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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264쪽 | 규격外
ISBN-10 : 8937855267
ISBN-13 : 9788937855269
대리사회 중고
저자 김민섭 | 출판사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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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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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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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이 사회의 ‘대리인간’이다. 2015년 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통해 저자 김민섭은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다.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대한민국 사회에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마치 자신의 차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대리사회에서 한 인간은 더 이상 신체와 언어의 주인이 아니었고, 사유까지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린다고 해도 저자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사회 여러 공간에서의 경험에 따라 ‘순응하는 몸’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이 사회의 ‘대리인간’이었다. 『대리사회』는 그러한 공간에서 저자가 익숙하게 체험한 3가지 통제를 바탕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소개

저자 : 김민섭
저자 김민섭은 198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거의 보냈다.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낸 이후, 2015년 12월에 대학에서 나왔다. 그 이전까지 대학 ? 대학원을 떠나 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였다. 글이라고는 논문만 읽고 썼고 4년 동안은 글쓰기 교양 과목을 강의했다. 하지만 대학 바깥에 더욱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는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논문이 아닌 글을 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동안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도 아니었다.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8년 동안 존재했다.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 그는 경계인으로서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그 균열의 너머와 마주한다. 그렇게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계속 공부하고 노동하며, 글을 쓰고 싶어 한다.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 대리인간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1부 통제되는 감각들

1. 맥도날드 알바에서 다시 대리운전 기사로
2. 대리인간, 대리국민이 되다.
3. 나에게는 호칭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4. 호칭이 주는 환각에 익숙해질 때 우리는 대리인간이 된다.
5. 거리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6. 환대할 수 없는 존재들
7. 이제 다시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
8. 손님의 품격
9. 모든 인간은 주체로서 아파하고 주체로서 절망한다.

2부 대리인간이 되는 가족들
10. 아내에게 생긴 버릇 1대리, 2대리
11. 엄마와 아빠는 섬그늘에 굴따러 간다
12. 아내는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13. 부부는 함께 나란히 앉아 있을 때 가장 어울린다
14. 나의 대리가 된 이들을 추억하지 않을 것이다
15. 나는 빠주의 대리운전사
16. 원주를 떠나며, 나의 아내에게
17. 내일은 좀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
3부 주체가 될 수 없는 대리노동들
18. 우리 시대의 노동은 대리노동이다
19. 대리전쟁에 동원되는 노동의 주체들
20. 밀려난 사람들, 서울로 향하지 않는 밤
21. 명절에도 역시 숨은 노동자
22.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걸리는 시간
23. 대리사회의 개인은 잠시 즐겁고 오래 외롭다
24. 새벽 두 시의 합정은 붉은 포도송이가 된다
25. 기계들의 밤
26. 요정들의 밤

에필로그 - 경계인에게만 보이는 것

책 속으로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나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발화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나는 조금씩 주체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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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나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발화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나는 조금씩 주체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상대방이 말하는 대로 수용하고 긍정하는 간편한 대화의 방식, 말하자면 ‘순응’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에 각인된 것이다. 누군가 나를 주체로서 대우한다고 해도 익숙해진 몸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어디에서든 주체로서 발화할 수 없게 된다. ‘순응하는 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타인의 운전석과 다름없는 ‘을의 공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차의 주인과 대리기사와 같은 역설의 관계 역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어디에서, 주체의 욕망은 쉽게도 타인을 잡아먹는다. 예컨대 의사 결정권자는 언제나 자유롭게 회의 안건을 내고 소통하자고 하지만 그 누구도 화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상상과 수용 가능한 범위가 제한되어 있음을 모두가 안다. 거기에서 벗어나거나 반론을 내기라도 하면 곧 눈총이 쏟아진다. 소통은 주체가 된 이들의 논리를 확인하고 강요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부하 직원은 직장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학생은 교사의 의도에서 벗어난 답을 제출하지 않는다. 아이 역시 부모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교사,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을의 공간’에서 순응하는 방법을 주로 배워왔다. 1부 _ 2. 대리인간, 대리국민이 되다, 34~35p

그래서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우선 ‘공부’가 필요했다. 그때 나는 고작 대리운전인데 그냥 몸으로 부딪히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가벼운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거리에는 저마다의 문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지 않으면 어느 생태계에서든 살아남을 수 없다. 작년까지 논문을 쓰던 책상에서, 이제는 대리운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논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생존의 문제였다. ‘길을 잘 모르니까’ 하는 것이 삶의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새롭게 거리의 문법을 배우는 일은 즐겁다. 각각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간다. 그것은 인접한 도시이기도 하고, 대중교통의 노선이기도 하고, 거기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그 점과 선을 다시 면으로 구성하고 나면 나름 대리기사로서의 기초문법을 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명을 외우고 막차 시간을 계산하는 데서 나아가 그 안의 ‘사람’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나가고 들어오는지, 그들의 도시는 어떻게 외부와 소통하는지, 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그러한 사유로도 확장된다. 그렇게 경험한 삶의 문법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대리가 아닌 온전한 주체로서 내 몸에 남을 것을 믿는다. 5. 거리의 문법을 배우기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60~61p

아내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내가 이번 달에 받은 생활비가 이거였구나, 하고 말했다. 집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을 하면서 그날 번 돈을 모두 주었다. 차비가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하자 아내는 웃었다. 그날 이후 아내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이의 장난감을 사왔기에 저건 얼마야, 하고 묻자 “응 저건 대리를 두 번 뛰면 살 수 있어”라고 했다. 모든 물건을 살 때마다 1대리, 2대리, 하고 화폐의 단위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사야 할 물건만 사게 된다고 해서,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긴, 그러면 무엇도 쉽게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아직 모든 가족을 주체로 두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하고든 아이하고든, 조금은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기꺼이 그들을 위한 대리의 삶을 살며, 그렇게 조금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2부_ 10. 아내에게 생긴 버릇 1대리, 2대리, 103~104p


대학이라는 ‘갑’은 전쟁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주체로 믿는 대리인들이 자연스럽게 그 전쟁을 수행하게 했다. 그런데 나의 앞을 막아선 그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나 역시 갑을 위한 ‘대리전쟁’에 수차례 동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이다. 반드시 폭언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수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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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학 강사에서 대리기사가 된 ‘지방시’ 천박한 욕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리사회를 해부하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은밀하게 자리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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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에서 대리기사가 된 ‘지방시’
천박한 욕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리사회를 해부하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은밀하게 자리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마치 자신의 차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타인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 역시, 결국 이 사회의 욕망을 대리하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사유하지 못하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나 명성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대리인간’으로 존재하는 이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와이즈베리 신간《대리사회》는 그러한 공간에서 저자가 익숙하게 체험한 3가지 통제(행위, 말, 생각)를 바탕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대리사회에서 한 인간은 더 이상 신체와 언어의 주인이 아니었고, 사유까지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린다고 해도 저자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사회 여러 공간에서의 경험에 따라 ‘순응하는 몸’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이 사회의 ‘대리인간’이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우리에게 주체로서 한 발 물러설 것이 아니라 경쟁하고 남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기만을 강요해 왔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가 괴물이 되고 있다.
2015년 말《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첫 책을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다.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을 통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임을 다시 확인했다.

천박한 욕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리사회를 해부하다
육아, 교육, 직업, 소비에 이르기까지 사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대리기사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그 차의 주인인 것처럼 도로를 질주하지만 조수석에는 이미 누군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시동을 걸기 전부터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욕망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되고 개인의 의지는 샅샅이 통제되고 검열된다. 차를 멈추고 운전석에서 잠시 내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균열의 지점을 찾을 수 있지만 우리는 액셀을 더 강하게 밟는 데만 힘을 쏟는다. 단속 카메라가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고, 경로를 이탈했다는 경고음에 다시 도로로 올라오면서도, 자신이 주체라는 환상에 빠져 계속 운전대를 잡는다. 그렇게 대리사회의 욕망을 대리하는 ‘대리인간’이 된다.
국가는 순응하는 몸을 가진 국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비합리와 비상식과 마주하더라도 그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국민이 늘어나기를 내심 바란다. 대신 순응하지 않는 이들을 감시하고 격리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대리할 ‘대리국민’을 양산해 낸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대리인간에게 물러서지 않는 주체가 되기를 강요한다.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끊임없이 주문하는 가운데, 정작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주체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봉쇄한다. 결국 개인은 주체로서 물러서는 법을 잊는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듯 밀려나고 나서야 자신이 어느 공간의 대리로서 살아왔음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다. 밀려난 개인은 잉여나 패배자로 규정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대리인간이 들어선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말하자면 우리 사회를 포위한 ‘대리올로기’의 서사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 장착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내비게이션은 우리의 삶을 은밀하게 통제해 왔고 그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해 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삶의 주인이라는 환상에 취해 살아왔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대학을 떠나 카카오 대리기사가 된 저자는 세상 그 자체가 거대한 강의실과 연구실임을 깨닫고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우리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지나온 ‘대리의 시간’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생생한 언어를 기록한 것이다.《대리사회》에서 저자는 이 사회가 만들어낸 견고한 시스템과 마주하라고 주문한다. 외면하고 침묵하지 말고 온전한 나로서 사유하는 주체로 자신을 인식하고 주변의 또 다른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경계인’에게만 보이는 것
호칭은 한 인간의 주체성을 대리하는 수단이 된다. 자신을 그 공간의 주체라고 믿게 만드는 동시에, 그를 둘러싼 여러 구조적 문제들을 덮어버린다. 우리가 속한 공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 구성원 중 하나라는 환상에 빠진다. 그러한 환각에 익숙해질 때, 우리 모두는 ‘대리’가 된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의 욕망을 대리하며 ‘가짜 주인’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뿐 아니라 그가 속했던 여러 공간에서 주체로 서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호칭 뒤에 숨은 그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그 자신도 스스로 한 발 물러서서 실체를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서 ‘중간자’이자 ‘경계인’이었다. 대학원생 조교로 학과사무실과 연구소에 있으면서, 시간강사로 강단에 서면서, 계속해서 경계를 넘나들었다. 경계에 서면 중심부나 주변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균열’이다. 조직의 시스템이 가진 어느 균열이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중심부에 다가서서 그것을 곧 바로잡겠다고 마음먹지만 경계에서 멀어질수록 그 균열은 점차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경계를 완전히 벗어나고 나면 그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제는 주체로서의 감각을 회복하고 순응하는 몸에 반역해야 할 때다. 스스로 ‘대리인간’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하고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괴물에게 주체로서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밀려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물러서기는 어렵다. 그것은 공간의 주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며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여전히 행동과 언어는 통제될지라도,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는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의 균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 균열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대리사회의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
국민의 대리(대표)로 선출된 한 개인이 또 다른 누군가의 대리로 지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국정운영 전반에서 의료 처방에 이르기까지 그는 주체로서 사유하지 못하는 ‘대리인간’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던 그는 지금 대리사회의 괴물이 만든 공간에서 자신의 과거 행적을 숨기면서 스스로 물러서기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삶의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그는 선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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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서생의 몰락인가 | lt**202 | 2020.01.2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대학교수의 급여와 청소부의 급여가 차이가 없다외국에서는 그렇다 라는것을 접한 적이 있을것이다지방대시간강...
    대학교수의 급여와 청소부의 급여가 차이가 없다
    외국에서는 그렇다 라는것을 접한 적이 있을것이다
    지방대시간강사 이면서 동시에 글쓰는 사람으로서 의 정체성을 가진 저자에게 비슷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집에 쌀이 있는지 자식이 뮐하는지도 모르면서 학문에 과거시험 준비하는 조선시대 글쟁이의 한량스러움이 느껴졌다
    정교수의 대리일뿐인 시간강사를 하면서 동시에 어쩌면면 낮은자리로 내려온 용기는 용기라 부를수도 없을만큼 현실이 어려운것이겠지
     
    박사학위의 고학력에 논문과 책에 강의에,,지식으로 살아온 사람이지만 책의 내용가운데
     
    [나는 육체노동을 할것이다.] 라는 부분이 나온다, 영원히 육체노동을 하게 될것인지 그것은 아무도 알수없으나 
    단지 돈의 문제를 떠나서 육체노동을 통한 깨달음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된다.

    페이나 4대보험등 처우도 그렇지만 이분이 나는 육체노동을 하겠다라는 부분에서 ,지식이 몸으로 체험하는 육체노동의 고단함의 깨달음 보다  위에 있지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분이 육체노동만으로 자신의 생계를 끝까지 영위하지않을수도 있지만 육체노동의 경험은 소중한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2년때 무슨공부 무슨공부 ,,,,책상위의 내면화되지도 않던 온갖지식들로 마치 그지식이 자신의것이라도 되는것처럼 현학적인것들에 취해있을때, 육체활동이라고 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봉사활동을 하게되었다. 짧은 이 경험을 통해 신기하게도 뭔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은 불필요하고 내것이 아닌 들은 지식으로 가득차 있던 머리속을 청소해주는 느낌을 받게 해주었다. 당연히 지식이 다는 아니며 체화되지 않은 경험되지 않은 지식만으로는 살수 없다.
     
  • [서평]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 <대리사회> 김민섭 저, 2016. 11.. 255쪽, 와이즈베리 저...

    [서평]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 <대리사회>

    김민섭 저, 2016. 11.. 255쪽, 와이즈베리


    저자의 전작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고, 기업보다 더 신자유주의적인 대학의 노동력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그 책을 출간하고서 홀연 대학을 떠난 저자는 대리운전 기사로 변신했다.

    대학을 박차고 나와서야 그는 대학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대학은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괴물'이었고, 자신은 괴물 같은 대학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다.


    저자는 대학원생, 박사과정, 시간강사였던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저자는 1년간 대리기사로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거리에서 때로는 책상에서 기록해 <대리사회>라는 책을 냈다.


    저자가 전하는 대리운전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대리운전에 필요 없는 모든 행위는 계약에 의해 또는 무의식적으로 금지된다. 내 차가 아니기에 의자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도 없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 수도 없었다.

    손님이 먼저 말을 건네기 전까지 먼저 말하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손님이 던지는 말에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만 할 뿐이다.


    주체적으로 행위하고 말할 수 없게 되니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사유의 통제다.

    저자는 대리기사가 겪는 이런 주체성의 통제가 단지 대리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대리기사의 삶을 한국사회에 투영한다. 바로 이 사회가 거대한 대리사회라는 것이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자신의 의자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7쪽)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인 것처럼 좌석에 앉아 도로를 질주하지만 이미 조수석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

    이 타자의 욕망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되고 우리는 내비게이션의 들려주는 길 안내에 따라 운전한다.


    ‘대리운전’이라는 ‘주체성의 통제’,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사회’를 사회 전분야로 확대적용하여 ‘대리사회’로 규정하는 저자의 논리에 일부 수긍한다. 그렇지만 수긍은 일부일 뿐이다.

    ‘주체성의 통제’나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사회’는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로서만 개인을 대상화시키는 ‘자본주의 사회경제체제’의 특성이고, 언론에 의해 이미지화된 ‘주어진 정당과 후보’에게만 투표하는 것으로 ‘정치의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가로막는 자유민주주의체제(대의민주주의체제)의 특성이지 않을까 싶다. 권력과 자본이 ‘통제’와 ‘상품의 판매’를 위해 시민과 소비자를 획일화시키고 세뇌시키고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체제의 문제가 본질적이다.


    필자는 오히려 대리운전이 음주문화와 연관된 특수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경제체제로 유지되는 전세계 국가 중에서 대리운전이 얼마나 보편적일지 모르겠지만(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도가 대리운전 사업이 폭발적 성장세임), 음주문화가 한국과 비슷한 국가에서 시장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전망이나 자본주의 상품화의 특성상 ‘욕망의 대리경험’과 관련한 기술이나 산업이 성장할 수는 있겠지만, 저자가 의미하는 ‘대리사회’의 개념과는 다를 것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학교 교사,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런 '을의 공간'에 순응하는 법을 체화했기에 우리는 남의 운전석에 앉아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 공간에서 다른 대리인간에 의해 밀려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만 조수석에 앉아 있는 타자의 존재, 즉 자기 욕망을 대리시켜온 대리사회의 괴물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즐거움을 보며 대리로서 즐거워야 한다면, 역설적으로 나 우리는 지금 그만큼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이 만족스럽다면 남들이 먹고 노래 부르는 것에 지금처럼 필요 이상으로 열광할 이유 는 없다. 결국 많은 이들이 새벽에 연구실에 앉아서 기약 없는 논문을 써 내려가는것만큼이나 외롭거나, 아니면 절박한 심정이라는 이야기 가된다."(212쪽)


    저자는 그때부터 '사유하는 주체'가 되고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가르쳐준 바 없지만, 결국 우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밀려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물러서기는 어렵다. 그것은 공간의 주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의 균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 균열의 확장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대리사회의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사유하는 주체’가 된다. 여전히 행동과 언어는 통제될지라도,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 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는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252쪽)


    ‘사유하는 주체’, ‘거부할 수 있는 용기’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대리사회’라는 개념보다 이반 일리히의 <학교없는 사회>나 <병원이 병을 만든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와 <그림자 노동>, 그리고 <성장을 멈춰라>가 자본주의 체제나 근대사회체제를 비판하고 세계와 자신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적합하다고 본다.


    [2017년 4월 20일]

    (다른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 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 1월)대리사회, 김민섭 | tk**us026 | 2017.02.0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대리 사회, 김민섭 저   ‘거리에 나선 사회학자. 한국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노동 현실을 자각하다.’...

    대리 사회, 김민섭 저

     

    거리에 나선 사회학자. 한국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노동 현실을 자각하다.’

     

    77p. 대리사회의 괴물은 개인에게 주체로서 자신을 정비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설 수 없게 만든다.

     

    138p.

    사회는 우리를 대리인간으로 만든다. 나아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한다. 그러한 대리사회의 욕망은 결국 모두를 집어 삼키고, 주체로서의 자리 역시 빼앗는다. 하지만 그러한 고난의 시간을 추억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152p.

    기업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동자의 주체성을 농락한다. 자신을 대신해 내세울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에게 언제나 가혹하다. 그런데 그것은 명백한 위법이나 합법도 아닌,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법의 틈새를 이용한 편법이다.

    인턴이라는 정체불명의 직함을 부여하고서는 무임금으로 사람을 부리고, 언제든지 해고하고,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조차 보장하지 않아도, 기업에게는 잘못이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매장의/학교의 주인처럼 일하라는 수사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이것은 정말이지 파렴치한 역설이다. 노동자의 주체성을 강탈하는 동시에 그 빈자리에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히는 것이다.

     

    183p.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이다. 반드시 폭언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수행자가 된다. 내 주변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그와 나 사이에 선을 긋는 것 역시,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행위인 것이다.

    분노는 주변의 을이 아닌 저 너머의 갑을 향해야 하고, 공고하게 구축된 시스템에 닿아야한다.

     

    212p.

    타인의 즐거움을 보며 대리로서 즐거워야 한다면, 역설적으로 나는/우리는 지금 그만큼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대리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누구에게도 대리시킬 수 없는 허탈함이 찾아온다. 특히 자신을 둘러싼 사회구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남들처럼 즐거울 수 없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게 된다. 일상을 특별하게 재현한 지금의 먹방은 보는 이를 더 외롭게 만든다.

     

    227p.

    사람의 인연은 쉽게 끊을 수 없으니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곧 잊고 있던 선을 기억해 내고 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245p.

    은폐된 노동을 기억하고 상상하는 일은, 결국 점점 지워져 가는 우리의 신체를 되찾는 일이다.

     

    250~251p.

    대리운전이라는 노동과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공간을 통해, ‘대리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나를/우리를 포위해 왔음을 알았다. 나는 대학뿐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제대로 된 주체로서 존재하지 못했다. 공간도, 시간도, 그 무엇도,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었다.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시간 강사와 맥도날드 상하차 작업까지 병행하면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입니다.’ (이하 지방시) 라는 책을 낸 사람으로 유명하다. 시간 강사라는 직업 특성상 계약 기간이 정해져있어 강의가 없는 방학 때는 수입이 끊긴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강의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다 대리 운전이라는 일을 통해 책에서만 보던 노동의 현실을 몸으로 깨닫는다.

    세상은 한 권의 책보다 더 넓고도 방대한 정보들로 가득한 현장이었다.

    대리기사를 하면서 그는 주체로서의 노동은 사라지면서 우린 상대의 욕망을 대리한다고 주장한다. 대리 운전을 하면서 자신의 몸과 생각은 통제당한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에 콜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차 주인의 좌석 각도, 음악 소리조차 나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 자신의 몸도 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 가끔 진상손님들 때문에 허탕치는 일도 잦다. 일은 정말 열심히 하는데 받는 대우는 을에만 머무른다.

     

    무엇보다 그는 대리기사 일을 통해 자신이 몸담았던 대학을 객관화할 수 있었다.

    가까이 있을 때만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게,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니 이미 대학은

    비합리가 합리화로 변질된 공간임을 자각한다. 가령 조교들이 푼돈을 모아 교직원들에게 선물을 사고, 정규직 교수, 교직원이 아니면 명절 선물은 없다. 보험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지지도 않는 의 대우를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서 노동은 아주 고귀한 일임을 배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배웠던 노동의 가치는 변질된 모습으로 받아들인다. 대리와 주인이라는 갑과 을로 나뉘고, 말도 안 되는 부조리로 노동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일이 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지어 차별한다. 이론에서 배웠던 노동은 현실에서는 그저 갑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될 수 있어 흥미로웠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고 잘못된 노동을 비판하는 학자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관용이 생겨나길 원한다.

  • 나는 여러 방면에는 관심은 있지만 정작 책은 특정 분야만 읽는다. 조금 흥미가 가는 분야-진화, 생물, 심리, 역사 등- 이런...

    나는 여러 방면에는 관심은 있지만 정작 책은 특정 분야만 읽는다. 조금 흥미가 가는 분야-진화, 생물, 심리, 역사 등- 이런 분야는 구미가 당기지만 정작 도서관을 가면 투자, 경제 쪽만 어슬렁거리다 온다.

    최근에는 부동산 투자 위주로만 읽은 것 같다.

    이와 같은 편식을 일부 막아주는 게 서평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신청하는 경우는 내 취향대로 택하지만, 출판사와 활동을 하면 내 의도와 상관없는 책을 접한다. 평소 같았으면 읽지 않았을 책들과 함께 할 기회를 가진다. 그런 과정 중에 읽기 싫어 덮는 경우도 있고, 재밌게 읽어 만족하는 책도 있다. 이번에 읽은 <대리사회>는 후자에 속한다.

     

    지은이의 출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필명을 통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첫 책을 냈다고 한다. 전작을 읽지 못했지만 <대리사회>를 읽으니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을지 짐작이 간다. 저자는 대학을 그만두고 1년간 대리운전을 했다. <대리사회>는 지은이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의 집합이다.

    (8) 이 글은 내가/우리가 이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진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다. (중략) 이 글은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사실 굳이 그 안과 바깥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마치 서로를 축소하거나 확대해 놓은 것처럼 닮아 있는 공간이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나는 세 가지의 통제를 경험했다.

     

    지은이가 경험한 세 가지 통제는 행위, , 사유이다. 타인의 차 안, 그것도 운전의 주체가 되는 운전석에서 오히려 통제를 받는 게 대리운전이다. 비단 대리운전만이 세 가지 통제를 경험할까? 직장인 또한 행동, , 생각에 대해 통제를 받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해도 몇 년간의 직장/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스스로가 행동을 점검하고 말을 가리고, 상사의 생각을 따를 것이다. ‘조직 안에서 저자가 말한 주체성 가진 온전한 나는 증명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나는 조직에서 온전한 나를 증명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에너지 소비가 매우 크며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행동이다. 나는 조직 밖에서의 나를 라고 본다. 주체성을 가지기 위해 내가 하는 행위는 독서와 만남이다. 내가 모름을 알 때마다, 서로가 다름을 알 때마다 흔들린다. 그렇게 흔들리며 나를 생각한다.)

     

    책 중간 글을 통해 저자의 대학 시간강사 생활을 엿 볼 수 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저자가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르치는 행위를 저자는 노동으로 바라본 것이고, 대학의 그들은 노동이 아닌 다른 것으로 여긴 것이다. 그 생각 차이 때문에, 저자가 대학 보다는 거리로, 나오기로 선택한 것이리라.

     

    책 내용 중에 공감한 것은 유니폼에 관한 이야기다. 몇 년 전 엄마가 상조공제에서 도우미로 일을 시작할 때, 옷을 돈 주고 사야 된다는 소리에 전혀 납득하지 못한 게 떠올랐다. 상조회 뿐만 아니라 대리기사 그렇다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노동을 제공하기로 한 것인데, 노동에 필요한 외적인 것을 노동자가 사야하다니... 아마도 상조 도우미든 대리기사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서 그러는 것이리라.

     

    자동차가 없기에, 대리기사를 호출할 일이 없기에. 내가 평소 접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본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대리노동에 관한 주장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본 책은 재미있을 것이다.

    (173) 노동자는 노동 현장의 주체가 아닌 대리로서 존조해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매장의/학교의 주인처럼 일하라는 수사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이것은 정말이지 파렴치한 역설이다. 노동자의 주체성을 강탈하는 동시에 그 빈자리에 주체라는 환성을 덧입히는 것이다. 그것이 일상회된 사회에서는 자신의 주체로 믿는 대리가 된 노동자만이 존재한다. 어쩌면 열정 착취보다도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다. 노력뿐 아니라 행복과 만족까지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노동은 대리노동이다. 노동자는 여전히 노동의 주체이면서 또한 주체가 아니다.

     

  • 한 걸음 물러설 용기 | sa**t565 | 2016.12.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 대리사회 】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nb...

     

    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_김민섭 저 | 와이즈베리

     

     

    1.

    지방대학 시간강사가 대리기사가 되었다. 저자는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라고 표현한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저자는 무엇을 보았을까? ‘세 가지통제를 경험한다. 우선 운전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행위의 통제다. 내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차주가 다음 날 아침 맑은 정신으로 차를 몰고 나오면서 이곳저곳 맞춰놓은 포인트가 달라져 있을 때, 입에서 숫자, 동물이름이 안 나올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2.

    대리 운전을 하면서 손님(차의 주인)에게 하는 제일 좋은(무난한) 말은 , 맞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라는 3단 화법이다. 저자는 대리운전 기사의 일상과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과의 대화(토론)를 비교한다. 학생을 주체로 대하지 않는 토론은 강사나 교수의 일방적 현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공감 능력의 결여라고 표현한다.

     

    3.

    타인의 운전석과 다름없는 을의 공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차의 주인과 대리기사와 같은 역설의 관계 역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어디에서든 주체의 욕망은 쉽게도 타인을 잡아먹는다.

     

    4.

    대리기사를 통해 표출되는 대리사회는 언제부터 이렇게 깊숙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대리사회’.

     

    5.

    그렇다면 대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구조와 마주하고, 주체가 되어 사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불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한 개인이 가진 사회적 책무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성찰이다.”

     

    6.

    내가 가장 합리적인 공간으로 믿었던 대학도 역시 우리 사회의 욕망을 최전선에서 대리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괴물이 되기 위한 경쟁에 내몰렸다가 밀려났다. 그 이전에 스스로 한 발 물러서는 연습을 했다면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주체로서 한 발 떼어놓을 만한 특별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7.

    저자는 이 글들을 책상보다는 주로 거리에서 썼다고 고백한다. 책상에 앉아서 쓰는 한 편의 글보다 거리에서 문득 떠오른 한 줄의 문장이 더욱 가치 있었다고 한다. 대리사회는 그렇게 하루의 밤과 한 줄의 문장을 조금씩 쌓아가며 쓰였다. 대리기사를 불러 본 적이 없는 나에겐 대리기사의 존재감이 남아있지 않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대리기사들의 일상이 치열한 삶그 자체로 그려져 있다. 모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당연히 그 곳에도 따뜻한 인간애가 흐른다. 웃어도 될지 어떨지 애매모호한 대목에선 종종 눈보다는 가슴으로 읽게 된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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