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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284쪽 | A5
ISBN-10 : 8958071591
ISBN-13 : 9788958071594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중고
저자 헤르만 헤세 | 역자 김지선 | 출판사 뜨인돌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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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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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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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저술을 모은 <헤르만 헤서의 독서의 기술>. 지금까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헤세의 또 다른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책이다. 헤세는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자, 욕심 많은 장서자이며, 뛰어난 서평가였다. '독서가'이자 '책벌레' 혹은 '애서가'이자 '애서광'으로서 헤세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독일 주르캄프 출판사에서 1977년에 나온『책의 세계(Die Welt de Bucher)』를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책의 세계』는 헤세 연구의 권위자이며 주르캄프 출판사 편집장을 역임한 폴커 미켈스가 헤세의 수많은 에세이 가운데 책과 독서에 관련된 것만을 골라 편집한 것이다. 원서에는 모두 63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지만,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그 중에서 24편을 선별해 수록하였다.

저자소개

목차

독서에 대하여 1
책의 마력
서재 대청소
소설 한 권 읽다가
애독서
작가에 대하여
젊은 작가들에게 띄우는 편지
글쓰기와 글
문학과 비평이라는 주제에 대한 메모
시에 대하여
언어
독서와 장서
글 쓰는 밤
세계문학 도서관
책과의 교제
독서에 대하여 2
신사조들에 관한 대화
예술가와 정신분석
환상 문학
빌헬름 셰퍼 주제에 의한 변주
특이 소설
'문학에서의 표현주의'에 대하여
최근의 독일문학
낭만주의와 신낭만주의

출처
헤르만 헤세 연보

책 속으로

헤세는 독서라는 행위에 앞서 책이라는 물건 자체에 대해 지극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지닌 인물이다. 작가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헤세의 경우에는 그 어느 애서가나 애서광에 비춰보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지극한 애정이 물씬물씬 풍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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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는 독서라는 행위에 앞서 책이라는 물건 자체에 대해 지극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지닌 인물이다. 작가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헤세의 경우에는 그 어느 애서가나 애서광에 비춰보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지극한 애정이 물씬물씬 풍겨난다.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책의 세계다.”(13쪽)
?책과의 교제?에서는 독자들을 향해 책을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지 말고 마치 친구를 사귀듯 친숙하게 지내 보라고 독려하면서, 오랜 세월 책을 읽고 또 수집해 온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상하고도 실용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책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마치 스포츠뉴스나 강도살인사건처럼 한동안 너도나도 읽어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가 이내 잊혀지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166쪽)
「서재 대청소」라는 에세이에서 헤세는 이사를 앞두고 무려 8일 동안에 걸쳐 수천 권의 책들이 가득 들어찬 서재를 정리했던 일을 회고하며 “이 수천 권의 책들이야말로 나의 재산목록 1호”(27쪽)라고 단언한다. 물론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헤세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장서는 사실 엄청난 짐이고, 그런 걸 평생 끌어안고 다닌다면 요즘 사람들은 아마 비웃을 것이다.”(32-33쪽)
「책과의 교제」에서는 책을 소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은 재치 있는 말로 역설한다. “여유계층에서 소장도서가 전혀 없다면, 도자기나 양탄자가 없는 것과 똑같이 부끄러워할 일이다. 나는 부잣집 구경을 하게 되면 ‘그런데 책은 어디 두셨나요?’라고 묻곤 한다. 그리고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한테는 절대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168쪽) 그런가 하면 도서수집에 관해서는 이렇게 단언한다. “(도서수집이란) 극도로 섬세한 스포츠라는 정도로 얘기해둘 수 있겠다. 이는 해박한 지식과 특별한 재능을 전제로 한다. (……) 극도로 섬세한 감각을 지닌 진정한 애서가라면, 아끼는 책을 초판본으로 소장하여 읽을 때 마음속 깊이 뿌듯한 만족을 느끼게 된다.”(178-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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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헤세의 또 다른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또 다른 면모란 바로 “독서가”이자 “책벌레,” 혹은 “애서가”이자 “애서광”으로...

[출판사서평 더 보기]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헤세의 또 다른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또 다른 면모란 바로 “독서가”이자 “책벌레,” 혹은 “애서가”이자 “애서광”으로서 헤르만 헤세의 면모다.
자연을 사랑하고,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 가는 사춘기의 고통을 묘파하고, 동양 사상과 신비주의에 대한 경외감을 바탕으로 삼았던 헤르만 헤세는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며, 욕심 많은 장서가이며, 뛰어난 서평가였다.
이 책의 번역 대본은 독일 주르캄프(Suhrkamp) 출판사에서 1977년에 나온 ??책의 세계(Die Welt de Bucher)??로, 헤세 연구의 권위자이며 주어캄프 출판사의 편집장을 역임한 폴커 미켈스(Volker Michels)가 헤세의 수많은 에세이 가운데 책과 독서에 관한 것만을 골라 편집한 책이다. 원서에는 모두 63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나온 우리말 번역본에서는 그중 24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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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허대성 님 2007.03.05

    진정한 교양은 진정한 신체 단련과 마찬가지로 성취인 동시에 계기이며 어느 지점에 있건 목표를 이미 이룬 것이되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 허대성 님 2007.03.05

    진정한 교양이란 완성을 추구하는 모든 노력이 그러하듯 어떤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 이영미 님 2007.02.09

    기본적으로 올바른 독자라면 장서가(藏書家)이기도 하다. 책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것을 손에 넣어 거듭 읽고 손 뻗으면 닿을 곳에 가까이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책을 빌려 한 번 쭉 읽고 반납하면 간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읽은 책은 손을 떠나기 무섭게 잊혀지기 일쑤다. 특히 하루에 한 권씩 뚝딱 읽어내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경우라면 대출도서관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이들에게 독서란 소중한 보물을 모으고 친구를 얻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방편이라기보다는, 단지 소일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자들은 일찍이 고트프리트 켈러가 탁월하게 묘사한 적이 있는 것처럼 잔소리한다고 고칠 습관이 아니니 내버려두자. -107쪽-

회원리뷰

  • 헤르만헤세_독서의 기술 | kh**726 | 2020.07.0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독서에 대하여 1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독서에 많은 시간과 정열을 바친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삶에 활력을 얻지 못한...

    독서에 대하여 1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독서에 많은 시간과 정열을 바친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삶에 활력을 얻지 못한다면 하지 않하느니만 못하다. 독서는 고도로 집중을 요하는 행위임에도 정신을 풀어헤치려고 읽는다는 것도 정력 낭비이다.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 얼마나 가치있고 의식적으로 읽었느냐가 중요하다. 독서야 말로 양보다 질이다. 독서를 통해 일상을 잊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통렬하고 날카로운 정신으로 삶을 살아내야 한다.


     

    책의 마력

    인류 최대의 발명품은 말과 글 그리고 그것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말과 글, 책 없이는 인간의 개념도 역사도 존재할 수가 없다.  문자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고귀하고 신성한 것이었으나 문자가 널리 보급된 이후 그러한 능력과 더불어 책에 대한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듯 하다. 더욱이 영화나 방송매체의 발달에 따라 책의 가치저하양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책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문자와 책이 대중화되었음에도 여전히 그것을 이용한 진정한 지성의 누림은 소수의 특권층이 향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책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지성의 마력은 불멸이다. 니체의 사후에 그 저서들이 인정을 받는 것이나 수천년전에 쓰여진 중국의 도서, 도덕경이 현대의 지식층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책의 운명은 경이롭다. 글을 배워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마법과 같은 능력이 주는 경이로움에 매료된 채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독자다. 이들은 점차 지경을 넓혀가는 아이의 성장과정처럼 책 속에서 무한한 지성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어쨌든 책의 세계는 광활하고 자칫 길을 잃기 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접해보지 못하는 위험성에 견줄바는 아니다. 언어의 수는 매우 많고 그 언어로 기록된 책 또한 매우 많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그 책이 기록된 원어로 읽는 것이 좋으나 번역본으로 읽는 다 해도 반복해서 읽다보면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줄 수 있다. 독서를 하다보면 체험하는 불가사의한 부분은 온 세상의 수천, 수만의 목소리들이 결국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며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신을 부르고 같은 소망을 꿈꾸고 같은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천, 수만의 다른 모습의 인간들이 합일을 향하는 신비로움을 독서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서재 대청소

    이사하기 위해 서재를 정리하다가 문득 책제목을 보고 감회에 젖는다. 전쟁 직후 반성과 자성의 지적 저작물들이 쏟아지길 기대했건만 란다우어와 슈펭글러를 제외하고는 그 어디서도 눈에 띄는 사상적 결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음을 회상한다. 전쟁시절 독일문학의 정신을 담아보려했던 저작물들, 현대의 독일 문학서적들, 공자나 장자와 같은 동양고전들을 살펴본다. 장서를 소장하는 사람들의 원칙은 '가치가 없는 건 가급적 장서로 들여놓지 말고 일단 검증된 것은 절대 내버리지 않기!'다. 이런 책은 경외심을 표하며 보존할만 하다. 

     

     

    소설 한 권 읽다가

    가끔 동시대의 대도시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런 삶의 모습을 담은 소설을 읽어보곤 한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의 삶이지만 대도시의 영향을 상당부분 많이 받기는 하지만 사실 그들의 삶은 관심 밖이다. 대도시의 삶을 다룬 일반 소설에 가치를 운운하기보다 다만 문학 작가는 어떤 것을 소재로 삼든 작업의 질이 어떠한 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소설 속 주인공의 호텔방 번호가 글의 앞뒤에 다르게 표기된 것을 발견하고 그 작품과 작가에 갖고 있던 경외심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다른 젊은 작가가 평을 해달라며 보내온 소설속에서도 비슷한 점이 보여 그에 대해 지적하니 쩨쩨하다며 예술작품에서는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냐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큰 일은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은 일은 허투루 생각하고 사소하게 처리하는 것은 쇠퇴의 시작이다. 그러한 경향은 정치 경제와 같은 거창한 일에서부터 자잘한 기술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이고 하물며 정신적 영역에서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작은일에서부터 진실성과 신의, 정확성과 치밀함을 중요시하지 않으면 곧 그 영역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애독서

    특정 문학이나 사조, 작가를 고르는 데 기본적으로는 반대하나 내가 제일 많이 들여다본 부분을 꼽으라면 괴테가 중심으로 활약했던 시대의 독일문학이다. 문학에서 모국어로 된 작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인도와 중국의 정신을 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특히 중국의 도교이념은 내게 제 2의 고향같은 정신의 도피처가 되었다. 장자와 열자, 맹자, 공자 들의 글은 서양의 웅변가들같지 않고 소박하며 서민의 삶과 밀착해 있다. 중국의 문학만큼이나 오랜 세월 심취하진 않았지만 일본문학도 눈여겨볼만 하다. 

     

     

    작가에 대하여

    요새 자유작가라는 부류들이 늘어나며 작가가 하나의 직업활동으로 인정받는 듯 하다. 직업적으로 작가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세간은 작가에 대해 인식하기를 독자나 출판사가 요구하는 글을 써 내는 부류 쯤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언론은 허영이라는 작가의 취약점을 조절하여 원하는 글들을 얻어내고 작가는 이에 응해 잡다한 글들을 써내려가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작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동료 작가들의 청탁이다. 이를 거절하면 협박과 비방성 글을 올리기 다반사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딱히 직업이라 하기보다는 시간낭비인 짓일 때가 많고 딱히 직업이라 규정짓기 어렵다. 작가를 업으로 한다는 것은 밤잠 설치고 고된 작업을 할지라도 눈을 밝혀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이것을  '노동'이 아닌 '천직'으로 여기는  것이리라. 

     

     

    젊은 작가들에게 띄우는 편지

    멋진 글들을 보내주신것은 감사드리오나 보내주신 글들만으로 글쓴이의 문학적 재능을 평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괴테조차 초창기 저작들은 조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작가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자부하거나 문학창작에 대한 욕구가 넘친다는 것만으로 작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과 세상을 체험하고 더욱 깊이 알아가며 양심의 날을 세우는데 힘이 된다면 문학창작을 계속하십시오. 그렇다면 작가가 되든 안되든 당신은 맑고 유용한 정신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학의 감상이나 창작에 장애를 감지하거나 허영같은 샛길로 빠질 유혹이 감지된다면 글쓰기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글쓰기와 글

     '글쓰기와 글'이라는 주제로 작문을 하라는 꿈을 꾸었다. 꿈을 깨고 나서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그 주제를 내준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려고 애쓰던 마음이 재미있어 그 주제로 글을 썼다.  아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느낌 가는대로 써보련다. 

     아이가 처음에 글자를 배우기 시작할 때 칠판에 쓰여져 있는 선생님의 글씨들을 보고 안간힘을 쓰며 따라한 모양들은 아무리 봐도 흡족하지 않다. 그 모양을 따라 쓰는 것은 일종의 규범을 지키는 일이고 비자발적이다. 그러나 선생님 몰래 나무걸상에 무딘 칼로 남몰래 새겨넣은 자기 이름에는 기쁨과 만족이 가득하다.  오랜 세월 많은 필적들을 보아와서 글씨의 모양들을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정말 곤란한 처지에 빠져 인생에서 뭔가 처음으로 부탁을 하는 사람들의 필체는 청탁을 습관처럼 해대는 사람들의 필체와는 전혀 다르다. 삐뚤삐뚤거리지만 한 글자씩 온 힘과 정성을 다 해 쓴 그런 글씨들을 보면 내용을 넘어 이미 내 심금을 울리곤 한다.  내가 아끼는 글중에 알프레트 쿠빈의 글은 좀처럼 읽어내기 힘들지만 미술적으로 흥미로운 모양체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필체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부모님의 필체다. 어머니는 가볍고 수려하지만 균형있는 글씨체였고 아버지는 라틴어 애호가답게 로마체로 쓰셨는데 필체가 진중했다.  필적감정가들의 해석기법을 배운적은 없지만 이들의 인간정신에 대한 통찰력은 경이롭다. 알림장이나 경고판에 인쇄되어 있는 글씨는 읽기는 쉬우나 재미도 상상력도 없다. 젊을 때 읽은 책의 구절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피로써 쓰는 글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조악하게 찍어져 나오는 활자체들을 보면 그 생명력 없음이 개탄스럽다. 나중에 안 거지만 이 작가의 글은 피비린내와는 거리가 먼 시대의 이야기였고 피에 열광하는 자들은 보통 자신이 아닌 남의 피 이야기를 하곤 했다.  글은 인간만이 쓰는 게 아니고 자연도 동물도 글을 쓴다. 대자연이 써내려가는 웅장하고도 변화무쌍하고 생명력 넘치는 갖가지 일들이야말로 찬양받을만한 자연의 글이다.   잠시건 수천년 후건 모든 글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든 글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는 언제나 한가지다. 내 글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예술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은 한 가지이다. 말할 가치가 있으되 결코 다 말해질 수 없는 것, 그것은 영원토록 하나이다.

     

     

    문학과 비평이라는 주제에 대한 메모

    진영논리에 휩싸여 작가와 그 글을 폄하하거나 비난을 일삼으며 개성없는 글을 써대는 하류비평가들과 진정한 비평가는 살아있는 글을 쓰며 자신의 강한 개성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진정한 작가는 이런 진정한 비평가에 동료의식을 느끼며 호의적이든 비판적이든 그 비평을 중요한 공부로 생각한다. 하류 비평가는 요즘 문학을 예전 문학과 비교하며 폄하하는데 정작 본인은 예전 문학과 그에 대한 비평을 읽어보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진정한 작가의 글에 대해 소재 운운하는 것은 마치 폐렴환자에 대한 진단을 단순코감기로 바꾸자고 의사에게 조언하는 것과 같다. 비평가들이 자주 들이대는 예술가는 삶 앞에서 예술로 도피했다거나 과거로 도피했다는 식의 비평은 유독 하류 비평가들이 예술에게만 들이대는 형평성 없는 어리석은 잣대이다. 이른바 얼치기 비평가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기법을 문학비평에 도입해 적용하는 것이 나름 그럴싸한 학문성을 가진 듯이 떠들어대며 작가와 작품을 정신병적 결과물인 것으로 오도하는데 이는 프로이트에게도 매우 실례되는 일이며 제대로 된 비평도 아니다. 그들이 손쉽게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린 작가들이 언젠가는 다시 천재의 반열에 서서 재평가되고 인문학의 발전은 인문학적 방법과 체계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시에 대하여

    젊었을 때와 달리 요새는 시를 읽고 평가하기가 어렵다. 전에 형편없다고 생각되던 시들에 눈길이 가고 훌륭한 시는 미심쩍어진다. 표현주의 사조가 널리 퍼지며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같은 예쁜 시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시는 작가 영혼의 몸부림같은 표현이다. 여기에 미학적 가치를 논하고 목적성을 따지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형편없는 시를 쓰는 것이 아름다운 시를 읽기만 하는 것보다는 행복하다.

     

     

    언어

    시인은 독자적인 표현 도구를 갖고 있는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을 부러워한다. 시인이 도구로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은 다양한 용례로 사용되는 바람에 애초에 의도하는 바가 100분의 1도 제대로 잘 전달되기 어렵다. 모든 장르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지만 세인들은 그러한 변화를 거부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이러한 세간에 대한 분노를 희화화하고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시인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완벽한 신의 언어를 꿈꾸며 범속한 언어속의 세계에 짖눌려 사는 고통의 형벌을 받고 있다.

     

    독서와 장서

    책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어 가까이 두려고 하기 때문에 올바른 독서가는 장서가이다. 올바른 독서가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여 친구로 삼고자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읽어내기보다는 마음에 와 닿거나 깨달음과 기쁨을 주는 책들을 찬찬히 가려 모은다. 한 권의 책이라도 거기에서 귀한 깨달음과 위로를 얻는다면 비록 소유하고 있는 책이 단 한 권이라도 전시되어 뽀얗게 먼지만 쌓이는 값비싼 장서들에 비해 훨씬 가치있다.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은 누가 조언하고 이끌어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책을 통해 정신저으로 성장하는데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마치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들은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글 쓰는 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긴장감 도는 국면을 집필하고 있는데 이럴때마다 잠깐이지만 아름답고도 힘들며 긴장되는 시간을 겪는다. 매번 소설을 쓸 때마다 이런 순간을 맞이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그 절박함이 사라져 미완으로 끝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 시간동안을 매달려 겨우 흥미진진한 줄거리 한 쪽을 써냈다. 이렇게 저녁내 몰두해 겨우 써 낸 이야기, 소설들에 대해 낭만주의라고 폄하하는 듯이 말하는 세태가 불편해진다. 인간다움의 개념에 대해 이토록 처절하게 고민한 작품과 작가들을 일부 비평가들이 낭만주의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도 불쾌하고 낭만주의라는 말을 저급하게 취급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예수 이래 슈베르트까지 기존의 것들을 구태의연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격렬하고도 조야한 마구잡이식 비평과 증오는 이 시대의 강력함을 증명한다기보다 오히려 겁에 질린 사람들의 양식처럼 보인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과 부를 준다해도 나의 생각과 고뇌의 일부분과도 바꾸지 않겠다. 이러한 확신을 품고 거인처럼 당당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세계문학 도서관

    진정한 교양은 삶의 의미를 고양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진정한 교양을 쌓는 길 중에 세계문학은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그 방대하고 끝없는 깊이를 섭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나 무조건 많이 읽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인류의 삶의 총체와 활발히 공명관계를 이루며 끝없이 가야할 길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 지는 각자 사정에 맞게 하는 것이 좋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어는 번역이 불가능하여 때로는 원전으로 읽어야만 하는 작품도 있고 몇몇 작품은 그 언어만이 풍기는 뉘앙스를 제대로 아는 극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 길은 의무가 아닌 사랑으로 걸어야 한다. 도식적이거나 교육과정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따라가야 하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도 특정 도서를 읽도록 강권해서는 안된다.  

     

     책과의 교제 

    최근 책을 소장하고 읽는 집이 많아지고 있다. 독서의 기술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배울 가치가 있다. 유행을 따라 사거나 권유에 못 이겨 산 책은 잘 안 읽게 된다. 독서의 가장 중요한 자세는 지식이 아니라 의지, 진솔함, 선입견 없는 겸손한 마음이다.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예술과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처럼 독서에서도 일정 단계 이상에 이르면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도서 목록 따위 없다. 자기 나름대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일정량의 책을 읽으면 된다. 어떤 종류의 글을 어떻게 읽는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울리는 소리를 따라가보면 어느새 높은 경지에 이른 독서가가 될 수 있다. 책을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로 대하면 책은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과 힘을 반드시 보여준다. 여러 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기쁨과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한다. 본격적인 독서 수집은 극도로 섬세한 스포츠로 불릴만하나 추천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호화로운 집이라도 책이 없다면 가난한 집이다. 책을 알고 소유하고 아끼는 사람만이 자녀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다.

     

     

    독서에 대하여2

    독서유형을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수용하는 순진한 독자의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책의 소재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냥꾼이 짐승의 자취를 따라가듯 작가를 추적하는 유형인데 이들은 천진난만함과 탁월한 유희본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개성적이고 자신의 본연에 충실한 유형인데 이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태도로 모든 극과 반대극을 인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은 소재, 내용, 형식, 장르를 뛰어넘어 주변의 모든 것에서 통찰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단계이다. 이러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온 세계가 내면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 이 단계에 잠깐이라도 머물러 본 사람은 모든 분류가 사라지고 오직 진정한 자신만 남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단계를 짐작으로라도 알지 못하는 한 무엇을 대하든 어린 학생이 문법책 읽는 듯 할 것이다.


     

    신사조들에 관한 대화

     전쟁중에 갑부가 된 시민 케베스는 학자 테오필로스를 스승으로 삼아 정신과 취향의 문제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예전과 판이한 시문학에 대해 케베스가 테오필로스의 의견을 구하는데 테오필로스는 계속 대답을 회피한다. 케베스는 남에게 잘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교양을 쌓으려 하지만 감성적으로 뛰어나다며 아름다운 것에 대한 애정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런 케베스에 대해 테오필로스는 정신과적 감정을 받아보라 권유한다. 케베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시의 목적이나 이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근의 젊은 문학가들이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테오필로스는 케베스에게 차라리 시문학이 아닌 다른 것을 배워보라고 권한다. 케베스는 작가들이 독자의 입맛에 따르지 않는 것을 비판하지만 테오필로스는 오히려 그런 케베스에 대해 이발사를 찾아가서 구두를 닦아달라고 하는 것 같다거나 모자를 안 쓰는 사람을 바라보는 꼬인 심사에 관한 비유를 들으며 젊은 작가들이 관습을 따르지 않고 시도하는 여러 변화된 글쓰기의 양식을 못마땅해하는 세태를 조롱한다. 케베스는 그런 젊은 작가들이 불경하고 버릇없다고 생각하나 테오필로스는 오히려 그들이 더 겸손하고 경건하다고 말한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낸 그 젊은이들은 기존의 권위와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상과 생각을 기존의 형식이 아닌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그것은 그들의 아름다운 권리임을 설명한다.


     




    예술가와 정신분석

    융이 자기 스승 프로이트의 이론을 정립하며 정신분석학과 문학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두 학문간의 유익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예술가들이 더 수용적인데 급진적인 사상일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 기존에 작품활동을 하며 갖게 된 인간정신에 대한 나의 견해가 정신분석학을 통해 입증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정신분석 방법을 예술에 전용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진지하게 수용하면 상당히 유용하다.



     

    환상 문학

    전에는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비롯해 매사에 올바른 것을 원칙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그 구분이 모호해진다. 형편없는 평가뿐이었던 카를 마이라는 작가에 대해 몰랐었는데 전쟁포로들이 하도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몇 권 찾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정신의 폭이 좁긴 하나 그의 작품은 이른바 욕구충족의 문학이라 일컬을 수 있는 유형의 문학을 탁월하게 대표하는 것들이었다. 프라이라는 작가의 작품 역시 현대회화에서 나타나는 전통의 철저한 해체와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기존의 것이 붕괴되고 새로운 것이 구축되는 과정을 막을래야 막을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 대작가 뫼리케의 작품도 그러하다.


     

    빌헬름 셰퍼 주제에 의한 변주

     화가는 그림을 여러 방향과 조명에서 보고 뒤집어도 보고 여러 경우에 색채가 조화를 이룰 때 만족한다. 나도 내가 마음의 벗으로 삼는 진리에 대해 비슷한 작업을 해본다. 내가 존경하는 대작가 셰퍼가 한 말 중에 “작가의 소임이란 단순한 것을 중대하게 말하는 일이 아닌 중대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일이다.”라는 명문이 있는데 이를 뒤집어 써보니 또 하나의 새로운 진리를 알게 되었다. “작가의 소임이란 중대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일이 아니라 단순한 것을 중대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진리를 뒤집어 보는 것은 언제나 유익히다. 이러한 유희를 통해 세상은 더욱 경이롭게 다가오고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이 소설

    세계를 다른 시각에서 관찰하며 사물과 가치를 색다르게 파악하는 작가들이야말로 진실로 특이하다. 그런 작가로 애드거 앨런 포를 꼽을 수 있다. 쥘 베른 역시 진정한 기인 중에 한 명이다.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에서 나타난 특이한 형식은 본질적이라기보다는 영리하게 선택한 가면이다. 어느 시대에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은 작가가 가치나 철학적 근본 질문을 포기한 채 맑은 관조에 이르렀을 때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인들에게는 이 객관적 관조가 불가능하다. 환영에 사로잡혀 무아지경에 빠진 신비주의자 같다. 신비주의 소설들이 문학적으로는 취약하나 그렇다고 모두 배척할 필요는 없다. 어디서나 그렇듯 특이한 작가들 중에도 거장이 있고 하수가 있으며 진정한 작가가 있는가 하면 기술자가 있고 예술가와 일급 장인이 있으니 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문학에서의 표현주의'에 대하여

     에트슈미트의 글을 비롯해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기존 가치에 대한 반감풍조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기존 역사적 구조에 대한 항거와 반항은 청춘의 권리이자 특권이다. 대부분의 예술사조들도 그것들이 처음 태동하던 시기에는 그것들을 지칭하는 명칭조차 없었음에도 기존의 가치체계들과 충돌하며 성장했다. 구식이라고 해서 전부 폐기해야할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정신 사조라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한 쪽만을 긍정으로 몰아가고 다른 쪽을 경멸해봤자 남는 것은 정신적 빈곤이다. 우리 안에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 사랑은 최고로 오래된 것과 가장 최신의 것을 나란히 두고 가장 멀리 있는 것을 서로 묶어준다. 비록 에드슈미트의 글이 일방적이고 파괴적이기는 하나 그 글이 저지르는 역사적 부당함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최근의 독일문학

    독일 젊은이들의 생각과 정신을 알고 싶어 몇 달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했다. 그들은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고 자처하지만 이미 도태되어가는 부류와 의식적으로 혼돈에 맞서는 부류로 나뉜다. 정신적인 내용은 크게 보면 권위주의에 대한 거부 그리고 에로티시즘이다. 이러한 혁명과 혁신의 동기로서 작용한 거대한 힘은 세계대전과 무의식의 심리학이다. 젊은 세대가 보기에 유럽은 중증 노이로제 환자이고 숨막히는 강박관념의 속박을 끊어버리지 않고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세대들은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언제까지나 모든 것을 기성세대 탓으로 돌리며 파괴적인 양식만을 일삼는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개성의 해방과 본능적 충동을 신성시하는 것은 하나의 길의 초입에 불과하며 개인의 최고 자유는 인류의 부분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여 얽매이지 않은 정신으로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고 그러한 자각이 없는 개인의 자유는 하찮고 사소할 뿐임을 프로이트는 말하려 할 것이다. 


     

    낭만주의와 신낭만주의

     낭만주의가 본래 무엇을 뜻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수 많은 대상들에 적용되어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비난조로 쓰이기도 한다. 비이성적이며 매혹적이고 뜬구름처럼 덧없는 모습을 지닌 모든 것을 우리는 ‘낭만적’이라 말한다. 이 명칭은 후대에 의해 붙여진 게 아니라 스스로 표방한 이름이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라는 소설은 현대적 의미에서 독일 최초의 소설이었고 동시대 문학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을 끼쳤는데 슐레겔 형제에게는 이 경이적이고 심오하면서도 대담한 느낌이 ‘낭만적’이었다. 낭만주의는 실질적인 내용을 따라 두 종류가 있는데 심오하고도 진정한 낭만주의가 있고 피상적이고 허울뿐인 낭만주의가 있다. 대중에게는 후자가 우세했으나 금세 조롱을 받으며 사라져갔다. 진정한 낭만주의는 노발리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데 비록 28세에 죽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청춘의 아름다움을 지닌 채 살아 있다. 노발리스의 이론을 요약하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법칙이 존재하고 이 법칙은 모든 영혼 속에 잠재되어 있으며 인간의 모든 교양과 이해는 이 정신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이념은 후기 낭만주의에 들어와 점점 퇴색해지며 신낭만주의의 역사가 시작한다. 철학처럼 문학도 혁명적이고 민주적이고 신랄해졌다. 천재적 풍자가 하이네의 낭만주의도 몰락하고 뒤이어 나온 자연주의의 물결은 언어와 시학에 대해 철저히 가르치려 들며 문학에 규율과 원칙을 들이밀었다. 신낭만주의의 발전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덴마크의 야콥센과 마테를링크인데 자연의 작은 조각을 진지하게 탐구하면서도 그 제한된 범주 속에서 경탄하며 우주만물을 재발견한다. 신낭만주의 정신의 비밀이자 심오한 과제는 멋지고 새로운 시를 써내는 것이 아니라 매 영역을 통해 삶과 인식이 더욱 깊어지게끔 하는 일이다.


     

     

  • "나이 마흔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  시인이나 소설가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온&n...
    "나이 마흔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 
    시인이나 소설가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온 헤르만 헤세는 나이 마흔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수채화를 남겼다고 한다. 

    언뜻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온 것처럼,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도 그렇게 다가온다. 왜 그럴까?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은 헤세의 수많은 에세이 가운데 책과 독서에 관련된 것만을 골라 편집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독서 기술에 관한 내용보다는 헤르만 헤세의 폭넓은 문학론을 제시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시에 대하여

    그런데 바로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아름다운’시를 쓴 시인이 사랑받으니까, 자꾸 그런 류의 시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즉 시의 근원적ㆍ원초적ㆍ치유적 기능과는 동떨어진 채 오로지 아름다우려고만 한다. 이런 시들은 애초부터 타인, 즉 청자와 독자를 겨냥해 쓰인다. 
    다만 뚜렷한 목적하에 만들어낸 생산품,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 대중의 입맛에 맞춘 사탕과자에 불과하다. 바로 이런 시들이 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다. 진지하게 애정을 쏟으며 몰입할 필요도, 괴로워하거나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는 일도 없이, 그저 곱고 정연한 리듬에 몸을 맡겨 편안하고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시 말이다. (p.96)

    대중의 입맛에 맞춘 상품화된 문화에 쓴소리를 하고 있다소위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자본주의 속성상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는 문화 코드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스스로 자기검열에 충실한 나머지 점점 박제화 되어가는 현실을 보는 안타까움은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으리라.

    독서와 장서

    기본적으로 올바른 독자라면 장서가(藏書家)이기도 하다. 책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것을 손에 넣어 거듭 읽고 손 뻗으면 닿을 곳에 가까이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p.107)책을 통해 스스로를 도야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데는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p.109)

    '애서가'이자 '독서광'으로서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에 사로잡힐 때작가를 알고 이해하기 시작해 그와 모종의 관계를 맺을 때비로소 그 책은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그 느낌과 정신에 마음이 움직여 책을 구입하고 간직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책을 구입할 때 간과하기 쉬운 점을 말해주는 것 같다. 작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 느낌과 정신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아니면 단순히 대중적 선호도에 따라 움직이는지 말이다. 

    또한 헤르만 헤세는 독서에 임할 때 읽는 글에 대한 경의이해하고자 하는 인내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을 강조한다. 언뜻 보면 당연한 말을 하는 듯하지만, 과연 우리가 독서를 할 때 그러한 자세로 임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심코 지나치지 않나.

    독서의 세 가지 유형

    먼저, 순진한 독자가 있다. 마치 음식을 먹듯이 책을 대하는 독자로, 배불리 먹고 마시듯 그대로 받아들인다. 
    둘째 유형의 독자는 마부를 따르는 말이 아니라 마치 사냥꾼이 짐승의 자취를 더듬듯 작가를 추적한다. 
    셋째 유형의 독자는 언뜻 보면 이것은 통상 말하는 ‘훌륭한’ 독자와 정반대 모습이다. 너무나 개성적이고 자신에게 충실해서, 무엇을 읽든 완전히 자유로운 태도로 대한다. (p.189)

    헤르만 헤세의 독특한 독서론을 엿볼 수 있다. 
    첫째 유형인 순진한 독자란 책은 이끌고 독자는 따라가는 경우를 말한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에 급급한 경우이다. 
    둘째 유형은 작가의 자유처럼 보이는 것의 이면작가의 강박관념과 수동성을 들여다보게 될 정도로 작가의 정신과 호흡을 느끼는 경우이다. 
    셋째 유형의 독자는 더 이상 독자가 아니다. 온 세계가 자기 내면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독자이기를 멈추고 오직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되는 단계이다.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단 하루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셋째 유형의 단계를 경험해본다면 훨씬 더 훌륭한 독자가 될 것이며글로 쓰인 모든 것들을 좀 더 훌륭하게 해석하게 될 것이다.

    "나이 마흔 이후 한 번도 붓을 놓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는 그림을 그리면서 
    문학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의 문학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희열을 느낄 수 있다.

  •   Classic 106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윤지선 옮김, 뜨인돌(2013, 10...
     
    Classic 106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윤지선 옮김, 뜨인돌(2013, 10쇄), 284쪽.

    서평 전문 보기:
    http://pinepark.blog.me/60206113627

    독일이 낳은 위대한 작가 중의 한사람인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대표작 <데미안(Demian)>으로 유명한 그는 철학적 깊이가 있는 소설로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하게 해준다. 그는 성장하는 청춘의 고뇌와 인간 내면의 복잡한 양면성을 탁월하게 조명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가 위대한 문학작품을 낳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학력은 중졸학력 인증 검정고사에 합격한 것이 전부다. 그는 16세부터 시계공장 수습사원, 출판사 견습생과 제국서점 보조점원을 거쳐 26세까지 고서점 점원으로 일했다.

    그는 정규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광기에 가까운 문학적 열정으로 자신의 내면의 방황과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무수한 시와 작품을 써냈다. 그의 작품이 갖는 독창적 영감과 날카로운 심리묘사 등은 엄청난 다독을 통해 얻어진 숙성된 사색에서 나온 게 아닐까?

    헤세는 책읽기의 기본자세로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을 요구한다. 특히 ‘좋은 판본’을 경외심을 갖고 읽어야 한다. ‘고전’ 시리즈를 일괄 구입하기 보다는 작품마다 가장 훌륭한 판본을 묻고 찾아내 읽는 정성이 필요하다. 맞는 지적이다. 헤세의 주문을 고전 읽기에서 더욱 유념해 실천하면 좋을 듯싶다.

    결국 독서의 기술에 왕도는 없다. 독서의 유형이나 독서의 방식, 소장의 방법 모두 개성과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자신의 삶의 정서와 사고를 윤택하게 해주는 책이라면 어느 것이라도 무방하다. 독서는 책과의 사귐이자 시공을 초월한 저자와의 교제다.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사람과 교제하듯 책을 존중하고 그 책의 내면을 음미할 때, 책도 나에게 다감하게 그리고 내밀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 헤르만헤세의독서의기술 | eu**87 | 2011.10.1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순수하게독서의기술만 적혀있을줄알았는데 예전문학사줄줄나오고-_ㅜ   처음엔정말재미있...
     
     
    순수하게독서의기술만
    적혀있을줄알았는데
    예전문학사줄줄나오고-_ㅜ
     
    처음엔정말재미있었는데
    뒤로갈수록어려워지고흑흑흑
     
    책을눈으로만읽으면안된다고하는데
    죄송합니다.
    뒤로가면서눈으로만읽고말았어요.
    정말이지어쩔수가없었답니다ㅠ
     
    헤세는
    괴테를참좋아했나보다.
     
     
  • 책의 향기에 취하다 | su**ell | 2011.04.0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우리가 잘 알만한 문학의 거장치고 독서에 있어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잘 알만한 문학의 거장치고 독서에 있어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만은 헤르만 헤세의 폭넓은 독서와 그로부터 얻은 다양한 지식은 독자로 하여금 경외마저 들게 한다.  이사를 앞두고, 수천 권의 책이 들어찬 서재를 정리하는 데만 무려 8일이 걸렸을 정도라는 헤세의 책 사랑은 유별나다.  그것은 어쩌면 이 책의 도입부에서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책의 세계다" 라는 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책사랑’이 단순한 애정을 넘어, ’경외심’에 가까운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헤세의 수많은 에세이 가운데 책과 독서에 관한 것만을 골라 편집한 책이다. 원서에는 모두 63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었다고 하나, 그 중 24편만이 이 책에 실렸다.  동서양의 책을 두루 읽어 사고의 깊이를 더했던 그임에도 번역되지 않은 책에 대한 허기와 갈증을 피력하는 모습은 나와 같은 게으른 독자를 부끄럽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번역한 김지선님이 고맙고 감사하다.  독일어 원본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번역본으로도 글의 흐름에 끊김이 없을 뿐 아니라 어휘 선택에도 공을 들인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책이란 무책임한 인간을 더 무책임하게 만들려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삶에 무능한 사람에게 대리만족으로서의 허위의 삶을 헐값에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책은 오직 삶으로 이끌어주고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에게 불꽃같은 에너지와 젊음을 맛보게 해주지 못하고 신선한 활력의 입김을 불어넣어 주지 못한다면, 독서에 바친 시간은 전부 허탕이다."  (P.10)

    책을 읽을 때는 온 힘을 기울여 주의를 집중하고 책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적극적으로 몸을 맡기고 함께 겪고자 하는 뜻이 없다면, 불량독자라고 헤세는 말한다.  즉 다독보다는 정독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독서와 글쓰기, 문학 비평과 시, 작가와 문학 사조, 독서와 장서, 예술가와 정신분석 등 저자가 문학 전반에 대해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해박한 지식으로 논하고 있다.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의 독서체험에 바탕을 둔 세계문학 도서목록은 동서양 고전을 망라한다. 첫 단추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 가장 오래 간다’는 정신사의 원칙에 따라 성서, 우파니샤드를 간추린 < 베단타 > , 불경, < 길가메시 > 서사시, < 논어 > , < 도덕경 > 등에다 장자의 우화 같은 ’인류가 보유한 문헌의 기본화음’들이 꿴다. 헤세는 목록작성에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슬금슬금 끼워 넣는 일은 삼간다. 또한 ’세계문고’의 목록구성이 얼추 마무리되자 바로 검증과정을 거친다. 

     또한 헤세는 독자의 유형을 이렇게 분류한다.
    먼저 말과 마부의 관계처럼 책은 이끌고 독자는 따라가는 순진한 독자.  이들은 작가의 파동을 함께 타고 그의 세계관에 온전히 동화되며, 작가가 자기 인물들에 부여한 해석 일체를 가감 없이 수용한다고 헤세는 말한다.
    다음으로 책의 예술성, 언어, 작가의 소양과 정신성 등에 치중하고 이런 것들을 객관시하여 문학작품 최고 최종의 가치로 받아들이는 교양계층 독자.  이들은 사냥꾼이 짐승의 자취를 더듬듯 작가를 추적하며, 미학적 가치 따위는 별 의미가 없고, 작가의 동요와 불안정성에 크게 매료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이유가 교양을 쌓기 위함도, 재미를 얻기 위함도 아닌, 책을 읽는 목적이 작가의 눈을 빌려 세상을 해석하기 위해서도, 또는 철학자의 이론을 수용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 읽는 것도 아닌 유희적 독자.  이러한 독자는 어떤 책에 나온 멋진 구절이나 지혜와 진실이 담긴 말을 보면, 시험 삼아 한 번쯤 뒤집어보거나, 읽은 것을 타고 떠오르는 충동과 영감의 물결 속을 헤엄쳐 다니게 된다고 한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어린 시절 읽었던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 그리고 대학 시절에 읽었던 <싯다르타>는 내 독서의 이력에 작은 흔적으로 남았지만, 헤르만 헤세라는 그 이름은 내 머리 속에 크게 각인 되었었다.  자기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거장의 발자취.  그 지워지지 않는 책의 세계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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