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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책 1 =검은책 1.2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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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쪽 | A5
ISBN-10 : 8937481154
ISBN-13 : 9788937481154
검은 책 1 =검은책 1.2 (전2권) 중고
저자 오르한 파묵 | 역자 이난아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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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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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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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대표작!

<내 이름은 빨강>, <눈>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장편소설.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그가 도시 이스탄불의 역사적 사건과 신화, 전설을 거대하고 풍부한 서사를 통해 들려준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질투나 사랑 같은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외로움을 그려내고 있다.

이스탄불의 변호사 갈립의 아내 뤼야가 짧은 메모만 남긴 채 사라진다. 유명한 칼럼 작가인 그녀의 의붓오빠 제랄 역시 종적을 감춘다. 갈립은 뤼야가 제랄과 함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자신의 하나뿐인 사랑이자 친구인 그녀와, 질투와 숭배의 대상인 그를 찾아 이스탄불 전역을 헤매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제랄의 이름으로 칼럼을 써서 뤼야와 갈립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갈립이 두 사람을 추적하면서 찾아가는 모든 거리, 집, 식당에서 갈립은 자신의 과거와 기억을 다시 발견한다. 또한, 이스탄불 곳곳에 숨겨진 신화, 전설, 이야기를 비롯해, 소설의 배경인 1980년대 터키의 대중문화, 새로이 유입된 서양 문화가 뒤섞인 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제1권>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소설은 독특한 서술 구조를 보여 준다. 홀수 장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갈립의 추적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짝수 장은 제랄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칼럼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끝부분에 가서야 드러나는 결말은 명확한 실마리를 던져주지 않은 채, 제랄의 칼럼을 대신 쓰는 갈립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저자소개

오르한 파묵 Orhan Pamuk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그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부유한 대가족 속에서 성장했다. 이스탄불의 명문 고등학교인 로버트 칼리지를 졸업한 후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3년간 건축학을 공부했으나, 건축가나 화가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자퇴했다. 파묵은 23세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포기한 채 아파트에 틀어박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첫 소설 『제브데트 씨의 아들들』(1982)을 출간하였고, 이 소설로 오르한 케말 소설상과 《밀리예트》 문학상을 받았다. 다음해에 출간한 『고요한 집』 역시 ‘마다마르 소설상’과 프랑스에서 주는 ‘1991년 유럽 발견상’을 받았으며, 1985년 출간한 『하얀 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의 방문교수로 지내면서 대부분을 집필한 『검은 책』(1990)은 ‘프랑스 문화상’을 받았으며, 이 소설을 통해 파묵은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가로 터키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94년 출간된 『새로운 인생』은 터키 문학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 이름은 빨강』(1998)은 현재까지 35개국에서 출간되었고,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2002), 이탈리아 ‘그란차네 카보우르 상’(2003),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2003) 등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정치 소설’이라 밝힌 『눈』(2002)을 통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소설을 실험했다.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와 같은 것들을 주제로 작품을 써 온 파묵은 2006년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2005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상’과 프랑스 ‘메디치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이난아
한국외대 터키어학과를 졸업하고 터키 국립 이스탄불 대학(석사)과 앙카라 대학(박사)에서 터키 문학을 전공했다. 앙카라 대학 한국어문학과에서 5년간 외국인 교수로 강의했으며, 2007년 현재 한국외대 터키어과 강사로 있다. 옮긴 책으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눈』, 『새로운 인생』, 『하얀 성』을 비롯해 『살모사의 눈부심』, 『위험한 동화』, 『감정의 모험』,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제이넵의 비밀편지』, 『생사불명 야샤르』,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바닐라 향기가 나는 편지』 등이 있다. 『한국 단편소설집』, 『이청준 수상전집』을 터키어로 번역, 소개했다. 엮은 책으로 『세계 민담전집-터키편』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터키문학의 이해』,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 세계』(터키 현지 출간), 『한국어-터키어, 터키어-한국어 회화』(터키 현지 출간)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제1장 갈립이 뤼야를 처음 보았을 때

제2장 보스포루스의 물이 빠져나갈 때

제3장 뤼야에게 안부를 전해 주렴

제4장 알라딘의 가게

제5장 그건 어린애 같은 행동이다

제6장 장인 베디의 자식들

제7장 카프 산의 글자들

제8장 논객 삼총사

제9장 누군가 나를 추적하고 있다

제10장 눈

제11장 우리는 극장에서 기억을 잃었다

제12장 키스

제13장 여기 누가 왔나 보세요

제14장 우리는 모두 그를 기다린다

제15장 눈 오는 밤의 사랑 이야기

제16장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제17장 나 기억나니?

제18장 어두운 통풍구

제19장 도시의 신호들

책 속으로

변호사 갈립은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혼자 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사무실로 가는 버스 안에서 사촌형 제랄의 신문 칼럼을 읽는다. 역시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몇 번 집으로 전화를 걸지만 아내 뤼야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갈립과 뤼야는 사촌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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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갈립은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혼자 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사무실로 가는 버스 안에서 사촌형 제랄의 신문 칼럼을 읽는다. 역시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몇 번 집으로 전화를 걸지만 아내 뤼야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갈립과 뤼야는 사촌간이며, 제랄과 뤼야는 엄마가 다른 의붓남매이다. 따라서 갈립과 제랄도 사촌 사이이다.) 저녁을 먹으로 오라는 고모의 전화를 받은 갈립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25년 전 갈립이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백부는 이십여 년간 타지에서 떠돌다가 새 부인과 딸 뤼야를 데리고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백부는 제랄이 어렸을 때 그와 자신의 첫 아내, 즉 제랄의 어머니를 버리고 유럽으로 갔던 것이다. 갈립은 뤼야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평생 그녀만을 사랑해 왔다. 둘은 같은 아파트 위아래 집에서 살았고, 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것을 배웠으며, 칼럼 작가인 제랄에게서 똑같이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뤼야는 항상 다른 세계를, 다른 꿈을 그리면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결국 뤼야는 지하 정치 운동을 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갈립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제랄은 어린 자신과 어머니를 내팽개친 아버지뿐 아니라 자신을 내쫓은 가족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은 채 칼럼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리한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어 왔다는 힐난을 받기도 했다. 비참한 상황에 놓인 터키 사람들을 구제해 줄 쿠데타의 징후가 보이자 그에 편승해서 사람들을 자극하는 칼럼을 쓴 적도 있으나, 그런 한바탕 열병 같은 바람이 사라지자 더 이상 그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그에게 모든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실망하여 그에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갈립은 뤼야가 짧은 메모만 남긴 채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그는 제랄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으나, 제랄도 행적을 감추었다. 갈립은 뤼야와 제랄이 함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사랑이자 친구인 그녀와, 오랜 질투와 숭배의 대상이었던 그를 찾아 이스탄불 전역을 헤매고 다니기 시작한다. 갈립은 제랄의 칼럼을 읽으면 그 둘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가, 제랄의 삶을 산다면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거라 믿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제랄의 이름으로 칼럼을 써서 뤼야와 갈립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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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검은 책』은 나의 정신 상태를 설명하는 내 영혼의 혼합체이다!” 오르한 파묵의 다른 소설처럼 『검은 책』도 독특한 서술 구조를 보여 준다. 홀수 장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갈립의 추적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짝수 장은 제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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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책』은 나의 정신 상태를 설명하는 내 영혼의 혼합체이다!”
오르한 파묵의 다른 소설처럼 『검은 책』도 독특한 서술 구조를 보여 준다. 홀수 장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갈립의 추적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짝수 장은 제랄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칼럼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끝부분에 가서야 드러나는 놀라운 결말은 독자에게 명확한 실마리를 던져주지 않은 채, 다만 제랄의 칼럼을 대신 쓰는 갈립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도록 유도해 놓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제랄의 칼럼인데, 이 칼럼은 현재의 터키 상황과 미래에 닥쳐 올 문제에서부터 수천 년 전 이스탄불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과 신화, 전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역사의 층위에서 일어났던 사건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과거의 일이 현재에 반영되어 있고, 오래전의 사건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뿐 아니라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칼럼이 실제 전개되는 사건, 즉 갈립이 아내와 제랄을 찾아다니는 과정에 겪고 만나는 일들과 사람들과도 아주 밀접한 연결 고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점차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오래전에 쓰였던 제랄의 칼럼이 갈립에게 일어날 일을 예견했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제랄이 미리 계획해 놓았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오르한 파묵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도시는 텍스트로, 텍스트는 도시의 신호로 변하고, 이 신호를 통해 갈립은 뤼야와 제랄의 자취를 추적하지요. 소설은 사실주의 소설처럼 사건이 전개되는 동시에 칼럼이 등장하는데, 이 둘은 고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르한 파묵 인터뷰 중에서)

『검은 책』은 파묵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그가 미국에 머물면서 완성한 소설이다. 독자들에게 이스탄불 곳곳을 마치 직접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이 이스탄불 밖에서 쓰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미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자신의 문체를 찾았다고 이야기한다. 파묵은 1985년 박사과정을 밟는 아내를 따라 뉴욕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이다. 미국 문화의 다양성을 접하면서 그는 스스로 ‘내가 나타내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기반성을 통해 ‘고전 이슬람 문학’으로 눈을 돌렸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서 자신만의 문학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파묵은 보르헤스에게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오스만 제국, 페르시아, 이슬람 문학을 재조명했고 이들이 나타내는 종교적, 도덕적, 사회적 맥락이 아닌 그 이야기 자체만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야기의 신기원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이때 쓰기 시작한 책이 『검은 책』입니다. 진정한 내 목소리를 찾은 작품이죠.”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의 매혹, 그 안에 숨겨진 삶의 진실
오르한 파묵은 『검은 책』을 통해 이스탄불이 얼마나 흥미로운 도시인지, 얼마나 슬픈 도시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거대하고 풍부한 서사를 통해, 두 대륙 사이에 놓인 도시 이스탄불의 병적인 갈등을 포착하려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이스탄불은 남다른 사연을 지닌 도시이다. 우선 지형적으로는 일부는 아시아 대륙에, 일부는 유럽 대륙에 걸쳐져 있다. 당연히 문화적․종교적으로 두 문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또한 역사적으로 수많은 민족이 점령하여 여러 제국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본문 중에 “비잔티움, 비잔트, 노바 로마, 안투사, 차르그라드, 미크라그라드, 콘스탄티노플, 코스폴리, 이스틴―폴린 바로 그 아래에는 이전 문명이 피난했던 지하 통로가 있다.”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지명은 모두 현재의 이스탄불을 일컫는다. 그만큼 역사적 부침(浮沈)이 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천 년의 역사를 넘나들면서 이 도시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오르한 파묵은 그려 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입된 다양한 문명 외에, 새로이 들어온 서구 문명, 특히 미국 문화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절망의 이유가 되고 있음을 예리하게 표현했다. 이를 통해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나아가 원래의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찰스 디킨스에게 런던이,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파리가, 제임스 조이스에게 더블린이 있었다면, 오르한 파묵에게는 이스탄불이 문학적 저력의 원천이자 자신의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독자들이 내 글을 통해 이 도시가 주는 공포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단 그 방식이 사실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스탄불 시내를 걷는다고 떠올려 보세요. 할리치 만을 잇는 다리를 건넌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장면들이 떠오릅니까? 마주치는 슬픈 표정들, 극심한 도로 정체, 공장으로 변한 이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비잔틴 양식의 건물. 참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검은 책』에서 나는 이런 절망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검은 책』은 마치 연극을 상연하며 다양한 요리를 차려 놓고 독자를 초대하는 극장식 식당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는 치밀하게 잘 짜인 미스터리 연극에 집중할 수도 있고, 하나하나 맛깔나게 차려 내온 음식을 음미할 수도 있다. 이 음식들은 역사, 문화, 종교, 사랑, 도시의 인물과 정경 같은 재료를 가지고 비범한 요리사가 독특한 외로움, 자기 불만, 부재와 도피라는 조미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들어 낸 것들이다. 독자는 연극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음식에 감동을 안고 이 식당 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역자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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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서승희 님 2011.03.23

    인생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다. 유일한 위안인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회원리뷰

  • 검은 책 - 오르한 파묵 | io**upply | 2012.11.1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소설 속의 인물이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고 있다면 그 소설은 순수소설입니다....
     

        소설 속의 인물이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고 있다면 그 소설은 순수소설입니다. 그런데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나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읽고 있다면 그 소설은 추리소설이 됩니다. 대개 소설 속에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특정 인물이 등장하면, 그 소설은 추리소설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중에는 결국 이야기의 전개가 언급했던 추리소설과 비슷한 모양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 뤼야, 그리고 함께 사라진 칼럼 작가 제랄. 그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이스탄불 시내를 배회하는 변호사 갈립. 소설은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추리소설의 추리와 추적을 보는 듯한 출발을 보입니다. 그런데 추리소설에도 고유의 원리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을 따르지 않은 채, 이야기는 계속해서 샛길로 빠집니다. 소설을 추리소설이라 여기고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추리소설로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 이유를 분명히 밝혀두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에 대한 언급을 피합니다. 하지만 갈립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조사하고 추적합니다. 그런 과정을 한참동안 지켜보다가 비로소 저는 깨달았습니다. 추리소설을 이해한다는 것과 추리소설을 집필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구나! 아니다! 그저 『검은 책』오르한 파묵의 소설이구나! 라고.
     
     
        소설은 갈립의 조사와 제랄이 기재한 칼럼을 병행해서 보이는 구조입니다. 제랄의 칼럼은 암호와 공식, 일종의 글자 게임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갈립의 추적 또한 추적하는 대상이 누군지 잊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순히 배회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서로 완전히 무관할 것 같은 글과 행동. 그래서 소설은 단지 하나의 실종 사건이라는 가느다란 실을 갖고서 무언가를 잔뜩 꿰매어 어렵사리 붙여 놓은 이야기보따리 같은 느낌입니다. 강한 수집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데 엮어둘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으로.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선 매번 한 권의 소설로 하나의 박물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수집력을 보입니다. 『검은 책』에선 이스탄불 시내의 풍경을 수집품처럼 담았습니다. 이웃의 모습, 길거리의 여러 가게, 신문사, 나이트클럽, 극장 등, 시대의 풍경을 담으려한 노력이 보입니다. 갈립이 시내를 이유 없이 배회했던 이유는, 가능한 많은 것을 수집해 담으려 했던 파묵의 집착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갈립의 입장을 빌려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곧 자기가 사는 곳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고, 그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의혹을 푸는 해결의 실마리라 말하려 합니다. 그래서 소설은 관찰을 통해 발견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곧 이스탄불의 얼굴이 되고, 도시의 지도가 된다는 말을 슬쩍 흘립니다.
     
     
        파묵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소설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일 순 없다.’라는 말은 터키 사회가 점차 터키의 순수함을 잃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터키는 터키라고 할 수 없단 말을 하는 것입니다. 사상과 문화, 거리의 풍경, 생활양식까지, 모든 것이 터키의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스탄불의 모습을 비밀스럽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신비라는 이름의 도시, 이스탄불을 부정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대단히 아름다운 무언가로 인식하는 동시에 특별할 것도 없는 익숙한 무언가를 보는 것이라는 놀랍고 신비로운 경험.
     
     
        그건 다시 도시의 풍경에서 인간 그 자체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과 반대로, 갈립은 ‘나는 결국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계속해서 합니다. 집단과 달리 개인이 정체성을 찾는 일은 민족을 이해하면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결국 같은 이상을 꿈꾸며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서로 크게 의견충돌을 보이는 상황. 그건 소설에서 전화상으로 격렬한 논쟁을 보인 갈립과 마호메트의 상황과 같다고 봅니다. ‘당장 주소를 대시오!’라는 외침은, 곧 이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총과 칼의 주먹다짐만큼 강한 분리를 만들어 냅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글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검은 책』은 소설 스스로가 암호화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작가와 독자 사이에 어떤 공간이 있고 그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면, 파묵의 소설은 독자들보다 파묵 자신에게 더 가까이 있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잠깐 파묵 자신이 불쑥 소설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검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그 전까지는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소설을 읽는 내내 혼란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것들이 다 무슨 이야기이고, 결국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라며 어렴풋한 느낌과 분위기만으로 대충 짐작하며 읽어야 했습니다. 결국 『검은 책』은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추리하며 추적할 어떤 대상이 있다면, 그건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추리소설에서 세부 사항은 항상 어떤 목적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말이다. (1권, 80쪽)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삶이 다른 누군가의 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1권, 121쪽)
     
     
        사람들은 대부분 대상이 바로 코앞에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의 본질적 특징을 알아채지 못하고, 가장자리나 구석에 있고, 그래서 주의를 끄는 부차적인 특징을 보고 알게 되지. 이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은 확연히 드러나게 하지 않고 칼럼 한구석에 쑤셔 놓곤 해. 물론 아주 꼭꼭 숨겨진 구석은 아니야. 아이들을 속아 넘기는 것 같은 숨바꼭질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찬은 것을 아이들처럼 곧장 믿어 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야. 게다가 최악의 것은, 글의 나머지 대부분에 내포되어 있는, 바로 코앞에 보이는 그 확연한 의미와, 약간의 인내와 지능만을 요하는 숨겨진 우연적 의미도 인지되지 못한 채 신문이 내던져진다는 사실이지. (1권 138쪽)
     
     
        “왜냐하면 모든 살인은 다른 살인의 모방이기 때문이지. 모든 책이 다른 책의 모방인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난 내 이름으로 책을 낼 생각을 안 하는 거야.”
        (…)
        “하지만 가장 형편없는 살인에도 가장 형편없는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면이 있지!”
        (…)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살인이 아니라 책이 전적인 모방인 거야. 그러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모방에 대한 모방이지. 책을 설명하는 살인과, 살인을 설명하는 책은 보편적인 호소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을 때만이 희생자의 머리에 곤봉을 내리칠 수 있기 때문이지. 창조성은 대부분 분노 속에,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그 분노 속에 존재해. 하지만 분노는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 배운 방법을 매개로만 우리가 행동을 개시하게 만들어. 우리가 쓰는 칼은 똑같은 진실을 배반하지. 우리가 살인의 의식과 세부 사항을 다른 데서, 다시 말하면, 전설과 이야기와 회고록과 신문에서 배운다는 진실 말이야. 간단히 말하면, 문학에서 살인에 대해 배우는 거야. 가장 순수한 살인조차, 실수로 혹은 질투 때문에 저지른 살인조차 모방, 문학적 모방이야. 범인이 무의식적으로 행했다 해도 말이야. 내가 이에 대해 글을 써야 할 것 같지 않아?” (2권, 28쪽)
     
     
        “사람은 절대 자기 자신이 될 수 없소.”
        “당신은 그 말을 아주 많이 썼지만, 그것을 나처럼 느낄 수 없을 거요. 그 사실을 나만큼이나 이해할 리가 없소. 당신이 ‘신비’라고 했던 것은, 이해하지 못한 채 알고만 있던 것이며, 알지도 못하면서 글로 썼던 것이오. 사람이 그 자신이 되지 않고선 누구도 이 진실을 발견할 희망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오. 진실을 발견했다면 그건 아직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의미인 거요. 두 가지가 동시에 옳을 수는 없소. 이 역설을 이해하겠소?”
        “나는 나 자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이기도 하오.” (2권, 218쪽)
     
     
        “왜냐하면 그 시기에는 오로지 독서만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오로지 내가 읽은 것의 환상만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육 년 동안 오로지 내가 읽은 책의 작가의 사상과 목소리만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2권, 267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처음 읽을 때 첫 문장이 참 놀라웠다. '나는 죽은 몸'이라고 시작한다. 그래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처음 읽을 때 첫 문장이 참 놀라웠다. '나는 죽은 몸'이라고 시작한다. 그래서 문장 속으로 빨려들었다. '죽은 몸'을 시작으로 그림 속의 말이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 행인들까지 자기 목소리를 갖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검은 책" 역시 경이로운 책읽기를 선사하리라 믿고 펼쳤는데 좀 어렵다. 변호사인 갈립의 아내 뤼야와 뤼야의 의붓오빠인 제랄이 동시에 사라진다. 그들을 찾아 이스탄불을 헤매는 갈립, 갈립이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장소와 만난 사람들의 입을 빌어서 터키의 역사와 풍습, 대중문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터키의 역사를 전혀 모르니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갈립은 제랄과 뤼야를 찾을 수 있을까?
  •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 qn**ye | 2007.11.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KARA KİTAP :: Orhan Pamuk인터넷을 하다보면 수많은 [표절작] 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의 블로그 꾸...
    KARA KİTAP :: Orhan Pamuk

    인터넷을 하다보면 수많은 [표절작] 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의 블로그 꾸밈이 예뻐 그대로 따라 쓴다든가, 업로드 된 사진의 이국감에 반해 같은 기종, 같은 장소, 같은 각도로 찍어 본다든가, 기발한 UCC에 자극 받아 패러디란 치사한 명목으로 대량 카피 한다든가, 출처도 불분명한 이미지 밑에 어딘가에서 스크랩한 아포리즘을 꾸며 놓는다든가, 타인이 소유한 목록을 자신의 위시 리스트에 슬쩍 끼워 넣으며 타인의 공간을 그 존재의 장소로 인지하기 이전에 하나의 카탈로그로서 활용한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서 타인의 생각을 훔쳐 보는 것임에도, 타인을 따라하는 것에, 타성적이고도 반복적인 덮어 씌우기에 점차 [자신] 은 소멸 되어 간다.

    비단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On-line)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OFF된 세상에서는 오히려 더 처절하고 치열하다. 누군가 하기 때문에 진학을 결정하고, 누군가 하기 때문에 통장의 규모와 아파트 평수를 걱정하고, 누군가 하기 때문에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가 타인의 의지인지 불분명 해지고, 타인의 꿈이 자신의 꿈인지 확신하기 어려워진다. 온전히 나로서 갖고 있는 것을, 머물러 있는 것을, 여태까지 쌓아온 것을 매일 같이 부정하고 결핍감을 호소하며 더 나은 것을 갈망 해야만 한다. [무리] 에 끼길 혐오 하면서도, 자신만의 표현 이라고 앙칼지게 소유권을 주장 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것이 과연 [진정한 나] 라고 소리칠 수 있을까?

    가까운 친척이자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제랄을 순수하게 동경하며 안온한 삶을 살았던 갈립은 어느날 자신의 아내 뤼야(꿈 이라는 의미)가 사라지는 사건에 부딪히게 된다. 그녀가 남긴 흔적들 속에서 그녀가 갈만한 곳을 추리하며 점차 갈립은 아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이상을 바랬다는 것을 감지하고 비로소 자신의 이상이었던 제랄과 그녀가 동반 실종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제랄의 칼럼 속에 그들이 갈만한 실마리가 숨어 있을 거라고 판단한 갈립은 그가 쓴 모든 글들을 샅샅이 읽고 그 칼럼이 제공 되었던 사건, 장소,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한다. 그 과정 속에서 갈립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믿고 영웅으로 여겼던 제랄의 허와 실을 파악하고, 그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자신이 제랄이 되어, 그와 그의 글을 창조하며 살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파묵은 글쟁이로서, 자신이 아무리 글자를 새롭게 조합해도 그것이 선대 글쟁이들의 영향을 받은 모방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자조하며 [인정 받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작위적이고(1부 p153) 읽는 독자에 따라 자기 해석적인지, 열렬한 독자의 피드백이 황홀 하면서도(2부 p177) 그 일방적인 책임 전가가 얼마나 타성적인지를(2부 p211) 한탄하며 토로한다. 그러나 그 모든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다면 개인 하나하나가 [크리에이티브] 로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대한 작가] 로서 사소한 사물 하나를 재해석 하고 표현 하는 것만이 타자를 통한 진정한 [자기 창조] 임을 역설한다.

    동시에 그는 터키인이자 이스탄불 시민으로서, 자국의 다채로운 문물을 [일상의 비참함(1부 p183)] 으로 여기고 새로운 서양 문물을 흡수하고 카피하는 터키인들에게, 아니 어쩌면 글로벌 이라는 허울 좋은 부제로 스스로의 고유성을 포기해 가는 곳곳의 민족들에게 풍부한 역사적 지식을 근거로 나열하며(2권 p281) 경고한다. 지하 동굴에 묻힌 수많은, 먼지를 덮어쓴 터키 마네킹들은 터키인들의 자화상이자 우리네의 닮은꼴이다. 우리네 유산을 시시해 하다 못해 분통을 터뜨리며(1부 p197) 검증 받지 못한 외제를 찬양하고 갈데 없는 박탈감을 해소할 무언가를 기다리며(1부 p255) 초조해 하는 것은 어디 터키만의 일인가? 너무 많은 의미가 쏟아져 나와 난감할 지경이라고 너스레를 떠는(2부 11장) 그의 이스탄불 사랑에서 우리는 또 그 이국 문물을 상상하고 동경하는 것에만 그치고 말 것인가?

    이 책은 문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자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끝없는 블랙홀 같은 책이다. 난해하고 어지로운 [매직아이북] 이지만 가까이 들여다 보면 오히려 윤곽이 보이지 않듯이(1부 p138),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실눈으로 바라보면 한가지의 의미도, 두가지의 의미도 (2부 p124) 있는 그대로 까다롭지 않게 읽어낼 수가 있다. 거기에 글자의 힘, 크리에이티브의 힘, 그 [신비] 를 깨달은 독자는 이 책에 영향을 받아 또 글을 쓸 것이다. 시시한 사물이 생명력을 띠고, 온갖 의미와 이야기를 담은 텍스트로서 읽혀지고, 그 창조 작업으로서 독자는 [작가] 가 되어간다. 모방자(1부 p143) 파묵(제랄)을 동경한 우리는 제랄의 인생을 사는 갈립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한창 독서하기와 글쓰기에 회의 하고 있던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어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갈립의 친구 사임처럼(1권 p109) 닥치는 대로 서적과 자료를 수집하고, 제랄과 갈립처럼 [읽는] 것에 집착하고(2부 p54), 에펜디 왕자처럼(2부 p267) 작가들의 어구를 내 지식인 마냥 인용하기에 급급했다. 하다못해 이런 책 감상문조차 [좋은 글] 쓰기에 연연해 좀더 나은 아마추어 글과 자신의 글을 비교하며 쓸데없이 좌절하고, 읽히고 뽑힐 글을 위해 작위적고도 통속적인 문장을 조합하기도 했다. 그 위화감을 못견뎌 자신만의(라고 착각하고픈) 솔직한 표현을 드러내면,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문장에 장인 베디의 마네킹 마냥(1부 p100) 무시 당하는 수모를 감내 해야 했다. 나는 사실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2부 p60)에 해당 되는 건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아파했다.

    그럼에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타인의 꿈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현실에 쫓기며(1부 p121) 나와 같은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할 수 있다는(1부 p149, p156) 자기 최면적 용기를 위안 삼아, 내가 살아온 삶을, 생각을, 내가 있는 곳을, 그 모든 것을 표현해 내고 드러 내려고 한다. 설령 타인에게 보여지는 [눈]을 의식하고(1부 p171), 그것으로 또 고통 받고 깨진다 해도, 그럼으로 인한 변태는 그전의 순수한 나는 아니더라도 내가 되고자 하는 [그]가 됨으로, 그 순간에 다다렀을 때, 그것이 진정한 나임을 깨닫고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2부 p135) [황량한 사막의 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 사이의 바위, 아무도 보지 않는 계곡의 나무(2부 p283)] 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고립] 이 됨으로 나자신이 된다는 패러독스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선(line)위에서, 지금의 자신을 표현하라. 더 가지려 하지 않는, 더 가지고 있지 않는, 언제나 모자른 자신을 표현하라. 표현 못할 병을 가졌다면 기꺼이 선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으라. 모방은 잘못된게 아니다. (1부 p220) 그들의 습득을 겸허히 참고하고 배우라. (1부 p130) 보는 것은 또한 타인을 이해 하는 것이다. 설령 되고 싶은 자신이 타인에게 이미 있다 하더라도 시기와 성급함으로 내것을 없애지는 말라. 그 딜레마의 사이에서 표현의 [신비] 를 깨우치라. 모든 글의 소재는 자기 자신 안에 있다. 개인의 인생만큼 경이로운게 또 있을까. 그것을 표현해 내는 글쓰기 말고는.

     
  • 끝없는 미로 속으로 | su**ng0211 | 2007.08.1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오르한 파묵 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데도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많은 분들께서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를 많이 ...
    오르한 파묵 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데도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많은 분들께서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를 많이 알고 계셨고, 그의 작품들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기에. 게다가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그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유명한 그인데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본다는 사실이 겁이 나면서 기대가 컸다. 허나 너무 복잡한 미로를 돌고 있는 느낌을 준 책이었다.



     아주 복잡한 미로 속을 돌고 돌아도 똑같은 자리에, 또 한 번 돌고 돌면 막다른 길에 몰리는 그런 미로를 헤매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 미로를 통과하면 아주 멋진 환상의 땅이 나를 반겨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미로 속을 나는 이 책 안에서 헤매고 있었다. 오르한 파묵의 다른 작품들로 그의 책을 이해하는 법을 조금 예습해둘 걸..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했다. 그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왜냐하면 나 자신이 되지 못하면 그들이 원하는 내가 될 것이고, 나는 그들이 원하는 그런 사람은 견뎌낼 수 없으며 그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되느니 아무 것도 되지 않는 것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으니까. -p.258


    이 책에선 내가 내 자신이 된다는 의미의 구절이 굉장히 많다. 위에 내가 옮긴 글 역시도 굉장히 아이러니한 글귀이다. 내가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아직도 아이러니한 글귀 속엔 아련한 의문들이 남아 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갈립이 갈립의 아내인 뤼야와 유명한 칼럼작가이면서 뤼야의 의붓오빠 제랄이 함께 사라진다. 갈립은 그들이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찾아다닌다. 갈립이 그들을 찾기 위해 다니는 곳들은 항상 터키 이스탄불의 풍경, 소리, 냄새가 따라다닌다. 이스탄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 중 하나였다.


     이 책을 읽기 어려웠던 점에서 터키 이스탄불의 풍경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도 한 몫 한 듯하다. 터키라는 낯선 땅에서 뤼야와 제랄을 찾는 갈립도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듯 했다. 또, 내가 이 책을 읽다 멈칫하게 된 것 중 하나의 이유가 각 장마다 시점이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홀수 장(1,3,5...장)은 갈립의 시점인 듯 했고, 짝수 장(2,4,6...)장은 칼럼작가 제랄의 시점인 듯 했다. 하지만 짝수 장에선 나 자신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의아했다. 아직 1부밖에 보지 못했으니 그 의문과 미로의 끝은 3부에서 잘 마무리 되리라 생각한다.



     몇 번이고 이 책을 손에서 놓았다 들었다 했다. 이 책은 읽기에 어렵다는 핑계로 손에서 놓았다가 후의 이야기와 오르한 파묵의 입담에 이끌랴 다시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숨에 읽힐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어요~’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적어도 내겐) 읽는 도중 많은 위기가 있었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많은 어려움과 이 미로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도중에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오르한 파묵의 입담은 이 책으로 또 한 번 보증된 것 같다.



     오르한 파묵. 오로지 그의 입담만으로 이 책을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많은 부분들과 몇 번이나 이 책을 덮게 한 많은 이유들이 앞으로 오르한 파묵의 책을 읽는데 장애물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2부를 채 보지 못한 채 미로 한 가운데 서 있는 지금, 이 책의 결말을 본다면 감회가 다르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미로의 끝을 알기 위해 마지막까지 달려 보아야 겠다.

  • 저자 : 오르한 파묵 역 ; 이난아   제목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독자에 대한 최면이랄...

    저자 : 오르한 파묵

    역 ; 이난아

     

    제목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독자에 대한 최면이랄까?

    마치 도서관 한 귀퉁이에 처박혀 있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고서를 힘들게 발견한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봐서 새카만 책이 되었을까?  아님 아무도 읽지 않아 그냥 먼지만 묻어 까맣게 된 것일까? 

     

    작년 노벨상을 받은 작가인지라  웬지 모를 부담감을 안고 책을 읽어 나갔다.

    파묵.. 언론을 통해서 조금 접한 정보로는 유복한 집안을 배경으로 터키출생. 이 정도가 작가에 대한 내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문체가 만연체에 시점은 왔다 갔다 난해한 내용과  넘어가지 않는 책장은 자칫 지루한 책읽기가 되나 싶었다. 그러나, 역시 거장은 거장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아랍권 문화로 인해 각종 인용구와 인용책, 지명, 인명에 도취 되어 가며 차츰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갈립은 어느날 사라져 버린 그의 아내 뤼야의 행방을 쫓으면서 그의 사촌형이자 칼럼 리스트인 제롬과 함께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이들이 함께 있을 거라는 추측과 이들의 도피에 강한 의심을 갖고 흔적을 쫓아 나가게 되고, 단서를 얻고자 접한  제롬의 컬럼을 접하면서 각종 모순과 암시, 퍼즐, 그의 사상, 짓눌린 감정 등을 읽어나간다. 과연 이들은 왜 사라진 것이며, 이들을 찾기 위한 방법은 무었인가? 

     

    언뜻 보기에 미스터리 추리물 같아 보이지만 그것은 큰 착각일 뿐, 하염없이 파묵의 고난도 퍼즐 게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념에 빠져 버렸다. 그의 긴 수식어는 때론 불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나중에 반복되어 보여지는 사물과 장소의 시간적 역 배치는 마치 한 방에 있는 가구를 여러 모양으로 배치하여 다른 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이런 고난도 상징 기법과 제 멋대로인 시간설정으로 인해 상당히 복잡한 미로를 헤메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각종 아랍권의 코란, 철학, 사류, 풍자, 역사, 종교, 전쟁, 지리, 인문을 아우르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그만 압도 되고 말았다.

     

    마치 지금껏 알아온 것이 서구의 전부이고 이는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증거하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였다.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가 동 서양의 중간에 있고 과거 화려 했던 오스만트루크의 영광의 재현을 이스탄불에서 구현하려는듯 그의 방대한 지식 무지개는  아랍의 문화, 역사, 문학, 철학의 시간적 선점을 예로 들며 은근한 자부심을 보여주었다.

     

    이런 여러 가지 문화적,역사적 토대를 통해 갈립의 정체성을 더 나아가  잃어버린 현대 터키인의 자긍심, 주체성을 찾고자 하는 파묵의 처절한 실험작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잃어버린 아내 뤼야는 터키말로 "꿈"이라고 한다. 갈립은 이 꿈을 찾아 헤멘다. 갈립에게 뤼야는 단지 아내 즉 "꿈" 일 뿐인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제랄은 어떤 존재인가? 제랄과 뤼야의 관계는 ?

     

    이들 관계를 존재와 인식의 문제로 바라보며 대략 정리해 보았다.

     

    갈립이 예전부터 바라본 바에 의하면 제랄은 어딘지 몽상에 잠긴듯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의 글을 써왔는데, 겉보기엔 심오하지 않지만 주변사람들의 평은 그렇지 않다. 아니 갈립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는 경험 자체가 심오한 인식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제랄은 행불과 동시에 갈립에게 세상을 예전과 달리 바라보게 하는 "인식 주체" 가되는 셈이고 이에 동조되어 따라간 뤼야는 갈립에게 대상적 주체로써 무너저 버린 투르크 문화를 꿈꾸는 자 즉 " 인식 객체 "가 아닌가?  그렇다면 갈립은 무었인가? 

     

    아마 서구 문명을 무분별하게 수용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려 속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현대 투르크 후예를 지칭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어 나갈 수록 그들과의 관계가 점차 어두워지는 이유는 뭘까? 

    많은 설명과 비유를 통해 독자에게 가르침을 주려하는 작가의 내면적 고민을 엿보았기 때문일까? 

    책 서문에 나온 그의 관조적 미소가 잠시 눈에 거슬리고 말았다.

     

    어쨋든 작가는 독자의 이런 우울하고 복잡한 실타래를 비웃기는 커녕 한 올 한 올 풀어내며 할 말 다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고 나는 이런 파묵의 노련한 딜러적 기질에 결코 기분 나쁘지 않게 돈을 털려 버려 이제 집에 가야 하는 어리숙한 손님이 되어 약간의 몽환적 상태에 빠져버린 어린 아이 마냥 그의 묘한 마법에 빠져 두 번째 검은집에 끌리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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