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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의 기원
352쪽 | 규격外
ISBN-10 : 8967358563
ISBN-13 : 9788967358563
억척의 기원 중고
저자 최현숙 | 출판사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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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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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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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런 농촌 언니들의 얽히고설킨 생애사
가난과 갈등 사이에서 피어난 주체성을 발견하다 여자가 집에만 있기를 바라잖아요 다들.
근디 나는 집이 제일 싫었던 거야.
집을 나가서 내 돈을 벌어서 독립하고, 내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그걸 나는 더 좋아하고 더 신이 나는 거예요.

10여 년째 노년, 중장년 여성들과 만나며 밀도 높은 구술생애사 작업을 보여온 최현숙 작가가 이번에는 나주의 두 여성농민을 찾아갔다. 이들은 작가의 전작 〈할매의 탄생〉의 우록리 할매들보다 한 세대 아래로, 무학無學과 시집살이, 남편의 외도 혹은 폭력과 자식들 뒤치다꺼리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혼 선택, 경제적 자립의 경험, 농민회 활동 등으로 좀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 60년 남짓의 생애를 가득 채운 역경과 애증과 열정을 듣다 보면 그들이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개인사를 넘어 한국 사회가 아직 청산하지 못한 문제들과도 맞닿아 있다.

개별적 삶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는 보편으로 통하곤 한다. 그게 구술생애사가 갖는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가정 폭력, 돌봄 노동,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이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농촌 이야기’로만 한정할 수 없게 된다. 나주의 여성농민 김순애와 정금순은 세상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러워져야 했으며, 이 억척스러움은 그게 어떤 세상이었는지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다. 그리고 그들의 세상은,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저서로 『작별 일기』 『할매의 탄생』 『할배의 탄생』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가 있고, 공저로 『이번 생은 망원시장』 등이 있다.
천주교로 인해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 돌봄노동에 몸담아왔다.
노인들을 만나면서 구술생애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2020년부터 홈리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홈리스에 관해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목차

1부 상처와 고난에서 자긍심을 싹틔우다: 김순애의 반은 좋고 반은 안 좋았던 삶

원가족
아버지, 술만 춰가지고 오면 뚜드려 패고│잘 좀 살지 왜 다들 이혼하냐구요

서울 식모살이와 공장 생활

시집살이의 고됨과 부부생활
쌀 많은 집이 부러웠는데 말이 씨가 돼서│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경제적 자립을 하다│싫지만 남편에 대한 포기는 안 되고│부부간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성생활│아들이 두부랑 축사 받아서 하고

삶을 바꾼 여성농민회 활동
농민회 안 했으면 이렇게 강단 있겠어요?│못 배운 서러움과 울화│쉬다보면 길이 또 나온다고│현재의 농사, 퇴임 후의 계획│학교와 교회에 대한 양가감정

운동과 죽음에 대한 성찰

아직 풀리지 않는 모녀관계

후기_진심과 열정이 상처로 주저앉지 않기 위하여

2부 가난이 씨 뿌린 예민한 삶과 농촌에서 일군 보람의 나날들: 정금순이 말하는 생애

원가족에 대한 애환
순종 요물로만 자랐어요│부모가 사랑 줬는데도 형제간 우애롭지 않아│1970년대, 광주 여고 시절

첫 결혼 그리고 이혼

세신노동, 골병과 당당함

농부와 재혼하며 시작된 나주 생활
농을 병행하며 대농을 꾸리다│나락 농사 하는 과정│청각장애 신랑이 이장을 열심히 하고

농민회와 부녀회 활동, 고생과 재미

새엄마, 새 가족 되기
‘할머니, 왜 이모하고 엄마하고 성이 틀려요?’│성질 급한 남편하고 함께 살기

농민수당이 좌우할 농촌의 미래

내가 겪은 광주항쟁

후기_시행착오는 제대로 직면하면 힘의 원천이다

책 속으로

근디 그 언니, 아저씨 부인 친정집이 대전이었어요. 그 아저씨네 식구들이 설 쇠러 고향 나주에를 왔다가 서울 올라가는 거기에 내가 따라나선 건디, 서울을 올라가면서 대전에 있는 그 언니 친정집을 들렀댔어. 근디 나만 밥을 안 주는 거야, 자기들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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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디 그 언니, 아저씨 부인 친정집이 대전이었어요. 그 아저씨네 식구들이 설 쇠러 고향 나주에를 왔다가 서울 올라가는 거기에 내가 따라나선 건디, 서울을 올라가면서 대전에 있는 그 언니 친정집을 들렀댔어. 근디 나만 밥을 안 주는 거야, 자기들만 먹고. 아침에 집에서 나서면서 밥을 안 먹고 나왔댔거든. 엄마랑 동생들이랑 두고 난생처음으로 집을 떠난 거잖아요. 밥 먹고 할 그럴 저기가 없었지. 아침 내내 울었거든. 돈 벌 욕심에 따라가겠다고 해놓고는,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집에서는 엄마 때문에라도 참았는디, 배를 타니까 눈물이 눈물이……._31쪽

나는 자식이 둘이에요. 아들 먼저고 그다음이 딸이에요. 둘 다 결혼했어요. 시댁은 밥은 좀 먹고 살았지마는, 어려서부터 하도 그 못사는 무게를, 가난 그거가 지긋지긋해서, 자식들에게만큼은 가난이나 서러움을 안 물려주려고 기를 쓰고 살았고, 그러다보니 경제적으로는 좋아졌어도 지금도 신랑은 여전히 속 썩이고 살아놓으니까, 죽지 못해서 사는 거고. 평생 억척을 떨고 살았지요._91쪽

나도 무의미하게 식구들 밥이나 해주면서 사는 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뭘까, 그 고민이 드는 거지요._149쪽

상처받고 뭐고는 있지만, 촌에서 태어나서 처녀 적에 공장 다닐려고 도시 갔다가, 다시 농촌으로 고향으로 시집와서 내내 농사짓고 살다가 여농 활동을 만나고, 전여농 회장까지 갔으니 이제 다시 내 고향으로 내 살던 촌으로 들어오는 게 맞다는 생각이에요. 근디다가 이제는 내 농사만 짓고 내 살림만 꾸리고 그거는 나한테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에요._152쪽

화자는 그에 대한 해명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작심한 듯 원가족에 대한 아프고 어두운 속 이야기를 한참 동안 풀어냈다. 많은 고민을 하느라 지난 밤잠을 못 잤다고 했다. 표지에 자신을 명확히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원가족에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원가족에서 얻은 상처가 평생의 근본적인 상처인 점, 그것을 풀어내어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개인의 성숙과 확장의 주요 시작점인 점, 화자의 사적 경험이 사실은 우리 사회 대부분의 가족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문제와 과제들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화자의 허락을 받아 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특히 갈수록 돈이 최고의 목적이 되어가는 사회에서, 돈이 원인이 된 가정 내 갈등이나 노인 학대를 비롯한 가정 폭력은 이제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세세하게 말해지고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_190쪽

사람은 누구나 나쁜 면만 있지는 않지요. 사람 나쁜 거는 개인 책임도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보다보면 좋은 면들도 보이고, 안 좋은 면도 싫기만 하지 않고 안타깝게 생각되는 게 많아요. 나도 여리기만 한 사람이었는데, 살다보니 독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그 소리 안 듣고는 살 수가 없더라구요, 나는._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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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평생 억척을 떨고 살았지요 “나는 시골서 반듯한 집에, 배 안 곯는 집에 사는 게 꿈이었어요. 엄마도 그래서 나를 그런 집에 시집보낸 거고, 나도 좋았던 건데…… 뒤주 큰 집 찾았더니만 하나도 안 틀리게 그대로 된 건데, 그 집에서 종살이만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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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억척을 떨고 살았지요

“나는 시골서 반듯한 집에, 배 안 곯는 집에 사는 게 꿈이었어요. 엄마도 그래서 나를 그런 집에 시집보낸 거고, 나도 좋았던 건데…… 뒤주 큰 집 찾았더니만 하나도 안 틀리게 그대로 된 건데, 그 집에서 종살이만 한 거지.”(김순애)

1959년생 김순애의 삶은 반은 좋고 반은 안 좋았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큰딸로 자랐으며, 아홉 살 때부터는 가난한 살림까지 도맡았다. 그는 아버지 때문에 자기가 독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회고한다. 집에서 벗어나고서는 서울에서 1년간 배곯는 식모살이를 거쳐 양말 공장에서 7년간 일했다. 그 공장 시절이 평생 제일로 신나고 즐거운 때였다고 한다. 길가에서 하꼬방(판잣집) 생활을 하던 엄마에게 동네 가운데 집도 사주고, 자기 손으로 돈 벌어서 자기를 위해 썼기 때문이다.
고향에 돌아와 시집살이를 하면서부터는 다시 고생이 시작됐다. 드센 시어머니를 만나 험한 욕을 말끝마다 듣고 두드려맞기도 하는 등 구박을 받으면서도 시집 식구를 위해 농사짓고 가사노동을 했다. 남편의 외도는 서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한두 번이 아니었고, 심지어 시어머니가 와병 중일 때도 남편은 다른 여자를 찾곤 했다. 마음을 가누기 힘든 일이었지만, 김순애는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장사를 시작해 자립하게 된다. ‘이혼해줄래, 장사를 하게 해줄래’라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후 그는 순두부 백반집을 차리고 버섯장을 짓고 두부 공장을 하는 등 자기 손으로 농촌에서의 삶을 일구게 된다.
그러면서 김순애는 복잡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남편과 일찍 이혼하지 못한 게 한이라고 하면서도 친정 남매들의 이혼은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시어머니와 그렇게 갈등을 겪었는데도 마지막에는 정성스럽게 병수발을 들었다. 그 덕에 자신이 좋은 며느리로 기억되고 사람들 입에도 오르내린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기도 한다. 남편 때문에 속을 그렇게 앓았는데도 ‘잘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남겨두고 있다. 어릴 적의 가난이 서러워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아픔과 서러움에서 그의 열정이 나왔고, 그 힘으로 김순애의 삶 나머지 반쪽을 채울 수 있었다.

이혼과 재혼을 선택하다

“저는 어려서는 아주 순했는데, 나이 들면서 풍파에 부딪히다보니 세진 거예요. 근데도 내면에는 아직 순함이 있겠죠. 어려서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너무 갇혀서 화초처럼 약하게 자란 거지요. 그러니까 첫 남자의 사람됨도 잘 구별하지 못했고, 남자랑 잠자리만 해도 꼭 결혼해야 되는 걸로 알았고, 너무 어리석었던 거예요.”(정금순)

정금순의 어려움은 결혼 때부터 시작됐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회사를 다니던 그는 남편과 함께한 첫 외출부터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무서운 마음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지도 못했고, 임신해서 가족들에게 밝힌 뒤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되려 한 번 관계를 가졌으면 같이 살아야 한다는 당시의 시선 때문에 결혼까지 해야 했다. 남편은 임신 3개월부터 외도를 시작했고 생활과 양육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자식들에게 이혼 가정을 만들어주지 않으려는 마음에 오랫동안 이혼할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그런 결혼생활을 16년이나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혼할 수 있었던 그는 ‘일찍 끝내지 않고 그 꼴을 당하게 해서’ 자식들에게 제일로 미안하다고 한다.
이혼하고 나서는 화장품 외판원, 피부 관리사, 세신사 등의 일을 거치며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부양했다. 특히 세신사 일을 하면서는 불면증에 피부 발진, 허리디스크까지 얻어 몸에 안 아픈 데가 없었다. 그래도 정금순은 그 시절이 좋았다고 회상한다. 잘못 만난 남편에 묶여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던 때보다는, 몸이 고단하더라도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스스로와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 보람차고 신났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다 자라고 건강 문제로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재혼해 나주로 들어갔다. 새로 만난 남편은 청각장애 3급이고, 정금순과 마찬가지로 재혼이어서 전처의 딸이 한 명 있었다. 딸의 분리불안 때문에 갈등을 종종 겪는 등, 새엄마 역할은 만만찮았다. 더군다나 해본 적 없던 농사일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남편과 살 때를 생각하면 즐거운 일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특히 친자식들에게 미안한 게 많은 그에게는 새로 생긴 딸의 의미가 각별하다.

농민회 안 했으면 이렇게 강단 있겠어요?

“동강면 여농에서 시작해서 전여농까지, 생각해보면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농민회 아니었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 그저 식구들이랑 집에 묶여서 바글바글대다 말았을 거잖아요.”(김순애)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의 농촌 여성들은 자기 손으로 삶을 일구고 있는 주체다. 쌓인 한만큼 많은 열정으로 살아온 터라, 여성농민회 활동을 통해 농촌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놀랍지 않은 일일 것이다. 특히 김순애는 제대로 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을 맡아 특유의 강단으로 한동안 농민운동을 이끈 바 있다. 정금순도 마찬가지로 여성농민회 총무로 활동하며 농촌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늦게서야 농촌에 들어왔지만, 농촌에 대한 그의 진지함과 애정은 각별하다.
농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이 기존의 농민운동사와 궤를 달리하는 것은, 농촌이나 농민회의 족적을 쫓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분투한 이의 사연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순애에게 농민회 활동은 결국 사람과의 일이었다. 그는 농민회의 활동 내용보다는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겪은 갈등을 가슴 치며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더군다나 그에게 농민회 활동은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했다.

열정의 소용돌이를 넘어

“한 치 앞도 모르는 삶과 스스로 선택하여 살아가는 삶 사이의 길항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수긍하고 저항하는지에 따라 정체성이 형성되고 계속 변태하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저자는 작업 내내 두 여성농민의 삶에 공감하기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하면서 나름의 주석을 붙인다. 김순애와의 인터뷰 후기에서는 ‘주인공의 힘과 열정, 상처와 분노가 나를 붙들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했다’고 고백한다. 가족과의 관계, 가난의 설움, 남들의 시선 속에서 자기 삶을 피워낸 치열함은 주변 사람들을 찌르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를 소모시키기도 했다. 김순애가 친남매들의 이혼을 비난하는 것이 그렇고, 정금순이 친자식들에게 갖는 죄책감이 그렇다.
이들이 보여주는 한과 열정 속에는 돌봄 노동,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념, 가부장제에 갇힌 욕망 등 좀더 눈여겨보아야 할 문제들이 얽혀 있다. 저자의 말대로 ‘억척이고 열정이고는 많은 경우 아픔 때문’이며, 그 아픔은 결국 세상과 직결되어 있다. 타인을 돌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김순애와 정금순이 겪은 돌봄 노동은 사회가 여성에게 떠맡겨버린 일종의 족쇄이기도 하다. 혹은 정금순의 첫 결혼 이야기나 남들 시선이 두려워 이혼을 꾹꾹 참는 모습은 여성억압적인 사회 구조와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의 두 여성농민은 끝끝내 자기 삶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회고는 단지 지난날을 기술하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날들을 돌아보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거리두기의 과정일 것이다. 저자는 각 인터뷰의 후기에서 그들의 삶에 지지와 존경을 보내며, 계속해서 흔들리지 않고 걸어나가기를 응원한다. 김순애와 정금순은 앞으로도 억척스럽게 스스로를 지키고 피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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