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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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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215*23mm
ISBN-10 : 8998439727
ISBN-13 : 9788998439729
고기의 인문학 중고
저자 정혜경 | 출판사 따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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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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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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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어떤 고기를, 어떻게 먹어왔을까? 한식의 중심 밥을 다룬 《밥의 인문학》, 한국인의 생명줄 나물을 다룬 《채소의 인문학》의 저자 호서대 정혜경 교수가 고기를 통해 본 한국인의 역사 『고기의 인문학』. 유례없이 풍요롭게 고기를 즐길 수 있게 된 지금, 우리는 과연 고기를 잘 먹고 있을까? 저자는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환경 파괴를 극복할 고기문화의 미래가 우리 조상들이 고기를 먹어온 방식 속에 있다고 이야기하며 선사 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고기 역사를 살펴본다.

소, 돼지, 닭에 집중된 육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해왔다. 쇠고기를 먹기 위해 인간이 먹을 곡물을 사료로 쓰고,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돼지와 닭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비윤리적 동물 학대는 심각하다. 저자는 식량 보장, 환경 보전, 동물복지를 위한 대안이 식용 육류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희소한 육류 자원을 조금이라도 잘 활용하려고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조상들은 꿩과 메추라기, 토끼와 사슴 등 다양한 고기를 사육해서, 또 사냥해서 먹었고,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수많은 조리법을 발달시켰는데, 저자는 살코기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해산물 및 채소를 위주로 하되 고기를 포인트로 음식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야말로 미래 대안 육식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저자소개

저자 : 정혜경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로 재직 중이며,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과 대한가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학에서 서구 영양학을 공부했지만, 한식 요리를 배우면서 한국 음식문화의 역사 그리고 과학성에 매료되었다. 30년 이상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한국의 밥과 장, 전통주 문화에 관한 연구와 고조리서 연구, 종가음식 연구 등을 해왔다. 이 밖에도 한식을 과학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김치 품질 측정기, 기능성 솔잎 맛김, 한방맥주, 닭발을 이용한 전약제조 등의 제품 특허를 받기도 했다.

1996년 《서울의 음식문화》(공저)를 시작으로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공저), 《한국음식 오디세이》, 《천년 한식 견문록》, 《한국인에게 막걸리는 무엇인가》(공저), 《한국인에게 장은 무엇인가》(공저), 《정혜경 교수가 들려주는 우리 음식 이야기》, 《금산 인삼백주 청양 구기자주》(공저), 《옛 그림 속 술의 맛과 멋》, 《조선 왕실의 밥상》을 썼다. 2015년 《밥의 인문학》, 2017년 《채소의 인문학》을 낸 데 이어 이번에 《고기의 인문학》을 펴낸다.

허락된다면 앞으로도 한식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요리하면서 자유의 맛을 느끼는 느린 삶을 살고 싶다.

목차

책을 내며 ㆍ 5
들어가며 한국인에게 고기란 무엇인가 ㆍ 15

1부 고기를 밝힌 한국인

1장. 간추린 고기 역사 1: 선사 시대에서 고려까지 ㆍ 20
신석기인들은 야생 육류를 먹었다 ㆍ 20
부족국가 시대, 가축을 사육하다 ㆍ 26
삼국시대, 고기 음식의 시대 ㆍ 28
고려, 불교 숭상과 육식의 쇠퇴 ㆍ 32
2장. 간추린 고기 역사 2: 조선 시대에서 현대까지 ㆍ 39
조선 시대의 쇠고기, 금하고 탐하다 ㆍ 39
조선인의 눈에 비친 외국의 고기문화,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고기문화 ㆍ 52
일제강점기의 고기 사정 ㆍ 57
3장. 그림과 문학 속 고기 풍경 ㆍ 65
풍속화 속 고기구이 장면 ㆍ 65
판소리 다섯 마당에 드러난 고기문화 ㆍ 78

2부 한국인의 상용 고기 이야기

4장. 삼겹살의 나라, 한국의 돼지고기 ㆍ 94
언제부터 돼지고기를 먹었을까 ㆍ 95
세계인과 돼지고기 ㆍ 100
돼지고기는 어떻게 먹었나 ㆍ 104
5장. 한국인의 질긴 사랑, 쇠고기 ㆍ 115
소는 언제부터 사육되었을까 ㆍ 116
쇠고기, 뇌물에서 놀이까지 ㆍ 120
고기 요리에 알맞은 소 부위와 그 이름 ㆍ 124
6장. 치맥과 삼계탕의 나라, 닭고기의 역사와 문화 ㆍ 129
닭의 기원을 찾아서 ㆍ 130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먹는 고기 ㆍ 134
현대인이 즐기는 닭고기 요리들 ㆍ 139
7장.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 개고기 ㆍ 146
개고기 식용의 역사 ㆍ 147
개고기는 보양식이었다 ㆍ 152
개화기, 개고기 식용에 놀란 외국인들 ㆍ 156
8장. 한국인이 즐긴 다양한 고기들 ㆍ 159
우리도 양을 사육하고 먹었다 ㆍ 160
납일에 먹는 시절식, 사슴고기 편육과 참새고기 ㆍ 167
제주도에서 주로 먹은 말고기 ㆍ 170
수궁가의 토끼 간, 토끼고기 ㆍ 173
음식보다는 약, 거위와 오리 ㆍ 175
이름도 많은 염소 ㆍ 178
조선의 중요한 식재료, 꿩과 메추라기 ㆍ 181
조선 시대에는 곰 발바닥을 먹었다 ㆍ 186
3부 다양한 고기 조리의 세계

9장. 이토록 다양한 고기 조리법 ㆍ 190
고기는 역시 구이: 맥적, 설야멱적, 너비아니, 방자구이 그리고 불고기 ㆍ 190
국물 민족의 고깃국: 곰탕, 설렁탕, 해장국, 육개장 ㆍ 203
삶는 고기 요리: 편육, 족편, 순대 ㆍ 212
끓이면서 즐기는 전골 ㆍ 218
조리고, 찌고, 볶고: 장조림, 장똑똑이, 쇠고기지짐, 볶이 ㆍ 222
의례 음식의 꽃: 적과 전 ㆍ 229
생으로 즐기는 고기 요리, 육회와 갑회 ㆍ 235
그 밖의 다양한 고기 음식들 ㆍ 240
10장. 고조리서를 통해 본 육류 조리법의 세계 ㆍ 254
500년대의 고기 조리법을 알 수 있는 《제민요술》 ㆍ 255
조선 고조리서의 교과서, 《거가필용》 ㆍ 257
《음식디미방》의 고기 요리들 ㆍ 260
《규합총서》의 고기 요리들 ㆍ 263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과 《조선요리법》 속 고기 음식 ㆍ 266
11장. 세계인의 고기 조리법 ㆍ 271

4부 고기의 과학, 맛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12장. 고기 맛의 비밀 ㆍ 278
고기는 왜 맛있을까? ㆍ 278
부위별로 맛있게 조리하는 법이 다르다 ㆍ 284
닭고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ㆍ 292
13장. 고기와 건강 ㆍ 295
고기를 먹으면 건강이 나빠질까 ㆍ 295
아직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많다 ㆍ 300
육류 섭취와 생활습관병 ㆍ 304

5부 고기문화의 미래

14장. 육식이 환경을 망친다 ㆍ 310
15장. 공장식 축산의 진실과 동물복지 축산 ㆍ 313
16장. 지속가능한 고기문화의 미래 ㆍ 319

나가며 고기와 함께한 여정을 끝내며 ㆍ 326
참고문헌 ㆍ 330

책 속으로

안악 3호분의 벽화에 외양간과 마구간 등이 나옴으로써 소, 말 같은 가축을 사육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방의 동쪽 벽에 고기를 보관하는 저장고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노루, 멧돼지 등이 쇠갈고리에 꿰어 매달려 있다. 조선 시대에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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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악 3호분의 벽화에 외양간과 마구간 등이 나옴으로써 소, 말 같은 가축을 사육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방의 동쪽 벽에 고기를 보관하는 저장고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노루, 멧돼지 등이 쇠갈고리에 꿰어 매달려 있다. 조선 시대에는 고기 판매소를 고기를 걸어둔다는 의미로 현방懸房이라고 불렀는데, 이의 원형을 고구려 고분벽화가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지금의 고기 저장고와도 유사하다. 부엌 옆에 이런 고기 저장고를 설치한 것으로 보아 안악 3호분의 묘주는 신분이 매우 높았으며 당시 귀족층 사이에서 고기문화가 상당히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30쪽)

당시 정부는 농경에 소를 투입하지 못하는 것을 자연재해(한재)만큼의 생산력 저하로 본 것이다. 힌두교에서 소를 외경의 대상으로 여기고 잡아먹지 못하도록 종교적 규제를 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극심한 기근이 닥쳐도 소를 잡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당장 소를 잡아먹음으로써 얻는 단기적 이득보다 소를 농사에 투입해 장기적 식량 생산을 꾀한 조치라고 볼 수 있는데, 조선의 우금령도 마찬가지 조치였다. 역설적으로, 종교적 금기나 우금령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쇠고기를 밝히는 것은 인도 사람이나 조선인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 아닐지. (43쪽)

농경민족은 그들의 농작물이 풍성히 자라기를 빌며 가장 고귀한 가축인 소를 주로 희생물로 바쳤다. 그러나 양도 소에 못지않은 중요한 희생물이었다. ‘희생犧牲’이라는 한자를 파쇄해 보면, ‘희犧’는 소 우牛, 양 양羊, 빼어날 수秀 그리고 창 과戈가 합쳐진 글자다. 좋은 소와 양을 창으로 찔러 잡는다는 의미다. ‘생牲’ 역시 생육生肉 또는 생혈生血을 가리킨다. 희생물을 신에게 바치고 함께 먹음으로써 신과 사람이 일체가 되어 신의 노여움을 풀고 풍요를 얻고자 한 것이다. (161쪽)

우리 조상의 고기 요리 또한 고기를 불에 직접 쬐어 굽는 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진晉나라 때의 《수신기》에 “맥적은 본래 북쪽 오랑캐의 음식인데 옛날부터 중국에서 귀중히 여겨 중요한 잔치에 먼저 내놓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맥족은 동아시아 대륙 동북쪽의 유력한 종족 가운데 하나인 고구려인으로 보인다. 그럼 ‘적’이란 어떤 음식일까? 고기를 불에 직접 쬐어 구우면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손이 뜨거워 못 견딘다. 따라서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서 구웠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적(炙: 고기구이 적)이다. 글자에 ‘불 화火’가 들어 있다. (191쪽)

그런데 꼬치에 굽는 구이는 다른 방법으로도 진화한다. 아마도 처음엔 돌을 뜨겁게 달구어 그 위에 고기를 구웠을 것이다. 이것은 번(燔: 구울 번)이라고 한다. 번은 가까운 불에서 굽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인류가 철로 석쇠나 철판을 만든 후에는 이 위에 굽게 되었다. 서양에서는 이를 팬fan이라 하고 우리는 번철燔鐵이라 한다. 고기를 꼬치에 꿰어 구웠던 ‘적’은 석쇠가 등장하면서 꼬치를 버리고 석쇠 위에 올려 굽는 ‘적’이 되었다. (192쪽)

그러면 제물로 쓰이는 전유어를 어째서 간남이라고 할까? 일반적인 설명은 간적(소 간을 꼬치에 꿰어 만든 적)의 남쪽에 놓이기 때문에 간남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옷을 입혀서 지져내는 전유어, 이른바 간남은 언제부터 제물로 쓰이게 된 것일까? 김장생金長生(1548~1631)의 《사계선생전서》에는 “근래 풍속에 밀과蜜果나 유병油餠과 같이 기름을 두르고 지진 것을 제수로 쓰고 있는데 이것은 고래古來의 예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는 전이 꼭 제물로 올라야 한다고 알고 있으나 이는 과거 풍속이 아니고 근래 풍습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본디 쓰이지 않던 전의 무리가 조선 중기 무렵에 간남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제상에 전을 꼭 올리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인데, 정작 우리는 제물로 전은 꼭 장만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235쪽)

나는 우리 민족이 고기를 먹어온 방식이 다름 아닌 이 플렉시테리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채식을 기반으로 하되 고기를 조금씩 먹으면서 즐겨온 민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부터 먹어온 그대로 우리 한식을 잘 먹으면 된다. 물론 우리 민족이 고기를 조금씩 먹은 이유는 축산에 적합하지 않은 우리 환경조건 때문이었다. 최근 고기 섭취량이 일부 계층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는 현재 전체 칼로리 중 20% 내외를 지방에서 얻고 있으며 고기 소비량도 1년 1인당 50kg 이내다. 그리고 하루 식품 섭취량의 비율도 식물성 식품 대 동물성 식품의 비율이 70~80% 대 30~20%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 한식 위주의 식사에서 나오는 황금비율이다. 그러니 이것이 깨지지 않으면 된다. (322~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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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미안하고 불안하지만 끊을 수 없는 고기의 매력이 만든 역사 살생 자체를 금하는 불교 계율 말고도, 거의 모든 종교에 특정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특정 기간에는 먹지 못하게 하는 금기가 있다. 이는, 그러한 금기가 없다면 고기를 먹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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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불안하지만 끊을 수 없는 고기의 매력이 만든 역사

살생 자체를 금하는 불교 계율 말고도, 거의 모든 종교에 특정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특정 기간에는 먹지 못하게 하는 금기가 있다. 이는, 그러한 금기가 없다면 고기를 먹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역설일 터.
비록 고기를 풍족하게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고기를 사육해서, 또 사냥해서 먹었다. 또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수많은 조리법을 발달시켰다.
우리 조상들이 고기를 먹어온 방식 속에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환경 파괴를 극복할 고기문화의 미래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다양한 고기를, 이토록 다양하게 조리해 먹었다. 유례없이 풍요롭게 고기를 즐길 수 있게 된 지금, 우리는 과연 고기를 ‘잘’ 먹고 있을까?
한식 전도사를 자처하며 한식의 중심 밥을 다룬 《밥의 인문학》, 그리고 한국인의 생명줄 나물을 다룬 《채소의 인문학》을 펴낸 바 있는 호서대 정혜경 교수의 신작은 《고기의 인문학》이다.
왜 고기일까? 고기를 먹으려면 필연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고통을 느끼는 다른 생명을 해칠 수밖에 없다. 또한 육식이 비만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을 야기한다는 불안감은 서구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팽배하다. 그러나 고기에 대한 갈망은 이런 미안함과 불안함을 모두 이겨낸다. 고기에 대한 갈증과 넉넉하지 못한 고기 사정 사이의 줄타기는 여러 문명의 종교, 제도, 정치 속에 스며 있다. 그러니, 고기를 알지 못하고는 밥상 위 인문학은 반쪽짜리일 것이다.

고기를 통해 본 한국인의 역사
반구대 암각화에서 돼지 팔러 시장에 나가는 농민들까지

주식인 밥조차 넉넉히 먹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우리 민족은, 고기에 대한 이 갈증을 어떻게 해소해왔을까? 저자는 선사 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고기 역사를 살펴본다.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는 이 땅에 살았던 선사인들의 무엇을 염원했는지를 보여준다. 고래와 사슴 등 바다와 육지의 동물 그림과 사냥하는 장면들이 묘사된 이 암각화는 선사인들이 바다와 육지의 동물을 사냥해 먹었음을 보여준다. 바위 표면을 일일이 쪼며 동물의 그림을 그렸던 선사인들의 의지는 아마도 생존에 대한 열망이었을 것이다. 부족국가 시대에 오면 동물을 사육하게 되었다. 《삼국지》 ‘부여전’에 나오는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 견사犬使라는 벼슬 이름은 당시 주요하게 사육된 동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말, 소, 돼지, 개는 고기와 가죽, 기름, 그리고 노동과 이동의 편의까지 인간에게 제공하는 귀한 자산이라 공동체 차원에서 관리되었으리라.
삼국시대가 되자 계급이 분화되었다. 고구려의 안악 3호분 벽화에는 외양간과 마구간뿐 아니라 고기를 보관하는 저장고도 그려져 있다. 여러 고기를 갈고리에 꿰어 걸어놓은 이 저장고는, 귀족이란 고기를 넉넉히 먹을 수 있는 계급이었음을 알려준다.
고려와 조선은 각기 다른 이유로 소의 도축을 금지했다. 불교국가였던 고려에서는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기 위한 우금령이 여러 차례 반포되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인들의 고기 다루는 기술이 형편없다고 묘사했다. 그러다 고려 말기 원나라의 영향으로 육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유교국가 조선이 우금령을 계속 반포한 까닭은 육식을 금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농경을 장려하기 위해서였다. 고려 말기부터 고기 맛을 알게 된 백성들을 제어하지 않으면 농사지을 소가 사라지리라 우려한 탓이다. 조선 후기에 가축은 매매의 대상이 되었다. 집에서 고이 기른 닭과 돼지, 개를 팔러 시장에 나온 민초들의 모습을 김준근의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고기를, 어떻게 먹었나
질긴 쇠고기 사랑에서 지금은 먹지 않게 된 야생동물 고기까지

삼엄한 우금령을 비집고 조선 사람들은 여러 고기 음식을 해 먹었다. 귀한 쇠고기를 굽고 삶고 끓였다. 살코기뿐 아니라 위와 간, 골 같은 내장도 지져 먹고 데쳐 먹었다. 뼈와 피(선지)조차 버리지 않고 국으로 끓이고 순대로 삶았고, 우족과 껍질의 콜라겐으로 족편, 전약 같은 기발하면서도 아름다운 보양식도 만들었다. 이 쇠고기 편애는 일제가 정책적으로 돼지고기 사육을 권장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돼지 사육의 기술이 발달해 양념하지 않고 구워 먹을 수 있게 된 1970년대 후반에는 삼겹살구이가 ‘국민 외식’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프라이드치킨이다. 백숙과 삼계탕으로 끓이던 한국인의 닭 요리는 어느새 단순히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것으로, 나아가 간장양념이나 고추장양념을 입은 한국식 치킨으로 발전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소, 돼지, 닭에 집중된 육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해왔다. 쇠고기를 먹기 위해 인간이 먹을 곡물을 사료로 쓰고(미국의 경우 생산되는 곡물의 60%가 사료),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돼지와 닭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비윤리적 동물 학대는 심각하다. 밀집 사육이 원인이 되는 동물전염병으로 인해 먹거리 안전성 역시 의심스럽다.
우리 조상들은 좀 더 다양한 고기를 먹었다. 꿩과 메추라기, 토끼와 사슴 등을 사냥해, 혹은 사육해 먹었다. 식량 보장, 환경 보전, 동물복지를 위한 대안이 식용 육류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희소한 육류 자원을 조금이라도 잘 활용하려고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되살릴 필요는 있다. 이는 조리법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저자는 살코기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해산물 및 채소를 위주로 하되 고기를 포인트로 음식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야말로 미래 대안 육식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고기,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즐겨라
아직은 고기가 필요한 이들이 많다

이처럼 풍요롭게 된 육식으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걱정거리를 얻었다. 비만, 당뇨병, 각종 심혈관계 질환 등 현대인의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고기가 지목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건강법도 일각의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인의 평균적인 육류 섭취 수준은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또한 여러 성인병의 원인은 고기의 지방보다는 간식으로 무심코 섭취하는 탄수화물(당)일 수 있음을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성장기 어린이, 임산부, 각종 질환을 앓고 있거나 회복 중에 있는 환자, 노인은 질 좋은 단백질, 즉 고기의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기 단백질의 충분한 섭취는 여전히 생활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체중 1kg당 단백질 요구량이 성인의 2배다. 저소득층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단백질 섭취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도,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지구 환경의 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은 ‘적당히’와 ‘제대로’일 것이다. 저자가 굳이 조상들의 고기 조리법을 살펴본 이유도, 옛 그림을 통해 가축을 가족으로 대했던 당시의 태도를 살펴본 것도, 결국 고기를 ‘잘’ 즐기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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