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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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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쪽 | 규격外
ISBN-10 : 8936437402
ISBN-13 : 9788936437404
중국식 룰렛 중고
저자 은희경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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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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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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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기는 진실게임, 중국식 룰렛! 은희경 소설집『중국식 룰렛』.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은희경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이다. 술, 옷, 신발, 사진, 책, 음악 등 지금 우리의 삶에서 놓을 수 없는 모티프들을 여섯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낸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표정을 감추고 ‘거짓된 진실게임’을 하면서 상대에게 속마음을 보이지 않거나 ‘현실을 수긍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입장과 한계를 정하는’ 고립되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이들 주변의 사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실상을 그대로 담아낸다.

저자소개

저자 : 은희경
저자 은희경 殷熙耕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중국식 룰렛
장미의 왕자
대용품
불연속선
별의 동굴
정화된 밤

해설│황정아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우리는 뜻밖의 운명을 향해 가고 있어요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매일밤, 더 좋아진다는 뜻이겠지? 막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길잡이별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작가 은희경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이 출간되었다. 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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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뜻밖의 운명을 향해 가고 있어요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매일밤,
더 좋아진다는 뜻이겠지?


막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길잡이별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작가 은희경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이 출간되었다.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라 이를 정도로 이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온 은희경은 언제나 빛나는 문장들로 독자들의 외롭고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편의 소설 역시 각기 다른 성광과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 보인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 작품은 술, 옷, 수첩, 신발, 가방, 사진, 책, 음악 등 우리가 늘 가까이하고 삶에서 놓을 수 없는 사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모티프들은 곁에 사람은 없고 사물만 있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불연속선」 137면) 사람들이 위안을 느끼는 유일한 온기의 ‘대용품’들인지도 모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표정을 감추고 ‘거짓된 진실게임’을 하면서(「중국식 룰렛」) 상대에게 속마음을 보이지 않거나 “현실을 수긍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입장과 한계를 정하는”(「별의 동굴」 143면) 고립되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 주변의 사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실상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그 수첩을 읽게 된 게 단순한 우연일까. 나에게 보내는 인생의 암시 같은 건 아닐까. 운명이란 비정하고 무자비하지만 늘 전령을 먼저 보내 경고를 할 만큼은 용의주도하다고 어릴 때부터 나는 종종 생각해왔다. 그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방심하는 사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집행해버린다.(「장미의 왕자」 58면)

물건만은 자주 바꾸는 편이었다. 쉽게 버리고 금방 다른 걸 새로 샀다. 새것을 좋아한다기보다 오래 곁에 두고 아끼는 물건이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했다. 조직에 잘 적응하고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았지만 특별히 친하거나 오래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매뉴얼대로 사는 사람이 갖기 마련인 정돈됨 때문에 어딘가 규격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규칙성과 건조함에 싱거운 유머감각이 보태지면 유능하고 담백한 성격으로 비쳤고 그 결과 곧잘 여자들의 호감을 사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자친구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대용품」 93면)

당신 생애 최고의 날은 언제였습니까?
채워지지 않는 운명에 은희경이 던지는 질문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화에서 제목을 따온 표제작 「중국식 룰렛」은 “악의를 감추기 위해 우연을 가장하고 모습을 드러내는”(28면) 공교로운 운명을 다룬다. ‘중국식 룰렛’은 일종의 진실게임으로, K의 술집에 모인 네명의 남자들은 라벨이 감춰진 위스키를 마시며 진실보다는 거짓에 기대는 게임을 한다. “소설 곳곳에 스민 위스키향”(황정아 해설)은 우리를 뜻밖의 운명으로 매혹하고,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며 절반의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뒤섞인 정직한 거짓말들을 쏟아낸다. 진실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던지는 은희경의 질문들은 채워지지 않는 진실로 향하게 하는 열쇳말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 갔다. 실수와 후회. 분명 그럴 만한 일들이 있었다. 그 댓가로 나는 K의 술집에서 가장 형편없는 술을 선택할 각오로 이곳에 왔다. 그의 게임에 말려들어 아내일지도 모르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분명 망상일 것이다. 사실은 그냥 라가불린을 좋아하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이다. 상관없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의 컬렉션이 우리의 가장 좋은 시절을 담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행운을 가득 채운 차가운 술병들이. 그것들이 있는 한 천사에게 2퍼센트를 돌려달라고 억울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술잔을 내려다보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자신이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중국식 룰렛」 52면)

삶은 작은 우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익숙하지만 낯선 깨달음을 『중국식 룰렛』은 일깨워준다. 헛헛하고 단조로운 삶도 “텅 빈 완성”(61면)에 이를 수 있음을, 오래 울었던 얼굴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코 허황하지 않음을 은희경은 가벼워진 마음과 따뜻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답답한 현실에서 크고 작은 위기와 시험에 빠질 때에 우리는 은희경이 만들어놓은 “작고 하얀 빛의 웅덩이”에 마음 편히 빠져도 좋다. 그러면 “다정한 부력”(작가의 말, 211면)으로 그녀가 우리의 온몸을 감싸안아줄 것이다. 일상을 존중하게 하는 은희경의 소설이 우리의 삶을 어떤 ‘뜻밖의 운명’으로 향하게 해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 “필연적으로 나아가게 되는 도착점”, 그것은 분명 “더 좋아진다는 뜻”(「정화된 밤」 197면)일 것이다.

괜스레 긴 머리를 잘라버리고 입지 않을 운동복을 사고 지독한 몸살을 앓고 오전이 다 가기도 전에 세끼를 먹어치우고 한밤에 불쑥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한시간씩 골목을 쏘다니고. 그러고도 다음 날이면 약속된 시간에 배달된 우유처럼 내 마음이 당신의 문 앞에서 다소곳이 아침을 기다리고 있던 날들이, 대체 몇번이었는지. 나는 그 마음을 당신이 조금이나마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로 알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라고 하는 함박눈이 미친 듯이 내려서 귀퉁이에 홀로 쌓여 있다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 봄이 되어서야 당신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으면 한다.(「장미의 왕자」 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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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스키, 수첩, 신발, 가방, 책, 음악에 작가는 무엇을&nbs...

    위스키, 수첩, 신발, 가방, , 음악에 작가는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

    중국식 룰렛


    K 궁금했을까? 인간의 표정 뒤에 있는 속살이. 자신이  답을 맞춘 사람들의 속살에 더욱더 궁금증을 느꼈나

    초대된 사람들은 K  퀴즈에 정답을 맞힌 사람들이다.  게임은 마치, 뛰어난 사람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궁금함은 아닐까?

    그들도 다를  없다는, ‘너도 인간이지!’ 하고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싶은. 나만 보통 인간이라 이런 어려움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쓸쓸함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는, 그런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장미의 왕자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꽃을 피우고자 하지만, 꽃이 5월까지의 견딤과, 3월까지의 기다림을 거쳐봉우리를 연다는 것을 항상 떠올리지 못하고, 견디지도 기다리지도 못한다.

    그런 답답한 인간이, 다시 봉우리를 맺어 이를 활짝 피우게 됨을 알고 꽃잎 떨어지는 지금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꽃을 하고 꺾는다.

    그리고 인간이 떠올리지 못하는 시간은, 자신의 꽃을 스스로  하고 꺾은 자신의 과거이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현실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꽃을 꺾으니, 기억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그러지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꽃이 자신을 화려하게   마법의 도구임을 알지도 못한다.

    대용품


    지금,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예전에 어찌어찌 잃어버린, 진정한 자신을 대신하는 대용품이라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언제나 내가   있는 최고의 노력을 쏟아 왔는데, 그렇게 진정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생과 치열하게 싸워 왔는데, 내가 진정한 나를 지키지 못하고한낱 대용품을 써서 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불연속선


    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내가 뿌린 씨앗이 피우는 결과에 치여 떠밀리듯 살고 있다. 삶의 진정한 나침반을 갖지 못하고, 변해버린  외연을 출발점으로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정말  번도 궁금하지 않았을까?  외연은 단지 결과로 변한 껍질일 뿐이고, 진정한 나는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 혹시 겁이 났나? 흔히들 말하는, 뒤틀리고 상처 입은 내가 다시 출발할, 진정한  모습이 긍정적이지 않을까 .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니,  진정한 나라는출발점이 나으면 얼마나 나을까라고 폄하하고 있어서.

    별의 동굴


    스스로,  짧은 식견에 기대어 운명을 상상하고,  안될 때마다 있지도 않은 운명에 살을 찌워 것은 아닌가

    스스로  찌운 자신의 운명에 눌려 있는 자신을, 누군가  두터운 살을 없애고 매몰된 진정한 나를 꺼내 주길 바라고 살지는 않나

    그리고 나를 구해준 사람이, 내가 애써 지금까지 유지한 삶의 역사를,  속에 담긴  진정한 땀을알아주길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노력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며, 내가 노력만큼의 보상을 전해주길 바라지 않나? 또는, 비록 잘못된 방향성을 걸어왔지만, 그런 판단은  감아 주고, 보상은  줘도 마음 따뜻해질 만큼의 위로를 주길 바라며,  바람의 힘으로 견디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정화된 


    과거를 돌이킬  있나? 혹시 , 이러면 잘못에 대한 보상이 되겠구나 하며  행위로 과거는 정화된다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화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하고 나면, 세상의 각박함과 따스하지않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그럼  마음은 더욱 추워질 것이 뻔하니,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생각하나?

  •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너무 재밌게 읽었다. 특히 <중국식 룰렛>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너무 재밌게 읽었다. 특히 <중국식 룰렛>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읽는 내내 타란티노식의 영화가 이미지로 그려졌는데, <저수지의 개들>이나 <유주얼 서스펙트>가 겹쳐졌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을 읽으며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이야기들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읽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을 통해 사건들을 연결하고 추리해 간다. 비록 영화처럼 뚜렷한 결말이나 반전은 없지만, 그렇기에 결론은 더욱 상상속에서 자유롭다.

     

    소설집은 짧게 짧게 읽어서 편하다는 점이 있어 좋은데, 간혹 무슨 내용인지 모르게 끝나는 것 같아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뭔데? 끝난거야?' 이런 느낌 말이다. 보고서를 많이 보고, 논문을 주로 쓰다 보니, 항상 연구에 대한 결과를 읽거나 써야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결론을 못 읽어내는 소설들에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래서 소설이 아니던가. 그래서 소설을 좋아하는 거고 말이다.

     

    <별의 동굴>과 <정화된 밤>도 재밌게 읽었다. <별의 동굴>은 마치 내 이야기인듯 공감하며 아팠다. 나역시 늘어가는 책들과 나의 현실 안주가 비례하는 듯 느껴졌다. 무엇에 대한 결핍인지 모르지만, 사 모으는 책들로 그것을 메꾸려고 하고 있다. <정화된 밤>은 서사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의 다른 해석들이 마치 내 주위의 이야기 같아 보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이야기는 편하고 쉽게 하는 사람들. 정작 그들의 위선 속에서 바보가 되는 나. 그리고 나만의 해석과 생각들. 날카롭게 나를 조롱한다.

     

    은희경 선생님의 이런 소설들이 나는 좋다. 가끔씩 뜨끔거리게 만들고, 따끔하게 나를 질책한다. 그렇다고 내가 변하거나 바뀌는건 아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나는 현실에 안주해 변화를 바라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가고, 책을 읽는다. 그러는 중에 삶에 변화도 생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살아지고 있으며, 그런 고민은 현실과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해야하지 않을까? 삶과 나 사이에 중국식 룰렛 게임을 시작할 때인 것이다. 1에서 9까지의 진실함 중에서 5정도의 진실함으로 이제는 삶과 중국식 룰렛 게임을 진행하려 한다.

  • 소설 속에서나 발생할 것만 같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을 담아내는 장르라는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일종의 환타지처럼 내...

    소설 속에서나 발생할 것만 같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을 담아내는 장르라는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일종의 환타지처럼 내게 읽혔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때마다 소설책을 집어 들었고, 책은 나에게 현실이 결코 선사하지 않을 안식을 제공해 주었다. 동시에 나는 상대적 박탈감도 느꼈다. 무엇을 경험하건 기복이 심한 주인공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삶이 결코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으리란 걸 잘 알았기에, 읽는 순간에는 즐거웠을 수도 있으나 덮은 이후로는 괴로웠다. 사람은 참 우스운 존재여서, 역으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크게 내세울 게 없어 보이자 그때부터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래도 좋은가. 이 소설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내 자신이.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에 담긴 작품들에는 그런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중국식 룰렛’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대화는 알게 모르게 핵심을 빗나간 형태를 띠고 있다.

     

    “1에서 9로 당신의 정직성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입니까?”

    “5점.”

     

    어찌 보면 실없는 질문에 진실이 아닐 대답을 던져놓고, 진실을 말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독한 술을 입에 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헛헛하다. 그들의 모습은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건 가면을 쓰고, 어쩔 땐 자기 자신마저도 기만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등장인물이라니. 그들이 결코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또한 진실과는 적당히 떨어진 것을 일종의 미덕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물건 하나로 이어지는 관계. 남이었어야 하는 사람이 당신이 되는 짓궂은 운명. <불연속성> 속 주인공은 뒤바뀐 여행 가방으로 인해 몰랐어도 될 인연을 만들고야 말았다. 가방을 되돌려주는 행위 자체는 간단하지만, 저자는 두 인물의 뒤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숨겼다. 소설이었기에 두 인물의 관점을 모두 엿볼 수 있었지만, 그런 행운은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 우린 상대의 혹은 우리 자신의 얼굴에 드리운 어둔 그림자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상대가 삶이 버거워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는 것, 자유로움으로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실상은 혼자 먹는 밥에 지쳐가고 있다는 것 등을 어느 누가 상세히 알겠는가. 적당한 무관심을 미덕이라 여기며 살아온 우리로선 <별의 동굴>의 주인공마냥 수술실에도 홀로 들어가는 누군가의 상황에 대해서도 외면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할 것이다. 그렇기에 옆 침대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살가운 모습에 외려 불편함을 느낀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가슴 통증보다도 더.

    .

    같은 의미에서 관계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는 <장미의 왕자> 속 인물이 되고 싶었다. <정화된 밤>의 요셉처럼 양자를 응시할 수 있는 시선을 지니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분명 괴로울 것이다. 근본적이진 안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차라리 도망하는 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덴 더 부합한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 또한 용기가 없이는 해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딘가 모르게 바람직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분히 충동적인 그리고 우연에 가까운, 하지만 이 역시 내 결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냉소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어느 시점부턴가 자신이 지닌 놀라운 힘에 대한 것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게, 특히 내 자신에 대해 무서움을 느꼈다. 난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결정들을 내린다. 지금 당장은 결정과 결정 사이의 연결고리가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충분히 흐른 후엔 분명 깨달을 것이다. 삶은 룰렛이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치밀하게 연결돼 있고, 우연인 줄 알았던 것조차도 얼마든지 필연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게 이 세상에 속한 것들의 속성이다. 

  • 은희경, <중국식 룰렛> | st**dis82 | 2016.09.1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은희경 작가의 여섯편 단편 소설이 담긴 소설집."술, 옷, 신발, 가방, 책과 사진, 음악"이라는 일상의 친근한 사물을 모티프...
    은희경 작가의 여섯편 단편 소설이 담긴 소설집.

    "술, 옷, 신발, 가방, 책과 사진, 음악"이라는 일상의 친근한 사물을 모티프로 소설을 전개한다. 그래서 작가는 일종의 표제소설이라고 소설집을 평가한다. 문학평론가 황정아는 은희경의 소설에서 "한번 깜빡이는 순간의 삶의 밀도를 실감하게 하는 것은 독자에게나 주어진 호사"라고 평가하였다. 평론가 신형철도 화정화와 마찬가지로 은희경을 ‘주인공이 제 삶을 회고적으로 요약하면서 무너져 내리는 대목을 세상에서 가장 잘 쓰는 소설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은희경의 책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들의 평가와 같은 것 같다. 

    그들의 평가대로 이 소설에서 약간은 미끄러져버린 것 같은 인물들이 있고, 어떤 무너져버리는 계기를 통해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특히 40대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담은 "별의 동굴"이 특히 그랬다. 작가는 이 소설을 오랜 공부를 포기한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적었다. 느즈막하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마흔이 넘도록 박사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이제는 일마저 끊긴 9년차 박사과정의 이야기가 섬뻑 놀라게 했던 것이다.

    "중심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밖에 물러나 있기를 자청한 것은 욕망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패배자가 되기 두려웠던 것이다."(별의 동굴, 본문 163)

    "불안해서 비겁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거만하거나 초탈한 척했다. 수긍한 게 아니라 회피한 것이었다."(별의 동굴, 본문 163)

    "기대 이하의 결과일까봐 두려웠고, 모자란 실력이 탄로나는 상상만으로도 악몽에 시달렸다. 의미없이 책장을 차지하고 있던 수많은 책들이, 그 무너짐이, 그가 허세에 찬 그 인생을 얼마나 위태로운 마음으로 지키려 애써왔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별의 동굴, 본문 163)


    이러한 문장이 어떤 시간을 괴롭게 했던 나의 단상이었던 것 같았다. 비극 같은 구절인 것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비극이 불안의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 한다. 곧 비극을 읽으며 비극 속 인물의 삶이 비극적이게 된 책임을 물으면서 동시에 그의 삶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의 한계를 깨달음으로써 궁극적으로 내가 비극을 이해하기 전의 단순화된 세계가 아니라, 비극의 교훈을 받아들인 세계에 살게 됨으로써 간혹 저지르는 나의 실패가 낳는 고통이 나를 억누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은희경의 이 작품에서 나는 타자화하지 못하는 나와 소설의 인물의 중첩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비극보다 강렬하게 비극적이다. 그러나 나의 세계에 대한 이해 불충분을 은희경의 이 작품은 메우면서, 비극 예술의 교훈을 내 세계에 끌어들이게 한다. 그래서 아프지만 매력적이다.

    "우리는 플로베르의 소설을 덮으면서 우리가 사는 방법을 배우기도 전에 살아야만 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 행동이 엄청난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잘못에 대한 공동체의 반응이 무자비하다는 사실에 대해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알랭 드 보통, <불안>, 200)


    경향일보 기사에서 <중국식 룰렛> 출간에 즈음한 인터뷰를 보면

    소설가 은희경은 “문학이라는 것은 개인에게 자기를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이 시스템을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문학은 ‘개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발견하게 하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큰 이데올로기나 허위의식에 개인이 자기라는 존재를 희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문학은 그 가운데서 개인성을 만나게 합니다.”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60726212930432

    그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이해가 간다. 나에게 나를 돌려주는 것은 결국 원래 나인 것을 회복시켜주는 것임과 동시에 불완전한 나에 대한 이해를 덧붙여서 돌려주는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었다. 한 번은 다시 읽어볼 책이다.

  • 중국식룰렛 | de**pule | 2016.08.0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리들이 숨기고 있는 그 숨김을 들춰보다 은희경 [중국식 룰렛]   나는 당신을 원한 것도 욕망한 것도 ...

    우리들이 숨기고 있는 그 숨김을 들춰보다

    은희경 [중국식 룰렛]

     

    나는 당신을 원한 것도 욕망한 것도 아니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안에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발광 액체가 되어서 당신에게로 흘러가 스며들어 당신이 되는 느낌이었다.(page71. 장미의 왕자 중)

     

    사랑을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 그래서 나는 은희경의 글을 좋아한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럽지 않은데 우아하고 섬세한 글의 결이 맘에 들어서 그녀의 작품들은 열심히 읽는 편이다. 그녀의 소설집 [중국식 룰렛]도 역시 기대에서 어긋나지 않았다.

     

    밖은 연일 무더위의 연속이다. 길을 나다닐 때도 그늘로 그늘로만 숨어서 움직여보지만 8월 햇볕의 앙칼짐을 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말리는 생선처럼 더러는 꾸둑꾸둑 말라가고 있고 더러는 너무 많은 습기를 버리지 못해 몸부림치다가 부패되어 갔다. 한쪽에선 날렵한 비키니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화기애애했지만 또 한쪽에선 오히려 조도가 높은 이 여름 한낮이 너무 우울해서 도무지 스스로가 지탱이 안 되는 사람도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다.

     

    은희경의 소설집 [중국식 룰렛]도 밝고 환하고 보송보송하지 않다. 그냥 지금의 내 기분 같은 그런 사람들을 버스정거장이나 골목 어귀에서 마주치는 느낌이다. 유쾌하지 않은데 눅눅하지는 않은, 차가운 아이스 모카라떼를 한 잔 마시든지 차갑게 식힌 진 토닉을 한 잔 마시고 싶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다.

     

    사실 나는 갖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어차피 갖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버린다. 사람들은 모두 뭔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 걸맞은 무엇을 더 갖추려고 하고 욕망을 바로 거기에서 생겨나는 게 아닐까. 나는 가진 게 없기 때문에 원하는 것도 없는지 모른다. 필요한 것은 많지만 원한다는 건 그것과는 다른 뜻이다.(page71 장미의 왕자 중)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 세상의 모든 욕망과 욕심 그리고 간단히 소유(所有)나 미소유(未所有)로 분리될 수도 있었을 그것들을 선택하고 가지거나 활용하는 것 또는 외면하거나 무시하거나 망설이거나 후회하거나 하는 복잡 미묘한 여러 감정들을 갈래대로 나누고 엮어서 보여준다. 일반적이지 않을 듯한 상황 그런데 일반적인 인물들과의 어울림이 보여주는 몽환적인 듯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이 소설집을 읽으며 만끽한다.

     

    여름 한 가운데서 읽어야 제 맛일 것 같은

    여름 맛이 나는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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