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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손글쓰기캠페인
  • 제61회 한국출판문학상
  • 교보아트스페이스
지금 여기 나를 쓰다
280쪽 | 규격外
ISBN-10 : 8963722899
ISBN-13 : 9788963722894
지금 여기 나를 쓰다 중고
저자 이상석 | 출판사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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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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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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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글 쓰는 재미를 붙일까? “글쓰기가 기쁘고 즐거우려면 어째야 할까?”
이상석 선생이 품고 산 평생의 화두이다. 선생은 35년 동안 교사로 지내며 한번도 글쓰기 교육에서 손을 놓은 적이 없다. 글쓰기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을 제 삶에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가장 인간적인 교육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는 이제 사오십 대 어른이 된 그때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다시 만나 “글쓰기 A/S”라는 이름으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 과정과 방법을 잘 그려낸 책이지만, 읽다보면 왜 글쓰기인가, 글쓰기가 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중에 많은 글쓰기 책이 나와 있고, 제각각의 이유와 방법을 말하지만, 하나같이 “이렇게 하면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즐거워야한다”고 한다. “잘 쓰려고 꾸며 쓰지도 말라”고 한다.
글쓰기라면 소름 끼치게 싫어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글쓰기에 발을 들이고 점점 글 쓰는 재미에 빠져드는지, 그 과정과 방법을 생생하게 그렸다. 글을 쓰며 꽁꽁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어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기 글의 주인공이 되어 간다.
그리고 또 하나, “보기글”만 좋으면 글쓰기는 절로 시작된다 했던가.
책에 실린 아이들 글이 예사롭지 않다. 꾹꾹 눌러쓴 글에 투박한 마음이 담겼다.
교사와 중ㆍ고등학생 또래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이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이상석
1952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1979년에 시작해서 2015년 정년까지 35년 동안 국어 교사로 아이들 곁에서 살았다. 아이들과 함께 글 쓰고 이야기 나누면서 산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글 쓰는 재미를 붙일까?’ 이 질문을 평생 마음속에 품고 살았으며 아이들 글에서 그 길을 찾았다. 평생을 소중히 갈무리해 둔 아이들 글과 글을 쓴 과정을 동료 교사와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지금?여기?나를 쓰다》를 펴냈다. 지금도 어른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이어 가고 있으며, <글과그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내기 교사 시절 이야기, 전교조 만드는 일로 거리의 교사가 된 기록들을 담아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를 펴냈고, 중년이 되어 만난 경남공고 아이들과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창배야, 우리가 봄이다》로 담아냈다. 누구 못지않게 방황했던 중?고등학생 시절의 아픔과 성장을 담아 《못난 것도 힘이 된다》를 썼다.

목차

1부 글 가지고 놀기
1. 시와 가까워지기
“아무 시라도 한 편만 외우면 A를 주마”
2. 기록하는 버릇 들이기
“우리만 아는 우리 이야기”
3. 짧은 글로 몸 풀기
“듣고 보고 느낀 것은 놓치지 마라”
4. 한 발 더 다가가기
“지금 여기에다 그 장면을 살려 내 봐”
5. 스스로 길 열기
“글쓰기가 어떤 건지 조금 보이니ㆍ”

2부 마음 열고 다가가기 - 식구 이야기
1. 시작이 반
“써 놓고 보면 자기 글을 사랑하게 될걸”
2. 대사 붙잡기
“말이 그 사람이기도 하니까”

3부 감수성 키우기 - 이웃 이야기
1. 마음의 눈으로 오래 머물기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줄 아는 이가 시인이다”
2. 관심과 사랑이 가 있는 자리
“몸 가는 데 마음 간다”
3.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하늘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그 차이 엄청나거든”

4부 지금ㆍ여기ㆍ나를 쓰다
1. 말은 글의 씨앗일까ㆍ 꽃일까ㆍ
“제 삶을 이야기하듯이 글로 써라”
2. 가장 아름다운 상상력은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가난해 본 사람이 남 사정 알지”
3 자기를 꾸며 드러내는 어리석음
“감동은 솔직함 앞에서 가장 크게 일렁인다”

5부 순간에 낚아챈 우리들 이야기
1. 쫄지 말고 자기 보살피기
“나도 공부를 잘하고 싶다”
2. 순간에 반짝 스치는 느낌 잡기
“난 머리맡에 메모장을 두고 자”
3.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거 봐, 너희들 글이 얼마나 당당한지”

마무리하며 드리는 말씀
작품 찾아보기

책 속으로

“자 이번 시간은 약속한 대로 시 외우기 수행평가를 하겠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걸 보면 이 사람이 시를 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알지.” “정말 내 감정 그대로 읽어도 되지예?” “물론.” 대뜸 목소리를 착 깔고 씹어뱉듯이 읊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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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 시간은 약속한 대로 시 외우기 수행평가를 하겠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걸 보면 이 사람이 시를 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알지.”
“정말 내 감정 그대로 읽어도 되지예?”
“물론.”
대뜸 목소리를 착 깔고 씹어뱉듯이 읊조린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이 개애새끼야
니는 새끼야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시발느마.”
시가 끝나기도 전에 교실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배를 꺾으며 책상을 치며.
나도 맞장구를 쳤다.
“종봉이 A+”
이 뒤부터 시 외우기 시험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시라.
다음 시간, 프린트를 나누어 주어도 별로 거부하지 않는다. 함께 욕을 섞어 가며 시를 공부한 사이다. 묘한 동지 의식. 아니면 오늘은 무엇으로 재미날까 하는 기대?
(p9?13)


야사 쓰기를 시작할 때 사관 아이들을 불러 부탁했다.
“어느 선생님 수업에 아이들이 많이 웃어? 웃기는 선생님이 있잖아.”
“뭐 하게요? 웃고 넘어갔는데…….”
“그걸 세월 좀 지나서 읽어 봐. 얼마나 재밌다고. 이뿐 아니야. 애들 가운데 한 친구를 딱 정해서 시간마다 스토커처럼 관찰하는 거야. 콧구멍을 어떻게 후비는지, 졸 때 모습은 어떤지, 입 벌린 모습은 어떤지, 그걸 아주 자세히 쓰는 거야. 만화보다 더 재밌어.”
“재미는 있겠네요. 근데 그걸 우리가 다 적어라고요?”
“아냐. 너희가 적을 만큼 적고 다른 친구들한테 돌려야지. 처음을 너거가 재미나게 써 보이면 오태도 쓸라 할 거고, 규민이도 쓸라 할 거고…… 서로 쓸라 할걸.”
이렇게 시작한 학급 야사 쓰기는 우리 반 아이들의 숨통이 되었다. (p21)


공업화학 시험 (고2 한상준)

공업화학 시험 종이를 받았다.
학번 마킹부터 한다.
앞이 캄캄하다

내가 제일 먼저 찍고 엎드렸다.
생각했다.
기말 때 잘해야지.
중1 때부터 이 생각 했다.

다음 날 조례 시간, 다른 이야기 안 하고 이 시를 읽어 주었다.
마지막 행, ‘중1 때부터 이 생각했다’에서 빵 터졌다.
“우아, 마지막 말, 그거. 공감 팍 오네.”
“옛날부터 이런 다짐 안 해 본 사람 있겠나. 나도 이 생각 열두 번도 더 했어.”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웃으며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렇지 공감 때문이지, ‘나도 그래 하는 마음. 공감!’
하나 더, 이 시에는 공감 말고 또 다른 힘이 있다. 그게 뭘까?
자, 보자. 글 쓴 상준이는 자기 잘난 것을 드러냈나, 못난 것을 드러냈나?
그래 자기 못난 일, 부끄러움을 드러냈지.
어떤 사람이 자기 부끄러움을 솔직히 드러내면 읽는 이는 즐거워 해. 이건 나쁜 마음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일이지. 솔직함의 힘!
망가져라 그러면 얻을 것이오,
잘난 체해라 그러면 외면당할 것이다! (p68?69)


아버지 (고2 김태환)

침대에 누워 잠이 들려 한다.
방에 아버지가 들어온다.
옆에 누웠다.
“아들아 자냐?”
“네……”
잠시 침묵이 흐른다.
“태환아 아빠가 어렵냐?”
“아니요……”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내 머리를 팔베개한다.
술 냄새가 난다.

그림이 그려지는 시다. 장면이 동영상처럼 떠오른다. 평소엔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아버지다. 술을 한잔하고 온 날, 오히려 아버지가 용기를 내어 아들 곁에 다가가 본다. 어쩌면 아빠가 아들이 어렵지 않았을까. 부자의 정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뛰어난 글이다. (p74)


담배 (고2 예지희)

어느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요즘엔 하도 바빠서
담배 한 대 필 시간도 없이 일만 한단다.”

나는 난생처음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담배를 피우셨으면 좋겠다고.

아버지 위하는 마음이 절실하고도 간절하다.
예지는 아버지의 말씀 한마디를 시로 붙잡았다. 글은 아주 작은 곳에 그 씨앗이 숨어 있다. (p89)


우리 형 (고3 백세민)

3년 전 여름 초에 입대를 앞두고 맨날 술만 퍼먹어댔던 우리 형
군대 가기 싫다고 입대 전날까지 술 완전 취해서 입영시간까지 늦을 뻔했던 우리 형
……
제대하자마자 폰 사달라고 졸라대던 우리 형
폰 사주니까 옷 사달라고 졸라댔던 우리 형
옷 사주니까 차 사달라고 졸라대다 엄마한테 졸라게 맞은 우리 형
……
이렇게 사고뭉치에다 개념 없고 철이 덜 들었지만
형 친구들과 술자리에 갔다가 놀라운 말을 들었다.
형이 나를 참 좋아한다고,
자랑스러워한다고……
형을 싫어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이 글은 교내 백일장에서 발견한 작품이다. 그 뒤 이 글을 시 쓰기 할 때, 글쓰기 교육 강연할 때 보기글로 읽어 주곤 했는데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냥 우습기만 한 글이 아니라 웃음 뒤에 짠한 감동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잘 써야지’ ‘폼 나게 써야지’ 하고 용을 쓰기보다 농담처럼 힘 빼고 툭 던지듯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쓴 글이 오히려 가슴을 울릴 때가 많다. 이 글이 그랬다. (p97?99)


제목 없음 (고3 김찬우)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간다.
정말 배고플 시간
저녁 밥상이 차려지길 기다리며 티비를 보고 있다.
“밥 먹자.”
티비를 끄고 밥상 앞으로 가 앉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상 위엔 네 가지가 올라와 있다.
밥, 김치, 수저, 그리고 물.
순식간에 상 위를 스윽 훑어보고 난 뒤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 텐데…….’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나를 달랜다.

나는 이 아이가 일부러 과장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아이들도 금방 조용해진다. 잠시 그 밥상을 떠올리고 있으리라. 어쩌면 별반 다를 게 없는 자기들 밥상이지만 이보다는 낫구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앞에 앉아 있던 영진이가 선생님 저도 뭐 좀 쓸 게 있는데요, 한다.
“그렇지, 바로 이거야. 동무들 글을 읽으면 아! 나도 쓸 말이 있는데…… 싶을 때가 많지. 그때 바로 쓰는 거야. 글쓰기는 이렇게 서로를 북돋우거든.” (p163?165)


저녁 식사 (고3 강훈석)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한다.
아버지와 형이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갑자기 아버지가 나에게 물어본다.
“저는 그런 거 몰라요.”
“공고가 그렇지.”
‘인문계는 다 알고 있나?’
이런 말을 듣고 작아지는 내 자신이 싫다.

여기는 형제간에 생긴 열등감을 썼다. 그런데 이 아이가 못 알아들은 어려운 이야기는 무슨 내용이었을까? 나는 공고 제자들에게 이런 얘길 가끔 했다.
“‘나는 내 식으로 살아간다’는 자존심부터 세워라. 그리고 알아야 할 무엇이 있다면 필요한 그때 공부하면 될 것 아니냐. 이런 자존심을 길러 주는 것이 글쓰기다.” (p204)


그 애 (고1 석수빈)

그 애를 보면 웃음이 난다
짜증나고 우울하다가도 행복해진다.
그 애를 보면 심장이 뛴다.
그 애는 잘 웃지도 않는다.
그 애가 통화하다 웃었다.
여자 친구란다.

아…… 아파라…… 수빈아, 우짜면 좋노…….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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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35년의 글쓰기 수업 한평생 글쓰기로 아이들을 만난 교사가 있다. 글쓰기보다 더 나은 인간교육이 없다는 경험과 깨달음이 이끈 길이다. 교육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글쓰기 교육을 하거나 학급 문집을 만드는 선생은 불온한 교사라고 딱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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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의 글쓰기 수업
한평생 글쓰기로 아이들을 만난 교사가 있다.
글쓰기보다 더 나은 인간교육이 없다는 경험과 깨달음이 이끈 길이다.
교육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글쓰기 교육을 하거나 학급 문집을 만드는 선생은 불온한 교사라고 딱지 붙이기도 했다. 선생은 거리로 ?겨나기도 했지만, 다시 교단으로 돌아와 평교사로 살며 글쓰기로 아이들을 만나고 정년을 마쳤다.
그가 쓴 35년의 기록에는 글쓰기라면 소름 끼치게 싫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글쓰기로 데려오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점점 글 쓰는 재미에 빠져드는지, 그 과정과 방법이 한 장면 한 장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쓰기가 즐거워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글 쓰는 즐거움을 알게 할 것인가? 삶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삶이 어딨냐고 볼멘 소리를 하던 아이들이 하찮다고 여겼던 삶의 조각이 살리고 기록하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해지는지. 찌질하다고 기록할 엄두조차 못 내던 야사 기록장은 자유로운 말잔치로 풍성하다. 말이 곧 그 사람이다. 일상의 대화를 살리고, 이웃과 동무를 관찰하고, 추상적이고 관념에 찬 글이 아니라, 지금 ? 여기 ? 내 삶을 살려 쓴다. 아이들은 세상의 잣대로 제 삶을 짜부라뜨리지 않고, 자기 이야기로 제 삶에 당당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던 교육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을 글쓰기로 이끄는 교사의 지혜와 방법도 감탄스럽지만, 아이들이 쓴 보석 같은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때로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 때로는 배꼽 잡고 웃으며, 글쓰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시라. 교사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 그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아이들의 반응이 살아있는 글쓰기 교실
글쓰기는 첫발 떼기가 어렵다.
“시 한 편만 외우면 수행평가 A를 주마”
이상석 선생의 공약에 아이들은 술렁이고 교실은 시의 바다가 되었다.
글 쓰는 첫마디도 교과서나 책에 나온 대로가 아니라 한없이 하찮게 여겨온 (이런 걸 쓰도 돼 싶은) 자기들만의 야사.
쭈뼛쭈뼛 써낸 글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이웃 반으로 괴담처럼 번져 글쓴이도 읽는 이에게도 글쓰기가 점점 만만해진다.
가장 맺히고 아픈 글감, 식구들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마음을 허물고,
“뭐, 그기 어때서. 그런 거 괜찮다.”
가장 센 척하던 녀석들마저 함께 울먹이며, 동무를 토닥인다.
“말이 곧 그 사람인기라”
이웃을 관찰하고 그 사람 말에 귀 기울여 글은 더 뜨겁게 익어가고,
꽁꽁 닫아두었던 자기 이야기를 꺼내며, 어느 순간 자기 글의 주인이 되어간다.
아이들이 신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요즘 보기 드문 아름다운 수업이다. 어쩌면 중등 글쓰기의 시작과 끝, 거의 그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중등 글쓰기 수업의 길잡이
이 책에는 이상석이 35년 동안 국어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과 ‘글쓰기’를 한 모든 과정과 그 길에서 얻은 보물 같은 아이들 글이 담겨 있다.
무릇 모든 일은 재미있어야, 즐거워야 할 마음이 생긴다. 이상석은 아이들 마음을 건드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수행평가 시간에 아무 시라도 한 편만 외우면 A를 주겠다고 과감한 도전을 하고, 글을 좀 쓰는 아이들을 붙잡고 반에서 일어난 재미난 일을 한번 써 보자고 꼬드겨서 학급 야사를 쓰고, 5분 동안 얼마나 많은 글자를 쓰는지 겨뤄 보자고 아이들을 부추긴다. 그리고 아이들 글에서 ‘월척’을 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폭풍 칭찬하고 온 학교에 널리 알리며 글 쓴 아이를 우뚝 서게 만든다. 좋은 글 보기글 한 편이면 글쓰기는 다 된 셈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동무들 글을 보면서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이성에게 설레는 마음도 내보이고, ‘나도 공부 좀 잘하고 싶다’는 한마디에 모두들 고개 끄덕이며 공부 못해 설움 받은 이야기를 토해 낸다. 잔업 하는 엄마, 가출한 여동생, 밀린 급식비 마련하느라 남의 집 허드렛일하는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얌마, 괜찮다. 그기 어때서” 위로하며 든든한 동무가 된다.
늘어져서 잠만 자던 아이들이 깨어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동무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나기 시작한다.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자기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지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간다.
이상석은 좀 가난하고 공부 못해도 아이들이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면서 살기를, 서로 위로하면서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쫄지 말고 자기를 보살피기, 제 목소리 내면서 당당해지기. 글쓰기를 하면서 그 힘을 기른 것이다.
아이들만 즐거웠을까? 이상석은 아이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글 쓰며 산 시간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말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결석하고, 입시 앞에서 말문을 닫아 버린 아이들 앞에서 때로 절망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글을 쓸까’ 마음에 품은 그 질문이 길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교사로 산 시간이 행복했다.
국어 시간에 시 한 편 나눌 수 있다면, 서로 마음 터놓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글 쓰는 재미를 한 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평생 마음속에 간직할 만한 국어 시간이지 않을까? 정성 어린 한 교사의 기록이 새로운 국어 시간을 꿈꾸는 선생님들에게 좋은 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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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사람들이 묻는다. 어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그들의 질문에 난 피식 웃는다. 정답을 알지 못해 짓는 멋쩍은 미소다...

    사람들이 묻는다. 어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그들의 질문에 난 피식 웃는다. 정답을 알지 못해 짓는 멋쩍은 미소다. “한글을 구사할 줄 알면 누구나 다 글을 잘 쓴다”고 했다가 핀잔을 들을 이래 별다른 말을 아니하게 됐다. 나도 글을 잘 써 보고 싶다. 유수의 대회에서 상도 받았으면 좋겠고, 글로 밥 벌이까지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 같다. 이렇게 적고는 있으나 욕심임을 잘 안다. 글이 쉽다는 건 거짓말이다. 글은 어렵다. 적어도 ‘잘 쓴 글’을 쓰는 일은 내게 그렇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시작조차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보면 모르는 새 여러 날이 흘러가 있기도 한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렇다는 정의는 힘드나, 글 쓰기에 대한 경험이 유쾌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 같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 세대는 학창 시절에 일기를 썼다. 방학 숙제로 주어진 일기 쓰기를 많은 아이들이 미루고 또 미루다가 개학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한꺼번에 몰아 쓰기 바빴다. 당연히 괴로울 수밖에. 더구나 그렇게 쓴 일기를 선생님은 어찌나 세세하게 읽고 평을 하셨던지, 가끔은 없던 일을 창조해야만 할 거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 잘 쓰는 게 무언진 모르나 잘 써야만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던 순간들. 우리는 누구나 글 쓰기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학습이 오로지 대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길 희망한다면 문제집을 달달 외우는 편이 글 쓰기에 호기심을 갖는 쪽보다 유리해 보인다. 많은 교사들이 제 담당 과목이 대학 입시와 상관없을 시 이를 자습 시간으로 돌려가면서까지 제자들의 고득점을 유도하는 모습이 보편화 돼 있다. 저자는 아침 자습시간마다 시를 읽고 감상문을 쓰는 독특한 시도를 행했다. 과연 아이들이 이를 좋아했을까, 더 나아가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떠했을지가 궁금했다. 괜찮았을까. 얼굴도 모르는 이의 안위를 걱정하고 앉아 있는 내 자신이 살짝은 한심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꾸밈없는 태도가 글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처음에는 코흘리개 아이들의 글이므로 큰 기대를 않았다. 장난 어린 문장들을 읽으며 ‘대체 이게 글이 맞나’ 생각도 했다. 글은 멋드러져야 한다는 장벽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거 같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글 쓰기와 친해질 기회임을 망각했다. 학급에서의 하루하루가 ‘학급 야사’로 재탄생했다. 소위 ‘사관’ 역할을 수행한 아이들은 탐정 못지 않은 관찰력을 뽐내며 같은 반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나갔다. 읽다가 웃었다. 노상 있는 일도 글을 만나니 ‘의미’라는 날개가 달렸다. 관찰은 곧 힘이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과제를 제시했다. 하나의 소재를 정해 관찰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어찌나 세세하게 보고 또 보았던지. 시장에 앉아 이것저것 판매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글 안에서 되살아났다. 엄마 아빠의 흰머리가 눈물을 부르기도 했다.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자신에게로 바꾸자 아이들은 자신만의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투박하면서도 담백한 언어는 아무나 구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언어 중 일부는 더 나은 표현을 저자가 제시하기도 했는데, 보다 바람직한 형태의 문장으로 굳이 바꾸지 않아도 훌륭하단 생각이 들었다. 글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글에서 글쓴이가 보였다. 다가가 다독여주고 싶은 작은 아이들이.

    달리 좋은 글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담아낼 수 있는 글이면 충분하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여서인지 오늘날 사람들은 은닉에 익숙하다. 뭐든 과시해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는 가급적 숨기려 들고. 솔직하지 못한 사회라 글이 잘 안 써지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써야 하는데 현재 어디에도 나는 없기에 글을 못 쓰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지끈거린다. 지금 난 어디 즈음 있는 것일까. 내가 써 온 글은 나와 닮았는가. 지금 쓰고 있는, 앞으로 쓸 글에는 과연 내가 얼마나 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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