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유머는 둘 다 지적인 놀이다. 다만 수학은 지적인 측면에, 유머는 놀이의 측면에 집중할 뿐이다.
수학과 유머는 둘 다 경제적이고 명쾌하다. 수학적 증명의 아름다움은 많은 부분 그 우아함과 간명함에 달려 있다. 조잡한 증명은 엉뚱한 사고를 이끌어내면서 장황하고 우회적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농담도 어설프게 말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경우 또는 부자연스런 유추에 의존할 때 유머를 상실한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존 앨런 파울로스 John Allen Paulos 미국 템플 대학의 수학교수이며, 《이코노미스트》에 뉴스 기사의 수학적 측면에 대한 기사를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또한 《네이처》《비즈니스위크》《뉴스위크》《뉴욕타임스》 등에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저서로 베스트셀러인 《수학자의 신문읽기(A Mathematician Reads the Newspaper)》《Innumeracy》《Once Upon a Number》가 있다.
박영훈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교육학과를 수료했다.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 수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를 지냈다. 현재 중고등학생을 위한 수학 교재를 개발하는 나온교육연구소 대표이다. 교육부장관상,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 부문 수상 경력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수학은 논리다》《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원리를 찾아라》가 있다. 역서에는 《화성에서 온 수학자》《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수학》《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등이 있다.
수학과 유머.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한 두 단어를 제목으로 나란히 배열해 놓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무언가 특별해 보인다. ...
수학과 유머.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한 두 단어를 제목으로 나란히 배열해 놓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무언가 특별해 보인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에서 수학 혹은 유머에 대해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선뜻 집어들었지만 밀려오는 난해함과 씨름하는 것은 곤욕이었다. 개인적으로 수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얇은 두께에 위안을 삼으며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장을 읽고 있었다.
저자는 수학 속에서 유머를 발견하고, 역으로 유머를 수학화하는 작업을 이 책을 통해 하고 있는 듯 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가장 첫 장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유머, 웃음 등의 개념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았다. 그는 베르그송의 유머에 대한 글을 인용하여 함수 속에서 유머를 찾아내고 있었다. (베르그송은 반복적, 기계적 행동은 인간의 유연함과 정신성이라는 특질에 위배되기 때문에 유머의 본질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덧셈과 곱셈을 일련의 반복 절차에 의한 계산으로 파악하여 5+4를 (((((5+0)+1)+1)+1)+1)으로 보는 것이나, 5*4를 (((((5*0)+5)+5)+5)+5)로 보는 것 속에 깃들어 있는 유머를 찾아내는 것은 나에게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는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남으로 인하여 역설적으로 유머로 승화된다는 이야기 쪽이 조금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었다. 책에는 연극에서 7년에 한번씩 홍역으로 인하여 사람이 죽는다면 그것은 그 내용이 슬픔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코미디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머와 수학의 함수의 반복으로 인해 보여지는 유머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도 어려웠다. 아마도 내가 수학적인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적 부족이 아닐까 싶다.
또한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이나 소르쉬, 술츠 등이 지적한 언어에 있어서의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이나 언어학 등의 분야에서 다루어지던 이들 학자를 수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꽤나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문들이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유머를 느끼기 보다는 난해함을 느꼈다. 영어에서의 두음전환, 교차 대구법 등을 이해할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이가 그 안에서 유머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머라는 단어는 사라져버렸다. 5장에서의 수학적 그래프를 동원하여 개의 행동을 예측하는 시도는 유머라기 보다는 신선함이었다. 저자는 두려움과 분노 사이의 관계가 도망/공격 중 어떠한 행동을 야기시키는지 예측함에 있어서 3차원 그래프를 사용함으로써 이론이 가질 수 있는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행동의 결정에 있어서의 교묘한 감정간의 상호작용을 수학화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인간의 행동 예측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어떠한 기초지식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은 그 내용의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가우스나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선행했다면 이 책이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한다. 동시에 코미디언이 사람을 웃김에 있어서 이러한 수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특정 개인이 어떠한 평면에 위치해있으며 그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예측한다고 보는 것은 다소 비약이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