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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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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쪽 | | 150*225*32mm
ISBN-10 : 1160943818
ISBN-13 : 9791160943818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중고
저자 마이클 스콧 | 역자 홍지영 | 출판사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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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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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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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존재한 다른 문명들, 그 연결성을 파헤치다! 세계의 여러 문명들이 서로를 향해 눈을 돌리고 발을 뻗어나가던 기원 전후 천년을 거치며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의 세계로까지 이어졌는지 살펴보는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종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명 간의 상호 연결을 중심으로 고대 세계의 정치와 전쟁,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기원전 6세기 말의 아테네, 로마, 그리고 중국 노나라를 무대로 그곳에서 발생한 정치사상과 통치 방식의 혁명에 초점을 맞춘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로마에서 공화국이 발달하던 시기에 중국에서는 한 탁월한 개인이 군주에게 새로운 정치사상과 통치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사상가 공자의 이야기이다. 비록 그의 사상은 생전에는 위정자들에게 환영받지는 못하였지만 결국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상으로 도약하게 된다.

2부의 주요 무대는 기원전 3세기 말의 동양과 서양 전체를 가로지르는 전쟁터이다. 이 시기에 전 세계에서 권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젊은 통치자들이 등장했다. 3부에서는 마침내 연결된 고대 세계에서 인간이 신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면서 발생한 종교적 변화와 혁신을 다룬다. 기원전 1세기를 지나며 제정으로 돌아간 로마가 지배하는 지중해 및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가 수용되기 시작했을 때, 힌두교는 인도의 굽타왕조 치하에서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었다. 한편 중국으로 전파된 불교는 5호16국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 공식 종교의 위상을 획득해나갔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제국, 젊은 통치자들과 전쟁, 그리고 세계 종교의 전파까지 신화와 환상을 넘어, 역사로 이어지는 연결된 고대 세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마이클 스콧
영국 워릭대학교 서양고전학 및 고대사 부교수이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케임브리지 다윈칼리지에서 모지스 핀리 연구원Moses Finley Research Fellow을 지냈다. 고대 지중해 세계의 성립과 당대의 정치·사회 제도를 연구하며 『민주주의로부터 황제까지From Democrats to Kings』 『델포이와 올림피아Delphi and Olympia』 『그리스 로마 세계의 공간과 사회Space and Society in the Greek and Roman Worlds』 등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는 역사의 무대를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부터 동쪽 끝 산동반도로까지 확장시켜, 기원전 5세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기원후 5세기 초까지 동서 세계의 성립과 교류,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을 탐구했다. 당시 세계의 양 끝에 자리 잡은 로마제국과 중국의 통일 제국을 비롯하여 중동과 인도 그리고 중앙아시아에 걸친 수많은 문명과 제국들의 ‘기원 전후 천년사’는 그리스 로마를 중심으로 이해되던 고대 세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유라시아 대륙을 거대한 체스판으로 재구성한 대담하고 창의적인 도전이라고 평가받는다.
그 밖에도 역사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B. BC 방송의 〈길티 플레저: 고대 그리스의 사치품Guilty Pleasures: Luxury in Ancient Greece〉 〈무덤 X의 미스터리The Mystery of the X Tombs〉 〈고대 그리스인, 그들은 누구인가?Who were the Greeks?〉 〈로마의 숨겨진 도시Rome’s Invisible City〉 등을 진행해 큰 반향을 얻었다.

역자 : 홍지영
IT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다. 현재 영국에 체류하며 출판 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강한 리더라는 신화』 『미국 세기의 역사』(근간) 등이 있다.

목차

시작하며 6
고대 세계는 하나인가 여럿인가 11
이 책에 관하여 13

1부. 축의 시대의 정치

연대표 22 머리말 24

1장 아테네 민주주의: 민중의 힘을 향한 갈망 30
개혁자 클레이스테네스 36
입법자 솔론 38
참주정의 도래 41
새로운 세계의 탄생 47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는가 50
공화국의 기원 54

2장 로마 공화국 정부의 완성 61
로마 왕정: 폭군과 성군 65
신생 공화국, 불의 세례를 받다 69
공화국의 기반을 다지다 77
바다 건너에서 답을 찾다 81
계급의 화합 86

3장 공자와 성군 91
고대 중국의 역사 기록과 영웅 93
쇠락 그리고 부활의 희망 100
현자의 출현 105
고대 정치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 111
제자백가 117

맺음말 121

2부. 전쟁과 변화하는 세계

연대표 128 머리말 131

4장 새로운 세대의 부상 141
서쪽에서 로마에 저항하다 144
불안정한 중앙부 153
동방의 제국 162

5장 관계의 성립 168
지중해에서 동맹이 형성되다 170
아시아와 중국의 단독 통치자 187

6장 동방과 서방의 제국 206
세력권을 방어하다 207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다 221

맺음말 245

3부. 연결된 세계의 종교

연대표 254 머리말 257

7장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종교 혁신 271
내부로부터의 종교 혁신 273
외부로부터의 종교 혁신 287

8장 종교의 강요, 공존, 결합 308
신구의 갈등 311
신구의 공존 318
신구의 결합 330

9장 종교와 통치 349
하나의 종교, 두 명의 통치자 351
다수의 종교, 한 명의 통치자 373
다수의 종교, 다수의 통치자 378

맺음말 391

마치며 397

감사의 말 408
옮긴이의 말 410
주 413
참고도서 449
찾아보기 457

책 속으로

우리가 고대사를 보는 틀은 변화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누구(또는 무엇)였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은 고대 역사가 중에서 누구의 의견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헤로도토스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의 고대 문헌은 클레이스테네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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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대사를 보는 틀은 변화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누구(또는 무엇)였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은 고대 역사가 중에서 누구의 의견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헤로도토스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의 고대 문헌은 클레이스테네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솔론을 무시했다. 기원전 5세기 말에 작성된 투키디데스의 글에는 솔론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그러나 이후 클레이스테네스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아테네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닦은 솔론의 역할이 강조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여정이 시작된 것은 과연 언제라고 보아야 하는가? 산파 역할을 한 것은 누구인가? 자작시에서 민중에게 전권을 이임하기를 거부하고 계급별로 그들이 ‘가질 자격’이 있는 만큼의 권한만 부여했다고 밝힌 솔론이 그런 영광을 누릴 만한가? 그리스 유적이나 이집트의 쓰레기장에서 또 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이 질문에 확실히 답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문헌이 발굴된다 한들, 문제를 해결해줄 결정적 증거보다는 또 다른 견해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_52~53쪽

기원전 229년 무렵의 고대 세계는 지중해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격동에 휩싸였다. 서방의 로마는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과 저항에 부닥쳤고, 중앙부는 격렬한 경쟁과 왕위 쟁탈전으로 불안정했으며, 동방에서는 진나라가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이 시기는 각 지역에서 대두한 젊은 통치자 및 사령관 집단의 의식구조와 그들이 주도한 군사적?정치적 지형이 점차 구체화된 중요한 기점이다. 불과 10년 만에 전 세계에서 권력의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이십대 중반의 한니발은 카르타고군을 전장으로 이끌었다. 필리포스 5세는 열여섯 나이로 마케도니아를 장악했고, 갓 스물을 넘긴 안티오코스 3세는 거대한 셀레우코스제국을 통치했다. 이집트는 스물한 살의 프톨레마이오스 4세가 장악했다. 이제 젊은이들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새 시대가 열렸다. _143쪽

공자는 통치자에게 끊임없는 수신을 통해 백성의 모범이 되어 천명을 얻으라고 조언했지,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전 재산을 포기하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불교라는 신앙과 아소카의 불교 통치 이념은 고대 세계에 민주주의 사상이 개화한 사례이며, 따라서 보통 기원전 6세기 말 아테네로 여겨지는 민주주의의 기원이 꼭 서방에 한정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_161쪽

로마는 여전히 한니발이 스스로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스키피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기원전 217년에 집정관 자리에 오른 이들은 전임자들이 실패한 과업을 성공시켜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어 했다. 이것은 로마 체제의 결정적인 허점이다. 폴리비오스는 로마의 체제는 용맹하다는 명성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극복하는 인물을 길러내도록 조직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마에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도록 조장하는 풍토가 만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집정관의 임기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다시는 어느 한 사람이 로마에서 독재적?군주적 권력을 가질 수 없도록 고안된 것이지만?집정관들은 단기간에 자신의 용맹을 입증해야 했다. 그들은 전략적으로 참을성 있게 대응하기보다는 성급하게 행동했고, 이 경향은 때로 공화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_180쪽

시황제는 모든 지방 관리들이 황실 법률 기관의 명령을 따르도록 강제했으며, 이 기구는 사형, 거세, 중노동과 같은 가혹한 형벌을 자주 내렸다. 그러나 시황제의 개혁은 단순히 법제도 재편성에 그치지 않았다. … 시황제는 기존의 ‘천명天命’ 개념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제 천하뿐 아니라 통치자, 현자, 천명까지 하나로 통일됐다. 통치자가 세상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한 몸에 구현한 이상 더 이상 공자 같은 현자의 조언은 필요 없었다. _188쪽

로마가 ‘세계 제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에도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원래 아테네와 에게해 도시국가들의 급진적인 직접민주주의를 의미했던 용어가 기원후 1세기경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로마 공화국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일리우스 아리스티데스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찬양한다. “단 한 사람, 이 보편 제국의 가장 훌륭한 통치자이자 지도자 아래 온 세상에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 민주주의가 한 사람의 통치가 가져온 결과로 찬미되는 놀라운 왜곡이 벌어졌다. _261쪽

인도 사회에서 불교의 인기는 힌두교 바르나 체제를 위협했다. 특히 평등 이념에 따라 수행에 전념한 초기 불교는 오직 하나의 계급(브라만)만이 공동체를 위한 제식을 수행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는 기존 체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통은 사회 전체 구성원이 그들의 구원을 보장하는 자로서 브라만 계급의 전문 지식, 훈련, 활동에 의존하고, 그들을 ’인간의 모습을 한 신’으로 대우하도록 강제했다. 브라만은 반나체의 복장에 악령을 쫓는 막대기를 휘두르고 머리카락을 상투처럼 틀어 올렸기 때문에 길거리에서도 쉽게 판별 가능했다. 반면 불교는 모든 개인이 구원받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 굳이 브라만에게 이 역할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_276쪽

콘스탄티누스 1세의 우선순위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자신의 통치권을 부정하거나 제국의 안정과 통합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종교에 대한 관용과 공존 정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교 종교 의식에서 황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듯이, 기독교회의 위계 구조에 황제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도와 중국에서도 통치자들에 의해 종교 의례의 변형이 이루어졌지만, 그 방식은 서로 달랐다. 먼저 인도의 굽타왕조는 오래된 힌두교 의례와 새로운 힌두교 의례를 결합하여 통치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제국의 안정과 통합을 도모했다. 반면 서진이 멸망하고 군사 갈등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 중국에서 포교승들은 전통적인 중국의 종교 사상 및 사회 관행을 흡수하고 새로 등장한 복수의 통치자들의 필요에 부응하며 불교를 개조했다. _310쪽

교류와 혼합에 더해, 4세기가 주요 종교의 역사와 고대 세계사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또 다른 이유는 새로 등장한 종교가 로마 세계, 아르메니아, 그리고 인도에서 통치자들이 영토를 통합하고 안정시키고 강화하는 난제를 풀어나갈 또 다른 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종교와 통치의 관계는 나라마다 제각각 달랐으며, 종교적 권위와 세속적 권위가 결합된 곳부터 적대 관계를 이룬 곳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평화와 관용과 사랑을 핵심으로 하는 종교와 전쟁과 폭력을 통해 제국을 다스리는 통치자가 손잡은 것은 상당히 역설적이지만, 인간사는 이런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_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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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대 세계의 경계를 유라시아 전체로 확장시킨 마이클 스콧의 화제작 “이 책은 인류의 제도와 사상, 그리고 상상이 현실화된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_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저자 우리는 지중해, 중국, ...

[출판사서평 더 보기]

고대 세계의 경계를 유라시아 전체로 확장시킨 마이클 스콧의 화제작
“이 책은 인류의 제도와 사상, 그리고 상상이 현실화된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_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저자

우리는 지중해, 중국, 중앙아시아, 인도를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서 출현한 문명에 관한 지식을 축적했고, 이 모든 것을 학교와 대학에서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분야가 마치 유일한 고대 세계인 양 그 안에 매몰되어 있었다. 세계 어디에서나 역사학자 집단은 같은 시기에 존재한 다른 문명을 살펴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그 연결성이 바로 눈앞에 있을 때조차 자신의 세계 바깥으로 눈을 돌리지 못한다. 우리는 글로벌 공동체에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를 쓰고 읽을 때는 과거가 연결되지 않은 개별적인 뭉치인 양 취급한다. 이제 더 큰 그림을 보면서 하나의 ‘고대 세계’가 아니라 연결된 고대 세계‘들’을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
_서문에서

민주주의와 제국, 젊은 통치자들과 전쟁, 그리고 세계 종교의 전파까지
신화와 환상을 넘어, 역사로 이어지는 기원 전후 1000년의 새로운 발견!

인류라는 모험가 집단이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시대,
세계의 여러 문명들이 서로를 향해 눈을 돌리고 발을 뻗어나가던 기원 전후 1000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종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명 간의 ‘심플로키symploke(상호 연결)’를 중심으로 고대 세계의 정치와 전쟁,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고대 문명(특히 그리스, 로마, 중국)에 관한 오늘날의 비교 연구가 무역이나 철학 등의 특정한 주제에 국한되어 있음을 비판하며, 비슷한 시기에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된 다양한 문화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 주목한다. 저자는 각 문명이 국가와 개인의 권력을 조정하며 정치체제를 완성시킨 기원전 6세기 말, 권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확장된 제국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각국이 분투하던 기원전 3세기 말, 통치자의 권력과 종교가 결합된 기원후 4세기 초의 로마사, 중국사, 인도사, 중앙아시아사를 ‘세계사Universal History’라는 이름하에 하나로 묶어낸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흥미로운 상상―이를테면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의 만남이나, 로마 군단과 한나라 군대의 전투 등―으로 치부되던 고대 세계가 기원 전후 천년을 거치며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의 세계로까지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는 죽지 않는다. 실은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다.”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말)
● 기원전 6세기 말, 국가의 위기에 무엇으로 대처할 것인가? 정치의 탄생

1부 ‘축의 시대의 정치’는 기원전 6세기 말의 아테네, 로마, 그리고 중국 노나라를 무대로 그곳에서 발생한 정치사상과 통치 방식의 혁명에 초점을 맞춘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라는 급진적 정부 형태가 출현하고 로마에서는 공화정체제가 탄생한 바로 그때, 중국에서는 공자를 비롯한 사상가들이 국가 운영 및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에 관한 정치철학을 주장하며 나타났다.
기원전 508년 봉기한 아테네의 시민들은 참주 이사고라스를 도시에서 몰아내고 모든 시민이 국가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정치 혁명에 성공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치체제가 세계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순간이다. 이렇게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제국의 크세르크세스의 침공을 막아내며 더욱 강화된다.

[기원전 490년] 다리우스 왕의 페르시아군이 마라톤에 상륙했을 때 아테네 민주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으나, 아테네의 시민계급으로 조직된 ‘호플리테Hoplite(중장보병)’가 활약하여 얻은 승리는 아테네 군사조직을 재편한 신생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감을 한층 북돋웠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건은 값비싼 말을 보유한 귀족이나 두꺼운 갑옷을 마련할 재력이 있는 유산 시민층이 아니라 온전히 트라이렘의 노를 잡은 남자들의 힘으로 승리했던 살라미스 해전이었다. … 이후 ‘데모크라티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고 아테네 정체의 진화가 가속화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_84쪽

기원전 510년, 로마의 왕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가 폐위되었다. 기원후 1세기 말에 활동한 역사가 타키투스는 당시의 상황을 『연대기Annals of Imperial Rome』의 첫 문장에 “로마는 창건 이래 줄곧 왕이 다스렸다. 브루투스는 자유(리베르타스libertas)를 확립했다”라고 적었다. 혁명을 이끈 인물을 훗날 카이사르를 암살한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의 선조인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였다. 이후 로마는 두 명의 집정관을 선출하고 오늘날 ‘공화국republic’의 원형인 ‘레스 푸블리카 로마나res publica romana’ 체제를 구축했다. 새로운 체제 아래에서 로마는 향후 100년간 주변 부족을 복속시키고 세력을 확장한 끝에 기원전 5세기 초에는 이탈리아반도 안에서 가장 크고 강력하고 부유한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사실은 로마가 지배계급과 민중의 권력을 조정하는 단계에서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연구했다는 점이다.

로마 사절단은 스토아 바실레이오스에 새겨진 150년 된 솔론의 법전에 주목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극찬했던 솔론의 ‘중도’를 강조하는 절충안과 ‘에우노미아(질서)’ 원칙은 기원전 454년의 로마에 유용한 해결책으로 다가왔다. 후대의 연설가 키케로는 솔론의 개혁을 ‘콩코르디아 오르디눔Concordia ordinum(계급의 화합)’의 전형으로 평가했다. … 로마로 돌아온 대표단은 3년간 검토를 거친 후 기원전 451년 아테네 민주주의에 관한 보고서를 파트리키 위원회(데켐비리)에 제출했다. 데켐비리는 1년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화국 운영 방식에 관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임무를 위임받았다. 그 결과 10표법이 탄생했다. _88쪽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로마에서 공화국이 발달하던 시기에 중국에서는 한 탁월한 개인이 군주에게 새로운 정치사상과 통치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사상가 공자의 이야기이다. 공자는 노정공에게 성군이 되는 법을 가르쳐서 질서가 바로 선 세상을 이루고자 했다. 그는 주나라 문왕과 무왕을 성군의 모범으로 삼고, 주공 단을 치세의 범례로 하여 혼란을 수습할 군주를 길러내고자 했다. 비록 그의 사상은 생전에는 위정자들에게 환영받지는 못하였지만―중국 최초의 통일은 법가사상에 근거한 진나라 시황제의 몫이 된다―결국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상으로 도약하게 된다.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다양한 사회 집단이 (적어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더 큰 정치적 발언권을 갖게 된 오늘날에도 우리가 사회 조직과 정치 조직을 선택할 수 있는 범주는 고대인들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들처럼 우리도 동의하는 자와 동의하지 않는 자 모두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지속적인 참여와 상호작용 속에서, 고대사의 이 중요한 시기에 탄생한 사상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축의 시대의 유산 중에서 아마도 가장 역동적인 사상은 공자가 남긴 유교 사상일 것이다. … 오늘날 중국에서 유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장려된다. 하나는 서구의 오염을 중화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종교로서, 다른 하나는 동양에 적합한 민주주의의 잠재적 형태로서다. _400~401쪽

“이 안에 전쟁과 평화가 모두 담겨 있다” (카르타고에 파견된 로마 사신의 말)
● 기원전 3세기 말, 끊임없이 확장되는 제국의 경계. 젊은 통치자들의 패권 경쟁

2부 ‘전쟁과 변화하는 세계’의 주요 무대는 기원전 3세기 말의 동양과 서양 전체를 가로지르는 전쟁터이다. 이 시기에 전 세계에서 권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젊은 통치자들이 등장했다. 서른 살의 한니발이 카르타고군을 이끌고 로마로 행진을 시작했고(기원전 218년), 열여섯 살에 왕위에 오른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5세(즉위 기원전 221년)가 지중해 중심부로 세력을 확대하고자 눈을 돌렸으며, 이십대 초반의 청년 안티오코스 3세(즉위 기원전 223년)는 소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에 이르는 셀레우코스제국의 지배권을 확립하기 위해 동서를 가로질렀다.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4세가 스물한 살에 왕권을 장악한 것도(즉위 기원전 221년), 유라시아 대륙 동편에서 진나라의 젊은 군주 조정이 제후국을 모두 제압하고 시황제(기원전 221년)에 오른 것도 바로 이 무렵의 일이다.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반도로 진격한 한니발의 군대는 로마군을 연파하며 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위기 속에서도 로마의 정치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전쟁은 장기화된다.

폴리비오스는 『역사』에서 로마가 칸나에 전투에서 최악의 패배를 경험한 시점의 로마 정체를 논한다. 그는 한니발에 대한 로마의 대응에 훗날 로마를 성공으로 이끄는 체제와 로마인 특유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와 성격이 잘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극한의 공포가 도시 전체를 덮쳤지만 로마 체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멸망의 위협은 오히려 공화국을 구성하는 여러 기구(집정관, 원로원, 민회)가 서로 협력하도록 강제했다. 로마의 정치 및 군사 체제는 영웅적으로 도시를 방어한 역사를 바탕으로, 그 용맹함을 선보인 자에게 드높은 명예를 약속함으로써 유지되는 구조다. 패배에 직면하자 로마인들의 생존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_183쪽

제2차 포에니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가 지중해 연안의 다른 나라로 확장되었다. 로마의 압박으로부터 잠시 해방된 필리포스 5세와 안티오코스 3세는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필리포스 5세는 한니발과 동맹을 맺고 로마에 대항했으며, 안티오코스 3세는 제국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고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4세와 결전을 벌이는 한편 파르티아와 박트리아를 수중에 넣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체스판 위에서 젊은 통치자들이 각축을 벌이던 기원전 210년대에 동쪽의 진시황제 역시 광활한 제국을 통치하는 일의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는 법가를 제외한 다른 사상을 억압한 채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여 전국을 통합하고 외부 세계와의 경계를 확립하는 일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된 5,000킬로미터 길이의 만리장성은 유목민의 침입을 막는 방어벽 역할을 넘어 신생 제국에 더 큰 일체감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상징으로 기능했다. 불멸을 꿈꾸던 그가 210년 천하 순행 중 사망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동부에서 새로운 역사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진시황제 사후 제국이 무너지고 중국은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으며, 이틈에 잠들었던 사상들이 부활했다. 이 혼란을 정리하고 부상한 유방과 한나라는 새 수도에서 다시 한 번 국가 통합과 결속 작업을 시작하면서, 어떤 통치 철학이 가장 적합할지 고민했다. 한편 영토 확장 과정에서 한고조는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했다. 그 결과 한나라는 묵특과 그의 후계자들에게 공주와 공물을 바치면서 변방 부족들과의 공존을 추구했다. 묵특이 이끄는 흉노는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웃 유목민 부족(특히 월지)을 서방으로 몰아냈다. 불안정한 ‘원형 교차로’인 중앙아시아를 향한 민족 대이동은 동과 서의 역사가 최초로 동시에 기록하는 사건이다. _249쪽

“가까이 오너라. 오, 선택받은 아들들아” (아소카 대왕의 비문에서)
● 기원후 4세기 초, 하나로 연결된 세계. 신의 이름으로 세상을 다스리다

3부 ‘연결된 세계의 종교’에서는 마침내 연결된 고대 세계에서 인간이 신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면서 발생한 종교적 변화와 혁신을 다룬다. 기원후 4세기 초에 문명 세계 각지에서 종교는 통치자가 권력을 확보하고 그 정당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이용되며 이전과는 다른 위상을 부여받게 된다. 기원전 1세기를 지나며 제정으로 돌아간 로마가 지배하는 지중해 및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가 수용되기 시작했을 때, 힌두교는 인도의 굽타왕조 치하에서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었다. 한편 중국으로 전파된 불교는 5호16국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 공식 종교의 위상을 획득해나갔다.
서기 312년 10월 28일,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는 당시의 또 다른 황제 중 하나인 막센티우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제국의 패권을 장악했다. 이 승리를 기념하며 로마 시내에 건설된 개선문에는 그날의 모습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기록되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신의 영감을 받아, 그리고 그의 위대한 정신을 발휘하여 군대를 이끌고 정의롭게 싸워 폭군과 그 무리를 단번에 무찌르고 나라를 구했다.” 불과 1년 뒤 콘스탄티누스와 리키니우스(로마제국의 또 다른 황제)는 밀라노에서 로마의 종교에 관한 칙령을 발포했다. ‘밀라노 칙령’은 오늘날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로마의 모든 신앙에 대한 관용과 다양성의 존중을 확립하고 이교로부터 압수한 재산을 돌려주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었다. 다시 말해 모든 로마인이 각자 원하는 신을 믿을 자유를 보장한 것이다.

이것은 여러 면에서 로마의 전통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했다. 그리스나 인도와 마찬가지로 고대 로마는 본질적으로 다신교 사회였다. 마치 온갖 음식이 차려진 뷔페처럼 각양각색의 신들이 존재했으며, 언제나 개인별로 또는 지역별로 선호하는 신이 달랐다. 새로운 신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신들의 새로운 변형이 로마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열광적으로 숭배되었다. 로마의 전통 종교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첫째로 (주로 공공) 의례에서 희생제가 중점을 이뤘던 점, 둘째로 신앙의 바탕에 황제?일반적으로 신과 같이 숭배되고 추앙받았다?에게 충성과 숭배를 바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_280~281쪽

콘스탄티누스 1세가 제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그 안에서 기독교와 기독교도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할 것인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때, 그보다 먼저 문명세계 전체를 기독교로 개종시킴으로써 통치권을 확보한 국가가 있다. 바로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아르메니아왕국이다.

통치자로서 티리다테스 3세는 두 가지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으며,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었다. 첫째는 로마제국과 사산제국 사이에 끼여 두 나라의 정책과 야망에 휘둘린 아르메니아의 지정학적 위치였다. 티리다테스 3세의 목표는 로마의 지원을 확보함으로써 자신의 가문이 사산제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계속 아르메니아를 다스리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특히 312년 이후 기독교?남쪽과 에데사로부터 아르메니아로 서서히 침투하고 있던 기독교가 아니라, 로마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양성되고 인정된 기독교?의 수용은 당연한 결과다. _306쪽

인도에서는 불교의 자비가 힌두교의 확고한 계급성에 균열을 내면서, 지도자의 출신 가문보다 전투에서의 용맹함을 중시한 유목 민족과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크로드의 개척으로 상업과 문명 교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굽타왕조가 정권을 장악했다. 인도의 전통적 왕족 계급인 ‘크샤트리야’가 아니라 제3계급인 ‘바이샤(상업을 담당)’ 가문 출신의 찬드라굽타 1세는 왕의 세속적 권위와 종교적 권위를 통합해 인도 역사의 황금기를 낳았다. 한편 실크로드의 동쪽 끝 중국으로 전해진 불교는 그곳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촉발한다.

수세기 동안 불교의 가르침이 비단, 옥, 무명, 상아, 사향, 호박(보석), 몰약과 같은 귀중품을 비롯하여 코끼리, 원숭이, 앵무새와 같은 이국적인 동물들, 그리고 대두와 같은 일상품과 함께 무역로를 타고 전파되었다. 불교 사상은 동과 서를 잇는 여러 갈래의 탯줄을 따라 밀려드는 천문학, 역법曆法, 의학, 윤작법 등의 광범위한 지식과 한데 어우러졌다. … 소규모 지식층과 통치자들의 후원을 받아 불경 번역 활동에 전념하던 불교는 이제 무너져가는 제국의 유랑하는 백성들을 보듬어야 했다. _293, 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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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기원 전후 천년사』는 지중해, 이란, 인도, 중국 등의 여러 문명권을 오가며 사상, 전쟁, 종교의 세 가지 단면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서 나타나는 비교사적 모습들을 최대한 병렬적으로 그려내고자 시도한다. 집중하는 시기도 기원전 6~5세기, 기원전 3~2세기, 기원후 3~4세기 등으로 마냥 좁은 범위는 아니다. 그렇지만 완독한 뒤에는 다소 실망감이 있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내가 가진 그것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흥미가 가득 차올랐다. 그것은 지중해와 그 주변 세계의 고대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각 문명들의 권역적 통합을 통한, ‘유라시아 고대’의 기획을 통해 고대사 서술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하고자 하는 발상이었다. 이는 종래에 지리적으로 그리스-로마 문명의 본산이었던 남유럽과 아나톨리아 등을 이미 아득히 뛰어넘어선 서양 고전학과, 20세기를 거치면서 근자에 새로운 결실을 빚어내기 시작한 중국과 이란, 남인도 등지에서의 연구 성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겠다. 세계체제론이 보여주듯 지구사의 가능성은 본디 근대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나, 지구사의 신장이 시사하는 바는 고대 세계와도 무관하지 않음이 명백히 드러났음이다. ‘유라시아 고대’에 대한 희망을 실제 저작으로 내보였다는 점만을 보더라도 이 도서를 일독함에는 확실한 의미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획은 그 규모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지중해 세계, 이란권, 인도 아대륙, 중원과 같은 거대 권역들과 그들 사이에 공존하고 있던 중소 세력들은 그 하나하나에 대한 연구가 일정 심도 이상을 달성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에 대한 지구사적 기획은 한편으로는 고대의 제한된 단면들만을 다루려 시도하여서도 안 된다. 그와 동시에 여러 단면을 고루 천착하는 경우에라도 그 분량이란 한 권의 저작에 국한될 수준이 아닐 터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핵심적인 난관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었다고 평하고 싶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거대한 햄버거 하나를 멋모르고 베어물었다가, 과부하에 걸린 턱근육의 통증이 아직 생생히 남아있는 듯한, 그러한 양상이 눈에 아른거리는 듯하다고나 할까.

    이 책의 영문 원제는 Ancient Worlds: An Epic History of East and West이다. 즉 유라시아 동부와 서부를 중심으로 비교사적 서술을 행하고자 하였다는 것이다. 허나 저자가 서문에서 천명한 대로 지구사를 서술하고자 마음먹었다면, 각 문명권에서 도출할 수 있는 병렬적 양상을 도출하는 것 이외에도 그 문명권들이 서로 간에 관계를 형성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음을 내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근대 혹은 (혹자의 주장으로는) 13세기 몽골제국 주도의 세계가 보이는 상호 긴밀성과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이 책이 주목하는 시간적 범주는 이전 시대에 비해 분명 상호 접면(接面)을 시도하는 빈도와 강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비단 실크로드만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예컨대 알렉산드로스의 확장은 헬레스폰토스를 기점으로 양분돼 있던 유라시아 서부를 하나로 연결했다는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중화 제국의 하서 회랑 및 타림 분지 점거는 후대에도 중국 조정의 대 서방 교류를 가능케 할 계속적인 유산으로 남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각지에서 뻗어나오는 국제교류망과 상권의 중첩, 제국 중심 세계질서들의 형성과 유지 등의 주제들에 대해 천착할 기회, 그를 통해 지금까지 잘 구현되지 못했던 새로운 그림을 창조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망실된 듯하여 아쉬운 감이 있다.

    이렇듯 지구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한 서술까지는 한 권에 담을 만한 여유가 되지 못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유라시아 고대의 제한된 면모들만을 다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다루는 시대들 역시 각각의 길이가 짧지는 않되 전체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산발적인 내러티브로 귀결된다는 점이 더해져, 이 책은 새로운 지구사적 서술보다는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에 대한 부록과 같은 느낌을 낳게 되었다. 내가 저자의 서문을 읽고 상상한 그러한 심상에는 아직 도달치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다루는 시기가 고대를 넘어서서 보편사적으로 갖는 의미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축의 시대』를 더 추천한다.

     

  • 기원 전후 1000년사 | gh**ms2222 | 2018.10.1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마이클 스콧의 저서는 제법 담대한 야망이 돋보이는 제목처럼 내용 역시 알차고 ...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마이클 스콧의 저서는 제법 담대한 야망이 돋보이는 제목처럼 내용 역시 알차고 흥미로웠다. 언뜻 제러드 다이아몬드, 유발 하라리 등의 빅히스토리가 떠올릴 만하다. 하지만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는 순차적 진행에서 벗어나 주제- 문명, 제국, 종교를 따라 기원 전 5세기 기원 후 5세기 간의 역사를 훑는다. 서구적인 시각과 틀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전체로 확장한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카르타고의 포에니전쟁, 고대그리스의 폴리스, 콘스탄티누스1세의 기독교 국교 선포 등 주요대목으로 짚어내고 있고 덧붙여 제자백가, 공자, 노자, 한비 등에서 유래한 유교를 살펴보며 고르게 안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양고전학자인 저자의 해박한 지식 덕에 불교, 힌두교를 비롯한 동양사상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거시적인 안목의 빅히스토리 장점을 살린 한편, 정해진 기간의 3가지 주제에 집중한 영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이다.

  • 한국에서 보기 무척 드문 지구사책이 간만에 번역되어 나왔다. 메가스테네스의 『인도지』를 인용하며, 거대한 권역을 향해 범위를 ...
    한국에서 보기 무척 드문 지구사책이 간만에 번역되어 나왔다. 메가스테네스의 『인도지』를 인용하며, 거대한 권역을 향해 범위를 넓힌 서술은 한껏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책의 저자 자신은 주로 폴리스 시절 그리스와 관련해 많은 책을 쓴 학자기에, 다른 문화권에 대한 아주 세밀한 전문 서술까진 기대하지 않았다. 그만큼이나 지구사 서술은 비판은 쉬어도 직접 그것을 해보는 것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그리스, 로마, 중국, 그리고 인도 권역을 주된 축으로 삼는다.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 그리스/로마 쪽에 많이 편중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된다. 많은 사람들이 1부를 가장 흥미롭다고 평했지만, 나는 외려 그 범위가 한층 동쪽으로 뻗어나간 2부가 좀 더 흥미진진하게 여겨졌다. 이 책에서 가장 지구사적 내용을 담은 부분을 뽑자면 2부가 아닐까 싶다. 지중해권역을 넘어 알렉산드로스가 과거 거친 길을 따라 중앙아시아와 박트리아로 여정이 흘러가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 비록 상대적으로 미흡하긴 하지만, 진한 시대의 중국을 다뤄주었다는 점도 괜찮았다. 단순히 각 권역별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각 나라들의 흥망과 교류사가 전개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분명 비그리스/로마 권역에 대한 서술은 많이 미흡하며 꼼꼼하지 않다. 중국사에 조예가 깊은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중국사에서 최근 서구의 중국사학자들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서역개척사가 거진 언급되지 않은 점에는 좀 실망이 컸다. 이미 관련 개론서들이 서구권에도 충분히 나와있는데 왜 그 부분을 짚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부족한 과거의 독서 경험을 되짚자면 미시간 대학의 장춘수 교수가 한 제국의 서역개척과 변경통치에 대해 본인의 저서에서 상세히 다룬 바 있다. 그렇다면 개론의 내용이나마 이 내용을 참조하여 실크로드로 연결해볼 가치는 없었을까? 분명 교류사는 언급되지만 기대하던 수준은 아니었다. 장건은 이미 식상하다. 한 무제의 변경개척이 로마의 동방진출에 비해 중요하지 않을 이유가 있던 것일까?

    또 한 가지 많이 아쉬웠던 점은 페르시아 문화권에 대한 설명이 크게 미흡했다는 점이다. 서구강단에서 강의하는 페르시아 사학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동안 페르시아 문화권은 마치 그리스/로마의 그것에 종속된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알렉산드로스의 빛나는 원정은 가치있지만, 그 앞에서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의 가치는 무엇인가? 단지 호적수로서? 아니면 이전 폴리스들과의 투쟁에서? 사료 자체가 크게 부족한 인도 문화권에 대해선 다뤘으면서, 이란권역에 대해 뭔가 독립적인 카테고리가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결국 그리스/로마 사학자의 고질적인 한계를 다시금 맞본 느낌이었다. 최근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과 중앙아시아 사이의 관계를 다룬 서적들이 여럿 출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향을 조금이나마 반영하여 페르시아권을 단지 중앙아시아로 퉁치지 않고, 하나의 독립문화권으로서 실크로드 중간의 중요한 축선으로서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깊다. 향후 개정판이 나온다면 이 점만큼은 꼭 보완해주었으면 한다.

    지구사 서적은 분명 비판은 쉽지만 그렇다고 직접 쓰는 것은 어렵다. 거대 문화권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이 같은 힘든 일을 착수하여 한 권의 책으로 완결한 스콧 교수에겐 박수를 보낸다. 미흡한 점이 많지만 적어도 첫 발을 때면 다음 여정은 보다 쉬워지는 것이 분명하다. 지구사란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고 개론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책이다. 심화 독자라도 각 쳅터에서 다룬 주제들에 대한 풍성한 참조목록들이 첨부되어 있다. 그 참고문헌들을 따로 구매하여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겠다. 고대 문명의 전반적 이해, 그 중에서도 그리스/로마 중심적 사관으로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겐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타 문화권에 대한 심화 학습을 원한다면, 다른 책들을 통해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기를 권한다.


  • [서평] 기원전후 천년사 | wo**621 | 2018.09.0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저자는 기원전 508년에서 기원후 415년까지의 기간에 동서양의 중요한 역사의 방향이 일어났고 그것도 거의 동시대에...
     저자는 기원전 508년에서 기원후 415년까지의 기간에 동서양의 중요한 역사의 방향이 일어났고 그것도 거의 동시대에 일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그에 대해서 정치, 제국, 종교 이 세 가지 관점으로 풀어냈다.
     1부 '축의 시대'에서는 아테네의 민주정, 로마의 공화정 그리고 중국의 유교 성립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시기는 이후 역사에서 정치사상을 결정짓는 시기라 할 수 있다.
     2부는 정복과 전쟁 그로 인한 제국의 등장을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사실 동양의 진시황부터 서양의 한니발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생소한 중앙아시아의 셀레우코스와 인도 마우리아 등의 이야기는 삼국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3부 종교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로마의 기독교, 인도 굽타왕조의 힌두교, 중국의 불교가 정치권력과 결합하여 어떤 기능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때  전래된 불교가 왕권강화에 이용된 것 처럼 기원후 4세기에 정치와 종교가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과 그리스, 로마의 역사 외에 중앙아시아 및 인도의 역사를 다뤄준 점이 흥미로웠다. 통사적인 시각에서 연결된 세계를 서술한 저자에게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 머릿말 이 책은 B.C 508 ~ A.D 415년의 동·서양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기존의 책들이 단편적인 지역...
    머릿말

    이 책은 B.C 508 ~ A.D 415년의 동·서양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기존의 책들이 단편적인 지역의 역사를 주로 다뤘던 반면에 이 저서는 굵직한 문화권의 역사를 기원 전 6~5세기(내부의 정치 혁명) / 기원 전 3~2세기(전쟁과 연결되어가는 세계)/ 기원 후 4~5세기(종교와 단합)로 나누어 시기 별로 하나의 공통된 키워드를 가지고 서술한 보기 드문 책이었다.

    저자인 마이클 스콧(Michael Scott)은 책에 따르면 영국 워릭대학교 서양고전학 및 고대사 부교수를 역임하고 있으며, 전공은 고대 지중해 세계의 성립과 당대의 정치 · 사회 제도를 연구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과 감상평

    책의 시작은 현대 세계에서 정말 아득히 먼 옛날인 기원전 6세기에서부터 시작한다. 1부에서는 그리스 - 로마 - 중국. 이 세 나라의 혼란상과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내부의 정치 혁명 혹은 사상에 집중되있는데 그리스에서는 왕-귀족정에서 민주정으로 변모하는 솔론의 개혁 - 참주정 -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을 다루었다. 로마의 경우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변모하며 집정관, 12표법 등의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했고, 중국의 경우엔 공자의 일대기로 춘추시대의 혼란상과 유교 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실 필자가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이 1부였는데, 가장 이 책의 의도와 일치되는 주제와 내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1부의 등장한 핵심 인물들 중에서 오직 공자만이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로마와 아테네는 대체로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것'만을 알았을 뿐이다. 그러나 개혁 사상이 즉각 현실화된 곳은 로마와 아테네다. 생전의 공자는 겨우 소수의 제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라는 부분은 1부의 내용을 완벽하게 표현한 구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2부에서는 1부에서 2~300년이 지난 시기의 지중해 세계와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박트리아와 이집트, 인도등), 중국 역사를 '전쟁과 연결되어가는 세계'라는 키워드로 내용을 전개했다.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쥐는 과정,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흥망사, 진시황의 진나라에서 유방의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국가 사이에서 교류가 발생했다는 논지로 전개해나가는 것이 2부의 특징이다.

    2부를 읽으면서 물론 잘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고 식견이 부족해 잘 몰랐던 내용도 있었지만, 각각의 세계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었음에도 키워드에 과연 부합한 내용들이었는가?에 대해선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접한 국가들의 치열한 외교전 및 전쟁에 관해서 자세히 기술되어있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지만, 큰 세계들이 점차 연결되어가는 모습이라고는 고작 장건의 실크로드 개척에 대한 언급이 몇차례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면 좀 더 자세히 한 무제나 로마 공화정의 몰락 등의 역사를 기술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2부의 국가들이 큰 위기를 겪는 시기였는데, 이를 종교와 정치의 결합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콘스탄티누스 1세의 기독교 공인,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중국의 혼란한 생활상과 불교, 현학 등의 언급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점은 책과 역사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서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면서 정말 방대한 내용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인용하는 대목은 책의 신뢰도와 가치를 더욱 높히는 요소라 판단했다.

    그러나 지구사적 관점의 책이지만 얼핏, 너무 미시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쉽게 말해 숲을 만들겠다면서 나무 하나하나를 중요시해 본 목적을 약간 망각한 것 처럼 말이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고대 지중해 세계를 연구했다고 하지만 이 책의 다른 무대인 인도와 중국에 대한 역사적 서술도 충분히 전문서적이나 교양서적 양쪽에 걸칠 수 있는 수준의 글이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고대 역사를 공부하려는 개론서로서 보면 더할나위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구매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충분히 제 값은 하는 책이라 생각하니 구매하셔도 충분할 것이라 사료된다.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네요. 부족한 서평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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