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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 규격外
ISBN-10 : 8960517801
ISBN-13 : 9788960517806
정치적 부족주의 중고
저자 에이미 추아 | 출판사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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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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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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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과 인종,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종교와 성소수자
그 대립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 국제 분쟁 전문가이자 《불타는 세계》 《제국의 미래》 저자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의 신작『정치적 부족주의』.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혐오'의 원인을 기존의 좌우 구도가 아닌 '부족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미국이 부족주의를 간과하고, 냉전 프레임으로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보는 바람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부족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집단 본능’은 ‘소속 본능’인 동시에 ‘배제 본능’이다. 집단 본능으로 갈라진 부족과 기록적인 수준의 불평등이 결합하면서 세계에서는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책에서 주로 설명하는 미국 내 ‘부족주의의 부상’과 ‘정체성 정치’의 갈등 상황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재산의 유무, 지역 갈등, 세대 차이에 따라 좌파와 우파가 거의 정확하게 갈렸던 한국 사회도 몇 년 전부터 해석이 되지 않는 ‘이상 수치’들이 발견되고 있다. '강남 좌파‘를 신호탄으로 이제 경제 및 교육 수준, 종교, 젠더 등 정체성의 대결이 좌우 대결을 압도한다. 오늘날 정치 구도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부족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정확한 수치와 연구 자료, 수많은 논거들을 통해 저자가 알려주는 부족주의의 동학을 알고 나면, 한국 사회의 분열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에이미 추아
Amy Chua
중국계 미국인으로 1962년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와 같은 대학의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법과 경제성장, 국제 상거래, 민족 분쟁, 국제화 등이다.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우수 강의상’을 받았고, 2011년 《타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다.
대표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가디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불타는 세계》와 《제국의 미래》 《트리플 패키지》 《타이거 마더》가 있다.

역자 : 김승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20 VS 80의 사회》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권리를 가질 권리》 《친절한 파시즘》 《기울어진 교육》 《메뚜기와 꿀벌》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008

1장 미국이라는 ‘슈퍼 집단’의 기원 025
강력한 집단 정체성으로 묶인 나라 033 | 미국은 어떻게 슈퍼 집단이 됐나? 039 | 미국 예외주의의 함정 047

2장 베트남: ‘별 볼 일 없는 작은 나라’에 패배를 선언하다 051
부족 본능과 민족성 055 | ‘베트남 정체성’ 059 | 개발도상국의 시장 지배적 소수 민족 064 | 베트남의 1%, 화교 066 | 미국의 개입이 낳은 결과 068 | ‘인종 청소’라는 거대한 파도 073

3장 아프가니스탄: ‘부족 정치’를 간과한 대가를 치르다 077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미묘한 관계 081 | 아프간, ‘소련의 베트남’이 되다 084 | 미국, 파키스탄의 졸개 노릇을 하다 085 | 탈레반이 꺼낸 부족 카드 088 | 미국의 아프간 침공 093

4장 이라크: 민주주의의 ‘부작용’과 ISIS의 탄생 099
이라크의 지배적 소수 집단, 수니파 아랍인 104 | 민주주의를 이라크에 도입하다 107 | 2007년의 대규모 진압 작전 111 | 민주주의와 이라크 부족 정치 120 | 냉전 이후의 승리주의와 인종민족주의 124

5장 ‘테러 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27
집단 심리학 130 | 악의 평범화 137 | 빈곤의 수수께끼 143

6장 베네수엘라: 독재자와 인종 불평등 사이에 숨은 그림들 151
미인 대회와 베네수엘라의 부족 정치 154 | ‘피부색 지배 정치’와 인종적 민주주의의 신화 157 | 안녕하세요, 차베스 대통령님? 162 | 지배층의 반격 165

7장 불평등이 만든 부족적 간극이 미국을 갈라놓다 175
‘점령하라’ 운동 179 | 소버린 시티즌 185 | 갱단과 마약의 수호성인 190 | 번영 복음 195 | 나스카의 나라 198 | 프로레슬링과 트럼프 현상 201 | 미국에 존재하는 두 개의 백인 부족 205

8장 정치적 부족주의는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209
갈색이 되는 미국 212 | ‘화이트래시’ 216 | 지금 미국에서는 모든 집단이 위협받고 있다 221 | 좌파 정체성 정치와 우파 정체성 정치 225 | 좌파의 새로운 부족주의 230 | 우파의 새로운 부족주의 236 | 인종민족주의의 아류가 등장하다 242

에필로그: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향하여 248
감사의 글 265 | 참고 문헌 269 | 찾아보기 340

책 속으로

미국은 왜 민족, 분파, 부족을 이해하지 못했나? 민족을 초월하는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데 이례적으로 성공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는 미국이 그 외의 세계를 보는 방식에 틀을 제공했고 미국의 외교정책에도 근본적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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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민족, 분파, 부족을 이해하지 못했나?
민족을 초월하는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데 이례적으로 성공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는 미국이 그 외의 세계를 보는 방식에 틀을 제공했고 미국의 외교정책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군사적, 외교적으로 개입하는 대상 국가들의 인종, 민족, 분파, 부족적 분열을 간과하는 것은 단순히 무지, 인종주의, 혹은 자만심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온갖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미국인’이 될 수 있었는데,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인과 쿠르드인은 왜 그런 식으로 ‘이라크인’이 될 수 없단 말인가?
미국이 해외에서 정치적 부족주의를 보지 못하는 것이 미국 역사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반영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 하지만 미국이 해외에서 집단 간 차이를 간과하는 이유가 미국이 가진 더 고귀한 이상들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관용, 평등, 개인주의, 불합리한 증오를 누르는 이성의 힘, 그리고 모든 인간의 자유에 대한 사랑과 공통의 인간 본성이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들 말이다. -본문 32~33쪽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다른가
19세기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로, 군중 심리학을 창시한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의 말을 빌리면, 집단의 일부일 때 개인은 “문명의 계단에서 몇 단계를 내려간다.”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개인일지 모르지만” 집단으로 있으면 “즉흥성, 폭력성, 맹렬함, 그리고 열정과 영웅주의 같은 원초적 존재의 특성을 갖게 된다.” 다른 이들과 함께 집단으로 행동하는 개인은 ‘혼자 있었더라면 억제했을 본능이 굳이 억제되지 않고 표출되도록 허용하는 막강한 권력의 느낌’을 얻게 된다. 집단 정체성의 ‘탈억제 효과’가 촉발한 광신주의는 생물학적인 토대를 갖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말이다.) ISIS의 젊은 남성 전사가 트럭을 타고 “검은 깃발을 흔들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신이 나서 “저항자들을 살육하고 돌아오는” 것에 대해 묘사하면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이언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무장 세력에 가담한 사람들이 “생화학적으로 마약에 취한 것과 같은 흥분 상태를” 경험한다고 언급했다. 그 상태는 “연대감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지배감과 관련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결합에서 나온다.”-본문 135쪽

이슬람은 어떻게 ‘쿨’해졌고 히잡은 어떻게 ‘해방적’인 것이 되었나
불만을 품은 무슬림 청년에게 지하드 전사가 되는 것은 엄청난 출세다. 별 볼 일 없던 익명의 존재에서 존경받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결한 전사가 되는 것이다. 또한 계층 사다리에서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남성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칼리프’라는 브랜드는 ‘쿨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젊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ISIS는 매우 뛰어난 마케팅 수완을 발휘해 소셜미디어를 자신만만하고 건장한 전사가 AK47을 메고 있는 사진들로 도배했다(지하드 판 아베크롬비 모델이라 할 만하다). 수백 명의 서구 여성이 ISIS 전사의 아내가 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했다. 이 ‘ISIS 아내’들은 남편이 포로로 잡아끌고 온 야지디족 소녀들(야지디족은 무슬림이 아니다)을 성노예로 삼아 강간할 때 보초를 섰다. ISIS는 영국과 유럽의 꽤 많은 젊은 무슬림 여성 사이에서 테러가 ‘힙하게’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 중동 기자에 따르면 이 세계에서는 “반문화가 보수적이고 이슬람이 펑크록이다. 히잡은 해방적이고 턱수염은 섹시하다.”
근래의 역사에서 ISIS는 다른 어떤 테러 조직보다도 소외된 젊은 무슬림들에게 가슴 뛰는 흥분과 로맨스, 위대한 역사와의 연결, 이기는 팀에 속할 기회를 성공적으로 제공했다. -본문 140~141쪽

갱단은 어떻게 가장 전도유망한, 계층 상승의 길이 되었는가
‘캐시(Cash)의 모든 것’ ‘캐시 애비뉴’ ‘캐시 머니 보이스’ 같은 이름이 암시하듯이 갱단 일원들은 최신 유행 제품이나 으리으리한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 자신이 쓸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매우 집착한다. 또한 갱단의 일원들은 야망이 있고, 기꺼이 거친 일에 나서며, 위험을 감수하고, 위계의 사다리를 올라갈 기회를 얻기 위해 희생을 한다. 어느 면에서 갱단은 ‘암울한 결말이 예정된 아메리칸 드림’이다. 가장 활발한 일원들은 스무 살 이전에 감옥에 가거나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직업이 없고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소수 인종이며 불만을 품은 젊은 남성이 ‘가진 기술은 없고 저임금 일자리에 대해서는 경멸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갱단은 합법적인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바로 그것들을 그들에게 제공한다. 지위, 강한 부족, 그리고 실질적인 계층 상승의 가능성 말이다. 그들에게 갱단은 가장 전망 있는,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계층 상승의 길이다. -본문 204쪽

트럼프는 왜 프로레슬링 ‘무대’에 올랐을까?
트럼프와 WWE의 관계, 그리고 그가 WWE 팬들에게 가졌던 호소력을 이해하는 것은 2016년 선거의 소우주를 이해하는 것이다. 프로레슬링 대회인 ‘레슬 매니아‘가 그렇듯이 트럼프 지지자에게도 정작 중요한 것은 쇼맨십과 상징이다. 진보주의자들이 트럼프의 성적인 과감함, 연속되는 거짓말, 상대에 대한 악랄한 비방에서 비문명과 야만을 봤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익숙하고 유쾌한 장관을 봤다. 또 프로레슬링의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세계에서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대안적 사실’은 거짓이 아니라 오락적 서사를 한층 더 활성화해 주는 스토리라인이었다. 이런 렌즈로 보면 트럼프는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이나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Stone Cold’ Steve Austin)‘ 같은 영웅이다. 악의 세력을 짓밟고 ‘정치적 올바름‘에 맞서 성스러운 전쟁을 치르며 공격적인 남성성을 다시 한 번 유행이 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힘 있는 거인인 것이다. (…) 트럼프 후원자이자 짧은 기간 동안 백악관 소통 담당자였던 앤서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를 액면 그대로 보지 말고 상징으로 보라.”-본문 242~243쪽

미국의 백인들은 어떻게 유색인종을 제치고 ‘소수자’가 되었나
많은 백인이 경제적 불안뿐 아니라 문화적 불안도 강하게 느낀다. 미국의 문화 전쟁은 누가 국가 정체성을 규정할 자격이 있느냐와 큰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종과 깊이 관련된, 고통스러운 전투다. 비욘세가 2016년 슈퍼볼 중간 공연에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대한 퍼포먼스를 하자 미국의 절반은 맹렬히 찬사를 보냈고 절반은 비욘세가 ‘경찰 살해 엔터테인먼트’를 한다며 맹렬히 비난을 퍼부었다. 2017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라라랜드〉에 가야 하느냐 〈문라이트〉에 가야 하느냐도 막대한 함의를 가진 문제처럼 보였다. 또 시상식에서 〈라라랜드〉가 수상작으로 잘못 발표된 것도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보였다. 대중 매체에서 존 웨인(John Wayne) 같은 백인 남성 영웅은 사라지고 멍청해 보이는 백인이 자신이 얼마나 인종적인지를 인식조차 못 하다가 조롱을 사는 모습만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같은) TV 프로그램에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오늘날 수천만의 백인 미국인에게 주류 대중문화는 ‘비기독교적이고 소수자를 영예화하며 LGBTQ 일색인 미국’, 즉 그들로서는 도저히 나의 나라라고 인정할 수 없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미국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런 미국이 나를 적으로 여기면서 배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본문 219~220쪽

오늘날 좌파는 왜 분열하고, 서로를 적대하게 되는가
오늘날 좌파 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 중에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억압에 다양한 축이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25년도 더 전에 이 말을 처음 만든 컬럼비아대학교 법학 교수 킴벌리 크렌쇼(Kimberle Crenshaw)는 ‘흑인 여성’의 경험이 전형적인 ‘여성의 경험’에도, 전형적인 ‘흑인의 경험’에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흑인 여성의 주장이 종종 페미니스트 운동과 반인종주의 운동 모두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
하지만 1990년대에 매우 획기적이었던 ‘교차성’ 개념은 오늘날 잘못 해석되고 있고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 2017년에 크렌쇼 본인이 말했듯이, 이제 그것은 사람들을 인종, 민족, 젠더, 성적 지향 등의 교집합에 따라 점점 더 특수한 하위 집단으로 계속 가르면서 ‘한마디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듯 초강력해진 정체성 정치’가 됐다. 오늘날 좌파 진영에서 정체성의 어휘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젠더 퀴어’ ‘인터섹스intersex’ ‘팬젠더pangender’ 등 50개의 젠더 범주를 사용자들이 고를 수 있게 제시하고 있다. LGBTQ라는 약어의 사용도 그렇다. 원래는 LGB였는데, 선호되는 용어가 달라지고 누가 포함되어야 하고 누가 앞에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GLBT였다가 LGBTI였다가 LGBTQQIAAP(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Questioning, Intersex, Allies, Asexual, Pansexual의 머리글자)가 됐다. -본문 231~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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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에게는 ‘부족 본능’이 있다. 우리는 집단에 속해야 한다. 우리는 유대감과 애착을 갈구한다. 그래서 클럽, 팀, 동아리, 가족을 사랑한다. 완전히 은둔자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도사나 수사도 교단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부족 본능은 소속 본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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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부족 본능’이 있다. 우리는 집단에 속해야 한다. 우리는 유대감과 애착을 갈구한다. 그래서 클럽, 팀, 동아리, 가족을 사랑한다. 완전히 은둔자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도사나 수사도 교단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부족 본능은 소속 본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 본능은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
어떤 집단은 자발적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어떤 부족은 즐거움과 구원의 원천이고, 어떤 것은 권력을 잡으려는 기회주의자들의 증오 선동이 낳은 기괴한 산물이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건 일단 속하고 나면 우리의 정체성은 희한하게도 그 집단에 단단하게 고착된다. 개인적으로는 얻는 것이 없다고 해도 소속된 집단의 이득을 위해 맹렬히 나서고, 별 근거가 없는데도 외부인을 징벌하려 한다. 또한 집단을 위해 희생하며 목숨을 걸기도 하고 남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그런데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족적 정체성은 ‘국가’가 아니다. 인종, 민족, 지역, 종교, 분파, 부족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인종은 미국의 ‘빈민’을 갈랐고
계급은 미국의 ‘백인’을 갈랐다
2012년 5월 1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점령하라’라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기치로 내걸은 시위였다. 그런데 참여자들을 조사한 결과 90.1%가 고졸 이상, 81.2%가 백인인 것으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참가자 절반 이상의 소득이 7만 5000달러가 넘는다고 나타났다(179~180쪽). 다시 말해 이 운동 참여자들은 백인, 고학력자에 부유한 사람이었으며, 정치 활동 참여도도 인구 비례 대비 훨씬 높았다.
‘점령하라’는 빈자를 돕기 위한 운동이었지만, 사실상 빈자를 포함하지 않는 운동이었다. 노동자 계급 미국인은 이 운동에 참여만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런 ‘정치 활동’ 자체를 싫어한다. 실제로는 투쟁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노동자 계급과 아무런 관련도 없으면서, 그저 SNS에 ‘인증’하기 위해 자신들을 ‘밈(meme)’으로 이용한다며 혐오한다.(183쪽)
오늘날 미국 사회는 두 개의 백인 부족으로 분열되어 있다. 첫 번째는 위와 같이 정치 활동 참여도가 높고, 코즈모폴리턴적 가치를 받아들인, 자신을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연안 지역’의 백인이다. 이 미국 엘리트 계층은 자신이 ‘부족적’인 것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코즈모폴리턴주의’는 고학력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볼 수 있었던 엘리트 계층의 배타적인 ‘부족적 표식’이다. 이 표식은 부족 바깥의 외부인을 매우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게 해 주는데, 여기에서 외부인은 USA를 연호하는 촌뜨기들이다.
두 번째 백인 부족은 교육 수준이 낮고, 인종주의적이며, 애국적인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 백인이다. 이들의 표식은 ‘버드와이저’ ‘성조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와 애국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엘리트 계급을 ‘진짜 미국인’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면서, 저 멀리서 권력의 지렛대를 통제하는 소수 집단이라고 생각하며 경멸한다. 그리고 이 경멸은 노동자계급에 강력한 부족적 정체성을 형성했는데, 바로 트럼프 당선에 크게 일조한 ‘반기득권 정체성’이다.
트럼프의 당선과 단단한 지지 기반을 ‘좌우파의 대결’이나 ‘인종주의’만으로 해석한다면, 전체 그림에서 너무 많은 것을 지나치게 된다. 미국의 지배층 역시 노동자 계급의 부족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바람에 2016년 대선에서 판도를 완전히 잘못 파악했다. 이 두 부족, ‘백인 대 백인’의 적대와 분노가 미친 영향을 파악해야 미국 사회의 분열이 손에 잡힌다.

‘백인 쓰레기’들에게도
부족은 있다
2014년에 미국 전역의 경찰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공동체에서 가장 큰 위협’을 하나만 꼽으라는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경찰 대부분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폭력적인 갱단이 아니라 ‘소버린 시티즌’이라고 불리는, 반정부적 성향의 희한한 집단을 꼽았다. 2008년 경기 침체 이후 급증해 현재 30만 명이 넘는 추종자가 있는 이 운동은 ‘정교한 음모론’과 ‘서류 테러리즘’이란 무기를 내세우고, 정부가 계략으로 자신들을 하층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185~189쪽).
노동자 계급 백인들은 정치적 관여도가 낮다. 정치 활동 참여도, 선출직 공무원과의 접촉도 적으며, 투표에도 훨씬 적게 참여한다. 이들은 종교 모임이나 자원봉사에도 거의 나가지 않는 등 사회적 접촉 기회도 적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주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강렬하게 부족적이다. 단지 엘리트 계층이 그동안 이들에게 ‘부족적 정체성’을 형성해 주는 집단들을 반사회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여기며 멸시했을 뿐이다.
소버린 시티즌 운동과 더불어 최근 노동자 계급 백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표적인 부족은 ‘번영 복음(prosperity gospel)’이다. 이는 ‘부자가 되는 것이 신성한 것’이며 ‘신이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가르치는 기독교 교단으로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운동이기도 하다(195~198쪽).

번영 복음은 그들에게 더 존엄하고 위엄 있는 자아 이미지를 갖게 해 준다. 번영 복음의 가르침은 “신도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어깨를 쫙 펼 수 있게 해 준다.” (…) 번영 복음 신도들은 자신을 ‘사회의 억압받는 사람’ ‘99%’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고 묘사하지 않고, 축복받았고 희망이 있고 신이 더 사랑하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198쪽).

목숨을 대가로 신분 상승 기회를 만들어주는 갱단에 들어가고, 마약 밀매에도 축복을 내려주는 ‘산테 무에르테’라는 ‘사이비’ 민속 신앙을 믿는 것도(190~194쪽) 비슷한 맥락이다. 더 직접적으로 프로레슬링(WWE) 팬들은 트럼프 지지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들에게 트럼프는 위선적인 엘리트 계급에 맞서 성스러운 전쟁을 치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힘 있는 ‘거인’처럼 보인다(201~204쪽).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투인 사람들에게 이런 집단들은 희망, 방향성,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의 공동체 의식을 제공한다. 이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미국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계층으로, 실업자에 빚이 있고, 위로 올라갈 사다리 자체가 없는, ‘점령하라’ 운동 참여자들이 돕고자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가져야 할 부를 엘리트 백인 계급이 독차지하고 있고, 입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기회 사재기’와 ‘유리 바닥’을 통해 기득권을 가로챘다면서 경멸한다. 2016년 미 대선은 이 두 백인 계급의 부족주의 대결 속에서 ‘반기득권’으로 집결한 ‘백인 쓰레기(White trash)’의 ‘화이트래시(White lash, 백인들의 집단 반발)’였다.

부족주의에 눈감은 대가로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
부족주의는 그저 집단의 결집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에게 소속감과 위안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의 위력을 알기 위해서는, 부족주의를 간과한 대가로 미국 안과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11월,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가 지지자들에게 “누군가가 후보로 나와서 ‘나는 라티노니까 나를 찍으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자, 힐러리 클린턴의 흑인 유권자 담당자는 샌더스의 발언이 “어쩌면 그 또한 백인 우월주의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231쪽).
그동안 부족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 미국 정치권의 좌우파도 이에 포획되어 새로운 정치 부족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좌파는 기존의 ‘집단을 불문’하고 ‘포용’한다는 기조에서 멀어져 정체성 정치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인종, 민족, 젠더, 성적 지향에 따라 집단 정체성은 더욱더 세분화되고, 각각이 스스로를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서로에 대한 검열도 심각해져서 가령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라틴계 동성애자가 나오는 소설’을 읽기만 해도 억압에 일조한다며 비난받는다. 마치 ‘억압당하기 선수 올림픽’이라도 하는 듯 누가 특권을 가장 덜 가지고 있는지 겨루는 제로섬 경쟁을 하는 수준이다.
결국 오늘날 좌파는 모두를 존중하면서 모두에게 비난받지 않으려면, 무엇도 논의할 수 없고, 어떤 합의에도 이를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230~236쪽)
우파 역시 ‘백인 정체성 정치’에 매몰됐다. 백인이 위험에 처해 있고, 백인이 차별당하는 집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부족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오래된 백인 우월주의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들은 좌파가 끊임없이 우파의 집단성을 비난하고, 창피를 주고, 백인들이 갖고 있지도 않은 ‘특권’을 가졌다고 몰아붙이는 바람에 부족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흑인들이 노예제에 대해 백인을 비난하며 배상을 요구하면 많은 백인은 과거 세대의 잘못에 대해 자신이 부당하게 공격받는다고 느끼는 식이다(238~239쪽). 만약 여기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한국의 태극기 부대와 20대 청년 보수층에서 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미국의 현재는, 부족주의를 간과한 탓에 뼈아픈 수모를 받아들여야 했던 과거의 유산이기도 하다. 미국은 세계를 상호배타적인 영토를 가진 국가들이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자유세계 대 악의 축’과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에 따라 대립하는 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덧씌운 렌즈로 세상을 보면, 정치적 격동의 주요인인 ‘집단 정체성’들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도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60년 전, 베트남에서 벌어진 ‘불명예스러운’ 전쟁이다. 미국은 냉전 렌즈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맹렬하게 증오했던 화교가 인구 비중은 1%밖에 안 되면서도 경제적 부의 70~80%를 장악해 왔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이 친자본주의적 조치를 취할 때마다 베트남 대중의 분노를 샀고, 린든 존슨이 ‘별 볼 일 없고 하찮은 작은 나라’라고 부른 나라에, 아니 그 나라의 절반에 패배하고 말았다(2장).
미국이 가진 또 다른 렌즈는 민주주의를 ‘통합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가령 인종, 민족, 분파 간 분열을 따라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집단 간 분쟁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16쪽).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민주주의’가 ‘자유를 사랑하는 이라크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과 집권당이었던 바트당은 수니파였고, 인구의 60%는 수니파에 매우 적대적이던 시아파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적 선거는 통합된 이라크를 가져오기는커녕 수니파를 배척하는 시아파 정부가 들어서서 수니파에 보복을 가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그곳에서 정확히 그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프간에 ‘탈레반’이 탄생한 것처럼, 이라크에서는 자유 시장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델이 아니라 ‘ISIS’가 생겨났다(3장).

페미니스트를 혐오한 김 군이
ISIS로 간 까닭은?
‘부족 본능’의 가장 어두운 측면은, 부족별 결집이 일어나고 집단에 대한 유대감이 강력해지면서 ‘테러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러 집단의 일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살인자가 되어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증언하고, 실제로도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부족은 사회에서 부침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이 중요한 인물이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집단 정체성을 제공해준다. 그러면서 친교를 맺고, 이념을 주입하는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그들을 끌어들인다.(131~138쪽)
일단 집단에 소속되고 나면 집단 정체성이 새로운 프레임을 씌어준다. 예컨대, 부족 외 사람에 대한 탈인간화가 이루어져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감수성이 마비되는 식이다. 또 자기 집단이 헌신하는 목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어서 현실을 대대적으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능이나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어떨까? 그들은 집단의 왜곡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경제적 조건이 좋은 사람들은 부족에 소속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 반대가 더 맞다. 예일대학교 로스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수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더 컸다(131쪽). 또한 1951년에 이루어진 솔로몬 애시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집단에의 소속은 ‘순응 압력’을 만들어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133쪽). 빈 라덴은 2500만 달러를 상속받은 부자였고, ISIS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박사학위를 받은 고학력자였다. 부족 본능은 부, 지능,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사람들을 혼자서는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들을 하게 만든다. 자살폭탄 테러를 하고, 포로를 참수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했던 범죄 모의를 실제로 실행하는 등 잔혹하고 끔찍한 행동을 찬양하며 그런 행동에 가담하게 만드는 건 ‘부족주의’ 때문이다.
2015년 18세 김 군은 트위터에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라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고 터키에서 실종됐다. 국정원에서 확인한 결과 그는 실제 ISIS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소속감, 지위, 그리고 본능을 표출할 만한 집단을 찾아서 이스탄불로 떠났던 것이다. 만약 그에게 그것들을 제공할 집단이 한국에 존재했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미국의 대안 우익 단체인 ‘알트 라이트’는 온라인 중심 세력이었지만,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실제 집회를 열고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그들은 폭동을 일으켰고 그 결과 1명이 사망, 2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부족이 존재한다. 2010년경 활동을 시작한 ‘일베’는 수많은 반사회적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10~20대 남성을 잠식하고 있다. ‘부족주의’를 간과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벌어질 것인가. 이 과제의 책임에서 우리 또한 비켜 갈 수 없다.

‘보편적 가치’ 아래
부족을 넘어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오늘날 미국에서는 모든 인종과 모든 계급이 스스로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상당수의 백인 미국인이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보다 백인에 대한 인종주의가 더 심하다’고 생각하고, 미국의 ‘다양성 정책’은 ‘백인에 대한 공격’이라며 두려워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백인의 불안감은 지지 정당을 막론하고 나타난다. 2016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의 ‘절반’이 백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혹은 ‘다소’ 존재한다고 답했고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30%’나 그렇게 답했다(217쪽).
위협을 느끼는 것은 백인, 흑인만이 아니다. 대선 공약, 트위터 발언, 기자회견에서 반무슬림, 반멕시코 화법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지 않은가. 트럼프가 공공연한 자리에서 여성 차별적 발언을 수도 없이 해 여성들은 이제 성차별이 다시 ‘정상적인 것’이 될까 봐 우려한다. 성수자들은 보수적인 인사로 구성이 바뀐 대법원을 보며 자신들이 어렵게 싸워 얻은 것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진보 진영도 ‘백인 남성 지배적’인 행정부가 관용, 개방, 다문화적인 미국이라는 비전을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자 또한 위협을 느낀다. 트럼프를 뽑았다는 것을 입에 올리는 순간, ‘인종차별주의자’ ‘호모포비아’ ‘이민족 혐오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223~224쪽)
하나의 부족이 압도적으로 지배적일 때는 마음대로 남들을 박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너그러울 수도 있다. 더 보편 지향적이고 더 계몽적이고 더 포용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에서는 어느 집단도 지배력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모든 집단이 공격받는다고 느끼고, 다른 집단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느낀다. 일자리나 기타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자격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집단 간의 파괴적인 경쟁으로, 완벽한 정치적 부족주의로 퇴락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부족주의’가 이렇게 인간이 위기감을 느낄 때 고개를 드는 ‘본능’이라면, 부침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수천 년 전으로 회귀해서, 자신의 부족을 위해 상대 부족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러면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부족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걸까?
인종통합을 연구한 고든 W. 올포트는 《편견의 속성》에서 상이한 집단 간에 ‘면대면’ 접촉이 있을 경우 편견을 깨뜨리고 공동의 토대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0년 동안 이 기본적인 사실이 영국, 이탈리아, 스리랑카까지 전 세계에서, 또 인종, 성적 지향, 정신질환 등 모든 형태의 집단 편견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증명됐다(250쪽). 다른 부족 사람들을 단순히 서로 접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대면해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예컨대 ‘특정 당 지지자’나 ‘특정 지역 거주자’ ‘특정 성별 혐오자’ 사이에는 교류가 전혀 없기 때문에 ‘민족적’ 차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 상대를 뭉뚱그리고 탈인간화하여 ‘적’으로 규정해 비난하고 공격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과 이상을 확인할 때 ‘부족적 적대’가 어디에서 발원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 즉 ‘인종주의자’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려를 말할 수 있고, ‘빨갱이’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복지’를 말할 수 있고,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군가산점과 유리 천장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할 만한 가치는 있다. 그렇게 해야만 국민국가를 위협하는 위기가 닥쳐왔을 때 ‘고결한 우리’ 대 ‘악마인 저들’이라며 서로에게 손가락질만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진짜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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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정치적 부족주의 | bh**on | 2020.09.0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정치적 부족주의, 마치 종족주의 인종같은 책 제목을 떠오르게 한다. 집단본능=소속본능, 어딘가에 속해야만 안심을 하는 사람들....

    정치적 부족주의, 마치 종족주의 인종같은 책 제목을 떠오르게 한다. 집단본능=소속본능, 어딘가에 속해야만 안심을 하는 사람들. 이를 부족+불평등=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내 부족주의 현상,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좌,우파의 구분도 애매하게 되어간다. 강남에는 좌파도 우파도 함께 산다. 강남에서 태영호를 국회의원을  뽑은 선거권자들의 투표행위를 이해, 아니 아직도 이해를 못한다. 강남좌파라고 불리는 이들의 언동과 행태도 이해를 못한다. 좌파면 좌파지, 왜 강남좌파인가, 이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을 이책은 꽤 설득력있게 말한다.  정치적부족주의란 정치구도가 아닌 우리가 내가 어떤 부족에 속에 있냐에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며, 이를 증명하는 여러 근거를 대면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아런 현상의 이해를 돕는데 충분히 훌륭하다.

  • 정치적 부족주의 | na**hj | 2020.04.2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ϻ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왜 미국인들은...

    ϻ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왜 미국인들은 특히 백인 노동자 계급은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국제 분쟁 전문가인 저자는 당시 결과를 부족주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미국이 냉전 프레임을 지속해 온 결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고 그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부족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미국의 독특한 역사관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탕으로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집단으로서의 인간의 차이를 설명한다.


    부족주의 정치는 집단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인간은 위기감을 느낄수록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자신이 속단 집단과 나머지로 구분 짓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단은 다양한 형태로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여로 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며 좌파와 우파로 나누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부족주의, 즉 집단의 본능을 이해해야만 국가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민족 간, 인종 간 분열로 인해 불평등이 생겨나면서 


    민주주의가 집단 간에 분쟁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부족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테러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종종 뉴스에서 끔찍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을 보면 도무지 저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자는 그들이 집단의 일원이 되면서 유대감이 강해지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집단 정체성 때문에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각자에게 필요한 소속감과 본능을 표출할 집단을 찾게 되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반사회적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족주의에 대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ϻ

  • 정치적 부족주의 | ka**808 | 2020.04.2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좌파vs우파의 구도가 끝나고 부족별 재배열이 시작됐다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좌파vs우파의 구도가 끝나고 부족별 재배열이 시작됐다

    표지 中

     

     

    대단히 명석한 책이었다.

    책에 명석하다라는 표현이 이상할수도 있지만 정말 그랬다.ㅎㅎ

    미국의 현실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담긴 책이었지만, 저자의 분석을 통해 미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는 책이었다. 굉장히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저자 에이미 추아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데 그간 써온 책들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대략 훑어보니 법 관련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논쟁적인 지점들을 드러내주는 책들이었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건데 앞선 책들도 굉장히 흥미로울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린건 의외로 자녀 훈육법을 다룬 '타이거 마더' 이다. 참 다방면에서 열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상황들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해준다. 책 제목이 알려주듯이 '정치적 부족주의'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집단에 속하게 되는데 어느 집단에 속하느냐에 따라 상황 대처법이 달라지게 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국가나 민족 등 커다란 집단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작게 쪼개진 부족들이다. 그것도 동일 정치적 목적으로 모이게 된 부족들.

    인간에게는 부족 본능이 있다. 우리는 집단에 속해야 한다. 우리는 유대감과 애착을 갈구한다. 그래서 클럽, 팀, 동아리, 가족을 사랑한다. 완전히 은둔자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도사나 수사도 교단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부족 본능은 소속 본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 본능은 배제본능이기도 하다. (p. 8)

    책을 여는 첫 문장무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동안은 부족의 동일성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부족의 배제본능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우리는 왜 서로를 배척하는가?

    인종은 미국의 빈민을 갈랐고 계급은 미국의 백인을 갈랐다. 지금도 트럼프 당선의 배경이 된 부족적 정치를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과 같이 어리둥절해한다. 어떻게 이토록 많은 미국의 노동자 계급이 트럼프에게 '사기를 당할'수 있었을까? 어떻게 저소득층 미국인들이 트럼프가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있었을까?미국 엘리트들이 놓친 점은 트럼프가 취향, 감수성, 가치관의 면에서 실은 백인 노동자 계급과 비슷했다는 사실이다. (p. 13)

    이 책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지금 상황을 만들어온 패착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미국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온 한국의 정치적 상황들도 상당부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었다.

    위기감을 느끼는 집단은 부족주의로 후퇴하기 마련이다. 자기들끼리 뭉치고 더 폐쇄적, 방어적, 징벌적이 되며, 더욱더 '우리 대 저들' 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 오늘날 미국의 모든 집단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이런 느낌을 갖고 있다. 백인도 흑인도 라틴계도 아시아계도 남성도 여성도 기독교도도 유대교도도 무슬림도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진보도 보수도 다들 자기 집단이 공격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학대받고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 물론 어느 집단이 자기가 위험에 처해 있고 억압 때문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종종 다른 집단의 비웃음을 산다. 너희보다 우리가 받는 박해와 차별과 억울함이 훨씬 큰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게 정치적 부족주의다. (p. 18)

    모두가 서로에게 자신들이 더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 이것만으로도 많은 부분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민족을 초월하는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데 이례적으로 성공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는 미국이 그 외의 세계를 보는 방식에 틀을 제공했고, 미국의 외교정책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군사적, 외교적으로 개입하는 대상 국가들의 인종, 민족, 분파, 부족적 분열을 간과하는 것은 단순힌 무지, 인종주의, 혹은 자만심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온갖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미국인'이 될 수 있었는데,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인과 쿠르드인은 왜 그런식으로 '이라크인'이 될 수 없단 말인가?(p. 32)

    저자는 그동안 미국이 개입했던 나라들 즉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예로 들며 왜 미국이 승리하지 못했는지 원인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수퍼집단'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던건지 신랄하게 평가한다. 그동안의 판단미스들은 지금의 미국 상황을 만들어냈고 미국은 다양한 부족으로 쪼개지고 있는 중이다.

    시장 지배적 소수 민족은 정치적 부족주의를 촉발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 중 하나다. 빈곤한 다수 대중이 있는 개발도상국에 시장 지배적 소수 민족이 존재할 경우, 예측 가능한 결과가 뒤따른다. 거의 불가피하게 강렬한 민족적 증오가 발생하고, 이는 소수 집단의 자산을 징발, 약탈하는 폭동과 폭력으로 번지며, 인종 청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여건에서 '제약 없는 자유 시장' 정책을 추구하면 상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소수 집단의 부를 더 증가시켜서 다수 대중의 분노를 한층더 키우고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정책을 취하는 정권에 대한 분노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이 베트남에서 벌어졌다. (p. 65)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 미국은 자유를 선물하기 위해 베트남에 갔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바라던 자유가 아니었기에 베트남사람들은 미군과 독립전쟁을 치룬 셈이었다. 미국이 주려던 자유는 미국식 민주주의 와 시장경제는 베트남 사람들 모두에게 돌아가는 헤택이 아니라 상위 소수사람들에게만 유리한 것이었고, 게다가 그 소수 사람들은 중국출신 화교인들이었다. 공산주의대 민주주의 라는 프레임으로만 판단했던 미국이 보지못한 베트남 내부의 상황은 한국전쟁 전후의 상황을 생각나게 했다. 광복 후 친일파 제거 없이 들여온 미국식 정치는 결국 한국전쟁을 낳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문제는 단지 급진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집단이건 일단 권력을 잡으면 자신의 지배를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는 법이라는 부족 정치의 근본 원칙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p. 81)

    아프가니스탄은 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로만 희미하게 알려진 곳이다. 우리는 미국처럼 분쟁지역에 개입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세계 곳곳의 분쟁뉴스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그리고 그 분쟁은 그저 이슬람 세력의 종교분쟁으로 대충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분쟁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시작점이 보이지 않는 엎지락뒤치락 하는 당파싸움이 과격한 형태로 표출된 것이었다. 한순간 미국이 어느 한쪽에 주도권을 쥐어준다고 해서 유지될 수 없는...

    베트남과 아프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곧 자신이 도우러 간 바로 그 사람들로부터 증오를 사면서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깨달았다. 중동 한복판에 자유 시장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델이 생겨나기는 커녕 미국은 이곳에 ISIS가 생겨나게 했다. (p. 102)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는 탈식민지 국가들에게 급격한 민주화는 재앙적인 결과를 낳곤 했다. 미국이 부족 정치에 눈감은 것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듯이 이라크에서 ISIS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p. 126)

     

    이라크 전쟁 또한 이유도 결과도 희미하게 다가오는 분쟁이었다. 그런데 아프간과 탈레반, 그리고 이라크와 ISIS 사이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읽고나니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냉전 때도 그랬듯이 승리주의에 취해 있던 10년 동안 미국은 부족정치의 강력한 힘을 고려하지 못했다' 라는 저자의 말은 중동에서의 실패가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현재를 타격한 배경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테러리스트의 전형적인 특질'이나 '테러리스트적 성격'을 짚어 내고자 하는 시도의 문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 테러리즘은 무엇보다 집단 형상이며 부족정치의 살인적인 표출이다. (p. 130)

    부족주의는 탈인간화를 통해 공감과 감수성을 마비시킨다. 부족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자기 집단이 헌신하는 목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어서 현실을 대대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 또 집단 정체성은 순응의 압력을 일으켜 사람들이 혼자서는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들을 하게 만든다. 개인의 책임은 집단 정체성으로 녹아들고 집단 정체성에 의해 부패한다. 그렇게 해서 잔혹하고 끔찍하 행동을 찬양하고 그런 행동에 가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p. 143)

    빈곤이 늘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극단주의를 파악하는 데서 핵심은 빈곤 자체가 아니라 집단 간 불평등이다. (p. 144)

    막대한 집단 불평등을 배경으로, 극단주의 집단은 일원들에게 정확하게 기존의 사회 제도가 제공하지 않았던 것을 제공한다. 부족, 소속감, 목적의식, 증오하고 죽여도 되는 적, 기존의 양극화를 뒤지을 기회, 치욕을 우월함과 승리고 바꿀 기회 등, 이것이 알카에다와 ISIS가 사용한 공식이다. 그들은 단순히 종교적 이데올로기만 설파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집단 정체성을 통해 일원들에게 지위와 권력을 제공한다. (p. 147)

     

    테러 부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종교적인 문제로만 판단했던 테러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다. 폭력의 발화점은 부족함이 아니라 부당함이라는 것도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큰 시사점을 준다.

    남미 사회는 기본적으로 '피부색 지배 정치' 사회다. 사회 계층의 구성을 보면 신장이 크고 피부색이 하얗고 유럽 혈통인 지배층이 맨 위에, 신장이 작고 피부색이 짙고, 토착민 혈통인 대중이 맨 아래에 있고, 그 사이에 수많은 단계가 있다. (p. 157)

    차베스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오래도록 무시받아 온 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음으로써 차베스는 사랑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고 그들은 차베스의 결점을 충분히 그냥 넘어가 줄 용의가 있었다. (p. 171)

     

    중동 보다 더 멀리 느껴지는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더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식민지 기간 끝에 남미의 지배층은 유럽 백인이 되었다. 하지만 인도 카스트 제도와 또다른 피부색에 따른 구분은 놀라울 정도로 차별적이었다. 차베스의 장기독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다수 민중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차베스가 죽고 여기저기서 장기독재의 후유증이 터지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지금 사실상 파탄국가가 됐다. 그리고 차베스와 비슷한 다수의 선택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베네수엘라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기득권'(정치, 경제적 지배층)과 자신은 매우 다르고 심지어 자신에게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베네수엘라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던 후보가 정치 경력도 없는 상태에서 기득권을 공격해 '혁명'이라고까지 불린 움직임을 이끌면서 대통령이 됐다. (p. 177)

    물론 차베스의 혁명은 사회주의적인 것이었고 도널드 트럼프의 혁명은 전혀 그렇지 않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의 포퓰리즘은 반자본조의적이지 않다.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증오하지 않는다. 많은 가난한 이가 부를 원하며 적어도 자녀들이라도 부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현 시스템이 그들에게 불리하도록 '조작'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흑인이건 백인이건 라틴계이건 간에 가난한 노동자 계급 미국인은 옛날식의 아메리칸 드림에 굶주려 있다. (p. 178)

     

    너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백인 남성우월주의로 똘똘뭉친 거대부자 트럼프의 지지 세력이 미국의 빈민들이라는 것이.

    물론 여기서의 빈민은 백인이다. 백인 엘리트층이 기득권이 되어 포용을 외치고 하나의 미국을 내세우며 통합을 요구할때 유색인종과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확장하고 있을때 소외되어 왔던 유일한 계층이 있었다. 바로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백인인 다수의 미국인들, 트럼프처럼 많은 것을 갖고 싶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간직한 사람들 말이다.

    저자는 불평등을 만든 부족적 간극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내 다양한 세력들을 소개하는데,

    '점령하라'운동, 소버린 시티즌, 갱단과 마약의 수호성인인 '죽음의 성녀' 라는 민속신앙, 번영복음, 나스카, 프로레슬링 등에서 미국의 부족적 형태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번영복음 에 대한 부분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지는 형태라서 읽으며 마음이 참... 안좋았다. 답답하기도 하고...

    요컨대 '백인 미국인'은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둘로 분열되어 있다.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인 백인과 '도시/연안 지역'의 백인 사이에는 상호작용도, 공통점도, 상호 간의 결혼도 너무 없어서, 이들 사이의 차이는 사회과학자들이 말하는 '민족적ethnic'차이라도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들은 자신이 상대와 반대되는 정치 부족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p. 207)

    미국의 부족주의는 도널드 트럼프를 갑자기 백악관으로 밀어 올렸다. 이 부족주의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불평등이 미국 백인들 사이를 어떻게 분열시키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중서부의 백인이 보기에 '연안 엘리트'는 시장 지배적 소수 집단이다. 그리고 많은 개도국에서 보았듯이 시장 지배적 소수 집단은 반드시 민주주의에 의한 반발을 불러온다. (p. 208)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성숙할때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유지는 커녕 나빠지고 있는데 그동안 불쌍하다 싶었던 사람들이 잘살게 되는 것을 보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물론 그것이 객관적인 기준에서 평가되지 않고 주관적인 기준에서 이해될때 결과는 더욱 나빠진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이 나는 가지지 못했는데 남이 가진 것을 보며 분노한다. 문제는 남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인데, 서로의 눈에는 더이상 그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된다. 포용과 통합의 나라 이민자의 나라는 이제 불평등과 분열의 나라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전례 없이 부족적인 불안감이 만연한 시기에 들어섰다. 200년 동안 미국의 백인은 논란의 여지없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지배적인 다수였다. 하나의 정치적 부족이 매우 압도적으로 지배적일 때는 마음대로 남들을 박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너그러울 수도 있다. 더 보편 지향적이고 더 계몽적이고 더 포용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에서는 어느 집단도 지배력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모든 집단이 공격받는다고 느끼고 다른 집단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느낀다. 일자리나 기타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자격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집단 간의 제로섬 경쟁으로, 순수한 정치적 부족주의로 퇴락한다. (p. 224)

     

    저자는 직설적으로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를 세세히 지적하며 걱정한다. 하지만 끝까지 낙관의 희망또한 놓지 않는다.

    과거 모든 이민의 파도마다 미국의 자유와 개방성이 승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만은 다르다'고 말하면서 유대를 잃고 실패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인가? 그렇게 해서 미국이 무엇이었는지, 미국인이 누구였는지를 잊을 것인가? (p. 260)

    미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아메리칸드림이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실패를 부인하기보다 인정하는 종류의 드림이어야 한다. 실패는 희망에 기초해 지어진 나라, 언제나 무언가 더 할 일이 있는 나라의 스토리라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꿈은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이 될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자유의 약속이고 이 땅에 닿은 모든 개인을 위한 희망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늘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미국인들이 스스로에게 되뇌는 신화를 현실에서 실현시켜야 한다는 촉구이기도 하다. (p. 262)

     

    미국적인 미국의 가치를 담은 시 한편 - 랭스턴 휴스 의 <미국이 다시 미국이 되게 하자> 로 마무리하는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게 던지는 자성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한국의 정치현실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울림이 컸다. 여러 면에서 지금 읽어야 할 시의적절한 훌륭한 책이었다.

    ps. 세페이지 넘게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가득 써놓고, 본문의 어떤 장보다도 긴 70여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을 보면서 참 열심히 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이러한 인재와 이러한 책이 있다는 것도 미국이 지금의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희망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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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정치적 부족주의 / 에이미 추아 지음 / 김승진 옮김 / 부키   철...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정치적 부족주의 / 에이미 추아 지음 / 김승진 옮김 / 부키

     

    철저히 미국의, 미국인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 정체성은 ‘국가’가 아니라 인종, 지역, 종교, 분파, 부족에 기반을 둔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집단 정체성’에 대해서 위와 같이 이야기하고, 미국이 이 집단 정체성(인종, 지역, 종교, 분파, 부족)을 간과하는 바람에 외교정책을 실패하였으며, 그 예로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베네수엘라를 이야기한다.

     

    €베트남: ‘별 볼일 없는 작은 나라’에 패배를 선언하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한 핵심 원인은 베트남의 민족(국가)주의가 가진 ‘민족적인’ 속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미국이 지원하는 남베트남의 정권은 남베트남 사람들더러 화교를 부유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부의 형제들을 죽이라고 요구하는 셈이었다.”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미국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제안한 집단 정체성은 한마디로 ‘미국의 꼭두각시 국가가 되게 해 주겠노라’였다.”


    €아프가니스탄: ‘부족 정치’를 간과한 대가를 치르다.
    “베트남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한 핵심 원인은 그곳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집단 정체성을 간과했다는 데 있다. 아프간에서는 집단 정체성이 국가 대 국가로서가 아니라 민족, 부족, 종족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은 아프간에서의 냉전 정책을 파키스탄에서 아웃소싱했다.”
    “특히 미국은 ‘파슈툰 문제’를 보지 못했고 해결하지 못했다."


    €이라크: 민주주의의 ‘부작용’과 ISIS의 탄생.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베트남과 아프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곧 자신이 도우러 간 바로 그 사람들로부터 증오를 사면서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발을 들여 놓았음을 깨달았다.”


    €베네수엘라: 독재자와 인종 불평등 사이에 숨은 그림들.
    “한때 미국의 탄탄한 우방이었던 베네수엘라는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은 이래 미국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미국은 대중이 대대적으로 미국에 등을 돌리게 만들면서 미국의 국익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족 정체성과 끓고 있던 인종적 분노에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금의 미국을 분열시키는 정치적 요인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인종’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더 선하고, 누가 덜 악한가’에 대해서 고민(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하기보다는, 이미 선과 악을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느낌이다. 

    무언가 다른 점도 느껴지지 않고, ‘읽는 재미’도 크지 않다. 


    “너무나 자주, 가난한 다수가 소수에게 보복을 하고, 소수는 소수대로 새로이 권력을 갖게 된 다수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해서 폭력에 의존한다. 이것은 로켓 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부족정치의 원칙일 뿐이다.” € P126
    “민주주의가 실제로 시장 지배적 소수 집단에 맞서 전투를 벌일 때(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시절에 그랬듯이) 종국적인 결과는 재앙일 수 있다. 가장 안 좋게는, 경제와 민주주의 둘 다 망가질 수 있다.” € P173

    -'가난한 다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상에 대해 ‘지적’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 세계 수백 수천만 명의 무슬림들이 유럽에서, 아프리카에서, 중동에서, 희생되고 위협당한다고 느끼며 서구의 적들에 의해 빈곤해졌다고 느낀다. 그 적이 미국이건 이스라엘이건 기독교이건 서구 문명 전체이건 간에 말이다. 물론 이런 느낌은 현실과 다르다. 이것은 집단 심리에 의한 (예측 가능한) 왜곡이고 선동적인 지도자, 이맘, 소셜미디어가 퍼뜨리는 과장이다.” € P148
    -나는 무슬림도, 기독교인도, 백인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 느낌이 ‘과장’이 아닌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정말로 궁금하였다.
    미국은 왜 그렇게 간섭하려 하는가?
    미국은 다른 나라를 그토록 무시하면서, 다른 나라는 미국을 우러러 보기를 원하는가?
    정말로 미국이, 미국인이 타국의 부족주의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가?
    그래도 될 만큼 차고 넘치는 힘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익을 위해 그럴수도 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래도 제발 좀, 좀, 좀 적당히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치적 부족주의’와 현상에 대한 비판은 거침없고 설명은 자세하다.
    그러나 ‘원인’에 대한 진정한 성찰은 느낄 수 없었고, 이야기하는 ‘해법’은 희미하고 공허하였다.
    무엇보다 무언가를 비난하고 주장한 뒤에 아래와 같이 결론짓는 것을,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한다.


    “우리가 들어선 게임은 단지 제로섬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을까?” € P247
    “이 모든 점에서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이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의 선천적인 낙천성 때문일 수도 있다.” € P248
    “꿈은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이 될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자유의 약속이고 이 땅에 닿은 모든 개인을 위한 희망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늘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미국인들이 스스로 되뇌는 신화를 현실에서 실현시켜야 한다는 촉구이기도 하다.” € P262
     

     

    나의 편협(偏狹)과 무지(無知) 때문에 책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저자가 트럼프는 싫어하지만,  미국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다행이다.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던 후보가 정치 경력도 없는 상태에서 기득권을 공격해 ‘혁명’이라고까지 불린 움직임을 이끌면서 대통령이 됐다.” € P177
    “미국은 주요 강대국 중 유일하게 ‘슈퍼집단’이다. 미국은 부족 정치를 초월하는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이 국가 정체성은 어느 하위 집단에도 귀속되지 않으며 놀랍도록 다양한 배경의 인구를 포괄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넉넉하다. 한마디로, 이것은 미국인 모두를 ‘미국인’이 되게 만드는 정체성이다. 슈퍼 집단이라는 위치는 매우 힘들여 일군 것이며 매우 소중한 것이다.” € P211

     

    #정치적부족주의 #에이미추아 #김승진 #부키

  • 에이미 추아(Amy Lynn Chua, 1962~)는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국의 미래 (이순희 譯, 비아북...

    에이미 추아(Amy Lynn Chua, 1962~)는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국의 미래 (이순희 譯, 비아북, 원제 : Day of Empire: How Hyperpowers Rise to Global Dominance and Why They Fall)”, “불타는 세계 (윤미연 譯, 부광, World on Fire: How Exporting Free Market Democracy Breeds Ethnic Hatred and Global Instability)” 등의 정치사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이거 마더(황소연 譯, 민음사, 원제 :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육아, 교육책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정치적 부족주의 (김승진 譯, 부키, 원제 : Political Tribes: Group Instinct and the Fate of Nations)”에서 저자는 그동안 부족적 동학(動學)을 놓치고 있었으며 급속히 정치적 부족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에게 누구나 부족 본능이 있으며 이러한 부족 본능은 클럽, 팀, 동아리, 가족 등 유대감과 애착을 얻을 수 있는 소속 본능이며 또한 외부자에 대한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고 설명하면서 집단에 소속되고 나면 정체성이 해당 집단에 고착되는 현상을 부족주의라 정의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강대국 중 유일하게 슈퍼 집단(저자가 정의하기를 구성원의 자격이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 모두 열려 있으며 하위 집단의 정체성을 버리거나 억압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포괄적인 상위 집단 정체성에 강하게 통합하면서 하위 집단 정체성 또한 이어지도록 허용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다 보니 슈퍼 집단이 아닌 부족적 정치 집단과의 외교정책에서 많은 실책을 범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쟁은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결보다 중국계 자본에 대한 민족적 분노가 더욱 근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해가 부족했으며, 이라크의 경우에도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프카니스탄, ISIS, 베네수엘라 등에서 벌어진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미국 외교의 사례를 저자는 하나 하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역시 과거에는 슈퍼 집단이 아니었고 오랜 내부적 투쟁을 통해서야 달성할 수 있었던 만큼 저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슈퍼 집단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면서 최근 들어 배타적 인종주의 운동, 기득권 계층에 대한 반발, 소수집단에 대한 반발 등 정치적 부족주의가 미국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아니 과정 중에 나타난 것이 바로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정의한 ‘정치적 부족주의’와 ‘부족’에 대한 적확한 조어에 감탄했습니다. ‘부족’은 조상이나 언어, 종교 등이 같은 소규모 생활공동체를 의미하지만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말하는 부족은 민족이나 국가와 같이 큰 개념이 아니라 개인이 정서적, 감정적, 본능적인 소속감을 느끼는 정체성에 기인하므로 매우 주관적입니다. 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사람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중국계 미국인이다 보니 백인 주류 학자에 비해 이에 대한 감수성이 유독 도드라졌기 때문에 발견하였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국 정치, 외교의 실패와 함께 불평등이 야기한 미국 내 모든 정치적 ‘부족’이 이제는 모두 소수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내부적으로는 뭉치고, 외부적으로는 폐쇄적, 방어적, 징벌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설명하는데, 분명 미국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의 상황에 대한 기시감이 떠올랐습니다. 


    한국 역시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령에 따라, 성에 따라, 소득에 따라 개인이 모두 소외당하고 있다는 소수자성을 느끼고 있으며 정치적 부족화가 되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부족은 국가가 통합을 강조만 한다고 해서 파괴적 성격을 제어하거나 극복할 수 없고 다양성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현상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강구할 때만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정치적부족주의, #에이미추아, #김승진, #부키, #집단본능, #소수자적정체성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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