난다. 이렇듯 미첼은 우울증과 싸우며 자연에서 얻은 위안을 최근의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를 인용하며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유려한 문장과 섬세한 일러스트를 곁들이며.

    물웅덩이 가장자리에 파수꾼처럼 서 있던 작은 해오라기 한 마리가 구부러진 두 날개를 치켜든다. 해오라기를 목격할 때면 잿빛 왜가리를 볼 때와 비슷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이 종류의 새들이 지닌 윤곽선에는 태초의 익룡을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공중에서 그들은 캔틸레버식 날개를 단 것처럼 뻣뻣하게 움직인다. 줄을 잡아당기면 날갯짓을 하는 나무로 만든 새 인형을 보는 듯하다. (94 - 95쪽)

    새 떼는 엄청나게 거대해졌다. 새 떼의 흐름이 요동치는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오고, 각자의 비행경로에 반응하며 가장자리부터 돌출하여 떨어져 나왔다가 다시 멀어져 간다. 마치 공중을 기어 다니는 아메바 같다. 한순간 달리의 그림 속 시계처럼 녹아 흐르는 형상이 되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다족류 곤충처럼 똬리를 튼다. 그러는 내내 4만 마리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비구름을 배경으로 검은 윤곽선을 그리는 새 떼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까만 파도가 일어난다. 촘촘한 검은 이랑이 새 떼 전체를 관통하며 움직이는 동안 내 뇌에서도 조용한 활기가 물거품처럼 일어난다. (125 - 126쪽)

    제비의 여행길은 정말로 놀랍다. 도중에 여러 마리가 폭풍우나 포식자에게 목숨을 빼앗기긴 해도 대부분은 무사히 도착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여름 내내 깃털 달린 날쌘 화살처럼 들판 위를 돌아다니다가 전화선에 모여 앉아 다음 해의 이동을 준비하겠지. 내 상태가 대체로 괜찮은 계절 동안 제비들은 이 지역에서 지낸다. 경이로운 여정을 마치고 우리 집 정원에서 쉬는 저 새를 보니 전율이 느껴진다. 제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듯이 나 역시 또 한 번의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 나는 안마당에 앉은 채 잠시 조용히 운다. (156쪽)

  • 시대, 장소를 막론하고 삶이 힘겨운 건 전적으로 인간들 탐욕 탓이다. 근본적인 인간 탐욕의 철폐와 차단 없이 삶의 근...

    시대, 장소를 막론하고 삶이 힘겨운 건 전적으로 인간들 탐욕 탓이다. 근본적인 인간 탐욕의 철폐와 차단 없이 삶의 근본적인 고통을 


    해결하는 건 어불성설이며 역사에서 드러나는 과오는 과거에서 벌어졌던 것처럼 계속 인간 삶을 수렁에 몰아넣을 것이다.

     

    인간이 다른 야생동물보다 뛰어난 두뇌 능력으로 엄청난 문명을 이루고 야생의 험난함을 극복하며 편리한 생활을 보편화했으나 


    이 과정에서 아주 크게 간과한 것이 자연과 인생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자연을 인간 문명을 개발하는데 함부로 다뤄도 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리 야생과 인생을 구분한다고 해도 인생 또한 근본적인 거대한 야생의 일부 일 수밖에 없으며 


    생명의 유지 존속을 위해 식량 대부분을 자연에서 구해야 하는 진리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현대 문명의 편리함은 그 편리함을 넘어서 인생 대부분을 피폐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비에 중독되고 디지털 기기는 


    대인관계의 파탄을 낳았으며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현대인 각각을 모두 환경파괴를 저지르는 범죄자로 


    양산한다.

     

    인생과 야생은 생명이라는 공통적 존재임에도 자연과의 단절을 지속시킨 현대인들은 정신병 중에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저자 


    에마 미첼은 본인이 직접 우울증에 걸린 사실을 고백하며 대자연의 거창하고 웅장한 시각적 규모의 치유책이 아닌 현대인들이 사는 


    주변의 자그마한 야산을 비롯해 공원, 근교 휴양 지등을 직접 관찰하며 감상한 일 년여의 기록을 야생의 위로로 독자에게 찾아왔다.

     

    가을이 완연한 시월부터 시작하는 저서는 저자가 나고 자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날씨가 그렇게 


    쾌청하거나 맑지 않은 영국에서 저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와 더불어 자연을 관찰하다가 감상하고 경탄해 마지않는 자신의 


    시선을 아주 감성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위대한 작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 박물관, 미술관에 들러서 각각의 


    전시품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과 같게 저자는 그 시선을 오롯이 자연에 투영해 그저 자신의 전문지식인 동물학의 장황한 설명이 아닌 


    친절하면서도 독자와 충분히 공감하는 시적인 미사여구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자는 활자로 자신의 감상을 적기만 한 것이 아닌 직접 사진을 찍어 사진을 보는 순간 야생화를 비롯한 온갖 화초의 아름다움에 


    탄복하게끔 하며 동식물을 직접 그린 삽화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화는 좋은 감상과 자연 자체가 이미 작품이라는데 이견을 달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여름 팔월에 접어들어 저자는 자신의 시선을 바다로 돌려 그 전까지 집중적으로 다루던 화초와 포유류, 조류뿐만 아니라 바다도 


    충분히 현대인들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병을 치유하는 야생에 포함된다는 폭넓은 시선을 제시한다. 앞표지에 있는 아름다운 


    화초에만 시선을 집중하던 독자가 바다에 들어서 바다의 아름다움에 육상 생태계만큼의 경이에 감동하고 바다라는 공간의 쾌적함과 


    광활함에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전문 지식을 지닌 이지만 장황하게 자신의 지식을 나열하기 보다 독자와 공감하고 자신이 자연을 작품그 자체로 느끼고 


    감상하고 기록하고 묘사해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을 오래가도록 했다. 아울러 우울증을 학술적으로 진단하기보다 그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자연을 직접 감상하고 자연 속에서 치유와 위로를 통한다는 점은 앞서 언급했듯 인생이 야생과 별개가 아닌 공존과 


    공생한다는 근본적인 진리를 상기한다. 표지부터 자연의 싱그러움이 가득 담긴 저서는 읽는 내내 사진과 삽화로 시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며 저자가 직접 느낀 작품집이자 도록의 매력까지 지닌 미덕이 많은 저서다.

  • 야생의 위로 | aq**0317 | 2020.04.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숲길을 걷고 싶어요. 나무와 풀향 가득한 푸르른 길. 4월이 다 가기 전에 걸을 수 있었...

    숲길을 걷고 싶어요.

    나무와 풀향 가득한 푸르른 길.

    4월이 다 가기 전에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야생의 위로>를 읽고나서 더욱 그 마음이 커졌어요.

    이 책은 엠마 미첼이 숲과 정원에서 찾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는 자신이 지난 25년 내내 우울증 환자였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날마다 숲속을 산책하는 일이 그 어떤 상담 치료나 의약품 못지않은 치유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만약 처음부터 이런 고백이 없었다면 이 책은 사계절 숲에 관한 일기로 봐도 무방했을 거예요.

    저자 개인에 관한 일기였다면 힘들고 우울한 마음들이 적혀 있겠지만 숲에 관한 일기는 늘 생생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득한 것 같아요.

    참 신비롭게 느껴져요.

    저자는 집 대문을 나서 800여 미터를 걸으면 동네 숲 어귀에 이른다고 해요. 솔직히 집 근처에 숲이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인 것 같아요.

    우리가 숲을 만나려면 멀리 산을 찾아가야 해요. 요즘은 벚꽃 나들이도 못하는 상황이니 숲길 산책은...

    숲을 산책하다가 여러 식물을 관찰하고 꽃과 잎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의 책꽂이에서 찾아낸 책 《영국 식물 컬러 소사전 The Concise British Flora in Colour》덕분이래요. 윌리엄 케블 마틴 목사가 이십 대에 영국의 야생화를 수채화로 그리기 시작해서 이 책을 출간할 때는 여든여덟 살이었다고 해요. 거의 평생을 바쳐 만든 이 아름다운 책 속에는 소형 수채화가 1,400점 이상 담겨 있다네요. 저자는 우울증이 극심한 날이면 《영국 식물 컬러 소사전》의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원에 나가 있을 때와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고 해요. 어쩐지, <야생의 위로>가 탄생한 이유가 있었네요.

    일 년 동안 자신의 집 주변의 숲을 거닐며 관찰한 자연들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 것들이 한 권의 책이 된 거예요.

    책 속 사진들 중 숲 속 작은 오솔길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왠지 저 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숲이 품어내는 싱그럽고 푸른 내음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숲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순간들을 살아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요.

    숲의 마음이 있다면 사계절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는데도 매번 새로운 행복을 느낄 것만 같아요. 

    사람의 마음이란 시시때때로 오르락내리락 변하곤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유독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분 조절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어요. 

    숲을 거닌다는 건 변함없이 든든한 숲의 마음을 느끼는 일이에요. 뭔가 안심되고 평화로워져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숲이 주는 위로뿐 아니라 저자의 심경이 그대로 나와 있어서 공감할 수 있어요.

    완전하지 않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걸 숲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가 교회에서 느꼈어야 마땅하지만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모든 감정이 자연 속에서는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소설가 앨리스 워커 Alice Walker    (26p)

     

    캡처.JPG

  • 야생의 위로 | se**2001 | 2020.04.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울증과 자연...

      

     

     

     

    우울증과 자연이라는 두 단어를 접했을 때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내 삶에서 가장 오래 우울했던 기억 말이다. 혼자 생각이라는 것을 깊이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집 밖을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꽤 오래 준비했던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망가질 때로 망가진 마음과 몸을 가지고 뭔가를 시도조차 못한 채 방문을 닫고 오랜 기간 들어가 있었다. 안쓰러웠던 엄마는 몇 번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엄마는 그렇게 집안에만 있지 말고, 집 밖으로 나가서 공기도 쐬고, 꽃이나 나무도 보고 하면서 기분을 전환하라고 했지만 나는 그저 그냥 집 안에 있고 싶었다.(지금 생각하면 엄마 입장에서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그때 나는 경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그 말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회사 다니면서 경험했다. 스트레스가 한 번씩 머리를 짓누를 때면 습관적으로 공원, 산, 식물원이나 동물원 같은 곳으로 무작정 떠났던 것 같다. 그저 한 바퀴 돌면서 흙도 밟고, 나무와 꽃을 보면서 새로운 기운을 얻었다.

    저자인 에마 미첼은 박물학자이다. 그런 그는 자신이 25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현재도 이어지는 우울증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 숲과 정원을 거니는 삼림욕이었다.

    날마다 숲속을 산책하는 일은 내게 그 어떤 상담 치료나 의약품 못지않은 치유 효과가 있다.

    이 책에는 각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식물(혹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저자가 자연을 거닐며 만난 치료제이자 친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니다. 길을 나서다 만난 버들강아지나 앵초, 찌르레기 떼나 개암나무 새잎 등에 대한 계절에 변화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자연을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 날이 더워지면 야외활동이 힘들고, 추워지면 또 추워지는 대로 쉽지 않다. 그리고 우울증은 그런 저자에게 어쩌면 바깥활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연의 변화를 목격하는 것을 마치 오늘의 할 일이라 느낀다. 트위터를 통해 가까운 곳에 반딧불이 떼가 목격되었다는 이야기에 친구와 함께 나가기도 하고,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슈퍼마켓에 쇼핑하러 가는 길에 꽃망울들을 보고 반가움에 눈물이 솟기도 한다.

    무엇인가 행동하는 것조차 너무 힘든 상황임에도 저자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놓치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자연은 그런 저자에게 수고의 보답이라도 하듯 여러 형태의 모습을 선물한다. 무엇이 있겠구나!라는 것을 알고 나가는 것도 좋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이나 인연이 배의 감동을 주는 것처럼 자연은 저자에게 그런 선물이 된다. 1년 12개월 자연은 날씨에 맞게 다양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자연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

    우리의 옛 조상들도 자연을 벗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참 많이 이야기했다.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준비한 선물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내가 가꾸지 않았지만 눈인사를 건네는 자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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