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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잘못 날아왔다(창비시선 288)
125쪽 | B6
ISBN-10 : 893642288X
ISBN-13 : 9788936422882
너는 잘못 날아왔다(창비시선 288) 중고
저자 김성규 | 출판사 창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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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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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 수사학으로 생의 비참함을 꿰뚫어보는 김성규 시인의 작품들!

김성규 시집『너는 잘못 날아왔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4년 동안 쓴 작품들 가운데 53편을 엄선해 묶은 첫 시집이다. 경험세계와 상상세계를 결합시키는 동화적 상상력과 환상적인 어법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김성규 시인은 치밀하게 들여다본 생의 단면을 통해 그 배후의 풍경을 그려낸다. 단정한 어법으로 매일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비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여준다.

시인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은 풍경들을 집요하게 발굴하여, 그 참상들을 통해 이 세상 너머를 새롭게 인식한다. 햇살 아래 드러난 비극과 고통은 이제 그곳에 머물지 않고, 더이상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다. 현실의 세계와 환상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시인의 상상력은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다가, 어느 순간 세계를 낯설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불길한 새>

눈이 내리고 나는 부두에 서 있었다
육지 쪽으로 불어온 바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파도 위를 날아온 검은 눈송이 하나,
춤을 추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 검은 새
젖은 나뭇잎처럼 쳐진 날개를 흔들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송 몇그루가
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
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저자소개

김성규
1977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눙예에 '독산동 반지하동굴유적지'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목차

제1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붉은 샘
꿀단지
국경 넘는 사내
동그라미
구름에 쫓기는 트럭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버섯을 물고 가는 쥐떼들
5월에,5월에 뻐꾸기가 울었다
유리병
황금잉어
불길한 새
만삭(滿朔)

제2부
빛나는 땅
왕국에서 떠내려온 구름
얼음배
탈취
물고기는 물고기와
눈동자
과식
손바닥 속의 항해
베개
난파선
하늘로 솟는 항아리
초원의 잠
만찬

제3부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두나무 위로 까마귀를 날린다
거식자(拒食者)
요람을 타고 온 아이
눈덩이를 굴리는 사내
네가 기르는 개를 쏘아라
겸상
누가 달에 이불을 널어 놓는가
빛나는 땅2
쇠공을 굴리는 아이들
아가리 속 붉은 혓바닥에 탑을 쌓는다
과적
햇볕 따뜻한 강에서
땅속을 나는 새
장롱을 부수고 배를
낙인

제4부
홍수 이후
오후가 되어도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오늘
황소
꽃밭에는 꽃들이
궁전을 훔치는 노인들
단지
사과와 잔 그리고 주전자가 있는 정물
통곡의 벽
목소리
존재하지 않는 마을

해설|황현산
시인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경험과 환상 세계를 넘어 시가 날아왔다 몽환의 수사학으로 생의 비참함을 꿰뚫어보는 개성적인 시각의 시인 김성규의 『너는 잘못 날아왔다』가 출간되었다. 김성규는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가 당선되어 등단할 때부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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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환상 세계를 넘어 시가 날아왔다

몽환의 수사학으로 생의 비참함을 꿰뚫어보는 개성적인 시각의 시인 김성규의 『너는 잘못 날아왔다』가 출간되었다. 김성규는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가 당선되어 등단할 때부터 이목을 끈 신예시인으로, 데뷔 이후 4년 동안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그 가운데 53편을 엄선해 첫시집을 묶은 것이다.
시적 대상을 포착하는 시인의 눈은 고고학자의 그것처럼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치밀하게 들여다본 생의 단면을 실마리 삼아 그 배후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으로 형상화된 이 세상은 비참하지만 한편으로 아름답다. 세계가 스스로 비참한 속을 확 열어젖히면서 비참함의 극점에 다다를 때 그 속에 어리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진실과 오묘한 빛, 시인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그만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모든 것은 산화되어 공기 속에서 부서지고 무너지고, 갈리고 사그라진다. 어쩔 수 없는 풍화작용에 노출된 존재들은 각각이 세상의 한 귀퉁이를 짊어지고 있다. 시인은 이들의 찢기고 쫓기는 일상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준다. 그 일상이 펼쳐지는 지상과, 그 지상을 굽어보고 있는 천상을 노래한다. 그는 단정한 어법으로 매일매일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낯선 풍경에 깊은 시선을 매단다.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 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이,/ 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 동굴에서 세 구(具)의 시신이 발견되었다//(…)입에서 기어다니는 구더기처럼/ 신문 하단에 조그맣게 실린 기사가/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 새벽/ 지금도 발굴을 기다리는 유적들/ 독산동 반지하동굴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부분

처녀의 시체가 호두나무에서 내려진다/ 눈 위에 눕혀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빛난다// 이듬해부터 가지가 찢어지도록 호두가 열린다/ 나일론 줄에 목을 감고 있던 그녀의 뱃속/ 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간 것을 사내들은 알고 있다// 노인들은 손바닥에 검은 물이 들 때까지/ 마당에 앉아 호두껍질을 벗긴다/ 어두워지면 검은 손이 나타난단다/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손바닥을 바라본다// 빈 하늘을 쓸어내리는 바람소리/ 호두알처럼 영근 아이들은/ 밤마다 계집애들 이야기를 한다/ 다 익은 처녀들을 찾아다니는 수염 검은 아이들/ 폭설로 하늘이 하얗게 반짝이는 날// 치맛자락처럼 펼쳐진 호두나무가 쓰러진다/ 참새 발자국만한 눈송이/ 지상에 웅크린 지붕을 밟고 가는 날/ 아무도 나무 위의 세상을 묻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마을」 전문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시인은 왜 자꾸만 이렇게 집요하게 캐내려 할까? 데뷔작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를 비롯해 많은 시편에서 시인은 섬세하면서도 집요할 정도로 묻어놓거나 덮어놓거나 외면해버린 풍경들을 발굴한다. 그는 땅속에 묻힌 값비싼 보물을 노리는 자가 아니다. 즉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모험가 기질의 고고학자가 아니라, 오히려 ‘나무 위의 세상’이 어떤지 안부를 묻는 형이상(形而上)의 세상에 눈을 대고 있는 관찰자다. 예기치 못하게 묻힌 것들, 아무도 찾으려 하지 않고 볼 수 없는 것들, 그 참상들을 통해서 이 세상 너머의 풍경을 새롭게 인식한다. 이러한 발굴 작업으로 햇살 아래 드러난 비극과 고통은 이제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 더이상 파묻힌 비극과 고통이 아니므로 슬픔과 아픔마저 더는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게 된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 그곳의 노래는 지상에서 한 뼘쯤 떠 있는 유령처럼 미끄러지며 다가온다.

눈이 내리고 나는 부두에 서 있었다/ 육지 쪽으로 불어온 바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파도 위를 날아온 검은 눈송이 하나,/ 춤을 추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 검은 새/ 젖은 나뭇잎처럼 쳐진 날개를 흔들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송 몇그루가/ 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 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불길한 새」 전문

어둡고 축축한 세계, 불행을 그리는 일에 집착하는 그의 시가 술술 읽히는 건 왜일까? 이 시집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그 이유가 ‘불행의 편’에 선 시인의 ‘몽환의 수사학’과 ‘유려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언어와 표현 덕분이라고 말한다. 또 이 시집의 가장 심각한 전언이 거기 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돼지를 잡는 노인들은 돼지의 “울음이 빠져나간 육신(肉身)을 위하여” 저마다 “한번씩 붉은 샘을 판다.”(「붉은 샘」) 그렇게 저마다 불행의 육신에서 먹을 것을 얻어낸다. “배가 불룩한 항아리들을 모조리” 깨부수듯, 애기 밴 처녀가 낙태를 할 때는 “밤마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달덩어리”가 “흔들리며 천개의 강에 독을 풀어놓는다.”(「하늘로 솟는 항아리」) 한 사람의 깨달음이 천만 사람의 깨달음이 되는 날이 있었다면, 한 사람의 불행이 천만 사람의 불행이 되는 날도 있다. 낡은 건물을 무너지고 신시가지가 조성되는 마을의 아이들은 “하늘에서 쇠공이 떨어”지고, “포클레인이 양철지붕을 누르자 한번 들으면 되돌릴 수 없는 음악처럼” 울리는 나팔소리를 듣는다.(「쇠공을 굴리는 아이들」) 묵시록의 가장 어두운 풍경이 거기 있다.―황현산 해설(121~22면)

한마디로 그의 시에서 초현실적인 힘을 뿜어내지 않는 불행은 없다는 것이다. 시인 김성규는 중력을 거부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의 시들을 쓴다. 우리는 그가 그린 시 속의 풍경에 섬뜩해하다가 어느새 구름을 밟고 있는 듯한 황홀에 빠지게 된다. 현실의 경험세계와 환상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상상력, 그리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시의 언어와 미학에 빠져들게 하다가 어느순간 이 세계를 낯설게 만들어버리는 힘, 이것이 이 신예시인의 범상치 않은 재능이다.
분명 김성규는 경험과 감각을 넘어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환상성으로 이 세계의 감춰진 이면을 발굴함으로써 기존의 리얼리즘을 갱신하는 패기를 보여준다. 경험세계와 상상세계를 무리없이 결합시키는 동화적 상상력과 환상적인 어법은 동세대 시인들과 겹치면서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읽을수록 강해지는 흡인력은 신인의 저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슬프고 끔찍할수록 그만큼 더 아름다운 시집은 그 유례가 드물기 때문에 이 신예의 행보는 더욱더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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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책시렁 85 《너는 잘못 날아왔다》  김성규 ...

    노래책시렁 85


    《너는 잘못 날아왔다》

     김성규

     창비

     2008.5.30.



      한 가지만 잘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할 테고, 한 가지는 도무지 못 보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잘 하는 사람이 참말 있으려나 하고 돌아보면, 좀 아니다 싶어요. 왜냐하면, 다들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살거든요. 아니, ‘나는 재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참으로 아픈 사람’ 말고는 숨도 쉬고 물도 마시고 밥도 먹고 걸어다니고 눈을 떠서 보면서 살아요. 《너는 잘못 날아왔다》를 읽으며 꼭 이렇게 글을 써야 했으려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어머니를 이야기하는 시라고 하면서 “늙고 쪼글쪼글해진 젖가슴을 만지듯”이라 말하는데, 시쓴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 생각일까요? 언제까지 이 대목에 머무르려 할까요? 시쓴이한테 시를 가르쳤다는 어른(사내란 몸뚱이였을 어른)이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했을까요? 늙고 쪼글쪼글해진 뭔가 보인다면 왜 그 몸뚱이가 보이는가를 깊이 살피기를 바랍니다. 왜 자꾸 겉몸만 보려 하는지, 왜 속마음을 읽는 길하고는 멀어지는가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잘못 날아온 숨결은 없습니다. 새는 숲에도 둥지를 틀지만 서울 한복판에도 둥지를 틀어요. 어디에 둥지를 틀든 오로지 사랑입니다. ㅅㄴㄹ



    늙고 쪼글쪼글해진 젖가슴을 만지듯 / 젓가락으로 살을 집어 / 어머니 앞에 내려놓는다 /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물고기를 드신다 // 자기를 꼭 닮은 물고기와 / 물고기는 죽어가며 무슨 말을 나누었을까 (물고기는 물고기와/44∼45쪽)


    누나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운다 / 아무거나 때릴 수 있는 게 없을까 / 담벼락에 낙서를 하던 아이들이 / 달아나며 못을 버리고, 금간 항아리 같은 여자가 / 마당으로 걸어들어간다 (하늘로 솟는 항아리/56쪽)


    (숲노래/최종규)



    너는잘못날아왔다_t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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