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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아노 Play it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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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93818835
ISBN-13 : 9788993818833
다시 피아노 Play it Again 중고
저자 앨런 러스브리저 | 역자 이석호 | 출판사 포노(PH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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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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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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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아노 Play it Again]은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전설적 편집국장이었던 앨런 러스브리저가 피아노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난곡으로 꼽히는 쇼팽의 장대한 걸작 〈발라드 1번 G단조〉를 완주해내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가디언〉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한 해, 세계적 특종 보도를 진두지휘하며 24시간 가차 없이 돌아가는 뉴스 사이클에 맞춰 살아가는 가운데 1년간 하루 20분, 음악계 거장들의 조언과 함께 불가능해 보이는 곡에 도전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치열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 연주에 도전해 성공한 이야기를 담은 유사한 책들과 달리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기사화되는 과정을 마치 뉴스룸 안에서 지켜보는 것만 같은 현장감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소개

저자 : 앨런 러스브리저
저자 앨런 러스브리저Alan Rusbridger는 1953년 영국령 북로디지아(현재의 잠비아)에서 태어난 뒤 영국으로 건너와 대부분의 학업을 영국에서 시작했으며,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79년 〈가디언〉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경험을 쌓은 뒤 정치부와 국제뉴스부를 돌며 기라성 같은 선배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꽤 빠른 나이에 선임기자로 임명되어 칼럼과 특집 기사를 썼다. 1985년에는 웨일스 왕실 인사들을 취재하라는 명령을 받고 호주 멜버른에 파견되었는데, 이때 이미 워드프로세서와 모뎀을 이용해 런던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1986년부터 〈가디언〉의 자매지인 〈옵서버〉의 TV 평론가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런던 데일리 뉴스〉의 워싱턴 특파원으로 잠시 일했다. 그 뒤 〈가디언〉으로 복귀해 1994년부터는 〈가디언〉 주간뉴스를 담당하는 총책임자가 되었으며, 1995년 기자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편집국장 자리에 올랐다. 편집국장 취임 초기부터 〈가디언〉의 웹사이트 규모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 2001년에는 신문사 최초로 실시간 뉴스를 인터넷 사이트에 생중계하는 ‘라이브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했고, 이후 꾸준히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 2011년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하며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위키리크스 외교 문건 보도, 세계적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을 이끌어낸 전화 해킹 스캔들,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국 국가안보국 도감청 폭로 등 세계적인 특종을 터뜨리며 저널리즘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기술과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으며 뉴스 콘텐츠와 저널리즘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언론계에 많은 혁신의 바람을 몰고온 앨런 러스브리저는 2014년 12월, 20년 만에 〈가디언〉 편집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역자 : 이석호
역자 이석호는 보성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대학을 졸업한 뒤 〈그라모폰 코리아〉의 편집 기자를 거쳐 EMI 뮤직의 클래식 부서에서 일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음악과 예술 전반에 관련된 좋은 책을 쓰고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옮긴 책으로 《왜 말러인가》, 《바그너, 그 삶과 음악》, 《스트라빈스키, 그 삶과 음악》, 《버르토크, 그 삶과 음악》, 《로드리고, 그 삶과 음악》, 《드보르자크, 그 삶과 음악》,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8부
나가며

악보, 그리고 연습의 흔적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이 책에 나오는 음악가들
참고문헌

책 속으로

매년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여름휴가를 위해 짐을 싸는 중이었다. 짐 가방을 잠그기 직전, 뭔가에 홀린 듯 〈발라드〉 악보를 끼워넣었다. 우리 가족이 빌린 농가에는 싸구려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가족이 모두 외출을 하고 혼자 남겨진 어느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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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여름휴가를 위해 짐을 싸는 중이었다. 짐 가방을 잠그기 직전, 뭔가에 홀린 듯 〈발라드〉 악보를 끼워넣었다. 우리 가족이 빌린 농가에는 싸구려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가족이 모두 외출을 하고 혼자 남겨진 어느 날, 그 누구도 엿들을 일이 없음을 확신하고는 피아노 앞에 앉아 이 무시무시한 작품을 느릿느릿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쇼팽의 발라드 네 곡은 대학 시절부터 알던 작품이지만,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험산險山을 올라본 경험이 전무한 중년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마터호른을 정복하겠다고 덤비는 꼴이었다. 한번 꽂힌 일은 해내고야 마는 저돌적인 성격을 가진 아마추어라면 못할 일도 아니겠으나,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_ p.11

어느새 피아노 연습은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어 있었다. 현실 도피라 해도 좋고, 어리석은 충동이라 해도 상관없지만, 내 몸이 피아노를 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출근 전 20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낸 날은 뇌의 화학 반응이 달라진 것만 같은 강력한 느낌을 받곤 했다. 연습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마치 내 뇌가 ‘안정’된 것처럼 느껴졌고, 앞으로 열두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모두 대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의 원천이 정확히는 화학 반응이 아니라 신경회로망의 재편임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_ p.19

브렌델은 오로지 피아노만을 위해 곡을 쓴 유일무이한 작곡가가 바로 쇼팽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쇼팽의 경우에는 음악이 피아노라는 악기에서 비롯되고 형성된다. 다른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에서는 교향악의 면모나 합창곡의 면모 따위를 어렵잖게 느낄 수 있지만, 쇼팽이 쓴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가 오로지 피아노 음악이었다는 말이다. _ p.27

음악을 통한 우정이라는 효용이 있다. 찰스 쿡은 《재미 삼아 피아노 치기》에 쓰길, “당신의 연주가 좋아지면 따라서 교우 관계도 넓어질 것이다. 해가 뜰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확신해도 좋다. 음악은 오랜 기간 동안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자석과도 같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 또한 다재다능한 사람이 사회생활도 원만한 법이라고 생각하셨다. 내게 테니스, 브리지 게임과 음악을 가르치신 것도 그런 취미가 있어야 나이를 먹고 나서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믿으셨기 때문이다. 브리지는 마스터하지 못했고 테니스도 도중에 그만두고 말았지만, 음악만큼은 어영부영 내 곁을 지켰다. 어머니 말씀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던 것이, 음악 덕분으로 사귄 친구가 부지기수요 음악이 없었더라면 떠났을 친구도 여럿이다. 내게 음악은 비교적 낯선 사람이라 할지라도 스스럼없이 집으로 초대할 수 있는 세상에 둘도 없는 핑곗거리였다. 음악을 매개로 맺어진 그룹은 세월의 흐름 앞에서도 굳건하다. _ p.92~93

“쇼팽의 발라드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좀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작품이다. 프레이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혹은 텍스처의 세부 구조나 에피소드의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꼼꼼히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곡 전체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_ p.94 레기나 스멘지안카(《쇼팽 주법How to Play Chopin》 중에서)

연주를 대함에 있어 대부분의 프로페셔널보다 아마추어인 당신의 처지가 더 낫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아마추어에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해야 한다는 엄혹한 멍에가 없다. 부담감과 책임감에 짓눌릴 일도 없고, 치열한 경쟁도 없다. 공연장의 형편, 음향 상태나 본인의 정신 상태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청중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도 아니다. 아마추어는 모든 취미가 본래 그렇듯 좋아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결과로 당신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인들을 흡족케 하며, 당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온정적인 자세로 연주를 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다. _ p.97 찰스 쿡(《재미 삼아 피아노 치기Playing the Piano for Pleasur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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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다시, 피아노PLAY IT AGAIN 아마추어, 쇼팽에 도전하다 “쇼팽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을 정복하려고 나선 러스브리저 씨의 엄청난 헌신과 에너지가 생생히 잡힐 듯 느껴지는 유쾌한 책이다. ‘아마추어’라는 단어의 본래 뜻에 맞게 음악과 피아노...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다시, 피아노PLAY IT AGAIN
아마추어, 쇼팽에 도전하다


“쇼팽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을 정복하려고 나선 러스브리저 씨의 엄청난 헌신과 에너지가 생생히 잡힐 듯 느껴지는 유쾌한 책이다. ‘아마추어’라는 단어의 본래 뜻에 맞게 음악과 피아노라는 악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에게서 우리 모두 한 수 배워야 한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서 깊은 감화를 받았다.” _ 이매뉴얼 액스(피아니스트)

당신도 할 수 있다, 하루 20분, 다시 피아노!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전설적 편집국장이었던 앨런 러스브리저가 피아노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난곡으로 꼽히는 쇼팽의 장대한 걸작 〈발라드 1번 G단조〉를 완주해내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책.
〈가디언〉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한 해, 세계적 특종 보도를 진두지휘하며 24시간 가차 없이 돌아가는 뉴스 사이클에 맞춰 살아가는 가운데 1년간 하루 20분, 음악계 거장들의 조언과 함께 불가능해 보이는 곡에 도전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치열하고 진솔한 이야기!

쇼팽의 발라드에 도전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치열하고 유쾌한 이야기
세계 최고의 유력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가디언〉의 편집국장 앨런 러스브리저는 1년 365일 24시간 가차 없이 돌아가는 뉴스 사이클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중년에 접어든 뒤로 음악, 특히 피아노가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어마어마한 도전 과제를 부과한다. 거의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순수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가장 어려운 레퍼토리’ 쇼팽의 〈발라드 1번〉을 막힘없이 연주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 2010년 피아노 캠프에 참가했다가 아웃사이더처럼 보이는 아마추어 연주자가 이 곡을 능숙하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열망을 품은 것이다.
기한은 1년, 시시각각 변하는 신문 시장의 모든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피아노 연습을 위해 하루 20분씩 짬을 내기로 한 저자는 발라드와 함께 보낸 한 해 남짓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피아노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곳이 내전 중인 트리폴리의 황량한 호텔 레스토랑일지라도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주말이면 아마추어와 전문 연주자를 가리지 않고 피아니스트들을 만나 스스로에게 부과한 도전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시간을 쥐어짜내서 연습하고 더딜지언정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레슨을 받은 결과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피아노 레퍼토리를 익혔고, 그럴듯한 연주도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가디언〉의 편집국장, 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는 자리
이 책에는 저자의 이 같은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도전과 사랑뿐만 아니라,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신문사 편집국장으로서의 일상이 그려져 있어 더 흥미롭다. 특히 저자는 발라드 프로젝트에 도전한 기간이 〈가디언〉 편집국장을 맡은 이래 가장 바쁜 시기였다고 회고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기밀을 세상에 폭로한 위키리크스 사건 특종을 시작으로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중동 지역의 혁명 ‘아랍의 봄’, 영국 도심의 폭동, 유럽 금융 시스템의 대위기,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전화 도감청 파문으로 인한 168년 역사의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 게다가 신문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온 디지털 혁명의 물결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했던 험난한 한 해였다는 것이다.
음악 연주에 도전해 성공한 이야기를 담은 유사한 책들과 달리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기사화되는 과정을 마치 뉴스룸 안에서 지켜보는 것만 같은 현장감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액스, 페라이어, 브렌델, 로젠, 바렌보임... 우리 시대 최고의 거장들에게 듣는 조언
책 끝 부분에는 저자가 연습에 사용한 악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쇼팽의 〈발라드 1번〉은 굳이 악보를 보지 않아도 그 난이도가 짐작되는 무시무시한 작품으로, 저자가 겪었던 고통과 환희의 순간을 엿보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세계적 매체의 편집국장답게 저명인사들을 숱하게 만나 인터뷰하며 많은 조언을 얻었다. 그 가운데 음악가들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이 책에 나오는 음악가들’로 엮어 실어 음악사는 물론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앨런 러스브리저는 이렇게 말한다.
“No Time? Too Late? Play It Again!(시간이 없다고? 너무 늦었다고 다시, 피아노다.)”

책속으로 추가

“사람들은 음악을 실제 연주로 접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럴 만한 상황이라는 것을 납득만 한다면 설사 연주의 기준이 좀 다르다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모든 아마추어는 이와 같은 단순한 진리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불완전한 연주를 견디지 못하는 것은 사실 평론가들과 음악 선생들뿐이다. 우리 아마추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프로 음악가들을 감동시킬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 청중마저 우리의 연주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성실한 준비, 약간의 용기와 음악에 대한 사랑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음악은 어쨌건 가능한 최상의 연주보다 더 나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아니스트가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표현하기만 한다면 반드시 뭔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_ p.116 콘래드 윌리엄스(〈피아니스트 매거진〉에 게재한 글)

이번 주는 화요일 아침 이후로는 피아노에 손도 대보지 못했다. 좋지 않다. 피아노 연습을 거르는 날은 업무 효율도 떨어지니 더욱 문제다. 에스파냐의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는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평균율〉 중 한 곡을 연주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러한 아침 의식을 ‘집에 내리는 축복’이라고 부르면서 그것이 없으면 하루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이러한 현상이 괜한 기분 탓이 아님을 증명하는 뇌의 화학 작용의 미세한 변화 같은 것을 먼 미래의 과학자들은 어쩌면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요가를 통해, 또 누군가는 조깅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은 헬스클럽에서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내게는 아침 20분의 피아노 연습이 그와 같은 효과를 보장하는 행위인 것이다. 연습을 하고 집을 나서는 날은 하루 동안 그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해나가는 느낌인 반면, 연습을 건너뛴 날은 업무가 그만큼 더 고단하다. _ p.136

오늘 어느 신문에 내 기사가 실렸다. 편집국장이나 되는 양반이 피아노 같은 데 빠져 지낸다고 한껏 조롱하고 깔아뭉개는 내용이었다. 편집국장쯤 되면 업무 외적인 영역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질 자격조차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예술에 관한 관심만 아니라면 괜찮은 모양이다. 왜냐하면 내 기사가 실린 신문의 편집국장은 건강 관리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멋진 몸매를 과시하며 런던 북부의 포장길을 요란하게 내달리는 모습을 왕왕 보기도 했다. 편집국장이 헬스클럽을 다니는 건 기삿거리도 안 된다. 편집국장이 골프를 치는 것 역시 기삿감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편집국장이 피아노를 친다? 그건 충분한 이슈가 되는 세상이다. 나도 알고는 있다. 축구다 스쿼시다 테니스다 해서 운동에 열을 올리는 여러 친구가 해준 이야기를 나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운동은 그들 삶의 중심이자 운동을 거르면 일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한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밀어내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까 내게는 피아노가 바로 그런 존재란 말이다. _ p.142

오늘 저녁에 깨달은 게 또 하나 있다. 연주 기술이라는 면에서는 열여덟 살 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나았을 테지만 음악을 ‘느끼는’ 면에서는 지금이 훨씬 낫다는 실감이었다. 이제는 음악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거기에 형태를 부여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열여덟 살 때는 음악이 나를 주물렀다. 생각해보면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 안달이었던 적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지금은 스스로의 연주를 좀 더 주의 깊게 듣는 습관을 익혔고, 음악의 흐름에 대한 이해 수준도 훨씬 나아졌다. _ p.215
문밖에 선 나는 이대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이 위대한 거인을 만날 아마도 유일무이한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한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야 할지 갈등했다. 리스트의 제자를 사사한 현존 유일의 인물인 로젠이다. 지금 그와 악수를 나눈다면 나는 쇼팽과 악수한 사람과 악수한 사람과 악수한 사람과 악수를 하는 셈이다. 다행히도 로젠은 나를 안으로 들이고는 거실에 붙은 작은 주방에 자리를 권했다. _ p.265

그처럼 위대한 19세기 거인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인물과 이렇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황홀한 일인지. 사실 연결 사슬은 리스트가 끝이 아니다. 로젠은 로젠탈에게 배웠고, 로젠탈은 리스트에게 배웠으며, 리스트는 체르니의 제자였고, 체르니는 베토벤을 사사했으며, 베토벤은 하이든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_ p.267

〈뉴요커〉의 음악평론가 알렉스 로스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20세기 음악사에 관한 그의 충격적 저작 《나머지는 소음이다The Rest is Noise》는 2007년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몰고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녹음 기술의 도입이 전문 연주자들의 음악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전문가 집단과 아마추어 집단의 음악 활동 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주제로 한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도 바로 그런 차원의 문제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과 음반으로 수북한 비좁은 사무실에 들어서자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조명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_ p.271

유튜브에서 호로비츠의 발라드 영상을 찾아보면 그 밑에 온갖 얼치기가 코멘트랍시고 달아놓은 평가들이 가관입니다. 그중 하나가 ‘오, 실수가 너무 많네요’ 따위의 언급인데, 내 귀에는 실수가 전혀, 정말로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음악을 너무 차갑게 임상적으로 듣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완벽한 연주인데 말이죠. 모두에게 들린다는 틀린 음표가 제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물론 저도 분석적으로 따지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틀린 음표가 귀에 거슬리겠죠. 하지만 전 그런 식으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_ p.285 페라이어의 이야기 중

오늘 신문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보도되었다. 〈데일리메일〉의 기사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유년 시절의 음악 레슨은 수십 년이 흐른 뒤까지도, 심지어 악기를 도중에 그만둔다손 치더라도 사람의 정신을 총명하게 유지하는 데 실효가 있다’는 것이다. _ p.359

한 해 동안의 세상사가 이처럼 복잡하리라는 걸 1년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과연 다리가 후들댈 정도로 어려운 곡을 배우겠답시고 쉽게 덤빌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러기 힘들었을 것이다. 엄청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제정신 하나 간수하기도 벅찬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런 날들이 머나먼 기억이 되었을 때를 기약하고 일단 음악 따위는 보류해두라고, 분명 신중한 목소리가 끼어들어 나를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따지자면 한 해 동안 제정신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쇼팽 덕이 크다. 〈작품 23〉이 없었더라면 일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_ p.501

쉴 새 없이 터지는 뉴스거리가 쇼팽과 나 사이에 끼어들면서 온갖 가능한 훼방을 다 부리지만, 그래도 벼랑 끝에서 버티는 심정으로 간신히 끈을 붙잡고 있다. 마라톤 훈련이라면 엔도르핀,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도파민의 분비가 업무에도 순기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손가락으로 하여금 〈작품 23〉을 익히게 하는 훈련이 어떤 화학 성분의 분비를 촉진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연습의 효용을 근무 중에 문득문득 느끼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편집, 편집, 또 편집에만 매달려서는 살짝 돌지 않고 배겨낼 재간이 없다. _ p.513~514

오늘 역시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바빴지만, 신문 편집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직업일 수 있음을 느낀 하루이기도 했다. 기자라는 직함을 가진 이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을 텐데, 무수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직업도 참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다. _ p.520~521

피아노 앞에 앉으니 묘하게도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어차피 완벽한 연주란 불가능하다. 나는 그저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1년 넘게 매달려온 개인의 탐험이 맺은 결실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깊이 심호흡을 하고 엄지와 검지를 그러쥔 뒤 옥타브 C를 내리친다. 갑자기 관객의 존재는 내 머리에서 사라진다. 나의 인식 세계는 여든여덟 개의 건반으로 한정되는 좁고 익숙한 공간으로 줄어든다. 그 한 점 집중의 공간 안에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서부터 음표들이 샘솟기 시작한다. _ p.565~566

발라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후의 16개월 기간이 언론인으로서의 나의 경력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굵직한 사건 두 개, 즉 위키리크스와 전화 도감청 파문이 몇 주 동안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큰 논란거리가 되었고, 또한 막강한 권력을 쥔 자들이 다수 연루되는 바람에 파장 역시 대단했다. 특히 도감청 사건은 시간 소요가 극심한 여러 차례의 조사위원회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 한 해는 위키리크스로 시작해 중동 지역의 혁명, 전쟁과 반란, 모든 것을 앗아간 쓰나미, 영국 곳곳의 도심에서 일어난 폭동, 그리고 유럽 금융 시스템의 대위기를 거쳐 도감청 파문으로 막을 내렸다. 게다가 기술적이고 재정적인 면에서, 또한 취재 및 보도라는 차원에서 보았을 때 신문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온 디지털 혁명의 물결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했던 한 해였다. _ p.571

발라드를 배우는 동안 전문 피아니스트들과 신경과학자들을 만나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아흔 살 노인, 열여섯 청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 초등학교 교사, 과학 교수, 추기경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과 연주를 나누었다. 마침내 제대로 연습하는 법을 깨우쳤고, 지금까지는 무서워서 피해만 다니던 스케일도 정복했다. 또한 단 하나의 예술 작품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서양 클래식 음악의 걸작이라 할 네 곡의 발라드에 흠뻑 매료되었다. 이제는 콘서트에서 이 곡들이 연주되기라도 하면 넋을 잃고 그 위대성에 빠져든다. 쇼팽의 발라드는 피라미드, 셰익스피어의 희곡, 기막히게 아름다운 모네의 그림 혹은 노르만 양식의 대성당처럼 세월의 시험을 견뎌내고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선물이다. _ p.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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