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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박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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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쪽 | 규격外
ISBN-10 : 1196517657
ISBN-13 : 9791196517656
꼬리박각시 중고
저자 줄리 에스테브 | 역자 이해연 | 출판사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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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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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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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 대표 출판사 Stock의 선택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출간된 줄리 에스테브의 데뷔 소설 《꼬리박각시》의 신경이 날카롭게 선 듯한 문장은 그 하나하나가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응축되어 있다. 주인공 롤라 또한 이러한 문장을 꼭 닮았는데, 문체와 등장인물의 일체감이 문학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서 깊은 출판사 Stock이 모험이자 도전이었을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미니스커트 아래 거부할 수 없는 다리를 살랑거리며 어둠이 내린 파리 밤거리를 휘청거리는 그녀. 주인공 롤라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허벅지에 꽉 끼는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딛고 몸을 휘청거리며 어둠이 내린 파리 밤거리를 방황한다. 롤라에게 섹스는 망각을 위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잊기 위한, 파리라는 근사한 도시에서 자신을 소외시킨 사회의 이중 잣대와 남성 사회에 복수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느 장소든 누구든 상관없다. 롤라는 그들과 몸을 섞고 그들의 손톱을 잘라 모은다. 그것으로 겨우 하루를 버틸 수 있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이웃집으로 이사 온 도브다. 그는 롤라와 가까워지려 하고,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한다. 롤라도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감정으로 그와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저자소개

저자 : 줄리 에스테브
1979년 프랑스 파리 출생. 2004년 파리소르본대학(Paris IV-Sorbonne University)에서 예술학(Art History) DEA 수료 후 현대미술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꼬리박각시(Moro-sphinx)》(Stock, 2016)는 첫 번째 소설이며 독일에서는 《Lol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최근 《Simple》(Stock, 2018)을 발표했다.

역자 : 이해연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비싼 장난감, 절대 사 주지 마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번역했다.

목차

저자 서문|7
꼬리박각시|11
역자 후기|173

책 속으로

생제르맹앙레로 가는 동안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해 질 무렵 기차를 타고 도착한 놀이공원 앞에서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 들어가고 나오는 인파 속으로 전진한다. 북적대는 사람들은 그녀를 더욱 흥분시키고, 그녀는 하이힐을 딛고 몸을 흔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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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제르맹앙레로 가는 동안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해 질 무렵 기차를 타고 도착한 놀이공원 앞에서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 들어가고 나오는 인파 속으로 전진한다. 북적대는 사람들은 그녀를 더욱 흥분시키고, 그녀는 하이힐을 딛고 몸을 흔들며 걷는다.
---16p

그녀의 다리 사이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간다.
---20p

그만둘 수가 없다. 밤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몸에 녹이 슬 것 같다. 푸른 하늘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인공 조명 주위를 미친 듯이 맴도는 나방 같다.
---29p

다른 사람들이 면도날로 자신을 그을 때 롤라는 다리를 벌린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순수한 무언가를 되찾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35p

어린 시절에 먹던 엄마의 케이크 냄새를 맡다가 어린아이의 미소가 떠오르자 얼굴을 찡그린다. 그때 문 뒤에서 휘파람 소리와 발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재빨리 계단으로 도망친다. 바람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그녀는 걸음을 서두른다. 롤라는 자신을 살아가게 해 줄 무언가를 찾아 밤거리로 떠난다.
---60p

바람이 쉬지 않고 얼굴을 할퀸다. 바람에 면도날이 실린 것 같다. 비틀거리며 지하도를 지나는데 기차가 들어오며 바퀴가 레일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 위를 지나는 기차의 요란한 소음이 고막을 찢는다. 고막을 파고든 소음은 도끼로 세게 치는 것처럼 뇌에 부딪치더니 박살이 난다. 두 손으로 귀를 막아 보지만 이미 롤라의 내면 어딘가에 금이 갔다. 물이 쏟아진다. 급류는 둑과 제방, 모든 방파제를 부순다. 지류가 지나는 길마다 피부에 홈이 파인다. 눈물은 끈끈한 점토질이다. 화장이 모두 씻긴다.
---71p

어떻게 하면 사람이 이 지경까지 외로울 수 있는 걸까? 사랑은 사라지고 추억만 남았다. 우리는 떠돌이 짐승, 아니 폐가, 벽을 통과하는 유령들이 무단으로 점유한 지저분하고 텅 빈 집이 되었다. 그런 집에 산다는 건 숨 막히는 일이다. 비인간적이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건 인간적이지 않다. 단 한 사람도 없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말고는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취한 채 묘지로 허둥지둥 뛰어오려나? 오기는 할까? 딸을 위해 눈물을 흘릴까? 롤라는 말없이 엄마 손에 이끌려 폐허가 된 집을 떠나 엄마와 함께 밤과 지평선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그럴 힘만 있다면 그렇게 세상을 떠날 수 있을 텐데.
---83p

롤라는 빽빽한 인파 속에서 도브의 모직 외투에 꼭 붙어 빨판 같은 걸 느낀다. 호박색 눈의 손이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오간다. 그의 귀에는 옷 아래로 쿵쿵 소리를 내며 마구 뛰는 심장 소리가 들린다. 롤라의 허파가 움츠러든다.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너무 높은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공기가 희박한 느낌이다. 그로 말하면 습도가 높은 숲속 나무 아래서 자라는 이끼 같다.
---103p

그녀는 몇 주 혹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바다 위를 떠도는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유목(流木) 같다. 바다는 그녀를 운반하고 노처녀는, 오랫동안 짝이 없는 여자를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자신이 어린 소녀인 줄 아는 이 노처녀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146~147p

곤충들은 입에 달린 거대한 관을 암술에 닥치는 대로 찔러 넣는다. 꽃들과 교미하며 먹어치우고 강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식인귀, 광란에 사로잡힌 짐승 같다. 태양이 수평선을 스칠 때, 바로 그때가 검은 나비와 미치광이 자벌레 나방, 꼬리박각시가 나타나는 시간이다. 그들의 이름은 곧 사형 집행을 의미한다.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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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격렬한 고통과 대담한 문학적 시도. 무료한 일상을 거칠게 다듬은 날것의 언어!” -《프랑스 앵포(France Info)》 밤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몸에 녹이 슬 것 같다. …… 그녀는 어둠 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인공 조명 주위를 미친 듯이 맴도...

[출판사서평 더 보기]

“격렬한 고통과 대담한 문학적 시도. 무료한 일상을 거칠게 다듬은 날것의 언어!”
-《프랑스 앵포(France Info)》

밤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몸에 녹이 슬 것 같다. …… 그녀는 어둠 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인공 조명 주위를 미친 듯이 맴도는 나방 같다.
-본문 중에서

붉은 가로등 불빛을 향해 날갯짓하는 나방.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뜨거운 불빛을 향해 밤하늘을 팔랑거리며 날아오르는 걸까? 《꼬리박각시》는 불빛을 향해 날갯짓하는 나방처럼 파리 밤거리를 휘청거리는 여자 롤라에 대한 대담하고 실험적인 소설이다.
롤라가 술에 취해 거리를 돌아다니며 만난 남자와 망각을 위한 섹스를 하고 그들의 손톱을 잘라 유리병에 보관한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어른이 되어 실연이 되고 상실이 되어 그 아픔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쾌락으로 내몰린, 전부를 잃고 몸뚱이밖에 남지 않은 여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치료제다. 그리고 썩지 않는 손톱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의식의 결과물로 남는다.

“강렬한 이미지로 가득하면서도 서늘한 글을 쓰고 싶었다. 기괴한 상황과 자신의 망상에 갇힌 인물들이 충격을 줄 것이다. 나는 또한 불안과 미소가 반쯤 섞인 모호한 문장으로 사랑받고 싶은 우리의 미친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
-저자 서문 중에서

저자 줄리 에스테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해냈다. 소설은 독자가 한 여자의 나방 같은 삶을 바라보며 충격받고, 꽁꽁 숨겨진 욕망으로 모호한 표정을 짓게 만든다.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책을 디자인했다. 소설의 제목이자 소재가 된, 롤라를 대신하는 나방을 표지에 그려 넣었고, 뒤표지에는 꼬리박각시의 속날개를 크게 확대하여 추상화처럼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모호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롤라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실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저마다 상처를 입고 치료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누군가를 찾으며 망각을 위한 즐거움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 종류와 정도만 다를 뿐.
책을 읽은 독자라면 현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소설을 아우르는 문학적 시도를 통해 순수한 읽는 즐거움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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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화려하지는 않지만 밝은 빛을 ̫아 무언가를 갈구하는 나방같은 삶

    화려하지는 않지만 밝은 빛을 ̫아 무언가를 갈구하는 나방같은 삶

    회색빛처럼 밤을 해메는 나비는 그 화려함과 한순간에 몸을 맡긴다.

    꼬리박각시> 책의 표지하나만으로도 이 소설이 의미하는 그 무모함과 퇴색함이 느껴지는 책의 느낌은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참 잘 만들었구나 했다^^

    이책은 한 여자의 허무하지만 화려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낮과 다른 밤의 삶을 살고 있다. 낮에는 평범하고 무료한 삶을 살고 있지만, 밤에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밤거리에서 남자를 유혹한다. 그렇다고 그녀는 몸을 파는 거리의 여자도 아니다. 그냥 그녀는 자신의 허무함을 메우기 위해 밤마다 남자를 유혹하고 하루밤 불싸르는 열정의 밤을 보내고 나면 남자를 버린다. 아니 잊어버린다.

    그것은 그녀가 밤을 사는 또 다른 그녀의 모습이다.

    그녀는 과거 버려지는 삶을 살았다. 그것이 그녀를 밤의 하룻밤을 사는 여자로 만든것일까?

    그렇지만은 아닌것 같다. 그렇다고 탐욕과 색을 밝히는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욕정은 그녀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녀는 화려하고 어둡지만 열정이 있는 하루밤의 삶을 산다.

    다음을 기약하지도 않는 밤을 보내면서도 그녀는 관계를 맺은 남성의 손톱을 잘라오는 것으로 그 밤을 기억한다.

    자신의 버려진 삶에서 하루밤의 남자를 그 순간으로 만나고 헤어지지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를 버리고 있다. 그것이 그녀도 자신을 버린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다만 그것을 기억하고자 특이한 버릇이 생겼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이다.

    상처받지 않기위해 화려하게 자신을 꾸미고 하루의 열정으로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먼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남자를 버리지만 정작 그녀는 사랑을 하고싶어 남자들의 손툽을 모아왔다. 그것은 주인공 롤라는 하룻밤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의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를 자신만의 것으로 독점하려고 하지 않았다. 주인공 롤라는 자신을 꼬리박각시에 비유했다. 불어로 '스핑크스의 죽은자'로, 마녀처럼 남자를 사냥하고 상징적으로 거세를 가했던 것처럼

    롤라는 새로운 사냥감을 위해 밤거리를 나선다. 지금도

    이소설은 어둡고 침침한것같지만,

    소설에서는 주인공 롤라의 힘겹지만 외로운 삶을 보여준다. 사랑을 원하지만 얻지못햇고, 사랑을 주지만 받아줄 사람이 없는 주인공의 외로움...그것을 하루의 열정으로 태우려고 하는 그녀는 안탑까우면서도 불쌍하다.

    나는 롤라를 보면서 어느새 늘 힘겹게 삶을 살지만,

    늘 무언가 부족해서 더 갈구하게 되는 현대의 사람들의 욕망과 삶을 본것같아. 씁슬하다.

    평점 3.5 ★★★☆

    본 서평은 네이버 책과 콩나무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 어두운 밤거리를 짙은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채 높은 하이힐을 신고 밤 사냥에 나서는 롤라

    그녀는 거리의 포식자다.

    여자들은 그녀의 모습을 경계하고 남자들은 힐끔거리며 그녀를 보고 욕망한다.

    이렇게 거리의 여자처럼 하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롤라는 평소엔 평범한 모습을 한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밤이면 새로 태어난 것처럼 화장과 야한 옷차림으로 무장을 한 채 그녀의 손에 들어올 사냥감을 찾아 나선다.

    장소도 상관없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은 채 원하는 걸 취하고 나면 그녀는 그녀의 사냥감들에게서 손톱을 잘라 기념으로 가져와 작은 병에 모으고 그걸 보면서 안도하고 불안감을 잠재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가질 수 있고 남자들로 하여금 욕망에 떨릴 수 있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롤라는 왜 이런 생활을 하는 건지 그녀의 거친 삶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녀는 돈을 원해서도 아니고 단순히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도 아니라 그녀의 내면 깊숙이 숨겨져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남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녀에게는 스무 살 어릴 적 깊이 사랑했던 연인이 떠나가는 헤어짐의 고통을 맛봐야 했고 그보다 더 어릴 적 자신에게 깊은 사랑을 주던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트라우마로 남아있었기에 누구든 깊이 마음을 주고 사랑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누구도 상처를 주는 것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일회성의 만남을 하고 자신이 먼저 상대방을 유혹해 원하는 걸 취하고 나면 거침없이 떠나버림으로써 누군가에게 버려질 수도 있는 걸 방지한다.

    이제껏 그녀에게 먼저 다가온 유일한 남자인 너에게 버림받았던 기억은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흉터가 되어 더 이상 누군가의 접근은 용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먼저 접근해 유혹을 해 온 남자가 생기면서 사랑에 절대적 강자로 군림했던 롤라는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사랑에 빠진 여느 여자들의 모습처럼 변해간다.

    이 사람이 또 떠나면 어떡할까? 하는 두려움은 집착과 광기의 행태로 상태를 구속하고 그녀의 그런 과도한 집착이 상대로 하여금 진저리를 치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는 그녀는 사랑에 있어서는 어린아이와도 같았고 그런 천진함에 매혹당했던 남자 도브는 점점 여느 여자들의 모습과 닮아져가는 그녀에게 시들해진다.

    어쩌면 롤라는 사랑의 속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처음의 뜨거운 열정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곧 일상이 되어 처음의 반짝거림도 두근거림도 사라져버리면 누군가는 편안함과 익숙함에 안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두근거림을 찾아다닌다.

    이제껏 롤라가 거리의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익숙함이 스며들 기회를 주지 않았고 스스로 선택한 사람만을 취했기 때문이 아닐까

    롤라는 사랑에 목말라하면서도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처 받은 영혼이었고 그런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지극히 그녀다웠다.

    마치 한편의 예술영화를 본듯한 작품이었다.

     

     

  • 프랑스 작가 ...

    프랑스 작가 줄리 에스테브는 "살 냄새와 파리 냄새가 나는 관능적인 책을 쓰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주인공 롤라는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망가지고 극단적인 여성"이자, 조세핀 하트가 말한 살아남는 법을 아는 "상처받은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를 사냥하는 여전사다. 관계 후 자른 남자의 손톱이 여전사의 전리품이다. 수백 개의 손톱이 유리병 속에 잠들고 있다. 롤라의 전투복은 빨간 원피스에 망사스타킹, 그리고 노 팬티다. 눈에는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리고, 입술은 원래의 입술선보다 크게 그린다. 마치 피에로처럼. 


    페미니스트왈,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롤라는 명실상부 나쁜 여자다. 헤픈 여자의 차원을 넘어 광기를 지닌 악한 여자다. '나는 나를 파괴할 자유가 있다.'는 논리의 관능적인 엽기 버전이 바로 롤라의 밤생활이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남자를 사냥하는 색광녀. 롤라에게 섹스는 망각을 위한 우유주사와 다를 바 없다. 


    관심이 고프고 애정에 허기진 사람들이 자기연민하며 그리는 초상이 어릿광대다. 롤라는 스스로를 "과장되고 처량한 몸짓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어릿광대"로 평한다. 그리고 미국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피에로 콘도그'(존 웨인 게이시의 별명)를 떠올린다. 아닌게 아니라 롤라는 바다의 포식자 상어, 전설의 식인귀 스핑크스에 비유된다. 롤라가 사냥감에게 던지는 상어의 미소 혹은 스핑크스의 미소는 우리가 말하는 '악어의 눈물'과 자매관계다. 가령 관계한 남자의 손톱을 자르는 행위는 죽어서도 자란다는 손톱이라는 전리품을 모으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남자에게 가하는 상징적 거세이기도 하다. 


    의미심장하게도 롤라는 자기모멸감에 가득찬 어조로 스스로를 "어둠 속에 짝짓기를 하고 인공 조명 주위를 미친 듯이 맴도는 나방"에 빗댄다. 바로 '꼬리박각시'다. 꼬리박각시는 불어 발음상 '스핑크스의 죽은 자'로 들린다고 한다. 롤라와 관계한 남자가 당하게 되는 '사형 집행'을 의미하는 것일까. 죽음을 알리는 불길한 까마귀와 다를 바 없는 게 바로 꼬리박각시, 롤라다. 롤라는 가슴 깊이 사랑한 남자를 모두 죽게 만든다.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첫사랑 '너'. 11년 동안 외면해온 술꾼 아버지. 그리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운영하는 새 연인 도브. 롤라는 여성판 피에르 콘도그다. 


    저자의 문체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그나마 즐길 만한 구석이 있다면, 그건 바로 후각에 민감한 문체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저자는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애연가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다양한 파이프 연초를 즐겼던 내가 잘 아는 맛이 글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부식토를 밟으며 걸을 때처럼 쌉싸래한 초콜릿과 생강, 아카시아 꿀에 혀가 화끈거리는 나가고추를 살짝 섞은 풍미가 목구멍에 퍼진다."(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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