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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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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쪽 | 규격外
ISBN-10 : 8932029962
ISBN-13 : 9788932029962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96) 중고
저자 천양희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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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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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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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욕망을 버린 사람이 아니라, 시라는 욕망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지극한 시를 소망하는 시인이야말로 실로 가난한 포용과 긍정에 드는 장본인인 까닭이다. 그에게는 순탄한 물보다 자신을 결딴낸 뒤에 오는 폭포가 ‘절창’이다. 절망을 살았기에 저절로 비장해지는 시, 삶과 시가 분간되지 않는 시인에게 시의 진실이란 허투루 살거나 쓰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그 밖의 집은 짓지 않겠다는 각오뿐이다.

저자소개

저자 : 천양희
저자 천양희는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육필시집으로 『벌새가 사는 법』, 산문집으로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맴돌다/생각이 달라졌다/저녁의 정거장/그때가 절정이다/모를 일/놓았거나 놓쳤거나/다소 의심쩍은 결론/나는 기쁘다/그 말을 들었다/달무리/실패의 힘/새끼 꼬는 사람/물에게 길을 묻다 4/마음이 깨어진다는 말/다음

제2부 오늘 쓰는 편지
새벽에 생각하다/그러면 안 될까요/오후가 길었다/감정의 가로등/얼마 동안 그리고/복권 한 장/무소유/오늘 쓰는 편지/바람의 이름으로/어때/수양(修養)대군/그럴 때가 있다/이건 우연이 아니다/평생을 바치다/그늘과 함께 한나절/뒷발의 힘

제3부 단 두 줄
단 두 줄/일흔 살의 인터뷰/50년/수평선은 비선(秘線)이 없다/어떤 농담/마찬가지/뒷모습/아침에/잘 구별되지 않는 일들/여운/바람습작/후회는 한여름 낮의 꿈/무너진 사람탑/정작 그는/이처럼 되기까지/정중하게 인사하기

제4부 문득
백지의 공포/시의 회초리/문득/누군가의 시 한 편/시라는 덫/시가 나를 시인이라 생각할 때까지/산문시에 대한 최근의 생각/시와 건축/한글비석로54길에서/시작법(詩作法)/보는 법을 배우다/글자를 놓친 하루/아직도/매미 노래와 시

발문 | 우는 꽃 웃는 꽃 서늘한 꽃?김명인

책 속으로

■ 뒤표지 글 눈을 뚫고 꽃 피우는 파설초를 보면 내가 넘어온 시의 50계단을 생각하게 된다 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고 같은 일을 되새김질하지 않는 것이었다 시갈이란 이런 것이다 아직도 질문이 많은 내가 감정의 가로등을 껐다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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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표지 글

눈을 뚫고 꽃 피우는 파설초를 보면
내가 넘어온 시의 50계단을 생각하게 된다
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고
같은 일을 되새김질하지 않는 것이었다
시갈이란 이런 것이다
아직도 질문이 많은 내가
감정의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면서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리고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으나
사는 법을 배울 시간은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삶에 대한 사유는 시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니까
시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시심에 잡초가 돋아나지 않도록
그렇게 살다가
지는 해의 모습이 정말 좋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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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무도 돌보지 않는 깊은 고독에 바치는 시 서늘함으로 새봄을 부르는 삶의 역설 절실한 언어로 특유의 서정을 노래하며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시인 천양희의 새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가 출간되었다. 올해로 등단 52년을 맞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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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는 깊은 고독에 바치는 시
서늘함으로 새봄을 부르는 삶의 역설

절실한 언어로 특유의 서정을 노래하며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시인 천양희의 새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가 출간되었다. 올해로 등단 52년을 맞은 시인은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천양희는 현실적 절박성에서 비롯한 고통과 외로움이라는 화두를 절제된 시적 언어로 적어내며 고귀한 삶을 향한 간곡한 열망을 구체화해왔다. 일찍이 시인 김사인은 천양희의 시에 대해서 ‘여림’과 ‘낭만성’ ‘소녀 감성’ 등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을 경계하며 그의 시가 “온실의 화초나 마네킹으로 대변될 수 있을 아름다움과는 구별되는 혹독함을 담고” 있고 “그 혹독함을 그의 시어군들이 파열을 일으키지 않은 채 감당해내고 있는 것이야말로 천양희의 강인함의 또 다른 반영”이라고 평했다. 일상어로 담담하게 적힌 시편들에는 시인의 부끄러움과 자책,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비애와 연민 등이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어떤 것도 지나치게 격발되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되는 포용력과 균형감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천양희 시는 중기로 접어들며 점차 삶과 사람과 자연을 잇는 깊은 통찰이 두드러지는 동시에, 시를 향한 굳은 의지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시집에는 사물들이 서로 겯고틀며 함께 서는 자연의 이치를 발견?체화하며 이 동력으로 절망을 통과해 시로 나아가고자 노력해온 시인의 힘찬 여정을 담은 61편이 묶였다.

사물의 원에너지를 깨우는 말맛의 진수

전주에 간다는 것이
진주에 내렸다
독백을 한다는 것이
고백을 했다
너를 배반하는 건
바로 너다
너라는 정거장에 나를 부린다
- 「저녁의 정거장」 부분

위에서 보듯 천양희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외형적 특징은 고전적 형식미다. 시어를 반복하고 중첩하거나 동음이의어 및 유사어를 써서 말맛을 높인다. 이 시집의 발문을 쓴 시인 김명인은 이러한 말놀음pun이 유희를 넘어서 “고통과 갈등을 여과시켜, 성찰의 순도를 높여가려는 시인의 의도가 비로소 구체화”된 결과임을 지적한다.

모든 시작들은 나아감으로 되돌릴 수 없고
되풀이는 시작(詩作)의 적이므로
문장을 면면이 뒤져보면
표면과 내면이 다른 면(面)이 아니란 걸
정면과 이면이 같은 세계의 앞과 뒤라는 걸 알게 된다

내면에서 신비롭게 걸어 나온 말맛들! 말의 맛으로
쓸 수 없는 것을 위해 쓴다고
반복해서 말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혼자 걸을 때 발걸음이
더 확실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 시작법(詩作法)」 부분

위의 시에서 “문장을 면면이 뒤져보면/표면과 내면이 다른 면(面)이 아니란 걸/정면과 이면이 같은 세계의 앞과 뒤”임을 꿰뚫은 시인의 시작법에서도 사물의 원에너지를 흔드는 언어충동으로서의 펀의 원리를 엿볼 수 있다. “내면에서 신비롭게 걸어 나온 말맛들”로 “쓸 수 없는 것을 쓴다”는 시인의 말처럼, 안팎이 겹쳐지되 서로를 밀쳐내는 경계가 뚜렷한 펀의 발견은 시인으로 하여금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감춰진 실체에 몰입하도록 한다.


명암(明暗)과 희비(喜非)의 불가분성을 깨닫는 희수(喜壽)의 시 여행자

웃음과 울음이 같은 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 「생각이 달라졌다」 부분

초기 천양희 시에서 한층 더 도드라졌던 젊은 날의 비애가 점차 더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언어에 감싸여 삶의 깨달음으로 진화해온 비결을 위의 시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막막한 허방을 허우적거리며 고통과 자책으로 웅크렸던 나날들을 견디며 뼈에 새기는 각성을 시에 덧붙여온 천양희 시인만이 다다를 수 있는 삶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제단에 불을 켜는 것은 사제가 아니라 어둠이다”(『시의 숲을 거닐다』, 2006)라고 말한 바 있는 시인은 생의 긴 터널을 통과해가며 시를 향해 나아가는 꾸준한 여행자다. 희수의 나이에 이르러 시인이 도달한 시적 경지는 그의 삶이 깊어진 정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이 시집으로 “절망하고 부정하고 수긍하며 엎질러버리는 세월일지라도 피고 지는 꽃떨기로 난만한 봄은 어김없이 찾아”(김명인)온다는 말을 조심스럽고도 분명하게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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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시를 노래하는 말 296 일흔 살 시인은 독백 아닌 고백을 한다 ―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글 &nb...

    시를 노래하는 말 296



    일흔 살 시인은 독백 아닌 고백을 한다

    ―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7.3.28. 8000원



      천양희 님 새로운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2017)는 일흔 줄이라는 나이를 맞아들이면서 새삼스레 받아들인 삶을 이야기합니다. 이 시집에 흐르는 이야기는 얼핏 읽자면 말장난 같을 수 있네 싶어요. 그러나 가만히 되읽으면 이 말장난은 어느새 말놀이가 되고, 새삼스레 거듭 읽으면 삶놀이 같은 이야기이지 싶어요. 다시금 찬찬히 읽어보면 하루하루 살림짓기를 하면서 이웃하고 나누고픈 노랫가락이로구나 싶기도 합니다.



    전주에 간다는 것이

    진주에 내렸다

    독백을 한다는 것이

    고백을 했다

    너를 배반하는 건

    바로 너다 (저녁의 정거장)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일흔 줄 시인은 전주 가려던 길에 진주를 갔다고 해요. 이런 일을 아무나 겪지는 않는다고 여깁니다만, 저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어요. 저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나 인천 바깥을 거의 몰랐어요. 천양희 시인처럼 전주랑 진주를 헷갈리기도 했고, 고창이랑 순창을 가리지도 못했으며, 상주랑 성주를 가누지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적에는 스스로 이러한 여러 고장을 다녀 보지 못했기에 모를 만하고, 작은 도시에서 맴돌며 자랐으니 ‘지도를 살핀 지식으로는 머리에 있’어도 몸으로는 모르기 마련이에요.


      거꾸로 본다면, 저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에 ‘신흥동 1가’하고 ‘신흥동 2가’하고 ‘신흥동 3가’라는 마을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아요. 인천 바깥사람한테는 고작 길 하나 건널 뿐이라 하더라도 ‘송림1동’부터 ‘송림6동’에 이르기까지 마을마다 숫자만 달리 붙는 마을이 아닌,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일구는 마을인 줄 몸으로 알지요.


      그나저나 저도 ‘전주’하고 ‘진주’ 사이를 헷갈려서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버스가 여러 시간 달리고 나서야 알았지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뭐, 잘못 간 곳에서 잘못 간 곳대로 하루를 누리기로 했지요.



    몇 해 전

    무릎에 갑자기 나타난 퇴행성보다는

    덜 적막했다


    퇴생성이 어느 별자리인가

    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그 말을 들었다)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를 읽으며 우리 집 곁님이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우리 집 곁님은 서른 줄 막바지에 이르도록 얼굴이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네 식구가 함께 마실할 적에 으레 ‘큰딸하고 두 아이는 보이는데 아이 어머니는 어디에 있느냐?’는 소리까지 듣곤 했습니다. 이런 곁님이지만 저한테는 아직 흰머리가 한 올도 안 나는데, 저보다 제법 어린 곁님은 흰머리가 머리를 꽤 덮어요. 아직 마흔 줄에 들어서지도 않는데 말이지요. 이러다가 곁님이 온통 흰바구니를 머리에 뒤집어쓴다면 우리 네 식구가 마실을 다닐 적에 둘레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그러나 둘레에서 무슨 말을 하든 대수롭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즐겁게 삶을 지을 뿐이에요. 《새벽에 생각하다》를 쓴 ‘할머니 시인’ 천양희 님 이야기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엿볼 만합니다. 남들, 아마 의사일 텐데, 남들이 퇴행성이니 갑상선이니 하고 말을 하더라도 이를 달리 받아들일 수 있어요. 병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닌 ‘별’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퇴행성을 받아들일 수 있지요. 갑상선도 이와 같아서 ‘나룻배’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일흔 살의 인터뷰를 마치며

    마흔 살의 그가 말했습니다

    떨어진 꽃잎 앞에서도 배워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참 좋은 인터뷰였다고 (일흔 살의 인터뷰)


    큰 나무에 붙은 매미는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매미의 노래는

    멀리 퍼지고 깊이 파고든다 시집처럼 (매미 노래와 시)



      우리 하루가 고단하다면 남들이 우리를 고단하게 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우리한테 집도 있고 은행계좌도 꽤 넉넉하지만, 우리 스스로 걱정이나 두려움을 떨치지 못해서 고단하지는 않을까요?


      우리 살림이 힘겹다면 사회가 우리를 힘겹게 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우리한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고, 사랑스러운 어머니 아버지가 계신데에도, 우리 스스로 자꾸 무언가를 아쉬워하면서 시샘을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힘겹지는 않을까요?


      시인 천양희 님은 ‘일흔 살 인터뷰’를 하면서 마흔 살 기자 입에서 나온 “떨어진 꽃잎 앞에서도 배워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떨어진 꽃잎”이라니, 누가 떨어진 꽃잎이려나요. 나이가 일흔 살이면 떨어진 꽃잎이려나요.



    어느 시인이

    산문시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탄 뒤

    잡지들 속에는 잡다한 시들이 부쩍 늘어났다

    산문인지 산문시인지 모를 산만한 시들

    뜬구름 입은 문장들이 흘러내린다

    손으로 씨를 뿌리고 눈으로 거두는 것이

    글쓰기와 읽기라는데

    길어도 너무 길고 난해해도 너무 난해하다

    서늘한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산문시에 대한 최근의 생각)



      혼잣말(독백)을 하려다가 털어놓기(고백)를 하고 만 일흔 살 시인을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일흔 살이 아니어도 혼잣말 아닌 털어놓기를 곧잘 해요. 다섯 살 아이만 ‘고뇌’를 말하지 않고 마흔 살이나 서른 살 우리도 고뇌를 말해요. 가만히 보면 스무 살이거나 예순 살일 적에도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대여섯 살 어린이도 넌지시 사랑을 말하지요.


      우리가 어른으로서 걷는 길을 아이가 곁에서 지켜보며 배워요. 우리가 아프게 걷는 길을 아이도 아프게 느끼면서 이 아픔을 나누려 해요. 우리가 기쁘게 노래하며 걷는 길을 아이도 함께 노래하면서 까르르 웃음꽃을 터뜨리면서 기쁨을 북돋아 주어요.


      《새벽에 생각하다》라는 시집을 길어올린 일흔 살 시인 천양희 님은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게나 짐이 아니라 즐거움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싶습니다. 어처구니없다 싶은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허허 웃다가 가볍게 말놀이를 해 봅니다. 홀가분하게 ‘새로운 별(퇴행성)’을 지켜보며, 사뿐사뿐 새삼스러운 걸음걸이로 이녁 삶길을 걸어가려 해요.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즐거운 배(갑상선)’를 타고 물놀이를 갈 수 있어요. 느긋하게 삶을 노래하면서 시가 흘러요. 넉넉하게 살림을 지피면서 시가 샘솟아요. 고요히 내려놓고 슬그머니 쓰다듬으면서 하루를 지어요. 2017.6.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새벽에생각하다-천양희_t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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