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발전 과정에서 중근동(中近東)은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을 연결하는 육교적(陸橋的) 기능뿐만 아니라, 문명과 이념의 발상지(發祥地)로서의 역할을 맡아 왔다. 육교적 기능으로서는 인도와 중국의 문물(예 : 아라비아 숫자, 종이와 비단의 제조, 도자기, 차, 호도)을 유럽으로 전달하였으며, 또 동서남북의 수많은 민족과 인종이 이 지역을 드나들었다. 즉, 단순히 지리적 육교 기능으로서만 아니라 고대 문화를 후대(後代)에 전달하는 시간적 육교 역할도 해 온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역사가 험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였고, 아직도 그러하다. 문명과 이념의 발상지로서의 역할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예를 들 수 있고, 나아가서 수많은 종교와 철학 사상도 이 곳에서 연유(緣由)한 것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 문명과 종교 이념과의 상관 관계도 정확히 파헤치기는 난해한 일이며, 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의 수많은 종교의 상관적 연유 관계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과업이다. 7천년에 걸친 복잡다양한 중근동의 역사를 한 사람의 힘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단순히 이슬람 문화사를 전공한다는 처지에서 이를 시도해 보았다. 이슬람 문명의 발생 배경을 한 번쯤은 파악하여 나름대로 정리해 둘 필요성을 느꼈고, 또한 중근동의 역사에 관한 우리말 서적이 전혀 없는 실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그만 사명 의식에서 대한교과서주식회사의 중근동사 집필 제의를 수락했던 것이 어언간 4년이 넘었다. 그러나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 수많은 인종군(人種群)이 이 무대에 등장하여 제각기 수없이 많은 흔적을 남겨 놓았으므로, 그 중요성의 경중(輕重)을 가리기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 국가의 석학들도 관점에 따라 사실(史實)을 분별하는 데 차이점이 심했다. 본서와 같은 입문서(入門書)의 입장에서는 너무 현대사에만 치중할 수도 없었고, 또 이를 도외시하기는 더욱 난감하여 20세기의 중요 사건은 부록으로 처리하였다. 각 장의 분량은 시대별로 균등하게 나누었지만, 이슬람 등장 이전의 역사는 소개하는 정도로 끝냈고, 이슬람 시대도 현대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 분량을 조금 늘려서 오늘날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시도하였다. 중근동에는 언어 집단(言語集團)이 다양하였고,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있어서 고유 명사의 표기법은 지극히 어려웠다. 또, 우리말의 표기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주로 영어의 통상 표기법을 따랐으나, 그 역시 만족감을 주지 못하였다? 웹스터(Webster) 사전의 발성음을 이슬람 등장 이전의 고유 명사 표기에 응용하였고, 그 후는 영어권의 중근동 연구가들이 사용하는 음역법(音譯法)을 따랐다. 저자는 본서에서 아랍어와 페르시아어의 표기에는 통일성을 도모하였지만, 터키어의 표기는 그 원음(原音)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본래 아랍어에서 유래된 고유 명사지만, 터키어는 변음(變音) 현상이 너무나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끝으로, 본서의 출간을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애써 주신 대한교과서주식회사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또, 선학(先學)이나 후학이나 관계 없이 본서의 미숙한 점을 지적하여 주시면 한층 더 분발할 것임을 밝혀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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