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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음(우리고전 100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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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쪽 | A5
ISBN-10 : 8971993146
ISBN-13 : 9788971993149
다산의 마음(우리고전 100선 11) 중고
저자 정약용 | 역자 박혜숙 | 출판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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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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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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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산문들!

다산 정약용의 산문 선집『다산의 마음』. 그 사상의 비판성과 혁신성에 주목하면서, 다산의 내면과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아 엮었다. 특히 자기성찰적 존재로서의 다산,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다산에 주목하고 있다. 문학, 철학, 정치, 경제, 역사, 과학 등 광범한 영역에 걸쳐 저술을 남긴 다산의 인간됨과 사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선집은 다산의 다양한 글을 소개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다산은 18년의 유배 생활 동안 좌절과 고통, 불안과 고독을 겪으면서도 자신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또한 평생 민중의 편에 서서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예리하게 비판하며,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다산은 꽃과 나무, 산과 물을 즐기며 가까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화려한 것보다는 고요하고 맑은 정취를 좋아했으며, 교류한 사람들에 대한 많은 기록을 남겼다. 특히 유배기간에는 자녀들에게 마음가짐과 학문하는 방법에 대한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 형 정약전에게도 일상생활이나 학문적 성과 등에 대한 편지를 보냈다.

시리즈 살펴보기!
고전을 부담감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고전 총서「우리고전 100선」시리즈.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을 위해 한국의 고전을 새롭게 구축하고자 했다. 고전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전문가의 깊이 있는 번역과 생동감 넘치는 우리말로 표현하였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저자소개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조선을 대표하는 대학자이자 사상가로서,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세계 인식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남겼다. 18년의 유배생활 동안 『경세유표』(經世遺表), 『목민심서』(牧民心書), 『흠흠신서』(欽欽新書)를 비롯한 500여권의 책을 썼으며, 평생에 걸쳐 탁월한 시와 산문 작품을 남겼다.

편역 박혜숙(朴惠淑)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인하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시조의 생태미학」, 「고려속요의 여성화자」 ,「여성영웅소설과 평등, 차이, 정체성의 문제」 등이 있으며, 저서로 『형성기의 한국 악부시 연구』, 편역서로 『사마천의 역사인식』, 『부령을 그리며―사유악부선집』 등이 있다.

목차

간행사
책머리에

나를 찾아서
'나'를 지키는 집
좌천의 즐거움과 괴로움
퇴계 선생을 우러르며
관아(官衙)를 새로 짓고
'여유당(與猶堂)'이라 이름 붙인 뜻
네 가지의 마땅함
떠 있는 삶
유배 생활 12년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
가진 것은 덧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
바로 '이'(斯)

파리를 조문(弔問)한다
목민관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토지는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토지의 공동 소유를 제안함
선비도 생산적인 노동을 해야 한다
신하가 임금을 몰아낼 수 있는가?
고구려는 왜 멸망했을까?
음악은 왜 필요한가?
참된 시(詩)란?
정치 잘하는 법
술자리에서 사람 보는 법
파리를 조문한다
백성들이 죽어 가고 있다

가을의 음악
겨울 산사(山寺)에서
가을 맑은 물
나의 아름다운 뜰
벽 위의 국화 그림자
부쳐 사는 삶
임금님의 깊은 마음
내가 바라는 삶
취한 사람,꿈꾸는 사람

가을의 음악
근심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바쁘지만 바쁘지 않은

우리 농(農)이가 죽다니
내 어린 딸
우리 농이
자식 잃은 아내 마음
아아, 둘째 형님
그리운 큰형수님
아내의 치마폭에 쓰는 글

밥 파는 노파
예술가 장천용
백성 이계심
인술을 펼친 몽수
효자 정관일
화악 선사(華嶽禪師)
기이한 승리
밥 파는 노파

멀리 있는 아이에게
첫 유배지에서
오직 독서뿐
새해 첫날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마라
가을 하늘을 솟아오르는 한 마리 매처럼
두 글자의 부적
재물을 오래 간직하는 법
천하의 두 가지 큰 기준
우리 집안의 가풍
사치하지 마라

해설
정약용 연보
작품 원제
찾아보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이 책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의 산문 선집이다. 다산 정약용은 우리 역사상 가장 광범한 영역에 걸쳐 가장 방대한 저술을 남긴 분이다. 저술의 범위는 문학, 철학,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과학, 의학 등에 걸쳐 있고, 그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이 책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의 산문 선집이다. 다산 정약용은 우리 역사상 가장 광범한 영역에 걸쳐 가장 방대한 저술을 남긴 분이다. 저술의 범위는 문학, 철학,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과학, 의학 등에 걸쳐 있고, 그 양은 5백 권이 훨씬 넘는다. 이 선집은 다산의 인간됨과 사유를 좀 더 전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사상의 비판성과 혁신성에 주목하되, 그의 내면성과 감수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을 뽑았다. 학자나 사상가로서의 다산만이 아니라 자기성찰적 존재로서의 다산에 주목했으며,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다산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다정다감하며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다산에 주목했다.

이 책은 우리고전 100선 시리즈의 11권이다. 12권은 조선의 천재 시인 이언진의 장편시 「호동거실」을 완역한 ‘골목길 나의 집’이다.

다산의 저술을 마주하면 우리는 흡사 장님이 되어 코끼리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산에 관한 오늘날의 선집이나 논저들을 보아도 다산의 겉모습을 두루 보여주기는 하지만 정작 그 본질은 놓친 경우도 있고, 그 본질을 주목했지만 일면만을 다룬 경우도 있으며, 비판성과 혁신성을 중시하다 보니 내면성은 간과한 경우도 있고, 인간적 측면을 부각하다 보니 사회적 측면은 소홀히 한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오늘날 독자들이 다산의 전모를 짐작이라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다산의 산문 선집이다. 이 선집은 또 하나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서 문제는, 스스로가 장님이라는 사실에 대한 무자각(無自覺)과 자기가 본 것만이 진리라고 여기는 아만(我慢)에 있다. 스스로 인식의 주관성과 부분성을 자각하고 타인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자기 견해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면, 비록 장님일지라도 코끼리의 전모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터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다산의 글을 통해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다산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불굴의 의지로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이러한 다산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하여 참된 지식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참된 지식인으로서의 다산의 모습은 ‘밖’으로 드러난 그의 모습이다. 한 인물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안’과 ‘밖’을 두루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내면적 존재이고, 개인적 존재, 가족내적 존재이기도 하다. 한 인물의 안과 밖, 내면과 외면, 사적인 측면과 공적인 측면, 지적인 측면과 정서적 측면, 말과 삶을 두루 살핌으로써 그 사람을 보다 깊이 있고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산의 글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다산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나’를 허투루 간수하였다가 ‘나’를 잃은 사람이다.” _나를 찾아서

다산은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평생 자기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유학자라면 누구나 성찰과 수양을 강조하지만, 다산의 자기성찰은 매우 진지하고 투철했다. 28세에 관직에 진출한 이래로 40세에 유배를 떠나기까지 정적들의 끊임없는 비방과 공격을 받았고, 그래서 그의 관직생활은 상당히 험난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그의 내적 성찰은 더욱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우습게 여기고 남을 깔보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재주와 능력을 뽐내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영예를 탐내고 이익을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남에게 베푼 것을 잊지 못하고 원한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생각이 같은 사람과는 한 패거리가 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공격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잡스런 책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함부로 남다른 견해만 내놓으려고 애쓰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니, 가지가지 온갖 병통들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여기에 딱 맞는 처방이 하나 있으니 ‘고칠 개(改)’자가 그것이다.
─ 「퇴계선생을 우러르며」에서

젊은 시절 다산의 성찰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글이다. 다산은 퇴계선생의 글을 읽으며 퇴계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였다.
다산의 자기성찰은 모호하거나 피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지방의 말직으로 좌천되어서도 마음가짐은 어떻게 하고 공무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따져보고(「좌천의 즐거움과 괴로움」), 깐깐하게 자기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때로는 잠시 소신을 굽히고 현실과 지혜롭게 타협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관아를 새로 짓고」).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가, 온 세상에 떳떳한 일인가를 생각하며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한다(「‘여유당’이라 이름 붙인 뜻」).
18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다산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통, 불안과 고독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산은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모든 공직자는 백성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_파리를 조문(弔問)한다

다산은 평생토록 진심으로 민중의 편에 서서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예리하고 철저하게 비판한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타파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늘 아래 굶주린 사람이 사라질 수 있을까? 다산은 평생 이러한 물음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에 대한 모색이 토지제도 및 정치제도에 관한 소(小)논문들, 일련의 애민시(愛民詩)들, 만년의 2서1표(『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의 저술 등으로 현실화되었다.
다산은, 참된 권력의 원천은 백성에게 있으며 모든 공직자는 백성을 위해 복무해야 하고(「목민관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은 정당한 것이라는 점(「신하가 임금을 몰아낼 수 있는가」)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다산사상의 비판성과 혁신성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투철한 응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인해 더욱 치열하고 근본적인 것이 될 수 있었다.

“온 세상 사람은 모두 부쳐 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_가을의 음악

다산은 진지하고 엄격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 꽃과 나무, 산과 물을 즐길 줄 알며,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정을 나누기도 하고, 홀로 고요와 고독 속에 침잠하기도 하였다.
다산은 화려하거나 유별난 것을 좋아하기보다는 고요하고 맑은 정취를 좋아하였다(「겨울 산사에서」,「가을 맑은 물」). 벽 위에 비친 국화 그림자를 즐기는 모습에서는 다산이 수묵화처럼 절제된 아름다움을 좋아하였음을 알 수 있다(「벽 위의 국화그림자」).
유배 이전의 다산이 단아한 선비의 미의식과 감성을 주로 보여준다면, 은거를 계획하던 유배 직전이나 유배 이후의 다산은 은자적(隱者的) 정서와 감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근심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담박하고 청량한 삶, 한가하면서도 한가하지 않은 삶(「바쁘지만 바쁘지 않은」)을 피력한 다산의 글에는 세속과 멀찍이 거리를 둔 초연미와 한적미가 깃들어 있다.
아름다운 음악에 귀 기울이듯, 가을 단풍을 음미하며 인생의 가을에 최선을 다짐하는 노(老) 다산의 모습은 원숙하면서도 순수하다(「가을의 음악」).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은데도 나는 살아 있고,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나은데도 너는 죽었다.” _우리 농(農)이가 죽다니

다산은 6남 3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 중 살아남은 아이가 2남 1녀였고, 죽은 아이가 4남 2녀였다. 여러 아이의 죽음 하나하나가 다산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었겠지만 유배 시절에 겪은 막내아들 농이의 죽음은 특히나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잖아도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현실적 어려움과 심적 고통을 겪게 된 데 대해 자책감이 컸던 다산은 유배지에서 막내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는 아버지가 되어서 병든 어린 아들을 돌봐주고 지켜줄 수 없었다는 데 대한 깊은 회한을 절절히 토로하였다(「우리 농이」).
유배기간 내내 다산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 사람은 둘째 형님 정약전이었다. 다산은 강진에서,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만 15년을 서로 몹시 그리워하면서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그동안 다산은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학문적 성과 등을 수시로 둘째 형님에게 편지로 써 보냈다. 형님과의 편지왕래를 통해 다산은 고독감과 소외감을 떨칠 수 있었고, 형님의 격려에 힘입어 더욱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다. 다산이 55세 되던 해에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세상을 떠났다. 하늘 아래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주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며 통곡하는 다산의 모습은 참으로 비통하다(「아아, 둘째 형님」).

“나는 노파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크게 깨달았고, 삼가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났다.”_밥 파는 노파

다산은 자신이 교유하거나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겼다. 다산은 인간적 미덕을 갖춘 인물들에 대해서는 나이와 신분, 계층이나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강진에서 다산은 열 살 아래의 혜장 선사와 각별하게 교유하였고, 그의 탑명(塔銘)과 그의 스승인 화악 선사의 비명을 썼다.
어떤 편견이나 우월감 없이 인간을 공평하게 대하는 다산의 면모는 「예술가 장천용」에서 잘 확인된다. 다산은 장천용의 퉁소 연주를 듣고 싶었지만 그를 억지로 데려오지는 말도록 하였고, 술 취한 그를 따뜻하게 대하였으며, 그 예술적 재능과 감춰진 인간미를 깊이 이해하였다.
강진 시절에 세 들어 살던 주막집 노파에 대한 기록은 더욱 인상적이다. 다산은 “어머니의 노고가 더 큰데도 왜 유교에서는 아버지를 더 중시하느냐”는 노파의 질문을 경청하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그 생각에 경의를 표하였다. 민중적 인물을 대하는 다산의 태도에서 인간에 대한 진정한 예의를 발견하게 된다.
다산은 자신이 “선(善)을 몹시 좋아했지만 비방을 유독 많이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산은 올바름과 선함을 무척 좋아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다산이 사람을 볼 때에도 그들의 올바름, 순수함, 선량함을 주목한 경우가 많았다.

“사나이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하늘을 솟아오르는 한 마리 매와 같은 기상이 있어야 한다.” _멀리 있는 아이에게

다산은 학연(學淵)과 학유(學游)라는 두 아들을 두었다. 다산으로 인해 집안은 폐족(廢族)이 되었고, 아이들은 좌절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곁에 있다면 달래고 타이르고 꾸짖으며 그 마음을 다잡아 줄 수도 있으련만, 자신은 천 리 먼 곳에 떨어져 있었다. 두 아들을 마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다산은 장문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다산의 가르침은 마음가짐과 학문하는 방법과 일상의 범사(凡事) 등 삶과 학문의 전반에 걸쳐 있다. 그 어조는 절절하고 자상하며 따뜻하고 준엄하다. 그 가르침의 내용은 바르고 크다. 바르고 크면 혹 공허할 수도 있건만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상황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르침의 세부내용에는 변화가 있지만 근본적인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신의 소신과 아들에게 한 말이 다르지 않았고, 아들에게 한 말이 제자나 남들에게 한 말과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말로 한 가르침이 평소 행동으로 보여준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았다.
다산이 아들에게 써 준 글을 읽노라면, 흡사 우리 자신이 자녀가 되고 제자가 되어 생생하게 그 음성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꾸짖음에 마음이 숙연해지고, 그 절절함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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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다산의 마음 | si**neil | 2011.08.3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다산 정약용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국사 교과서에서다. 조선 후기, 목민심서를 비롯한 많은...
     
      다산 정약용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국사 교과서에서다. 조선 후기, 목민심서를 비롯한 많은 책을 저술한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는 것 이외에 아는 것이 없었다. 교과서에서는 그 정도만 알면 되었으니까.
     
      그래서 다산 정약용 선생 하면 나는 늘 묵묵히 글을 쓰는 강한 학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산 선생은 흔들림도 없고 괴로움도 없고,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상관하지 않고 꿋꿋이 헤쳐 나가는 바위 같은 이미지였다. 그래서 더욱 다산 선생에 관한 글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어느 정도 잘난 사람을 보면 흉내를 내 볼 엄두라도 나지만, 어마어마하게 잘난 사람이라면 지레 포기하고서 "저 사람은 나와 종자가 달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그런 심보였달까.
     
      <다산의 마음>은 제목답게,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여러 모습을 담고 있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학자의 모습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한 것은 어린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 관직을 잃고 긴 시간 유배당하면서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못하고 그래서 편지로 훈계를 할 수 밖에 없던 아버지의 모습, 벽에 비친 국화 그림자를 보면서 즐거워하다가 급기야 친구들까지 초대해 국화 그림자를 보여주는 소탈한 모습, 그리고 남이 한 이야기 하나를 허투로 듣지 않고 귀기울여 듣고 생각하는 학생의 모습까지 다양했다. 우습게도 <다산의 마음>을 읽는 내내 한 것은, "이 분도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200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0년 전의 사람인 다산 선생이 쓴 글에 내가 이렇게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생각컨대, 다산 선생은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물을 깊게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도 같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슬프면 슬프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었고, 괴로우면 괴롭다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었다. 가만히 책을 덮고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의 업적을 보고 존경하기는 쉽지만, 어떤 사람의 인품을 보고 감동하기는 그보다 어렵다. 그것도 실제로 본 것이 아니라 활자를 통해 접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으로 200년 전의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받다니 신기한 경험이다. 책을 통해서 지은이와 읽은이가 소통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2009. 9. 25.
  • 전직 국회의원이자 다산 연구소 이사장인 한국고전번역원 박석무 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왜 지금 다산(茶山)을 읽어야 하는지에...
    전직 국회의원이자 다산 연구소 이사장인 한국고전번역원 박석무 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왜 지금 다산(茶山)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다산은 용인(用人)과 이재(理財)라는 통치의 두 가지 원리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개혁가이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박원장의 다산에 대한 평가를 가벼이 흘려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가 현실정치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신분차별이 없는 인재등용과 백성중심의 토지제도가 오늘날에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시대의 권력을 향유한 위정자들이 ‘역사는 반복된다’는 문장을 깨져야 할 징크스가 아닌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그는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가 남긴 500여권의 책이 단순하게 한 분야가 아닌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저술을 남겼음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기껏해야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돌베개에서 그 동안 고리타분하게만 느꼈던 ‘고전읽기’를 쉬운 번역과 간단한 해설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우리고전 100선>을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다산의 마음』은 <우리고전 100선>의 열 한번째 책으로 다산의 다양한 산문집을 여섯 개의 장(나를 찾아서, 파리를 조문하다, 가을의 음악, 우리 농이가 죽다니, 밥 파는 노파, 멀리 있는 아이에게)으로 재구성해 그의 자기성찰과 애민정신, 세상을 보는 세심함, 남편이고 아버지였기에 고뇌했던 인간 정약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악어의 눈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를 필두로 국회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장관, 심지어는 청와대 각종 위원회 위원장까지 재래시장을 찾아 떡볶이나 어묵을 먹어 보이며 서민과의 친근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행보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악어가 먹이를 씹으면서 먹히는 동물을 향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인 셈이다.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의 발전이 직접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삶의 일부가 된 미디어를 장악함으로써 통치의 편이성을 추구하는 상반된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다산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그는 고통받는 백성들의 애환을 눈으로 확인하고 백성들과 부대끼며 직접 체험했다.

    “아아, 이 파리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굶어 죽은 사람들이 변해서 이 파리들이 되었다. 아아, 이들은 기구하게 살아난 생명들이다...파리야, 날아와 이 음식 소반에 앉아라. 수북한 흰 쌀법에 맛있는 국이 있단다. 술과 단술이 향기롭고, 국수와 만두도 마련하였다. 그대의 마른 목을 적시고 그대의 타는 속을 축여라.” -<파리를 조문하다> 중에서

    그러나 그의 애민정신은 오늘날 유행하는 ‘○○행보’와는 차원이 달랐다. 백성들과 함께 하고픈 그의 정신은 구체적인 사상으로 이어졌다. 조선식 공산주의 사상이라고 할 만한 여전법(閭田法) 주장은 그의 애민정신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혁신적이다. 토지의 균등한 분배, 토지의 공동 소유, 토지의 노동에 따른 분배를 골자로 하는 것이 여전법이다. 또 그는 권력의 원천은 백성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즉 부패한 권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은 정당하다는 민주주의 의식도 엿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그러하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주장들이다.

    자아성찰, 가족 및 주변의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틋함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았던 다산의 애민정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아마도 권력 투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권력의 뒤안길인 오랜 유배생활이 백성과의 공감을 더욱 돈독하게 했을 것이다. 권력에 기웃거리는 대신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알았고 주변인과 주변 사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있었기에 그의 사상이 진정성을 갖는 것이다.


    “천하 만물 중에 잃어버리기 쉬운 것으로 ‘나’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러니 꽁꽁 묶고 자물쇠로 잠가 ‘나’를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나’를 지키는 집> 중에서

    ‘나는 노파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크게 깨달았고, 삼가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밥 파는 노파가 천지간의 지극히 정밀하고 미묘한 뜻을 말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매우 기이하고도 기이하도다.” -<밥 파는 노파> 중에서

    “내가 너희 어머니 처지에서 생각해 보니, 문득 내가 아비라는 사실도 잊은 채 다만 어머니의 상황이 슬플 따름이다. 너희들은 모쪼록 마음을 다해 효성으로 모셔 어머니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여라.” -<자식 잃은 아내 마음-두 아이에게-> 중에서
     

    지도자를 꿈꾼다면 먼저 다산을 읽어라

    다산과 우리는 20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초월해 살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으니 자꾸만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200년은 개벽이라 할 만큼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진보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함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과 불나방처럼 그 권력을 쫓아가는 위정자들이다. 백성들의 신음소리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버린 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재래시장 돌며 흘리는 눈물은 시간이 지나면 마르기 마련이다. 그 눈물이 마를 수 없는 사랑이었음을 증명하는 길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여것 밖에는 없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왔다. 지도자를 꿈꾸는 선량들의 공약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공약에는 늘 서민이니, 백성이니 하는 단어들로 포장되어 있다. 과연 그들 중에 서민들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권력의 달콤함에 심취해 보고픈 욕망에 영화제 주연상감 연기는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그럴듯한 말장난(?)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기 전에 지도자를 꿈꾼다면 먼저 다산을 읽어라.
     
  • 1. 시작 -  고전 읽기의 오류...

    1. 시작고전 읽기의 오류

     

    한때 고전(古典) 읽기에 치중했던 적이 있었다.  20대 초반의 일이다문학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에서부터 19세기 러시아의 문호인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까지, 철학으로는 플라톤에서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까지. 그리고 서양의 많은 역사서와 인문 서적들을 긁어 모았고 경박한 현대의 서적들이 갖지 못한 가치들을 고전으로부터 발견하고 나름 뿌듯해했다.   그러나 훗날 되돌아보니 이것은 몹시도 무가치한 독서였다.

     

    고전에 대한 가치를 알고는 있었으나, 그것은 모두 서양의 문명 속에 함몰된 것이었다. 우리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먹고, 5천년의 풍부한 문화적 관습 속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고전을 읽는다고 했지만 고작 손에 잡은 것은 서양의 문학과 철학책이었다.  나름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 읽기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 내가 왜 이러한 편협에 이르렀을까?  요즘 들어 일상적인 독서에 기초적인 성찰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이 성찰 안으로 나를 불러들인 것은 다름아닌 다산 약용이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다산은 전라도 강진 땅 귤동마을에 있었다한양으로부터 형극(荊棘)의 유배길을 나선지 십 년 가까운 시간이 다 돼 가던 시간. 다산은 귤동마을 다산초당에 거하며, 임금의 사랑도 잊고 벼슬길의 영광도 뒤로한 채 쓸쓸히 마흔 후반과 오십 초반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나라에 큰 죄를 짓고 폐족(廢族)이 되어, 고향에서 수백 리 떨어진 강진 땅에 와 있었다. 18세기 조선 후반 권력 구도는 정조 임금이 승하한 후, 노론계열이 남인 유식층을 몰아내는데 온 힘을 쏟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서슬 퍼런 시절 정약용이 목숨을 구한 것만도 천운이라 부를 만 했다다산이 지은 죄라곤 십 수년 전 천주학 서적을 읽었다는 것, 그의 주위에 천주학에 빠진 이들이 몇 있었다는 것이 전부였다다산은 결국 유배되었다이것은 정치적 보복이었다그러나 역사 속에서 이 같은 예는 흔하다. 조선 500년 역사 자체가 당쟁의 피 비린 내 나는 싸움터였기 때문이다역사란 냉혹한 것이라서 거대한 흐름 속에 한 개인의 운명 따윈 게으치 않는 게 그 순리 아니던가그럼에도 나는 다산이 안타깝고 그 운명이 아프다만약, 다산을 지극히 사랑했던 정조 임금이 오래 살았다면 조선의 앞날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질없는 역사적 추론이 마음속에 일렁인다. 만약, 그의 실학사상이 제도권 안에서 빛을 발할 수만 있었다면 그의 유배 이후 100년 훗날 나라가 망하는 수치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더 미래에 남북분단의 현재적 비극이 이어지지도 않았을 거란 가정을 하게 된다.

     

    오늘날 다산을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다.  200 전 유배지에서 고독과 슬픔을 안으로 삼키고, 역사적인 저작들을 써 내려갔을 고통의 시간들에 비하면 이것은 분명 격세지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 또한 그의 웅대한 영혼 속에 파묻히고 싶은 욕망에 포위되었다.  그 절정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서양적인 것이 점령해 버린 현대, 21세기 대한민국, 학문과 문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양의 그림과 서양의 음악과 서양의 문학이 더 우월하고, 우리의 문화란 빈곤하고 초라하단 편견 속에 전도된 문화적 자부심이 부재한 시절, 다산이야말로 그 모든 편파적인 사고틀을 통쾌하게 전복시키고, 수정할 단 한 분의 위인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역사 속에 세계에 떳떳하게 내놓을만한 대학자가 불과 200여 년 전 이 땅의 어느 구석진 곳에서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았다는 사실, 조선왕조의 부패한 정치상황 속에서 백성을 위한 사랑이 넘쳐 흘렀던  한 분의 따뜻한 목민관이 존재했다는 사실, 그와 더불어 오늘날 관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명저(名著) 목민심서의 저자가 바로 그였다는 사실들이 그 같은 전복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는 근거다다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200년 전 오롯이 조선땅에 우리처럼 발 붙이고 살았던 그의 영혼, 그 마음 안으로 들어가고 싶단 소망을 솟게 한다<다산의 마음>, (돌베개, 2008 박혜숙 편역)을 읽게 된 것은 그러므로 내겐 필연과도 같다.

     

     

    2. 만남 - 讀者, 다산의 마음에 가닿다

     

    이 책에 소개된 다산의 글들은 진정 그가 어떤 부류의 인간이었는지를 설명한다조선의 대학자이며, 500여권의 여유당 전서를 남김으로써 민족의 문화적 자부심이 된 사람, 감히 넘겨짚을 수 없는 그의 학문적 깊이와 더불어, 이 책 안에서 백성을 지극히 사랑해서 언제나 그 고통을 잊지 않고 함께 슬퍼할 줄 알았던 영원한 목민관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한다먼 귀양지에서 수백 리 떨어진 고향 땅의 자식과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따뜻한 아비와 남편의 모습도 놓치면 안 된다.  가난과 명예가 학문하는 길의 방해물이나 그 목적이 될 수 없음을 피력하는 것에서 후학들에 대한 그의 애정이 묻어난다어느 글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마음 가득 절절히 독자의 가슴을 적시는 것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때문이다.  그것은 다산의 성정(性情)의 기본을 이루는 인간다움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라는 글은 유배지에서 52살에 지은 글이다.  세상일이란 항상 괴롭고 항상 즐거움만이 있는 게 아니다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다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진리를 풀어 설명한 글이다노론정권의 핍박으로 셋째 형 정약종은 처형되고, 둘째 형 정약전과 다산은 각각 흑산도와 강진으로 유배를 왔다일순간 폐족이 되었지만 이 절망의 순간에도 다산은 삶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려 한다그래서 "성안에서 있을 적에는 항상 마음이 울적하고 갑갑했지만, 다산에서 살게 된 이후 안개와 노을을 구경하고 꽃과 나무를 즐기면서 귀양살이의 시름을 훨훨 잊게 되었다"(p.30)라고 쓴다모든 게 마음씀씀이에 달렸다행복해지고 싶다면 긍정하라다산의 단출한 가르침이다.

     

    정치인들이 반드시 일독해야 할 글이 있다. `정치 잘 하는 법'이란 글이다. 다산은 중국의 고사 하나를 끌어와 모름지기 정치와 정치인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명확한 설명을 해 보인다중국의 전설적인 선인(仙人)은 부구옹에게 어느 날 한 현령이 와 물었다정치 잘 하는 법이 무엇입니까이에 부구옹이 답한다.  "그대는 들으려는가? (), (), ()이다."   이에 현령이 의뭉스러워하자. 풀어서 답한다.   다산은 이렇게 썼다. " 내 그대에게 말해 주겠네, 청렴함은 밝음을 낳는다. 그러니 사물의 실상이 훤히 드러날 것이다. 청렴함은 위엄을 낳는다. 그러니 백성들이 모두 그대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청렴함은 강직함을 낳는다. 그러니 상관이 그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래도 정치 잘하는 방법으로서 부족한가?"(p.84)  다산은 정조시절 두 번의 관직생활을 했다. 금정찰방과 곡산부사로 짧게 재임했던 것이다. 그의 관직생활을 단 한자로 정리할 수 있다.  ()이다.

     

    다산은 모두 6 3녀를 낳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가 2 1녀이니 죽은 아이가 4 2녀나 된다. 그것도 모두 돌 전후의 애틋한 시간을 함께 있다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말았다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요, 세상의 조화인데 그 슬픔이 얼마나 크고 깊었겠는가그러나 유배 온 지 얼마 안되어 잃은 농()이는 각별했고 그래 고통이 몇 배는 컸으리라이 슬픔의 장 `우리 농이'에서 다산은 아이 잃은 슬픔을 이렇게 묘사한다. " 네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날 때까지가 겨우 3년인데, 나와 헤어져 산 게 2년이나 되는구나. 사람이 60년을 산다면, 40년 동안이나 아버지와 떨어져 산 셈이니, 참 슬프구나." (p.136)  이제 돌도 되지 않은 딸아이를 키우는 나는 출근하면 아른거리는 것이 아내의 얼굴이 아닌 딸아이의 얼굴이다. 부모 된 심정으로 통곡했을 유배지에서의 다산을 통해, 200년이란 시간은 온데간데 없이 그 심사에 온전히 공명(共鳴)한다.

     

    세상살이란 고달프기 마련이다그러나 느리게 걷더라도 가야 할 길은 가야하고, 받은 잔은 반드시 마셔야 하는 것이 세상이치다조선 왕조의 석학 다산은 이 고달픈 우리네 삶에 작은 힌트를 준다. `두 글자의 부적'이란 글에서 다산은 세상 살이의 이치를 설명한다. "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물려줄 수 있을 정도의 벼슬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글자의 부적이 있어 지금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들은 하찮게 생각하지 마라. 한 글자는 `부지런할 근()'자요, 또 한 글자는 `검소할 검()'자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논밭보다 훨씬 나아서 평생토록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p.200)  미국 헌법을 기초한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가난한 집안의 17자녀 가운데 15째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2년밖에 받지 않았다. 그가 성공의 조건으로 훗날 자서전에 남긴 교훈 가운데 두 가지가 바로 다산이 말한 검소함과 근면함이다동서양의 석학이 모두 인생의 성공 조건으로 언급한 것이라면 진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3. 결실 - 독서의 근본을 세우다

     

    어느덧 강진 땅 귤동마을 다산초당에 가본지도 몇 해가 흘렀다대학 시절과 사회에 나와 한번씩 그러니까 딱 두 번  그곳에 다녀왔다한번은 관광지처럼 마음 편히 생각하고 들렀던 곳그러나 몇 해가 흐르고 다산 선생의 글 몇 줄을 읽고 나서야 겨우 나는 그 공간에 서서 가슴 끝이 먹먹해오는 감정에 휩싸였다.  200년 전 다산 선생님이 초당 곳곳에 남겨놓으신 흔적들이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정치적 이해 때문에 형제를 잃고, 가문이 망하고, 폐족이 된 상황 속에서도 그는 학문하는 자의 강직함과 평생 목민관으로서 애민(愛民)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고독과 슬픔 그리고 억울함은 그가 훗날 역사에 남을 저작들을 집필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세상 살이의 고달픔과 분주함 때문일는지 초당에 다녀온 지도 한참이 지났다그러나 마음속에서 밀려오는 도덕적인 결핍들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빈궁해지려 할 때마다, 아니 책장에 반듯하게 자리잡은 목민심서와 그의 산문집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는 다산의 마음과 그곳 초당의 풍광들을 그리워했다.

     

    한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의 책 읽기가 지금 멈추어 있다무턱대고 많은 책을 읽으려다 제풀로 지친 격이다그러나 따지고 들어가보면, 나의 책 읽기에 하나의 중요한 결핍이 존재함을 최근에야 깨달았다그것은 고전읽기의 오랜 편협처럼 어리석은 일이다우연의 일치일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다산의 글을 읽다가 깨우친 것이다.  내게 독서의 근본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것이다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왜 그 많은 책들을 사 모으는가? 한번도 제대로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아니, 나는 물을만한 용기가 없었다.  목적의식 없는 독서, 근본이 세워지지 않은 독서는 무위한 일이다. 그것은 영원한 다람쥐 쳇바퀴 같은 고역(苦役)에 지나지 않는다왜냐하면 나는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할 것이고지극한 인간다움에 이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의 근본은 孝과 敬이다.  다산 선생은 이 책 `오직 독서뿐'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서하는 사람은 반드시 근본부터 세워야 한다. 근본이 무엇인가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다.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은 반드시 근본부터 세워야 한다. 근본이 무엇인가효도와 공경이다."   p.185,  {다산의 마음}, 박혜숙 편역 

     

    다산의 짧은 글이 잠깐 잠깐 맛 뵈듯 선보이는 이 책 속에서 나는 오늘 이 시대 살아 있는 다산의 존재감과 마주한다권력을 향해 끝없이 해바라기 하던 그 탐욕스런 인간들 사이에서 한 발 빗겨나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옷 한 벌을 걸치고, 초당의 정적 속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저작들을 써 내려갔을 그의 고독한 시간들을 상상한다.  베트남의 국부로 칭송 받는 정치가 호치민이 평생 베갯머리에 두고 삶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았던 목민심서의 웅혼한 문장들이 지금 이 시간, 이 세기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깨어있게 하는 것은 그 문장에 담긴 진정성, 곧 진실들 때문이다오늘 다산의 업적과 삶의 편린들이 평범한 한 아내의 남편돌이 채 지나지 않은 딸아이의 그 순진무구한 얼굴, 부모님의 자애로운 보살핌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이 시대 독서하는 자의 근본에 대해 묻고 있다그것은 사랑이며, 인간다움이다다산은 역사의 스승이자, 지금 이 시간 내 영혼을 밝히는 거대한 횃불이 아닌가?

     

     

           

     

                                                                    

                                                                   2009.9.21

     

  • 고전으로 돌아가자 | by**go96 | 2008.10.0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2
    이 책은 다산의 인간됨과 사유를 좀 더 전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사상의 비판성과 혁신성을 주목하되, 그의 내면성과 감수성을 아울러 이해하려고 한다.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다산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다정다감하며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다산을 주목하려고 한다(책머리에 中).  그래서 전반부는 다산의 혁신성을 후반부는 고뇌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은 다산의 인간됨과 사유를 좀 더 전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사상의 비판성과 혁신성을 주목하되, 그의 내면성과 감수성을 아울러 이해하려고 한다.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다산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다정다감하며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다산을 주목하려고 한다(책머리에 中).  그래서 전반부는 다산의 혁신성을 후반부는 고뇌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21세기 좁디 좁은 지구촌에 문화는 점점 획일화 되어 간다.  국적 불문의 문화산업과 이익만을 좇는 돈의 흐름, 재테크에만 집중되는 현대인의 시선을 고전에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무릇 지킬 것은 자기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사람을 사람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동안 서양 고전에만 집중되었던 나의 시선을 우리 고전 인물 속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데 내용이 어려워서 접근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쉽게 풀어 쓴 고전들이 종종 나와 일반 시민인 나로서는 여간 기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고전에 접근하면 쉽게 좌절할 수 있지만 이런 산문 형태의 글을 먼저 접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전체적인 주제가 있는 책이 아닌 산문이기 때문에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유익하다.  심심할 때 오징어 땅콩 먹듯이 먹는다면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고구려는 왜 멸망했는가?  자만했기 때문에 망했고, 안주했기 때문에 망했다.  어디 나라만 그렇겠는가? 많은 사람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憂患에 살고 安樂에 죽는다고들 하지 않는가(77).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물려줄 수 있을 정도의 벼슬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글자의 부적이 있어 지금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들은 하찮게 생각하지 마라.  한 글자는 부지런할 勤자로, 또 한 글자는 검소할 儉자다.  이 글자는 좋은 논밭보다 훨씬 나아서 평생토록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200).

     

    옛 사람의 글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의 훈련이 된다.  육체와 정신이 조화된 삶을 살려면 모름지기 이런 고전에 많이 접했으면 개인적으로 바란다.

     

    푸르메 출판사에서 출간한 다산어록 청상(2007)도 같이 읽으면 더욱 유익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산문집은 다산어록 청상이 읽을 거린 더 많다고 느끼는데 독자 취향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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