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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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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211*32mm
ISBN-10 : 8962623048
ISBN-13 : 9788962623048
생각의 싸움 중고
저자 김재인 | 출판사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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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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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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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고 정확하면서도 친절한 철학 개론서!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을 번역한 철학자 김재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15가지 철학이 탄생한 순간을 살펴보면서 서양 철학사 전반을 꿰뚫는 『생각의 싸움』. 시대의 필요에 따라 치열하게 묻고 답하며, 당시 주도적인 통념에 맞서 생각의 싸움을 전개한 결과가 철학 이론이고 개념이다. 그래서 어떤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과 그 철학자가 놓여 있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철학과 철학 이론을 렌즈에 비유한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념의 렌즈가 필요한데, 그 렌즈를 제공하는 역할을 철학이 해왔다는 것이다. 철학자마다 시대마다 잘 들여다봐야 한 구체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가 부각된 맥락을 읽어야 철학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철학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처럼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진 철학자를 포함해, 파르메니데스, 아우구스티누스, 에피쿠로스, 베르그손같이 조금은 덜 알려진 철학자들의 철학도 다룬다. 특정한 철학자의 철학 전반을 다루지 않고, 시대 순서가 아닌 문제 중심으로 철학사를 읽어보며, 철학이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이전 사고와 싸워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극복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김재인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 석사(「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연구」)와 박사(「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객원 연구원,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프로그램 상주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홍익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가천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지은 책으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들뢰즈 철학 입문』,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들뢰즈, 과타리 이론으로 진단한 국가, 자본, 메르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천 개의 고원』, 『안티 오이디푸스』, 『베르그송주의』, 『들뢰즈 커넥션』, 『크산티페의 대화』,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공역) 등이 있다.

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는 말

1장_ 철학의 시작과 끝
01 철학의 탄생 _탈레스·아낙시만드로스
02 철학이 이른 곳 _니체

2장_ 앎의 싸움
03 우상의 황혼 _베이컨
04 생각하는 나는 있다 _데카르트
05 세계에 인과는 없다 _흄
06 모든 인식은 틀을 통해 성립한다 _칸트

3장_ 있음의 싸움
07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_파르메니데스
08 ‘좋음’을 향해서, ‘이데아’를 발명한 이유 _플라톤
09 시간은 펼쳐진 영혼이다 _아우구스티누스
10 가능성은 현실의 신기루 _베르그손

4장_ 삶의 싸움
11 해봐야 할 수 있다 _아리스토텔레스
12 살아 있으면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었으면 이미 없다 _에피쿠로스
13 적합한 관념을 획득해 삶의 기쁨으로 나아가다 _스피노자
14 괴팍한 자라도 억압하지 말라 _밀
15 자유의 실천과 자기 배려 윤리 _푸코

책 속으로

나는 인문학이 언어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준을 놓고 한국의 인문학과 인문학자를 평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일단 구분해야 하는 건 ‘애호가’와 ‘연구자’다. 인문학의 각 분과를 애호한다는 것과 그 분과의 실천을 잘해낸다는 건 별개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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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문학이 언어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준을 놓고 한국의 인문학과 인문학자를 평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일단 구분해야 하는 건 ‘애호가’와 ‘연구자’다. 인문학의 각 분과를 애호한다는 것과 그 분과의 실천을 잘해낸다는 건 별개의 일이다. 인문학 담론이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용어들의 연속이라고 해서 ‘인문 병신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런 조롱은 아주 일리 있다. 왜냐하면 꽤 오랜 기간 철학을 공부했고, 그것도 현대 프랑스 철학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내가 보아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실제로 많기 때문이다. 글쓴이에게 설명해보라고 하면, 다른 인문 병신체 신공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요컨대 그렇게 쓸 수밖에 없어서 쓴 것이고, 정작 글쓴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고 짐작하면 십중팔구 맞다.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단 원문으로 된 글을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됐고, 반복해서 계속 읽다 보니 자기 식으로 이해하든지 그냥 용어만 외우든지 해서 아무튼 결과적으로 익숙해졌다. 하지만 남에게 설명하기는 여전히 요령부득이다. 이 상태로 글을 쓰면 글쓴이 본인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글이 완성된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대다수가 잘 모르겠으니, 서로 지적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나아가 그런 글이 유통되는 것에 침묵하거나 동참한다. 비평 담론의 부재, 논쟁의 부재는 산 증거다. 인문 병신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9쪽

희랍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어요. 우선 희랍 사람들은 이방인을 자신과 구분해서 ‘바르바로스(barbaros)’, 복수형으로 ‘바르바로이(barbaroi)’라고 했어요. 저들은 ‘야만인’이다! 바르바로스는 ‘어버버버버’라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기한 거예요. 희랍어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희랍어를 하지 못한다는 건 민주주의가 없다는 뜻입니다. 당시 다른 지역은 파라오, 황제, 왕 하나만 자유로운 사회였던 반면, 희랍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다 자유로운 존재였습니다. 자신들이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걸 거듭 스스로 확인하면서 그걸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갔던 사람들이 고대 희랍인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자유로운 인간들이 살아가는 상태, 그 속에서 철학이 탄생했습니다.
-‘1. 철학의 탄생’ 중에서, 40쪽

니체의 가장 대표적인 저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근데 그 차라투스트라가 누구냐?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는 독일어인데, 희랍어로는 ‘조로아스터(Zoroaster)’입니다.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죠. 최초로 도덕을 발명한 사람입니다. 도덕을 이 사람이 창시했기 때문에, 도덕이 만들어졌단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게 도덕 비판이라는 임무를 부여합니다. 도덕이 창시되었단 걸 안다면, 현존하는 도덕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도덕 비판과 도덕의 파괴, 즉 새로운 도덕을 창시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만들어봤으니까. 현존하는 도덕이란 언젠가 만들어진 거고, 그렇기에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자.
도덕의 내용 자체보다 그게 지금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는지 묻고 따지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냥 어떤 규칙을, 규범을, 풍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걸 따져보고, 우리의 도덕, 나의 도덕을 찾고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니체의 핵심 과제가 그겁니다. 각자의 도덕을 만들어라, 자신의 윤리를 만들어라. 남이 만든 윤리, 도덕, 행동 규칙, 삶의 방식을 따르면 노예라는 겁니다.
-‘2. 철학이 이른 곳’, 62~63쪽
베이컨이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knowledge is power”입니다. 이걸 두 가지로 번역할 수 있어요. “아는 것이 힘이다.” 그러니까 알아야 한다, 자연을 지배하는 데 써먹어야 한다. 이게 첫 번째 해석이에요. …
또 다른 최신 번역은 이겁니다. “지식은 권력이다.” 이건 푸코의 해석입니다. 푸코에 대해서는 나중에 살피겠습니다. “아는 것은 힘이다”와 “지식은 권력이다”가 굉장히 달라 보이지만 사실 같은 뜻입니다. 알면 그만큼 권력을 갖는데, 그 권력은 자연에 대한 지배 권력이자 타인에 대한 지배 권력이기도 해요. 많이 아는 사람한테 가서 묻죠? 대답 안 해주면 알고 싶은 걸 못 얻으니까, 그 사람이 요구하는 걸 들어줘야 해요. 물론 지식을 활용해 남을 직접 지배하기도 하죠. ‘지식은 권력’이라 번역되는 맥락이 그것입니다. 2차대전 직후에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와 아도르노(Theodor Adorno) 두 철학자가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책에서 비판한 것이 베이컨의 기획이었습니다.
-‘3. 우상의 황혼’ 중에서, 85쪽

그런데 흄의 텍스트를 보면, 인간 정신은 원래부터 미쳐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흄에 따르면 광기는 정상 상태입니다.
이 측면 말고도 정념이라는 주제를 보면, 흄은 편파성이 인간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왜 편파성이 인간의 본성이냐? 인간 본성은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것 때문에 편파성이 형성됩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 가족을 옆집 가족보다 더 사랑하는 건 공감 능력 때문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더 가까이 느끼고 멀어질수록 공감이 약해지는 게 공감 능력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어요. 미묘한 얘기인데 맞는 말이에요. 인간은 원래 공감 능력이 있고, 그것도 약간 미친 거예요. 가까이 있다고 거기에 끌리는 게 꼭 그래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어먹었으니까. 공감은 편파성과 배타성을 낳는 원동력입니다. 엄청난 통찰 아닌가요?
-‘5. 세계에 인과는 없다’, 147~148쪽

해적은 오늘에는 범죄자지만 과거엔 그냥 직업이었어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해적은 굉장히 중요한 직업 중 하나였어요. 해적들의 사회를 ‘약탈사회’라고 하는데, 우리 시대의 평가를 투영해 부르는 명칭입니다. 그들에겐 직업일 뿐이었어요. 야, 좀 더 많이 훔쳐 와라, 그래야 되는 사회였으니까.
이런 식으로 우리가 오늘날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역사적 관점을 도입하게 되면 마땅하지 않은 게 돼버립니다. 이건 단순한 상대주의가 아니라, 관념적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거꾸로 폭로하는 거죠. 푸코의 핵심 중 하나가 그런 종류의 실증성입니다. 관념적으로 시작하지 말고, 역사적·사회적·실증적으로 사회를 보자. 봤더니 우리가 앎을 얻는 가장 기본적 차원에서 틀 자체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는 그것과 다르더라. 이걸 밝힌 게 푸코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으로 인식론은 한 개인이 외부의 사물을 얼마나 정확히 알 수 있느냐, 세계에 대한 진실을 얼마나 많이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였어요. 푸코는 이 인식론의 문제를 사회·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15. 자유의 실천과 자기 배려 윤리’, 396~3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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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역사의 변곡점마다 일어난 ‘생각의 싸움’, 지성의 역사를 만들다 탈레스는 서양철학의 시초라고 불린다. 그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말한 것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왜 그 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아...

[출판사서평 더 보기]

역사의 변곡점마다 일어난 ‘생각의 싸움’,
지성의 역사를 만들다

탈레스는 서양철학의 시초라고 불린다. 그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말한 것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왜 그 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위대한 철학 이론은 단순한 사색 속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치열하게 묻고 답하며, 당시 주도적인 통념에 맞서 생각의 싸움을 전개한 결과가 철학 이론이고 개념이다. 그래서 어떤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과 그 철학자가 놓여 있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을 번역한 철학자 김재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의 싸움』을 썼다. 그는 철학과 철학 이론을 ‘렌즈’에 비유한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념의 렌즈’가 필요한데, 그 렌즈를 제공하는 역할을 철학이 해왔다는 것이다. 철학자마다 시대마다 잘 들여다봐야 한 구체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가 부각된 맥락을 읽어야 철학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전체적인 서양 지성사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이전 시대의 사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답하는 과정에서 철학이 태어나고 진보한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기에 ‘멋진 장면들’이라고 할 만한 15가지 철학이 탄생한 순간을 살펴보면서 서양철학사 전반을 꿰뚫고 있다.

철학?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시대의 언어로 철학의 의미를 해설하다

이 책의 저자 김재인은 ‘굳이’ 철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철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 책도 읽을 필요도 없다는 말인가? 위대한 철학자들은 구체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철학을 했다. 예를 들어 근대 철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흄은 모두 아마추어 철학자였다. 철학이 본업이 아니었으며, ‘철학을 한다’라는 자각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들은 ‘철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확실한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그 당시에 해명해야 했던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특수한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했다. 지나고 나서 우리가 위대한 철학자라 칭송하지만, 그들은 위대한 철학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각의 싸움’에 나섰다. ‘굳이’ 철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말은 그런 뜻이다.
‘철학’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뭔가 유식하고 멋있어 보이는 용어를 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철학자들이 왜, 어떤 상황에서, 무슨 문제를 풀기 위해 자신의 사상을 전개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그런 고민과 생각 활동이 우리에게 준 영향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알아듣기도 어려운, 우리와 상관없는 옛 이야기를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던져진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생각의 싸움을 시작할 수 있다.

언어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해
철학 원전을 읽는 방법을 훈련하다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인문학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김재인은 ‘언어에 대한 사랑’이 인문학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언어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래서 철학자들의 사상을 잘 이해하려면 그들의 언어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 또한 바로 이 ‘언어’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문학을 하려면 여러 언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숙달은 꼭 필요하며, 번역으로 다 포괄되지 않는 뉘앙스들은 해당 언어로 파고들어 가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인문학 담론이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용어들의 연속이라고 해서 ‘인문 병신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런 조롱은 아주 일리 있다. 왜냐하면 꽤 오랜 기간 철학을 공부했고, 그것도 현대 프랑스 철학으로 박사 학위논문을 쓴 내가 보아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실제로 많기 때문이다. 글쓴이에게 설명해보라고 하면, 다른 인문 병신체 신공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요컨대 그렇게 쓸 수밖에 없어서 쓴 것이고, 정작 글쓴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고 짐작하면 십중팔구 맞다.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단 원문으로 된 글을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됐고, 반복해서 계속 읽다 보니 자기 식으로 이해하든지 그냥 용어만 외우든지 해서 아무튼 결과적으로 익숙해졌다. 하지만 남에게 설명하기는 여전히 요령부득이다. 이 상태로 글을 쓰면 글쓴이 본인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글이 완성된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대다수가 잘 모르겠으니, 서로 지적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나아가 그런 글이 유통되는 것에 침묵하거나 동참한다. 비평 담론의 부재, 논쟁의 부재는 산 증거다. 인문 병신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일반인들은 인문학 담론이 알지 못하는 말들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불평하곤 하는데, 저자도 이런 평가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에서는 원전의 번역본을 직접 강독하며 철학자의 사상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철학에 관심이 많은 인문학·철학 애호가도 원전을 읽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다 보니 개론서에서 요약된 철학 개념에만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철학자가 진정으로 말하려고 내용은 원전에서, 그의 언어를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이 책에서는 원전의 일부를 한 줄 한 줄 강독하는데, 그 가운데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설명하며 철학자가 사용한 언어의 맥락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철학자가 철학 입문서에서 우리의 개념과 상황에 맞게 언어를 다루는 사례는 많지 않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스스로 철학 원전을 읽을 수 있는 힘도 길러질 것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 <철학사의 명장면>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모은 것이라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글 말미에 Q&A 꼭지도 있어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궁금했던 질문들도 만날 수 있다. 깊이 있고 정확하면서도 친절한 철학 개론서를 찾는 이들이 꼭 눈여겨봐야 할 책이다.

탈레스에서 아낙시만드로스로, 데카르트에서 흄으로
비판과 극복을 통해 철학이 성립하는 과정을 그리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15가지 장면을 중심으로 서양철학 전반을 조망하고 있다.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철학자는 16명인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처럼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진 철학자를 포함해, 파르메니데스, 아우구스티누스, 에피쿠로스, 베르그손같이 조금은 덜 알려진 철학자들의 철학도 다룬다. 이 책에서는 특정한 철학자의 철학 전반을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우구스티누스를 이야기할 때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관만을 다룬다. 데카르트를 설명할 때는 『성찰』의 일부만 가지고 그것을 같이 읽어 내려가는 식이다. 이는 ‘시대 순서’가 아니라 ‘문제 중심’으로 철학사를 읽어보겠다는 기획이다.
문제 중심으로 철학을 읽다 보니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더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장 ‘철학의 시작과 끝’에서는 철학이라는 활동이 시작한 탈레스·아낙시만드로스와 니체를 연결시키며 철학이라는 활동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스승의 이론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데서 시작한 철학 전통은, 니체에 이르러 우리를 둘러싼 모든 도덕과 통념에 질문을 던지고 인류 전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베이컨, 데카르트, 흄, 칸트로 이어지는 ‘앎의 싸움’에서는 앎의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철학자들이 이전 세대 철학자를 극복해가며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있음의 싸움’에서는 생성·변화하지 않던 파르메니데스의 ‘존재’가 어떤 흐름을 따라 ‘시간’과 관련 맺으며 현대적인 관점의 존재로 거듭나는지 추적한다. ‘삶의 싸움’에서는 서로 다른 시대에 자신의 맥락에 맞게 행위, 윤리, 자유 같은 주제를 강조한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주제별로 정리된 철학사는 철학이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이전 사고와 싸워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극복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문제를 설정하고,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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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의싸움 #김재인 #동아시아출판사 철학이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철학을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

     

    #생각의싸움 #김재인 #동아시아출판사


    철학이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철학을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과 세계에 대해서, 혹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대신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기만의 결론을 내린 철학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다른 철학 개론서와 다르게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저자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깜짝 놀란 ‘느낌’을 받은 장면 열다섯 개를 고르고 이를 총 1장부터 4장까지 철학의 시작과 끝, 앎, 있음, 삶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묶어서 정리하고 있다. <철학의 명장면>이라는 팟캐스트의 내용을 정리·보완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강연하는 말투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나중에 팟캐스트도 들어봐야지.


    각 장면마다 등장하는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부터 언급하면서 왜 그러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쉬웠다. 플라톤, 아리스트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같은 낯익은 이름의 철학자부터 아낙시만드로스, 파르메니데스, 베르그손 등 낯선 이름의 철학자들도 함께 있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부터 현대 철학자인 푸코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여러 시대의 상황과 그로 인해 등장한 여러 철학적 고민, 그들의 생각까지 폭 넓게 알 수 있었다. 우리 사회와 관련 있는 예시와 함께 정리되어 있는 철학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몇몇 철학자들은 그들의 이론이 중심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책 전체를 쉽게 읽어나가지는 못한 것 같다. 


    오랜만에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교양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순히 중세시대 신학자인줄 알았던 아우구스티누스가 정의한 시간에 대한 생각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단순히 분절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로 정의하여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는 시간관을 보여준 사람이 신학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베르그손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는 후회와 기억의 왜곡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과거가 원인이 되어 현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어떤 행동이 있었고 이를 유발한 원인이 되는 어떤 것이 현재에서 시간을 거슬러 가서 과거에 자리 잡아 현재의 어떤 행동의 원인으로 리모델링된 결과물이라는 것. 그렇게 우리는 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다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봐야 행할 수 있다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 아는 것을 실천하는 행동과 이를 반복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더해서 밀의 자유론을 통해서 현재 우리가 과연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도 고민해봤다. 이전보다는 당연히 점점 나은 사회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습 속에서 사람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한국에서 언제쯤 온전한 사상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여러 철학자의 사상이 담겨 있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함께 나 역시도 같이 여러 철학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철학자의 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자의 말대로 그들의 생각을 통해서 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찾는, 나만의 생각의 싸움을 꾸준히 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서 나를 바꿔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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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생각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성숙하고, 무지에서 오는 순진함은 찬양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에는 저열한 것과 고귀한 것이 있는데, 철학이란 우리가 저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다. 저열한 생각은 삶을 저열하게 인도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저열한 생각을 극복하고 고귀한 생각으로 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철학은 ‘생각의 싸움’이다. 저열한 것에 맞서고, 자기 자신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싸움. - 18쪽


    아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실천을 되풀이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하고, 그 습관이 자신을 만드는 거죠.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 아는 순간부터 당장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 306쪽


    우리 각자의 실천은 앎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다른 존재로 형성합니다. 사람이란 게 행동들의 집합이라고 한다면, 행동들의 집합이 바뀌는 거니까, 자기 자신이 바뀌는 거죠. 자기가 자기를 형성해가는 과정, 자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문제가 윤리입니다. -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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