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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148쪽 | A5
ISBN-10 : 897199486X
ISBN-13 : 9788971994863
변방을 찾아서 중고
저자 신영복 | 출판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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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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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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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공간이며, 새로운 역사로 도래할 변방의 가능성을 엿보다!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신영복의 에세이『변방을 찾아서』. 이 책은 저자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변방을 찾아서’의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저자가 직접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고, 그 글씨가 쓰여진 유래와 글씨의 의미, 그리고 글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해남 땅끝마을의 서정분교부터 강릉의 허균ㆍ허난설헌 기념관, 작품 ‘서울’이 걸려있는 서울특별시 시장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작은 비석이 있는 경남 봉하마을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덟 곳의 변방을 답사하며 변방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저자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원동력과 잠재력이 변방에 있다고 말한다.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진정한 변방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신영복
저자 신영복은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2006년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처음처럼』, 『느티아래 강의실』(공저), 『신영복』 등이 있으며, 역서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공역), 『중국역대시가선집』(공역) 등이 있다

목차

변방을 찾아서 책머리에
꿈은 가슴에 담는 것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우리 시대에도 계속 호출해야 하는 코드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통한의 비련, 그 비극적 파토스 박달재
탈근대의 독법으로 읽는 『임꺽정』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지혜, 시대와의 불화 오대산 상원사
역사의 꽃이 된 죽음 앞에서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김개남 장군 추모비
민초들의 애환, 700리 한강수 서울특별시 시장실의 <서울>
새로운 시작을 결의하는 창조 공간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새로운 창조 공간 ‘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 독자의 탄생을 기다리며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직접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고, 그 글씨가 쓰여진 유래와 글씨의 의미, 그리고 글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다. 해남 땅끝마을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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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창조 공간 ‘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
독자의 탄생을 기다리며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직접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고, 그 글씨가 쓰여진 유래와 글씨의 의미, 그리고 글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다. 해남 땅끝마을의 서정분교를 시작으로 강릉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충북 제천의 박달재, 충북 괴산의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와 김개남 장군 추모비, 작품 <서울>이 걸려 있는 서울특별시 시장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작은 비석이 있는 경남 봉하마을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덟 곳을 답사하였다. 선생의 글씨가 대부분 변방에 있었기에 책 제목도 자연스럽게 ‘변방을 찾아서’가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변방’은 지역적으로도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그곳의 성격 또한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변방을 단지 주변부의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며, 새로운 역사로 도래할 열혈 중심이기 때문이다.
다음 시대, 다음 문명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변방성이 요구된다.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여덟 곳의 ‘변방’에서 그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그리고 짧은 여덟 편의 글을 통해 탈문맥(脫文脈)하는 새로운 독자의 탄생을 기다린다.

인류 역사는 ‘변방’에서 시작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언제나 변방이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되어 왔다. 오리엔트의 변방인 그리스·로마, 그리스·로마의 변방인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근대사의 시작이 된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간 역사이다. 역사에 사표가 된 인물들 역시 변방의 삶을 살았다. 마하트마 간디의 삶이 그러했고, 공자(孔子)의 삶이 그러했다. 조선의 이성계 또한 변방인이었다. 수많은 인물들이 변방에서 역사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변방’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원동력과 잠재력이 바로 변방에 있다. 생명력 넘치는 변방이야말로 그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좀 더 발전된 역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 새로운 역사는 언제나 ‘변방’에서 시작된다.

‘변방’은 변화와 소통이며, 변화와 소통은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방’은 단순히 공간적 개념이 아니다. 변방은 ‘변방성’, ‘변방 의식’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자신을 주변화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 내가 어떤 장세(場勢)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변방 의식을 내면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변방’의 핵심은 변화와 소통이다. 변방 의식을 통해 성찰(省察)하고 이를 통해 부단한 변화와 소통을 이루어야만, 생명체로서의 존재가 가능하다. 즉 생명은 스스로를 조감하고 성찰하는 동안에만, 즉 스스로 새로워지고 있는 동안에만 생명을 잃지 않는다. 살아 있는 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계속 변화한다. 변화하지 않는 나무는 죽은 나무다. 일개 생명체도 그렇고, 집단·국가·문명의 경우도 그렇다. 고착화되고 교조화된 집단·국가·문명은 새로운 역사,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것은 인류 문명사를 통해 증명된 바이다. 조선은 중국에 대해 끊임없는 콤플렉스를 품었고, 그 결과 중국 본토보다 더 중화적인 소중화(小中華) 체제를 굳혀 나갔다. 제국주의 시대에 조선은 중국을 넘어서 더 넓은 세계를 생각할 수 없었으며,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제국주의의 침략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림(士林)의 교조화된 성리학(性理學)은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현재 성리학은 명분만 남은 죽은 학문이 되고 말았다.
즉, 변방 의식 없이는 더 이상의 변화와 소통은 있을 수 없으며,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변방에 서라, 마이너리티(minority)의 입장에 서라!

광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상은 언제 어디서든 늘 변방의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변방의 작은 존재인 개인 또는 집단이 생명력을 갖고 발전하려면 변화와 소통하는 변방성, 변방 의식을 지녀야 한다. 갇혀 있는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영토를 찾아 부단히 움직이는 탈문맥(脫文脈)과 탈주(脫走)가 바로 변방성이다. 끊임없는 변화만이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할 때,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변방에 세워야 한다. 마이너리티, 즉 소수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변방’은 서울공화국의 대척점에 서 있는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서울의 중심, 서울특별시 시장실에서 찾은 변방성이 이것을 말해준다.
또한 보수와 진보, 좌(左)와 우(右)의 이분법적 사고로 중심과 변방을 나눈 것이 아님도 물론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변방’은 콤플렉스가 없는 진정한 창조 공간이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이분법적 사고는 바로 우리가 떨쳐내지 못하는 콤플렉스일지도 모른다. 동남아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의식, 백인과 그들이 쓰는 영어에 대한 열등감도 우리가 떨쳐내지 못하는 콤플렉스다.
신영복 선생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러한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진정한 ‘변방’으로 거듭나기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

첫 번째 여행지: 해남 땅끝마을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한국의 남도 끝 땅끝마을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도서관에 <꿈을 담는 도서관> 현판이 걸려 있다. 저자는 변방의 작은 도서관에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책 읽고 있는 그림을 연상하면서 현판 글씨를 썼다고 한다. 낙후된 농촌의 시골 분교를 연상하며 찾아갔지만, 그곳은 뜻밖에도 밝은 햇볕 아래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활기찬 곳이었다. 폐교 직전까지 갔던 이 시골 분교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젊은 학부모들이 앞 다투어 자녀를 입학시키는 분교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저자는 시골 분교의 가능성을 보여준 서정분교가 바로 서울 아이들의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여행지: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대관령 동쪽 영동 지역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초당동에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에는 평판에 죽각으로 새긴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현판이 걸려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시대의 주류가 되지 못한 백성의 영웅 홍길동처럼 그 역시 주류에 들지 못하고 역적죄로 처형되었다. 또한 그의 누이 허난설헌은 뛰어난 문재를 타고났지만 여자로 태어난 것을 한(恨)하며 스물일곱 나이에 요절한다. 허균이 『홍길동전』을 통해 보여준 서얼 차별이라는 신분제도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신 그 자리를 지역 차별, 양극화, 외국인 노동자 문제, 다문화 가정 등 현대의 여러 질곡들이 채우고 있다. 강릉 오죽헌의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유적이 성역화된 것에 비해 허균과 허난설헌은 여전히 변방이다. 하지만 허균의 호민론, 허난설헌의 자유정신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 번째 여행지: 박달재
충북 제천의 박달재에는 <박달재> 현판을 달고 있는 일주문이 두 군데에 서 있다. 박달재 고개는 금봉이와 박달의 슬픈 사랑이 전설로 구전되는 곳이다. 과거시험에 낙방한 박달은 면목이 없어 돌아오지 못하고, 기다리다 지친 금봉이는 벼랑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그리고 뒤늦게 돌아온 박달 역시 금봉이를 좇아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다. 현대 사회는 박달과 금봉의 순애보(殉愛譜)처럼 뜨거운 사랑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태백’ ‘사오정’ 등의 은어가 범람하고, 수백만의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하루에 42명이 자살하는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차가운 감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현대인은 아픔을 제대로 아파하지 못한다. 지금은 터널이 뚫려 찾는 이도 거의 없는 고개지만, 저자는 이 박달재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아픔을 정직하게 만나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네 번째 여행지: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벽초 홍명희 문학비는 펜션 주차장의 가장자리에 초라하게 서 있다. 한국 사회의 도저한 반공(反共) 논리 속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벽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소설 『임꺽정』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벽초의 ‘문학비’는 그에 관한 모든 포폄(褒貶)을 뛰어넘는 곳에 있다. 소설 『임꺽정』을 뛰어넘는 대하역사소설이 아직 없다는 것이 문학계의 통설이며, 비문에도 새겼듯이 『임꺽정』은 ‘조선 정조(情調)에 일관된 작품’이다. 임꺽정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강자’의 면모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 이미지를 입히는 주류 이데올로기도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최소한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무관심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는 위악(僞惡)을 주 무기로 삼지만, 사회적 강자는 위선(僞善)을 주 무기로 삼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위 현장의 소란과 법정(法庭)의 정숙이 그것이기도 하다. 임꺽정을 비롯한 일곱 두령의 근거지 청석골은 사회적 약자의 피신처이면서 동시에 자유와 창조의 공간이다.

다섯 번째 여행지: 오대산 상원사
오대산 상원사에는 입구에 저자가 쓴 표석이 세워져 있고, 대웅전인 문수전에는 <문수전> 현판이 걸려 있다.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을 모신 문수전 글씨를 어떻게 써야 할지, 저자는 달포 이상 고심했다고 한다. 생각 끝에 세 글자를 이어서 썼는데, 이는 ‘분’(分)과 ‘석’(析)이 아닌 모든 법의 이치가 하나로 모이는 ‘원융’(圓融)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연기론(緣起論), 저자가 이야기하는 관계론(關係論)이 바로 이 모습일 것이다. 한국 최대의 종단인 조계종 사찰에서 변방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깨달음의 세계인 ‘지혜’에서 ‘변방성’을 어떻게 엮어낼 것인가. 저자의 이런 고민은 현장에서 자연스레 없어졌다고 한다. 노구를 이끌고 산사를 찾아온 불자들의 모습은 어느새 산을 닮아 있었고, 그분들의 눈길은 하나같이 자신의 내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서울에는 없는 눈빛이었다. 상품이 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지혜’와 ‘무소유’는 ‘상품’이 되지 못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살아남아 상품의 허상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변방의 지혜라고 말한다. 저자는 오대산 상원사를 찾아 나선 여행에서 변방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변방은 공간의 개념이 아니며,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고, 변방이란 바로 자기 성찰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여섯 번째 여행지: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김개남 장군 추모비
저자의 글씨가 가장 많은 곳은 아마도 민주 열사의 묘비와 대학의 추모비일 것이다. 서울에도 저자가 쓴 묘비가 많지만, 멀리 전주까지 간 이유는 바로 이세종 열사의 묘비와 김개남 장군의 묘비가 담고 있는 간절한 목소리 때문이다.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는 이세종 열사의 추모비와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라는 김개남 장군의 묘비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사적 인물들은, 개인의 애환은 완벽하게 소거되고 오로지 역사적 대의를 부각시키는 역사 교육 그 자체가 된다. 하지만 인간적 애환이 제거된 대의만으로 과연 인간적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저자는 모든 교육이 인간 교육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세종 열사와 김개남 장군의 추모비는 인간적 애환이 묻어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場)이다.

일곱 번째 여행지: 서울특별시 시장실의 <서울>
변방을 찾아 떠난 여행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여행지가 바로 서울특별시 시장실일지 모른다. 이곳에 저자의 작품 <서울>이 걸려 있다. ‘서’와 ‘울’을 각각 북악산과 한강수로 표현하고 “북악무심오천년(北岳無心五千年) 한수유정칠백리(漢水有情七百里)”를 방서로 풀어쓴 작품이다. 북악은 왕조 권력을, 한수는 민초들의 애환을 상징한다. 1천만 서울시민의 수장이 있는 시장실을 변방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격하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러한 ‘변방’의 의미를 아주 흔쾌히 받아들인다. 자신이 바로 변방 출신이며, 역사는 변방이 중심부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는 역사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울 시정에도 시민운동이라는 변방 공간의 경험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서울시청이 권력의 중심이기보다는 한강수처럼 우리 시대의 변방이 되어 시민들의 삶을 껴안고 흐르는 강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덟 번째 여행지: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
변방을 찾아 떠난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석이 있는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다섯 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변방이다. 이처럼 멀고 작은 시골 마을에 지금은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변방의 창조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곳에 저자가 쓴 글씨가 묘석을 받치는 강판에 새겨져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광주와 노무현은 시대를 가르는 아이콘이다. 누구도 광주의 비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듯이 누구도 노무현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500만 애도물결이 보여준 것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회한’(悔恨)이었고, 좋은 정치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깨닫는 ‘각성’(覺醒)이었다. 봉하 묘역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해후의 자리이면서 변방의 창조 공간이 되는 도약의 자리이다. 변방과 중심은 결코 공간적 의미가 아니다. 낡은 것에 대한 냉철한 각성과 그것으로부터의 과감한 결별이 변방성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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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시골에서 태어나는 새 숨결 [책읽기 삶읽기 116]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 &nbs...

     시골에서 태어나는 새 숨결
     [책읽기 삶읽기 116]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

     


      “‘변방을 찾아가는 길’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144쪽).”고 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 신영복 님 책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를 읽습니다. 신영복 님은 당신 글씨가 걸린 ‘변방’을 찾아 먼길 나들이를 했다는데, ‘변방(邊方)’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 (괴산) 거리의 가로등에도 고추와 임꺽정이 올라서 있다. 정작 소설 《임꺽정》의 문학적 위상이 어떤 것인지는 관심이 없다. 고추를 먹으면 임꺽정처럼 힘이 넘친다는 마케팅의 소재로 남아 있을 뿐이다 ..  (11쪽)


      신영복 님은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들어갔고, 감옥에서 스무 해를 살다가 나온 다음에는, 내처 서울 쪽에서 살아가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곧, 신영복 님한테 ‘한복판(중심)’은 서울이 되고, 고향 밀양은 ‘변두리’가 되었겠지요.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갔고, 서울에서 한동안 대학교를 다니거나 출판사에서 일했지만, 이내 대학교는 그만두고 책일 또한 모두 접고서 고향 인천으로 돌아갔다가, 고향에서도 멀어진 시골로 삶터를 옮깁니다. 곧, 나한테 한복판은 시골이 되고, 서울이나 인천은 변두리가 됩니다.


    .. 우리가 찾아간 서정분교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놀라운 것은 학교 전체에서 풍겨 오는 풋풋한 흙냄새였다. 서울의 학교 운동장에는 없는 냄새였다 … (오대산 상원사) 종소리는 나를 깨뜨리고 멀리 오대산 전체를 품에 안았다 ..  (40, 100쪽)


      서울이나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 ‘내 삶터’는 변두리입니다. 부산에서든 대전에서든, 또는 춘천이나 순천이나 광주나 여수에서조차 ‘내 삶터 시골’은 변두리예요. 더욱이, 우리 식구 살아가는 전라남도 고흥군으로 칠 때에, 고흥읍에서 보아도 우리 식구 깃든 도화면 신호리 동백마을은 한참 깊숙하게 들어간 ‘외딴 곳(변두리)’이에요. 이제 우리 마을 앞으로도 군내버스가 다니지만, 그리 멀지 않던 예전까지 우리 마을 앞에는 찻길이 없어 어떠한 자동차도 못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시골에서 네 식구 오순도순 툭탁툭탁 살아가며 생각합니다. 우리들한테 시골자락은 ‘한복판’입니다. 우리들한테 서울이나 도시는 ‘외딴 곳(변두리)’입니다. 우리 식구는 한복판인 시골자락에서 웃고 떠들며 노래하며 살아가면 즐겁습니다. 굳이 외딴 데까지 찾아갈 일이 없어요. 햇살을 누리고 바람을 마시며 냇물을 즐기는 한복판 보금자리가 좋습니다. 풀을 뜯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멧새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시골자락 한복판 보금자리가 예쁘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태어나는 새 숨결을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자라나는 새 목소리를 헤아립니다. 시골에서 무럭무럭 크는 새 사랑을 그립니다. 시골에서 시나브로 일구는 새 손길과 눈길을 돌아봅니다.


      깊은 가을날 좋은 볕과 바람과 소리와 빛깔과 내음을 마시고 먹습니다. 마을마다 천천히 익는 감알을 바라보며 배부릅니다. 날마다 더 짙고 환하게 무르익는 나락을 바라보며 흐뭇합니다. 내가 안 심고 내가 안 베는 나락이지만,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나락논이 참 곱다고 느낍니다.


      누구인지 몰라도, 누군가 이 노오란 나락을 빻아 밥을 지어 먹겠지요. 누구인지 몰라도, 누군가 이 노오란 나락에 깃든 해님과 달님과 물님과 별님과 바람님과 흙님을 몸으로 받아들이겠지요. 시골에서 지내든 도시에서 지내든, 모든 고운 넋 깃든 나락 한 알을 먹으며 스스로 우주가 되고 스스로 빛이 되겠지요.


    ..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오죽헌은 그 규모부터 대궐같이 성역화되어 있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홍명희) 문학비는 주차장이 되어 있는 텅 빈 제월대 광장 가장자리에서 혼자 가을볕을 안고 있었다 ..  (56, 79쪽)


      이야기책 《변방을 찾아서》는 ‘변방’ 또는 ‘변두리’를 찾아간다고 글을 쓰지만, 시골사람 눈높이에서 바라보자면, 그예 ‘시골’ 나들이를 하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그래요, 시골 나들이예요. “시골을 찾아서” 도시를 떠나요. 아주 살짝 시골에 머물다 도시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흙내음’을 맡고 ‘햇볕’을 쬐며 ‘바람’을 마시다가는 ‘냇물’에 손을 적시고 ‘나무그늘’을 누리려고 시골로 와요. 시골에 참말 살짝 머물다가 이내 도시로 간다 하지만, 시골에서 슬기를 깨우치고 생각을 빛내요.


    .. 내가 그동안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자료 수집과 집필 구상 등 준비를 많이 할수록 틀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  (12쪽)


      뜻있는 이들이 참다운 한복판에 삶터를 꾸리면 기쁜 일이 되리라 생각해요. 겉치레나 겉꾸밈 같은 한복판이 아니라, 참답고 착하며 아름다운 한복판을 가슴 깊이 느끼면서 뜻있는 이들 좋은 보금자리가 좋은 마을이 되고 좋은 지구별 쉼터가 되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기쁘리라 생각해요.


      도시가 복닥거리고 어수선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모두 도시에서 스스로 복닥거리면서 어수선하게 살아가잖아요. 도시에서 사람들이 아웅다웅 치고박고 다툰다 하면서, 막상 이처럼 말하는 사람들 모두 도시에서 스스로 아웅다웅 치고박고 다투면서 살아가고 말아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빌어요. 서로 믿고 아끼며 지내기를 빌어요. 서로 돕고 어깨동무하며 살아가기를 빌어요. 서로 좋아하고 서로 웃으며 지내기를 빌어요.


      시골에서 만나요. 나는 이쪽 시골에서 살아갈 테니, 당신은 저쪽 시골에서 살아가셔요. 서로서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실을 다녀요. 나는 오늘 걸어서 당신한테 찾아갈 테니, 당신은 모레에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오셔요. 나는 또 글피에 당신한테 자전거수레에 아이들 태우고 마실을 갈 테니, 당신은 또 이레 뒤에 식구들과 들길을 천천히 노래를 부르며 걸어서 찾아오셔요. 환하게 밝는 아침햇살 맞으며 길을 나서요. 어둑어둑 땅거미 느끼며 밥 한 그릇 나누어요. (4345.9.25.불.ㅎㄲㅅㄱ)


    ―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글,돌베개 펴냄,2012.5.21./9000원)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시골에서 태어나는 새 숨결 [책읽기 삶읽기 116]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 &nbs...

     시골에서 태어나는 새 숨결
     [책읽기 삶읽기 116]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

     


      “‘변방을 찾아가는 길’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144쪽).”고 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 신영복 님 책 《변방을 찾아서》(돌베개,2012)를 읽습니다. 신영복 님은 당신 글씨가 걸린 ‘변방’을 찾아 먼길 나들이를 했다는데, ‘변방(邊方)’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 (괴산) 거리의 가로등에도 고추와 임꺽정이 올라서 있다. 정작 소설 《임꺽정》의 문학적 위상이 어떤 것인지는 관심이 없다. 고추를 먹으면 임꺽정처럼 힘이 넘친다는 마케팅의 소재로 남아 있을 뿐이다 ..  (11쪽)


      신영복 님은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들어갔고, 감옥에서 스무 해를 살다가 나온 다음에는, 내처 서울 쪽에서 살아가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곧, 신영복 님한테 ‘한복판(중심)’은 서울이 되고, 고향 밀양은 ‘변두리’가 되었겠지요.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갔고, 서울에서 한동안 대학교를 다니거나 출판사에서 일했지만, 이내 대학교는 그만두고 책일 또한 모두 접고서 고향 인천으로 돌아갔다가, 고향에서도 멀어진 시골로 삶터를 옮깁니다. 곧, 나한테 한복판은 시골이 되고, 서울이나 인천은 변두리가 됩니다.


    .. 우리가 찾아간 서정분교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놀라운 것은 학교 전체에서 풍겨 오는 풋풋한 흙냄새였다. 서울의 학교 운동장에는 없는 냄새였다 … (오대산 상원사) 종소리는 나를 깨뜨리고 멀리 오대산 전체를 품에 안았다 ..  (40, 100쪽)


      서울이나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 ‘내 삶터’는 변두리입니다. 부산에서든 대전에서든, 또는 춘천이나 순천이나 광주나 여수에서조차 ‘내 삶터 시골’은 변두리예요. 더욱이, 우리 식구 살아가는 전라남도 고흥군으로 칠 때에, 고흥읍에서 보아도 우리 식구 깃든 도화면 신호리 동백마을은 한참 깊숙하게 들어간 ‘외딴 곳(변두리)’이에요. 이제 우리 마을 앞으로도 군내버스가 다니지만, 그리 멀지 않던 예전까지 우리 마을 앞에는 찻길이 없어 어떠한 자동차도 못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시골에서 네 식구 오순도순 툭탁툭탁 살아가며 생각합니다. 우리들한테 시골자락은 ‘한복판’입니다. 우리들한테 서울이나 도시는 ‘외딴 곳(변두리)’입니다. 우리 식구는 한복판인 시골자락에서 웃고 떠들며 노래하며 살아가면 즐겁습니다. 굳이 외딴 데까지 찾아갈 일이 없어요. 햇살을 누리고 바람을 마시며 냇물을 즐기는 한복판 보금자리가 좋습니다. 풀을 뜯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멧새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시골자락 한복판 보금자리가 예쁘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태어나는 새 숨결을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자라나는 새 목소리를 헤아립니다. 시골에서 무럭무럭 크는 새 사랑을 그립니다. 시골에서 시나브로 일구는 새 손길과 눈길을 돌아봅니다.


      깊은 가을날 좋은 볕과 바람과 소리와 빛깔과 내음을 마시고 먹습니다. 마을마다 천천히 익는 감알을 바라보며 배부릅니다. 날마다 더 짙고 환하게 무르익는 나락을 바라보며 흐뭇합니다. 내가 안 심고 내가 안 베는 나락이지만,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나락논이 참 곱다고 느낍니다.


      누구인지 몰라도, 누군가 이 노오란 나락을 빻아 밥을 지어 먹겠지요. 누구인지 몰라도, 누군가 이 노오란 나락에 깃든 해님과 달님과 물님과 별님과 바람님과 흙님을 몸으로 받아들이겠지요. 시골에서 지내든 도시에서 지내든, 모든 고운 넋 깃든 나락 한 알을 먹으며 스스로 우주가 되고 스스로 빛이 되겠지요.


    ..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오죽헌은 그 규모부터 대궐같이 성역화되어 있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홍명희) 문학비는 주차장이 되어 있는 텅 빈 제월대 광장 가장자리에서 혼자 가을볕을 안고 있었다 ..  (56, 79쪽)


      이야기책 《변방을 찾아서》는 ‘변방’ 또는 ‘변두리’를 찾아간다고 글을 쓰지만, 시골사람 눈높이에서 바라보자면, 그예 ‘시골’ 나들이를 하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그래요, 시골 나들이예요. “시골을 찾아서” 도시를 떠나요. 아주 살짝 시골에 머물다 도시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흙내음’을 맡고 ‘햇볕’을 쬐며 ‘바람’을 마시다가는 ‘냇물’에 손을 적시고 ‘나무그늘’을 누리려고 시골로 와요. 시골에 참말 살짝 머물다가 이내 도시로 간다 하지만, 시골에서 슬기를 깨우치고 생각을 빛내요.


    .. 내가 그동안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자료 수집과 집필 구상 등 준비를 많이 할수록 틀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  (12쪽)


      뜻있는 이들이 참다운 한복판에 삶터를 꾸리면 기쁜 일이 되리라 생각해요. 겉치레나 겉꾸밈 같은 한복판이 아니라, 참답고 착하며 아름다운 한복판을 가슴 깊이 느끼면서 뜻있는 이들 좋은 보금자리가 좋은 마을이 되고 좋은 지구별 쉼터가 되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기쁘리라 생각해요.


      도시가 복닥거리고 어수선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모두 도시에서 스스로 복닥거리면서 어수선하게 살아가잖아요. 도시에서 사람들이 아웅다웅 치고박고 다툰다 하면서, 막상 이처럼 말하는 사람들 모두 도시에서 스스로 아웅다웅 치고박고 다투면서 살아가고 말아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빌어요. 서로 믿고 아끼며 지내기를 빌어요. 서로 돕고 어깨동무하며 살아가기를 빌어요. 서로 좋아하고 서로 웃으며 지내기를 빌어요.


      시골에서 만나요. 나는 이쪽 시골에서 살아갈 테니, 당신은 저쪽 시골에서 살아가셔요. 서로서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실을 다녀요. 나는 오늘 걸어서 당신한테 찾아갈 테니, 당신은 모레에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오셔요. 나는 또 글피에 당신한테 자전거수레에 아이들 태우고 마실을 갈 테니, 당신은 또 이레 뒤에 식구들과 들길을 천천히 노래를 부르며 걸어서 찾아오셔요. 환하게 밝는 아침햇살 맞으며 길을 나서요. 어둑어둑 땅거미 느끼며 밥 한 그릇 나누어요. (4345.9.25.불.ㅎㄲㅅㄱ)


    ―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글,돌베개 펴냄,2012.5.21./9000원)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과거의 일들로부터 역사를 통해 무엇을 상정하느냐가 몹시 중요하다. 수많은 나라가 이웃들과 전쟁을 했고, 왕정을 ...

     

    과거의 일들로부터 역사를 통해 무엇을 상정하느냐가 몹시 중요하다. 수많은 나라가 이웃들과 전쟁을 했고, 왕정을 했고, 귀족계급과 농민계급과의 투쟁과 진압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칼과 힘의 역사를 내세운 이들은 무사나 기사의 나라가 되고 있고, 식민과 원주민의 학살로 시작된 역사를 자유와 평등을 위한 전쟁을 내세워 자유의 상징으로 되살린 나라가 있다. 우리에겐 아프고도 슬픈 역사 그리고 오욕에 찬 역사가 그득하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를 뽑아내는 일에는 게을렀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는 침범 당한 역사를 더 많이 배우고, 일제침략의 역사를 축복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동시대인으로 갖고 있다. 나라의 학문이 천박하여 다양한 역사적 해석을 허용하지 않고, 이제 겨우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학생들이 그저 취직이나 잘 될 만한 직업 혹은 공무원 따위가 되기 위한 길로 미래를 결정해 버린다. 그리고는 그 목표한 미래마저도 다다르지 못해 패배의식에 갇혀 살아간다. 그 푸른 젊음을 가지고서...

     

    이 책은 '변방'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게 해주어 더없이 의미가 깊은 일독이 되었다. 본문의 내용보다도 서문이 어떤 글보다 명징하게 다가온다. 변방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 자들이라면 분명 신영복 교수의 말들에 수긍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입지가 결코 불리하지 않음을 알아야 하고, 그저 이미 갖춰진 틀에 자신을 깎고 맞추려 들지 않아야 한다. 그래봐야 미래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건 꿈도 아니고, 망상만큼의 기쁨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르만 왕조는 게르만의 변방에서 시작되었고, 스티브 잡스는 중동이민자의 버려진 자식이라는 혈연적 변방에서 시작했으며, 그리스의 제 폴리스들은 트로이의 풍요를 탐하기만 하던 야만인들에 불과했다. 그리고, 아직도 미국 땅에서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우리나라의 재벌 2, 3세들이나 북한의 김정은 집안같은 세습 부자의 수를 압도하고 있다.

     

    다양성과 스폰지 같은 흡수력을 부인하고, 기존 사회에 턱걸이를 하겠다는 심정으로 살아가서는 변방에 머문 의미도, 변방이 갖는 유리함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   자신의 삶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특히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다고 느낄...
     
    자신의 삶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특히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천박해진 지금 이 시대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민의 귀한 세금을 낭비해가며 화려하게 치장하고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며 그럴 듯하게 팡파르를 울려도, 진실보다는 돈과 권력에 더 민감하게 촉수를 내밀며 달려드는 언론 장사치들의 용비어천가에 둘러싸여 저 혼자 천둥벌거숭이마냥 뽐내도, 철저히 썩어버린 군상들의 더러움을 감출 수 없듯, 아무런 허세나 속임수 없이도, 다만 살아가는 그 모습 자체로 그윽한 향기를 타인에게 전하는 사람.
     
    신영복 선생은 나에겐 그런 더 할 나위 없이 큰 스승이자, 삶의 기준을 보여주시는 분이다. 멘토라는 단어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이라고 해야 할까. 때로 지치고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어버리고 싶을 때마다, 선생의 삶과 글은 나에게 큰 용기가 되어주곤 했으니, 정작 직접 뵌 것은 단 한 번뿐이라 해도, 어찌 내게 스승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런 선생이 이 땅의 변방들을 찾아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시대의 문장가일뿐 아니라 서예가로써도 이미 일가를 이룬 선생은 쇠귀체라고도 알려진 글씨로도 유명하다. 서민들의 벗이라 할 수 있는 소주에도 담겨있는 선생의 글씨는 이미 우리들에게도 친근하지 않은가.
     
    그런 선생의 글씨가 전국 방방곡곡에 가지가지 사연을 담아 자리 잡고 있는데, 우연일까, 운명일까, 선생의 글씨가 자리 잡은 곳들은 대체적으로 중심이 아닌 변방이었다. 굳이 예외를 두자면 서울시청 시장실에 있는 ‘서울’ 글씨를 꼽을 수 있을까. 하지마 변방은 장소적 특성을 뜻하는 것만이 아님을, 책은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땅끝마을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와 김개남 장군 추모비, 서울시청 시장실 그리고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까지….
     
    변방은 무엇일까. 이 시대 변방은 어디일까, 누구일까 그리고 어떤 것일까.
    ‘변방을 공간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변방에 대한 오해이다. 누구도 변방이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곳도 변방이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다.’
     
    책을 통해 선생과 함께 변방들을 돌아보며, 동시에 이 시대 변방성, 변방의식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중심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누구를, 어디를 중심에 두고 있는가.
     
    선생은 변방의식이 세계와 주체에 대한 통찰이며, 때문에 변방의식은 우리가 갇혀있는 틀을 깨뜨리는 탈문맥이며, 새로운 영토를 찾아가는 탈주 그 자체라 말한다. 그리고 변방성이 없이는 성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개인, 집단, 지역, 국가, 문명 모두 다르지 않다.
     
    ‘스스로를 조감하고 성찰하는 동안에만, 스스로 새로워지고 있는 동안에만 생명을 잃지 않는다. 변화와 소통이 곧 생명의 모습.’
     
    내 안의 오만함, 그리고 콤플렉스를 생각한다.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 허망한 환상과 콤플렉스는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중심부보다 더욱 완고하고 교조적인 틀에 갇히게 된다는 선생의 호통이 죽비가 되어 어깨를 후려친다.
     
    그동안 난 무엇을 내 안에 중심으로 두고, 중심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가. 타인에게 나는 변방이길 바랐는가. 내가 타인을 변방으로 내몰았는가. 난 지금껏 도대체 어디로 가려고 발버둥 쳤는가.
     
    선생의 글은 항상 읽는 이에게 창조적 독서를 요구하곤 한다. 이 두껍지 않은 책 역시 다르지 않다. 모두 다르고 동시에 모두 틀리지 않은 ‘독자의 탄생’. 책은 어떤 이에겐 묵직한 느낌을 전해주는 기행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역사이야기, 정치이야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에겐 아름답고 서러운 이야기이자, 새로운 성찰과 시작을 위한 격려였다.
     
    이제 5월이다. 올 5월의 봉하마을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서러울지. 선생의 자취를 따라 걸어야겠다.
     
    스스로 노예가 되지 못해 안달하는 이들. 편을 가르고 증오하고 살육하지 못해 미치는 이들. 오직 제 것만 보이고 남의 것은 보이지 않는 외눈박이들. 지금도 성조기를 흔들고 일장기에 눈치 보며 북을 악마로 만들기에 혈안이 된 이들이 한 번쯤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허망한 바람이겠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변방이라 느끼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환상과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을까.
     
    노예는 되지 말아야겠다.
     
  • 신영복을 찾아서 | tr**pink | 2012.06.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신영복을 찾아서...   신영복, 60 평생 중 1/3을 감옥에서 보내신 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육...
    신영복을 찾아서...
     
    신영복, 60 평생 중 1/3을 감옥에서 보내신 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된 협의로 68년부터 88년까지 20년을 무기징역수로 복역했다.
    같은 협의로 옥살이 하던 분들 중에는 사형이 집행된 분들도 많다.
    신영복 교수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단지 학생시절 활동하던 동아리 활동이 문제가 되어 장기복역을 했다.
     
    출소 후 성공회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정년퇴임하셨고, 석좌교수로 아직 교단에 계신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손꼽히는 서예가이며, "신영복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서체를 갖고 있는 분이다.
    신영복 교수를 알게 된 건 책을 통해서였다.
     
    여러 책에서 접할 수 있는데 최근에 읽은 책 중 책 이름도 이상한 늬앙스를 풍기는 <남자의 물건>이라고
    김정운 교수가 쓴 책이 있다.(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표지 글씨도 신영복 교수가 쓰신 거다.
     
    오늘 리뷰를 하고자 하는 책은 얇은 책 3권이다.
    <신영복,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나무야 나무야>,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일단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직접 쓰신 책은 아니다.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주관한 <관악초청강연>에서 강연한 내용을 서울대출판부에서 책으로 엮었다.
    먼저 신 교수의 강연이 이어지고, 서울대 교수들로 구성된 패널들의 질문과 신 교수의 답변,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질문과 신 교수의 답변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상당히 얇은 편이지만 내용의 깊이는 끝이 없다.
     
    구성 상 좋았던 점은 강연 중에 어려운 단어와 생소한 용어에 대해서는
    별도 지면을 할애하여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고, 책이 소개되거나 역사의 한 장면이 소개되면
    해당 내용을 쉽게 풀어쓴 해설이 붙어 있다.
     
    그 덕에 똘레랑스, 룸펜 플로레타리아 같은 생소한 용어를 접했는데 지금은 이해를 할 수가 있다.
    신교수께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말씀하시길 문맥을 짚어 내는 것이 중요한데
    문맥을 짚어 내는 것과 동시에 닫힌 문맥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이야기 하신다.
     
    처음 옥살이를 할 때 5년간은 재소자들과 거리가 있어서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고 했다.
    문맥을 잡지 못했는데 자신이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문맥을 알면 이해하고 공감을 하게 된다.
     
    이해와 공감은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승인하는 공존의 사회 원리이다.
    그러나 닫힌 문맥에 갖혀서 벗어나지 못하면 신 교수가 옥살이 처음 5년간 겪은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신 교수는 아는 노래가 한 가지 밖에 없어서 누가 노래를 하라고 하면 이 노래를 한다고 한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기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이 노래를 부르면 누구든지 시시하게 왜 동요를 부르냐고 핀잔을 하지만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대목에서는 모두 숙연해 진다는 것이다.
    감옥의 재소자들도 그랬고 처음 성공회대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도 그랬단다.
    동요지만 정말 멋지다.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라는 에세이가 생각이 난다.
    생계형 어부이자 소설가인 한창훈이 쓴 책인데 바다보다는 회가 더 생각나는 책.
    그래서 난 인생이 허기질 땐 횟집으로 간다.
     





    나무야 나무야
     
    신영복 교수의 책 중에 <강의>를 구입해 두고 읽으려 하는데
    후배의 추천으로 먼저 읽은 책이다.
    후배는 이 책을 읽고 "도끼로 가슴을 후벼파는. 팍팍 찍히는 감동을 받았다"는 책이다.
    한 번더 생각하게 하고, 돌아서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책.
    그런 책을 좋아 하는 후배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책으로 후배는 신 교수 광팬이다.
     
    얼마나 감동을 하였기에... 라는 생각에 나도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나에겐 도끼로 찍히는 감동은 없었으나 송곳으로 콕콕 찍히는 감동이 있었다.
     
    역사란 과거로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현재의 과제로 돌아오는 귀한이다.
     
    이 한 문구에 난 벙쪄 버렸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현재가 아닌 현재의 과제로 돌아오는 것이 역사다. 그래서 역사는 계속 돌고 돈다.
    그 동안 책을 읽고 공부했던 것이 허투루한 것은 아닌지 자괴감 마져 들었다.
     
    이 책은 신 교수께서 우리 나라 곳곳을 다니며 역사와 현재를 돌아 보며 쓰신 책이다.
    노 교수의 지성의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글귀 하나 하나가 감동이다.
     
    자주 가는 서점 앞의 이순신 장군 동상마저도 이제는 다시 보게 된다.
    파주의 반구정과 서울의 압구정의 역사적 아이러니도 표현하기 힘들다.
    혹시라도 중부고속도로를 지나게 된다면 광주 근처에서는 허난설헌의 무덤이 어디쯤일까 찾게 될 것 같다.
     
    이 책도 얇은 편이지만 쉽게 읽어 내리기는 힘들다.
    20년 간의 감옥 생활을 통해 얻어진 사색의 깊이와 수많은 독서로 다져진 내공으로
    가슴을 계속 후벼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배는 계속 도끼질을 당했나 보다.
    난 송곳질 당하고...
     
     
     
    변방을 찾아서
     
    최근에 나온 책이다. 출간되자마다 구입했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한 "변방을 찾아서"를 모아 엮은 책이다.
    이 글들은 신 교수께서 자신이 쓴 글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 그 곳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다.
     
    왜 변방인가?
    우연히 글씨를 쓰고 현판이 걸린 곳이 서울에서는 멀리 떨어진 변방이다.
    물론 "서울" 이라는 글씨가 쓰인 서울시장의 직무실도 있으나
    현재 서울시장은 시민운동을 하며 변방에서 있다가 중심부로 들어 온 분이기 때문에 역시 변방이다.
    역사는 변방과 중심의 싸움이다.
     
    조선 초기에 "한량"은 벼슬을 하다가 그만두고 변방으로 가 초야에 뭍혀 살던 사람을 일컫는다.
    후기에 와서는 벼슬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한량"을 칭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초기의 한량은 변방에서 중심부를 향해 입바른 소리하던 사람들이다.
     
    사대부는 학문의 깊이가 높은 사람 중에 벼슬을 하면 대부, 벼슬을 하지 않으면 사였다.
    이 둘을 합하여 사대부라 칭했다.
    대부는 경복궁 주변 지금의 한옥마을에 거주하며, 부자들이 많았고,
    사는 남산골 샌님으로 불리며 처차식이 굶어 죽어도 공부만하고 입바른 소리만 하던 변방의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대부로는 퇴계 이황이고, 사는 남명 조식이다.
     
    변방에서는 줄기차게 중심으로 입질한다.
    중심으로 돌아 오면 또 변방에서 들이댄다.
    중심에서 다시 변방으로 간다.
     
    변방의 사람들, 변방의 지역을 이 책은 탐방한다.
    울고 넘던 박달재의 사랑 이야기, <임꺽정>이라는 근대 대하소설의 시조이면서
    북으로 가 부수상이 됨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벽초 홍명희,
     
    그리고 허균과 허난설헌
    모자가 각각 5만원권과 천원 지폐에 등장하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우리 나라 "엄친아"의 대표.
    아직도 우리는 현모양처를 꿈꾸고 범생이를 꿈꾼다.
     
    그래서 강릉의 오죽헌은 관광버스가 넘쳐나지만
    그 부근의 허난설헌, 허균의 생가는 조촐하기만 하다.
    허균은 높은 벼슬까지 했지만 결국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이대다가 사약을 받았고,
    누이 허난설헌은 조선 최고의 여류작가이나 시댁의 구박과 자녀들의 죽음으로 고생하다 요절한다.
    변방에서 고생하시던 분.
     
    광주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이지만 광주가 아닌 전주에서 산화하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전북대학교의 이세종 열사.
     
    그 토록 변방에서 처절하게 살다가 대통령이 되어 중심에 섰으나
    결국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신 노무현 전 대통령.
     
    이런 분들의 이야기와 장소가 이 책에 소개된다.
    물론 모두 신영복 교수의 글씨로 인해 연결이된 장소이다.
     
     
     
    세 가지 책이 일관되게 이야기 하는 것
     
    세 권을 내리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갇혀서는 안된다. 늘 주변과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서 이해해야 한다.
    옳은 일이라면 끝가지 밀고 나가야 한다.
     
    만리장성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룻밤에 역사는 이루어 지지 않는다.
    역사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끊임 없이 문을 두드릴 때 이루어진다.
    나는 중심인가? 변방인가?
     
    신영복 교수의 글씨는 주변에 많이 접하고 있었다.
    내 방 문에 붙여 놓은 이 문구.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의 슬로건이다. 쇼핑백에도 이게 써 있다.
     
     
    낙관의 "쇠귀"는 신영복 교수의 호이다.
    출소 후 우이동에 살아서 순 우리말로 바꿔 쇠귀로 썼다.
    통상적으로 호는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을 많이 따왔던 까닭이다.
     
    오늘도 거침없이 달려온 하루가 피곤하고 힘들다.
    인생이 또 허기질려고 한다.
     
    그래서 또 횟집에 갈까 한다. 이 시간에 문 연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로 난 파란색 이슬을 먹는데 오늘은 이걸 먹고 싶다.
     
    "처음처럼"
    신 교수께서 나 처럼 책 좋아 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소주에 붙여 준 이름이자, 직접 글씨를 쓰셨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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