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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에게 세상을 묻다(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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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쪽 | A5
ISBN-10 : 8996282332
ISBN-13 : 9788996282334
쇼에게 세상을 묻다(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G. 버나드 쇼 | 역자 김일기 | 출판사 TENDED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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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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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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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극작가 버나드 쇼, 드디어 만난다!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쇼에게 세상을 묻다』.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주인공, 오드리 햅번 주연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극작가 버나드 쇼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아직까지도 숱하게 인용되고 있는 그의 명언들이 과연 어떤 사상적 맥락 속에서 탄생한 것인지 살펴본다.

이 책은 버나드 쇼가 여든 여덟에 써 낸 역작으로,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며 후대에 남긴 기록을 담아낸다. 일생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현대 사회의 정치적인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뛰어난 시적 아름다움과 재기발랄함, 모든 생명체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깃들어 있는 그의 매력 넘치는 문장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으며, 예술가로서, 역사가로서, 철학자로서, 사상가로서, 사회운동가로서 이야기 가득한 삶을 살았던 버나드 쇼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소개

저자 : G. 버나드 쇼
저자 조지 버나드 쇼(G. Bernard Shaw)(1856-1950)는 아일랜드 태생 극작가이자 비평가, 사상가. 셰익스피어 이래 최고의 극작가로 일컬어진다. 시드니 웹, 베아트리스 웹 부부와 함께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를 설립했고, H.G. 웰스, 버트런드 러셀 등과 함께 온건한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이비언협회에서 활동했다. (페이비언협회는 영국 노동당에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고,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와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 등 제3세계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버나드 쇼는 '피그말리온', '성녀 잔다르크' 등 60여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1925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1938년에는 영화 '피그말리온'의 원작자로서 오스카상까지 수상했다. 노벨문학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거머쥔 사람은 아직까지도 버나드 쇼뿐이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조예도 깊어서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자랑했고 당대 최고의 미술 비평가로 활약했다. 런던정경대의 ‘쇼 도서관’에 가면 그가 디자인한 스테인드글래스(페이비언의 창)를 볼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아마추어 권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70대 중반이 되어서도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길 정도로 건강한 삶을 살았다. 그는 살아 생전에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섀비언’(버나드 쇼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거느리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런던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시카고, 케이프타운 등 세계 곳곳에서 매년 무대에 올려지며, 캐나다에서는 매년 쇼 페스티발이 열린다.

역자 : 김일기
역자 김일기는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와 성신여대, 덕성여대에 출강했으며 건축잡지 '공간'의 영문 에디터로 활동했다. 옮긴책으로 '1900년 이후의 미술사'(공역)가 있다.

역자 : 김지연
저자 김지연은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경인교대와 부산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책으로는 '파워 오피니언 50'(공역)이 있다.

목차

“ 현명함은 경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받아들이는 능력에 비례한다.”


1장 인간은 구제불능인가?
2장 문제는 토지다!
3장 정당제도의 기원: 불편한 진실
4장 가난한 사람들의 의회
5장 민주주의: 정치는 아무나 하나?
6장 각자의 자리 알기: 둥근 구멍에는 둥근 말뚝을
7장 어디까지 평등할 것인가?
8장 계층을 없애겠다고?
9장 국가와 아이 : 아이들은 누가 키울 것인가?
10장 학교가 만든 괴물들

“ 도둑질은 도둑이 하면 죄가 되지만
금융가들이 하면 능력이 된다.”


11장 금융 미스터리: 은행제도의 문제점
12장 금융시장을 둘러싼 착각과 오해
13장 토지 수용에 대해 ‘보상’을 한다?
14장 도박과 보험 : 사회보장의 두 얼굴
15장 전쟁자금에 대한 착각
16장 전쟁 그리고 전쟁 영웅들
17장 군인의 탄생
18장 인간은 과연 경제적으로 행동할까?

“의지와 지식이 있는 한 사람이
의지도 지식도 없는 열 사람을 항상 이기기 마련이다.”


19 장 교육 문제1: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20장 교육 문제2: 무엇을 얼마만큼 가르칠 것인가?
21장 교육 문제3: 잘못된 교육
22장 미학적 인간: 예술에 대한 욕구는 식욕만큼이나 강하다
23장 과학자: 파블로프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나?
24장 의사: 재주는 하늘이 부리고 돈은 의사가 챙긴다
25장 건축: 통치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
26장 과연 종교와 정치가 분리될 수 있을까?
27장 생물학: 국가의 최우선 관심사
28장 어설픈 통계를 경계하라!
29장 국가와 유전학: 다양성이 답이다

“세상에 황금률 따위는 없다는 것이 바로 황금률이다.”

30장 국가의 비리: 큰 정부는 어떻게 부패하는가?
31장 지방자치체의 비리
32장 강제와 처벌
33장 법과 전제정치
34장 배심제와 사면권: 배심원과 각료는 은혜의 대리인이 되어 우리를 변호하라!
35장 양심적 병역거부 vs. 총파업
36장 개인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
37장 정치인의 신념과 행동을 판단하는 문제
38장 집단의 이름으로 드러나는 악당 근성
39장 이른바 ‘영웅’에 의한 정치

“우리 사회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를 모두 필요로 한다.
낙관론자가 비행기를 발명하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발명한다.”


40장 비평가들에게
41장 경제편 요약
42장 정치편 요약
43장 종교편 요약
44장 글을 마치며

옮긴이의 말
저자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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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는 문학과 연극 분야에서는 적임자지만 수학과 체육, 기계 분야에서는 군중에 속한다. 우리 중 최고라는 사람도 99%는 군중에 속하고 1%만 적임자에 속한다. 결국 군중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나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셈이다.” P.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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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과 연극 분야에서는 적임자지만 수학과 체육, 기계 분야에서는 군중에 속한다. 우리 중 최고라는 사람도 99%는 군중에 속하고 1%만 적임자에 속한다.
결국 군중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나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셈이다.” P. 52

“이런 사회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무능력과 실패는 대부분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둥근 구멍에 네모난 말뚝을 끼우려는 사회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P.83

“놀라운 점은, 문학작품에 대한 재산권의 적용기간과 상속을 제한한 것처럼 토지와 산업시설에 대한 재산권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태 입법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작권을 영구히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167

“한 번 확립된 도덕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p.267

“사람들이 금융과 지대와 보험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그 세 가지를 국유화하라고 할 것이다.” P.304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모르는 용사에게 영웅적 포부, 헌신적 봉사, 불굴의 용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과 같은 자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낫다.”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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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드디어 버나드 쇼를 제대로 만나다! 버나드 쇼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말년의 역작, 국내 최초 완역! 우리는 버나드 쇼를 익히 알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그의 묘비명을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경이적인 ...

[출판사서평 더 보기]

드디어 버나드 쇼를 제대로 만나다!
버나드 쇼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말년의 역작, 국내 최초 완역!


우리는 버나드 쇼를 익히 알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그의 묘비명을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경이적인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어떤 책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라는 쇼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해박하고 기지가 번뜩이는 ‘말과 글의 달인’ 버나드 쇼는 명언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그 뿐인가? 학창시절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은 버나드 쇼의 기나긴 영어 문장을 독해하느라 진땀깨나 흘렸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유명한 영국 문호의 저작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오드리 햅번이 주연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 <피그말리온>을 제외하면, 국내에 온전하게 소개된 버나드 쇼의 작품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예술가이자 사상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눈부시게 활약한 지식인 버나드 쇼의
경험과 철학의 집대성!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버나드 쇼를 “제대로” 보여주는 최초의 책이다. 역사 속 위인들이 대개 그러하듯 버나드 쇼 역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이뤘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업적을 남긴 놀라운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쇼를 단순히 극작가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상 그는 극작가였을 뿐만 아니라 이름난 비평가였고, 역사가이자 사상가였으며, 정치가이자 사회운동가였다. 한 마디로,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진정한 예술가였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작가로서 버나드 쇼의 이력에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와 함께 ‘영어권 3대 극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피그말리온>의 원작자로서 오스카상까지 석권한 전무후무한 인물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사상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그의 이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소설 <타임머신>으로 유명한 H.G. 웰스, 20세기의 지성이라 불리는 버트런드 러셀 등과 함께 온건 사회주의자 단체인 페이비언협회의 중심 인물로 활약하면서, 영국 노동당에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네루와 같은 제3세계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가 캠브리지에서 버나드 쇼의 강의를 듣고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40대에는 약 6년간 런던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다.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버나드 쇼의 경험과 깨달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다.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인 환경을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버나드 쇼는 “정치란 사회생활의 과학”이지만 사람들은 “정치를 삶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요즘에는 누구나 정치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 대부분은 아주 기초적인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돈키호테가 기사도를 현실과 연결짓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사회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기타 모든 종류의 낭만적 이상주의에 대해 그저 신문에서 주워들은 대로 떠들어대고 때로는 논쟁까지 벌이면서 현실세계와는 조금도 연관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든 여덟의 버나드 쇼는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정치인들조차 잘 모르는 정당제도의 기원부터 금융의 미스터리와 토지 문제, 교육과 복지, 과학과 종교, 예술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면서, 보다 나은 삶을 꿈꾸고 갈망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때로는 짧은 희곡 형식을 빌어, 때로는 본인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가히 최고의 극작가답다. 1장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질문부터 44장 ‘에필로그’까지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면, 은행, 학교, 병원, 민주주의, 자본주의처럼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뭣 모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기존의 제도나 개념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회의 갖은 해악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일들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버나드 쇼 말대로, “현명함은 경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받아들이는 능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힐링’이 화두인 시대
열심히 일해도 살기 힘든 현실,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
‘알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번 생은 망쳤다”는 자조섞인 농담도 들려온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살기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투성이고 곳곳에 유리천장이 드리워져 있다면, 맥이 풀리고 눈앞이 캄캄한 게 당연하다. 땀 흘려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삶의 조건은 보장이 돼야 한다. 학생은 학생 대로, 직장인은 직장인 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 대로 바쁘게 공부하고 열심히 일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복지국가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복지국가란 사람들이 마음 편히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다. 학생이라면 '알바' 뛰는 시간보다 책상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하고, 청춘을 바쳐 일하고 꼬박꼬박 납세하는 '유리지갑' 직장인들에게는 안정된 노후가 보장되어야 한다. 부당한 이유로 삶의 터전이 한 순간에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다수 국민들의 영혼을 잠식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회에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1. 수입의 3분의 1 이상이 ‘집’에 들어간다?

살면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할 때는 언제일까? 바로 집을 장만할 때다. ‘집’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잡아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임대료다. ‘단지 집에서 살기 위해’, ‘단지 일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만 줄어들어도 열심히 일하는 많은 이들이 절망감에서 벗어날 것이다. 요즘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라는 말이 돌고 있는데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을 지주(임대업자)나 은행이 가져가는 현실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신문을 보면 한 가구당 소득은 주당 40실링인데 그 중 14실링이 임대료로 나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땅주인이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간다고가 아니라 자기들 수입이 너무 적다고 불평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주의 권리는 집행관과 브로커, 경찰, 심지어 모든 육해공군의 비호를 받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가 묘사한1944년 영국의 현실은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다. 지주는 아무 일 안 해도 꼬박꼬박 임대료를 챙길 수 있고, 자기 땅에서 사업을 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을 임대기간만 끝나면 그들의 사정과 관계없이 마음대로 내쫓을 수 있다. 부동산의 “영구세습”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떤 아기들은 처음부터 백만장자로 태어나는 반면, 일평생 고된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가난뱅이로 남는” 것이 다반사였다. 농업과 기사도를 기반으로 한 봉건시대에는 지주가 자기 영토에 대해 사법과 치안을 책임지는 ‘임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상업과 경쟁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 ‘봉토’는 ‘작고 좋은 자산’으로, ‘책임을 지닌 공직자’는 ‘무책임한 무위도식자’로 바뀐 것이다. 버나드 쇼를 비롯한 당시 지식인들은 소득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토지제도에 있다고 확신했다. “땅을 소유한 덕에 먹고사는” 불로소득자들을 보며 프루동은 “부동산 재산은 훔친 것이다!”라고 했고, 윌리엄 모리스는 “지주는 다 도둑들이다”라고 했으며, 케인스는 지주를 “벌집 안의 수벌들” 즉, 무위도식자들로 간주했다.
“모든 토지가 사유화되면 그 다음에 태어난 사람들은 더 이상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고 프롤레타리아라고 불리는 신농노 계층이 된다…이러한 상황에서는 오로지 지주들만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갖게 된다… “땅을 소유한 덕에 먹고사는” 지주들은 이제 자본가가 되어 사업가들에게 자본을 빌려주고 지대를 받듯 이자를 받는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토지에 대한 계급 독점이 이루어지고 나면 반드시 자본에 대한 계급 독점이 뒤따른다.”
버나드 쇼는 금융의 발달이 토지 문제와 더불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일찍부터 경고했다. 금융 미스터리와 지폐의 연금술은 우리에게 언젠가는폭발하고 말 시한폭탄을 떠안겼다.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눈앞의 종잇조각(지폐)을 황금인양 여기는 우리에게 작금의 금융위기는 예정된 운명인 것이다. 만일 우리가 토지와 금융에 대해 이 책에서 설명한 만큼만 알고 있었어도 서브프라임모기지 같은 것들이 불러올 파장 정도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이 민간영역에 맡겨져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손 하나 까딱 않고도 막대한 불로소득을 누리는 한, 매번 다른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터무니없는 계략들이 창궐하게 될 것이다.”

버나드 쇼는 “사람들이 지대와 금융과 보험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그 세 가지를 국유화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는 그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할 따름이다.
“땅이 없어서 지대를 내야하는 사람도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지면 그 상황에 길들여진다. 우산을 살 때 값을 지불하듯 땅을 빌리면 지대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은 토지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언젠가는 자신도 지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돈만 있으면 언제나 살 수 있는 땅이 널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도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땅을 살 수 있다.”
버나드 쇼는 사상적으로는 사회주의자지만 실제 신분은 지주였다. 그는 불로소득을 누리는 지주가 사회악이라는 점을 앞장서서 주장했다. 하지만 “나를 지주로 만든 법률체계는 내가 고안한 것도 아니고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의 등에서 내려오고 싶어도 도무지 내려올 수가 없다”고 말한다.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불로소득자에게 유리한 상황은 바뀔 수 없으며 불공정한 소득분배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소득불평등, 양극화의 문제는 오직 정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현명하게 다스려지는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재화와 여가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반면 금권정치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소수 특권층이 재화와 여가를 독점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자기들이 생산한 결과물에서 점점 더 적은 몫만을 차지할 뿐”이다.
“톨스토이가 말하기를,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결코 가난한 이들 등에서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의 등에서 내려오고 싶어도 도무지 내려올 수가 없다. 톨스토이는 개인적으로라도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전적인 희곡을 집필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 톨스토이가 개인적으로 도모했던 일은 오직 국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문학작품에 대한 재산권의 적용기간과 상속을 제한한 것처럼 토지와 산업시설에 대한 재산권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태 입법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작권을 영구히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근거는 이렇다. 증조 할아버지가 시카고에서 양배추 밭을 선점한 덕분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있는 반면, 디킨스의 증손주가 흥부네 자식처럼 가난해질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이상한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 작가의 후손들이 무식한 개척자들의 자손과 마찬가지로 뻔뻔한 기생충이 되게 하는 것보다는 시카고의 부지를 국유화하고 임대기간을 제한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노동과 여가의 분배가 엉망으로 남아있는 한,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모든 정부는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민주적인 원칙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노동과 여가의 분배를 망치는 도구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복지국가 논의가 대두되면서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정당마다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토지와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정치인들에게 ‘부동산 영구세습’과 같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정책도 미봉책일 수밖에 없고 만성적인 계급전쟁이 야기될 것이다(최근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99퍼센트 운동’을 보자). 그나마 영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혼합하려는 시도”를 해왔고, 꾸준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자리매김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복지국가를 국가의 최우선 아젠다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 선진국에 비해 유독 뒤쳐진 부분이 있으니, 바로 부동산 관련 제도다. 서구 복지국가들은 공공임대의 비중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토지 문제가 복지국가를 여는 열쇠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 ‘스펙’ 강요하는 사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거의 병적으로 취업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입사시험의 경쟁률은 하늘을 찌른다. 그도 그럴 것이 시험을 봐서 교사나 공무원 같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거나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먹고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교사나 공무원, 회사원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적성과 재능이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더구나 사회는 교사와 공무원도 필요로 하지만 시인과 요리사, 청소부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각자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즉 시인의 자질을 타고난 아이는 시인이 되고, 변호사의 자질을 타고난 아이는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런 이상과 거리가 멀다.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학에서 마음 편히 공부하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국가사회보장을 믿을 수 없어서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아닌 보다 자유분방한 직업(이를테면 예술가, 발명가 등)을 택하려면 배를 곯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니 다들 공무원 시험과 취업 스펙에 목을 메고 다른 가능성은 열어둘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처럼 생산수단이 사유화되고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계급사회로 가기 마련이다. 계급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소득수준을 넘어서는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당한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무능력과 실패는 대부분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둥근 구멍에 네모난 말뚝을 끼우려는 사회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다보니 나타난 결과다.”

버나드 쇼가 말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1940년대의 영국인지21세기 한국인지 헛갈리지 않는가? 버나드 쇼에 따르면, 그런 문제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비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생활고 때문에 예술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며,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가 되려면, 소득이 공정하고 현명하게 분배되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오로지 국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는 공기처럼 되어버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출세의 문이 모든 재능에게 열려 있지 않다. 어떤 재능은 굉장히 가치 있어도 돈이 되지 않는 반면, 어떤 재능은 너무 천박해서 재능이라기보다 악덕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좋다.” 우리가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공정한 소득분배와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부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낡은 제도와 구조적 모순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나 혼자 멈춘다고,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린다고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까? 세상에는 알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다.

지금 버나드 쇼를 읽어야 하는 이유

복지국가에 대한 해답은 이미 있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


지난 100년간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시장에 얼마만큼 개입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이른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문제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나 20세기 중반까지 살았던 버나드 쇼는 당시 정치경제의 표준이었던 자본주의(자유방임주의, 자유무역주의)가 사회주의와 절충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다시 말해, 작은 정부가 큰 정부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버나드 쇼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경제학자 케인스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발표하고 한창 지지를 얻고 있을 시기였다. 버나드 쇼는 케인스가 가고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다가 다시 큰 정부론이 대두된 그 이후의 상황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복지국가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자본주의체제는 특정 계층에 부가 몰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점점 더 뼈빠지게 일해야 하는 구조로 치닫기 때문에, 결국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자유방임주의나 자유무역주의는 소득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된 다음에야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토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아무런 지침도 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일해서 남부럽지 않은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 사회에는 자본가에게는 돈이 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공익 사업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에 국가는 이미 절반쯤 공산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공산주의적 입법을 통해 가난과 예속상태가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남는 여가와 여윳돈을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나라가 건설된다면, 자유무역주의는 손상된 위신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코브던이 주창한 자유무역주의가 되살아나서 밀의 <자유론>이 다시 출간되고 베네데토 크로체가 칼 마르크스와 대등하게 인정받을 수도 있다. 코브던과 브라이트가 잘나가던 시절처럼, 자유무역주의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 “국가가 사유재산과 자유를 지키는 경찰 노릇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중요해진다. 영국의 노동당을 필두로 유럽과 미국에 나타난 ‘큰 정부’들은 과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다했을까?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표방한 노동당이 집권 후 버나드 쇼를 비롯한 페이비언 사상가들에게 어떠한 실망감을 안겨줬는지 한 번 살펴보자.
“사회주의자들 가운데는 사회주의 정부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는 비사회주의 정부보다 부패하기 쉬운데 말이다. 비사회주의 정부는 경제가 알아서 돌아가도록 내버려두고 경찰 역할만 담당하는 데 반해, 사회주의 정부는 국가의 부와 권력을 동원해 산업발달을 이끌고 수익성이 낮거나 민간자본으로 한계가 있는 분야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국가 권력이 미치는 범위가 광대해지면 권력남용의 가능성도 커지기 마련이다.”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들은 국유화를 통한 수입을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돌려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분배 과정에서 그 뜻을 실현하려는 정당이 없었다. 국가의 생산과 수입을 파라오가 되어버린 사회주의자들이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내가 정치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자본가들은 국가를 향해 “산업에서 손 떼라”, “농업에서 손 떼라”, “금융, 선박, 광업에서 손 떼라”, “외교와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외쳤다. … 요즘 자본가들은 “뭐든 국유화하려면 해라. 전부 시유화해라. 법원은 군법재판소로 바꾸고, 의회와 기업은 인기 웅변가로 구성된 이사회로 전환해라. 지대와 이자, 이윤은 전처럼 우리에게 돌아오게 하고 프롤레타리아는 계속 아무것도 못가져가게 하라”고 외친다.
이는 현재 우리를 위협하는 현실로, 사회주의가 부패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부패한 사회주의는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즘으로, 독일에서는 나치로, 미국에서는 뉴딜로 불리며, 영국에서는 참 영리하게도 이름 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디나 똑같으며, “사회주의적인 생산과 사회주의적이지 않은 분배”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지금 상황은 완전 도둑 피하려다 강도 만난 격이다.”
버나드 쇼는 노동당을 비롯해 사회주의적 움직임을 등에 업고 나타난 모든 ‘큰 정부’들이 ‘분배’에 있어서는 그 뜻을 실천하는 의지와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큰 정부’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와 역량 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버나드 쇼는 국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큰 정부’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경고했다. “선을 행하는 정부의 힘이 그 어떤 민간기업보다 강력한 것처럼 악을 행하는 정부의 힘도 그 어떤 민간기업보다 강력하다”면서 정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0년 간 세계 경제의 이념전쟁을 두고 ‘자본주의 vs 사회주의’ 혹은 ‘자유주의+자본주의 vs 독재+사회주의’ 구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려는 제스쳐를 보이면 ‘자본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한 자유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눈에 띈다. 논의를 단순화하고 흑백대결 구도로 만드는 것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그 동안 정치적, 종교적 혼란에 빠진 전문가들이 “자기들이 용납할 수 없는 모든 대상에 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유산계급이 누리는 사치보다 인류 복지를 우선시하는 모든 제안을 나쁜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마르크스의 등장 이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혹은 공산주의) 중 어느 한 체제를 온전하게 유지한 국가는 거의 없다. 영국을 비롯한 소위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두 체제를 혼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국가가 토지를 직접 소유하거나 지대나 이자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자금력과 정치력을 지원 받는 영리기업들이 생겨났다”. 버나드 쇼는 그러한 경제체제를 “국가자본주의”라고 부르며, 국가자본주의가 오래된 민간자본주의와 동일시되는 용어 혼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70년대 이후 세계 경제를 휩쓴 신자유주의 열풍은 경제 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역량과 의지 부족에서 찾기보다 ‘큰 정부’ 그 자체가 문제라고 여긴 바람에 지금과 같은 역풍으로 되돌아왔는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의 결과를 지켜본 많은 학자와 지식인들이 최근 내놓는 의견들은 버나드쇼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분배구조가 안정되고 상당 수준의 복지사회를 이루기 전까지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분배 문제와 양극화를 해결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정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 우리 사회처럼 모든 정당이 한 목소리로 복지국가를 외치는 상황에서는 버나드 쇼의 다음 조언들을 새겨들어야 할 듯하다. 버나드 쇼에 따르면,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정부가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과 통화관리 역량이다. 유권자는 실제로 정부가 어떤 식으로 부패하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선거를 통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정치인이 (스스로 사회당이라고 생각하든 보수당이라고 생각하든) 통화관리를 잘못하면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다.”
“경제학에는 지대이론도 있고 가치이론도 있는데, 둘 다 수학자와 천문학자들이 공리로 삼을 정도로 확고부동한 원칙들이다. 그러나 600명이 넘는 우리 의원님들 중에서 지대이론을 들어보기라도 한 것 같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 딱 한 명이다. 그런데 그 의원조차 내각에서 빠졌다.”
“영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본위제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
“독일과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갑자기 정계에 진출한 과일장수의 작품이 아니다. 대학도 나오고 책과 경험을 통해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일을 그 지경으로 몰고갔다.”
“계란 1개에 1페니를 주고 사는 데 익숙해진 정부는 어느 순간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계란을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계란 12개를 살 수 있을 만큼의 지폐를 발행한다. 실제로 시장에는 계란이 6개 밖에 없는데 말이다! 당연히 계란 가격은 개당 2펜스로 올라가고, 정부는 격노하며 암시장에서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을 비난한다. 또,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겠다면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고 계란을 1페니보다 비싼 가격에 팔면 100파운드의 벌금이나 몇 년짜리 금고형을 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정부 보증’이 얼마나 믿을만한가는 그 정부의 지불능력과 정직함뿐만 아니라 각료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달려있다.”
“파시스트 정당이나 공산주의 정당이나 똑같이 시유화와 국유화를 주장하고, 공공자본이 민간자본을 대체해야 한다고 한다면?……자유방임주의가 1921년 레닌이 시작한 ‘신경제정책N.E.P’과 별 차이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한 마디로, 정당마다 목적은 흑과 백처럼 다른데 같은 수단을 사용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에게 사상이나 이론은 아무 도움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실제로 국가가 어떤 식으로 부패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안 가 투표에서 제 눈을 찌르는 일이 생길 것이다.”

여전히 간과하고 있는 문제들

이 책을 읽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에 깜짝 놀라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본다. 과학자 파블로프와 종두법을 발명한 제너, 유명한 구강청결제의 이름에도 사용된 리스터에 관한 내용이 그렇다. 파블로프와 제너, 리스터가 누군가? 그들이 살아있던 그때나 지금이나 위대한 과학자 내지는 의사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 아닌가? 그런데 버나드 쇼는 그들을 ‘얼간이 과학자들’이라고 부르며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과연 근거가 무엇일까?
‘과학자: 파블로프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나’라는 제목의 23장은 파블로프로 대표되는 일부 실험실 과학자들이 왜 얼간이인가를 밝히는 장이다. 파블로프의 개를 이용한 조건반사 실험은 아마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험이 상당히 잔인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파블로프는 개의 뺨에 구멍을 뚫고, 해머와 끌, 톱 등을 사용해 두개골을 열었다. 실험에 이용된 개들은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굉장한 동물애호가였던 버나드 쇼는 그와 같은 실험의 잔혹성에 치를 떨면서 파블로프를 “잔인한 괴물”이라고 비난한다.
“파블로프의 장점은 조건반사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일생동안 조건반사 연구에 매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블로프는 그 자신이 두 개의 강력한 조건반사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쇼에 따르면, 파블로프는 삶의 형이상학적인 요소들은 무엇이든 부인하는 19세기 과학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 그것이 파블로프를 지배한 첫 번째 조건반사였다. 그를 지배한 두 번째 조건반사는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최초의 과학자들이라 할 수 있는 고대의 사제들이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행했던 ‘피의 희생’ 의식과 관련이 있다. 버나드 쇼는 역사적 지식을 동원해 “살아있는 동물을 희생시키는 행위가 과학과 어떤 반사로 얽혀있는지”를 밝혀낸다.
“실험실이라는 제단에서 개를 그렇게 무의미하게 희생시키는 것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한 행위는 피라미드가 세워지기도 전에 습득되고 수세기에 걸쳐 (파블로프의 표현에 따르면) “강화되어” 이제는 완전히 몸에 밴 조건반사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인도적이고 합리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지만 욕 나올 정도로 미련하고 잔인한 연구방법을 택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러한 연구방법이 실패했다고 고백하면서도 같은 실험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파블로프의행위를 조건반사 말고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내용들이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일지 모르겠지만 버나드 쇼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얼마 전 신문에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동물실험의 98%는 과학적 관행 때문에 일어나는 불필요한 실험이다”라는 기사가 났다. 버나드 쇼가 비난한 과학자들의 조건반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버나드 쇼는 제너와 리스터에 대해서도 우상파괴작업을 실시한다. 우리는 제너가 우두접종을 통해 천연두를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배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천연두가 재발했고 나중에는 천연두보다 우두로 죽는 아이들이 많을 정도로 예방접종이 위험했다고 한다. 쇼는 “엉터리 치료법이 공인되어온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반나절만 투자하면 된다”면서 “수술로 금전적 이득을 얻는 의사협회의 권고나 자칭 과학자들의 어설픈 통계와 증거를 바탕으로 정부가 나의 인권을 침해하고 내 피에 강제로 독을 주입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되려 독감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전히 뉴스에 나온다. ‘과학 맹신주의’와 ‘의사의 특권’에 대한 버나드 쇼의 통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버나드 쇼의 조언들은 2012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만일 파블로프가 그의 개에게 한 짓을 그도 똑같이 당하는 수가 있다고 국가가 엄중하게 경고했더라면, 파블로프는 진짜 유용한 과학적 업적을 조금은 남겼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는 돈 때문에 외과의사들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거나 내과의사들이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날카로운 분석과 논리정연함,
허를 찌르는 위트와 유머,
믿기 어려운 박학다식함,
이것이 버나드 쇼다!


버나드 쇼는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무지한 노인네가 그 동안 공부하고 일평생 세상사람들과 부딪히고 냉엄한 현실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알게 된 기초적인 사회정학을 그것조차 모르는 더 무지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리학과 형이상학 자연사와 철학을 넘나들고, 사실과 연속성, 사고방식과 준거틀, 그리고 실제 사건들에서 타고난 이야기꾼들이 알기 쉽게 풀어낸 전설과 드라마까지 두루 짚는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정치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례와 인용은 놀라우리만치 풍부하고 흥미롭다. 누군가의 말대로 “좋은 책이란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면,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좋은 책일 수밖에 없다. <쇼에게 세상을 묻다>를 읽다보면 버나드 쇼의 친구로 자주 등장하는 H.G. 웰스와 길버트 체스터턴에서부터 윌리엄 모리스와 러스킨, 경제학자 스탠리 제번스의 책까지 독서 욕구가 무한히 자라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생전에 버나드 쇼는 좌중을 압도하는 연설가로도 유명했다. 이 책에서도 역시 날카로운 분석과 논리를 선보이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수준 높은 유머까지 구사하는 것을 보면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사상가 앨버트 제이 낙은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이렇게 썼다. “버나드 쇼는 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우리 시대의 유일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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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I knew if I staye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해석의 논...

    I knew if I staye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해석의 논란이 있지만, 보통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로 해석되는 쿨한 문구를 묘비명으로 쓴 사람.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극작가이자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의 책입니다. 작년에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덮었다가 다시 읽었습니다. 이번엔 작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한 번에 다 읽으려고 하지 않고 조금씩 다시 읽어서 완독에 성공했네요.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다룬 사회주의자의 책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사회주의가 보통 공산주의와 묶여서 해로운 이념으로 배웠었죠. 쇼에게서 읽는 이런 내용일 줄은 그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쇼가 살던 시대의 문제들을 다루었지만, 그 문제들이 대부분 인간의 어떤 본질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아 오늘날에도 필요하며 적용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줍니다. 문제를 어떤 이념으로 다루지 않고 그 문제 자체로 보며, 해결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굳이 이 책에 사회주의라고 프레임을 씌울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그런 식의 접근은 보통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이념싸움으로 가기 마련이니까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먹물에 찌든 글쟁이의 고리타분한 세상비판이 아니라 쓴대로 직접 살아내려고 해본 사람의 삶의 정수라 더 공감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p.3 - 선한 사람이 선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해 바로 알고 현실을 바탕으로 추론해야 한다.

    p.134 - 종교적 편견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체성사 문제 하나만 놓고도 30년 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p.219 - 우리를 다스릴 통치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자유’라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통치자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그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가 있느냐에 달려있다.

    p.315 - 교육은 유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는 올해로 88세에 접어들었지만, 내가 가진 미약한 능력으로도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p.454 - 독일과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갑자기 정계에 진출한 과일장수의 작품이 아니다. 대학도 나오고 책과 경험으 통해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일을 그 지경으로 몰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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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에게 세상을 묻다 | dl**nsl | 2017.03.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리 시대 최고의 극작가 버나드 쇼, 드디어 만난다!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쇼에게 세상을 묻다』. 묘비명 ‘우물...
    우리 시대 최고의 극작가 버나드 쇼, 드디어 만난다!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쇼에게 세상을 묻다』.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주인공, 오드리 햅번 주연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극작가 버나드 쇼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아직까지도 숱하게 인용되고 있는 그의 명언들이 과연 어떤 사상적 맥락 속에서 탄생한 것인지 살펴본다.

    이 책은 버나드 쇼가 여든 여덟에 써 낸 역작으로,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며 후대에 남긴 기록을 담아낸다. 일생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현대 사회의 정치적인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뛰어난 시적 아름다움과 재기발랄함, 모든 생명체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깃들어 있는 그의 매력 넘치는 문장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으며, 예술가로서, 역사가로서, 철학자로서, 사상가로서, 사회운동가로서 이야기 가득한 삶을 살았던 버나드 쇼를 생생하게 전한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버드나 쇼의 숱한 명언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유의 만연체와 대구, 방대한 배경지식에서 비롯된 풍부한 사례는 번역하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번역가들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들여 작업한 결과물로, 버나드 쇼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살려내어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 쇼에게 세상을 묻다 | he**ecy | 2014.11.06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이 책으로 하여금 얻은 지식과 정보는 상당히 많다. 시대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해되는 것을 보면 쇼라는 사람은 정말 이 책을 ...

    이 책으로 하여금 얻은 지식과 정보는 상당히 많다. 시대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해되는 것을 보면 쇼라는 사람은 정말 이 책을 씀에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혹은 진심으로 담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게 다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당연히 주위에 권하고 있기도 하다.

    내 나이 40대에 접어들어가고 있는 이 즈음, 이 책은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나름대로 기준을 제시해 준다. 그 기준은 나로하여금 세워진 것이긴 하나 과거에 나의 기준은 모호했고, 생각이 빠진 어설픈 것들이었던 것 같다.

    이 책으로 하여금 나는 감정적 흥분을 가라앉혔고,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사고를 가진 것 같다.

    아울러 번역자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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