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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프(양장본 HardCover)
535쪽 | A5
ISBN-10 : 8958624493
ISBN-13 : 9788958624493
바빌로프(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피터 프링글 | 역자 서순승 | 출판사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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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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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위대한 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의 열정적인 삶과 비극적인 죽음을 그리다!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의 삶과 비극적인 죽음의 과정을 담은 전기 『바빌로프』. 19세기 말 재정러시아에서 태어나 기아에 시달리는 러시아 인민들의 고통을 덜고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종자를 모으며 연구했던 전문과학자로서의 바빌로프의 생애를 조명한다.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러시아 농업에 대한 사보타주와 간첩 등의 오명을 쓰고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죽는 비극인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동시에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전해주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피터 프링글
저자 피터 프링글(Peter Pringle)은 미스터리 소설 《민들레의 날The Day of Dandelion》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주목 도서 《식품주식회사: 멘델사(社)에서 몬산토사(社)까지-유전공학의 득과 실 Food, Inc.: Mendel to Monsanto-The Promises and Perils of the Biotech Harvest》(공저), 베스트셀러 역사서 《실탄 난사: 피의 일요일, 데리, 1972 Those Are Real Bullets: Bloody Sunday, Derry, 1972》(공저) 등 총 9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인디펜던트》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터》 《애틀랜틱》 《뉴리퍼블릭》 《네이션》 등에 꾸준히 (과학)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역자 : 서순승
역자 서순승은 단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및 독일 마인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5년여 동안 단국대학교와 동아대학교에 출강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영어 및 독일어)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검은 당나귀》, 《2051년》, 《죄의 역사》, 《정보화 혁명의 세계사》 등 다수가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프롤로그 - 우크라이나, 1940년 8월 6일
1장 - 모스크바, 1905년 12월
2장 - 페트로프카와 카티야
3장 - 다윈의 도서관에서
4장 - 모스크바, 1916년 여름
5장 - 세계의 지붕에서, 1916년
6장 - 혁명과 내전
7장 - 코즐로프의 원예가
8장 - 레노츠카
9장 - 페트로그라드: 까마귀들의 도시
10장 - 백금 주괴
11장 - 아프가니스탄, 1924년
12장 - 아비시니아, 1926년
13장 - 맨발의 과학자
14장 - 과거와의 단절
15장 - 국가보안파일 006854
16장 - 열렬한 애국자
17장 - 먹구름
18장 - 적색교수
19장 - 마지막 원정
20장 - 마른하늘에 날벼락
21장 - 리센코의 공격
22장 - 최후의 결전
23장 - 테러
24장 - 불더미 속으로
25장 - 마르크스주의 철학자들
26장 - 체포
27장 - 심문
28장 - 다시 사라토프로
29장 - “올레그, 너는 지금 어디에?”
에필로그 - 바빌로프의 유령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인류의 미래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다 한 세기 전, 굶주림의 고통에 죽어가던 이들을 위해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작물을 수집하고 연구했던 과학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는다. 그가 바...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인류의 미래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다

한 세기 전, 굶주림의 고통에 죽어가던 이들을 위해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작물을 수집하고 연구했던 과학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는다. 그가 바로 러시아의 식량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이다.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는 혼란과 격동의 시대, 이상을 향한 한 과학자의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삶과 그로 인한 비극적인 죽음의 과정을 담은 전기이다. 《바빌로프》는 이데올로기와 과학, 정치와 과학자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서술한 책이면서 동시에 유전적 다양성을 하나둘 잃어가고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전해준다.

20세기 초 세계를 누빈 과학자, 바빌로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책의 주인공 바빌로프는 은하계를 도는 소행성과 달의 분화구에도 이름을 새겨넣은 세계적인 과학자이다. 그는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전 세계 사람들을 구하려면 농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세계를 무대로 살아간 과학자이면서,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인식한 최초의 과학자였다.
그는 러시아의 척박한 땅과 혹한의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다양한 환경과 변화무쌍한 기후, 병충해에 적응하는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세계 여러 지역 작물의 다양한 유전적 자원을 찾아내어 연구하고 활용하면 인류가 굶주림의 고통에서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레닌의 후원을 통해 구체화되고 실현될 수 있었다.

바빌로프의 삶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는 사실과 인류의 기근을 없애겠다는 이상으로 열정을 바친 삶, 모험가적 기질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기가 혼돈과 혁명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그의 삶을 더 드라마틱하게 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에는 20세기 초, 혼란스러운 역사 한복판에서 파미르 고원에서 에티오피아,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세계를 탐험한 그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당시로서는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시대적 배경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던 지역을 목숨을 걸고 탐사하는 상황에서 위기의 순간들과 험난한 여정은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가 찾고자 했던 식물은 파미르 고원 같은 산악지대에 있었다. 그런 곳에서 러시아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역질 토양, 극한의 기후, 적은 강수량, 짧은 생장기들을 견뎌내는 작물을 다수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빙하 주변에서 노숙을 하고 가파른 절벽을 따라 위험하게 난 좁은 길을 말과 함께 지나다가 목숨을 잃을 뻔도 하고(p.99) 독일의 첩자로 몰려 붙들렸다 풀려나기도 하는 등 세계를 누비며 탐험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펼쳐진다.

세계를 무대로 한 그의 탐험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을 때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징집되었지만 그는 군인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갖춘 식물학자로 소환된다. 페르시아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 병사들이 그 지역에서 생산된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고 환각증상까지 일으키는 병에 걸렸는데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다. 바빌로프는 이때를 자신의 오랜 꿈을 실천에 옮길 절호의 기회로 생각한다. 그곳에서의 문제만을 잘 해결한다면 페르시아 북부지방에서 러시아 북부의 곡식들을 초토화한 흰가루병에 내성이 강한 특별한 유형의 밀 품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첫 번째 탐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종하지 않고 들에서 자생하는 최상 품종의 벼를 찾아내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씨앗을 수집해간다. 실제로 바빌로프는 파미르 고원 깊숙한 곳에서 내한성 밀을 찾아낸다. 가뭄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밀 경작지에 제격인 품종으로 녹병이나 흰가루병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 품종이었다. p103 바빌로프는 자신이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고산지대가 수천 년 동안 특이한 형태의 식용식물을 발전시켜온 ‘천연실험실’이자 그곳 작물들의 야생근연종이 환경에 엄청난 탄력성을 갖추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를 계기로 바빌로프는 무수한 식물탐험 여행을 통해 품종들의 진화과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세계 주요작물들의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가 첫 번째 탐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1917년 절대왕정에 대한 봉기가 일어나고 1차 세계대전과 함께 10월 혁명이 일어난 시기였다. 대혼란의 와중에 바빌로프는 군사전략 도시였던 사라토바에서 30세의 젊은 농학교수가 된다. 그는 그곳에서 <유전변이에 나타나는 상동계열의 법칙>의 제목을 단 논문 한 편을 발표한다. 이 작업은 멘델레프가 원소주기율표를 통해 무질서에 있던 원소들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화학자들로 하여금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의 존재를 예측할 수 있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물계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 시도였다. 바빌로프는 그렇게 식물학자들로 하여금 누락된 형태들 혹은 특정한 종 안에서 빈자리들을 찾을 수 있는 연구의 기반을 만든다. (p.124) 논문 한 편으로 소련의 영웅으로 부상한 바빌로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들을 재분류하여 빈자리들을 하나하나 메워가기 위해 본격적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로 식물 원정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과학과 정치, 음모의 플롯

레닌의 사후, 유전학을 둘러싼 리센코와의 논쟁, 스탈린의 정치적 박해와 숙청의 과정은 잘 짜인 스릴러물처럼 읽힌다.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어떻게 억압하고 재단하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정치와 국가의 모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잘 이야기해준다.
이후, 스탈린 치하의 소련 사회가 가시적인 실적 달성과 숫자상의 진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바빌로프와 같은 방식은 점차 걸림돌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라마르크주의적 획득형질을 통해 작물을 개량하려는 리센코와 같은 ‘맨발의 과학자’들이 스탈린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다. 리센코는 춘화처리를 통해 작물의 형질을 개량한 사례를 내세우며 환경요인의 변화를 통해 유전자에 변화를 주어 획득형질을 유전시키고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스탈린은 리센코주의가 가시적인 성과뿐 만 아니라 그의 정치적 노선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였다. 바빌로프의 유전학적 방법은 장기간에 걸친 실험과 연구가 필요한, 당장의 효력을 보여줄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바빌로프 역시 러시아의 다른 많은 과학자들처럼 정치적 박해를 피할 수 없었다. 스탈린의 정치적 후원을 받는 리센코와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리센코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바빌로프의 영향력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리센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각종 연설과 기고문을 통해 유전학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바빌로프 진영과 리센코 진영 사이 과학자들의 대립은 극으로 치달으면서 최후의 결전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1929년 바빌로프가 소련의 극동지역, 중국, 일본을 탐사하러 떠나 있는 동안 폭풍우가 치기 시작한다. 스탈린이 표방하는 ‘과거와의 대단절’이 급속하게 문화전선으로 확대되어가고 있었다.(p.247) 이 일로 700명이 넘는 아카데미 직원들이 귀족이나 부르주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해고되고 500~6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투옥되거나 강제 추방된다. 또한 스탈린의 농업정책에 대한 불평이나 비판도 처형의 빌미가 되었다.(p.248) 그러는 사이 리센코의 주가는 계속 치솟는다.
1932년~1933년 겨울에 또 다른 기근이 소련을 덮쳤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약 5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도시 노동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농촌지역의 식량을 강제로 징수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1921년 레닌의 경우처럼 국제사회에 원조를 호소하는 대신 스탈린은 자국민에게조차 그 재앙을 숨긴 채 책임을 전가할 희생양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p.305) 하지만 1936년 소련 생물학의 운명과 직결된 토론회에서도 바빌로프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위기를 느낀 바빌로프는 1937년 모스크바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된 국제유전학회를 마지막 기회로 삼아 리센코주의를 누르고 유전학의 입지를 회복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 역시 스탈린이 학회를 취소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만다. 1937년 피의 숙청이 정점을 치닫고 있을 무렵 바빌로프의 타고난 낙관주의는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고 있었다.
바빌로프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박해할 구실을 찾던 스탈린은 자신이 실행한 농업 강제 집단화로 인한 수확량 손실과 함께 대기근이 닥치자 연방국가정치보안부를 통해 소련 농업의 파괴와 사보타주 활동에 관여한 죄를 뒤집어씌울 가상의 반혁명조직을 만들어낸다. 바빌로프는 이 조직의 지도자로 명단에 올랐다. 그리고 바빌로프를 처벌할 근거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국가보안파일006854를 완성한다. 스탈린은 바빌로프에게 반역죄와 스파이, 소련 농업에 대한 사보타주의 등의 혐의를 씌워 그를 체포하고 비공개 재판을 거쳐 사형을 선고한다. 체포된 이후 그의 심문은 400회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고문전문가이자 기록조작 전문가가 그의 혐의를 만들어내고 그의 감방에는 자유를 담보로 바빌로프를 밀고하려는 감방동료가 붙기도 했다.(p.413)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바빌로프를 사형에 처하는 것은 스탈린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바빌로프는 사라토프 지역의 감옥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곳에서 만성적인 굶주림에 숨을 거둔다.

훗날 심문과정에서 드러난 바빌로프의 굳은 의지는 그를 존경하는 사람 사이에서 하나의 긍지로 회자된다. 끝까지 신념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갈릴레이를 능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자로 낙인찍혀 화형당할 위험에 처하자 갈릴레이는 자신의 신념을 철회했지만 바빌로프는 유전학과 멘델에 대한 자신의 신념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었다.(p.412)

“인생은 짧습니다. 서둘러야 한다니까요.”

바빌로프가 즐겨 쓴 말이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열정, 타고난 성품과 자질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학적 확신과 신념을 바탕으로 세계를 누볐던 그는 독일어, 이탈리아어는 물론 암하라어, 페르시아어 등 15개의 언어를 구사했던 진정한 코스모폴린탄이자 세계주의자였다. 그가 많은 언어를 알고자 했던 것도 현장의 농부들의 목소리를 중요시하고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그곳의 농업을 더 가까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과학엘리트로서 예외적인 존재였다. 그는 늘 열린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쓴 순수 과학자였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코즐로프의 원예가 미추린을 대할 때도 그러했고 나중에 정적이 된 리센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바빌로프는 다른 학자들처럼 단순하게 리센코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이론과 연구방식을 존중하였고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를 시도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바빌로프는 리센코와의 대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동료학자들이 리센코의 오류를 지적했을 때도 그는 나서지 않았다. 다른 학자들은 바빌로프가 리센코의 결점들에 지나치게 관대했다고 보았다. 바빌로프는 그 나름대로도 환경과 관련해서는 연구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고전적 유전학에서도 환경적 요인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리센코가 자기 방식대로 하다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도 많았다.(p.321)
그는 과학적 분석과 검증을 중시했다. 토론은 환영했으나 악다구니 논쟁은 피했으며, 피 튀기는 전쟁이 아닌 대안적인 이론을 추구했다. 학창시절 기차여행 있었던 일은 그가 지닌 학자로서의 성품과 기질을 잘 보여준다. 학생들 사이에서 멘델의 법칙과 작물 육종의 연관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져 주먹다짐으로 이어질 상황이 되자 그는 멘델의 유전이론을 법정에 세워 모의 청문회를 개최한 일도 있었다.(p.57)

하지만 《바빌로프》가 위대한 과학자를 미화하지만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인간적인 약점까지도 함께 보여주는 것은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젊은 시절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학자로서의 재능에 대한 회의, 고뇌와 고민을 함께하기도 하고(p.49) 첫 번째 결혼을 한 카탸와의 갈등, 연인이자 두 번째 부인, 바룰리나와 지속된 비밀 연애 등 인간적인 면모도 등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바빌로프만이 아니라 그의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덧붙여 또 다른 감흥을 더해준다.

바빌로프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그의 동생 세르게이는 핵물리학자로 국제적인 명성이 있었던 과학자였다. 그는 바빌로프의 비참한 죽음에 슬퍼하고 그의 남겨진 가족을 위해 헌신적이었던 동생이었다. 바빌로프의 죽음 이후 그는 소련과학아카데미 원장으로 임명되는데 스탈린은 그를 이용해 바빌로프가 체포되어 죽임을 당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잠재우고자 했다.(p.445) 형의 비극적인 죽음과 진퇴양난에 빠진 자신의 난처한 상황에 괴로워하지만 과학아카데미의 책임자로 취임하고 변화를 모색하면서 바빌로프의 남겨진 가족, 바룰리나와 아들 유리를 끊임없이 보살핀다. 삼촌의 도움으로 바빌로프의 두 아들은 러시아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첫째 아들 올레그 역시 바빌로프가 죽은 지 3년 후 스키여행을 갔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당시 발생했던 수많은 의문사처럼 올레그의 죽음 역시 밝혀낼 길은 없었다.(p.452) 어쩌면 아버지 바빌로프의 죽음과 관련하여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바빌로프의 죽음 이후

바빌로프의 죽음 이후 리센코는 토론회를 통해 유전학에 대한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고 요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한다. 훗날 저명한 미국의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48년 당시 소련아카데미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리센코의 승리가 ‘20세기 과학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사기극’이었다고 말한다. 구소련 체제하에서는 바빌로프의 학술서나 글을 읽을 수 없었음은 물론, 심지어는 그의 이름을 거론하는 일조차 금기시되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스탈린의 사후 정치적 복원이 이루어지면서 1967년 식물산업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바빌로프의 연구소도 N.I. 바빌로프 식물산업연구소로 개칭된다. 그리고 1987년 바빌로프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바빌로프의 완전한 신원 복원이 이루어진다. 영국 대사관이 본국의 외무성에 관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 일을 두고 “또 하나의 빈칸이 메워졌다”라는 말로 끝맺음했다. 당시 《과학인명사전》의 바빌로프 항목에는 “서구와 소련에서 바빌로프는 20세기의 탁월한 과학자 중 한 사람, 소련 과학의 상징, 그리고 과학적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로 간주된다”고 적혀 있었다.
인류에게 위대한 유산을 남긴, 다양성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지키고자 했던 바빌로프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바빌로프의 종자은행은 여전히 성실하고 헌신적인 연구자들에 의해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고, 아직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소중한 씨앗들은 자연재해나 인재로부터 전 세계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종자은행의 개념은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공동의 그릇’이라는 바빌로프의 유토피아적 이상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경작 가능한 땅의 7퍼센트에서 유전자 변형 곡물이 재배되고 있고 새로운 품종은 소유권을 주장하는 기업농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 관리되고 있다. 또한 잦아지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라 요동치는 식량가격 등의 문제와 함께 세계화시대 먹거리 문제는 다시금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우린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취약해지고 있는지, 과학의 시대, 성급한 이데올로기와 쉽게 뒤집어지는 정치적 변화의 격랑 속에서 과학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는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1995년 식물탐험가이자 육종학자인 잭 할런은 이렇게 말했다.

“바빌로프의 세계는 사라져가고 있고 그가 알고 있던 유전자 다양성의 원천은 메말라가고 있다. 바빌로프가 수많은 원정에서 묘사한 바 있는 다양한 변이 양상들은 수십 년 이내에 더는 볼 수 없게 될 것이며, 재배식물들의 오랜 진화가 남긴 살아 있는 흔적들도 영원히 지워져버릴지 모른다.” (p.447)

몇몇 리뷰

러시아가 낳은 걸출한 육종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의 전기는 여러 차원에서 읽을 수 있는 독특한 기록물이다 …… 위대한 인물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정통적인 방식으로 읽을 수 있으며, 오늘날 지구의 상황을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예견한 일종의 과학적 예언서로 읽을 수 있다. 나아가 과학과 정치, 과학자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사례의 차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점에서도 이 책은 성공적이다.
-조효제(성공회대학교 교수)

“과학과 정치와 음모를 다룬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이 책은 유전학의 탄생과 탁월한 한 과학자의 파란만장한 삶 및 집단농장과 강제수용소로 대변되는 스탈린의 공포정치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다. 저자 프링글은 폭넓은 역사적 시야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놀라운 대작을 만들어냈다.”
- 월터 아이작슨(《스티브 잡스》,《아인슈타인》의 저자)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사이비 과학자 리센코와 그의 후견인 스탈린의 무자비한 공격을 견뎌야 했던 초기 소련 과학자 가운데 여러 면에서 가장 위대하고 용감한 인물이었다. 피터 프링클은 문서보관소의 자료와 개별 인터뷰 내용을 전문가적 솜씨로 취합하여, 바빌로프의 화려한 비상과 비극적인 최후를 감동적인 이야기로 그려냈다.”
- 메튜 메셀슨(하버드대학교 분자생물학 교수)

“한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흥미롭고 탁월한 이 이야기는 진작 나왔어야 했다. 바빌로프는 미국의 이른바 ‘녹색혁명’보다 30년이나 앞서 지구 농업의 혁명을 시도했다. 모험과 용기로 가득한 그의 역동적인 삶과 소련 유전학을 살리기 위한 지난한 투쟁은 이 책을 마치 스릴러물처럼 읽히게 만든다.”
-조레스 메드베데프(《리센코, 소련 과학, 소련 농업의 비상과 추락》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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