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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번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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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쪽 | 규격外
ISBN-10 : 8960902837
ISBN-13 : 9788960902831
사라지는 번역자들 중고
저자 김남주 | 출판사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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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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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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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번역자로 살아온 이의 고뇌와 작업의식을 녹여낸 책. 30년 가까이 프랑스와 영미 문학을 전업으로 번역해온 김남주가 전작으로 쓴 첫 산문집 『사라지는 번역자들』. 이 책은 번역자 김남주가 프랑스 아를의 번역자회관에서 지내는 동안 유럽, 남미,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번역자들과 나눈 좋은 번역과 번역자로서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직역과 의역, 중역에 관한 심도 있는 공론을 나누는 동시에 번역의 윤리와 한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찰한다.

번역자회관에서 머무르는 기간뿐 아니라 번역자로 살아온 내내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해온 저자 김남주는 과연 ‘번역자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찬사가 번역이 번역 같지 않다는 것’인지 자문했고, ‘작품을 재구성하는 데 아무리 적극적이었다 해도 결국 투명한 필터가 되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 번역자의 마땅한 숙명인지 고민했다. 이렇듯 번역자로서 살아온 이의 고뇌와 작업의식을 이 책안에 여실하게 녹여낸 저자는 사라지는, 그러나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번역자로서의 삶을 오롯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저자소개

저자 : 김남주
저자 김남주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아를 의식할 무렵 사르트르와 카뮈, 랭보를 통해 프랑스 문학과 만났다. 1984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번역을 시작해 그동안 주로 프랑스 현대문학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로맹 가리의 『여자의 빛』 『솔로몬 왕의 고뇌』 『가면의 생』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함머클라비어』,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레드 바르가스의 『4의 비밀』, 장 그르니에와 알베르 카뮈의 작품 그리고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등이 있다. 2013년 첫 책 『나의 프랑스식 서재』를 펴내면서 이제부터의 삶이 될 글쓰기를 시작했다.

목차

들어가면서 아를, 번역 그리고 번역자들 9

바스나 다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
이삭과 레베카 마법의 생강즙 한 숟가락 36
후안과 디아나 그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48
아날리나 아를의 햇빛처럼 눈부신 웃음 62
아나와 안톤 여왕의 속옷과 노년의 스토킹 78
그레고르 아침은 커피, 점심은 맥주, 저녁은 포도주 88
낸시 휴스턴 새들에게 자유를, 침묵에 경의를 98
아마르 몽 셰르 아봉다망 104
레카와 티보르 바벨 피시와 함께라면 118
아고타 기분 좋은 피로, 가벼운 취기, 황금 같은 침묵 126
제르멘 “왜 그 누구도 아닌 이 한 사람인가?” 134
안제이 뜨거운 찻잔 속에 넣은 갈륨 숟가락처럼 144
쉬잔 장벽은 무너져도 여전히 공산주의자 150
크리스토프 차 한 잔 하는 게 좋겠다, 브뤼셀에 가면 160
카라바조 번역자와 천사를 한 화폭에 그리다 176
밀루틴 카다레 정치적인 이유, 그거 아니면 뭐겠어 186
타티아나 단발과 저음의 안나 카레니나 196
지타 번역자의 푸른 요리책 210

나오면서 백 개의 계곡, 천 개의 추억 223

책 속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문장의 의미가 아니라 리듬과 울림이 머릿속에서 출렁거렸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렀고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그날 나는 여행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두 벌의 원피스 중 자락이 풍성하고 긴 것을 입고 편안한 플랫을 신고 있었다.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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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았다. 문장의 의미가 아니라 리듬과 울림이 머릿속에서 출렁거렸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렀고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그날 나는 여행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두 벌의 원피스 중 자락이 풍성하고 긴 것을 입고 편안한 플랫을 신고 있었다. 수도원 뜰 안에 줄지어 세워놓은 접이식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나는 잠시 모든 걸 잊었다. 그곳이 아를이라는 것도, 내가 떠나온 곳도, 내가 왜 그곳에 와 있는지도.
-102~103쪽

프랑스어를 우리말로,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책 한 권에서 한두 번쯤 그런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품고 있는 침묵의 저변이 아주 넓은, 그 깊이가 아주 깊은 문장. 그럴 때면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그러고는 내버려둔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들여다본다. 그러다보면 온다, 그 순간이.
-154쪽

어떤 점에서 보면 취향이란 자신에게 있는 어떤 점을 다른 무엇에게서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58쪽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현실과 평행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가 책을 읽는 동안 그 세계는 현실 세계만큼의 실재성을 갖고 그에게 육박한다. 그 세계 속의 인물들과 울고 웃는다.
-170쪽

문장이 좋으면 번역이 쉬워지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착어의 문장이 그 맛을 품게 하기 위해서 고심하는 고통이 따른다
-173쪽

중역 역시 하나의 과정이다.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로 옮겨지지 못할 경우 출발어와 도착어 사이에는 다른 언어가 하나 더 놓인다. 이것을 한 사람의 역자가 아니라 두 사람의 역자가 원문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함께 구조주의 문학 이론을 수립한 제라르 주네트는 번역을 “겹쳐 쓴 양피지”에 비유한다. 양피지 위에 원래 쓰인 글자들을 긁어내고 그 위에 다시 글자를 쓰면, 아무리 잘 긁어냈다 해도 새 글 아래에는 여전히 이전 글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4쪽

문학 번역에는 혼자 책임져야만 하는 극히 개인적인 면이 있고, 그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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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발 언어와 도착 언어 사이에서 번역자 김남주의 아를과 번역 이야기 『사라지는 번역자들』은 30년 가까이 프랑스와 영미 문학을 전업으로 번역해온 김남주가 전작으로 쓴 첫 산문집이다. 프랑스 아를의 번역자회관에서 지내는 동안 유럽, 남미,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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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언어와 도착 언어 사이에서
번역자 김남주의 아를과 번역 이야기


『사라지는 번역자들』은 30년 가까이 프랑스와 영미 문학을 전업으로 번역해온 김남주가 전작으로 쓴 첫 산문집이다. 프랑스 아를의 번역자회관에서 지내는 동안 유럽, 남미,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번역자들과 나눈 ‘좋은’ 번역과 번역자로서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직역과 의역, 중역에 관한 심도 있는 공론을 나누고 번역의 윤리와 한계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찰한다. 세계 곳곳에서 온 번역자들이 만든 특색 있는 요리와 소소한 파티, 나들이를 즐기는 와중에도 어느덧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로 자리 잡은 번역의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조르주 무냉에 의하면 번역은 “유리가 있다는 것을 즉각 알 수 있는 직역” 곧 ‘채색 유리’와 “유리가 없다고 착각할 정도로 완전히 투명해진” ‘투명 유리’로 나뉜다. 투명 유리는 원문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대응에 충실한 직역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유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할 정도로 새롭게 번역한 의역을 말한다. 채색 유리든 투명 유리든 번역자는 유리가 되어야 한다. 저자 앞으로 나설 수 없고 텍스트를 넘어설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리가 되어야 할까? 어떻게 사라져야 옳은가?
-10~11쪽

“문학이라는 신비롭고 기이한 제도” 속에서 오랜 시간 번역에 복무해온 저자에게 아를의 번역자회관은 새로운 논쟁과 고민, 풍성한 교류와 고독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저자는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번역에 관한 사유를 자유롭게 나누며 자기만의 방식을 확립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번역의 위치와 남은 가능성을 모색하고 매번 맞닥뜨리는 필연적인 실패에도 절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 『사라지는 번역자들』에는 번역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삶의 한 방식으로서의 번역에 관한 다채로운 해석과 감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불가능한 번역의 가능성
언어의 기원을 통해 형식을 넘어서다


번역자 김남주는 아멜리 노통브와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요작들을 옮기고 알린 번역자다. 1988년 문학 번역을 시작한 이래로 알베르 카뮈와 장 그르니에, 프랑수아즈 사강, 로맹 가리, 야스미나 레자 등 유수한 고전뿐 아니라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작가의 작품들까지 고루 번역해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단순히 의미만을 옮기는 번역이 아니라 번역할 수 없는 언어마저 번역해내는 지점에 몰두했다. 발터 베냐민에 따르면 바벨탑 이후의 언어에는 “언제나 번역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들이 있으며 “번역은 본질적 언어의 문제, 단순히 원본을 충실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할 수 없는 것, 숨겨진 것을 향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텍스트는 특유의 음과 색채, 움직임, 분위기를 갖고 있다. 구체적이고 자구적인 의미 외에도 덜 명백한 의미를 갖게 되는데, 바로 이 의미가 우리 안에 저자가 원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번역자가 전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의미다. 그런데 의미를 번역할 수 있다 해도 단어와 단어 사이의 그 매력적인 모호함을 문장 안에 어떻게 살릴 것인가.
-167쪽

이러한 저자의 관심은 언어의 기원에 가닿는다. 발레리 라르보에 따르면 “문학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문제일 경우, 어원을 알아차리고 어원에 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어원을 모르는 사람보다, 나아가 어원을 알면서도 그것을 무시하고 그로 인해 귀중한 자원과 즐거움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보다 우월한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번역을 ‘제대로’ 하기 위해 라틴어를 공부하기도 하며, 뛰어난 번역자와 철학자 들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번역’을 정립해나간다. 또한 문학작품이 가져다주는 은밀한 시적 환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저자와 역자뿐 아니라 독자 스스로도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믿는다.

중세 때에는 지금의 ‘번역’에 해당되는 ‘translation’이라는 단어가 성자의 유물을 한 성지에서 다른 성지로 옮기는 걸 의미했다고 해. 유물이 있는 장소가 달라질 뿐 유물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어원적으로 파악하자면 번역은 원전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야 하는 거야. 거기 묻은 땀 냄새나 핏자국까지 말이지. 한편 현대 번역학의 시조로 꼽히는 로만 야콥슨은 언어를 기호로 파악했어. 그러니까 그가 말하는 번역이란 일종의 대안 기호였던 셈이지. 어떤 경우든 간단한 일이 아니야. 그가 말하는 언어 내의 번역, 언어 간의 번역 그리고 기호 간의 번역 모두 형식 안에 담겨 있으면서 형식을 넘어서니까.
-169쪽

사라지는,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번역자들


저자 김남주는 아를의 번역자회관에서 머무는 기간뿐 아니라 번역자로 살아온 내내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했다. 과연 “번역자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찬사가 번역이 번역 같지 않다는 것”인지 자문했고 “작품을 재구성하는 데 아무리 적극적이었다 해도 결국 ‘투명한 필터’가 되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 번역자의 마땅한 숙명인지 고심했다. 그런 저자가 아를에서 번역자로서의 삶을 돌아보던 중 선 너머로 한 걸음 내딛는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 조르주 무냉을 불러오자면, 번역자가 ‘채색 유리’로 문장 속에 끼워져 있는가, 유창한 가독성을 위해 ‘투명 유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가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본질적인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두 종류의 유리 모두 윤리적일 수 있다. 로런스 베누티는 번역자의 자리에 대해 말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투명한 필터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번역자가 어떻게 도착 언어로 원본을 재구성하는가.” 그러니까 베누티에 의하면 번역자는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존재다.
-132쪽

저자는 번역자가 의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번역에 사용하는 언어, 즉 도착어에 대한 선택권을 지닌 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이국어에 담긴 문화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출발어와 도착어의 차이를 인지하는 상태에서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단어를 선택하는 한 번역자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다. 또한 그것이 번역자로서 마땅히 지니고 있어야 할 태도이자 윤리임을 되새김한다.

그 누구보다 너 자신을 믿어야 해. 너는 그 책에 대해 저자만큼 잘 아는, 그 책의 번역자야.
-133쪽

이처럼 『사라지는 번역자들』에는 30년 가까이 번역자로서 살아온 이의 고뇌와 직업의식이 여실하게 녹아 있다. 사라지는, 그러나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번역자로서의 삶을 저자는 이 책 『사라지는 번역자들』에 처음으로, 오롯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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