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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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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5618352
ISBN-13 : 9788955618358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중고
저자 우치다 타츠루 | 역자 김경원 | 출판사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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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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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외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미선택 제본불량 미선택 부록있음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60425, 판형 138x204, 쪽수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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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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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루키는 읽히고 읽히고 또 읽히는가?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의 지식인 우치다 타츠루의 저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안내하는 비평 에세이다. 보통 비평이나 평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는 하루키에 대한 편파적인 애정이 가득하다. 심지어, 처음부터 저자 자신이 팬이라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하루키에 대해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하루키의 팬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과 사상가이기 때문에 짚어낼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루키 작품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식사 장면의 의미, 하루키 작품에 드러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 문단에서 하루키가 저평가되는 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 등을 읽노라면 사람들이 하루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저자소개

저자 : 우치다 타츠루
저자 우치다 타츠루는 철학, 문학, 사상,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번뜩이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
30년 동안 하루키를 읽어오고 있으며, 피폐해진 정신으로 읽어도 몸속에 ‘푹 스며들어오는’ 하루키의 글에 반해 그의 광팬을 자처하게 되었다. 하루키 문학을 향한 넘치는 애정으로 써온 글이 어느덧 책 한 권이 넘는 양이 되었고 그것을 엮어 책으로 냈다. 그는 자신의 글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이라고 밝히지만, 팬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하루키 문학의 주요 지점을 인문학의 시선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도쿄대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프랑스 현대사상, 영화론, 교육론, 무도론 등을 전공했다. 고베여학원대 문학부 종합문화학과 교수직을 퇴직한 뒤 동대학 명예교수가 되었다. 2011년 고베 시에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터 ‘개풍관(凱風館)’을 열어, 문무를 함께 단련하고 있다.
저서로는 《푸코, 바르크,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하류지향》, 《스승은 있다》,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일본변경론》,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등이 있다.

역자 : 김경원
역자 김경원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대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와 한양대 비교역사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우치다 타츠루의 《일본변경론》,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가 있고 그 밖에도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세계화의 원근법》, 《가난뱅이의 역습》, 《론리 하트 킬러》,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등이 있다.

목차

한국의 독자분들게: 팬으로서 하루키를 읽는 방법
프롤로그: 하루키 씨, 팬입니다
머리말: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곳적 이야기성에 대하여

1. 하루키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밥 짓는 장면과 청소하는 장면
트라우마
해외 생활
‘학생운동’에 대하여
세계에 구조를 부여하는 힘
섹스 장면
시바 료타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공정함’
하루키와 달리기: 갖고 있는 자원으로 꾸려 나가는 일_《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관한 평

2. 《1Q84》를 낸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가 예루살렘으로 떠난 해
벽과 알; 예루살렘 강연을 읽다
《1Q84》 독서 중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는 방향
‘아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힘들 때 스승에게 기대기
하루키와 음악: ‘펫 사운즈’의 추억

3. 세계 속의 하루키를 쫓는 모험
‘노벨상 수상 축하 예정 글’ 2009년 버전
무라카미 하루키와 시바 료타로
‘아버지’의 존재
영적인 배전반에 대하여
한국 드라마 <겨울 연가>와 《양을 쫓는 모험》의 설화론적 구조
식욕을 돋우는 비평
‘심하게 결여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특별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를 몸으로 읽다_시바타 모토유키×우치다 타츠루

4. 세계의 소설과 번역가 하루키 랜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번역을 이야기하다
번역이란 자기 몸에 남의 머리를 갖다 붙이는 것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다
‘너’는 홀든 자신이다
극동의 아바타, 《양을 쫓는 모험》과 《기나긴 이별》
하루키와 힐링북: 읽고 힘을 얻는 책_《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5. 하루키의 생각을 들어라
장어 군, 소설을 구하다
다자이 오사무와 무라카미 하루키
선택받은 수신자
100퍼센트 여자와 베버적 직감에 대하여
하루키와 평행세계:《양을 쫓는 모험》의 주인공과 우치다 타츠루

6.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동철학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에 나오는 ‘아침밥’의 서사적 기능
청소하는 파수꾼
After dark till dawn; 해가 지고 새벽이 오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하드보일드 이블 랜드
경계선과 죽은 자들과 여우
‘여자 없는 남자’의 한 사람으로서

맺음말: 무라카미 하루키를 논한다는 유혹적인 즐거움
에필로그: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써주세요
옮긴이 후기: 무라카미 하루키를 새롭게 발견하다
부록: 이 책에 등장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

책 속으로

팬이라면 어떤 식으로 읽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타당성을 한쪽으로 치우는 대신, 좋을 대로 읽을 자유를 얻는 것이 바로 팬의 입장입니다. 이 책은 진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멋대로 읽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독자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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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면 어떤 식으로 읽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타당성을 한쪽으로 치우는 대신, 좋을 대로 읽을 자유를 얻는 것이 바로 팬의 입장입니다. 이 책은 진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멋대로 읽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독자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읽어도 뭐 괜찮네’ 하고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준다면, 저자로서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_한국의 독자분들께(11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리저리 긁어모은 식재료’로 ‘보통 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을 실로 꼼꼼하게 묘사합니다. 내가 기억하기에 메뉴를 정한 다음 음식 재료를 사들이고 정성스럽게 조리하는 장면은 (그토록 수많은 요리 장면이 있지만) 없습니다. 대개 언제나 있는 것을 긁어모아 사용합니다. ‘있는 것을 활용하는’ 자세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관과 곧바로 결부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조건은 ‘이미 부여받은 것’입니다. 어떤 나라의 어떤 부모 슬하에서 태어나는가, 어느 수준의 신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을 타고나는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은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 ‘내던져진’ 형태로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쓸 만한 것은 주어진 것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손에 쥐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놓는 것, 그것뿐입니다. _밥 짓는 장면과 청소하는 장면(30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버지란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라 분석적 의미의 아버지, 즉 세계의 질서를 담보하는 자를 가리킵니다. ‘신’이라고 불러도 좋고 ‘역사를 꿰뚫는 철의 법칙성’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전능자가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묘사해왔습니다. 그는 지금껏 섬겨야 할 주군이나 스승, 윗분으로 모셔야 할 멘토가 있는 주인공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이 물음이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주인공들이 공통으로 짊어진 십자가였고, 이 주제의 보편성 때문에 그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_‘아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87쪽)

준상이 ‘그림자의 나라’에서 돌아온 것은 유진 이외의 모든 이가 장례를 잘못 치른 탓입니다. ‘그의 장례식은 끝났어. 이제는 그를 잊어버리자’ 하고 모두들 굳게 결의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준상=민
형은 ‘유령’으로 돌아왔습니다. …
자, 여기까지 읽으면 예감이 스치는 사람도 꽤 많지 않을까요. <겨울 연가>와 아주 닮은 설화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양을 쫓는 모험》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쥐’는 ‘내’가 올바르게 추도하는 데 실패한 죽은 자입니다. 쥐는 제대로 죽을 수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나’를 향해 알 수 없는 여러 신호를 보냅니다. ‘나’는 그 신호를 받아들여 “쥐는 도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쥐’의 메시지를 들으려고 애쓸 때 ‘올바른 장례’의 집행이 이루어집니다. _한국 드라마 <겨울 연가>와 《양을 쫓는 모험》의 설화론적 구조(125쪽)

혼자 먹을 때의 메뉴는 대개 토스트와 커피(가끔 오믈렛과 사과주스)입니다. 전날 밤에 과음을 하거나 담배를 많이 피운 경우에 ‘내’ 아침밥은 별맛이 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양을 쫓는 모험》에서 아직 첫머리를 시작하기 전, 변변치 않은 아침밥은 이런 식으로 그려집니다.
나는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어 마시고 사흘 전에 산 빵을 토스터에 넣었다. 빵은 벽에 바른 흙 맛이 났다.
《댄스 댄스 댄스》의 화자 ‘내’가 호텔에서 공허하게 하루하루 지낼 때 먹는 아침밥에서는 ‘먹으면 솜먼지 같은 맛’이 납니다. 요컨대‘내’게 아침밥(가끔 토스트)의 맛은 ‘내’가 던져져 있는 상황 자체의 불모성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에 나오는 ‘아침밥’의 서사적 기능(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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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너덜너덜해진 정신으로 읽어도 하루키의 작품은 몸속에 스며든다!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가 안내하는 하루키 월드 하루키는 왜 읽히고 또 읽히는가? 우치다 타츠루가 답하다 7초에 한 권씩 팔린 책의 저자, 한국에서 엄청난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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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해진 정신으로 읽어도
하루키의 작품은 몸속에 스며든다!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가 안내하는 하루키 월드

하루키는 왜 읽히고 또 읽히는가?
우치다 타츠루가 답하다


7초에 한 권씩 팔린 책의 저자, 한국에서 엄청난 금액으로 판권이 거래되는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설을 읽고 있다. 하루키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30년 넘게 하루키를 읽어온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가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안내한다.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그의 글에는 편애가 가득하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팬이라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하루키에 대해 썼다고 밝힌다.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에는 팬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과 다양한 분야에서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상가이기 때문에 짚어낼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이 공존한다. 유독 하루키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식사 장면의 의미, 그의 작품에 드러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 문단에서 하루키가 저평가되는 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의 글을 읽다 보면 하루키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와 세계성을 획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하루키 문학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식욕 돋우는 우치다 타츠루의 비평 에세이


우치다 타츠루는 《푸코, 바르크,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하류지향》, 《스승은 있다》 등의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지식인이다. 철학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며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숨기지 않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하루키에게 빠진 것은 1989년이다. 그는 이혼을 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에서, 이럴 때는 어떤 글이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때 몸에 푹 스며들어오는 느낌을 주었던 책이 바로 하루키의 작품들이었다. 그 일로 우치다 타츠루는 하루키의 완전한 팬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에서 그는 비평을 하면서도 편파적인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양을 쫓는 모험》에 나오는 장면이 자신의 경험과 비슷하다는 점에 감탄하며 독자에게 그런 기시감을 주는 작가야말로 훌륭한 작가라고 칭찬을 늘어놓기도 하고,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고 나서는 상처 받은 경험을 언어로 드러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작품들이 가르쳐주었다며 자신의 이별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을 때는 달리기와 글쓰기라는 행위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며 ‘세상에서 가장 마라톤 기록이 빠른 문학자’라는 상이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하루키 번역의 《기나긴 이별》을 읽으면서는 그 책이 《위대한 개츠비》와 닮았다고 지적하고 이내 그것을 《양을 쫓는 모험》으로 연결시킨다.
비평이나 평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식욕을 돋우는 비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치다 타츠루는 몸소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루키를 제멋대로 읽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팬들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키를 읽기를 권한다. 그 자유로운 태도가 하루키의 작품을 더 재미있게, 더 새로운 시각으로 읽도록 이끌어준다.

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우치다 타츠루는 넘치는 팬심으로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와 난센스를 모은 유머집, 인터뷰집과 연설문까지 빼놓지 않고 하루키의 글(과 말)이라면 모두 읽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하루키 문학의 특징을 잡아낸다.

# 아버지가 없는 세계
여기서 말하는 아버지란 ‘세계의 의미를 담보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신이나 왕이 될 수도 있고, 역사를 관통하는 법칙성일 수도 있다.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1Q84》 이전까지 하루키의 소설에는 질서를 관장하며 위에서 조망하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었다.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이 없는 세계에 던져진 주인공이 더듬더듬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며 자신의 역할에 대한 정보와 지원을 얻어내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었다. 《1Q84》에서 하루키는 ‘리틀피플’이라는 이름의 ‘작은 아버지’를 불러냈는데, 그들은 주인공들을 억압하고 훼손하려는 존재지만 세계의 질서가 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주인공들은 강권적인 질서가 되려는 작은 아버지와 맞서 싸우며 ‘세계에는 아무런 질서도 없고 논리도 없다’는 견디기 어려운 진실과 직면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올바르게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하루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지닌 공통된 성격이며, 주인공이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도 절대적인 질서는 없다. 악인은 반드시 벌을 받고 선인이 반드시 복을 받지도 않는다. 기준이 되는 질서가 없기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도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는 아버지를 요청한다. 하지만 ‘아버지=시스템’에 의지할수록 아버지는 점차 거대해지고 전지전능해져 우리를 지배한다. ‘아버지를 불러내지 않고, 그러니까 올바른 가이드라인이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올바르게 살 수 있을까?’ 우치다 타츠루는 “이 물음 하루키 세계의 주인공들이 짊어진 십자가였고, 이 주제의 보편성 덕분에 하루키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지도를 그리고자 한다면, 각자 자신이 걸어온 지역에 대해 한정적이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보증할 수 있는 ‘손으로 그린 지도’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모아 손으로 만든 ‘지도책’을 제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아버지가 없는 세계에, 지도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고, 혁명 강령이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방식’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 내던져졌음에도 우리는 ‘무언가 좋은 일’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 저변에 흐르는 ‘물음’입니다. _‘아버지’의 존재

# 하루키 문학의 식사 장면
우치다 타츠루는 하루키 소설에 아침을 차려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식사’란 공동체의 가장 오래된 의례다.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동료 의식을 쌓는 것이며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식사 장면을 통해 그들이 공동체가 되어가는 과정, 혹은 공동체가 붕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 또한 주목할 만하다고 우치다 타츠루는 말한다. 그들은 늘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활용해 요리를 한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선택할 수 없으며, 주어진 능력만을 가지고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혼자 먹을 때의 메뉴는 대개 토스트와 커피(가끔 오믈렛과 사과주스)입니다. 전날 밤에 과음을 하거나 담배를 많이 피운 경우에 ‘내’ 아침밥은 별맛이 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양을 쫓는 모험》에서 아직 첫머리를 시작하기 전, 변변치 않은 아침밥은 이런 식으로 그려집니다.
“나는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어 마시고 사흘 전에 산 빵을 토스터에 넣었다. 빵은 벽에 바른 흙 맛이 났다.”
《댄스 댄스 댄스》의 화자 ‘내’가 호텔에서 공허하게 하루하루 지낼 때 먹는 아침밥에서는 ‘먹으면 솜먼지 같은 맛’이 납니다. 요컨대‘내’게 아침밥(가끔 토스트)의 맛은 ‘내’가 던져져 있는 상황 자체의 불모성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에 나오는 ‘아침밥’의 서사적 기능

# 파수꾼 혹은 보초의 일
하루키 소설에는 청소를 하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청소라는 일은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며 티가 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청소하지 않으면 방은 금방 더러워지고 질서를 잃고 만다. 우치다 타츠루는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청소 같은 보잘 것 없고 작은 일이며, 하루키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라고 말한다. 《애프터 다크》는 다카하시 군과 가오루 씨가 야경을 돌다가 경계선 끝까지 온 여자를 끝 모를 어둠에서 데려오는 이야기다. 그들의 작은 노력 덕분에 몇몇 파탄이 봉합되어 세계는 균형을 회복한다. 하루키의 작품에서 우치다 타츠루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도 나서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세계의 질서는 유지된다는 사실을 읽어낸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은 ‘우주론’입니다. 그 기본적인 구도는 이미 《1973년의 핀볼》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우리 세계에서는 가끔 ‘고양이 발을 바이스로 짓부수는 사악한 것’이 불쑥 들어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납치해갈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초월적으로 사악한 것’에 훼손당하지 않도록 경계선을 지키는 ‘보초’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이 견지하는 변함없는 구도입니다. _After dark till dawn; 해가 지고 새벽이 오기까지

이밖에도 우치다 타츠루는 하루키 작품 속에 숨어 있던 의미를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게 어렴풋하던 작품의 의미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어느덧 하루키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 책속으로 추가 *

내 개인적 견해는 이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이 세계적인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는 까닭은 그것이 지적 위계질서나 문단적 인습을 뛰어넘어 모든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근원적인 서사’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그것 말고는 달리 이유가 없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은 ‘우주론’입니다. 그 기본적인 구도는 이미 《1973년의 핀볼》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우리 세계에서는 가끔 ‘고양이 발을 바이스로 짓부수는 사악한 것’이 불쑥 들어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납치해갈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초월적으로 사악한 것’에 훼손당하지 않도록 경계선을 지키는 ‘보초’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이 견지하는 변함없는 구도입니다. _After dark till dawn; 해가 지고 새벽이 오기까지(265~266쪽)

하지만 ‘독립기관’이 하는 거짓말에는 합리성이 없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것은 순수하게 남자를 상처 입히는 효과만 있을 뿐, 거짓말을 하는 여자에게는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도 행복하게 하지 않고, 누구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순수한 악의입니다.
그런 것이 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양한 작품에서 ‘순수한 악의’를 그려왔습니다(‘어둠’이나 ‘리틀 피플’이나 ‘지렁이’나 ‘와타나베 노보루’ 같은 표상을 통해). 그렇지만 이 단편집에 나오는 순수한 악의는 그러한 연극적이고 다채로운 형상을 띠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대개 그것이 ‘단순한 여자의 부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녀들의 부재는 결정적인 타이밍에, 결정적인 장소에서, 결정적인 방식으로 남자를 한 방에 넘어뜨립니다.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_‘여자 없는 남자’의 한 사람으로서(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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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 ks**592 | 2017.10.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왜 하루키는 읽히고 읽히고 또 읽히는가? 『하루키 씨...

     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왜 하루키는 읽히고 읽히고 또 읽히는가?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의 지식인 우치다 타츠루의 저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안내하는 비평 에세이다. 보통 비평이나 평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는 하루키에 대한 편파적인 애정이 가득하다. 심지어, 처음부터 저자 자신이 팬이라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하루키에 대해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하루키의 팬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과 사상가이기 때문에 짚어낼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루키 작품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식사 장면의 의미, 하루키 작품에 드러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 문단에서 하루키가 저평가되는 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 등을 읽노라면 사람들이 하루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 감히 예언하건대 | su**ell | 2016.09.2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소설을 오직 갈등구조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하루키의 팬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확실한 듯 보인다. 예컨대 페미니즘 소설의 애독자...

    소설을 오직 갈등구조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하루키의 팬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확실한 듯 보인다. 예컨대 페미니즘 소설의 애독자라면 책을 읽기도 전에 여성차별은 '악', 여성을 우위에 두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두는 것은 '선'으로 규정하게 마련이다. 만일 이런 원칙에 합당하지 않은 책이라면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거나 구멍난 옷가지보다도 가치 없는 것쯤으로 인식할런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은 사상이나 철학을 다룬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케인즈를 신봉하는 케인즈주의자들에게 있어 마르크스의 책은 어쩌면 쓰레기보다 못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적대적인 갈등 구조를 완전히 제거한 채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어떤 종교나 윤리, 정치와 같은 요지부동의 시스템에 의해 확고한 세뇌교육을 받아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구축해온 어떤 기준이나 이즘을 일시에 제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언제나 내 시선에 의해 선과 악으로 양분되고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만약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나 우리의 판단 기준을 일거에 수거해 간다면 어떻게 될까? 내게도 비로소 완전한 자유가 찾아 왔구나, 하면서 기뻐할까? 내 생각은 정반대다. 인간에게 완전한 자유는 완전한 수감(收監)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어떤 것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공허, 또는 결여의 상태가 지속될 테니까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이 국지적인 한계를 뚫고 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이것입니다. 즉 존재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인간의 수는 한계가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공유하는 인간의 수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p.213)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가 쓴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작가는 30년 동안 하루키 작품을 읽은 열혈 팬의 입장에서 하루키의 문학세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 책에서 피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동일한 작가에게 내려지는 극과 극의 평가에 대한 일종의 항변이자 하루키 문학의 부당한 평가에 대한 일종의 변론일 수도 있고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팬레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책에 쓰인 하루키에 대한 평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팬으로서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에 더욱더 깊이 있는 평을 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책에 대한 서평을 일체 읽지 않는다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예전부터 비평은 '말똥 같은 것'이라고 단언한 반反 비평의 기수입니다. 그의 주장에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이렇게 과격한radical 태도부터 살피는 것은 사물의 본질에 대해 고찰하기 위해서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비평이란 비평의 대상에 대한 '식욕'을 돋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표현으로 비평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식욕을 돋우는 비평'이란 어떤 것일까요?" (p.129~p.130)

     

    사실 이 책은 저자가 하루키 문학에 대해 여러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 그는 팬으로서의 시선과 사상가로서의 관점을 함께 다룸으로써 독자들이 하루키 문학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평론가의 글을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런 글들로 인해 접해보지 않았던 어느 작가에 대하여 손톱만큼의 관심이라도 생겼다면 그것으로서 그는 평론가로서의 역할을 다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매력이 무거운 주제와 산뜻하고 가벼운 문체의 대조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주제와 문체의 중간에 있는 것이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진국을 보여주는 인간성이라든가 신체성은 '중간 지대'에 아주 농밀하게 들어 있습니다." (p.243)

     

    인간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또는 어떤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지독한 폭력의 세계를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나의 가치관이나 판단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선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악으로 간주될 테니까 말이다. 하루키 문학이 추구하는 '중간 지대'란 것은 어느 한 쪽을 편들거나 경도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폭력을 동반한다면, 철저한 중립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정성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챈들러, 피츠제럴드, 무라카미 하루키 세 사람의 깊숙한 곳에는 강하게 내 마음을 빼앗아버리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무슨 짓을 할 때에도 '왜 이 사람은 이런 짓을 할까?'하며 가능한 한 공정한 관점으로 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그것입니다." (p.151)

     

    하루키 문학의 전반을 다루고 있는 우치다 타츠루의 평론집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를 블로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다. 물론 그래서도 안 되고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을 읽고 우치다 타츠루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이라면 다가오는 시월에는 하루키 소설 한두 권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 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월이 다 가기 전 어느 날 당신은 이런 독백을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이유도 없이 악의를 저지르는 일이 쇠털같이 많아. 나도 이해할 수 없고, 너도 이해할 수 없어. 그래도 확실히 그런 일은 존재하는 거야.' ('1973년의 핀볼' 중에서)

  • 팬심으로 쓴다는 것 | an**her99 | 2016.08.1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인문학자인 우치다 타츠루가 자국인 일본에서도, 여기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지만 여전히 대중소설 작가로 인식되는 베스트셀러 ...

    인문학자인 우치다 타츠루가 자국인 일본에서도, 여기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지만 여전히 대중소설 작가로 인식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쓴 책이다. 몇 페이지 채 읽지 않아도 지극한 팬심이 느껴지는 건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구사하는 유머 덕분인지도 모른다. 아주 즐겁게 책을 읽고 그래서 아주 즐겁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마구마구  표현 중인 거다. 마치 얼마 전 읽은 재미있는 책이나 영화에 대해, 얼마 전 소개받은 멋진 이성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친구들을 술집에 죄 불러놓고 떠들어대는 흥분한 젊은이처럼. 그래서 독자 역시 쿡쿡대며 글을 읽게 되고, 결국 하루키를 다시 꺼내들게 된다.

    하지만 마냥 가볍게만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가령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문 <벽과 알>에 대한 언급 같은 경우는 하루키의 존재론에 대해 새삼..혹은 처음으로 궁금히 여기게도 되는 책.

    팬심으로 연구하고 팬심으로 책 쓰고 강의하는 학자의 삶이란 참 멋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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