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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풍경(Modern&Classic)(양장본 HardCover)
235쪽 | A5
ISBN-10 : 8994343547
ISBN-13 : 9788994343549
시골 생활 풍경(Modern&Classic)(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아모스 오즈 | 역자 최정수 | 출판사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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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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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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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작품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연작 소설!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가 그려낸 쓸쓸한 이상향 『시골생활 풍경』.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고전부터 현대의 문제작까지 문학의 정수만을 엄선해 소개하는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하나이다. 2010년 지중해문학상 외국문학상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전 개척자들에 의해 세워진 가공의 마을 텔일란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의 내면 속 두려움과 망설임을 시적인 문체로 잘 표현해냈다. 작가는 ‘침묵하지 않는 작가’라는 별명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수께끼,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반문한다. 어딘가에 존재할 더 나은 삶에 대한 불가능한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아모스 오즈
저자 아모스 오즈 Amos Oz는 193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시온주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 무렵 집을 떠나 스스로 키부츠 훌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이름을 '오즈'(히브리어로 '강함'을 의미)로 바꾸었다. 미국 작가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스버그, 오하이오》를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 창작에 몰두했다. 1965년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를 발표, 이스라엘 홀론상을 받았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인 6일 전쟁에 참전, 이때의 전쟁 경험이 그의 가치관을 크게 변화시켜 이후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 전쟁 경험 직후 발표한 《나의 미카엘》(1968)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유대인 학살 등을 소재로 한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1973), 제4차 중동전쟁 후의 이스라엘을 그린 《블랙박스》(1987), 오즈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 《지하실의 검은 표범》(1995) 등이 있다.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는 최근 십여 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 문학상, 괴케 문학상, 하인리히 하이네 상, 페미나 상, 런던 윙게이트 상, 울리시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이스라엘 상,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을 받았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사이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사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역자 : 최정수
역자 최정수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연금술사》 《오 자히르》 《단순한 열정》 《한 달 후, 일 년 후》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오를라》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우리 기억 속의 새》 등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작품 소개: 아모스 오즈가 꿈꾸는 이상향을 만나다 4

상속자 11
친척 31
땅 파기 55
길을 잃다 111
기다리기 143
낯선 사람들 167
노래하기 197
다른 시간, 먼 곳에서 223

작품 해설: 밤의 교교한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231

책 속으로

기드온에게 마침내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래서 나를 보러 올 이유가 없어진 거야. 이 생각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그녀를 가득 채웠다. 그녀가 완전히 텅 비어버렸고 그녀의 움츠러든 껍질만 계속 상처를 입는 것 같았다. 기드온은 정말로 오겠다고 약속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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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에게 마침내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래서 나를 보러 올 이유가 없어진 거야. 이 생각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그녀를 가득 채웠다. 그녀가 완전히 텅 비어버렸고 그녀의 움츠러든 껍질만 계속 상처를 입는 것 같았다. 기드온은 정말로 오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저녁 버스를 타도록 해보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니 그녀는 정거장에서 기드온을 기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기드온이 오늘 밤에 정말로 여기에 오기로 결심했다면 혼자서 어떻게든 왔을 테고, 만약 오늘 밤에 오지 않는다면 조만간, 아마도 다음 주에는 올 테니까. _ <친척> 30~31쪽

"땅을 파요? 누가 땅을 파요?"
"그게 바로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거다, 라헬. 밤에 여기서 땅을 파는 그자들은 대체 누구냐?"
"밤이건 낮이건 땅을 파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가 꿈을 꾼 거겠죠."
"정말로 그자들이 땅을 파고 있다! 자정 지나 한 시나 두 시쯤 시작되지. 두드리고 긁는 온갖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네가 그 소리를 못 들었다면 틀림없이 너는 자고 있었던 게지. 너는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르잖아. 그자들이 대체 뭣 때문에 지하실이나 건물 밑의 땅을 파는 거지? 석유 때문에? 금 때문에? 땅에 묻힌 보물 때문에?" _ <땅 파기> 58쪽

그는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과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이리저리 방황했다. 나바는 레몬나무들이 내려다보이는 뒷베란다에 쌍둥이 딸들과 함께 앉아 조용히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그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결코 알지 못했고 알아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이제는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실마리가 없었다. 그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_ <기다리기> 165쪽

그는 어떻게든 집 계단까지 그녀를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문을 닫으면 계단에 앉아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녀와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잘 자라고 말할 것이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 안에 있을 때 그녀가 이해하도록 그 손을 가볍게 두 번 비틀 것이다. 단지 나이가 더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디젤 탱크 트레일러 기사가 그보다 더 유리한 세상이라니, 뭔가 잘못되었고, 비뚤어졌고, 치사했다. _ <낯선 사람들> 178쪽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소. 뜨거운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고, 이제 일하러 가야 하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을 일하게 하시오. 계속 일하고, 입은 닥치시오.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을 죽게 하시오. 우리가 할 일은 이게 다요."

_ <다른 시간, 먼 곳에서>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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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침묵하지 않는 작가' 아모스 오즈가 그려낸 쓸쓸한 이상향 2010년 지중해 문학상 외국문학상 수상작 아모스 오즈는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최근 십여 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이다. 아모스 오즈의 최근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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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지 않는 작가' 아모스 오즈가 그려낸 쓸쓸한 이상향

2010년 지중해 문학상 외국문학상 수상작


아모스 오즈는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최근 십여 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이다. 아모스 오즈의 최근작인 《시골생활 풍경》은 2010년 지중해문학상 외국문학상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전에는 오르한 파묵, 움베르토 에코, 이스마엘 카다레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텔일란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도 전 개척자들에 의해 세워진 가공의 마을이다. 이 가공의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면의 두려움과 망설임을 시적인 문체로 잘 표현해 내었다.

결핍에 부대끼고 구원을 갈망하는 시골 마을 사람들,
그들이 꿈꾸는 영혼의 안식처는 어디인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도 전 개척자들에 의해 세워진 가공의 마을, 텔일란. 그곳에서 포도밭과 과수원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평화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부터 마을 사람들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내와 헤어지고 노모와 시골집에서 함께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조카 기드온의 방문을 기다리는 독신 여의사의 이야기, 젊은 시절 국회의원이었지만 이제는 교사인 딸과 함께 말년을 보내는 노인의 이야기, 마을의 고옥을 사들여 허물고 새 저택을 지으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이야기,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마을 면장의 이야기, 마을 우체국장이자 도서관 사서인 서른 살 이혼녀를 사랑하는 17세 소년의 이야기, 십대 아들을 자살로 잃은 한 부부의 이야기 등...... 오즈는 마법사가 된 것처럼 정적이 흐르던 마을을 잠에서 깨워 살아 숨 쉬게 하고 말하게 한다.
아모스 오즈는 '침묵하지 않는 작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수께끼,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반문하며, 독자들을 보다 넓은 세상과 트인 관점으로 안내한다. 안톤 체호프의 유려한 단편에 비견되는 오즈의 비범한 통찰력은 《시골 생활 풍경》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스토리텔러답게 오즈는 은유로 세련되게 다듬어진 언어로써 '어딘가에 존재할 더 나은 삶'에 대한 불가능한 꿈으로 우리를 이끈다.

"나는 이스라엘인에 관해, 그것도 화산 아래 비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소설을 쓴다. 화산 근처에서 어떤 사람은 여전히 사랑을 하고, 여전히 질투를 하고, 여전히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원하며, 여전히 가십을 주고받는다." _아모스 오즈

전문가 서평

우리 모두 좋은 시대를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아모스 오즈는 침묵하는 대신 줄곧 말해왔다. 그의 화법은 정직하고 솔직하다. _오에 겐자부로(소설가)

작가는 말한다. "젊은 작가는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위대한 작가가 아니라면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_폴라 지 에스 파올루

삶의 밑바닥에는 늘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는 작품. 세상의 겉모습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작은 보물들이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_헤비스타 에포카

아모스 오즈는 픽션의 날카로운 칼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냉소나 빈정거림은 없다. 오직 호의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이 작품을 따뜻한 세상으로, 좋은 세상으로, 실제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_피난시엘러 다흐블라트

모던&클래식 문학이 시작됩니다.
문학은 인간과 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드는 가장 진실된 창입니다.
모던&클래식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고전부터 지금 이 시대를 그려낸 현대의 문제작까지, 빛나는 문학의 정수만을 엄선하여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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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ϻϻ       이스라엘 사람이 쓴 소설을 '이스라엘 문학'이라고 ...

    ϻϻ

     

     

     

    이스라엘 사람이 쓴 소설을 '이스라엘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다, '히브리 문학'이라고 부른다. 그 국가가 영토를 가지게 된 세월보다 그 민족이 이리저리 방랑할 수밖에 없었던 세월이 더 길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히브리 문학'은 참 낯설다. 아마, "탈무드"나 "성경"을 제외하면 아는 이스라엘 이야기가 있을까. 근현대 격동적이었던 중동의 역사를 볼 때 한 번쯤 이 시대 그 지역의 문학을 들여다봤을 법도 한데. '히브리 문학'에 대해 난 참 무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비드 그로스만의 작품을 읽었다. 그의 소설은 나에게 어려웠지만, 다른 이스라엘 작가들의 글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 현대 문학의 거장 "아모스 오즈"를 알게 되었다.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일상을 담담하게 표현하길 즐기는 그의 소설 스타일을 고려해 단편 소설을 묶은 《시골 생활 풍경》을 읽었다.

     

    "흔히 분쟁 지역의 문학은 세계의 다른 한편에서 알레고리로 읽히곤 한다. 그렇지만 내 작품은 알레고리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 실존을 담고 있을 뿐이다. 사랑, 상실, 외로움, 갈망, 죽음, 욕망, 그리고 황량함 등……내 작품은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시골 생활 풍경》은 '이스라엘'이 가진 특수성에 주목하기보다 '인간이 살고 있는 곳' 그 어디에서든지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집중한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8편의 짧은 소설들은 이국적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말처럼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섬세하게 세공한 소설이다. 마음 깊은 곳에 담겨 있는 감정들을 건져 올려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 감정은 때때로 우리가 '예의'를 핑계로 덮어두거나, '도리'를 말하며 외면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그 무언가다. 잊힐 수 있어도, 잃어버릴 수 있어도 사라질 수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글은 자기 존재의 뿌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작가가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주제와 모티브들이 있죠."

     

    바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통제할 수 없는 '감정'.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그 감정이 아닐까. 그는 정직하게 그 감정을 써 내려간다. 시골이라는 상징적인 용어를 사용했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법보다 감추는 법에 익숙한 도시 생활 풍경은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그가 그린 이스라엘의 시골 풍경은 나에게 관광지 같았다.  아몬드 나무가 자라고, 포도주 양조장이 있고, 열대어가 담긴 수조가 있는 곳이니 말이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더위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을 가진 곳에도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은 존재한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잘 기억나지 않아요. 혹시 기억력을 좋게 하는 놀라운 약 좀 없으신가요? 요즘 저는 모든 걸 깜박깜박 잊는답니다. 열쇠, 이름, 날짜, 지갑, 서류 등등을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 보면 머지않아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고 말 거예요."

    <친척>, 51쪽

     

    기드온을 기다리는 길리 스타이너 박사는 반복해서 그를 생각하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의 시작부터 오지 않았던 자신의 조카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다림을 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의 기억 속에서 기드온의 존재는 망각되지 않고, '외로움'의 감정으로 계속 남는다. 오기로 한 기드온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 계속해서 그가 도착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지만. 그 이유 중 어떤 것도 박사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합리적으로 기드온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하는 박사의 행동이 그를 더욱더 초조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드온 없이 혼자만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는 지난번 그녀가 빌려준 책 《댈러웨이 부인》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책을 한 권 더 빌려달라고 그녀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주말 내내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너는 친구가 없니? 외출할 계획 없어? 그렇다. 그에게 친구가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고, 외출할 계획도 없었다. 그는 자기 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 듣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학교 친구들은 왁자지껄한 소리에 둘러싸여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다.

    <낯선 사람들>,189-190쪽ϻ

     

    <낯선 사람들>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사랑'을 잃은 사람들이다.
    아다는 도서관 사서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청년을 발견해 보조 사서로 삼을 만큼 주변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인다. 책을 읽어내는 안목도 있는 좋은 사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녀가 보이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가를 오가고, 컴퓨터에 대출 반납 작업한 결과를 입력하고, 책을 정리하는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절정일 때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녀가 한 말이 이 생각에 적절한 근거가 되어준다.

     

    "나는 바로 그걸 이해할 수 없어." 아다가 말했다. "사람에게는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은 것이 한 가지씩은 있게 마련이야. 그것이 고양이나 개일지라도 말이야. 아니면 안락의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 비가 내리는 풍경을 좋아할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창가에서 바라보는 석양이라든가."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네요. 확실히 당신은 절망과는 어울리지 않겠어요."
    "아니야,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야. 그게 내 흥미를 끌지 않는 거지."

     

    결핍을 받아들이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말과 모순된다. 자신의 전부와 같았던 아기를 사산했다는 사실이 나오는 순간 그녀의 행동이 서서히 이해가 된다. 감정 앞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냉소적인 행동은 또 다른 사람의 사랑의 상실로 이어진다. 참 비극적이다. 아다보다 열다섯 살 어린 코비는 사랑해서는 안 되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된 그의 행동은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부른다. 어둠이 가득 찬 도서관에서 그는 망설이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상대의 동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폭력이었다. 그리고 그 폭력은 아다 뿐만 아니라 열일곱 살이었던 코비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 넌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을 거야."

     

    공허한 위로는 코비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었다는 걸 아다는 알지 못했다. 마치 아다가 코비 앞에서 계속 내쉬었던 한숨의 의미를 코비가 몰랐듯. "넓디넓은 텅 빈 공간에서 밤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하늘은 청명했고 별들이 반짝였다. 별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낯선 존재였다." 아름답고 슬픈 문장과 함께 코비의 눈은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그녀의 방 창문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낯설게 바라보기만 한 그녀는 그에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별'같은 존재였다.
    사랑을 잃은 사람과 사랑을 잃어가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그의 글은 담백했다.  그 담백한 글이 말하는 결론은 아주 많이 슬펐지만 말이다.

    아모스 오즈의 소설에 반복해서 책과 편지가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삶과 연결된 이 사물들은 소설 속에서 큰 의미 있는 사물로 부각되지 않지만 인물들 곁을 계속 맴돈다. 편지 쓰는 일을 즐기는 남자, 도서관 사서, 책장 위에 놓인 책... '글'은 그들의 곁에 계속 있지만, 들춰보지 않는다. 그저 그 글을 읽고 난 뒤의 행동들만 등장할 뿐이다.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서 그는 인간이 잃은 모습을 그리지만, 잃어버린 자리를 파면 팔수록 그 결핍을 잘 보이게 만드는 심조 같았다.

  • 옆집에서 청소기 돌리는 소리, 베란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창문 아래서 나는 풀벌레 소리. 현재 내 ...
    옆집에서 청소기 돌리는 소리, 베란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창문 아래서 나는 풀벌레 소리. 현재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소리 들이다. 아직 날씨가 더운데도 하늘만 봐서는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무료한 줄 모르겠는데 나를 채우고 있는 일상은 과연 무료함인지 기대함인지 아니면 알찬 나날인지 문득 생각하게 만드는 하늘이다. 『시골 생활 풍경』 책 제목만 들으면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나의 일상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여도 나의 속내를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듯이 이 작품도 직접 만나기 전까지 한없이 너그러워보였다.

     

      아모스 오즈, 작가 이름만 듣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또 한번 그 신뢰의 탄탄함에 감탄했다. 저자는 '젊은 작가는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겁니다.' 라고 했다. 총 8개의 단편 중 마지막 「다른 시간, 먼 곳에서」 작품을 제외하고 텔일란이란 마을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한 마을이라는 공간적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종 작품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른 작품에서 등장하곤 하는데 그런 소소하면서도 세심한 장치가 한 마을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묶어주고 있다.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집 안 깊숙이 들여다본 이야기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안나 카레니나 1권 중, 문학동네)'는 말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작품속의 인물들의 고만고만한 행복과 나름나름의 불행을 어쩜 이렇게 섬세하게 드러나는지 왜 젊은 작가는 이런 책을 쓸 수 없는지 너무나 명확했다. 저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 실존을 담고 있을 뿐이다. (...) 내 작품은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라고 했는데 인간 실존을 담고 있는 저자의 작품에 매료된 것은 오래전이다. 또한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지만 독자로 하여금 스산한 마음 가운데 슬픔과 애잔함을 간절히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의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고향에 홀로 계신 부모님을 생각할 때의 마음처럼 찡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두 번 읽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친척」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독신인 여의사 길리 스타이너는 조카 기드온이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러나 기드온은 도착하지 않았고 걱정이 된 그녀는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둔 채 빈 버스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버스 운전기사는 '오늘 저녁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 아침에 틀림없이 나타날 테고, (...) 모두 조만간 도착할 겁니다.' 라고 하지만 그녀는 기드온이 자신의 집에서 머물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결국 자신의 침실로 들어간다. 기드온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건 이외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을 그린 작품에 왜 이렇게 매료되었을까. 아무래도 텅 빈 집에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한 작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혼자 남은 그녀의 모습이 애잔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기드온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쓸쓸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한자리에 차지하고 있는 외로움을 예고 없이 만나버린 기분이었다.

     

       「땅파기」는 한때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와 남편을 잃고 마을의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딸 라헬과 아랍인 청년 아델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노인은 밤마다 땅 파는 소리 때문에 잠을 깨고 나름대로 조사도 해보지만 허탕이다. 딸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아델에게도 그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딸도 의아해한다. 옮긴이는 '아델과 그를 못마땅한 눈길로 지켜보는 케뎀의 관계를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사이의 해묵은 분열 문제도 건드린다.'고 했는데 한 집에서 전혀 다른 환경과 사상을 지닌 그들의 미묘함만 지켜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그 세 사람을 통해서 집 안에서도 얼마나 사람이 광활하고 멀게 생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우리는 기울어가는 그림자다. 지나간 어제처럼 말이다.' 란 말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사연이 전해진다. 서른 살 이혼녀를 짝사랑하는 17살 소년의 내면 묘사가 뛰어난 「낯선 사람들」, 아들이 자살한 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 「노래하기」,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다니는 면장은 정작 서로에 대해 너무 무심했음을 깨닫게 되는 「기다리기」 등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다양하게 전해준다. 그것은 시간일수도, 대화일수도, 사랑일수도 있고 앞으로 잃어버릴 것들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모두 평범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상처와 고민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끝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인생이 아직도 진행형인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도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에게는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은 것이 한 가지씩은 있게 마련이야. 그것이 고양이나 개일지라도 말이야. 아니면 안락의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 비가 내리는 전원 풍경을 좋아할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창가에서 바라보는 석양이라든가.  「낯선 사람들」 중

     

      무언가 계속 잃어가는 중이라면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은 것을 늘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늘려가다 보면 팍팍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일지라도 더 살아가고 싶은 이유가 자꾸 생기는 것은 아닐까? 테일란 마을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삶의 군상을 보여주며 운집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찌 그것이 테일란 마을의 일일 뿐이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을 축소해 놓은 것 뿐,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주하게 된 생경한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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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 생활 풍경 | xo**s271 | 2012.02.1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제목에서 느껴지는 목가적이고 평온한 시골 생활 풍경과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뭐라고 해야할...
    제목에서 느껴지는 목가적이고 평온한 시골 생활 풍경과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뭐라고 해야할까...왠지 너무 우울하다고 해야할까, 암울? 아니, 쓸쓸 또는 황량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듯한 그런 시골 생활 풍경이었다.  자신의 조국과 동포,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해 증언하는 것을 서슴지 않아 '침묵하지 않는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아모스 오즈 작가의 최신작인 이 작품은 1939년생인 작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아니 어쩌면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쓸쓸함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듯한 글들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며 조용조용 읊조리는 듯한 글이라고 해야할까, 최근 읽었던 글들에선 느낄수 없었던 묘한 감정들이 몽글몽글 솟아 나기도 헀다. 
     
     
    이 책은 여덟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배경이 되는 곳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도 전 개척자들에 의해 세워진 가공의 마을 탤일란이란 곳이다.  이 마을은 포도밭과 과수원에 둘러쌓여 있고, 키큰 나무들이 많은 숲이 있는 정말 평온해 보이는 마을이다.  하지만 여덟편의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이 마을은 더이상 평온해 보이지 않는다.  여덟편의 이야기는 단편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편 한편이 모두 탤일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다른이야기의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단편이지만 단편같지 않은 책이었다. 
     
     아내와 헤어지고 노모와 시골집에서 함께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조카 기드온의 방문을 기다리는 독신 여의사의 이야기, 젊은 시절 국회의원이었지만 이제는 교사인 딸과 함께 말년을 보내는 노인의 이야기, 마을의 고옥을 사들여 허물고 새 저택을 지으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이야기,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마을 면장의 이야기, 마을 우체국장이자 도서관 사서인 서른 살 이혼녀를 사랑하는 17세 소년의 이야기, 십대 아들을 자살로 잃은 한 부부의 이야기등 여덟편의 이야기는 모두 쓸쓸하고 우울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결말또한 해피하지 않고 그냥 뚝 끊어진다.  하지만 뭔가가 가슴을 꾹 누르는 듯한 찡함이 있는것 같았다. 
     
     
    사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개가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서 30피트쯤 떨어진 포석에 앉았다.  그래서 그도 기념공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두세 시간 전에 아내가 앉아 있다가 아델에게 쪽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벤치에 앉았다.  그는 스카프로 동여맨 손에서 피를 흘리며 벤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고,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므로 외투의 단추를 채웠다.  그렇게 앉아서 아내를 기다렸다.  (166쪽  -기다리기 中-)
     
     
    이스라엘 작가의 책은 처음으로 접해 보는듯 하다.  지중해 동남쪽 연안에 있는 유대인 공화국이라는 점과 수도가 예루살렘인 성지순례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던 이스라엘.  책을 통해 이야기 속에 간간히 등장하는 점심시간 후의 "오수"라던지 오전에 문을 열었던 가게가 점심때는 문을 닫고 5시이후에 다시 문을 연다던지 하는 문화적 특성이 이 책속에서는 평화롭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황량하게만 느껴졌었다.  그렇지만 그 황량함이야 말로 이 책을 너무 잘 표현할 수 있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초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부는, 모든 사람이 오수에 빠져있는 텅빈 거리에 아내를 찾아 헤매고 있는 베니 아브니와 그를 뒤따르고 있는 굶주린 개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   이스라엘 과거 역사와 문화, 종교, 그리고 현대 정치·사회 정세에 대한 책들은 몇 권 읽은 적이 있는데, 문학 ...
     
    이스라엘 과거 역사와 문화, 종교, 그리고 현대 정치·사회 정세에 대한 책들은 몇 권 읽은 적이 있는데, 문학 작품으로는 이번에 읽은 “아모스 오즈(Amos Oz)”의 <시골생활 풍경(원제 Scenes from a village life/ 비채 / 2012년 1월)>이 첫 작품이다. 그래서 출판사 홍보글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모스 오즈”,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최근 십여 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이스라엘 문학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이며, 국내에도 <나의 미카엘>, <여자를 안다는 것> 이라는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라고 한다. 그의 최근작인 이 책의 제목인 <시골생활 풍경>만 보면 목가적(牧歌的)인 전원(田園)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짐작이 되는데, 종교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이자 세계의 화약고(火藥庫)이다 보니 전국토가 전장(戰場) 쯤으로 여겨지는 이스라엘에서 과연 한가로운 전원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에 왠지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의 표지를 열어 들었다.
     
    그런데 작가는 나처럼 생각하는 독자들을 예상이라도 한 듯 본문에 들어서기 전 초입부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흔히 분쟁 지역의 문학은 세계의 다른 한편에서 알레고리로 읽히곤 한다.
    그렇지만 내 작품은 알레고리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 실존을 담고 있을 뿐이다.
    사랑, 상실, 외로움, 갈망, 죽음, 그리고 황량감 등..........
    내 작품은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 아모스 오즈
     
    즉 이 작품은 분쟁 지역 문학들이 그러하듯 “전쟁”이 주는 잔인함과 공포를 주제로 한 것이 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다양한 변주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변주에는 사랑도 포함되어 있지만 사랑으로 인해 행복하기 보다는 사랑으로 인해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실감을 그리고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 실려 있는 8편의 단편 소설의 배경은 지금 현재의 이스라엘이 아니라 아직 건국(1948년)전인 개척자들이 세운 가공의 마을 “텔일란”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다 전 시대의 가상 공간이라면 현재에도 아직 진행 중인 아랍과의 분쟁은 저절로 배제할 수 있을 테고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올곳이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국 전이라면 아직 전 세계 유태인들이 이천년 전 잃어버린 “약속”의 땅 “가나안”을 되찾겠다고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혹독하게 몰아내기 전인 유태인과 팔레스타인들이 어울려 살았던 시기였을 테니 유태인과 아랍인들의 민족, 종교 갈등도 굳이 담아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불안함”만큼은 그때도 여전했겠지만 말이다.
     
    텔일란은 여느 중동(中東)의 시골 마을처럼 포도밭과 과수원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곳에서 한가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사소한 듯 하면서도 일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만한 일들이 한가지 씩 일어난다. 먼저 아내가 삼 년 전 샌디에이고에 사는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헤어지게 된 후 늙은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던 “아리에 젤니크”에게 법률회사에 다닌다는 낯선 남자 “울프 마프치르”가 찾아와 친척이라고 주장하면서 모친의 명의로 되어 있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주변 농장을 개발할 테니 동의해달라고 한다. 마을 유일의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중년의 미혼여성 “길리 스타이너”는 어릴 적부터 자주 만나온 언니의 아들 “기드온”이 군대에서 얻은 신장질환을 요양하기 위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음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지만 자꾸 늦어지자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 나선다. 한때 국회의원이었지만 지금은 마을의 교사인 딸 “라헬”과 함께 살고 있는 “페사크 케뎀”은 밤마다 땅 속에서 들려오는 괴소리에 잠을 깨곤 한다. 딸은 잘못 들었을 거라고 타박을 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아랍인 청년 “아텔”도 그 소리를 들었다니 잘 못 들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마을의 오래된 저택을 사들여 새로 집을 지어 파는 부동산업자 “요시 새슨”, 쪽지 한 장을 다른 사람을 통해 건네주고는 가출해 버린 아내를 찾아 나선 면장 “베니 아브니”, 30세의 이혼녀를 사랑하는 17세 소년 “코비 에즈라”, 십대의 아들이 자살하자 그 죽음을 애써 잊고 싶어서인지 노래모임과 같은 가외(家外)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는, 그러면서도 그 노래모임에서 아들이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는 서글프기까지 한 “달리아”와 “아브라함 레빈 부부” 이야기가 차례대로 펼쳐지고 마지막에는 텔일란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역시 처음 짐작과 작가의 말처럼 한적하고 여유로운 전원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먼 뭔가 한가지 씩 잃어버린 사람들의 외롭고 쓸쓸한, 그리고 낯선 이야기였다. 그렇다 보니 읽는 내내 편하지 만은 않은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왜냐 하면 이 책의 이야기들이 이국(異國)의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진, 현대의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침저녁 출퇴근 길에, 그리고 길거리를 오고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평온하고 일상적인 모습 속에는 저마다의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작은 비밀 때문에 일상에 균열을 일으킬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며, 세월의 더깨가 내려앉은 노인들 얼굴의 주름에도 어쩌면 나이 들면 절로 생기는 “세월의 훈장”만이 아니라 과거에 잃어버린 돈, 명예, 사랑, 가족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개수도 더 늘고 그 깊이도 더욱 깊어졌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 숨어 있는 불안감과 상실감을 시골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려내려고 한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에서 시골이라는 이미지 특유의 짙푸름이 아니라 회색빛 쓸쓸함이 느껴진 것이.
     
    이런 글들은 작가의 말대로 아직 인생의 상처와 회한을 맛보지 못한 젊은 작가들은 쓸 수 없는, 많은 작품을 써온 오랜 경력의 작가로서도 인생에 어느 정도 내공이 생겨 삶을 관조(觀照)할 수 있는 나이 -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0년이었으니 작가(1939년생)가 일흔이 넘어서 쓴 작품이다 - 가 되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삶에 대한 애정과 연민 어린 시선, 그리고 통찰력은 엿볼 수 있었지만 올곧이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처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감상을 가지기에는 아직은 내가 어린 나이일 수 도 있겠고, 내가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그와는 다를 수 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든 후 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다른 느낌이 들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낯설었지만 그래도 곱씹어 볼 만한 생각꺼리를 던져 주는 책이었다. 요즈음 장르소설들을 즐겨 읽다 보니 갈수록 자극적인 재미를 주는 책들만 찾게 되는데, 가끔씩은 이 책처럼 순문학 특유의 감상과 사유를 느껴보는 것도 독서 생활에 있어서 한결 여유로움과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뭏튼 “아모스 오즈”, 이 작품만으로 이런 작가다 평가 내리기에는 너무 성급할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본 후에야 그를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시골생활 풍경 | mo**ardin | 2012.02.0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현존하는 작가인 아모스 오즈의 작품집이다.    총 8편이 수록이 되어있는 이 소설집...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현존하는 작가인 아모스 오즈의 작품집이다.
     
     총 8편이 수록이 되어있는 이 소설집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각 챕트별로 전편에 나온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면서 서로 연관을 맺고 사는 아주 조그마한 시골의 풍경을 그려나간다.
     
     공간적인 배경은 이스라엘이란 이름으로 건국되기 전인 개척자들이 이스라엘 땅에 들어와 살면서 건설한 공동체적인 마을 텔일란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상속자에선 부인은 친구를 만나러 간단 말로 미국에 가선 돌아오질 않고 딸과아들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한 아리에 젤리크란 남성이 자신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 집에 법률회사 직원인 울프미프치르란 사람의 방문을 겪는 이야기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요양원으로 개조해서 건강관리센터로 만들려는 의도로 어머니의 동의가 필요함을, 그럼으로써 자신이 곧 건강이 점차 나빠져가는 노모를 모시게 될 미래의 불안한 감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밖에도 군대에 들어간 조카가 신체 이상으로 잠시 휴양차 자신의 집으로 온다는 여동생의 말을 듣고 조카를 기다리면서 겪게되는 조카에 대한 사랑, 예정된 시간에 오지 않는 조카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여 의사 길리스타이너 박사 이야기인 친척,  한 때 국회위원이었던 페사크 케뎀과 과부인 딸이 사는 집에 딸의 남편 친구의 아들이자 아랍인인 아텔의 이야기인 땅파기-
     
     아텔을 바라보고 그 청년을 적대시하는 케뎀의 이스라엘적인 역사관을 엿 볼 수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또한 점차 현대화되가는 세태에 맞추어 허물어져가는 집을 사서 새로운 집을 짓고 새 고객에게 팔려는 목적에서 고인이 된 이스라엘 작가의 집을 찾아가는 부동산 중개업자 요시새슨과 작가의 딸이 집을 둘러보면서 느끼는 어떤 두려움을  표현한 길을 잃다. -
     
    마을 면장인 베니아브니가 부인과의 부부간의 무관심 때문에 집을 나간 부인을 찾아나서는 행보를 보이는, 하지만 정작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를 갈팡질팡하는 이야기인 기다리기 -
     
    17살 소년인 코비에즈라가 30세의 이혼녀인 우체국장이자 도서관 사서인 아다드바쉬를 사랑하는 이야기, 자살한 아들을 둔 부부가 동네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노래모임을 갖는 노래하기, 이와는 별도로 텔일란이란 마을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다룬 이색적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다른 시간, 먼 곳에서란 작품이 수록됬다.
     
    아모스오즈의 작품은 현실에서 다뤄지고 있는 각기 개인들이 느끼고 그러면서도 어떤 반항적인 기질, 저항이 아닌 삶 속에서 고스란히 누구나 느낄 수있는 인생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가의 전작인 블랙박스에서도 이혼을 한 부부가 자신의 아들을 두고 오고간 편지의 내용을 다룬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대 인간이 서로 오고가는 설전과 감정의기류속에서의 통찰한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면 이 시골생활풍경도 마찬가지인 연장선을 보인다.
     
    즉,  가상의 마을을 토대로 자신의 모국인 이스라엘의 건국 전으로 올라가서 각 처에서 모여들은 사람들이 이룬 마을을 뿌리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고뇌, 두려움, 불안, 고통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모든 것들이 비 이상적인 것이 아닌 우리네 인생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두 느낄 만한 다분히 평범한 감정을 드러내었다.
     
     흔히 부모가 연세가 드실수록 기력이 다하고 나면 그 이후의 모실방향에 대한 부담감 내지 불안함,  과거는 서서히 현대의 개발된 기계에 의해서 무너져 가면서 새로운 건설적인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방향으로 선회되는 마을의 모습(길을 잃다..... 이건  서스펜스적인 공포감이 드는 느낌이 나는 작품이다. ), 하지만 뭣보다도 아련하게 느낀 것은 기다리란 작품이다.
     
    물론 땅파기도 자신의 모국인 이스라엘의 반한 정책의지를 갖고있는 작가의 의도를 은연 중 나타내곤 있으나, 서로 결혼 전에 유산이란 아픔을 겪은 두 청춘 남녀가 결혼에 이르고 힘들게 아이들을 출산을 했지만 남편의 못마땅한 행동과 그녀에 대한 무관심의 일로속에 부부간의 무관심의 해소 격차가 커진데서 온 남편의 부인 찾기 이야기는 하염없는 쓸쓸함과 애달픔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자살한 아들의 죽음을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남편은 남편대로 은둔적인 생활유지, 부인은 부인대로 사회생활에 광적으로 매다리는 모습의 표현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없는 인간애의 고달픔과 시련, 일말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할 수있겠다.
     
    이런 모든 일련의 감정들을 지니고 살아가면서도 서로 집 안의 수저가 몇 개인지 알 정도의 친숙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텔일란 마을사람들의 풍경은  아마도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고요함 속에 잠재적으로 감추어져오고 있는 하나의 감정들을 터트림으로서 인생에서 누구나 느끼고 살아갈 수있는 감정의 표출로 시골생활풍경의 모습을 자연적인 터치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싶다.
     
     조그마한 마을의 평온한 모습의 이 풍경을 그래서 풍전등화처럼 위태위태하면서도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우리의 맘 속의 한 가지 걱정거리를 대신 품고 사는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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