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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창비시선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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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36424394
ISBN-13 : 9788936424398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창비시선 439) 중고
저자 이영재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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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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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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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고 쓸쓸한 나의 편협이
굉장하고 쓸쓸한 너의 편협을 다정히 사랑해서”
이질적인 언어로 치열한 사랑을 구축해내는 새로운 시인의 등장

*창비는 올해부터 첫 시집의 시인들에 한해 초판 한정으로 어나더커버를 제작, 공급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본 보도자료에는 시인과의 간단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영재 시인의 첫 시집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가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언어에 대한 민첩하고 세련된 감각”과 “존재의 미세한 기척들에 대한 민감함”이 어우러진다는 호평을 받았던 시인은, 그동안 개성적인 화법으로 시의 음역을 넓히며 독자적인 시세계를 꾸려왔다. 등단 6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과 발랄하면서도 묵직한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매혹적인 시편들을 선보인다. 기존의 문법을 거침없이 뒤흔드는 참신한 언어 형식과 “형이상학인 동시에 흥미진진한 서사”가 “독특한 재미”(이원, 추천사)를 선사한다.

저자소개

저자 : 이영재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제1부 상쇄
흰검정
내가 알던 A의 기쁨
코끼리
싸움
대위법
슬럼
새의 간격을 보며
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인 습성에 관하여
카무플라주
겁과 겹
모카와 모카빵
검열
상태
방패

제2부 기형
기우
외곬
캐러멜라이즈
파수
정물 b의 당위
회복
생각되되 생각될 것

조화
개미를 구별하는 취미
그릇되는 동안
미지
암묵
위하여

제3부 상대성
검은 돌의 촉감
청사진
임상연구센터
먼 밭
서정에 대하여
관조
환하고 더딘 방
이 사과는 없다
텍스트
주방장은 쓴다
지나가면서
법과 빵
모를
쐐기
잔여

제4부 투명
흰 벽
마당을 쓴다
잔잔한 붕어 낚시
위독 1
위독 2
투명에 투명을 덧대며
어쩌면 조금은 굉장한 슬픔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
자정(自淨)
편집자의 시끄럽고 조용한 정원
연루

여름 귤
탱자나무 아래
노루잠

해설|전병준
시인의 말

책 속으로

흔들리는 중의 물결을 어찌할 수 없다 높아지는 중의 건물을 어찌할 수 없다 당겨지는 중의 방아쇠를 어찌할 수 없다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을 어찌할 수 없다 견디지 않는 중의 상태를 견디는 중의 상태를 어찌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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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의 물결을 어찌할 수 없다
높아지는 중의 건물을 어찌할 수 없다
당겨지는 중의 방아쇠를 어찌할 수 없다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 중의 결심을 어찌할 수 없다
견디지 않는 중의 상태를 견디는 중의 상태를 어찌할 수 없다
-「상태」 부분

문장은 욕망의 한 방향에 놓여 있다고 본다 뭐,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욕망은, 욕망의 반대를 향해 있는 것 같다고 언뜻
생각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
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
썼던 문장을 지운다 지운 문장을 다시 쓰고 고친다
-「암묵」 부분

건물을 올리며 네명이 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물을 올리며 세명이 더 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리자의 관리자의 관리자는
일곱이면 선방이라고 생각했다 7은 모나미 볼펜을 한번도 안 떼고 그릴 수 있는 형태다
-「청사진」 부분

건강한 순응, 자연스레 아름다움은 기억된다
그리고
돌이킨다는 것,

이곳은 땅이었던 언덕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마땅히, 다시 기억될 필요가 있다
-「서정에 대하여」 부분

사람인 듯 보이는 사람은
앉은 듯 앉아서
생각인 듯 생각을 한다

한입 베어 문 사과를 옆에 두고

(…)

생각이 허락되지 않은 그는
사과가 놓였던 자리에 여전히, 존재인 듯
존재한다
-「텍스트」 부분

시를 포기하고 시인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더 멋진 건, 죽어서 시인이 되는 일

거짓이다 누구도 시인이 될 수 없고 되어선 안 된다 담배를 문 주방장만이 오래도록 써왔을 뿐이다

(…)

거짓인 명제가 가득한 접시 위에만
쓴다
-「주방장은 쓴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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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자주 길을 잃게 하는 낯선 문장과 형식 무너뜨린 언어를 통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 이영재의 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관습적인 의미 체계를 뛰어넘는 모호한 언어와 일상의 어법을 허무는 낯선 문장 속에서 자주 길을 잃게 된다. 시인은 기존의 익...

[출판사서평 더 보기]

자주 길을 잃게 하는 낯선 문장과 형식
무너뜨린 언어를 통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

이영재의 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관습적인 의미 체계를 뛰어넘는 모호한 언어와 일상의 어법을 허무는 낯선 문장 속에서 자주 길을 잃게 된다. 시인은 기존의 익숙한 문법을 무너뜨리고 능동의 언어를 비틀어 “생각되되/생각될 것”(「생각되되 생각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피동형의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함으로써 존재의 능동성에 대한 회의를 드러낸다. 치밀하게 짜인 문장 안에 논리적 질서와 상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가 돌올하다. “생각된 생각을 생각”(「검열」)하고, “적을 수 없는 너머의/너머”(「위하여」)를 관통하는 그의 시를 읽다보면 미로 속을 걷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되어가는 기분”(「슬럼」)이다.
언어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해 골몰하는 시인은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알기 위해”(「지나가면서」) 의도적으로 기존의 언어 체계를 허물어뜨린다. 그렇다고 비단 언어에 대한 탐구에만 관심이 머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무엇 하나 다행스러운 것이 없”(「지나가면서」)고 “누군가 행복하다면 누군가 불행”(「청사진」)할 수밖에 없는 ‘지금, 이곳’의 삶의 고통과 슬픔을 절실한 언어로 담아내면서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삶의 구체성에 뿌리를 둔 작품들은 뒤틀린 세월과 어긋나버린 시간을 환기하면서 “오랜 교육으로 축조된 희망과 기대”(「청사진」)라는 허울에 가려진 사회 구조의 본질을 드러내 보인다.
이영재의 시적 사유는 언어와 실존에 대한 인식에 깊숙이 닿아 있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면서도, 자신의 세대가 경험하는 삶의 문제에 대해 뚜렷이 인식한다. 시인은 “가능성의/가능성을 향해”(「위하여」) 움직이고,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내가 알던 A의 기쁨」)을 더듬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그것이 바로 허위가 아닌, “우리가 연 가능성”(「미지」)이 아닐까. “자라지 않는 걸 키우기 위해 나는 멀리를 걸어왔다”(「먼 밭」)는 이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은, 확실히 독자에게 “다른 시집”(이원, 추천사)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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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2014년 세계일보 등단 후 출간하는 첫 시집입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최근까지, 책을 못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진심으로 다행스럽고, 편집부에 감사드립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써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를 버렸습니다. 시집을 엮는 과정이 시를 버리는 과정인지 담는 과정인지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의미’가 아니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요즘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쫓기고 도망 다니는 꿈에 익숙합니다. 이상한 건 잠에서 깨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도망 다니는 꿈이 더 안락합니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진 몸에 맞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돈을 벌 궁리를 뒤늦게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시기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조금은 뻗대볼 생각입니다.

-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옳다는 논리에 갇히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생명은 쉽게 상처받고 방어기제를 통해 자가치유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치유의 기본은 괜찮다, 옳다의 논리입니다. 물론 매우 중요한 방어기제지만, 상처에서 비롯한 나의 옳음은 자칫 타인의 그름이라는 공격성으로 변형되기 쉽습니다. 각 부의 제목으로 활용한 ‘상쇄’ ‘기형’ ‘상대성’ ‘투명’은 시의, 그리고 저의 검열 언어입니다. 제대로 작용했는지, 하고 있는지, 할 것인지 모르지만 쉽게 판단하거나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두 아픈 손가락이어서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슬럼」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을 이 시의 문구에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편집부와 함께 직관적으로 골라낸 시집의 제목이 지날수록 마음에 듭니다. 「슬럼」은 가장 연약했던 시기의 누군가를 그려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옳지도 그르지도 않고,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되어가는 기분에 오래 놓여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지만, 그간 등한시했던 ‘생활’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궁리를 해볼 예정입니다.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도 첫 시집을 내는 시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흡한 원고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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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현재진행형 | im**89 | 2020.03.1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무엇이?

    무엇이?

    그 대답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달려있을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단편적인 문장 사이로, 개인적으로 산문시들이 마음에 콕, 콕 박히는 기분이다.

    그 중에서도 '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인 습성에 관하여', '검열', '캐러멜라이즈', '정물b의 당위' 등

    '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인 습성에 관하여'에서는

    각 문단들이 '봄입니다.'로 시작한다. 봄입니다는 따라서 그 뒤에 이어지는 상황들의 모든 만사형통 근거

    이다.

    어떤 문학가에 따르면 봄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지.

    동의한다. 봄이라는 계절만으로, 사람은 감정의 기

    복을 쉼없이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봄에게 봄이라는 습성을 강요하는 것이겠지.

    사실 이 시가 가장 감명깊은 것은 최근 나의 관심사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인간애에 가깝다고 말해야할 것이다.

    2019년 말부터 갑작스레 발생한 감염병으로 온 세상이 불안하다.

    그 중에서도 씁쓸하게 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감염병만큼이나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누구든지 의심을 해야하는 이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황에서 씁쓸한 미소를 떠나, 순간 순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3요소인, 의식주 이전에 내가 나로 온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한다.

    몸, 마음 모두.

    반드시 병에 걸려서 몸이 아픈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상황은 충분히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오히려 이럴 때 한 걸음 물러서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그만 병 자체도, 사람들 사이에 불안과 불신이 종식하고, 내가 너를 꼬옥 껴안을 수 있는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 최신 휴대폰의 카메라는 1억 2천만의 화소를 가졌다고 한다. 이로서 두 눈이 볼 수 있는 세상의 입자는 더 작아진 셈이 되겠고...

    최신 휴대폰의 카메라는 1억 2천만의 화소를 가졌다고 한다. 이로서 두 눈이 볼 수 있는 세상의 입자는 더 작아진 셈이 되겠고, 우리는 더욱 더 꽉 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다. 세상에 발전하고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것은 나 뿐인 것 같은 요즘, 잠시 행간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시집을 들었다. 이영재 시인의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이다. 


    스스로의 고독한 시기를 거치며 세상을 바라보는 재기발랄한 시선을 담은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에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사회의 흐름에 대한 씁쓸한 서사로 그 특유의 느낌을 완성 시킨다. 단어와 단어를 잇는 묘한 전개에서 느껴지는 시적 긴장감은 조금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그 사이의 여운을 음미하는 시간을 거치다 보면 너무 빠른 세상에 발 맞추느라 놓쳐왔던 것들에 대한 시인의 관찰을 엿볼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한계였으면 해서

    선을 긋는다 촘촘히, 다시 계단이잖아 어쩔 수 없으니까 

    얼마나 더 

    까마득해지려나


    -어쩌면 조금은 굉장한 슬픔


    국어라는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국어를 사랑했지만, 시의 단어 하나를 해석하고 행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식의 공부는 영 불편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모두에게 다른 정의로 해석 되듯, 시를 읽어내릴 때에는 그저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보다는 읽어내리는 독자의 마음을 적용시키는 것이 조금 더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영재 시인의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에서는 그 독자의 마음이 조금 더 확대되어, 우리가 속한 사회에 비춰보이는 듯 하다. 시인은 스스로의 고뇌를 담아 내기도, 그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어떤 떫음을 쏟아내기도 한다. 필자 또한, 시인의 연필 끝에서 느껴지는 소용돌이에서 자주 길을 잃는 듯 했다. 그리고 이영재 시인의 마지막 말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어쩌면 모르는 채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는 문장이었다. 


    배워온 대로, 두려움을 인내할 줄 안다



    젊어서, 

    젊음이 소모되지 않아서 오랜 교육으로 축조된 희망과 기대가 아직 소모되지 않아서


    -청사진 중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내어 열어보고 닫길 반복하는 지금.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그저 그러 안아 버려야 한다는 용기와 사랑이 아닐까. 손끝에서 수만가지의 정보가 피어 나는 2020년의 2월, 이유를 찾는 것 또한 또다른 회피의 방법 이었다 는 것을 깨달았다.


    착각하면서,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말이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 말인지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

    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


    -암묵 중에서


    여느 시집이 그렇듯, 시집의 제목은 어느 시의 제목일 줄 알았다. 마지막 시인의 말을 모두 읽었는데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라는 시를 읽은 기억이 나지 않아 목차를 되돌아 보았더니 시인은 그런 시를 쓰지 않았다. 이 모든 시는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시가 되어온 과정이고, 세상이 되어온 과정 속에 부유하는 속삭임일지도. 그러니, 눈이 길어지는 이 겨울 밤. 조금 씁쓸한 느낌을 그저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로.

  • 이영재의 시어는 추상적이다. 반복적이고, 힘이 빠진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근본 없는 단어의 나열은 아니다. <외곬>...

    이영재의 시어는 추상적이다. 반복적이고, 힘이 빠진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근본 없는 단어의 나열은 아니다. <외곬>처럼 아주 구체적인 상황묘사가 담긴 시도 있고 <주방장은 쓴다>, <임상연구센터>처럼 화자의 시선이 명확한 시도 있다. 시의 흐름을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곳곳에서 '모나미 볼펜'이나 '노란 리본'이라든가 '죠스바'와 같은 낱말이 눈에 띄어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서늘하지만 시리도록 차갑지는 않고 노을이 다 저물어갈 때의 따스함이 담긴 시를 천천히 눈에 담을 수 있다. 고요함이 그리울 때 다시 펼쳐보면 좋을듯하다.

    .

    .

    야금야금 아껴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부분에는 밑줄을 치고 일기장에도 옮겨적으며 곱씹어보았다.


    p25~27 <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은 습성에 관하여>

    ...들개들이 쓰는 일본어를 들었는데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라는 중국어를 엿들었는데 아름다워지고 맙니다 인류는 관계로 낄낄대고요 안전한 낭만에 갇힌

    봄입니다

    ...이곳의 들개들은 휘파람입니다 남해의 습하고 더운 바람으로 기쁨이 식어도 기쁨이 식지 않는

    봄입니다 노을이 없고 밤이 없고 바닥이 없어 어둠에 둥둥 뜬 지붕이 홀로 봄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p135~137 <모를>

    ...모를, 곳이다 익숙한 꽃나무와 내가 심지 않은 꽃나무들이 개천가에 늘어서 있다 오늘은 우산을 갖지 못한 사람이 많아 적은 비가 내린다 일정한 모양의 조약돌을 조약돌에 던지는 여태 소년의 흰 뺨을 몰래 읽는다 빛이, 있다


    p148~149 <마당을 쓴다>

    ...마당에 조용한 능선을 그려넣으면

    다음 고양이가 몸을 켠다


    나는 마루 위에 사는 귀와 함께

    마당 한편의 숲을

    숲으로 듣는다


    p162~163 <편집자의 시끄럽고 조용한 정원>

    ...사과합니다, 굉장하고 쓸쓸한 나의 편협이 굉장하고 쓸쓸한 너의 편협을 다정히 사랑해서


    p172.<노루잠>

    돌과 온도가 같은 사람 새가 지저귀는 사람 빛이 부서지는 사람 시냇물이 흐르는 사람 산이 완만해지는 사람

  • 사유와 옮김 | hj**37 | 2020.02.1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처음 이 시집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맑은 ...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처음 이 시집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당시 소개글에 짤막히 실려있던 수록 시들 가운데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편협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서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굉장하고 쓸쓸한 나의 편협이 굉장하고 쓸쓸한 너의 편협을 다정히 사랑해서¹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요즘 내가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곱씹고 또 곱씹는 단어가 바로 '편협'이기 때문이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틈날 때마다 나의 편협에 관해 되돌아보고 있다. 무지로 인한 편협은 차라리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건 두께가 없고 얄팍한 편협이라 깨달아버리는 순간 깨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는 편협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편협이다. 그것만큼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치우침이 또 없다. 편협하지 않으면서도 올바른 소신을 가지기란 참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이가 되는 건 조금도 바라지 않기에. 마음을 다잡기 위한 '거울'로써 편협이란 말을 이용하는 중이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그런 부분에서 나는 편협을 인정하는 시의 전문을 궁금해했었다. 이영재 시인의 굉장하고 쓸쓸한 편협은 어떤 행간에서 굉장한 동시에 또 쓸쓸할 수 있을까. 나의 편협이 사랑하는 또 다른 편협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포용같은 걸 의미하는 걸까. 그러나 이 시집은 물음에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더 많은 글을 읽을 필요성을, 더 많은 책을 양분삼아 들이마시고 싶다는 다짐을,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그 어느 때보다 요즈음에 와서 정말 많이 생각한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어떤 아름답고 대단한 자연의 풍경과 마주할 때도 그런 생각을 하지만, 실은 마음에 관해 들여다볼 때 더 선명해지는 생각이다. 나조차 나의 마음을 발음하기 어려울 때, 내가 가진 어휘들로는 보다 심장에 가까운 말²을 구현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나는 언어의 한계보다도 먼저 내 언어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하곤 했다. 그런데 마음을, 그러니까 때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너머의 생각 같은 것들을 활자로 옮기는 일은 사실상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성을 뛰어넘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작품 말미에 실린 해설자가 말했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그렇다면 그건 내로라하는 시인에게도 쉽지 않은 영역의 일이겠구나.' 그 깨달음은 내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그러나 정작 이 시집을 정독하면 할수록 그 위로가 좀 무용해졌는데, 그 이유는 시가 참 어려웠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평소 시를 읽을 때면, 그러니까 타인의 글을 읽을 때면, 그이의 시선으로 그이의 세계와 소통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세계를 들여다볼 때면 삶의 가치로 삼을 만한 깨달음들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내면이 조금 더 성장하는 기분이 곧잘 들곤 했다. 그래서 시 읽기를 좋아했는데, 이번의 시집만큼은 시인의 시선을 따라잡고 읽으려는 내 노력이 가히 한계를 뛰어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되어가는 기분이다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 라는 문장만큼 이 시집을 관통하는 제목은 없을 듯 하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되어간다'는 말에서 아직 온전히 된 것도, 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가 드러난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나는 산문시를 좋아하고, 심지어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A도 B도 아니나 그 어느 것과도 등지지 않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경계에 관한 시인들의 개성적인 표현들을 수집하는 일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간을 파악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거듭되는 동어 반복과 피동 표현들, 또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전혀 교집합이 없어보이는 단어들을 한 문장 안에 모아 놓고 때로는 대치시키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영문 모를 말들이었다. 아마 분명히 어떤 방향성을 향해 뻗어가는 중일 텐데, 이 기묘한 조합을 도대체 어떤 조화로 읽어내야 하는지 고민이 정말 길었다. 그리고 아직도 고민 중에, 읽어내는 중에 있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아래는 내가 읽어낸 몇 개의 시들이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암묵

    (중략)

    죽은 것들에 어떤 비유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죽은 것들은 이미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서 모든 것과 연관되지 않으며, 자체로 완성되는 욕망이 있다고 본다 완벽은 아니지만, 완벽을 닮아있거나 완벽과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물론 완벽마저 반대편이지만

    반대편에 있는 것마저, 다시 반대편이기 때문에

    실패마저 된다 사랑이나

    사랑이 아니더라도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있고 죽은 것들은 죽었기 때문에

    나는 많은 원인을 내가 아닌 것들에 부여한다

    부여된 것들은 나로 인해 존재된다

    나는 부여하기에 존재된다 여기에 반복되는 부끄러움이 역겨움이

    아름다움이

    (중략)

    핑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바쁘며 길기까지 하다 될 필요가 없는 사랑마저

    되고 만다

    암묵적 욕망 때문이다

    <이영재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수록>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죽음으로써 '된 것'이 된다는 것, 죽음으로써 완벽과 무결에 가까워진다는 것. 삶과 죽음에 관한 시인의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나의 눈길은 그 다음 다음 연에서 묶였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나는 많은 원인을 내가 아닌 것들에 부여한다 부여된 것들은 나로 인해 존재된다 나는 부여하기에 존재된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부여하고 부여됨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것. 그건 시인의 말마따나 부끄럽고도 역겹고도 아름답지만, 피할 수 없는 '교차'라고 생각한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나도 누군가의 '원인' 따위가 된 적이 있을 것이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서로가 서로에게 주체가, 또 객체가 되어주되 잘 지나가면 된다. 우리가 마주칠 찰나의 것들에 대해 일일이 연민하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잘 지나가면 된다. 이 마음이 부끄럽고 역겹지만 우리는 우리의 교차점을 잊지 않는 이상 남을 수 있다, 아름다운 어떤 것으로.

     

    맑은 고딕", "Malgun Gothic";">이 시집에 실린 <청사진<이라는 시를 읽고는 우리의 정의에 대해 생각했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화자는 건물을 세우다가 죽은 이들에 대한 언급으로 시를 연다. 인부 넷의 죽음이, 또 추가된 셋의 죽음이, 도합 일곱 이나 되는 인간의 죽음을 두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한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무시무시한 문장이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그러나 나야말로 '보편의 각도와 높이를 갖춘 건물'들을 번드레하게 세우기 위해 '소모된 것'들에 관해 생각해본 일이 있었나.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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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고딕", "Malgun Gothic";">이 시집에 쓰인 수많은 반복 내지는 강조 표현들 가운데 나는 '관리자의 관리자의 관리자는'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없는 세상이라 부를 수 있나. 몇 계단만 위로 올라가도 꼭대기에 앉은 어떤 이들은 어떤 죽음을 두고 이정도면 선방이라는 생각도 하는데, 그 수많은 죽음 아니 그 수많은 선방들에 대한 애도는 얼마나 변변하게 이루어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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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고딕", "Malgun Gothic";">최대 다수가 최대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최대한의 바람직함이 발휘된 사회인가. 그런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인가. 겨우 그런 일그러진 균형이 최선인가.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맑은 고딕", "malgun gothic"; font-size: 11px;">

    맑은 고딕", "Malgun Gothic";">우리는 일그러진 소모와 일그러진 죽음들 아래 함께 파묻힌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그건 왜곡된 편의로 우리들의 발밑에 묻혀버린 것이다.

    맑은 고딕", "Malgun Gothic";"> 

    어렵고 고단한 시집이지만 가슴에 와닿는 시들이 더러 실려있다. 

  •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 md**tlej | 2020.02.1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앉아 시집을 읽고 있으니 어딘가 어색했다. 때때로 시집을 한두권 챙겨읽는데, ...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앉아 시집을 읽고 있으니 어딘가 어색했다. 때때로 시집을 한두권 챙겨읽는데, 시집을 읽고 있자면 어쩐지 그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붐비는 전철안이든, 소란한 카페에서든 시집을 읽는다는 행위는 당신도 떠올릴 수 있는 오래된 이미지의 전형이라 지금은 도리어 어색했다. 마치 갈라파고스화 '되어가는 기분이다'.

     

     겨울이 계속되는 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평소만큼의 기운을 내지 못했다. 혼자있는 동안 텔레비전을 켜지 않는 것이 습관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소리가 빠져나간 공간을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이럴때는 시집이지, 하고 시집 한 권을 읽기로 했다. 젊은축에 속하는 시인의 시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길어지지 않는 분량의 시들이 편한데 조금 벅차게 읽었다.

     

     반복되는 시어들 사이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문장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시집을 다 읽고나니 허무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해져있는 것은 없지만 시를 그렇게는 읽고싶지 않았다. 어쩐지 욕심이 생겨 몇번을 더 뒤적여 읽어보아도 아, 역시나 시는 어렵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숨겨놓은 조각을 이리저리 맞춰보느라 애썼다.

     

     내가 시를 쓴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럴 깜냥도 없지만 아무래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나버린 속내를 가리고 싶을 것이라 짐작해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 커피잔을 비우고는 집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벽에 거꾸로 걸어 말려놓은 꽃다발을 떼네어 버렸다. 오늘이 아니면 또 한동안은 버리지 못할 것 같았다. 빈벽을 때때로 바라보며 감상을 남긴다.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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