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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근대
348쪽 | A5
ISBN-10 : 8982181318
ISBN-13 : 9788982181313
액체근대 [양장] 중고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 | 역자 이일수 | 출판사 강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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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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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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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해방의 가능성은 사라졌는가? 액체 근대의 세계에서 해방, 개인성, 시ㆍ공산, 일,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묻다 현대 사회의 액체적 성격과 인간 조건을 해명하는 [액체 근대 시리즈]를 발표하며 오늘의 세계에 대한 긴요하고 실천적인 통찰을 선보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대표작. 저자는 개인의 해방과 자아실현, 시공간의 문제, 일과 공동체라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액체화' 되었다고 진단한다.

바우만은 이 책에서 안정적이고 견고한 고체와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질을 가진 액체 개념에 기초하여, 우리가 어떻게 무겁고 고체적이고 예측/통제가 가능한 근대에서 가볍고 액체적이고 불안정성이 지배하는 근대로 이동해왔는지 탐구한다. 본문은 해방, 개인성, 시/공간, 일, 공동체 이 다섯 가지 인간 조건을 둘러싼 주요 개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근대의 시공간 개념에서 시간의 최종적 승리가 임박했음을 예견하고 있다. 일체의 공간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전지구적 자본이 세계 각국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이동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는 개인 삶의 의미가 온통 개인의 어깨에만 걸리게 된 것과 그러한 고립분산된 개인의 자아실현이, 자유롭고 가볍게 이동하는 전지구적 자본의 힘 앞에서 가능한 일인지를 되묻는다. [양장본]

저자소개

저자 : 지그문트 바우만
Zygmunt Bauman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사회학자. 1925년 포즈난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의 폴란드 사회과학원에서 사회학을 바르샤바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54년부터 바르샤바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나, 1960년대 말 폴란드 정부의 주도로 시작된 반유대 캠페인의 여파로 국적을 박탈당한다. 이후 리즈대학 사회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영국에 정착하게 된다.
초기의 바우만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영국 노동운동과 계급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전체주의’의 경험과 안토니오 그람시와 게오르그 짐멜의 영향으로 점차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확장시켜나간다. 이후 그는 한나 아렌트, 테오도르 아도르노, 조르조 아감벤 등의 이론을 폭넓게 수용해 홀로코스트, 근대, 탈근대, 계급, 세계화, 소비주의에 관한 수많은 저작들을 발표한다.
1989년에 바우만은 근대성과 홀로코스트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근대성과 홀로코스트』를 발표하는데, 이 책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다. 또한 ‘액체 근대’라는 개념을 통해 불안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근대의 성격을 고찰한 『액체 근대』(2000)를 시작으로 『액체적 사랑』, 『액체적 삶』, 『액체적 공포(한국판 : 유동하는 공포)』, 『액체적 시간 : 불확실성 시대의 삶』 등 현대 사회의 액체적 성격과 인간 조건을 분석하는 ‘액체 근대 시리즈’를 차례로 발표하며 오늘의 세계에 대한 긴요하고 실천적인 통찰을 선보이고 있다.
1992년에 유럽 아말피 상을, 1998년 아도르노 상을 수상했다. 그 외 저작으로 『근대화의 양면성』, 『탈근대 윤리』,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 『쓰레기가 되는 삶들』, 『소비하는 삶』 등이 있다.

역자 : 이일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용인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토니 모리슨의 서사적 주체」가 있다.

목차

|책머리에| 가벼움 그리고 액체성에 관하여

1 해방
자유라는 축복의 양면성
비판의 우연성과 그 변화하는 운명
시민과 개인의 전쟁
개인들의 사회에서 비판이론이 처한 곤경
다시 생각해보는 비판이론
생활정치 비판

2 개인성
자본주의--무거움과 가벼움
차를 가져라. 그러면 여행할 수 있다
그만 말하고 이제 내게 보여줘! 강박관념이 중독으로
소비자의 몸
액막이 의식으로서 쇼핑
맘껏 하는, 혹은 그렇게 보이는, 쇼핑
따로 떨어져서 우리는 쇼핑한다

3 시/공간
이방인이 이방인을 만나면
뱉어내는 장소들, 먹어치우는 장소들, 비(非)-장소들, 그리고 빈 공간들
이방인에게 말 걸지 말라
시간의 역사로서 근대성
무거운 근대로부터 가벼운 근대로
유혹적인 ‘존재의 가벼움’
순간적인 삶

4 일
진보 그리고 역사에의 믿음
노동의 부흥과 쇠락
결혼에서 동거로
여담 : 미루기의 간략한 역사
유동적 세상에서의 인간의 유대
자기 영속화된 확신 부재

5 공동체
민족주의는 두번째
일체성-동질성을 통한, 아니면 차이를 통한?
안전을 위한 값비싼 대가
민족국가 이후
공백 메우기
짐 보관소로서의 공동체들
보유:글쓰기와 사회학적 글쓰기에 관하여

|옮긴이의 글| 액체 근대와 개인의 고립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마르크스가 “모든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다”고 말했을 때,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더욱더 견고하고 완벽해진 새로운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액체 근대’ 세계에서는 정말로 모든 것이 녹아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출판사서평 더 보기]

마르크스가 “모든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다”고 말했을 때,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더욱더 견고하고 완벽해진 새로운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액체 근대’ 세계에서는 정말로 모든 것이 녹아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바우만은 이 책에서 안정적이고 견고한 ‘고체’와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질을 가진 ‘액체’ 개념에 기초하여, 우리가 어떻게 ‘무겁고’ ‘고체적이고’ ‘예측/통제가 가능한’ 근대에서 ‘가볍고’ ‘액체적이고’ ‘불안정성이 지배하는’ 근대로 이동해왔는지 탐구한다. ‘액체 근대’의 도래는 인간 조건의 모든 측면에 심오한 변화를 불러왔다. 그 변화는 인간 조건을 해명해주던 낡은 개념들을 재고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액체 근대’에 대한 일련의 작업의 출발점이며 가장 핵심적인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바우만은 그 요청에 응해 해방, 개인성, 시/공간, 일, 공동체--이 다섯 가지 인간 조건을 둘러싼 주요 개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과거 비판이론의 목표였던 ‘해방’의 과제는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가?

해방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비판이론가들은 예속된 처지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황과 타협하며 자유를 얻을 기회를 거부하는 ‘밑바닥 계층의 부르주아화’(‘행동’ 대신 ‘현상 유지’를 내세운다는 점에서)를 지적하며 해방의 기획이 지닌 곤경을 토로했다. 반면에 비판이론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해방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었다. 불확실성 속에서 무언가 끊임없이 결정을 할 때마다 개인들은 괴로움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기에 오히려 인간을 진정으로 해방시키는 것은 ‘규범’이었다.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것이 바로 해방적 힘이며 인간이 합리적으로 자유를 향유케 할 유일한 희망이 된다. 이런 견해는 인간이 근대의 도래와 함께 이미 모든 자유를 얻었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베풀어진 전대미문의 자유는
전대미문의 무능을 동반하고 온 것이다.


그러나 레오 스트라우스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베풀어진 전대미문의 자유는 전대미문의 무능을 동반하고 온 것”이었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비판’의 역할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들의 ‘비판’은 그들의 삶의 조건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없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비판적 사고와 행동을 수용하는 하나의 방식을 만들어내면서 그러한 수용이 초래하는 결과에 둔감해졌기 때문이었다. 현대의 ‘비판’은 캐러밴 이동주택 단지가 운영되는 방식과 닮아 있다. 바우만은 이를 무기력한 ‘소비자 스타일의 비판’이 비판이론가들이 수행하던 ‘생산자 스타일의 비판’을 대체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운전자는 각자의 여행 일정표와 시간 계획표가 있다. 단지의 관리자에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고 볼 수 있는 소망, 즉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고, 간섭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그들은 관리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사용료를 제때 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돈을 내기 때문에 때로는 요구사항이 있을 때도 있다. (……) 그러나 이들이 이동주택 단지의 관리 철학에 질문을 던지거나 이를 두고 교섭하려고 마음먹는 일은 결코 없다. 하물며 단지를 운영하는 책임을 떠맡는 일은 두말할 나위 없다. 기껏해야 앞으로 이곳에 다시는 오나봐라 하며 친구들에게도 이곳이 좋지 않다고 말해주자고 마음먹는 정도이다. 각자가 자신의 일정에 따라 단지를 떠날 무렵, 그곳은 이들이 도착했을 때 그대로 남아 있다.(41-42쪽)

비판이론의 과제는 전도되었다.
텅 비어버린 아고라, ‘사적 영역’이 지배하는 세계.


비판이론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근대성과 그 인식론적 틀은 오늘을 사는 세대들의 삶을 구성하는 근대성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비판이론가들이 경험한 ‘고체 근대’ 세계에는 전체주의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관심은 온통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 문제에 투사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모든 과제와 책임이 사회에서 개인의 어깨 위로 떨어진 ‘액체 근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현 단계의 개인화는 ‘주어진 것’으로서의 인간의 정체성이 아니라 ‘개인화를 하나의 과제’로 삼아 그 과제를 수행할 책임을 행위자에게 지운다. “내가 누군가이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기반이 해체된 시대의 개인들은 새로운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전망이 없다. 운명으로서의 개인성과 자기주장을 위한 실제적 능력으로서의 개인성 간에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화의 또 다른 문제는 그것이 ‘시민의식’의 점진적 해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개인은 ‘공공의 선’이나 ‘대의명분’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전체의 이해란 집단적 감정이나 이웃에 대한 공포심이 가져온 이기주의의 조합으로 축소되고, 공적 사안은 공적 인물들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 정도로 격하된다. 비판이론이 그렇게도 우려했던바, ‘공적인 것’이 ‘사적인 것을’ 식민화한다는 말은 이제 옳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비판이론의 과제는 전도되었다. 과거의 비판이론의 과제는 전지전능하고 비인격적인 국가와 그러한 국가의 수많은 관료주의적 촉수들, 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복제물들의 압제적인 규칙 아래에서 괴로워하는 사적인 자율성을 ‘공공영역’의 전진 부대로부터 수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비판이론의 임무는 사라져가는 공공영역을 수호하는 것, 아니 그보다는 빠르게 비어가는 (……) 공적 공간을 정비하여 사람을 채워 넣는 일이다.(64쪽)

개인화는 전례 없는 자유를 가져다주었지만 자유의 결과와 대면해야 하는 전례 없는 과제 역시 안겨주었다. 과거 비판이론의 목표가 오늘날 의미를 지니려면, 사적으로 추구되던 문제들을 개인적 관심들의 단순한 총합이 아닌 더 넓은 차원의 공적 관심사로 응축해내고, 지금까지 생활정치가 떠맡아오던 것들이 다시 대문자 ‘정치’의 장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망각된’ 시민의 기술과 도구들을 개인들이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여호수아 담론’에서 ‘창세기 담론’으로
: 무한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의 집합의 세계로


바우만은 나이젤 드리프트의 ‘여호수아 담론’과 ‘창세기 담론’ 구분법을 빌려온다. 무질서가 규칙이고 질서가 예외인 창세기 담론과 달리 여호수아 담론에서는 질서가 규칙이고 무질서가 예외이다. 여호수아 담론을 떠받치고 이를 믿을 만한 것으로 만든 것은 포드주의적 세계였다. “설계와 실행, 주도하는 자와 따르는 자, 자유와 복종이 세심하게 구분되고, 이러한 대립 항들을 단단히 결합시키면서 전자로부터 후자로 명령을 순조롭게 전달”시키는 포드주의의 세계가 질서를 목표로 하는 사회공학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무거운 자본주의에서 가벼운 자본주의로 이동하면서 ‘창세기 담론’이 ‘여호수아 담론’을 대체하게 된다. 무질서가 지배하는 ‘창세기 담론’의 사회에서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목적들을 ‘절대화’할 능력을 갖춘 ‘최고 권력기구들’이 사라진다. 때문에 인간은 자명한 목적을 위한 수단을 찾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선택할지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의 총집합이 되어버렸다. 외견상 무한한 기회 속에 산다는 것은 ‘대단한 사람이 될 자유’의 달콤한 향을 풍긴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 뒷맛이 쓴데, ‘된다’는 것은 어떤 것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모든 것이 그대로 저 앞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게임이 계속되리라는 것, 아직도 일어날 일들이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은 영원한 불확실성, 절대로 충족되지 않는 갈망, 고뇌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불행은 선택의 결핍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잉에서 비롯된다. ‘내가 가진 수단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이끌어냈는가?’라는 질문은 시도 때도 없이 소비자를 엄습하여 잠을 설치게 만든다.

“사회 같은 것은 없다.”
파멸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너에게 있다.


가볍고, 소비자 친화적인 자본주의는 독점적인 권력기관 대신 여러 개의 권력기관들이 공존하도록 놓아둔다. 권력기관들은 더 이상 명령하지 않는다. 선택자의 비위를 맞추며 유혹하고 꼬드길 뿐이다. 파멸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너에게 있다. 자유로운 주체인 네가 자유롭게 행동한 결과이다. 무거운 자본주의 세계에 ‘정의롭고 올바른 사회’를 목표로 노력을 기울이는 지도자가 존재했다면, ‘액체 근대’ 세계에서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는 마가렛 대처의 악명 높은 구호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고 있다. 이는 왜 자기계발서와 자기 고백적인 토크쇼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지 설명해준다. 토크쇼에서는 매우 사사로운, 그래서 말로 꺼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험을 가리키는 단어나 구절들이 공개적으로 발언된다. 토크쇼들은 사적 문제들에 대한 공적 담화를 합법화한다. 그렇다고 그 문제들이 공적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문제들은 정확히 사적 이슈라는 테두리 안에서 토론된다.
바우만은 여기서 사적 영역이 공적인 것에 의해 식민화되고 있다는 하버마스의 경고를 다시 한번 언급한다. 바우만은 하버마스의 주장과 달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공적 영역이 사적인 드라마가 상연되거나 관람되는 영역으로 재규정되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식의 전개가 불러온 가장 중대한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 행위의 죽음일 것이다.

왜 쇼핑에 중독되는가?
날카롭게 신경을 건드리는 불안감과 숨 막히는 불확실성에 대한 힘겨운 투쟁.


자기계발서나 토크쇼 못지않게 개인들이 중독되어 있는 것은 소비 행위이다. 소비의 경주에서는 가장 빨리 달리는 주자보다도 결승점이 늘 더욱 빠르게 달아난다. 따라서 경주의 지속, 경기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만족스러운 자각이 진정한 중독이 되는 것이지, 결승점에 닿을지도 모를 극소수의 사람들을 기다리는 어떤 특별한 상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소비자 사회의 구성원들이 달리고 있는 이 특별한 경주의 원형은 쇼핑행위이다. 쇼핑은 음식, 구두, 차량, 가구 등속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새롭고 개선된 인생의 본보기나 비결을 열심히, 끝없이 찾는 것도 쇼핑의 한 단면이며, 생계를 꾸리는 데 꼭 필요한 기술과, 우리가 그런 기술이 있다고 장래의 사장들을 설득할 수단도 쇼핑의 대상이 된다. 쇼핑 목록은 끝이 없다. 그러나 그 목록이 아무리 길어도 쇼핑을 하지 않을 방법을 고르는 것은 그 목록에 없다.
‘쇼핑’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는 이유가 있다. 쇼핑은 날카롭게 신경을 건드리는 불안감과 숨 막히는 불확실성에 대한 힘겨운 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단 한번이라도 확실함과 자신감, 자기확신, 신뢰를 얻기를 바란다. 쇼핑을 다니면서 그들이 찾은 상품은 그 확실성의 약속을 완전하게(혹은 잠시 동안 그래 보이는)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놀라운 가치가 있다.

‘뱉어내는 공간’ ‘먹어치우는 공간’
이방인에게 말 걸지 말라.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인류의 역사에서 타자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두 전략, ‘뱉어내는’ 전략과 ‘먹어치우는’ 전략이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첫번째 전략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간주되는 타자들을 추방하거나 전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두번째는 타자성을 유예시키거나 무효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를 공간에 적용한다면, 프랑스의 라데팡스는 ‘뱉어내는’ 전략을 사용한 장소이고, ‘소비 공간’은 ‘먹어치우는’ 전략이 실천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공간들은 ‘공적’인 공간이지만, 전혀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공간, 바우만에 따르면 ‘공적이되 예의 없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이방인을 만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교류는 피할 수 있다. 동질성에 대한 지향, 차이를 척결하려는 노력이 효과적일수록 이방인들을 대할 때 편안함을 느끼기 어렵게 되고 차이는 더욱더 위협적이고 강렬하게 된다.
‘액체 근대’ 세계에서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대한 협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의 정체성에서 안정감을 찾는 일이 가장 분별력 있고 유익한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일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만 허용하고 이외의 모든 이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목적이 주변 이웃을 동질화하는 데 있는 만큼 민족성은 인간이 생각해낸 다른 어떤 정체성보다도 그 목적에 가장 잘 부합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 영역에도 적용된다. 정치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려하는 대신, 공적 무대에 모습을 비추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대두된다. 소통하고 조정할 필요를 사전에 없애는 결정은, 사회적 유대 관계에 새롭게 등장한 취약성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실존적 불확실성에서 연유한 것이다. ‘외부인들’의 침입이 곧 개인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여기는 우리의 경향, 섞이지 않은 순수함이 곧 위협이 없는 안전이라고 보는 경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방인에게 말 걸지 말라” 정상적 삶을 사는 성인들의 전략적 교훈이 되어버렸다.

광속여행을 하는 소프트웨어적 우주에서
‘저 멀리’와 ‘바로 여기’의 차이가 무효화된다.


근대는 시간이 공간에서 분리되어 공간을 정복해나가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성은 가속화와 토지 정복을 수호성으로 하여 태어났다고 말해진다. 공간을 정복하는 것, 그리고 소유를 증빙하는 구체적 증거들과 ‘침입 금지’ 푯말을 달아 그 공간을 지키는 것이 고체 근대 시대의 으뜸가는 목표였다. 공간은 그것이 통제될 때 진정 ‘소유되었다.’ 그리고 통제는 무엇보다도 ‘시간을 길들이는 것,’ 시간 속에 존재하는 역동성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일정보다 일찍 열차가 달려온다든가 공장의 부품 조립선반에 다른 부품보다 먼저 자동차 부품이 도착하는 것은 무거운 근대에서는 가장 끔찍한 악몽이었다. 잘 가공된 합리성의 표준인 ‘포드주의적 공장’에서 영구히 지상에 묶인 노동이 자본에 ‘결합되는’ 동안, 규격화된 시간은 노동을 지상에 묶어두었다. 자본과 노동 모두 움직이길 원치 않으며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가벼운 근대가 도래하자 모든 것이 변했다. 광속여행을 하는 소프트웨어적 우주에서 공간은 문자 그대로 ‘순식간에’ 오갈 수 있게 되며, ‘저 멀리’와 ‘바로 여기’의 차이가 무효화된다. 모든 공간 구석구석까지 동일한 시간 범위 안에 도달될 수 있게 되면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공간은 사라진다. 지속적 관리 감독이나 땅을 일구고 경작하는 고되고 위험천만한 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진다.
지배는 불확실성의 원천에 대한 근접과 동일시되었다. 그들 자신은 구속받지 않고 규범에서 자유로우며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생활을 하면서도, 피지배자들의 행동을 규범적으로 규제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배자이다. 지배는 도망가고, 결속을 끊고, ‘다른 어딘가에 있을’ 능력과 이것들을 실행하는 속도를 결정할 권리에 있다.
가벼운 근대는 자본과 노동의 양편 가운데 자본을 새장 바깥으로 놓아주었다. 이들의 상호의존성은 일방적으로 깨졌다. 달리 말해, 노동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홀로일 경우에는 불완전하고 자본의 존재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이제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덩치와 규모는 이제 재산이 아니라 빚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덩치 큰 사무용 빌딩들을 열기구 객실들과 기꺼이 맞바꾸길 바라는 자본가들에게는, 떠다닌다는 것이 가장 수지맞는 자산이고 따라서 그들이 가장 아끼는 자산이다. 떠다니게 되면 가장 강력해질 수 있는데, 열기구 너머로 쓸모없는 짐들을 버리고 심지어 필요 없는 선원까지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짐들 중에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대규모 직원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성가신 과제이다.(196쪽)

일은 무거운 자본주의 시대에 부여받았던
중심의 위상을 잃게 되었다.


일이 근대의 주요 가치로 떠오르게 된 것은 무형의 것들에 형태를 제공하고 일시적인 것들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놀라운 능력 때문이었다. 일은 미래를 개척하고 말뚝을 박고 식민화하는 근대적 야심을 품고, 혼돈을 질서로, 우연성을 예측 가능한 사건들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고 결정적인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일이 질서를 창출한다는 관념은 인류를 스스로의 운명의 책임자로 여기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영구적인 것이 되고, 인간의 노력이라는 지평에 궁극적으로 완벽한 상태라는 것이 보이지 않게 되자, 일은 질서를 세우고 미래를 통제하는 영역에서 게임의 영역으로 떠내려왔다. 일은 조심스럽게 단기적 목표를 세워 그저 한두 걸음만 앞으로 내딛는 게임 참가자의 전략처럼 되었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마다 얻게 되는 즉각적 결과로, 그것은 바로 그 현장에서 소비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형이상학적 뿌리가 잘리고 나니, 일은 무거운 자본주의 시대를 지배하던 가치들의 집합체 속에서 부여받았던 중심의 위상을 잃게 되었다. 일은 이제 사람이 자신을 정의하고 정체성이나 평생의 계획들을 설정하고 수정할 때 중심이 되는 확고한 축을 제공하지 못한다. 일은 윤리적인 생산자요 창조자라는 프로메테우스적 천직의 의미가 아닌, 감각을 추구하고 경험을 수집하는 소비자의 미학적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고 즐겁게 해주는 능력 여부로 평가되고 측정된다.
무거운 자본주의 시대는 상호 의존성으로 강화된 자본/노동이 결합된 시대였다. 국가는 자본가들이 노동을 구매할 적합한 상태인지, 시가대로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감독해야 했다. 실업자들은 진정 ‘산업예비군’이었고 여하한 경우에도 일하라는 요청이 떨어질 경우 바로 뛰어들 만반의 준비가 된 상태여야 했다. 반목과 무력행사, 그리고 그에 뒤이은 협상이 서로 반목하는 양편의 결속을 강화했다. 자본주의 초기에 공장에 모여든 기술자들이 분노했던 그 비인간적 시간표는 경영진 측이 가하는 억압과 지배의 행위였지만, 이는 또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할 수 있는 영역, 자기들의 힘을 강화하는 영역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공공의 이해’라는 개념은 점점 더 불명확해지면서 과거 합리적 전술로 여겨졌던 단결은 그 위상을 잃었다. 부르디외는 최근 시작된 사태가 과거 연대의 토대를 무너뜨렸으며, 결속 끊기가 전투적 정신과 정치 참여의 죽음에 병행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오늘날 불안정성은 도처에 있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일에 도사린 좌절을 피하기 위해 직장에 지나치게 충성하거나 삶의 목표를 직장의 미래 속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불확정성, 불안정성, 불안은 우리 시대에 가장 널리 퍼진 삶의 조건들의 특색이다. 구조적 실업의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진정 안전하게 느낄 수 없다. ‘유연성’이 오늘날의 표어이다. 이 말은 안정과 확고한 헌신, 미래의 자격을 내재하지 않은, 그저 특정 기간 동안만 유지되거나 다시 갱신해야 하는 계약, 사전통고 없는 해고, 일체의 보상 없음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일자리들을 예고하고 있다. 장기적 안정의 부재로, ‘즉각적 만족’이 하나의 합리적 전략처럼 여겨진다. 삶이 던져주는 그 어떤 것이든 지금 여기에 당장 달라. 믿지 못할 사회 경제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개인들은 이 세상을 일회용 물품처럼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헌신이 다음날 오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헌신이 가볍고 피상적일수록 손해가 줄어든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운영자들이 의도적으로 시장을 ‘불안정화’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면, 삶의 정책은 그 정책을 지원하고 부추기게 된다.

실제 삶에서 공동체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최근 수십 년 동안처럼
‘공동체’라는 말이 무분별하고도 공허하게 남발된 적은 없을 것이다.


에릭 홉스봄은 “사회학적 의미에서의 공동체들을 실제 삶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된 최근 수십 년 동안처럼 ‘공동체’라는 말이 무분별하고도 공허하게 남발된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체 근대에서 공동체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인간적 가치의 필수불가결한 한 쌍(자유와 안정) 가운데 안정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은 그 어떤 것도 확실치 않은 이 세상에서, 확실하고도 영원하게 소속될 수 있는 집단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주의 복음에서 공동체는 민족 공동체의 유형을 본떠 구성된다. 공동체에 대한 욕망은 자기 방어적인 것이다. 내부는 동질적이며 조화로운 단일체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외부에서 온 섭취되지 않는 물질들은 제거되고, 모든 진입지점이 면밀히 감시, 통제, 보호된다. 그리고 그 바깥은 중무장이 되어 있으며 어떤 해도 입히지 못할 갑옷과 투구로 단단히 감싸여 있다. 공동체라 일컬어지는 것의 경계는 마치 몸의 외부 테두리처럼, 신뢰와 자상한 보살핌을 쏟을 영역과 위험과 의심과 항시적 감시를 할 황야의 영역을 나누도록 되어 있다. 몸과 공동체라 일컫는 것은 공히 내부는 융단 같고 외부는 뾰족한 가시철망 같다. 이는 이민자들과 다른 국외자들을 거부하고 위험에서 벗어나 일체성이라는 안식처로 가고 싶은 충동에서 비롯된다.
해방의 가능성은 공동체주의자들의 관심사였던 적이 없다. 공동체주의자들이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한 가지 가능성은, 인간의 자유를 넓히고 파고들어가게 되면 인간 전체의 안정의 합이 늘어날 수도 있고, 자유와 안정이 상호 공존 속에서 각각 증대됨은 물론이고 이들이 같이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무시하고 구성된 공동체들의 효과는 사회성의 충동을 집약하고 집단적 행동을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독을 영구화하는 데 기여한다. 법적인 개인의 능력과 개인에게 실제로 주어진 능력 사이에 드리워진 메울 수 없는 골에서부터 생겨난 고통들에 대한 치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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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성은 액체와 기체의 특징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가 파놉티콘 시대였다면, 지금은 시놉티콘의 세계다.  샤이아 라보프 주연의 <이글 아이(2008)>, 윌 스미스와 진 해크먼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는 시놉티콘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버스와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는 장소와 시간, 저녁에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느 영화를 봤는지 속속들이 감시가 가능한 시놉티콘의 세계이자 좋게 말하면 '빅데이터'의 시대다....
    유동성은 액체와 기체의 특징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가 파놉티콘 시대였다면, 지금은 시놉티콘의 세계다.  샤이아 라보프 주연의 <이글 아이(2008)>, 윌 스미스와 진 해크먼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는 시놉티콘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버스와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는 장소와 시간, 저녁에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느 영화를 봤는지 속속들이 감시가 가능한 시놉티콘의 세계이자 좋게 말하면 '빅데이터'의 시대다.
     
    산업사회 초기의 토지, 노동, 자본으로 구성된 덩치와 규모는 이젠 재산이 아니라 빚으로 변질되고 있다.  무거운 근대의 '경영 과학' '인력(manpower)'을 끌어들여 작업 일정대로 일하도록 강제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가벼운 자본주의 시대의 경영 기술은 '인적자원(humanpower)'을 풀어놓되 일은 더욱 잘하도록 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196).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유연근무제도는 액체근대의 산물이다.  자본은 딱딱한 형태를 취하지 않고, 시간을 잡아먹는 감독보다는 노동자들 스스로 생존투쟁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통제가 되었다.  결혼 보다는 동거를 선호하고, 가족해체에 따른 1인 가구의 등장, 애플처럼 굴뚝 없는 기업 등 현대사회는 고체에서 액체로 해체되고 있다.
     
    70,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열망했던 노동조합은 권력화 되는 순간 거대담론 형성 보다는 자판기 노조가 되어 노조원이 원하는 음료수를 제공하는 추세다.  사회적 연대보단 제식구 감싸는 행태도 보인다. 
     
    액체근대를 읽으면서, 희망보단 절망을 직시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국가와 시민을 해체시킨다.  개인은 그저 소비와 욕망의 대상으로 점점 빠져든다.  '진보'란 단어는 액체근대 앞에 해체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액체 근대 | ok**kim | 2010.12.2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1998년은 지그문트 바우만에게 있어서 사상의 전환기였다. [전지구화](Globalization,1998)라는 저서에서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개념에 기대어 근대와 탈근대의 짝패가 견고한 근대성과 유동하는 근대성으로 대치되게 되었다. 그리고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2000)라는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바우만 후기 사상의 지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출간된 유동하는 근대성 시리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자 이정표적인 작품이다. 편의상 요즘의 번역 경향에 따라 [액체 근대]가 아닌 [유동하는 근대]로 바꿔 부르고자 한다.   앤소니 기든스의 ‘후기 자본주의’나 울리히 벡의 ‘제2의 근대성’ 같은 개념 모두 바우만의 눈에는 시공관계의 변화를 적절하게 담아내지 못해서 미흡해 보였다. 바우만의 ‘유동하는 근대’란 개념은 일단 마르크스의 “모든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다”는 근대성의 수사학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액체/유동하는’ 이란 개념은 무겁고 안정적이고 견고한 근대성에서 경쾌하고 불안정한 근대성으로의 시공전환을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유동성이란 표현 자체가 사실상 공간보다는 시간지향적인 특성을 부각시킨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달리 말한다면, 오늘날은 공간이 점유하는 의미와 가치가 축소된 세계이다....
     
    1998년은 지그문트 바우만에게 있어서 사상의 전환기였다. [전지구화](Globalization,1998)라는 저서에서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개념에 기대어 근대와 탈근대의 짝패가 견고한 근대성과 유동하는 근대성으로 대치되게 되었다. 그리고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2000)라는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바우만 후기 사상의 지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출간된 유동하는 근대성 시리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자 이정표적인 작품이다. 편의상 요즘의 번역 경향에 따라 [액체 근대]가 아닌 [유동하는 근대]로 바꿔 부르고자 한다.
     
    앤소니 기든스의 후기 자본주의나 울리히 벡의 2의 근대성같은 개념 모두 바우만의 눈에는 시공관계의 변화를 적절하게 담아내지 못해서 미흡해 보였다. 바우만의 유동하는 근대란 개념은 일단 마르크스의 “모든 견고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다”는 근대성의 수사학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액체/유동하는이란 개념은 무겁고 안정적이고 견고한 근대성에서 경쾌하고 불안정한 근대성으로의 시공전환을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유동성이란 표현 자체가 사실상 공간보다는 시간지향적인 특성을 부각시킨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달리 말한다면, 오늘날은 공간이 점유하는 의미와 가치가 축소된 세계이다.
     
    유동하는 근대성의 개념은 공간의 의미 상실, 자본과 노동력의 분리, 권력과 정치의 분리를 강조하고 드러낸다권력이 전지구적이고 초지역적이라면, 정치는 여전히 지역적이고 국부적이다. 그래서 바우만은 무겁고 견고한 근대성을 위대한 개입(great engagement)의 시대로 규정하고, 가볍고 유동하는 근대성을 위대한 분리(great disengagement)의 시대로 규정한다. 자본과 노동력의 분리는 포드주의 공장에서 소프트웨어 자본주의로의 변화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유동하는 근대성은 정치적 측면에서는 세계의 새로운 무질서를 말하고, 경제와 자본의 측면에서는 경제의 전지구화를 말하는 셈이다. 바우만은 나이젤 드리프트의 여호수아 담론과 창세기 담론의 구분법을 빌려와 이러한 근대성의 변화 맥락을 부연설명한다. 가령 무질서가 규칙이고 질서가 예외인 창세기 담론과 달리 여호수아 담론에서는 질서가 규칙이고 무질서가 예외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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