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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문학과지성시인선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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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쪽 | 규격外
ISBN-10 : 8932001030
ISBN-13 : 9788932001036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문학과지성시인선 13) 중고
저자 이성복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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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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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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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언어 파괴에 능란한 이성복 시인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개인적인 삶의 고통을 보편적인 삶으로 확대하는 이성복 시인의 끈질기고 원초적인 싸움이 펼쳐진다. 고통 속에서 진실의 추구에서 얻어진 지혜를 담아낸 이 시집은 시인의 다양한 미발표시들을 포함했다.

저자소개

목차

1959년
정든 유곽에서
봄 밤
또 비가 오고
루우트 기호 속에서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出埃及
移 動
소 풍
自 然
물의 나라에서
돌아오지 않는 江
여름산
편 지
라라를 위하여
금촌 가는 길
꽃 피는 아버지
어떤 싸움의 記錄
家族風景
모래내·1978년
벽 제
세월의 집 앞에서
그 날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그해 가을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人生·1978년 11월
성탄절
제대병
蒙昧日記
사랑日記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들에게
연애에 대하여
기억에 대하여
밥에 대하여
세월에 대하여
處 刑

다시, 정든 유곽에서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해설·幸福 없이 사는 훈련·황동규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성복 시인의 시는 처음 읽었다. 오랜만에 학생이 된 마냥, 모르는 한자를 찾아 음을 연필로 적어가면서 읽었다. 학생 때는 해...
    이성복 시인의 시는 처음 읽었다. 오랜만에 학생이 된 마냥, 모르는 한자를 찾아 음을 연필로 적어가면서 읽었다. 학생 때는 해야 하는 공부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싫었던 일이 이렇게 자유 의지에 따라 하다보니 한결 즐겁게 느껴졌다. 무슨 의미인지 모를 때는 아무런 부담없이 같은 시구를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 그러다 끝내 이해를 못 하겠다해도 느낌만 받고 넘어가면 그뿐, 이런 게 진짜 시를 읽는 건가 싶었다.
     
    이성복의 시에는 어떤 느낌은 있을지언정 이해나 해석에는 닿지 못한 부분도 꽤 있었다. 그렇다해도 시를 읽는 동안 즐거웠다. 시가 좋고, 시를 읽는 행위가 좋고, 잔잔한 감정의 물결이 좋았다.
     
     
    편지
     
    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2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기억을 버릴 거요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 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나는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소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할 수 없소
    결혼할 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 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
     
     
    마지막 두 줄에서 찌잉- 했다.
     
     
  • 이제 그만 깨어나자... | v2**sunway | 2013.08.1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거기서 너는 살았다 선량한 아버지와   볏짚단 같은 어머니, 티밥같이 웃는 누이와 함께 ...
      거기서 너는 살았다 선량한 아버지와
      볏짚단 같은 어머니, 티밥같이 웃는 누이와 함께
      거기서 너는 살았다 기차 소리 목에 걸고
      흔들리는 무우꽃 꺽어 깡통에 꽂고 오래 너는 살았다
      더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우연히 스치는 질문---  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
      대답하지 못했지만 너는 거기서 살았다 붉게 물들어
      담벽을 타고 오르며 동네 아이들 노래 속에 가라앉으며
      그리고 어느날 너는 집을 비워 줘야 했다 트럭이
      오고 세간을 싣고 여러번 너는 뒤돌아 보아야 했다
     
                                           모래내. 1978년 
     
      묵묵히 살아가는 인생들은 언제나 힘겹다
      척박한 현실속에서 무슨 희망을 엿볼것이냐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
      지금 이 시간을 죽여야만 되살아나는 희망의 부재...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깰 것인가?
     
      그건 스스로에게 부르짖는 나지막한 호소
      이제 그만 깨어나자... 
     
  •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YO**IK | 2013.02.1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2
            젊은 시절 한때, 부러워했던 시인들 중에 ...
     
     
     
     
    젊은 시절 한때, 부러워했던 시인들 중에 성복 시인도 포함되어있었다. 나보다 학번 정도 위였을까? 당시로서는 가장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문학과지성으로 데뷔한 그는 <문지>파의 수제자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평론가 김현 교수와 김치수 교수가 서울대 불문과 직계 선배다 보니 누가 감히 시비를 있으리오. 눈에는 그다지 뛰어난 작품을 같지는 않았는데……. 시기심으로 눈이 멀어 그랬을까?
     
    3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할까? 젊은 날의 인상을 리모델링하고자, 이성복 시집『뒹구는 돌은 언제 깨는가』를 구입했다. 1980년에 초판 1쇄를 찍었는데, 손에 들어온 책은 2011 초판 43쇄다. 평균적으로 2년에 3쇄를 찍어야 가능한 수치이다. 요즘은 초판 1쇄도 제대로 소화할 없다고들 하던데……. 예전 활자체가 눈에 아주 설다. 활자크기도 작아서 돋보기를 써야 했다. 최신 폰트와 크기로 개정판을 내지 않았을까? 출판 경비를 절감하려고 그랬을까? 아니면, 처녀시집이기에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한 특별한 배려였을까?
     
    대개 1978년과 79년에 것을 묶었다「자서(自序)」에 써놓았다. 그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더듬어보니,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었다. 시집을 읽고 한참을 때리고 있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읽은 같이, 무엇을 썼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가 시대를 앞서 나갔던 것일까, 아님 내가 시절부터 시대에 뒤처져 있었던 것일까? 한때나마 그를 비교 대상에 올려보았던 것이 새삼 쑥스러워졌다.
     
     
    *
    누이가 듣는 음악 속으로 늦게 들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내 음악은
    죽음 이상으로 침침해서 발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잡초 돋아나는데, 그 남자는
    누구일까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워도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
     
    목단이 시드는 가운데 지하의 잠, 한반도가
    소심한 물살에 시달리다가 흘러들었다 벌목
    당한 여자의 반복되는 임종, 병을 돌보던
    청춘이 그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워도 가난한
    몸은 고결하였고 그래서 죽은 체했다
    잠자는 동안 내 조국의 신체를 지키는 자는 누구인가
    일본(日本)인가, 일식(日蝕)인가 나의 헤픈 입에서
    욕이 나왔다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워도 될까
    파리가 잉잉거리는 하숙집의 아침에
    -정든 유곽에서」의 부분
     
     
     
    김성호
     
     
     
     
    「정든 유곽에서」는 데뷔작이다. 3장으로 이루어진, 짧지는 않은 작품이다. 인용부분은 1장의 전문(全文)이다. 주요 명사는 거의 한자로 적혀있었는데, 멋대로 한글 전용에 맞춰 바꿔보았다. 무엇을 쓰고자 것일까?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유곽이라는 단어부터가 내게는 그다지 익숙지 않다. 시인의 음악이 죽음 이상으로 침침하다면, 누이의 음악은 새콤달콤하지 않을까? 음악 속으로 늦게들어오는 남자는 아무래도 시인과는 다른 부류인 같다. 시인만 해도 당시로서는 상층부에 들어갈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데, 그와도 격이 다르다면? 아무래도 한국인은 아닌 같다. ‘유곽 늦게들어왔다는 뉘앙스가 불건전한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누이의 연애 아름다울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를 잊으려고 잠이나 청하는 밖에. 
     
    부귀, 왕자의 품격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단(牧丹) 모란이다. 5월에 피는데 꽃의 지름이 15~20cm 이를 만큼 크다. ‘목단이 시드는 가운데깊은 속으로 한반도가 흘러 들어온다. 주변 강대국의 사소한 물결에도 항상 소심하게 시달려야만 하는 운명의 한반도! 중국에, 일본에, 러시아에, 미국에 겁탈당해야 했던 여자의 운명이 이를 증거하고 있지 않을까? 울분이 치솟으나 힘이 없는 자의 잠꼬대를 누가 들어준단 말인가! 그저 죽은 하고 있는 밖에는……. 젊은 시인조차 무기력하게 침묵하고 있는 동안 조국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당시 정계와 재계가 다투어 기대고자 하는 일본이? 달이 태양의 전부 또는 일부를 먹어 치우는 자연현상인 일식(日蝕)’ 아무래도 일식(日食)’ 비틀어 것일까?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온다. 기생관광이 외화벌이의 주요창구가 나라 꼬라지라니! 나라 자체가 유곽이 아닐 수가 없다. 누이의 연애 어떤 말로 미화한다고 해도 아름다울 수가 없다. 친일모리배라는 파리가 잉잉거리는 정권 아래에서는…….
     
    그때는 가난했다. 기생관광, 현지처, 신발이나 봉제공장의 여공들 외화벌이는 주로 여자들의 몫이었다. 아무런 현실적인 대처방법을 가지지 못했던 지성인들은 그저 울분만 터뜨리면서 한잔에 한바탕이 고작이지 않았을까? “엘리, 엘리 죽지 말고 목마른 나신(裸身) 못박혀요 2장은 시작된다. ‘엘리? ‘나의 하나님이란 뜻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종교적인 내용으로 급회전한다. 예수가 하나님을 부르는 것인지, 시인이 예수를 부르는 것인지가 혼란스럽다. 2~3장은 무력한 사내의 심리가 불투명한 이미지로 둥둥 떠다닐 , 시적 긴장감이 1장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실력으로서는 해독이 거의 불가능하다. 패스~!
     
     
    *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후에 창녀가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便桶)
    다정함을 그날 건의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그날」의 전문

     
     
     
    오용길서울-명동
     
     
     
     
    그날 시인에게 매우 특별한 이었을까? 아버지는 일찍 출근하고, 여동생은 학교에 갔고, 어머니는 아팠고, 시인은 신문사에 출근해서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퇴근길에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면서 살의(殺意) 품을 있겠구나, 하는 깨알 같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당시로서는 아주 특별한 여자만이 누릴 있는 프라이드가 아니었을까? 또한 그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서민의 삶은 언제 어디서나 핍진하기 마련이다.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고,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병든 시대는 모두가 병자이니, 일상에 마취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시인같이 깨어있는 극소수는 그날얼마나 아팠을까? 문득 레마르크의『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연상된 사유는 무엇일까?  
     
     
     
    *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누구냐
    우리의 하품하는 입은 세상보다 넓고
    우리의 저주는 십자가보다 날카롭게 하늘을 찌른다
    우리의 행복은 일류 학교 뱃지를 달고 일류 양장점에서
    재단되었지만 우리의 절망은 지하도 입구에 앉아 동전
    떨어질 때마다 굽실거리는 것이니 밤마다
    손은 죄를 더듬고 가랑이는 병약한 아이들을 부르며
    소리 없이 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누구냐
    우리의 후회는 난잡한 술집, 손님들처럼 붐비고
    밤마다 우리의 꿈은 얼어붙은 벌판에서 높은 송전탑처럼
    떨고 있으니 날들이여, 정처 없는 날들이여 쏟아 부어라
    농담과 환멸의 꺼지지 않는 불덩이를 폐차의 유리창 같은
    우리의 입에 말하게 하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다시, 정든 유곽에서」의 부분
     
     
    시집은「정든 유곽에서」로 시작하여「다시, 정든 유곽에서」로 끝을 맺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다시, 정든 유곽에서」는 6장으로 이루어진 장시에 해당한다. 인용한 1장에서 나는 누구냐 묻지 않고 우리는 누구냐 묻는다. 개인적 실존보다는 사회적 연대를 중요시하는 물음이다. 어느 시대나 젊음은 시대정신을 찾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하려는 야망을 가진다. 과정에서 시대의 권태와 저주, 행복과 절망을 찾아내어 꿈을 꾸기도 하고 치를 떨기도 한다. “밤마다 우리의 꿈은 얼어붙은 벌판에서 높은 송전탑처럼 떨고 있으니.” 지나고 보면 어느 시대나 바람막이 없이 얼어붙은 벌판에 서있는 꼴이었다.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대해 떠들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해 저마다 입에 거품을 물었다.

     
     
     
    민정기동상(1980)
     
     
     
    우리는 살아 있다 살아 애써 모은 돈을 인기인과 모리배들에게 헌납한다
    우리의 욕망은 백화점에서 전시되고 고층 빌딩 아래 파묻히기도 하며
    우리가 죽어도 변함 없는 좌우명 인내!
     
    3장에서는 산업화 초기단계에서의 너저분한 도시생활과 황금만능주의에 매몰되어가는 당시의 상황에 분노를 터뜨린다. 특히 5장의 하반부에서는 아주 격하게 시의 형식을 갈기갈기 찢어본다. 시대의 구조를 파괴하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노출시켜본 것일까? 실험정신은 높게 살만 한데, 효과 면에서는 글쎄……. 시인은 나름 핏대를 올린 같은데, 그리 격하게 들리지 않는다. 증오심이 품기에는 지나치게 선량한 성품이어서 그랬을까?
     
     
     
    *
    젊은 이성복 김수영에게서 영향을 받은 같다. 그렇다면 <문지>파보다는 <창비>파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김수영 남성적 강건함과 대비하면, 이성복 여성적 섬세함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미지 연쇄반응 기법에서는 번역된 프랑스 상징주의 시를 읽을 때와 유사하게, 당돌한 불투명성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가 불문과 출신이라는 선입관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어느 시대나, 젊음은 그가 처한 시대 상황에 대해 절망할 밖에 없고 변혁을 꾀해야 한다. 이것이 젊음의 특권이다. 이십대 중후반의 이성복에게서도 그런 몸부림을 있었다. 몸부림 속에는 사랑이 담겨있었다. “사랑은 응시하는 것이다. 빈말이라도 따뜻이 말해 주는 것이다.” 

     
     
     
  • 아직도 그렇지만 예전에 어느 시인이 좋아요? 누가 물어보면 내 대답은 늘 비슷했다. 황지우, 이성복, 허수경,.. 다들 좋지...

    아직도 그렇지만 예전에 어느 시인이 좋아요? 누가 물어보면 내 대답은 늘 비슷했다. 황지우, 이성복, 허수경,..

    다들 좋지만 그래도 이성복의 이 시집이 자주 손에 잡힌다.

    나중에 나온 그의 시집들은 지금 읽으니 오히려 더 좋다. 그런데도 처음 기억의 강렬함때문일까? 여전히 이 첫시집이 가장 손 닿기 쉬운 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활자들이 무질서하게 날아가는 새 떼들 처럼 여백을 메웠던 그 구절은 오래도록 기억난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진다. 삶의 고통이 마음만을 저미거나, 치병의 흔적이 몸에만 남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마음과 몸이 조응하는 오묘함. 그런데 그 조응은 유난히 견디기 힘든 슬픔과 고통에 더 예민하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안 아픈 나라'라는 그 구절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무수히도 외우고 다녔었다. "갈 수 있을까, 언제는, 몸도 마음도 안 아픈 나라로"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이제는 송곳보다 송곳에 찔린 허벅지에 대하여

    말라붙은 눈꺼풀과 문드러진 입술에 대하여

    정든 유곽의 맑은 아침과 식은 아랫목에 대하여

    이제는, 정든 유곽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한 발자국을

    위하여 질퍽이는 눈길과 하품하는 굴뚝과 구정물에 흐르는

    종소리를 위하여 더럽혀진 처녀들과 비명에 간 사내들의

    썩어가는 팔과 꾸들꾸들한 눈동자를 위하여 이제는

    누이들과 처제들의 꿈꾸는, 물 같은 목소리에 취하여

    버려진 조개 껍질의 보라색 무늬와 길바닥에 쓰러진

    까치의 암록색 꼬리에 취하여 노래하리라 정든 유곽

    어느 잔칫집 어느 상갓집에도 찾아다니며 피어나고

    떨어지는 것들의 낮은 신음 소리에 맞추어 녹은 것

    구부러진 것 얼어붙은 것 갈라터진 것 나가떨어진 것들

    옆에서 한 번, 한 번만 보고 싶음과 만지고 싶음과 살 부비고 싶음에

    관하여 한 번, 한 번만 부여안고 휘이 돌고 싶음에 관하여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중에서 -

  • 그 겨울의 끝. | 19**0203 | 2005.10.0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시인 이성복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고등학교 일학년, 겨울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즐겨보던 잡지에 이성복의 《기다림》이...
    시인 이성복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고등학교 일학년, 겨울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즐겨보던 잡지에 이성복의 《기다림》이라는 시가 실려 있었다. 나는 첫눈에 반했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함께 늘 이성복의 《기다림》이 생각나곤 했다.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하고 조용히 입으로 읊어보면 기다리는 동안의 간절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와 닿았는데, 시와 같은 분위기를 공유한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이성복을 알았고 《기다림》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교 일학년, 여름이 끝나가는 무렵에 이성복의 시집을 만나보게 되었다. 첫 느낌은,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그의 시가 《기다림》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와 [남해금산]의 시들은 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시였기 때문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시인하며, 시집을 읽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예를 들면, '앵도를 먹고 무서운 애를 낳았으면 좋겠어/ 걸어가는 시가 되었으면 물구나무 서는/ 오리가 되었으면 구토하는 발가락이 되었으면' 하는 식이었는데 나는 그의 시 앞에서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메었다. 동기들이 그의 시를 칭찬할 때도 나는 예상외의 당혹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성복 시인의 그러한 '돌발적인 이미지의 제시와 시행 전개시에 보여주는 숨막히는 속도감'은 '현실의 불합리성과 혼돈 양상'을 표현하는데 적절한 표현 방법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았을 때에는 전보다 혼란스럽진 않았지만, 슬펐다. 시대가 그랬던건지 아니면 시인이 슬펐던건지 둘 다였는지. 나는 두 번째로 그의 시를 읽으면서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시의 슬픔은, 내가 그 소설을 읽고 느꼈던 슬픔의 감정과 아주 유사했다. 또,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와 [남해금산]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 한번 더 놀랐다. 다르다고만은 할 수 없게 분명 전의 시집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 무언가 다른 부분이 내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확실히 자유연상에 의한 기술이 줄어들었고 전 시집보다 서정적인 느낌이 강하게 묻어났다. 그러나 '삶은 내게 너무 헐겁'고 '꿈꾸는 일이 목 조르는 일' 같이 느껴진다는 것에서는 전의 시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도 주었다. 특히 한결같이 매력적인 시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그의 장점임에 틀림없겠다. 앞으로 이성복의 시들을 몇 번을 더 읽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 때마다 또 다른 인상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색조 같다. 그 겨울과 여름의 끝 무렵에 만난 그의 시들이 꼭 팔색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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