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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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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 | 148*211*26mm
ISBN-10 : 1161570535
ISBN-13 : 9791161570532
로야 중고
저자 다이앤 리 | 출판사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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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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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양장표지가 벗겨저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5점 만점에 3점 hmahn*** 2019.11.15
233 오래된 책이지만 볼만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s*** 2019.10.14
232 책 상태 양호, 두 겹의 포장은 매우 우수, 배송 속도 매우 빠름.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ie*** 2019.10.10
231 새책 같다는 평가들이 많아 기대했는데 오래된 책이라 누런건 어쩔 수 없었겠죠? 중고책 구매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jakkj*** 2019.10.09
230 거의 새책으로 잘 받았습니다. 공부에 귀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또한빠른 배송 감사드립니다^^ 5점 만점에 5점 saeachi***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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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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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출간!

『로야』는 여성은 원래 태생부터 완전한 인간형이었음을,
하나의 우주였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놀라운 작품이다.
_강영숙(소설가)

나의 상처는 무엇인가?
그토록 상처 입은, 나는 누구인가?
한국문학의 가장 먼 곳에서 온 가장 가까운 이야기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로야』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2005년 제정되어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스타일』(백영옥),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등 화제작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이 올해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응모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200여 편의 응모작 중 으뜸으로 뽑힌 대상의 주인공은 밴쿠버에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 다이앤 리(한국 이름 이봉주)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20대 후반 캐나다로 이주하여 스무 해 가까이 살고 있는 그는 생애 처음 써낸 소설 『로야』로 세계문학상 최초의 해외 거주 한인 수상자로 기록되었다.
『로야』는 캐나다 밴쿠버를 배경으로 중산층의 삶을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 여성이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감춰온 자신의 근원적인 상처를 들여다보며 삶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한 문장도 건너뛸 수 없게 만드는 치밀한 문장과 심리적 현실을 재현하는 긴장감 있는 서사가 언어예술로서의 소설을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라 평하며 그의 수상이 “한국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기를 기대”했다. 모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한 ‘경계인’이라는 그의 정체성은 『로야』에서 “너무나 익숙한 것을 아주 낯설게 만들어버리고, 생소한 삶을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능력”(심사위원 방현석)으로 발휘된다. 한국문학의 저변 확대는 이처럼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에서 보편적인 것을 읽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터이다.
‘로야’는 소설 속 화자의 딸 이름으로 ‘꿈’이나 ‘이상’을 뜻하는 페르시아어다.

저자소개

저자 : 다이앤 리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 대학교, 서울대학교,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2001년 캐나다로 이주해 현재 남편과 딸과 밴쿠버에 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애호하여 밴쿠버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밴쿠버 리사이틀 소사이어티의 연간 회원을 7년째 이어오고 있다. 몇 해 전 겪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감춰왔던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쓴 첫 소설 『로야』로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1. 발생 incidence
2. 후퇴 retreat
3. 정전 blackout
4. 방해 obstacle
5. 위로 up/comfort
6. 인과 causality

2부
7. 변형 metamorphosis
8. 무지 nescience
9. 연결 connection
10. 각성 awakening
11. 애착 attachment
12. 착각 delusion
13. 우연 coincidence

갇히며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책 속으로

통증은 빠른 시간에 끔찍한 강도로 나를 덮쳐 왔다. 모든 움직임에 제약이 가해졌다. 불안감으로 눌렸던 목과 어깨는 단숨에 뻣뻣해지더니 어느새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굳어진 어깨와 연결된 팔은 팔꿈치에 고통을 저장하고 손목에 이르자 순환을 포기했다. 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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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빠른 시간에 끔찍한 강도로 나를 덮쳐 왔다. 모든 움직임에 제약이 가해졌다. 불안감으로 눌렸던 목과 어깨는 단숨에 뻣뻣해지더니 어느새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굳어진 어깨와 연결된 팔은 팔꿈치에 고통을 저장하고 손목에 이르자 순환을 포기했다. 덩그러니 남은 손은 전해지지 않는 감각과 혈류로 인해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펴지지 않는 손가락에 무거운 추가 달렸다. 허리 아래 모든 신체 부분이 고통의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나의 고통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는 등과 팔의 통증을 언급했지만 고통의 정도나 출처에 관해선 자신 없어 했다. 아이 또한 팔과 어깨가 아프다고 하다가 난 괜찮아, 맑고 밝은 그곳, 높은 곳의 영혼으로 원상 복귀했다. (49쪽)

죽은 외할머니는 단정했고 외할머니가 타고 간 상여는 예뻤다. 그게 왜 슬픈 일인가. 엄마는 외할머니가 죽는 것을 보지 못해서 죽고 난 후의 일들을 보지 못해서 저렇게 울고 있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직접 봤다면 죽음은 슬픈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텐데, 나는 엄마에게 외할머니의 죽음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엄마는 나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 안에 담긴 말이 많았지만, 할 수가 없어서, 말은 눈물로 흘러나왔다. 자신의 엄마가 땅에 묻히는 것을 보지 못한 엄마는 가슴 한 부분을 툭 찢어 내 어딘가에 묻었다. 그 안에 나도 함께 묻었을 거라고 흙먼지가 날리는 마당에서 엉엉 울며 생각했다. (94~95쪽)

아이가 알프레드 웡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아이는 알프레드 웡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노트에 적어 둘 정도로 기억해야만 하는 일일 줄은 몰랐다. 아이는 단순히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로 접근했다. 아이의 기록과 기억과 접근과 미완 혹은 완결에서 난 길을 잃고 말았다. 우리한테서 멀리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것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고, 부정이나 부인은 보호의 장막일 수 없으며, 신중의 밀도는 너무나 엉성하고, 아이 손이 내 손안에 있다 해도 아이 눈은 세상을 향해 있고, 놓쳤다면 차라리 좋았을 그 손은 벌써 놓는 법을 알고 있다. (132쪽)

엄마가 우리를 이끈 곳은 시신 안치실이었다. 엄마는 이미 와 본 듯 익숙한 발걸음으로 냉기가 감도는 방 안으로 쓱 들어갔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벽에 달린 여러 개의 손잡이 중 하나를 쑥 잡아당겨 아빠를 끌어냈다. 아빠는 정갈하게 누워 있었다. 아빠를 가까이 보려고 다가가려 하자 엄마가 나를 막았다. 잠깐만, 하더니 엄마는 아빠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아빠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비비고 손으로 문지르고 입김을 불어 체온을 옮겨 주었다. 엄마의 행동은 무의미했지만, 동시에 거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두려워할 거라 생각하는 걸까, 아빠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게 하고 싶은 걸까, 아빠를 보호하려는 걸까, 나를 보호하려는 걸까. (153~154쪽)

어디에 발을 디뎌도 푹푹 빠지는 진흙탕이었다. 어디에 손을 짚어도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였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세상 끝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은 변방에서 가정 폭력을 제재하려고 경찰이 올 리 없었다. 그곳에선 득실거리는 깡패와 양아치들이 경찰을 이미 바쁘게 하고 있었다. 경찰이 온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할 아빠가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를 떼어 놓을 수 있고 나와 동생을 구해 줄 수 있다면 나는 경찰이든 법원이든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싶었다. 가족 내부에서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가 위협자 역할을 한다면 외부에 있는 수호자라도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도와줘야 했다. 누구든 우리를 도와줘야 했다.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면, 이런 끔찍한 세상에 태어난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169쪽)

그 순간 올 것이 왔다는 느낌 내지 더는 안 되겠다는 느낌이 온몸을 덮쳐 왔다. 더는 숨을 수도, 도망칠 수도, 방어할 수도 없었다. 봇물 터지듯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투명한 유리가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 사이에 있다 해도 그 유리는 분명 장벽이었다. 견고하던 유리 장벽이 산산이 깨지더니 나를 살펴보던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되었다. 변호해야 하는 아빠를 없애고 설명해야 하는 나를 없앤 그곳에 여덟 살의 내가, 열여섯 살의 내가 있었다. 자그마한, 눈이 반짝이는, 채워지지 않아 늘 허기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서 늘 답답한, 겁에 질려 울먹울먹하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173쪽)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여전히 내가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처럼 함부로 대하는 엄마를, 내가 만든 울타리를 마치 자신이 만든 것인 양 무례하게 대하는 엄마를, 막아야 했다.
“와 이카노, 야가?”
“엄마야말로 내 말을 제대로 들은 적 있었어? 내가 말한다 해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잖아? 내가 말 못 한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니 말 잘했다. 니가 엄마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아나? 니가 말을 곱게 안 해서 마음 아팠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것아!”
나는 엄마를 이길 생각이 전혀 없는데 엄마는 날 언제나 이겨야 할 상대로 대한다. 지지 않으려 한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자신은 나보다 세 곱절은 더 아프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다. (200쪽)

‘사랑해’를 쓰는데 찔끔찔끔 나오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랑해’가 나의 유언이라면 이보다 더 적절한 유언이 없을 거란 생각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내가 떠날 수 있을까, 어찌 그들을 떠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나눠 줄 사랑이 한없이 많았지만,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사랑도 한없이 많았다. 받을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하자 욕심이 불끈 났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죽음에 관한 요망한 생각을 몰아내야 했다. 난 받을 자격이 있고, 어떻게 해서든 받을 것이다.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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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교통사고 후유증이 촉발한 과거의 기억, 상처 입은 어린아이와의 대면 남편과 여덟 살 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순조로운 일상을 영위하던 ‘나’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 사고였지만 사고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 ...

[출판사서평 더 보기]

교통사고 후유증이 촉발한 과거의 기억, 상처 입은 어린아이와의 대면
남편과 여덟 살 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순조로운 일상을 영위하던 ‘나’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 사고였지만 사고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 만큼 부상은 가벼웠다. 외상이 없으니 회복도 신속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지지 않자 ‘나’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나’는 자신을 한계에 몰아넣은 것이 자신의 취약 부분, 바로 부모와의 관계임을 더딘 회복 과정에서 깨닫는다.
중년에 접어든 ‘나’와 남편은 각자의 고국을 떠나온 지 스무 해가 넘었으며 이들의 나고 자란 가족은 모두 고국에 있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나’는 성인이 된 후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두며 살아 왔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이 밑바닥에 떨어지자 위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아직도 질기게 연결된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를 경험한다. 교통사고가 ‘나’ 자신을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한 동시에 의식적으로 지워온 겁에 질린 어린아이를 만나게 해준 셈이다. ‘나’의 회복은 이 아이와의 대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상처 준 부모를 이해하는 것에 온 힘을 써왔다. 아프다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안 했다. 심지어 자신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를 사랑하고 자신이 자라는 방식이었다. 폭력 가해자였던 아빠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나’의 원 가족 삶 속에 있고, 엄마는 죽은 아빠를 거듭 끄집어내며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나’는 폭력 피해자인 엄마는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었지만, 자신이 밑바닥에 있을 때도 당신을 보살피지 않는다고 퍼붓는 엄마를 보며 지금껏 믿어왔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딸과 엄마, 말하지 못하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
1부와 2부로 나뉘어 13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화자의 회복 과정을 따라가며 그 내적, 외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린다. “엉덩이 밑에서 등 중간까지 굵은 바늘을 꽂아 넣는 것 같은” 선명하고 날카로운 최초의 통증 이후, 발작 기침과 앞가슴뼈 통증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끔찍한 시간을 지나기까지 ‘나’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숱한 감정의 격랑을 경험한다. 이때 현재의 가족인 남편과 딸은 ‘나’의 고통을 진정시켜주고 ‘나’를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면, 원 가족인 엄마 아빠는 신체적 질환 속에서 더 생생히 떠오르는 상처의 근원지다, 특히 엄마는 현재 시점에서 화자가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존재다.
소설은 서사의 상당 부분을 화자가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 엄마와의 관계에 할애한다. 그것은 엄마가 화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소설을 열고 닫는 구실을 하는 것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빠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나’로서는 원망도 미움도 떠나보내고 “잘 다듬어진 이해와 치밀하게 얽힌 감사”만을 느끼는 데 반해 엄마는 여전히 ‘나’의 삶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침입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고국에서 혼자된 엄마는 더욱 가련한 모양새로 죽은 아버지 뒤에 숨어서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을 챙기려 든다.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엄마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는 늘 ‘말하지 못하는 자’이고 엄마는 늘 ‘듣지 못하는 자’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관계는 자주 실망과 염증을 낳고 지친 마음은 자발적 후퇴에서 관계의 철수까지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나’는 막힌 숨구멍을 틔우기 위해 엄마에 대한 미련을 보내는 듯싶다가 난데없이 도착한 엄마의 메시지로 인해 보낸 미련을 다시 주워 담는다. 엄마는 그렇게 ‘나’의 곁에 끈질기게 존재한다.

전쟁터에서 낙원으로, 위험 속에서도 가족은 진화한다
화자가 성인이 되어 캐나다에서 이룬 가족은 이상적이라 할 만큼 완벽하고 조화롭다. 부부는 애정과 신뢰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고 아이는 그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유롭게 자란다. 그린벨트로 보호받는 숲과 강을 지척에 둔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그들은 무엇을 하든 똘똘 뭉쳐 있으며, 다정하고 예의 바른 이웃은 누구도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 화자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의 가족이 전쟁터였다면 캐나다에서 이룬 가족은 낙원이라 불릴 법하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낙원’을 지키고 어떠한 위험도 자신들의 울타리를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현실은 가까이에서 위험이 닥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딸 로야와 같은 수영 클럽에 디니던 중학생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들이 전에 살던 동네에서도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이 겪은 교통사고 역시 가족 모두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위험에 대한 화자의 불안과 강박은 아이 손을 놓치고 아이를 잃어버리는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딸아이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사고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화자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죽음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 남편의 고국 이란에서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한결같이 진중하고 확고하던 남편이 흔들린다. 남편 역시 ‘나’처럼 나고 자란 가족 내에서 권리는 없고 책임만 떠안으며 살아왔지만 ‘나’와는 달리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상처가 응어리로 남지는 않았다. 그런 남편마저 부친의 죽음으로 나약한 상태에 빠진다.
소설에는 여러 형태의 죽음이 등장한다. 현재의 죽음과 과거의 죽음이 있고, 어린 죽음과 나이 든 죽음이 있다. 가깝든 멀든 죽음은 무언가를 남긴다. 어떤 죽음은 좋은 것만을 유산으로 남기고 어떤 죽음은 훗날 ‘나’를 찾아와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시간 속에서 죽음은 삶에 깃들고 삶은 이어진다.

쇼스타코비치, 말러, 차이콥스키: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
『로야』에는 고전음악과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화자의 가족은 음악 애호가로 주말마다 음악회를 찾는데, 음악은 가족을 결속하면서 ‘나’의 삶에 드리운 고통과 죽음과 불화를 감싸고 폭발시키고 해방시킨다. 사고 후 처음 찾은 음악회에서 들은 쇼스타코비치의 마지막 현악 사중주는 ‘나’로 하여금 “불편함과 불안함과 무서움을 지나 우울과 슬픔에” 다다랐다가 “여러 껍질이 벗겨져서 한결 가벼워진 느낌으로 부유하게” 한다. 시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말러의 부활 교향곡은 고인을 모셔 와 눈물과 미소로 지난 삶을 축하하는 의식이 된다.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을 들을 때는 “환희의 축포”인 듯 “절망의 폭격”인 듯 쏟아지는 대포알 소리가 ‘나’의 부모와 겹쳐지며 가슴을 내려치는데, 엄마와 ‘나’는 같은 곡에 다른 의미로 숨이 멎는다. 작가의 음악적 소양이 서사에 녹아들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여성 서사의 눈부신 성취, 가장 내밀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로야』는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집요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묘사한다. 여성이 자신의 내면을 이토록 정교하게 탐구하고 해석하는 것은 여성 서사의 눈부신 성취다. 화자의 강박은 오랫동안 숨기고 감추어온 것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 ‘아프다’고 말함으로써 회복은 시작된다. 이는 작가의 쓰는 행위와 연결된다. 다이앤 리는 자신이 그대로 투영된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왜 쓰는가? 나의 상처는 무엇인가? 그토록 상처 입은,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답한다. “오래된 질문이자 모든 작가의 출발점이다.”(심사위원 김별아) 그리고 이야기는 여전히 열려 있고 진행 중이다.
작가는 “어떤 형태의 삶을 살든 가장 협소하고 내밀한 부분은 시공간을 초월해 유사하다. 가장 협소한 곳에 가족이 있고 가장 내밀한 곳에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로야』는 한국문학의 가장 먼 곳에서 온 가장 가까운 이야기, 가장 내밀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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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로야 | aq**0317 | 2019.05.0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들어가며 주야 간밤 ...




    들어가며


    주야

    간밤

    비 내리던 사문진

    금난새가 이끄는

    피아노 100대 연주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

    숙이를 숨 멎게 했어


    『로야』의 첫 페이지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소리내어 읽어봤습니다.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책날개에 적혀 있는 저자에 대한 소개글을 보면서 '아하~' 힌트를 얻었습니다.


    저자 다이앤 리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독어독문학과를 공부했고, 2001년 캐나다로 이주해 현재 남편과 딸과 밴쿠버에서 살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애호하여 밴쿠버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벤쿠버 리사이틀 소사이어티의 연간 회원을 7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겪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감춰왔던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쓴 첫 소설, 바로 『로야』로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로야』의 주인공을 통해 저자 다이앤 리를 봤습니다. 그녀의 불안과 고통이 어떻게 발생됐고, 어떤 방식으로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평범해보이는 한 사람의 일상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내면의 세계가 낯선 듯 익숙해보입니다.

    이야기는 웨스트 브로드웨이에서 갱단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고등학생 알프레드 윙 군의 소식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수영 클럽으로부터 온 이메일을 통해서 지난주 발생한 총기 발사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 소속된 수영클럽 학생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딸 로야도 수영 클럽에 갔다가 알프레드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고 발생 전에는 나이도 다르고 스케줄도 달라서 전혀 몰랐던 알프레드였는데, 이제는 모두가 알프레드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내 딸과 같은 수영 클럽 선수였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은 충격을 받습니다. 아이가 속한 클럽이 갑자기 마약이나 갱단의 위협을 받기나 한 것처럼.

    그리고 얼마 후 알프레드의 장례식이 열리는 토요일이 되자 남편은 아이와 함께 수영과 오케스트라 일정을 치르느라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주인공 혼자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장례식에 참석해야 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가면 알프레드와 내 아이가 겹쳐 보일 게 분명하니까, 무엇보다도 알프레드 가족을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나의 비겁함은 상실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비극의 화살을 막아 낼 방패가 나에겐 없고, 이제 신과 함께 있으니 아이는 더 좋은 곳에 있다는 관용 도한 나에겐 없다.

    슬픔을 가장한 두려움을 덮어쓰고 장례식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간  나의 본마음을 꿰뚫어 본 아이가 내 가면을 휙 벗겨 낼 것만 같았다.

    적나라하게 벗겨지면 그 자리에서 와르르 무너지거나 바락바락 대들 것만 같았다.

    어느 상황에도 처하기 싫었다. 나는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비극의 참관을 거부하는 게 맞아 보였다."  (23p)


    나였더라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피하고 거부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감정을 추스리고, 서둘러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빨래와 침대 정리, 저녁 준비... 그리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저녁 음악회에 참석합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는 비도 오지 않고 안개도 끼지 않은 청명한 겨울밤이라서 막힘이 없습니다. 그때 비현실적으로 붉은 색깔의 차 한 대가 오른편에서 훅 뛰쳐나오더니 바로 눈앞에서 한 바퀴 휙 돌아서 주인공이 탄 차를 정면으로 쿵, 들이받고 멈춰버립니다.

    다행히 아무도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정지된 시간 속에 공포가 엄습해옵니다. 남편이 911 버튼을 눌러 구급대원에게 사고 상황을 설명합니다. 구급대원은 사고를 낸 다른 차량의 상황을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남편이 바깥으로 나가 보려는 순간, 주인공은 나가선 안 된다고 남편을 제지합니다.


    "안 돼. 나가지 마. 나가선 안 돼."  (28p)


    정말 이 장면에서 굉장히 몰입했고, 심장이 쿵쿵대며 불안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한밤중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충돌사고가 너무 불길해서, 혹시나 차 바깥으로 나갔다간 뭔가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끝까지 읽고나서야 맨 처음에 봤던 수수께끼 같은 문장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 이후 주인공은 내면에 봉인되었던 깊은 상처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이뤘는데, 오히려 행복해서 과거의 불행이 더 커다란 고통이 되는 아이러니. 타인에게는 감출 수 있어도 정작 본인에겐 지워지지 않는 것.

    그러나 주인공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곁에 있습니다. 딸 아이의 이름 로야는 페르시아어로 '꿈'이나 '이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과 남편과는 달리 로야는 자신의 근원지를 낙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을 들으면서 어쩌면 이토록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신기했습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에서 불현듯 쏟아지는 대포알 소리는 주인공의 말처럼, 아니 주인공 엄마 숙이 말대로 숨을 멎게 했습니다. 『로야』라는 소설은, 그야말로 가슴을 내려치는 대포 소리였습니다.

    대포 소리가 축포인지 절망의 폭격인지는 온전히 듣는 이의 몫이지만, 부디 각자의 로야를 찾기를 바랍니다.

    5월 가정의 달,『로야』를 읽은 건 아무래도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편지를 써야 될 것 같습니다. 

     

     

     

    캡처.JPG

  • 로야 | be**ty1244 | 2019.05.0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로야는 다이앤 리의 장편소설로 제15대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이다.

    로야는 다이앤 리의 장편소설로 제15대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다이앤 리는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경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캐나다로 이주해 현재 남편과 딸과 함께 밴쿠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란계 남편과 여덟 살 난 딸과 함께 밴쿠버에서 지내는 저자는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큰 사고임에도 외상이 없어 보였던 저자는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후 어느 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고통은 치료하기 위해 NET 치료법인 지압이나 상담을 통한 치료법으로 고통의 내면에 애써 숨겨왔던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고통을 치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로야는 꿈이나 이상을 뜻하는 페르시아 "어"이자 소설 속에서 딸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로야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였다.

    태어나 보니 전쟁터였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싸워야 했다. 싸우고 싶지 않은데도 싸움을 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자의가 아니더라도 혐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혐오스럽고 부끄러워 숨겼다. P248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이유 없는 학대와 피해자를 자처하며 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엄마..

    따뜻하고 편안해야 하는 집이 전쟁터 같은 집이 되어버린 어쩌면 어릴 적 학대에 대한 기억보다 그런 기억을 자꾸 떠오르게 하는 엄마가 나는 더욱더 저자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 또한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아버지는 경제생활을 하지 않으셨고 심지어 엄마에게 손찌검을 자주 하셨다. 아빠가 화가 날 때마다 1남 3녀인 우리는 가장 어린 남동생은 엄마와 함께 나와 동생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도망을 다니곤 했었다. 1남 4녀를 먹이고 가르치기 위해 엄마는 억척스럽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힘든 일을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항상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지금도 어릴 적 기억이 잊히질 않아서 아빠와는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연세가 드신 지금도 엄마에겐 화를 많이 내는 아버지를 볼 때면 잊고 싶었던 어릴 적 기억들이 떠올라 나는 아빠에게 어릴 적 힘들었던 기억까지 담아 악다구니를 하며 소리를 질러대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저자의 아픔이 얼마나 큰 아픔이었는지 그 아픔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이렇듯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픈 기억을 억지로 지우려고 노력을 해도 근원적인 기억은 남아있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저자인 '나'의 닻인 남편과 돛인 아이와 어릴 적 아픔을 치유하고 행복한 '나'로 살아가길 응원해본다.

     

     

  • 로야 | le**2001 | 2019.05.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오랜만에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을 접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로야은 캐나다 벤쿠버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어느 한 중산층의...

    오랜만에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을 접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로야은 캐나다 벤쿠버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어느 한 중산층의 한 가정의 삶을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후유증을 가지고 치료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어느 가정이든지 사고가 나면 평안하고 규칙적이고 질서적인 생활방식에서 어느 한순간 무너지고 경제적인 물질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게 되면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밑빠진 독이요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로야는 교통사고 후유증을 통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또한 오랜세월 살면서 자신의 살아왔던 근원적인 상처 오래된 상처를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그 상처를 회복하고 쾌유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으로 어느 누구나 아프고 병들면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자신도 평상시에는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면서 어느날 문득 시간이 생기고 조용할때 그동안의 살아온 과거를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이렇게 살면 안되지 고쳐야지 등등을 생각하면서 내 자신이 내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로야도 병들고 아프다보니 육신적인 휴식을 통하여 그도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의 상처를 보듬어 보고 생각하면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나자신 나만아는 삶을 살았습니다.

    막내다 보니 아래을 챙길일이 없으니 남들은 막내라고 하면 사랑을 많이 받았겠다하고 말을 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오빠 언니의 심부름 항상 물려입고 새것은 구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꿈이 새옷을 입고 새 물건을 쓰면서 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커가면서 언니보다 몸집이 크다보니 어쩔수 없이 새옷을 사주고 새 물건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항상 마음속에 어른이 되면 그 만큼 오빠 언니도 나이를 먹고 늙을 것이니까 힘이 빠질것이니까 그때 되갚아 주자하면서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러나 환갑의 나이가 되면서 그들을 바라보니 언제 내가 심부름을 시켰느냐하면서 오리발을 내미는데 할 말이 없고 나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고 자기 자녀에게는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로야도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마음의 후유증을 가지면서 뒤를 돌아보고 근원적인 상처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6남2녀의 막내로 7명의 심부름과 그들의 종살이를 하다보니 너무나 힘이 들었고 마음의 병이 되었답니다.

    후유증을 치료하기위해서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은 형제들보다 제일 잘 되었다고 생각되는데 형제들 한편으로 인간적인 쾌감을 가지고 이제는 되갚아주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로야가 근원적인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려낸 것처럼 저 자신 형제들에게 받았던 근원적인 마음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 로야 | kk**dol8 | 2019.05.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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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고딕"; font-size: 11pt; line-height: 32.6px;">
    알프레드 가족은 지극히 흔하고 적당히 번잡한 지역에서 저녁을 먹은 뒤 적당히 흔하고 지극히 조용한 주택가가 있는 코퀴틀람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p15)


    내가 정지해 있어도 세상은 돌아가고 , 언젠가는 그 세상에 내가 어설프게나마 맞춰지거나 그 세상이 나를 위해 슬그머니 맞춰 줄 것을 안다. 동네 어귀 신호등의 빨간불도 더는 깜빡깜빡하지 않는 것처럼, 깜빡깜빡은 영원한 정지가 아니라 잠정적 보류다. 모든 것이 닮아서 이 세상은 지루한 동시에 재미있다. 그날, 밤새도록 눈이 내렸고 우리는 훈훈한 침실에서 고요한 잠을 잤다. (p78)


    견고하던 유리 장벽이 산산히 깨지더니 나를 살펴보던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되었다. 변호해야 하는 아빠를 없애고 설명해야 하는 나를 없앤 그곳에 여덟 살의 내가 있었다. 자그마한 눈이 반짝이는,채워지지 않아 늘 허기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서 늘 답답한, 겁에 질려 울먹울먹하는 ,어린 아이가 있었다. (p173)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메시지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해. 그저 현상으로 이해했으면 해. 당신이 본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건 단지 보이는 것이지 보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하지 않았으면 해.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은 달라. 메시지가 아니야. 현사일 뿐이야."(p226) 


     교통사고 후 나는 너무나 많은 약을 먹어 오고 있었다. 종류는 매번 달랐고 강도는 매번 높아졌다. 이것의 끝이 건강인지 허약인지 헷갈릴 만큼 많은 양이었다. 복용한 것 중에 배출되지 않고 몸에 쌓인 것도 있을 것이다. 고통과 치료제는 내 몸 안에서 공생해야 할 것이다. 그것들의 자리가 크기 않기를 바랄 뿐이다. (p260)


    우리의 삶은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하여 삶의 전환점과 겹쳐지는 경우가 있다. 나의 삶 속에 감춰져 있는 고통의 실체는 우연히 일어난 어떤 사고로 인해 시작되었으며, 그 고통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있다. 그 고통이 내 앞에 놓여질 때 자신은 어른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아이가 되는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된다. 예고치 않은 눈물과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우물 속에 빠져 버렸지만 거기서 나올 수 없는 그러한 순간을 목도하게 되는데.이 소설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느꼈던 고통에 대해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나가고 있다. 자신의 고통의 깊이가 커질수록 그 고통의 근원을 찾아 나가려는 화자의 욕구는 커져가게 되고,고통의 크기는 약의 갯수와 비례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알프레드 가족이다. 알프레드 가족에게 일어난 교통사고는 대형 사고도 아니었으며, 겉으로 보기에 큰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고로 인하여 주인공의 삶은 바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교통사고의 순간을 잊지 못함으로서, 주인공 스스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을 활용해 그 교통사고를 재현하고 있었다. 교통사고 순간 느꼈던 차 바퀴가 긁히는 소리가 실제로 나타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무의식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타나지 않는 무의식적인 현상들이 주인공의 삶을 가둬 버렸으며, 일상적인 삶이 멈춰 버리게 된다.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을 자지 못하게 되고, 약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주인공 앞에 놓여지게 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무의식의 실체에 대해 주인공의 기억에 현전하고 있다. 그 기억에 대해서 ,카세트 테이프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듣는 것처럼, 소설 속 주인공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늘어질 때까지 주인공의 삶을 억압하고 살아간다. 더 나아가 그 기억은 과거와 현재의 또다른 고통들과 교차되어서, 주인공의 삶을 바꿔 놓게 되는데, 그 고통은 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예고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서 주인공 스스로 지치게 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우리는 이처럼 현대의 의학으로는 풀 수 없는 무의식적인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 소설은 바로 그 무의식적인 고통을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재현해 내고 있다.

  • 로야 | do**lh | 2019.05.0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상태에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세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상태에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세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단연 좋은 작품이겠거니 하며 전혀 긴장감 없이 책을 들었죠. 그런데 책을 처음 읽다보니 무슨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에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수영 클럽 회원 중 한 아이가 갱들의 총격전에 희생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사건이 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습니다.

     

    빨래를 개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일상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던 이들 가족의 모습이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서도 평온하고 평범했던 하루 하루의 일상이 이렇게 뒤바뀌어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니까요.

     

    이 교통사고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는데 제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더라고요. 매우 신선했다고나 할까요. 이 사고를 통해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의 삶과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과거의 삶은 아주 좋았던 기억이 많지 않다면 덮어두고 싶고 그냥 기억하려 애쓰고 쉽지 않고 묻어두려 할텐데 주인공은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사고로 인해 현재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면 과거에는 정신적인 고통 역시도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상처로 가득한 그녀의 과거. 특히 가족으로 받은 상처였던 것이죠.

     

    사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이 이야기가 그냥 단순한 소설이라고 하기 보다는 실제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글을 통해 꺼내어 놓고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또한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다 아픈 부분, 아픈 과거가 조금씩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없을 뿐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고요.

     

    저 역시도 이 책을 통해 그냥 단순한 소설이 아닌 우리 삶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리고 이미 누구나 겪어 왔던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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