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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카미노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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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쪽 | A5
ISBN-10 : 8978891667
ISBN-13 : 9788978891660
엘 카미노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 중고
저자 신재원 | 출판사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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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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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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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은 37일간의 여행일기를 담은『엘 카미노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 이 책은 우연히 보게된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관한 다큐로 인해 그 길을 떠나게 된 여정을 그렸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여행 여정과 함께 순례자들과 함께 걸은 길을 통해 특별한 여행에서 오는 기쁨과 감동을 더없이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보여준다.

예기치 않은 여행이었지만 언제나 삶 또한 그러하며 그것이 주는 기쁨이란 더없이 행복한 것임을 이 책에서 저자는 이야기하며 온 세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저자소개

신재원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쭉 살았다.
가톨릭대학교 불문과를 다녔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나왔다.
짧고 작은 영화들을 몇 편 만들었고, 현재는 큰 영화 만드는 동네 언저리에서
슬렁슬렁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립다, 라는 감정은 익숙한 곳보다는 낯선 곳을 향해 열려 있기 일쑤다. 그런 순간마다 모퉁이 너머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낯선 골목을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 골목에 선 내가 느낄 설렘과 두려움은 알지 못하는 곳을 그리워하는 이 곳의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온다.
어쩌면 그것은 몽상만이 유일한 재주이자 주취미인 내 안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낯선 공기, 낯선 향취, 낯선 색과 굴곡을 가진 얼굴들…. 이국의 정서는 마음을 흔들고, 그 흔들어진 마음은 수많은 이야기와 감춰진 감각들을 속속 잘도 찾아내줄 것만 같다. 물론 아니어도 그만.
삶은 설사 내가 꿈꿔왔던 것들을 주지는 않더라도,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가끔씩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며, 여행은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에 최고의 선택임에 분명하다. 이런저런 즐거운 핑계들에 몸을 의지하고 야금야금 세상을 엿보며 살고 싶다.

목차

머리말

0일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길... 노란 화살표를 따라 별들의 들판으로
1일 내 합판은 당신의 침대보다 안락하다
2일 선데이, 헝그리 선데이
3일 사람은 역시 꽃보다 아름다워, 냄새가 좋거나 말거나
4일 소문 나지 않은 잔치에도 먹을 것은 없다
5일 세상에 공짜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6일 내 생애 가장 특별하고 별난 돈까스
7일 가난한 이를 당신의 테이블에 앉히세요
8일 막강 코골이, 축제의 총포를 잠식하다
9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잖아
10일 마음의 무게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11일 도대체 저녁을 언제 먹을 수 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2일 그들만의 세상, 안개 속의 풍경
13일 작은 알베르게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4일 얼렁뚱땅 급조된 미사의 은밀한 매력
15일 유령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16일 손님은 왕이라고 그 누가 그랬던가?
17일 느끼할 땐 역시 톡 쏘는 사이다가 필요해
18일 두근두근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19일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내가 나에게 쓴 엽서
20일 달콤쌉싸름한 한가을 밤의 알베르게
21일 발길을 멈추고, 축제의 열기 속으로 스며들다

22일 구원은 항상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온다
23일 우리는 너희가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지 알고 있다
24일 초콜릿에 미친 두 여자와 초콜릿 박물관
25일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
26일 내 마음속 돌을 대신 내려놔도 되겠지요?
27일 방을 둘러싼 신경전,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
28일 요술쟁이는 빗자루를 타고, 이별은 비를 타고
29일 설사병에 걸린 외로운 순례자의 불안
30일 눈물로 씨 뿌리는 자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31일 파란 우비, 숲에서 길을 잃길 꿈꾸다
32일 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고 했던가
33일 나의 길은 조금씩 비굴해지고 있다
34일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5일 사실 아리랑을 살짝 연습해 보긴 했지
36일 꿈꾸듯이 이 길 위에 머물고만 싶다
37일 내 보물이 있는 곳에 내 마음도 있다

부록
엘까미노데산티아고 이야기
카미노 팁
서바이벌 스페인어
스페인 영화 이야기
나의 카미노
스페인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평소 귀 얇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점원이 권하는 상품은 결코 사지 않는다는 저자도 우연히 만난 그 길에 홀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도보여행에 올랐다. 타고난 게으름으로 골방에 틀어박혀 앉아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이...

[출판사서평 더 보기]

평소 귀 얇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점원이 권하는 상품은 결코 사지 않는다는 저자도 우연히 만난 그 길에 홀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도보여행에 올랐다.
타고난 게으름으로 골방에 틀어박혀 앉아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이리저리 시달리며 미지의 세상을 꿈꾸는 것으로 숨통을 틔우는 저자는, 하고 많은 여행 중에 배낭을 짊어지고 마냥 걷기만 하는 길에 매혹 당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그저 단순한 도보 여행 코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 가는 길)는 남프랑스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부의 갈리시아까지 약 800km에 달한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표기로, 성 야고보가 묻힌 곳이다.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순례자들의 그의 발자취를 좇아, 걷거나 혹은 말을 타고 유럽을 관통하여 그 길을 갔다.
1989년 교황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방문해 세인의 관심을 받게 되고, 거기다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세계인의 발걸음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 여행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우연히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저자는 단박에 그 길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저자는 결국 그 길 위에 서고 말았다.
한 달이 넘는 긴 기간을, 말도 잘 통하지 않을 스페인에서, 동반자도 없이, 연약한 아가씨 혼자서, 그것도 도보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다니, 저자는 맹랑하기 짝이 없다. 물론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에겐 이런 영화 같은 상황들이 더없이 즐거웠을 수도 있겠다.

동네 뒷산 하나 오르는 것도 버거워하던 내가 어쩌다 이 길에 이토록 매혹된 것일까? 엘 카미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순간, 반드시 저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면 신체에 변화가 생기듯 머릿속도 가슴속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성숙하는 줄 알았다. 나도 언젠가는 세상만사를 깨닫고 현명해지리라고.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정신을 지닌 애어른일 뿐이었고, 그런 나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으니, "엘 카미노를 걷고 나면 인생이 변한다."라는 말에 홀딱 넘어간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길이 나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 머릿속에서 이스트 먹은 반죽처럼 마구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사람이 어떤 계기를 통해 크게 변모할 수 있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실전에 도입하는 나는 역시 제대로 유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이것 참,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좀 창피하구나. 하지만 계기가 무엇이든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니 유치한 것도 썩 괜찮은 일이다.
_9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잖아” (89~90쪽)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여행

영화판에서 밥벌이하는 저자의 눈에 엘 카미노(길)에서 만나는 것은 모두 영화의 한 장면이다. 길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고는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본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의 주인공 마리솔을 떠올리고, 안개에 잠긴 새벽길을 걷다가는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의 떠올린다. 또 길을 걷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은 안소니 홉킨스를 닮은 아저씨가 따 주고,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 애드리안 브로디를 닮은 친절한 청년은 베개와 담요를 챙겨준다. 누가 영화쟁이 아니랄까봐 저자는 여행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줄줄이 영화에 빗댄다. 이건 뭐 마치 재미난 영화잡지를 읽는 기분이랄까.

계속해서 국도의 연속이다. 차는 거의 볼 수 없는 국도라 기분이 좀 묘하다. 흡사 문명사회가 끝장나 버려서 자동차라는 것이 모두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
난 이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처럼 홀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디론가 향하고는 있지만, 역시 가는 곳 역시 아무 곳도 아닌 것처럼. 마치 빔 벤더스(독일 영화 감독으로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등 감독)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지금 야구모자만 하나 있다면 바로 「파리 텍사스」의 '트래비스'로 변신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처럼 휘청휘청 팔을 흔들며 걸어간다. _15일 “유령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140쪽)


꼭 이렇게 영화 속 장면을 상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큰 영화를 만드는 동네 언저리에서’시나리오를 쓰는 인물이니만큼 영화를 공부하는 다른 나라 순례자와 영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알게 된 독일 애 크리스도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크리스는 무척이나 외모가 특이하다. 공상과학영화에 외계인 역으로 캐스팅된다 해도, 과연 적절하군, 하고 탄복할 것 같다.
크리스는 촬영감독이 되고 싶어서 영화학교에 다니는데, 독일 영화계가 너무 암담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근심으로 현재 학교를 쉬고 이렇게 여행 중이라고 한다. 독일 영화계는 완전 할리우드의 밥이라고 한다. 기운이 쏙 빠진다.
난 크리스에게 '우리나라도 한때는 그랬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호를 파악하는 기획력과 수많은 재능 있는 젊은 인력들로, 항상 밀리던 한국 영화가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 갔고, 급기야 할리우드 영화를 넘어서는 흥행의 힘이 생겼다' 라고 얘기해 주고 싶었지만, 워낙에 짧은 영어 실력이라 음, 음, 그렇구나, 하며 고개만 끄덕여 준다.
_20일 “달콤쌉싸름한 한가을 밤의 알베르게” (179쪽)



미스 유니버스 대회의 미스 코리아스러운 시간들

세계 유명 여행지에는 꼭 구경해야 할 것, 꼭 먹어봐야 할 음식, 꼭 사진 찍어야 하는 건축물이 존재하고, 그래서 그것들이 빽빽이 적혀 있는 안내서와 그 모습을 담을 카메라가 중요하지만, 엘 카미노 위에선 단지 최선을 다해서 걷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 먼 길을 묵언수행하며 홀로 걷는 것은 아니다. 길에서 만난 수많은 다른 나라의 순례자들과 나눈 대화와 우정은 이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다. (마치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가 합숙 기간에 세계 각국의 외국 대표들과 어울리면서 느낀 즐거움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저자 역시 순례길에서는 ‘미스 코리아’로 불렸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테이블에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 일기를 쓴다. 저녁을 먹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일기를 쓰는 사람들로 테이블이 복작거린다.
내가 노트에 끼적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한참을 바라본다. 내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마음 편한 일이다. 간혹 그들은 손가락으로 내가 쓴 글 중 단어 하나를 가리키며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한다. 순진한 호기심이 즐겁다. 글자가 정말 예쁘다고 다들 칭찬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기념으로 한글로 그들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하나씩 써 준다. 한글이 얼마나 예쁜지 나 역시도 새삼 놀라면서 가슴 뿌듯해진다.
_18일 “두근두근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169쪽)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엘 카미노의 매력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특별함은 그 역사적 유래나 코스 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엘 카미노를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순례자들끼리 주고받는 따스한 정에, 또 순례길에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격려에 감동한다.
순례자들은, 내 자식의 것이나 되는 양 다른 이들의 발을 들여다보곤 물집을 짜주고, 발을 마사지해준다. 또 20킬로그램이나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험준한 산을 오르면서도, 힘들어하는 옆 사람의 배낭을 지겠다고 자청한다.
또 이 길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들은 어떠한가. 도로를 걸을 때 지나가는 차들은 경적을 울려 순례자를 고무하고, 순례길에 과일이나 빵을 놓아두는 고마운 선행을 베푼다.
마치 이 길을 걷는 자신이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엘 카미노. 이렇게 특별한 여행이 어디에 또 있을까.

내가 양말을 벗고 있어서 그런지 다들 다가와 내 발을 살핀다. 내가 발이 아파서 이렇게 쉬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밴드가 더덕더덕 붙은 내 더러운 발에 자신들의 눈을 바짝 들이댄다. 그게 너무 싫어서 괜찮다고 발을 감추는데도 자신의 마사지 크림이나 오일을 꺼내서 바르라고 자꾸 권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몇 가지나 바른다. 사람들 무서워서 양말도 못 벗겠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배가 고픈지, 갈증이 나는지, 아픈지, 외로운지 염려해 준다. 가끔은 궁금해진다. 이들이 원래 이토록 타인에게 애정과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지, 아니면 엘 카미노가 이 길에 선 사람들을, 아니 최소한 이 길에서만큼은 저토록 따스한 사람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_18일 “두근두근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166쪽)

빌 브라이슨의 뺨 때릴 재기발랄한, 미스 코리아

<엘 카미노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떠오르게 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걷는 꽤나 고달픈 여정 속에서 저자는 언제나 <나를 부르는 숲>의 브라이슨처럼 위트가 넘친다. 며칠 내내 놀랍도록 지겨운 허허벌판을 걸으면서도 저자는 우리를 즐겁게 안내한다. 저자의 쉼 없는 상상력과 글솜씨가 뿜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 덕분이다. (마치 박민규가 쓰는 여행서가 이렇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넓은 평원이 안개 속에 잠겨 있다. 그 속에서 듬성듬성 흐릿하게 보이는 작은 나무들,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개 속으로 잠기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흡사 테오 앙겔로폴로스(그리스 영화 감독)의 영화 <안개 속의 풍경>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하다. 나무만 남은 안개 속에서 총소리와 함께 사라졌던 그 남매가 다시 나타날 것만 같다.
“태초에 어둠이 있었어. 그리고 빛이 생겼지.” 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한 환청에 빠져든다. (그리스 소녀가 한국말을 한다.)
그런 몽환적인 길을 계속 걷는데 안개 속으로 뭔가가 언뜻언뜻 보인다. 정말 누가 있나 싶어 가슴이 설렌다.
정체를 알 수 없어 두근거리는 맘으로 한참을 바라봤더니 소들이다. 좁은 길 양옆으로 수십 마리의 소들이 잠에 빠져 있다. 방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기묘한 풍경이다. 흡사 달리의 그림이나 합성사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 말이야, 실수로 다른 차원으로 들어섰어. 여긴 평행 우주야.’라고 누군가가 얘기해 줘도, 역시 그랬군, 하고 납득할 것만 같다. _12일 “그들만의 세상, 안개 속의 풍경” (111쪽)


론세스바예스에서부터 걸어온 한 명의 한국인

론세스바예스를 출발한 후 37일 만에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그리고 엘 카미노에서의 마지막 미사를 드린다.
아마도 이 미사에 참석한 저자와 순례자들은 그런 기분일 것 같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없애 지구를 구한 <아마게돈>의 브루스 윌리스와 그의 동료들이 임무를 완수하고 느낀 그런 벅참 감정. 아마 그 감동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만 같다. 이들은 몇 달 혹은 몇 년을 준비해 이곳에 왔고, 체력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해 자신의 목표를 이뤘으니까. 물론 꿈꾸듯 걸었던 이 길이 끝난 데 대한 아쉬움과 그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이별해야 하는 슬픔도 함께했겠지만.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이 오늘 이곳에 도착한 순례자들을 국가명으로 호명한다. 난 '론세스바예스에서부터 걸어온 한 명의 한국인'이라고 불린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코레아노'란 말이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나를 포옹해 준다. 서로를 축하하는 포옹과 키스들. 오늘 도착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들 감격의 빛이 떠오른다.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내가 볼 수 없는 내 얼굴도 아마 저들과 같으리라. _37일 “내 보물이 있는 곳에 내 마음도 있다” (301쪽)

배낭을 메고 꿈꾸듯 이곳까지 걸어온 모든 이들도
이제 자신들의 도시로 돌아가 다시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갈 시간을 맞는다.
돌아가는 그들의 마음속 배낭에 무엇을 채웠는지는 각자만이 알 것이다.

*37일간의 긴 여행 일기를 읽으며 저자와 동행했기에 단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한 기분이겠지만, 저자가 느낀 감동에서 2% 혹은 98%가 부족할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에는 엘 카미노 여행에 필요한 짐 꾸리는 법과 여행 팁, 숙소 정보까지 실었다. 이제,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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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산티아고 순례길 | s2**oftk1 | 2009.05.2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길 꿈만 같은 37일간의 여행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제자중 한 명인 성...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길 꿈만 같은 37일간의 여행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제자중 한 명인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표기로, 성 야고보가 묻힌 곳이다.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순례자들이 그의 발자취를 쫓아 걷게 되었는데

    저자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막연히 동경하게 되어 37일간의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발에 물집이 나도록 걸으면서 저자가 느낀것,

    세계속에서 한국이 어떤 이미지인지 등을 생각하게 해 준다.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의 풍경 스페인의 작은 마을...

    마치 내가 그 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40일남짓한 시간이 저자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되었을까? 단 한달만의 경험이

    남은 인생동안 천천히 꺼내어보고 웃을수도 울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책을 찾다가 어느 분의 서평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을 경험해 볼수는 없는거라고,

    그래서 간접경험을 위해서 책이 존재한다고...

    나에게 엘 카미노를 걷는 것을 간접경험하게 해 준 이 책을 만난것에 감사한다.

     

    혼자하는 여행이라...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길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것 다른 나라에 나를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 걷는다는 것의 묘한 의미 | sa**4133 | 2008.02.2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월부터 읽기로 마음먹은 책을 어찌 어찌 사정으로 2월 중순이 되서야 읽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읽고 리뷰를 올리고 싶었으...
    월부터 읽기로 마음먹은 책을 어찌 어찌 사정으로 2월 중순이 되서야 읽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읽고 리뷰를 올리고 싶었으나 정신적으로 이것저것 너무 힘이 들었다. 내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데 누군가의 여행을 흡수한다는건 너무 겁 없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어딘가 우주 밖에서 정체를 찾지 못할 형체와 싸우고 있는데 머리가 길을 걷지 못한다는건 당연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한 일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이것 한권이었다면 내 늦은 감상이 용서가 될까?

     

    여행서적은 여행지에 대한 배경이나 지식 같은걸 필요로 해서 조금 어려운 느낌이 있다. 자칫 잘 못 쓰인 여행기는 설명이 될 수도 있다. - 물론 그것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배경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있는 소설책도 턱턱 막힐때가 있다. 아마도 배경보단 감성에 주축을 두고 읽어대는 내 치우친 습관 때문인 듯 하다. 이런 느낌이 없는게 책의 장점인것 같다. 책은 마치 작자의 일기를 둘러 보는 듯 한 느낌이다. 나 또한 바닥인 채력을 가지고 있는 게을러 터진 게다가 주머니도 가난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래 그래!! 그 마음 나도 알지 하는 기분 좋은 느낌이랄까?

     

    육체의 뜻 모를 안전을 위해서 꽁꽁 묶인 발을 떼어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작가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공감대를 넘어서 우리의 여행이 된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 먹고 싶은걸 제대로 시켜 먹지도 못하고, 코고는 아저씨들 속에서 잠을 설치고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게 두려운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자신이 가끔은 기특하고 자주 한심한 이야기. 짧고 경쾌하고 솔직한 문체를 사용해서 읽는 이의 독서걸음을 경쾌하게 한다.

     

    가끔은 지난 내 여행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길이 나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 머리속에서 이스트 먹은 반죽처럼 마구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사람이 어떤 계기를 통해 크게 변모 할 수 있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실전에 도입하는 나는 역시 제대로 유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역시 뜨끔해야 했다. 내 여행도 나를 버리기 위해서, 혹은 나를 찾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를 붙여야만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고작 하룻밤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서두를 다는데, 거기까지 가서 이런 생각을 한 작가. 나는 인정해 주고 싶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기둥이 사람 손 모양으로 완전히 패어 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둥에 제 손을 얹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을까?

    사람 손이 닿고 또 닿고 또 닿는다는건 염원, 기원, 그리고 애정일테니 말이다. 누군가 손길이 닿은 곳.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내 기존의 생각에 또 마음이 아련해져 왔다.

     

    여행. 나는 아직도 묶여 있지만 언젠가 나도 유치한 생각을 떨쳐내고 다른 사람의 뒤를 밟아 발자취를 남기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 나의 카미노를 기대하며 | so**deng | 2008.01.0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카미노에 관심을 가지고 이자료 자자료 기웃 거리고 있는 중에 만난 이책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의 수다를 ...

    카미노에 관심을 가지고 이자료 자자료 기웃 거리고 있는 중에 만난 이책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의 수다를 듣는 기분으로 기분 좋게 읽어 내려 갈수 있었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는 문체들이 매력적이고.

    중간중간 잊지 않는 유머감각 또한 상큼한 비타민 같다.

    누구나 생각하지만 표현할줄 모르는 감정들을 아주 속시원히 표현해주는 것이 재미있다.

     

    카미노를 동경하고 꿈꾸고 있는 나에게..

    여자 혼자 800키로를 당차게 걷고 온 작가의 이 책은 고문과도 같긴 하다.

    이것 저것 다 중단하고 당장 매력적인 카미노 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구마구 솟는 걸 보니...^^;

     

    책도 가볍고 아담해서 아주 좋았고.

    중간중간 사진 역시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보정하지 않은 느낌으로 사실적이였던거 같고.

    삽화 또한 아주 깜찍해서 내용만큼 보는 재미도 쏠쏠 했다

    또한 마지막에 알베르게나 주변 정보도 아주 보기 편하고 깔끔해서 나중에 유용할꺼 같다.

     

    카미노에 관한 여러 가지 책을 모두모두 사 읽은 나에게는..

    너무 영적이고 심오한 내용위주 도 아니고.

    지나치게 가벼울 정도로 사실 나열만 되어 있는 것도 아닌..

    아주 적정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이책이 참 반가웠다.

     

    나의 카미노를 기대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따.

  •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 sa**0521 | 2008.01.0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     이름만 들어도 어떤 풍경이 떠오르지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

     

     

    이름만 들어도 어떤 풍경이 떠오르지 않는지

     

    카톨릭신자가 아니라도 몇번은 들어보았을 순례자의 길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어느날 문득 길을 나서게 만드는 열정은 어떤것일까...

    혼자서 떠나는 길이라 더욱 설레었을 그녀의 여행길을

    이 책을 통해서 나도 함께 걷는 기분이었다

     

    친한 친구에게 조근조근 얘기하듯 써내려간 글이

    너무나 친근하고 재미있어서

    어느새 길 위에 선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있다

     

     

    해뜨는 시간에 깨어본 적이 없는 저자가

    새벽길을 나서며 설레는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황금빛 밀밭길을 감탄하며 걷다가도 조그만 나무 한 그루만 눈에 띄면

    바로 자리를 깔고 앉는 그녀의 옆에서

    꼭 영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내 안의 어떤것을 발견하리라 기대하면서 함께 하고 싶은 기분이다

     

    나무에, 바위에, 벽돌담에 그려진 자그마한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아름다운 밀밭사이를

    새벽안개 속에서 섬처럼 잠들어 있는 소떼들을 지나치고

    이름없는 시골 작은 성당에서

    오직 순례자 한 사람을 앞에 둔 신부님의 정성어린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수 있는 착한 마음을 담고

    그 옛날에 봇짐 하나 달랑 메고 지팡이를 짚었던 순례자처럼

    길 위에 서고 싶다

     

    끝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겠지만

    길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나의 마음은 좀 더 너그러워지고 편해지지 않을 지....

     

     

    바쁜 일상에 치여 부러운 마음으로 펼쳐든 책에서

    보통여자의 용기있는 여행을 따라갔다

     

    언젠가 꼭 한번은  가야할것만 같다....

     

  • 오늘은 너, 내일은 나 | ci**15 | 2007.12.3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카톨릭 대구대교구에 가면 성직자들의 묘지가 따로 있는데, 그 입구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오늘은 나, ...
     

    카톨릭 대구대교구에 가면 성직자들의 묘지가 따로 있는데, 그 입구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은 누구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염원하며 동경하고 있을 사람들이다. 왜 그 길을 가야하는지는 사람들마다 다 다를 것이다. 국적이나 연령이나 직업이 다를지라도 모두 그 길에서는 한 마음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알려진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물론 방송 매체에서 언급을 함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막연하나마 나도 한번 가 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찾고 있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에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에 접하게 된 신재원님의 [엘 카미노]는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걷는 동안의 여정을 각색 없이 있는 그대로를 잘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은 충실치 못하다는 것이다. 도표나 지도 등을 글 중간 중간에 삽입했으면 읽는 독자들에게는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길은 단순한 도보여행의 코스가 아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야곱 성인의 전교를 위한 순례코스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길은 종교적인 이유 말고도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걷는다고 한다. 시간과 체력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누구나 다 걸을 수 있는 만만한 코스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어떠한 민족인가? 우린 한번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 할 것이 없는 위대한 민족의 후예들이지 않은가? 물론 그 대부분이 여성들이지만...


    이 책은 바쁜 현실에 묶여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앞으로 삶도 조망해 보는 아주 귀한 시간이면서 더 없이 좋은 재충전이라고 본다. 엘 카미노의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연령이 20대였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시간일 것으로 생각해본다. 이제 저자의 안내로 그 길을 떠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엘 카미노의 별처럼 우리들의 앞길을 밝혀줄 안내서로 역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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