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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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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 규격外
ISBN-10 : 8932916551
ISBN-13 : 9788932916552
아이스링크 중고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 | 역자 박세형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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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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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40515, 판형 128x188(B6), 쪽수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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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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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 소설 『아이스링크』. 제목에서와 같이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벤빈구트 저택에 남몰래 지어진 아이스링크. 찌는 듯 더운 카탈루냐의 소도시 Z와 상반되는 아이스링크의 냉기.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누리아 마르티만을 위해 지어진 이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밀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발견된 하나의 시체를 둘러싼 세 명의 인물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사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자소개

저자 : 로베르토 볼라뇨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o)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2666』과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1996), 『부적』(1999), 『칠레의 밤』(2000), 단편집인 『전화』(1997), 『살인 창녀들』(2001), 『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 시집 『낭만적인 개들』(1995) 등이 있다.

역자 : 박세형
역자 박세형은 1981년에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로베르토 볼라뇨의 『전화』와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공역)가 있으며, 스페인어권 문학 및 다양한 세계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목차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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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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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레모모란
가스파르 에레디아
엔리크 로스켈러스


옮긴이의 말
로베르토 볼라뇨 연보

책 속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Z에 뼈를 묻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항상 원대한 꿈을 품어야지요. 바르셀로나, 하다못해 헤로나에서 비슷한 직책을 제의받았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입니다. 대도시 시장의 부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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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Z에 뼈를 묻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항상 원대한 꿈을 품어야지요. 바르셀로나, 하다못해 헤로나에서 비슷한 직책을 제의받았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입니다. 대도시 시장의 부름을 받아 범죄 예방 캠페인이나 마약과의 전쟁 같은 야심찬 기획을 진두지휘하는 제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다고 말한대서 무엇이 부끄럽겠습니까. Z에서는 이미 이룰 걸 다 이룬 마당에 말입니다! 언젠가 필라르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또 어떤 부류의 정치가들 앞에서 벌벌 기어야 할까요? 매일 밤 그런 두려움들을 달래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밤마다 홀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말입니다. 해야 할 과제들이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요. 혼자 끙끙 앓으며 얼마나 많은 일들을 삭여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누리아를 만났고 벤빈구트 저택 프로젝트가 제 손에 떨어졌지요…. (19면. 「엔리크 로스켈러스」)

누군가 링크 가장자리에서 성냥불을 켰고 곧바로 창고의 벽면에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거울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스링크를 쳐다보았습니다. 카리다드가 한 손에 성냥을 들고 다른 손에 칼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어요. 다행히 성냥불이 금방 꺼지고 다시 암흑이 찾아오면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객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스케이트 소녀와 사내가 떠난 것을 확인하려고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리다드도 저처럼 그 거대한 저택에 몰래 기어들어 온 불청객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다시 성냥불을 켜는 것을 보고 카리다드가 주변을 망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계속 숨어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제가 갑자기 나타나면 더 놀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대로 있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은 칼 때문이기도 했지요.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얼음처럼 선연한 빛을 발하며 번득이는 것 같더군요. (102면. 「가스파르 에레디아」)

가끔씩 아침에 혼자 밥을 먹다가 탐정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저는 관찰력이 좋은 편이고 추리력도 갖춘 데다 탐정 소설 애독자이기까지 하거든요. 그런 게 다 무언가 쓸모가 있으면 좋으련만…. 막상 실제로 일이 닥치면 아무 소용도 없겠지요…. 한스 헤니 얀이 쓴 책에 이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 있었던 것 같네요. 살해당한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는 자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라. 이제부터 수많은 시체들이 비처럼 마구 쏟아질 테니까…. (157면. 「레모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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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범죄와 죽음, 《밑바닥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한 작가, 세상을 불태우고 싶었던 낭만적인 악동 볼라뇨식 추리 소설의 첫걸음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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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죽음, 《밑바닥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한 작가,
세상을 불태우고 싶었던 낭만적인 악동 볼라뇨식 추리 소설의 첫걸음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이라는 찬사를 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 소설 『아이스링크』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아이스링크』는 볼라뇨가 결혼한 뒤 첫 아들을 키우게 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지방 문학상에 작품을 응모하던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초기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알칼라데에나레스 시(市)로부터 문학상을 받았고, 이어서 세익스바랄 출판사를 통해 칠레에서도 출간되었다. 출간 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와 「켄자스시티 스타」의 《2009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면서 문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이스링크』는 제목에서와 같이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벤빈구트 저택에 남몰래 지어진 아이스링크. 찌는 듯 더운 카탈루냐의 소도시 Z와 상반되는 아이스링크의 냉기.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누리아 마르티만을 위해 지어진 이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밀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발견된 하나의 시체를 둘러싼 세 명의 인물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사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설가를 지망했으나 어쩌다 보니 사업가로 변신한 이민자 레모 모란, 불법 체류자인 야간 경비원 가스파르 에레디아, 출세가도를 걷고 있는 공무원 엔리크 로스켈러스. 화자로 등장하는 이 세 명은 사건의 배경을 둘러싸고 그 속에 시커먼 음모가 숨어 있음을 예감하게 만들지만 명쾌한 답은 주지 않는다. 세 명의 인물이 1인칭으로 각기 증언하는 장면이 장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이한 형식은, 같은 상황에서도 관점에 따른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극대화하여 보여 준다.

볼라뇨는 『아이스링크』뿐 아니라 『야만스러운 탐정들』, 『2666』, 『팽 선생』 등을 선보였다. 그중 『아이스링크』는 볼라뇨식 추리 소설의 특징이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가 추리 소설에 애착을 보인 이유는,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여러 증언들, 때로는 상호 모순적인 증언들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라뇨식 추리 소설은 사건의 수사와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추리 소설의 규율을 위반한다. 해독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만큼 사건의 증거들을 난해하게 늘어놓고, 아무것도 명쾌하게 말하지 않으며 단지 보여 줄 뿐이다. 그리하여 독자들 각자가 그들에게 제공된 문학 작품을 자신의 인간성과 살아온 경험, 자신이 보유한 문화적 소양이나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여 해석해 나가기를, 독자 스스로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자들은 능동적인 탐색의 과정을 통해 또 한 명의 탐정으로 재탄생한다. 볼라뇨는 《증언》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의 증언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하나의 주관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그것은 어떤 객관적 진실도 밝혀낼 수 없다. 볼라뇨식 추리 소설이 따르는 관점주의는 객관적 소여로서의 현실을 부정하고, 관점들의 총합조차도 최소한의 객관성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통해 그가 왜 《역사》의 여백에 그렇게 집착했는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를 끊임없이 변형시키고 비틀고자 했는지가 설명된다.

『아이스링크』의 전개 방식이 익숙지 않더라도, 결국 그가 세 명의 화자와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변방의 삶》이다. 비밀스러운 관계에 둘러싸인 채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레모 모란, 떠돌이처럼 부유하며 사는 에레디아, 호화로운 아이스링크를 지어 놓고도 정작 빙판 한가운데에서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로스켈러스, 왕년에 오페라 가수였으나 구걸로 생계를 이어 가는 카르멘 할멈 등. 주목받지 못한 삶은 이곳저곳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 목소리에 로베르토 볼라뇨는 귀를 기울였고, 『아이스링크』는 사라지지 않는 변방의 목소리로 남았다.

언론평

『아이스링크』는 고전적인 추리 소설을 전복시키는 작품이다. - 「인디펜던트」

볼라뇨는 미래를 위해 글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다. 우리는 그의 이상야릇한 천재성을 이제 겨우 알아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돌이켜 보면, 그리고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에 드리운 운명의 그림자가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일종의 유쾌함이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죽음의 계곡 속으로 걸어가는 한 남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 존 반빌

대부분의 작가들과 달리 볼라뇨는 플롯을 선명히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겹겹의 아이디어들을 늘어놓음으로써 이야기의 도가니탕을 만들어 버린다. 제임스 조이스의 계승자로서 그는 가장 일어나지 않을 법한 상황들을 창조해 내며, 이러한 기교로 써 내려간 작품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최고임을 증명한다. - 리르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완벽한 칠레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바로크적인 동시에 간결하고, 현학자인 척하지 않고도 박식하며, 비극적 형이상학자이자 진지한 농담꾼이며, 시에 미쳤지만 흠잡을 데 없이 효율적인 소설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 (……) 우디 앨런과 로트레아몽, 타란티노와 보르헤스를 섞어 놓은 듯한 비범한 작가. - 파브리스 가브리엘

라틴 아메리카, 미국, 그리고 유럽 문학계의 전통을 잇는 작가 볼라뇨의 출현은 현대 문학의 역사 가운데 지극히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 가즈오 이시구로

볼라뇨의 초현실적인 소설을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광적인 영광 가운데 체험되어야 한다. - 스티븐 킹

볼라뇨의 작품들은 《삶의 급류》이다. - 후안 비요로

볼라뇨는 독자의 기억에 깊게 남을 만한 몇 편의 단편을 통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몇 안 되는 라틴 아메리카 작가 중 한 명으로 재차 자리매김한다. - 하비에르 아스푸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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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아이스링크, 세 남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

    아이스링크, 세 남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오프라인 서점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보통 나의 책 구매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이뤄진다. 직접 가서 만져보고 훑어보는 만큼의 즐거움과 신뢰감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런 것들을 다 제쳐두더라도 시간적, 금전적인 장점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달이 쌓여가는 포인트와 독자리뷰들은 보너스. 가끔 출판사의 프로모션 낚시질에 미끼를 덥썩 물어버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야 뭐 애교로 봐줄 만하다. 어차피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실제 구매 버튼을 누른 사람은 나니까. 아무튼 이래저래 책들은 쌓여간다. 책을 사지 않는 이유중 대부분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당장 돈이 없다거나 둘 중 한 가지이지만, 원래 책을 사는 사람에게는 오만가지 이유가 있는 법이다.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도 내가 몇 달전에 구매한 책들 중 하나이다. 당시 나는 딱히 '로베르토 볼라뇨'의 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또 그마저도 아니었다. 소개 글도 깊이 읽지 않아서, 그냥 "스페인어권의 한 작가가 대단한가 보네?"라는 정도만 파악했을 뿐이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그냥 단 한 가지. 2,666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나는 인터넷 서점 쇼핑의 마지막으로 이 한 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비로소 할인쿠폰이 나오는 금액대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이 내 스스로 고른 함정 카드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은 '로베르토 볼라뇨'가 직접 쓴 작품이 아니었고, 그를 추종하는 많은 이들이 그를 오마주 하며 바치는 문집이었던 것. 2,666원이라는 가격도 볼라뇨 일생의 대작이라는 <2666>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읽지 않고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볼라뇨'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추종자들의 오마주를 읽어봐야 내가 무슨 감흥을 느낄 수 있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고 그대로 책을 묵힐 생각을 하니 그건 그대로 또 아까웠다. 

     

    나는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을 제대로 읽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일단 볼라뇨의 책을 읽어야 할 것인데... 대표작이라는 <2666>은 무려 다섯 권짜리 소설이었고, 그다음으로 꼽는 <야만스러운 탐정들>도 두 권짜리였다. 처음부터 읽기엔 왠지 부담스러울 듯한 분량탓에 일단은 그의 초기작부터 맛보기로 했다. 결국 고른 책은 바로 <아이스링크>다. 볼라뇨의 이름으로 처음 출판된 이 소설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에는 서점에 들러 직접 사들고 올라왔다.

     

     

     

     

     

     

     

    "지금 우리는 아바나 카페에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살인마 잭이 등장할 법한 안개는 예전보다 더욱 짙어졌습니다. <멕시코시티, 부카렐리 가, 이제 살인 사건 차례군> 하고 짐작하시는 분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전혀 그런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 12p, 레모 모란 

     

    애초에 살인사건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도 없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밝힌 적도 없다. 심지어 볼라뇨는 레모 모란의 입을 빌려 처음부터 위와 같이 충고하고 있다. 차례에는 <아이스링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 남자의 이름만 반복된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이것은 살인사건의 진술도, 심문 과정도 아니다. 굳이 정의내려 말하자면 털어놓음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망각의 동물이고, 첫 페이지부터 모든 속뜻을 알아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나처럼 나는 내 머리가 이끄는 대로 <아이스링크>를 읽기 시작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을 추적한다'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사실은 나를 추리소설 읽기의 영역으로 자연스레 인도해갔다. 그 결과 <아이스링크>를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는 과연 누가 죽었을지 그리고 누가 죽였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그치지 않았고, 그것은 마치 마술사의 트릭이 뭔지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의심 많은 관객의 자세와도 같았다.

     

    나름의 추리망을 좁혀가며 소설의 종반부에 다다른 순간, 내가 마주한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전'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 그 둘 모두 내 추리를 벗어난 인물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볼라뇨의 소설이 선물하는 '반전'은 그런 보통의 추리소설에서 말하는 '반전'이 아니었다. 오히려 주인공인 세 남자만 두고 보면, 소설이 종반부로 치닫게 된다 해서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이나 관계 같은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세 남자는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없이 겉돌 뿐이었다. 그들은 마음속에 있는 또 하나의 자아를 억누르는 한편, 그 자아를 강렬히 그리워했다. 그렇다. 사실 볼라뇨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사람들을 둘러싼 사건'이 아닌 '사람의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스링크>가 보여준 진짜 '반전'인 셈이다. 

     

    완전히 설계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인사건의 진실을 향해 쉼 없이 읽어내려 왔는데, 마지막 순간에서야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순간 느껴지는 이 무너져내림이란... '반전'을 꾀한 것은 물론 작가 볼라뇨였지만, 그 '반전'이 100%가 될 수 있도록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결국 나였던 것이다. 이래서 '볼라뇨 전염병'이 창궐한 것일까? <아이스링크>의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나는 다시 <아이스링크>의 첫 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세 남자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다시 귀를 기울이자, 처음과는 다르게 그들의 진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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