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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쪽 | A5
ISBN-10 : 8991794521
ISBN-13 : 9788991794528
지금이 아니면 언제 중고
저자 프리모 레비 | 역자 김종돈 | 출판사 노마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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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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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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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에서는 아무도 기도하지 않는다. 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이후 세계의 양심적 지식인들에게서 가장 고결하면서도 고독한 작가로 주목받았으나, 결국 투신자살로 세상을 떠난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인 장편소설이다. 러시아 유태인 '멘델'을 통해 유대인 빨치산 부대의 나치에 맞선 고난의 투쟁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들에게 바치는 슬픈 진혼가이기도 하다. 아울러 히틀러과 스탈린의 잔혹성뿐 아니라, 위선적인 유태인의 이중성까지 폭로하고 고찰하고 있다. '제2의 아우슈비츠'가 오더라도 쉽게 보지 못할 저자 특유의 인문적 감성과 성찰을 만끽하게 된다.

저자소개

저자 : 프리모 레비
1919년 7월 31일, 이탈리아 토리노 출생의 유태인으로 세계적인 작가이자 화학자
1941년 토리노대학교 화학과 수석 졸업
1943년 12월 이탈리아 반파시즘 레지스탕스 빨치산 부대에 가담해 투쟁하다가 체포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이송
1945년 10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토리노로 돌아오자 니스 화학공장에 취직
1947년 <이것이 인간인가> 출간
1963년 <휴전> 출간으로 제1회 ‘캄피엘로상’ 수상
1965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첫 공식방문
1975년 회고록 <주기율표> 출간
1978년 소설 <멍키스패너> 출간으로 ‘스트레가상’ 수상
1982년 아우슈비츠 경험과 동유럽 유태인 빨치산 투쟁을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를 출간해 ‘캄피엘로상’ 및 ‘비아레조문학상’을 동시 수상. 아우슈비츠 두 번째 혼자 은밀히 방문
1983년 카프카의 독일소설 <심판> 번역
1986년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출간
1987년 4월 11일, 이탈리아 토리노 자택에서 투신자살
저서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 <주기율표> <멍키스패너>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역자 : 김종돈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어와 영어를 전공했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어둠 속의 코끼리, 팍스 아메리카나> <신자유주의 이후의 라틴아메리카> <와인의 정치학> <낭만주의 경제학자> <시대정신> <오바마의 속임수>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빨치산 부대를 찾아서
숲속의 은신자
빨치산 부대를 찾아서
아나키스트 빨치산 대장
노보셸키 빨치산 수도원
사춘기 소년대원의 선물
율리빈 대장의 고독
유태인 풍자극

제2부 카틴숲 대학살
멘델의 사랑
빨치산 바이올리니스트
빨치산 오락회
유태인 사형수의 노래
실성한 소년대원
카틴숲 대학살
총 든 자유인
불타는 강제수용소
전위예술품
콜 니드라이
빨치산 결혼피로연

제3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물 속의 지하벙커
독서토론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피의 복수극
디아스포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작품해설_ 디아스포라의 장엄한 서사시

책 속으로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빨치산 부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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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빨치산 부대를 찾아서> 중에서

“내 친구 중에 노래를 하는 가난한 음유가수가 있었네. 나치친위대 장교가 처형하기 직전에 30분간의 시간을 주며
마지막 노래를 만들어 보라고 했지. 그 음유가수는 애절한 노래를 남기고 두 번 죽었네. 첫째는 빨치산이라는 이름으로 교수형을, 둘째는 유태인이라는 이름으로 총살을…. 이렇게 두 번 죽었지.”-<카틴숲 대학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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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2의 아우슈비츠’가 오더라도 쉽게 볼 수 없는 인문적 감성과 성찰의 작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캄피엘로상’과 ‘비아레조문학상’ 동시 수상작! 191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난 프리모 레비는 화학박사이다. 파시스트를 반대하는 레지스탕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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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아우슈비츠’가 오더라도 쉽게 볼 수 없는 인문적 감성과 성찰의 작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캄피엘로상’과 ‘비아레조문학상’ 동시 수상작!


191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난 프리모 레비는 화학박사이다. 파시스트를 반대하는 레지스탕스와 빨치산으로 활동하다가 체포된 그는 1944년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경험은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제목의 자전적 성찰회고록에 잘 나와 있으며, 두 권 모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1977년 토리노의 한 화학공장을 그만 둔 이후 줄곧 집필에만 전념하다가 1987년에 돌연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프리모 레비는 생존 당시 세계의 수많은 양심적인 지식인들과 인문주의자들이 ‘당대의 가장 고결하면서도 가장 고독한 작가’로 주목했다. 그는 인류역사 가운데 가장 참혹했던 시대의 가장 참혹한 곳에서 살아남았다. 그를 보면서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은 나치의 아우슈비츠와 소련의 굴락(스탈린시대의 정치범 강제수용소)을 심정적으로만 이해하는 척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많은 생존자들이 경험담을 썼고 또 레비보다 더 참혹한 세월을 겪은 이들도 많았다.

세계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주목한 가장 고결하고 가장 고독한 작가
그러나 프리모 레비만큼 깊은 통찰과 성찰의 글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유는 아우슈비츠라는 똑같은 상황에서 받아들이는 마음의 넓이와 바라보는 눈의 깊이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또 그는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폴란드와 러시아 유태인들로부터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 주인공이 소속된 유태인 빨치산 부대는 이쪽저쪽 모두 경멸과 조롱을 받는 고아 같은 슬픈 집단이다. 1982년 이 장편소설이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자 이탈리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움베르토 에코나 이탈로 칼비노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앞다퉈 극찬했다. 이 책은 목숨 걸고 나치에 저항한 동유럽 유태인 빨치산들과 레지스탕스들에게 바치는 슬픈 진혼가이다.

아우슈비츠에서는 아무도 기도하지 않는다. 신이 없기 때문이다.
1945년 1월에 아우슈비츠에서 해방된 레비는 그러나 자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치의 패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지만 연합군의 치안업무와 뒤처리 수습이 그야말로 혼란의 소용돌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려 8개월 동안이나 폴란드와 독일, 벨라루스, 러시아 등의 동유럽 각국을 떠돌다가 이탈리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고난의 여정은 레비에게 ‘근원적인 경험’의 일부가 되었고, 이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의 뼈대로 자리잡았다. 자신의 고통스런 체험을 회상하는 작품 속에는 물론 자신의 존재가 그 안에 녹아 있어야 하지만,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냉정한 절제의 미학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특히 홀로코스트 같은 참혹한 이야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또 레비는 “홀로코스트를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인간의 언어가 너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 앞에서는 그 어떤 언어도 무력하고, 그 어떤 진실도 밝힐수록 더욱 초라해진다. 하지만 진정한 문학은 그 지점부터가 시작이고 싸움이다. 부질없고 참담해 보이지만 그게 진실이다. 우리가 지닌 깊은 슬픔은 언어를 초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언어로 표현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운 희망
아우슈비츠에서 해방된 뒤 동유럽을 전전했던 자신의 경험이 토대가 된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들 대부분 길을 잃고 헤매는 나이어린 병사들이라 생존문제 자체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누더기를 걸치고 굶주림에 허덕이던 그들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뒤엉켜 생존해 있다는 실존적인 감정조차도 없다. 줄곧 무력한 유태인 빨치산 부대의 투쟁을 통해 정처 없는 디아스포라의 본질과 그 내면적인 상처의 뿌리를 건드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유태인의 고난과 모험이 압축된 색다른 디아스포라의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다. 유태인 빨치산 부대의 행동은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 작전도 성공에 대한 강박감보다는 전투과정의 몸부림과 그 사고의 편린에 더 집중한다. 당연히 전쟁의 프로들이 아니라 아마추어들이다. 적을 죽여야 하지만 자신만큼은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순진한 소년전사들이다.

질식상태 직전의 마지막 호흡 같은 소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치의 추적과 공포로부터 숲속으로 도망다니는 이질적인 두 젊은 유태인의 야영생활이다. 멘델과 레오니드, 그들이 처한 허름한 거처와 정처 없는 고난의 행군은 당시 유태인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굳이 그걸 붙잡고 싶은 희망은 마치 질식상태 직전의 마지막 호흡과도 같은 것이다. 소설은 중반부의 고개를 넘어가면서부터 이야기가 급물살을 탄다. 흥미진진한 빨치산 부대의 활동, 여러 강제수용소 포로들의 고백들, 러시아와 폴란드 빨치산 부대들과의 만남, 이따금 마주친 나치병사들, 빨치산 대원들의 사랑, 유태인 풍자극, 내면의 고통과 정신적인 변화 같은 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특히 두 어깨에 항상 총과 바이올린을 둘러멘 게달레 빨치산 대장은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또 예민한 사춘기 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충분히 있을 법한 성적 농담들도 뜨거운 가슴의 지뢰밭에 복병처럼 깔려 있다. 소설 속의 모든 장면들이 아우슈비츠 생존 유태인 자신을 동유럽 유태인들의 상황에 대입해 그들과 동일시하려는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상징적인 우화로 바뀌고, 그것은 다시 학살된 수많은 형제들을 살려내는 작가의 도덕적 성찰을 통해 거듭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우슈비츠에서 내가 살아남은 것은 ‘고전과 교양’ 때문이다!”

<추천사>
프리모 레비는 우리가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인간’에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근거와도 같은 존재다. 그는 소위 현대판 오디세우스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투신자살했다. 그는 자살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에게 최후의 경종을 울리려고 했던 것일까.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 <시대의 증언자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의 저자)

그는 러시아 유태인인 주인공 멘델을 통해 히틀러의 광기뿐만 아니라 스탈린의 잔혹성, 또 위선적인 유태인의 이중성까지도 함께 폭로하고 성찰한다. 말하자면 인간성과 존엄성을 말살시키는 모든 ‘폭력적인 것’이 바로 그의 적이다. 그 적은 지금도 활개치고 있지 않는가? 나에게 묻고,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솔 벨로우(미국 노벨문학상 작가)

이 한 편의 소설이 이탈리아 문학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이탈로 칼비노(이탈리아 작가)

‘제2의 아우슈비츠’가 오더라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문적 감성과 성찰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이탈리아 작가)

나는 문득 이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위해 이토록 깊이 고뇌하고, 이토록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는 한 작가의 목소리를 천둥소리처럼 듣는다. -어빙 하우(미국 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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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프리모 레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서울: 노마드북스, 2010.   ...
    프리모 레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서울: 노마드북스, 2010.
     
    인민해방이니 유태인해방이니, 복수니 평화니, 이론이니 실제니, 사람만 달라지지 사건은 똑같이 반복된다느니 등등의 대립각이 세워진 사안들이 흥미진진하게 다뤄진다. 등장인물들의 신랄한 발언과 화자의 무덤덤하지만 날선 기록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큰 초점은 전쟁의 비극성과 참혹성에 맞춰진다.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면서 그것을 생태계의 현상들과 서정적으로 엮어낸다. 대학살극 같은 잔혹무도한 사건들이 마치 별일이 아니라는 듯, 매우 일상적으로 도처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듯이 말이다. 과연 프리모 레비 명성에 걸맞는 화려하고 수려한 문체가 빛나는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 두 유태인이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끝은, 비록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스산한 분위기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하지만 그 시각, 지구 저편에서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진다.
     
     
    멘델 “강을 아무리 헤엄쳐 건너간다고 하더라도 유태인의 말투는 결코 씻겨 내려가지 않는 법이지.” 19.
    멘델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쟁은 혼돈 그 자체라는 생각이 자꾸들어. 의식의 거대한 혼돈 말일세. 전쟁 주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네. 종전이 돼서야 승패가 가려지고, 역사책에 기록될 뿐이지.” 22.
     
    신은 왜 나치를 창조했을까 ... 한날한시에 죽은 그 수백명의 사람들, 그 수백명의 아이들 목숨을 신은 과연 원죄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24.
     
    같은 이슬람교도도 아니고, 또 나치병사를 왜 그렇게 고생하며 묻어줬어요? / 이렇게 꼭꼭 잘 묻어 보내야 다시 돌아오는 일이 없지 않겠소? 42.
     
    나치에 잡혀 첩자 짓이나 개죽음 당하는 것보다는 레지스탕스와 유격대에 가입해 활동하는 게 훨씬 뜻 깊은 일이 아닌가. 55.
     
    자기의 선택과 결정에 대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 59.
     
    연약한 들꽃처럼 속으로 흐느껴 우는 듯했다. ... 더 이상 말을 거는 것은 꽃을 꺾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꽃은 계속 자랄 권리가 있지만 나한텐 꽃을 꺾을 권리가 없다. 멀리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61.
     
    벤야민 대장. “시시각각 변하는 전투상황을 뉴스로 들으며 불굴의 용기와 신념을 더욱 충전시킨다는 말이오 ... 이제 우리 유격대는 라디오가 망가져 식략보급을 받을 수 없으니 농민들을 약탈하는 도적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요. ... 오늘은 강철 같은 신념으로 충만할 수 있지만 내일은 휴지 같은 신념으로 바뀔 수 있소. 내 목숨 살리자고 내 동지를 총알받이로 만드는 게 바로 전쟁의 순간순간들이오.” 72.
     
    유격대로선 한 순간의 나태함도 허락되지 않소. 게으를 권리가 없다는 뜻이오. 74.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풀일수록 더욱 푸르지요. 솟아오르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게 씨앗이라고 했는데, 이 풀들을 보고 있으면 장엄하고 웅장한 ‘1812년 서곡’이 귀를 가득 채우곤 하지요. 86.
     
    자작나무 ...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매혹시킨 건 그런 실용성에 앞서 자작나무 자체가 갖는 순도 높은 미학이지요. 혹한의 눈보라에도 아랑곳없이 하늘을 향해 아득하게 솟구친 수 수직의 염결성이 나를 숨막히게 하지요. 91.
     
    도브 원장. “역설적으로 좌절과 절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죽을 수 있는 게 젊은이들의 특권이 아닌가. 그만큼 무서운 게 절망이라네. 죽음에 이르는 병이지.” 103.
    절망감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라 생각하네. 무엇이든 자기 일에 죽도록 몰입하거나 나가서 죽도록 싸우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서로에게 허풍 같은 거짓말을 하는 거라네. 절망의 문에 계속 못을 박는 선의의 거짓말. 103.
    “파시스의 학살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와 맞서 싸우기 위해선 파시스트보다 더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네. 마음의 법, 마음의 규율이지. 그 법과 규율은 모두가 인정한 원칙이네. 그걸 받아드릴 수 없어 여길 떠난다고 해서 길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네. 그것 또한 자유니까. 난 모든 것의 바탕은 자유가 되어야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온다고 믿네.” 111.
     
    철조망 안의 노예가 되어 복종의 길을 걷느냐, 아니면 철조망 밖의 도피자가 되어 처항의 길을 걷느냐였다. 128.
     
    서로를 충전/방전하는 관계... 135.
     
    도브 원장. “먹으면 눈이 녹기도 전에 먼저 입안이 자극받아 심하게 부어오르기 때문이네. 거꾸로 펄펄 끓는 물을 먹고 화상을 입는 이치와 같다고 보면 되네. 그래서 시베리아 눈은 아주 위험하지. 목이 마르면 끓인 물을 마시는 수밖에 없네.” 137.
     
    멘델. “누가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건 워낙 상대적인 문제라서 별 의미가 없다고 봐.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엄밀히 비교해버리면, 딱히 더 나을 것도 없고 딱히 더 모자랄 것도 없다고 보네. 한 사람의 효용가치는 적재적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말이야.” 145.
     
    빨치산과 레지스탕스의 위력... 나치 하나를 죽임으로써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른 독일인드한테 납득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인간이 인간을 죽여야만 비로소 인간의 가치와 존재가 증명되는 현실! 146.
     
    율리빈 대장. “자민족 약자들을 무시하고 학살하는 시오니스트들에게 타민족의 고통에 대한 배려가 있을 리가 없겠지. 그들에겐 오직, 어쩌면 나치보다도 더 잔인한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깊이 뿌리박고 있을지도 모르네.” 159.
     
    타민족/타종교/타인종에 대해 흉기 이상의 강한 배타성. 160.
     
    무성한 수염.. 빨치산의 상징이자 모든 기성제도의 가치와 권위를 부정하는 야생적인 독립성의 표상. 180-1.
     
    따뜻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유태인들의 고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과 학살로 모두 불타 사라지고, 나치에 의해 피로 물든 무덤만 존재할 뿐이다. 잿더미로 변한 고향은 추억하지 않는 게 최상이다. 182.
     
    의심할 권리도 있고 동시에 질문할 권리도 있는 것이다. 멘델은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5.
     
    죄악의 밤은 점점 깊어만가고 믿음의 불꽃이 꺼진지도 오래되었도다. 날마다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며, 피아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도다. ...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죄악의 어둠을 씻어내고, 사랑과 평화와 믿음을 밝혀줄 희망의 빛을 주소서! 212.
     
    1943년 6월 13일 토요일, 이제 숨을 20번 쉬면 영원히 멈추게 될 마틴 폰타쉬.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227ff.
     
    카틴 숲 대학살. 나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폴란드 비밀경찰 nkvd에 의한 학살. 266.
     
    독서의 완성은 책을 덮는 거네. 책을 다 읽는다는 게 아니라 덮어야 할 때를 알고 덮을 줄 아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네. 268.
     
    모두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아픈 사연들이 가슴 깊이 쌓여 있을 것이다. ... 대원들은 단지 눈빛만으로만 서로의 고통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 속에는 함께 강자가 되어 세상을 바꿔야만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전투적 묵계가 담겨있다는 것도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다. 274.
     
    죽은 자는 무덤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산 자는 무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무덤 속의 죽은 자는 오래 기억될 의무가 있고 무덤 밖의 산 자는 그들을 오래 기억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전쟁은 선택과 거부, 권리와 의무 두 가지 다 빼앗는다. 286.
     
    유태인으로 태어난 생명의 불꽃은 늘 풍전등화처럼 깜빡거렸다. 그 불꽃은 단 한번도 수직으로 피어본 적이 없었다. 291.
     
    어떤 모험이든 처음엔 다 무모했네. 307.
     
    비명과 아우성이 들려오는 창고에 계속 석유를 뿌려대는 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이것이 인간이란 말인가? 314.
     
    라인.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뭐죠? 제 아둔한 머리로서는 생각한다, 못한다 바로 그 차이라고 봐요. 그래서 아무리 하늘같은 상관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그게 잘못된 명령이면 당연히 거역해야죠. 왜냐하면 인간은 바로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니까요. 그런데 저 포로들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그런 생각을 모조리 유보해버린 거예요! 무뇌아나 짐승이 됐단 말예요!” 315.
     
    VnTnV.. 복수. 320.
     
    불행과 고통 속에서 증오 없이 살기란 쉽지 않은 법이죠. 332.
     
    바뀐 건 국적뿐이고 하는 짓은 똑같은, 말하자면 그게 식민지의 비애가 아니겠어요? 333.
     
    유태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피눈물 나는 수모와 애환. ... 340.
     
    멘델. “자기능력만큼 노동하고 필요한 만큼 나눠갖는 그런 공동체 말일세. 어쩌면 그런 점에서라도 우리가 사회주의자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딱히 어떤 정치적 신념에 따라 빨치산이 된 건 아니라고 보네. 단지 나치로부터 우리 가족과 형제와 이웃을 보호하고, 우리 갈 길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싸우는 것뿐일세. 이런 게 숭고하고 고귀한 싸움이 아닐까?” 340.
    난 이제 죽어도 한이 없네. 이 고난의 숲과 습지에서 그런 동지들과 목숨까지 나눠가지며 정말 뜨거운 인간애가 뭔지를 다 맛보았으니 말이네. 그게 바로 자유와 해방의 실체가 아닐까? 341.
     
    죽음의 그림자가 조용히 드리울때마다 간절하게 호소하는 바이올린 선율은 이 세상을 떠나는 영혼들의 마지막 메아리처럼 가슴을 후벼팠다. 342.
     
    에데크 대장. “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머진ㅅ ja을 만들고 나만의 왕국도 만들거야. 그 왕국의 이름은 ‘태양의 나라’이고 노예도 전혀 필요 없지. 난 그 태양의 나라에서 노예없는 왕으로 등극해 교황 대신 내가 수장이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통치할 거야. 여자가 없으니 목을 자르며 처형할 일도 없고, 총칼이 없으니 사람 죽일 일도 없고, 노예가 없으니 고통당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 타인이 아무도 없으니 내 마음 아플 일이 없어 이 얼마나 좋은가! 으하하하!” 353.
     
    전쟁이 마침내 끝난 것 ... 난파선이 망망대해의 거친 폭풍우를 피해 구사일생으로 어느 무인도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텅빈 무인도는 뼛속까지 공허하고 적막했다. ...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만큼 기억의 고집을 남기고 간다. 그 기억의 고집을 그는 꺾을 수 없었다. 369.
     
    라스콜리니코프(죄와 벌), 장발장(레미제라블). 법과 정의의 이중성. 385.
     
    프랑신. “어쩌면 바로 그런 부정적이고 체념적인 정신자세가 결국은 자신들을 가스실로 가게 만들었지 않았나 싶어요.” 390.
    프랑신. “그곳에서는 아무도 자발적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구요. 우선 분노하고 빵을 차지하는데 집착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긴 한가하게 긴장이 빠진 탓인지 자살할 여유가 생기는 모양이에요. 그렇지만 나로서도 그들의 죽음 앞에서 나모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게달레 대장.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죄의식이겠지요. 아우슈비츠에서의 생존자라면 누구든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같은 걸 느끼지요.”
    프랑신. “나의 생존이 마치 누가 내 대신 죽은 대가라는 죄의식이 강박감처럼 나를 닛누리고 있으니까요. 죽음을 빚진 사람 같단 말예요. 살아있다는 게 결코 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끄러움이고 죄지요. 그게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392.
     
    유태 격언. “과거의 역경은 얘기할수록 좋다.” 396.
     
    멘델. “피의 대가는 피가 아니라 정의다. 그러나 먼저 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그들과 똑같이 되어 역사가 피의 복수로만 반복되고 만다면, 이 세상에 과연 따뜻한 평화 같은 게 오기나 할까?” 405.
     
    법의 준수보다는 오히려 시민의 불복종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오.. 424.
     
    평화라는 이름으로 복수가 복수를 불렀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탐욕이 탐욕을 부른 것이었다. 436.
  • 지금이 아니면 언제? | ys**5636 | 2011.06.1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20세기에 들어서 2번의 세계 대전 속에서 제국주의의 팽창 및 민족주의의 우월성을 부르짖다&nb...


      20세기에 들어서 2번의 세계 대전 속에서 제국주의의 팽창 및 민족주의의 우월성을 부르짖다 비극적인 종언을 고하고 새로이 헤쳐모여식으로 이념과 체제가 짜여지면서 현대에 이르면서 신자본주의라는 극도의 국가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결국 약육강식의 생존 논리가 20세기와 지금과 비교하면 영토 확장,민족주의의 우월성등으로 총과 칼을 휘두른 무(武)의 철혈 정책이었다면 현대는 지구의 환경 오염과 기후 온난화,생태계 파괴등으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연을 거스르는 정책이 결국엔 인류가 자연의 대재앙이라는 역습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예측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맹위를 떨치고 연합군의 프랑스 노르망디 작전이 성공적으로 치달으면서 독일은 아리아라는 그들 민족의 우월성과 히틀러라는 인물의 영웅적이고 기회주의자에 의해 떠돌이 유대인들에 대한 대량 학살극이 독일을 비롯하여 폴란드,소련등지에서 자행되고 배가 고파 인육을 씹어 먹는등 참극의 연출이 레비라는 작가에 의해 서사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실제 그가 그 무시무시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생환을 맞이하여 그때 겪었던 유대인의 비극과 참상을 빨치산 내지 레지스탕스라는 저항 부대를 내세워 인간은 왜 살아야 하고 삶의 근본적인 의미는 무엇인가를 새삼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시간이 되었다.

     
    역사 이래 전쟁은 이긴 자든 진 자든 후유증이 심각했음을 알게 되는데 특히 제국주의의 영토 확장정책과 피제국주의의 백성들에게 자행한대학살 정책은 일국의 심각한 트라우마 및 적개심을 낳게 하고 국가간 원만한 관계개선은 겉으로만 치유되는 모양새를 띠지만 속마음은 언젠가는 복수의 칼날을 드리우게 마련이다.역사가 말해주는 독일의 유태인 홀로코스트,루꺼우챠오사건으로 비화된 중일전쟁과 남경 대학살,인체해부(마루타) 사건,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 인한 조선인 대학살사건등이 제국주의의 오만한 정책과 영웅주의의가 빚은 결과물이고 희생자의 대다수는 선량한 일반인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유대인 빨치산 부대의 주요 인물 멘델과 레오니르는 러시아 남부 벨로루스,우크라이나를 떠돌며 나치 근위대 및 그 세력들을 잡고 처단하며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에 항거의 깃발을 내세운 전위대원들인데 노볼셸키 빨치산 수도원의 도브 원장,율리빈 대장,게달레대장,시슬,라인등이 강과 숲과 습지,평원등을 이동하면서 때론 나치의 이동을 막기 위해 보급품 수송 열차를 폭파하기도 하고 나치대원들과 불심 마추침에 총격전이 이어지며 섬광같은 불바다와 귀가 찢어지는 총탄 세례등이 공감각적으로 다가온다.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나도 부모님에게 들은 6.25전쟁의 참상과 잠을 자다 갑자기 날아든 총탄이 흙벽담을 뚫고 날아갔다는 섬득한 얘기,군에 갔다 온다던 오빠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전쟁이 낳은 희생은 근본적으로 참다운 인간의 삶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산 자들은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는 갖고 있어야 하다.우리는 곧 무장해제 되어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최후의 권리는 죽임인데 자기옥쇄에 들어가 결사항전으로 맞서는 최후의 방법인데 죽어도 사는 것이다! 이게 바로 유대인 빨치산 요원들의 필사적인 항거법이었다고 생각한다.2차세계대전이 말로를 걸으면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암살이 되고 히틀러는 궁지에 몰려 결국 자살을 함으로써 독일의 유대인 학살극은 끝을 내게 되고 빨치산 부대원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길을 향해 떠나게 된다.

     
    이념과 체제 아래에서 민족의 우월성과 영토 확장을 도모했던 히틀러 및 스탈린의 제국주의의 음모는 사필귀정으로 끝나게 된다.작가 또한 유대인으로서 게토,아우슈비츠,카틴숲등의 유대인 학살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또는 살아있다는 자체가 같은 동족에 대한 회한으로 다가섰을지도 모른다.히틀러와 스탈린에 의해 자행된 광기,잔혹성,살아남기 위해 나치에 빌붙어 동족을 죽여야 했던 유대인의 이중성등을 통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된다.

     
    폴란드 시인이 쓴 시다.

     
    마리아여,
     
     아이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으면

     
    이 폴란드에서 아이를 낳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태어낮마자

     손톱으로 십자가를 그을 것이니
      
     깊은 슬픔의 바다는 경계도 없고 바닥도 없으며 깊이도 알 수 있는 참극이고 형언할 수 없는 나락으로의 진혼곡이라 할 수 있다.




  • 유대인의 다른 이야기 | sm**g | 2011.06.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얼마전 영화 '디파이언스'를 흥미롭게 본적이 있었다. 2차 대전 당시의 유태인이라고 하면 게토에 수용되어 있다가 아우슈비츠로 ...
    얼마전 영화 '디파이언스'를 흥미롭게 본적이 있었다. 2차 대전 당시의 유태인이라고 하면 게토에 수용되어 있다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것이 그들의 전형적인 삶의 패턴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의 전설' '쉰들러 리스트'등 내가 본 수많은 2차대전의 유태인 관련 영화들은 한결같이 그런 패턴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나의 일기' 도 숨어서 언제 잡혀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유대인의 삶을 그려주는 책이다.
     
    내 인식에서 유대인의 운명을 더욱 강하게 결정지은 것은 정신분석학자 '빅토르 프랑크'의 저서 때문이다. 역시 유대인 수용소의 생존자였던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절망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의지를 말살당하하게 되는지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또 그는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결단하고 어떻게 자신의 자유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실존적인 결단의 상황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고결한 결단이라는 것이 큰 감동을 주었지만, 그 역시 수용소 안의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영화 디파이언스처럼 수용소 밖에서 저항하는 유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숨어서 웅크리고 있는 유대인의 모습도 아니고, 2차대전 후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려고 몸부림치는 유대인의 모습과도 다르다. 배고프고 추위에 떨면서 상존하는 위협에 몸을 도사리고 있는 존재일 수 밖에 없지만, 깊은 숲을 배경으로 많은 수의 유대인들이 모여서 총을 들고 적극적으로 저항을 하는 모습은 전에는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감동이었다.
     
    '디파이언스'와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지만 영화가 담을수 없는 세밀한 세부묘사와 감정의 세밀한 흐름을 정밀하게 담아놓은 점이 훨씬 더 감동이 크다.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은 가공이지만, 책이 묘사한 내용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엄청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며 그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공동으로 두려움이라는 내부의 적과, 폭력이라는 외부의 적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이 책은 거대한 전쟁을 묘사한 것이라기 보다는 전쟁에 대입된 일련의 사람들이 그들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전쟁이라는 상황에 편입된 후에 어떤 선택들을 했는지, 그리고 현실이라는 이름의 상황은 그들이 한 선택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거칠면서도 예리히고 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대하소설같은 감동을 주는 책이다.
     
  • 지금이 아니면 언제 | al**182 | 2011.04.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경험과 동유럽 유태인 빨치산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쓴,숭엄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나치에 항거하는 ...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경험과 동유럽 유태인 빨치산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쓴,

    숭엄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나치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이야기로도

    유태인들의 디아스포라 연대기로도

    상실감을 지닌 한 인간의 쟁투로도 

    읽힐 수 있는 이 이야기의 대담함은 그 인간미에 있다. 


    엄혹한 전쟁 중에도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유머와 동질감, 정신을 잃지 않는

    유태인 빨치산 투사들의 인간적인 매력이 프리모 레비의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에 잘 담겨있다.


    따뜻하고 슬픈, 끊임없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역작.

    마치 그들과 함께 행군하듯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읽어나간 책.


    레하임! (삶을 위하여!)



    오랫동안 연락두절 상태였다가 갑자기 나치와 우크라이나, 헝가리 용병들의 이동 소식이 들려오면 그때부턴 불안감과 절망감 때문에 초죽음이지. 그 절망감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라 생각하네. 무엇이든 자기 일에 죽도록 몰입하거나 나가서 죽도록 싸우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서로에게 허풍 같은 거짓말을 하는 거라네. 절망의 문에 계속 못을 박는 선의의 거짓말.



    정의로운 싸움에는 항상 그렇게 이간질시키고 역이용하는 간계가 있기 마련이네. 그러니까 그런 치졸한 간계의 결과까지도 우리가 짊어져야할 운명이라는 뜻이네. 이처럼 어수선한 세상일수록 더욱 원칙에 철저해야 조직도 단단해지고 명분도 살아남는 법이네. 비록 우리가 질 때 지더라도 그 명분만큼은 아름다운 씨앗으로 남아있지 않겠는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늘 슬픈 것들만 떠올리면 독이 되고, 강한 빨치산이 되기 어렵네. 그리고 난 세 가지만 믿네. 총알, 보드카, 여자... 예전엔 이론을 믿어 한때 경도되었지만, 이젠 아니네."

    "왜요?"

    "그건 삶이 아니니까."

    "그럼 삶은 뭐죠?"

    "앞으로는 살아야 하고 뒤로는 수긍해야 하는, 뭐 그런 것쯤 되지 않을까? 그리고 자네가 나한테 이렇게 꼬치꼬치 묻지 않는 것, 하하."

    "......"

    "난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해. 총알이 날아가다가 방향을 바꿔버렸으면 좋겠다고."

    "어디로요?"

    "나에게로."

    "아니, 왜요?"

    "그래야 진실한 세상으로 바뀔 테니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시슬이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부터 시슬과의 관계가 뚜렷한 이유 없이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사랑은 야전밥솥처럼 언젠가는 식지만 그러나 꼭 밥은 남기는 법이다. 그게 설익은 밥이든 된 밥이든 누룽지까지 남기는 법이다. 멘델은 그걸 믿었다. 비록 사랑이 식어가고 변해가며 스스로 증거인멸을 하더라도 말이다. 다 불타버리고 마지막 한줌의 재 속에 간신히 남은 온기라도 뜨거운 사랑의 증표로 고이 간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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