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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 / 코트니 밀러 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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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쪽 | 규격外
ISBN-10 : 8925551187
ISBN-13 : 9788925551180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 / 코트니 밀러 산토 중고
저자 코트니 밀러 산토 | 역자 정윤희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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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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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책 비닐 포장까지 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빠른 배송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syl***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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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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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예작가 코트니 밀러 산토가 들려주는 힐 하우스 여자들의 은밀한 사생활! 코트니 밀러 산토의 장편소설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 24세부터 112세까지 여성 5대가 사는 집에 홀아비 유전학자가 등장하며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다는 발칙한 설정으로 뻔하디 뻔한 가족소설이라는 편견을 날려버린 저자의 데뷔작이다. 모계 장수유전자, 살인, 불륜, 출생의 비밀과 로맨스까지 흥미진진한 소재들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채로운 경험들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꿈꾸는 11세의 ‘안나’, 네 아들의 출생 비밀을 자기 자신에게조차 숨겨온 89세의 ‘베츠’, 진통제에 중독되고 사랑에 눈 먼 65세 ‘칼리’, 사랑하는 남편에게 여섯 발의 총을 겨눈 42세 ‘뎁’, 돌연 임신한 채 집으로 돌아온 24세 ‘에린’. 평균연령 66.4세의 여성 5대로 구성된 초고령화 가족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힐 하우스에 홀아비 유전학자 ‘하시미 박사’가 찾아온다. 가족들의 혈액을 채취해 DNA를 분석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범인을 취조하듯 온갖 질문을 퍼붓는 그에게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최고 어른인 안나가 그에게 맞서는데…….

저자소개

저자 : 코트니 밀러 산토
저자 코트니 밀러 산토 (Courtney Miller Santo)는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성년기의 대부분을 보냈다. 워싱턴앤드리대학교에서 저널리즘과 러시아학을 공부하면서 글쓰기를 배웠고, 졸업 후 한동안 버니지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팩트(fact)를 전달하는 기자보다 픽션(fiction)을 쓰는 작가가 오히려 더 많은 진실을 알려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소설가로 전향했다. 멤피스대학교에서 소설 전공으로 MFA(인문학 석사)를 취득하고 소설과 시를 써왔다. 고조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그녀의 첫 장편소설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은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소설상(Amazon Breakthrough Novel Award)’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현재 가족과 함께 테네시에 살고 있으며, 멤피스대학교에서 창의적 글쓰기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바로 자신을 포함한 집안의 여자 5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라고 한다.

역자 : 정윤희
역자 정윤희는 서울여자대학교 영문과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종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 서울디지털대학교, 한국사이버대학교, EBS에서 영문학과 번역 등을 강의하고 있다. EBS, On Style 등의 방송사와 MGM, 소니, 디즈니, CJ엔터테인먼트 등의 영화사에서 외화 번역가와 영화제 번역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번역가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 소속되어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앨리스와 앨리스』 『비밀의 정원』 『서약』 『펄 벅을 좋아하나요』 『가디언의 전설』 등이 있다.

목차

가을의 안나
도착
에린
키드런
초고령자
바이올렛
700만 명 중 하나
올리브나무의 매듭
여섯 번째 세대

겨울의 에린
머리를 자르다
차우칠라
교도소의 아리아
적군
범죄의 재구성
에린이 믿고 있는 사건의 진실
에린의 연설

봄의 데버러
석방
선택의 순간들
모범 시민
가족
바보들
엄마와 딸
만남과 이별

여름의 칼리오페
유일한 생존자
기원
프랭크
판매
증거
독립
연인들
엘리자베스

계절 끝의 베츠
신뢰
버닙
폭로
작별

접목


켈러, 2017년 8월 1일

감사의 말

책 속으로

“이 방에서 나이가 많은 건 하나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랍니다.” 칼리가 말했다. “쉰 이하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그녀는 상체를 숙여서 풍성한 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이렇게 덧붙였다. “박사님 비서가 내 전화를 직통으로 연결해준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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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 나이가 많은 건 하나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랍니다.” 칼리가 말했다. “쉰 이하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그녀는 상체를 숙여서 풍성한 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이렇게 덧붙였다. “박사님 비서가 내 전화를 직통으로 연결해준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네요.”
안나는 하시미 박사를 유심히 뜯어보았다. 그는 칼리를 향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는 있었지만, 어디를 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박사에 대한 칼리의 호감이 커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안나는 박사도 칼리와 같은 감정인지 궁금했다.
“저는 평생 장수 가족들을 찾아 헤맸답니다.” 칼리의 무릎에 살짝 손을 대며 박사가 말했다. 《51쪽》

에린은 데버러가 재판정을 가로질러 가서 접이식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은 정성스럽게 말려 있었고, 양쪽 볼에는 각각 다른 높이로 지나치게 짙은 오렌지색 볼 화장이 되어 있었다. 눈에도 너무 진한 마스카라가 칠해져 있어 방금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중략)
“왜 아무도 엄마가 화장할 때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옷도 좀 괜찮은 걸로 챙겨다 줄 걸 그랬어요. 칼리 할머니 엄마라고 해도 믿겠어요.” 에린이 말했다. 사실 변호사가 미리 가족들에게 화장품을 준비하라고 언질을 주는 게 맞았다. 가석방 공판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기용했어야 했는데, 할머니들 중 누구도 선뜻 변호사 비를 충당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에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 《115-116쪽》

“있잖아,” 5월의 어느 늦은 오후, 피트 스톱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데버러가 말했다. “나도 너를 낳기 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단다. 하지만 네가 태어난 이후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때 난 너무 어렸거든.”
“너만 그랬던 게 아니란다.” 베츠가 말했다. “출산 이후의 일을 예상할 수 있는 여자는 없어.”
“그리고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안나가 눈가에 주름을 지으며 말했다. 《215쪽》

“손자 말로는 가능한 한 자외선은 쬐지 않는 게 좋대요. 자외선이 피부 모공을 넓혀서 얼굴에 주름을 만든다네요. 검버섯도 그래서 생기는 거고요.”
“그 손자란 녀석 엄청 똑똑한 척하는구나.” 안나가 말했다. “난 30대부터 주름이 지기 시작했어. 주름 좀 늘어난다고 뭐가 잘못된다니.”
“그 애한텐 아무 소리 마세요. 그 애는 암 전문의라고요. 그러다 엄마 피부와 돌연변이 유전자 얘기를 하면서 흥분할지도 몰라요.”
“그 누구도, 특히 의사란 작자들은 더 이상 나한테 찍소리 못할 게다.” 안나가 말했다. 《376~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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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젊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역설적 욕망을 아름답고도 유머러스하게 파고든 이야기!”_문학평론가 정여울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The Roots of the Olive Tree)』은 미국의 신예작가 코트니 밀러 산토의 데뷔 장편소설로, 아마존...

[출판사서평 더 보기]

“젊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역설적 욕망을
아름답고도 유머러스하게 파고든 이야기!”_문학평론가 정여울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The Roots of the Olive Tree)』은 미국의 신예작가 코트니 밀러 산토의 데뷔 장편소설로, 아마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소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독자들은 뻔하디 뻔한 것이 가족소설이라는 편견을 저 멀리 날려버린 작품이라고 입을 모아 극찬했다. 우선 ‘봄의 데버러’ ‘여름의 칼리오페’ ‘가을의 안나’ ‘겨울의 에린’ ‘계절 끝의 베츠’처럼 다섯 주인공들의 현재 상황과 곧 닥쳐올 운명을 인생의 계절로 표상하고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방식부터 남달라, 목차만 보고도 책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24세부터 112세까지 여성 5대가 사는 집에 홀아비 유전학자가 등장하면서 엄청난 비밀들이 밝혀진다는 설정이 발칙하고, 모계 장수유전자를 소재로 노화에 관한 진지한 통찰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이지적이며, 향기로운 올리브 숲을 무대로 펼쳐지는 여자들의 삶이 사랑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더욱이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호기심, 긴 세월을 살며 온몸으로 체득한 지혜를 가진 노년층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지금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의 국내 출간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이 작품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이 소설의 진정한 비밀은 과학의 힘으로 밝힐 수 있는 장수 비결이 아니라, 11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안나를 비롯한 켈러 가 여인들이 겪어왔던,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채로운 경험의 보물창고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안나의 고손녀 에린이 부러웠다. 나 또한 올리브나무 향기 가득한 숲 속에서 안나처럼 지혜롭고 자존심 드센 고조할머니에게 ‘올리브나무에 얽힌 천 가지 비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올리브 숲 속에서 여인들끼리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안토니아스 라인》의 푸짐한 모계공동체를 향한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24세부터 112세까지 여성 5대가 살아가는
힐 하우스에 홀아비 유전학자가 떴다!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성년기의 대부분을 보낸 저자가 고조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했다. 작품의 주 무대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향긋한 올리브 숲에 위치한 힐 하우스. 그곳에는 평균연령 66.4세의 여성 5대로 구성된 초고령화 가족이 산다. 최장수 노인 타이틀을 거머쥔 중국 남자가 얼른 죽길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꿈꾸는 112세 ‘안나’, 네 아들의 출생 비밀을 자기 자신에게조차 숨겨온 89세 ‘베츠’, 진통제에 중독되고 사랑에 눈먼 65세 ‘칼리’, 사랑하던 남편에게 여섯 발의 총을 겨눈 42세 ‘뎁’, 오페라 가수를 그만두고 돌연 임신한 채 집으로 돌아온 24세 ‘에린’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작품은 켈러 가(家) 여자들의 장수 비결에 인류의 노화를 멈출 열쇠가 숨어 있다고 굳게 믿는 홀아비 유전학자 ‘하시미 박사’가 힐 하우스에 찾아드는 데서 출발한다. 하시미 박사는 가족들의 혈액을 채취해 DNA를 분석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범인을 취조하듯 온갖 질문을 퍼붓는다. 이에 켈러 가의 최고 어른인 안나, 그리고 베츠는 실험용 쥐가 된 듯한 불쾌감을 감수하며 가족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하시미 박사에 맞선다. 인간 생명연장에 대한 사명감을 지닌 하시미 박사와, 비밀은 비밀로 묻어두는 편이 모두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믿는 안나/베츠가 대치하는 상황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독자들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하시미 박사가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의 장수 비밀을 알아내기 전에, 저 혈액 샘플에서 제가 찾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밀이라. 왜 내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죠?” 안나는 하시미 박사가 찾으려는 것이 자신의 장수와 건강 비법 이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니까요. DNA 샘플에도 아주 많은 정보들이 숨겨져 있지만, 저희 연구진들은 그것의 의미를 막 이해하기 시작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는 피가 든 병들을 냉동 장비 안에 넣더니,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은색 녹음기를 꺼냈다. “그래서 인터뷰 작업이 중요한 거죠. 비밀을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니까요.”
왜인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안나는 박사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73~74쪽)
하시미 박사가 켈러 가 여자들의 장수 비결을 밝혀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인류의 염원인 젊음과 영원한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얻게 된다. 이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못지않은 이 소설의 독특한 매력이다. 나이 드는 것, 늙는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지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힌트들이 숨어 있다.

안나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병이나 전쟁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병이나 감염이 심해져서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었다. 안나는 100세가 된 이후 101세 생일이 될 때까지 사망 기사를 빠짐없이 읽어 150여 개의 사인을 분류했다. 심장마비, 암, 뇌졸중, 추락사, 익사, 자살 등이었지 고령의 나이 때문에 사망했다는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본문 78쪽)

모계 장수유전자, 살인, 불륜, 출생의 비밀, 로맨스…
힐 하우스 수상한 여자들의 은밀하고도 사랑스러운 사생활!


유전학자가 장수 비결을 연구하는 과정과 함께 쌍을 이루는 소설의 또 다른 축은 켈러 가 여자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다. 작가는 11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겔러 가 여인들이 겪어왔던, 다채로운 경험들의 보물창고를 활짝 열어젖힌다. 다섯 여성들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온갖 사건사고를 겪었으며 각자의 비밀을 숨기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모계 장수유전자, 살인, 불륜, 출생의 비밀, 로맨스까지 작품을 가득 채운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새삼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서도 특히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인물은 바로 안나이다. 이 책의 원제 ‘올리브나무의 뿌리(The Roots of the Olive Tree)’가 상징하는 바를 한 가지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 5대의 시작인 안나는 켈러 가의 생물학적/정신적 뿌리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신예답지 않은 내공으로,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지혜로운 안나의 입을 통해 작품 곳곳에서 ‘가족’에 대한 의미심장한 생각거리들을 건넨다. 남들보다 거의 두 배나 긴 인생을 산 안나의 경험에 투영된 작가의 주제의식은 책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안나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신께서 인생 자체가 큰 시험이니 함께 사는 가족부터 견뎌보라고 마음에 안 드는 가족을 내려주시는 걸까? 하지만 매일 징징대는 꼴도 보기 싫은 형제나, 착하지만 바보 같은 행동을 일삼는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을까? 강철처럼 단단하기만 한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안나는 아이들을 붙잡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신께서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계명은 하나도 내려주지 않으셨다고. 그리고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고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본문 35쪽)

“올리브나무가 왜 대단한 줄 아니? 생존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란다.” 안나는 일곱 살짜리 손녀가 생존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까 싶었지만, 에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우리가 이 나무를 자르면, 봄이 되면 쓰러진 나무 옆이랑 그루터기에서 백 개도 넘는 싹이 돋아날 거야.”
에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나무가 할머니보다 더 나이가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걸 잘라도 다시 살아날 거라는 걸 아세요?”
“빨판이라고도 하는 새순들이 생겨나니까.” 안나는 빨대를 쪽쪽 빠는 소리를 냈다. “그것들은 자라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뿌리에서 얻는단다.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건 뿌리야.” (본문 85쪽)

가족의 비밀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
인생의 의미를 되묻는 푸짐한 이야기!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새로운 가족소설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른 특정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평균연령 66.4세의 개성 강한 가족들이 한 집에서 살며 좌충우돌 가족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계 대가족의 삶을 유머러스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코트니 밀러 산토는 전통적인 가족소설이 담고 있는 고전적 의미를 드러내는 대신 끝없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만의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여성 5대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대 생활 변화사가 머리에 속속 들어온다. 유전학자가 쓴 논문과 강의록을 통해 ‘나이 듦’의 생명과학적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호주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안나네 가족이 맨땅에 올리브나무 묘목을 심은 이후, 백여 년 동안 올리브 과수원을 일궈나가는 모습은 한 개인에게 있어 가족이라는 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대대로 장수하는 켈러 가 5대 여성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올리브 숲 바람결에 실려 보낸 비밀들을 한 편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풀어낸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은 세상 모든 어머니와 딸들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이다.

▶추천평

웰빙과 장수를 향한 인류의 열망은 급속도로 진화해왔다. 사람들은 이제 단지 젊게 보이는 것을 넘어 세포까지 속속들이 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은 바로 이 ‘젊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역설적인 욕망을 아름답고도 유머러스하게 파고든다. 대대로 장수하는 켈러 가 여인들에게서 ‘장수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려는 유전학자가 나타나면서, 그녀들이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비밀은 과학의 힘으로 밝힐 수 있는 장수 비결이 아니라, 11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안나를 비롯한 켈러 가 여인들이 겪어왔던,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채로운 경험의 보물창고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안나의 고손녀 에린이 부러웠다. 나 또한 올리브나무 향기 가득한 숲 속에서 안나처럼 지혜롭고 자존심 드센 고조할머니에게 ‘올리브나무에 얽힌 천 가지 비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올리브 숲 속에서 여인들끼리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안토니아스 라인》의 푸짐한 모계공동체를 향한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_정여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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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모든 인간은 오래 살기를 원하고 잘먹고 잘살기를 원합니다. 물론 저 자신부터 또한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오래사는 것은 인지상...
    모든 인간은 오래 살기를 원하고 잘먹고 잘살기를 원합니다.
    물론 저 자신부터 또한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오래사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같습니다.
    힐 하우스의 5대 집안을 읽으면서 장수집안의 유전인자를 찾아가면서 오래살기를 원하여 유전인자를 통하여 영생을 얻기위해여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경에 보면 무드셀라가 제일 오래산것을 보게 됩니다.
    비록 역사의 증명이 되고 나타내 보일수는 없지만 모든 인간의 소망이요 영생은 바램일 것입니다.
    또한 성경계시록을 읽다보면 이 세상끝날에는 인간게놈을 해석하여 인간의 유전자를 해석하여 병들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항상 젊음으로 영생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재림하여 천년왕국을 이룬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웰빙과 장수를 향한 인간의 욕망속에서 젊어지기위해 대대로 젊어지기위한 켈러가 여인들의 장수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려는 유전학자가 나타나면서 그녀들이 숨겨왔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 소설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과학으로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100살은 기본인 켈러가의 여인들의 장수의 비밀 소설을 읽는 순간순간 궁금했습니다.
    저 자신도 몸매가 좋은 여성들을 보면 많이 먹는데 왜 저렇게 몸매가 좋은가 나는 왜 조금먹는데 왜이렇게 펑퍼짐할까생각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유전적인 요인도 무시못하는 사실...
    운동과 식이요법이라는 사실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도 장수라는 켈러가의 여인을 만나면서 그들에게는 올리브나무 향기가  가득한 숲속을 거닐고 올리브 기름을 좋아하고 ...
    올리브나무에 얽힌 천 가지 비밀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려내는 숲속같은 곳에서 살아가다보니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다보니 장수할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나만 아는 이기주의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이때에 한번쯤 숨쉬고 주위를 돌아보고 사랑하고 섬기고 나누면서 살아가는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어느새 주변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예전에도 물론 노인들이 계셨지만 지금만큼 많은 빈도의 젊은 사람대비...
    어느새 주변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예전에도 물론 노인들이 계셨지만 지금만큼 많은 빈도의 젊은 사람대비 높은 비율은 아니었던것 같은데..뉴스에서 소란을 떨만하다는 생각이 든 정도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노인의 성을 다루는 영화나 소설도 더 이상 낯설지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문제에 있어선 확실히 서양보다 고지식하고 유연하지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거나 대하기를 껄끄러워하는것도 사실이다.
    마치 노인들은 절대로 성욕이 없고 남녀간의 사랑도 없어진것처럼...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더 색다르게 다가온다.
    처음엔 잘못본줄 알았을 정도로 거의 모든 주인공들의 나이가 60을 넘었을 정도..여기에 110세를 훌쩍 넘긴 안나라는 존재는 거의 파격적일 정도다.이제껏 이렇게 초고령자가 등장하는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심지어 이 할머니는 주인공중 한사람이니..
    어쩌면 상당히 파격적인 주인공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이 할머니들이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대를 이어 장녀들이 장수한다고 믿고 있는 힐하우스의 여자들..
    110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할뿐아니라 귀도 눈도 다 멀쩡하고 심지어는 어려보이는 외모를 지녀 모두를 경외심을 가지고 보게 만드는 안나와 그녀의 80이 넘은 딸 베츠..그리고 베츠의 딸이자 60이 넘은 나이에도 불같이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노년의 로맨스를 즐기는 칼리...그런 칼리와 늘 서로 못견뎌하며 앙숙과도 같은 딸이자 너무나 사랑했기에 자신의 사랑을 외면하는 남편을 향해 6발의 총으로 잔인하게 응징하고 오랜세월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데버러와 그녀의 딸이자 엄마의 사랑을 못받고 할머니들의 품에서 자란 에린..이들은 이곳 힐하우스를 못견디게 답답해 하며 떠났다가도 어쩔수없이 돌아오거나 혹은 평생을 이곳에서만 산 사람들이다.그런 그들이 데버러의 가석방공판을 앞두고 모두 모였다.자신들의 장수유전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러 온 박사를 만나기 위해..그런 연구와 조사중 뜻하지않게 숨겨둔 비밀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데...
     
    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일까 책속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여자들중 네명은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살아온 연장자여서인지 삶의 비밀 또한 많은데 그렇게나 숨겨왔던 그리고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란것도 당시에는 엄청나고 큰것처럼 느껴지던 것지만 오랜 삶 앞에선 그저 흘러가는 하나의 작은 사건과도 같을뿐..
    더 이상은 그런 진실이 드러남으로써 죽을만큼 힘들거나 견딜수 없는 상처가 되지않는것 같다.
    엄마와 딸사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힘들어하고 서로가 불편한 존재로 여기던 칼리와 데버러모녀...
    특히 불같은 사랑땜에 남편을 죽이고 다른사람의 손가락질을 받게 만든 딸아이 데버러를 이해하지 못했던 칼리가 자신 역시 60이 넘어 찾아온 사랑에 불같이 젖어들면서 조금은 딸 데버러의 심정을 이해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역시 나이를 먹어서도 그 사람과 같은 입장이 되어보지않고는 절대로 그 사람을 이해할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얼핏 조금은 별나고 괴팍한 노인들이 모여사는 그저 그런 집처럼 보였던 힐하우스에도 살인이 나오고 불륜이 나오며 우리가 흔하게 봐온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지만 전혀 속물적이거나 진부하지않다.
    오히려 그저 나이든 노인이라 치부하던 그들에게도 찬란한 젊음으로 고통받고 사랑땜에 눈물흘렸던 젊은 날이 있었음을..지금의 우리와 전혀 다르지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는걸 이 책에서 사랑스럽지만 지독히 독설을 내뱉는 할머니들의 일상과 회상을 통해새삼 깨닫게 해준다.
     
  • 뿌리가 간직한 경험... | lo**i71 | 2013.11.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난 어린 시절, 부모님들 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오래 살았다. 덕분에 그 나이에 알게 되는 세계에 대한 주요...

     난 어린 시절, 부모님들 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오래 살았다. 덕분에 그 나이에 알게 되는 세계에 대한 주요 정보들이나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들은 모두 그 분들에게서 배웠다. 아침마다 할아버지를 따라 농로를 걸어다니며 농사와 들판에 자라나는 풀들과 날아다니는 새들과 풀벌레에 대한 것들을 들었고 밭이랑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니시던 할머니로 부터는 식물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기온과 기상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혹은 흙은 어떻게 호흡하는지 같은 것들을 배웠다. 그 분들이 내게 들려주시던 앎은 책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모두 살아오면서 손수 체험하신 그렇게 경험의 소산들이었다. 나는 그 분들의 삶에 나이테처럼 새겨진 그 시간들을 뚝 떼어 나눠받고 있는 것과 같았다. 마치 오래된 고목에 새로이 접을 붙이게 된 어린 가지가 그들의 경험이라는 양분으로 죽죽 자라나 자기만의 새 잎을 돋우고 어엿한 한 사람 분의 가지로 자라나듯이 말이다. 삶은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경험을 몸에 새기며 사는 것이며 마치 하나의 책처럼 누군가에게 읽혀지기 위해 산다는 것을 그러면서 느꼈던 것 같다. 요즘 TV를 보면 노인분들이 그간 살아오신 경험을 어린 세대나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써 말해주는 것도 장려되는 것 같던데 그것도 역시 그 때 내가 느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본다.

     새삼 그 아침의 농로와 한낮의 밭이랑이 생각났던 건, 코트니 밀러 산토의 '힐 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을 읽으면서였다. 혹시 마를린 호리스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그 영화처럼 오로지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그것도 주로 노인 연령이 많은(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인 안나는 현재 112세로 세계 최고령자이기도 하다.) 가계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농밀한 경험들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어떤 소설은 그저 읽어아만 그 진가를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가 전해주는 간접 경험으로는 도저히 진짜 작품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말이다. 내가 보기엔 바로 이 소설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일단 리뷰이니만큼 줄거리 정도는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야기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거기서 최고령 안나와 그의 딸 엘리자베스 베츠, 또 그녀의 딸 칼리오페가 올리브 농장을 경영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가족이




     이런 풍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진짜 세크라멘토의 올리브 나무 농장이다. 즉 이 가계엔 남자가 없다. 아들도 낳았었지만 어쩐 일인지 일찍 죽어버렸다. 그렇게 오로지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가계인 것이다.(현재 치매로 요양소에 있는 엘리자베스 베츠의 남편인 프랭크를 제외하면.) 뿌리 부근에 두 사람이 더 있는 게 보일 것이다. 거기 아래에 나오는 뎁과 에린은, 뎁은 칼리오페의 딸이고, 에린은 뎁의 딸이지만 같이 살고 있지는 않다. 뎁은 남편을 총으로 살해하는 바람에 현재 감옥에서 가석방을 기다리는 중이고 그녀의 딸 에린은 아주 어릴 때 엄마가 살인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바람에 주로 할머니들 손에서 커오다가 지금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그녀들이 사는 곳을 이르는 명칭인 힐 하우스를 떠나 있는 상태다. 이야기는 그렇게 떠나 있던 에린이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하고 다시 힐 하우스로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최고령자인 안나를 비롯하여 모두들 장수를 누리고 있는 힐 하우스의 여성들에게 특별히 장수를 가능하게 만드는 유전적 요인이 있지 않을까 하여 유전학자 암리트 하사미 박사가 찾아온다. 안나는 자기 장수의 비밀이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배경이 올리브 농장인 것도 있지만 사실 소설에서 이 올리브 나무의 이미지는 참으로 중요하다. 여기서 올리브 나무들은 그대로 그들 삶 자체와도 같다.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은 'THE ROOTS OF THE OLIVER TREE'로 이처럼 제목에서부터 올리브 나무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제목에 이렇게 뿌리를 뜻하는 'ROOT'이 나오는 것은 그 뿌리가 바로 나무를 지속시키듯 과연 무엇이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지속시키고 있는가를 말하기 위함이다. 직접적으로 소설에서 이 뿌리의 의미는 이렇게 제시된다.

     "올리브가 왜 대단한 줄 아니?  생존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란다. 오늘 우리가 이 나무를 자르면, 봄이 되면 쓰러진 나무 옆이랑 그루터기에서 백 개도 넘는 싹이 돋아날거야."
     에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나무가 할머니보다 더 나이가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걸 잘라도 다시 살아날 거라는 걸 아세요?"
     "빨판이라고 하는 새순들이 생겨나니까. 그것들은 자라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뿌리에서 얻는단다.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건 뿌리야."(P. 85)

     이렇게 뿌리란 늘 새순들을 생겨나게 하는 것처럼 절망 속에서도,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금 삶을 지속시키는 힘 혹은 그 원천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그 어떤 태풍에도 굴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중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과 연관되어 소설에 나오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말해보려 한다. 일찌기 안나는 자신의 여동생을 학교 화재로 잃은 적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그 때 희생되었는데 당시 그 학생들을 맡고 있던 선생님의 이야기가 자못 감동적이다. 선생님은 화재로 잃은 아이들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가정하여 그 유족들에게 그들이 현재 어떻게 삶을 보내고 있는지 편지로 써서 자신이 죽을 때까지 내내 보냈던 것이다. 적어도 선생님의 편지에서만큼은 그들은 죽지 않았고 현실에서와 똑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헌신으로 삶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주 감동적인 에피소드인데 이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말하는 뿌리가 아닌가 느껴진다. 왜냐하면 사실 이 뿌리의 이야기가 나와야 할 정도로 안나 가족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 칼리오페와 그녀의 딸 뎁처럼 사실은 서로에 대한 원망을 누르며 살고 있다. 고슴도치 가족들처럼 서로 가까이 할 때마다 서로를 찌르고 찔려서 하루라도 빨리 그 힐 하우스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안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신께서 인생 자체가 큰 시험이니 함께 사는 가족부터 견뎌보라고 마음에 안 드는 가족을 내려주시는 걸까?(P. 35)

     그리고 나중에 가석방되어 돌아온 뎁이 그녀의 딸 에린이 아기를 낳을 때 난동을 부리다 경비원에게 잡히자 할머니 베츠는 이렇게 조언한다.
     
     엄마가 된다는 건 아주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비극이기도 해. 또 다시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땐 너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싶구나. 가족이 늘 함께 지내다 보면 서로 애틋함을 느끼기가 힘들어. 지금까지 칼리와 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단다. 칼리는 내 기대와는 다른 아이였는데, 내가 그런 감정을 자신에게 숨기지 않았다고 많이도 원망했었지. 나는 말이야..."(...) "아냐. 내 잘못이다. 나 때문에 네 엄마가 그렇게 된 거야. 너희 모녀는 그냥 서로 잘 맞지 않는 것뿐이야. 하느님은 대체 왜 자꾸 서로에게 최악인 사람들을 모녀로 태어나게 하시는 건지 모르겠구나."(P. 231 ~ 232)

     말하자면 이 소설은 정말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이 가족이 뿌리처럼 단단한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 서로를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보듬어 안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인 것이다. 인용한 문장에서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엔 읽으면서 실로 무릎을 딱 치게 되는 문장들이 많다. 뭐랄까 마치 내 언제나 속마음에 품고 있었으나 미처 언어로는 빚어내지 못했던 말들이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툭툭 내뱉는 말들에 더욱 경탄하고 흥미로워하며 읽게 되었던 소설이었다. 원래 이 소설은 작가가 고조 할머니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로 부터 발전시켰다고 하는데 어쩌면 지은이가 더욱 신경썼던 것은 말들이 온전히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오는 말들이 그만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면 나올 수 없는 말들 같아서 하는 말이다. 아무튼 안나 가족은 이런 식의 우여곡절과 밝혀진 비밀들을 통하여 좀 더 여유롭게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넉넉한 가지가 많아서 많은 새들에게 쉼을 줄 수 있는 나무처럼 말이다. 그것은 안나의 다음과 같은 말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비극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P. 371)

      아마도 유전학자의 이야기는 이 때문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유전학자는 장수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 그 때문에 최고령자 안나에게 찾아왔고 그 모든 가계의 여성들을 연구한다. 그런데 그는 칼리오페와 사랑에 빠진다. 그 유전학자는 늘 새순을 돋게 하는 뿌리의 힘을 몸이라면 물질에서 찾으려 했지만 그보다 더욱 오래 존재를 지속시키는 사랑을 얻게 된다. 안나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이 유전학자의 이야기도 그렇고 이것이야 말로 이 소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나를 늘 새로이 지속시키는 뿌리는 바로 서로에 대한 사랑 혹은 헌신이라는 것을. 그것도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족이기에, 사랑하기에 하는 것임을. 이것이 내가 문득 앉게 된 그루터기였다. 바로 머리 위로 쉼 없이 술렁이고 있는 올리브 나무들의 물결을 볼 수 있는... 그렇게 이 '힐하우스의 수상한 여자들'은 오래도록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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