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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시네마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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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쪽 | | 151*224*28mm
ISBN-10 : 8964621263
ISBN-13 : 9788964621264
식민지 조선의 시네마 군상 중고
저자 시모카와 마사하루 | 역자 송태욱 |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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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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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화 텍스트에 새겨진
식민지 근대의 빛과 그림자- 1930~40년대, 일제시대 국책영화와 조선?일본 영화인들의 개인사를 기초로
당시의 사회와 일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다큐먼트.
영화감독 이마이 다다시와 최인규, 배우 주인규와 김소영, 그리고 하라 세쓰코…….
그 시대의 한복판에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

저자소개

저자 : 시모카와 마사하루
1949년 7월 가고시마현에서 태어났다. 오사카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릿쿄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전기(비교문명론)를 수료했다. 『마이니치신문』 서부 본사, 도쿄 본사 외신부를 거쳐 서울지국장, 방콕지국장, 편집위원,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오이타현립예술문화단기대학 교수(매스미디어론, 현대 한국 연구)를 지냈다. ‘한일 차세대 영화제’의 디렉터를 맡았고, 2015년에 정년퇴직하고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근현대사, 한국, 타이완, 영화를 중심으로 취재와 집필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의 코리아 보도』, 『망각의 귀환사』가 있고, 논문으로는 「체험적으로 본 ‘위안부 보도’론」, 「저널리스트가 본 일한 관계 50년」 등이 있다.

역자 :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비롯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과 『환상의 빛』 『눈의 황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살아야 하는 이유』 『사명과 영혼의 경계』 『금수』 『밀라노, 안개의 풍경』 『말의 정의』 등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으로 57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제1부 [망루의 결사대]의 미스터리
제1장 만주·조선 국경의 국책영화
제2장 하라 세쓰코와 이마이 다다시의 수수께끼
제3장 전쟁과 해방, 그 후

제2부 조선 시네마의 빛
제1장 베스트 시네마 [수업료]
-「수업료」 원문(전라남도 광주 북정공립심상소학교4 학년 우수영)
제2장 [집 없는 천사]의 추락
제3장 ‘해방’ 전후의 조선 시네마

후기
연표 | 조선 시네마의 사회문화사 1935~45
조선 시네마 인물 사전
주요 참고문헌

책 속으로

일제 강점하의 조선 시네마에는 한국(조선)과 일본 현대사의 단면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나는 영화 비평가도, 영화사 연구자도 아니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해도 된다. 나는 남아 있는 영화를 매개로 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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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하의 조선 시네마에는 한국(조선)과 일본 현대사의 단면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나는 영화 비평가도, 영화사 연구자도 아니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해도 된다. 나는 남아 있는 영화를 매개로 하여 역사의 진상 일부분을 알고 싶을 뿐인 전 신문기자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선 영화의 감독이나 배우의 궤적을 통해 한국(조선)과 일본 동시대사의 리얼한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하고 집필한 것이다. (11쪽)

이 시기의 조선 영화에 대한 고찰에서, 다른 작품은 그것과 관련하여 언급하는 데 그칠 것이다. 하나하나의 작품이 내포하는 정보가 너무나도 풍부하고 그 영화와 관련된 감독이나 배우들의 인생이 파란만장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조선 영화에는 뜻밖의 일본 영화인도 등장한다. 전후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하라 세쓰코原節子는, 전시의 [망루의 결사대]에서 국경 경비의 주재소 소장 부인을 연기하는데, 모제르총을 연속해서 발사하여 ‘비적匪賊’을 격퇴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전후 민주주의 영화로 유명한 이마이 다다시다. [수업료], [집 없는 천사]는 전쟁 직전의 조선 영화계에서 빛을 발한 ‘고려영화협회’가 제작한 눈물겨운 수작이다. 김소영 주연의 [반도의 봄]에는 식민지 근대 안에서 고투하는 조선 영화계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11~12쪽)

[망루의 결사대]는 전시의 조선·만주 국경을 보여주는 영화다. 지금도 북한 측에서 탈북자가 넘어오는 압록강 유역을 무대로 한 전쟁 영화다. 최대 주안점은 ‘내선일체’, ‘황국신민화’라는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현지 촬영을 한 국책영화라는 점이다. 전쟁 활극, 북선 국경, 허식의 이데올로기. 이만큼의 요소가 있는 영화를 ‘민주화 영화’의 감독이 연출하고 ‘영원한 처녀’가 주연한 것이다. 그 진상은 무엇이었을까. (26~27쪽)

[망루의 결사대]에서는 배역이 왜 조선 이름이었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영화의 설정이 1935년경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창씨개명은 1940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국어(일본어) 상용’ 등 1935년 당시에 일반적이지 않았던 표어가 등장한다. 창씨개명도 하지 않은 시대에 ‘국어(일본어) 상용’이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러한 자기모순, 자의적인 처리도 영화의 해석을 혼란시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32쪽)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佐藤忠男가 하라 세쓰코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썼다. “하라 세쓰코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 바로 전쟁기를 사이에 두고 30년 가까이 일본 영화계에서 톱스타의 자리에 있었던 대배우다. (중략) 한창때 전쟁의 시대를 지나야 했던 것은 그녀에게 실로 불행한 일이었다. (중략) 패전 후 민주주의 계몽의 시대가 되자 지적이고 착실한 캐릭터를 가진 그녀가 나설 차례가 찾아온다.” 확실히 하라 세쓰코의 이름은 전후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녀를 ‘군국의 여신’이었다고 부를 수도 있다. 영화사 연구자인 요모타 이누히코는 이렇게 지적한다. “1942년부터 1945년의 패전까지 4년간 하라 세쓰코는 열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중략) 이 편수를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전시하의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제작한 영화였다.”(65~66쪽)

한국 인터넷에서도 그 일부분을 2분쯤 볼 수 있다. 검색 사이트에서 ‘사려 깊은 부인’이라고 입력하여 검색하면 한국어 설명이 붙은 영상이 나온다. 밴드 연주는 손목인(1913~99)이 지휘하는 CMC악단(조선뮤지컬클럽밴드)인데, 당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경음악 밴드다. 열 명 정도의 편성이다. 손목인은 [타향살이](1934)와 [목포의 눈물](1935)로 유명한 작곡가다. 해방 후 구가야마 아키라久我山明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활약했다. [타향살이]는 2001년 제1회 남북정상회담 후에 방북한 김연자가 김정일 앞에서 부르기도 했다. 한복 차림으로 노래하는 사람은 젊은 날의 인기가수 김정구(1916~98)다. 김정구는 신민요 [돈타령]을 부른다. 경쾌한 템포로 “돈 바람이 불어온다~♪” 하고 노래한다. 김정구는 [눈물 젖은 두만강](1938)으로 유명한 가수로, 한국전쟁 후 전옥([망루의 결사대]에서 주인규의 아내 역)의 백조가극단에서 활약했다. (88~89쪽)

주인규는 혁명 지향의 ‘적색 노동조합(프로핀테른 계열)’ 운동의 활동가였다. 좌경 연극과 영화 출연을 병행한 인물은 일본에서도 적지 않지만 좌익 공장 노동자와 배우 경력을 겸비한 인물은 흔치 않다. 주인규는 나운규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 [아리랑](1926)으로 주목을 받은 배우다. [망루의 결사대]에서는 국경 경비대에 불만스러운 태도를 드러내는 마을사람 역을 맡았다. “자기 집 돌담을 쌓는 데 남을 공짜로 부리는 경우는 없어”라고 비판한 바로 그 남자다. 함경남도 출신의 주인규는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1873~1944)의 조선질소비료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흥남공업지대에서 인망 있는 노조 활동가였다. [아리랑]에 출연한 후 주인규는 홀연히 적색노조 활동가로 변모한 것이다. (123쪽)

이튿날 아침. 아주머니에게서 수업료와 쌀을 받아든 소년은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차 안에서 과자 상자를 연다. 모리나가 밀크캐러멜의 노란 상자다. “모리나가.” 소년이 중얼거린다. 곧 버스는 수원에 도착한다. 식민지 조선의 가난한 소년에게 이 도보 여행은 소비사회와 군국 일본을 동반하는 괴로운 여행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의 군가로 외로움을 달래고 밀크캐러멜로 위로를 받는다. 일련의 도보 장면은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인 ‘소년의 여행길’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최인규가 연출한 서정적인 영상은 식민지 조선에 수없이 많았을 ‘젊은 나날’을 표상하여 특히 깊은 감명을 준다. (172~173쪽)

영화 [수업료]가 남긴 최대 의의는 1940년대의 조선에 우수영 같은 조선인 소년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한 점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 영화를 통해 우리는 『전 조선 소학생 작문 총독상 모범 문집』이라는 방대한 기록의 존재를 알고 식민지 조선의 일상 일부분을 언급할 수 있는 것이다. 우수영 소년의 「영화 감상기」가 남아 있다. 영화 공개 때 『매일신보』 지면에 게재되었다. 그가 관계자에게 다양한 배려를 하면서도 “고생은 더 심했다”고 쓴 것이 통절하다. 영화는 작문을 미화했다. 우수영 소년은 그렇게 말했을 뿐이지만 냉정하다. 그는 해방 전후 두 개의 전쟁(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생애를 보냈을까. (199쪽)

무라야마가 밖으로 나가보니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겁먹은 듯한 얼굴로 걷고 있다.” 그날 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서글픈 [올드랭사인](일본에서는 [반딧불], 조선에서는 [작별])이라는 곡에 조선어 가사를 얹은 노래다. “허어, 반딧불이군” 하고 무라야마가 중얼거리자 조택원이 말했다. “반딧불이 아닙니다. 저건 조선의 애국가입니다. 조선에는 국가國歌가 없지요. 조선인은 언제부터인가 그게 외국곡인 줄도 모르고 그저 일본에 의해 금지된 애국가로서 은밀히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이럴 때 부르는 노래를 우리는 그것 이외에 하나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반딧불]과 [애국가]를 둘러싼 무라야마 도모요시와 조택원의 이야기는 8월 15일 밤 경성의 거리에서 이루어진 조선과 일본 지식인의 대화로서 의미심장하다. (271쪽)

김소영은 문예봉, 김신재와 함께 조선의 삼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이 ‘정숙한 아내’, ‘황국신민의 누이’의 이미지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김소영은 ‘추문의 여배우’였다. 시가 아키코의 아버지는 타이완의 타이난 주지사, 미에현 지사 등을 역임한 관료다. 『내가 지나온 날에』는 전전의 상류사회나 영화계에 대해 적은 보기 드문 저작이다.
김소영과 시가 아키코는 글을 부지런히 쓰는 점도 비슷하다. 두 사람 다 벌레잡이 등불처럼, 발칙한 남자들을 끌어당기는 불운한 여성이었다. 이 추문의 두 여배우는 한일 영화사·여성사를 고찰할 때 간과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된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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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압록강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한 조선 웨스턴 활극 [망루의 결사대], 스러져가는 수원 화성, 소학교의 일상, 추석을 맞은 마을 농악대를 담은 로드무비 [수업료], 종로 뒷골목 부랑아들과 화신백화점 옥상의 화려한 전광뉴스판으로 대조되는 [집 없는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압록강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한 조선 웨스턴 활극 [망루의 결사대],
스러져가는 수원 화성, 소학교의 일상, 추석을 맞은 마을 농악대를 담은 로드무비 [수업료],
종로 뒷골목 부랑아들과 화신백화점 옥상의 화려한 전광뉴스판으로 대조되는 [집 없는 천사],
영화에 새겨진 일제시대의 기록과 당시 사회상과 삶을 복원한 식민지 조선의 풍경!

이 책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조선 영화에 대해 일본의 전 신문기자가 쓴 첫 책이다. 근대 미디어의 대표 격인 영화가 식민지 조선에서 어떻게 제작되고 또한 무엇을 담아냈는가를 연구하고 서술했다. 조선의 감독이나 배우, 스태프, 제작자의 궤적을 통해 한국(조선)과 일본 동시대의 실상을 확인하는 취재기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이하여, 활자로만 알았던 ‘근대 조선’, ‘식민지 조선’, ‘전시체제하의 조선’을 기록한, 전쟁과 근대의 프로파간다에 활용된 미디어로서의 영화를 통해 식민지기 조선과 조선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마이 다다시今井正 감독의 [망루의 결사대](1943) 외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발굴된 과거’ 시리즈로서 DVD가 출시된 최인규 감독의 [수업료](1940), [집 없는 천사](1941), 이병일 감독의 [반도의 봄](1941)을 중심으로 영상과 시대를 검증하고 있다. 제1부 ‘[망루의 결사대]의 미스터리’에서는 하라 세쓰코와 이마이 다다시의 진실, 공산주의자인 조선인 배우 주인규의 파란만장한 생애에 다가갔다. 제2부 ‘조선 시네마의 빛’에서는 조선인 소학생의 작문을 원작으로 한 [수업료]와 경성 거리를 떠돌던 부랑아들의 처지를 다룬 [집 없는 천사] 등을 시대 배경과 함께 살피고 있다. 나아가 여배우 김소영의 생애를 중심으로 비운에 가득 찬 조선 영화인의 동향을 살피고, 리샹란(李香蘭, 야마구치 요시코山口淑子) 등 일본인 여배우와 교류한 기록을 발굴했다.

[망루의 결사대]에는 왜 조선어로 부르는 [도라지 타령]이 나올까?
1943년 국책영화로 개봉된 [망루의 결사대]는 웨스턴 활극, 압록강 국경,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전후 영화를 대표하는 ‘영원한 처녀’ 배우 하라 세쓰코가 주연하고, 전후 ‘민주화’ 영화로 유명한 이마이 다다시가 감독했다.
영화 화면에는 주재소 안에 붙은 ‘국어(일본어) 상용’이라는 표어가 빈번하게 비친다. 그런데 조선인끼리 조선어로 대화를 나누고 일본인 경관과 조선인 순사의 잔치에서는 조선어 민요를 낭랑하게 노래한다. 마을 학교에서 조선인 유 선생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일본어이지만, 주재소의 일본인 순사는 조선어가 능숙하다.
1943년 말 조선에서의 일본어 보급률은 22.1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조선총독부 제86회 제국의회 설명 자료). 한편 조선어를 할 수 있는 일본인 공무원도 사실 적지 않았다. 조선국세조사 보고에 따르면, 1930년 기준으로 재조선 일본인 52만 7016명 중 일본어와 조선어를 다 읽고 쓸 수 있는 일본인은 3만 2714명(6.2퍼센트)이었다. 이를 거주지별로 보면 군 지역 일본인 남성의 11.0퍼센트는 일본어와 조선어를 둘 다 읽고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망루의 결사대]의 일본인 경관이 직무상 조선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하나. [망루의 결사대]에서는 왜 조선 민요 [도라지 타령]을 조선어로 낭랑하게 노래하는 장면이 그려졌을까. 검열 책임자인 조선군 보도부장 구라시게 슈조倉茂周?(육군 소장)가 이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제공한다. “우리는 조선인에게 황국신민이 되려면, 모름지기 ‘다꽝(단무지)’을 즐겨 먹으라는 촌스러운 말은 하지 않는다.” ‘제국 내의 지방색’으로서 조선의 민속이나 풍물을 그리는 것은 피할 일이 아니었고, 이는 식민지 시대 조선 영화가 담고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
『한국영화사-개화기에서 개화기까지』에서는 윤봉춘 감독의 [신개지](1942)를 마지막으로 조선어 영화는 금지되었다고 기술한다. 그러나 1943년에 공개된 조선과 일본의 합작 영화 [망루의 결사대]에서는 여전히 조선어 대사나 노래가 영상화되었다. 즉 영화관이라는 공적 시설에서 상영되어도 영화와 관객의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감소되는 일 없이 현실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방법론이 모색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1944년, 45년이 되면 대사는 모두 일본어로 바뀌고, 패전으로 치닫는 ‘대동아전쟁’에 복무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 시절,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조선의 첫 아동영화, [수업료]
2014년 9월 한국영상자료원은 [수업료](1940)의 “필름이 6월 베이징의 중국전영자료관 창고에서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해방 전 조선에서 제작된 극영화 157편 중 필름이 발견된 것은 15편밖에 안 된다. [수업료]는 그중 다섯 번째로 오래된 영화다([수업료]는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원작은 조선인 소학생의 작문이었다. 조선총독부 기관지 『경성일보』의 자매지인 『경일소학생신문』이 모집한 제1회 작문 공모(1938)의 응모 작품 가운데 하나로, 조선총독부 학무국장상을 받은 전라남도 광주 북정공립심상소학교 4학년 우수영의 작품이다(1등상인 총독상은 일본인 소학생이 받았다). 1938~39년에 이루어진 작문 공모의 작품들은 『전 조선 선발 소학교 작문 총독상 모범 문집』 전2권으로, 현재 한국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다 쓰러져가는 성문이 있는 지방 도시 수원을 무대로 한 로드무비이다. 원작은 전라남도 광주이지만, 영화의 무대는 경성 남쪽인 수원 화성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의 당시 모습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식민지 조선의 가난한 소년에게 수원에서 평택으로 가는 도보 여행은 소비사회와 군국 일본을 동반하는 괴로운 여행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의 군가로 외로움을 달래고 ‘모리나가’ 밀크캐러멜로 위로를 받는다. 도보 장면은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인 ‘소년의 여행길’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최인규가 담아낸 서정적인 영상은 식민지 조선에 수없이 많았을 시련을 표상하여 특히 깊은 감명을 준다.

발굴된 과거, 복원된 영화·영화인
무성영화 시대의 나운규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 제1세대와 달리,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유성영화 시대의 조선영화 제2세대는 해방 이후 한국, 북한(월북, 납치),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그 파란만장한 삶을 마무리하였다.
해방 전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수업료], [집 없는 천사] 등의 뛰어난 작품을 연출한 최인규는 한국전쟁 때 납북되었다(제자인 신상옥 감독이 납북되었을 때 스승 최인규의 생사를 가장 먼저 확인했지만 이미 고인이었다고 한다). 주인규는 흥남공업지대의 인망 있는 노조 활동가로, 배우 경력을 겸비한 흔치 않은 인물이다. 이후 월북했지만, 당내 종파사건으로 조사 중 자살했다. 김소영은 박복한 여배우였다. 문예봉, 김신재와 함께 조선의 3대 여배우 중 한 명이었지만, 다른 두 사람이 ‘정숙한 아내’, ‘황국신민의 누이’의 이미지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김소영은 ‘추문의 여배우’였다. 해방 후 전남편 추민은 월북하고, 재혼한 조원택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이혼,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2006년부터 디렉터로서 ‘한일 차세대 영화제’를 개최하며 조선 시네마를 일본에 소개하는 데 힘써온 저자 시모카와 마사하루는 식민지 조선의 격동기를 살아간 영화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훑는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그럼에도 오로지 영화에 자신의 삶을 걸었던 ‘영화인’들에 대한 저자의 상찬은 그 휴머니즘적 시선으로 더욱 빛난다. 한국어 구사에 불편함이 없는 언론인다운 관찰과 열정의 기록인 이 책이,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올해, 그리고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즈음하여 나온 것은 그래서 의미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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