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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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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쪽 | | 128*206*10mm
ISBN-10 : 8932030391
ISBN-13 : 9788932030395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중고
저자 이병률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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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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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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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낙담의 자리에서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선 한 사람의 혼잣말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의 산문집을 발표하며 여행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병률의 다섯 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시집 《눈사람 여관》 이후 쓰고 발표한 60편의 시를 엮었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저자는 온전한 혼자가 되어 자주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때로는 불안을 잔뜩 껴안은 채로, 바깥을 걷고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한다. 그렇게 혼자가 된 저자가 끝내 그만두지 못한 마음속 혼잣말들은 담장을 쌓아올리듯 겹침과 포개짐을 반복하며 질문을 낳았고, 더는 혼자가 아닌 말이 되어 끝내 시로 완성되었다.

저자소개

저자 : 이병률
저자 시인 이병률은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으로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2006)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힘’ 동인이다.

목차

시인의 말


살림 9
사람 10
사람의 자리 12
여행 14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 16
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18
사랑의 출처 20
그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22
있지 24
내시경 26
11월의 마지막에는 27
노년 28
반반 30
사람의 재료 32
파문 34
목마들 36
담장의 역사 38
설산 40
정착 42
사람이 온다 44


몇 번째 봄 49
청춘의 기습 50
마음 한편 52
지구 서랍 54
두 사람 56
호수 58
새 60
밤의 골짜기는 무엇으로 채워지나 62
염려 64
불화덕 66
미신 68
가방 70
시를 어떨 때 쓰느냐 물으시면 72
여름은 중요하다 74
소금의 중력 76
수색역 78
어제까지의 풍경 79
고독의 작란 80
왜 그렇게 말할까요 82
무엇을 제일로 84


탄생석 89
인명구조 수업 90
생활이라는 감정의 궤도 92
동백에 새 떼가 날아와서는 94
내가 쓴 것 96
후계자 98
사는 게 미안하고 잘못뿐인 것 같아서 100
이별의 원심력 102
이 넉넉한 쓸쓸함 104
직면 106
당신은 사라지지 말아라 108
새벽의 단편 110
얼음 112
집게 113
해변의 마지막 집 116
다시 태어나거든 117
횡단열차의 저편 118
비를 피하려고 121
좋은 배치 122
착지 124

발문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김소연 126

책 속으로

우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를 핑계로 혼자만이 늘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 누구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당신만은, 방에서 나와 더 절망하기를 바랍니다.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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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를 핑계로 혼자만이 늘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 누구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당신만은, 방에서 나와 더 절망하기를 바랍니다.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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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들, 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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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들,
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를 펴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눈사람 여관』(2013) 이후 쓰고 발표한 시 60편을 묶고 있다.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가득한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그의 시는 대단한 결기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냉소나 환멸로 손쉽게 치환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하지 않으냐 눙치려 들지도 않는다. 낙담의 자리에서 지탱하려고 힘을 모으는,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그는 서 있다”(시인 김소연).

마음속 혼잣말이 질문이 되고
다시 안부를 묻다

시인은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에 내내 귀를 기울여온 중이다(시인의 말). “가만히 서랍에서 꺼내는 말/벗어 던진 옷 같은 말”, “던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므로 도착하지도 않는 말”, “말할 수 없음이 그렇고 그런 말”, “들어도 들어도 저울에 올릴 수 없는 말”(「있지」), 모두 시인에게서 비롯된 혼잣말들이다.

왜 말은
마음에 남지 않으면
신체 부위 어디를 떠돌다
두고두고 딱지가 되려는 걸까요
왜 스스로에게 이토록 말을 베껴놓고는 뒤척이다
밤을 뒤집다 못해 스스로의 냄새나 오래 맡고 있는가요
―「왜 그렇게 말할까요」 부분

그의 혼잣말은 담장을 쌓아올리듯 겹침과 포개짐을 반복하며 거듭 질문을 낳고, 더는 “혼자가 아닌 말”(「있지」)이 되어 “열리지 않는 세계의 무한한 면”(「내시경」)을 살려내고 끝내 시로 완성되어간다. 그러한 사정으로 이병률에게 시는 “쓰려고 쓰는 것”이기보다 “쓸 수 없어서 시”(「내가 쓴 것」)일 때가 더 잦다. “쓰지 않으려 할 때도 걷잡을 수 없이 방향을 잡는” 이 시적 갈망 사이사이 그는 “제대로 된 절망 하나를 차지하고/놓지 않겠노라”(「무엇을 제일로」) 같은 서약과 다짐들을 화덕에 불씨를 댕기듯 부려놓기도 한다.
한 소년의 슬픔과 미래 사이라든가
잦음과 무작정의 폭이라든가

고심되는 거리 사이에
감정을 놓고 싶다든가
한 얼굴을 옮겨다 놓고 싶다든가

세상 모든 진실한 배치란
점으로부터 점까지의 평행이면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직전
손 닿으면 금이 갈 것 같은 팽팽한 의도
―「좋은 배치」 부분

나는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느라
나의 2층은 무겁다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의 귀한 말들을 모으되
마음의 1층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일

그 마음의 1층과 2층을 합쳐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
사람의 집을 지으려는 것
―「지구 서랍」 부분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이별의 원심력」 부분

세상 가장 육중하고 정밀한 조직 아래
사람―사랑 속을 잇다

이 시인은 온전한 혼자가 되어 자주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때로는 불안을 잔뜩 껴안은 채로, 바깥을 걷고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한다. 그 바깥은 깊은 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마주한 한 사내에서 대못이 놓인 창틀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터미널로, 거미줄 쳐진 도서관 사물함으로,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새벽과 마주한 책상에 놓인 백지 위로 수시로 옮겨간다. “흐르는 것에 이유 없고/스미는 것에 어쩔 수 없어서”(「새」), “감정을 시작하고 있는지/마친 것인지를 모르는”(「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채로 시인은 허공에 둔 시선만큼이나 오래 손을 뻗어 비밀한 삶의 자리, 곧 사람의 자리를 이어가며 통과한다.

몸 하나를 이루는 피와 살
강물을 바라봐야 하는 평생 동안의 부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용량이 있다
그것은 제한적이다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사실이다
[……]
바깥과 이 안의 단절
이 칸에서 저 칸으로의 횡단

삶도 대륙을 횡단하는 긴 열차일 거라고 마음을 정하는 동안
―「횡단열차의 저편」 부분

그 가지 손끝에서 줄을 그어 나에게 잇고
다시 나로부터 줄을 그어 위층의 사내에게 잇다가
더 이을 곳을 찾고 찾아서 별자리가 되는 밤

척척 선을 이을 때마다
척척 허공에 자국이 남으면서
서로 놓치지 말고 자자는 듯
사람 자리 하나가 생기는 밤이다
―「사람의 자리」 부분

그의 소관은 물론이려니와 그의 소관 바깥의 사람과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에 정지 화면처럼 오래 붙박여 마음을 잇대어보는 시인은 “모든 것에 과하게 속하지 않”(「얼음」)으려 애쓰면서도 무언가를 기꺼이 겪으려는 사람이고 만다. “옮겨놓은 것으로부터/이토록 나를 옮겨놓을 수 있다”(「여행」)는 이병률 시작(詩作)의 비밀은 결국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사람이 온다」)으로, “누군가를 스스로에게 연결 짓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걸 매순간 깨우치며 “지탱하려고 지탱하려고 감정은 한 방향으로 돌고 도는 것으로 스스로의 힘을 모은다”(「생활이라는 감정의 궤도」).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이 넉넉한 쓸쓸함」 부분

시인의 절제란, 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하여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바를 가장 잘 건사하기 위해서 시인이 반드시 취해야 할 도리라는 것을 이병률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심장을 다독이고 다독여서/빨래 마르는 동안만큼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때, 이병률의 삶은 이 다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걸로 읽힌다. “병에 걸리”는 것일지도 모르고 “이렇게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될지 마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려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다짐이라고 했지만, 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인 만큼,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 같다. 이 다짐은 선택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이다. ―김소연, 시집 발문「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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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사람의 재료   오늘은 약속에 나가   사람들과 앉아 이야기...

      사람의 재료



      오늘은 약속에 나가

      사람들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왜 오지 않는 거냐고


      이미 약속 시간으로부터 십 분이 지나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황급히 일어나 간판을 다시금 확인하고

      옆 건물로 들어가 사람들 사이에 다시 앉았다


      만나도 모르는 사람들

      몰라도 만나는 사람들


      만나더라도 만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이 좁디좁은 우주에서 우리는 그리 되었다


      이 바다의 물을 다 퍼서 다른 바다로 옮기는 일들처럼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내뱉은 말들이라 가능했다고 믿었다


      꽃이 꽃을 꺽는다거나

      비가 비를 마시게 된다는 식의 일들

      우정의 모든 사랑이라든가

      그로 인해 어제는 가볍지 않았다는 기록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이대로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가정만으로

      이제 감각도 없는 굳은살들을 떼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의 재료들 사이에서

      무조건 속의 조건들을 골라낼 줄 알게 된다면


      저편에 또 다른 나 하나가 생성된다는

      잔인한 가정을 믿기로 한다면

      정말이지 누군가에게 무언가라도 되어야겠는데


      오늘 한 일이라곤

      약속에 나가 감히 다른 자리에 앉아 있다 온 거였다


    -


      ϻ아름다운 이별, 은 없는 것이다.

      이별의 한복판을 거닐 때 이 시를 만났다.


      글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무언가일 때 만나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읽고,

      또 읽고,

      접어 둔 시들을 다시 읽으며 나는 알았다.


      시인이란 반드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또 나는 감히 그런 시인이 되어 보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su**ell | 2018.09.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병률 시인의『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 시집의 글들은 그러했다. 때때로 무언가에 대한 작가의 짧은 ...


      이병률 시인의『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 시집의 글들은 그러했다. 때때로 무언가에 대한 작가의 짧은 단상 같기도 했고, 때로는 작가 본인의 혼잣말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시를 읽는 이들에게 차분하고 평온한 어조로, 있잖아 오늘 말이야,라며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아 어쩐지 귀 기울이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날 있었던 일, 자신의 비밀 하나, 사람과 사랑, 만남과 이별, 관계와 감정, 서로에게 가닿지도 못하고 가늠되지도 못한 어떤 말들. 그리고 어떤 때 시를 쓰느냐에 대한 대답과 시집의 맨 마지막 시는 무엇으로 할까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만약 부제를 정해 보라 한다면, 윤동주의 시집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차용해 ‘사람과 사랑과 별과 시’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그만큼 이 시집에서 사람, 사랑, 별은 자주 등장하는 단어였고,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들이 많았다. 더불어 시인의 세계에서는 자연적인 요소들이 종종 등장했는데, ‘선인장, 식물의 뿌리, 꽃을 피워 올리는 씨앗과 구근들, 꽃과 나무, 호수나 물, 불, 돌, 새 떼’처럼 이러한 대상들은 작가의 감정이나 생각을 투영하거나 생각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중 누군가와 마주치게 되고 서로 말을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만남이 어떤 관계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놀라움과 감탄도 잠시, 지속적으로 오래가는 관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으며 대개 어느 한쪽이 감정이 다하고 나면 더는 상대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게 관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가까웠던 사람이 누구보다 멀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만남 역시 이별과 등을 딱 맞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다림이든 이별의 과정이든, 한동안 상대를 떠올리는 시간을 겪는데 시인은 이 부분에 대해 나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었다.
      헤어짐 이후, 개인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픔이 밀려올 때도 있을 것이고, 그리움이 왈칵 쏟아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가 대신해줄 수 없으니 그저 스스로 끊임없이 감당하고 감내하며 괜찮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다.


    비밀 하나를 이야기해야겠다
    누군가 올 거라는 가정하에
    가끔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간다는 비밀 하나를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부분)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몇 번째 봄」부분)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이별의 원심력」부분)

     

      한편, 이 시집에서는 여러 시를 통해 연(緣)에 대한 표현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 인연(因緣)의 그 ‘연(緣)’이며, 그 자체의 뜻도 ‘인연 연(緣)’이다. 인연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뜻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물과의 관계를 말할 때도 인연이라고 표현된다. 글자를 잘 살펴보면 알겠지만, 연(緣)의 부수는 ‘실 사(絲)’로 가는 실로 묶여 있음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만큼은 이별이 너무 고통스럽거나 슬픔으로만 남지 않았다. 그 자체가 개인에게 힘들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시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무언가와 이어져 있고 닿아있다고 끊임없이 환기 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병률 시인은 단절성 대신 연결성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우리 손에는 실들이 묶여 있고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 말은 알게 모르게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저 별들도 알고 보면 다 우리의 인연인 셈이다. 덕분에 마음 한편에는 따뜻함이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구요
    (...중략...)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살림」부분)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사람이 온다」부분)


    나의 완성은 그렇다
    지구 사람 가운데 나에게 연(緣)이 하나 있다면
    당신들의 흩어짐을 막는 것
    지금은 다만 내 마음의 1층과 2층을 더디게 터서
    언제쯤 나는 귀한 사람이 되려는지 지켜보자는 것


    나의 궁리는 그렇다
    (「지구 서랍」부분)


    멍이 드는 관계가 있습니다
    멍이 나가는 관계가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첫 별은
    잠시 후면 이 호수에 당도해


    홀로 남은 채로 멍이 퍼지고 있는 한 사람을 끌어줄 것입니다
    (「호수」부분)
     

  •   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허공을 향해 날아갔으나 착지하지 못하는 돌 벼랑 너머로 굴러...
     

    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허공을 향해 날아갔으나

    착지하지 못하는 돌


    벼랑 너머로 굴러 떨어졌어도

    어디에도 닿지 않고 허공에 매달려 있는 돌

    첨벙 소리를 내며 물로 빠졌으나

    가라앉지 않고 이리저리 물살에 쓸리는

    삼켰으나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 안에 머물러 있는 돌


    감정을 시작하고 있는지

    마친 것인지를 모르는 것처럼


    눈을 감으면 배가 고파서

    더 먼 곳을 생각하고

    월요일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면서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상해한다


    멍하니 떠 있던 시소는 아무도 올라타지 않았는데

    한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계절의 겨드랑이에 돋아나던 깃털은

    어느 날엔가는 자라는 것을 관두었다


    발을 땅에 붙이고서는 사랑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완벽한 사랑은 공중에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찌 삶이 비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어정쩡한가. 허공을 향해 날아갔으나 착지하지 못하는 돌, 벼랑 너머로 굴러 떨어졌어도 어디에도 닿지 않고 허공에 매달려 있는 돌, 첨벙 소리를 내며 물로 빠졌으나 가라앉지 않고 이리저리 물살에 쓸리는 돌. 투박하고 묵직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돌. 삼켰으나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 안에 머물러 있는 돌.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고 목구멍 안에 머물러 있는 돌, 그게 사랑이란다. 공중에 있어 발을 땅에 붙이고서는 사랑을 따라잡을 수가 없단다. 그래서일까.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 / 산 하나를 쓰다 버리는 것 / 사랑이라 한다”(「사랑의 출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 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몇 번째 봄」).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이별의 원심력」).



    지구 서랍

     


    터미널에서 스친 한 노인이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마음이 아파서인지 몸을 반쯤 접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순수하게 했는데,

    나한테 이러믄 안 되지


    나는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느라

    나의 2층은 무겁다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의 귀한 말들을 모으되

    마음의 1층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일


    그 마음의 1층과 2층을 합쳐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

    사람의 집을 지으려는 것


    나의 마련은 그렇다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이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


    지구 뿌리에 빗물 전해지듯

    당신들이 이 지구에 귀함을 보탤 거라면


    나의 완성은 그렇다

    지구 사람 가운데 나에게 연(緣)이 하나 있다면

    당신들의 흩어짐을 막는 것

    지금은 다만 내 마음의 1층과 2층을 더디게 터서

    언제쯤 나는 귀한 사람이 되려는지 지켜보자는 것


    나의 궁리는 그렇다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이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이다.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이기에 사람의 집을 지으려는 것이기에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의 귀한 말들을 모은다.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아 나의 2층은 무겁다. 지금은 다만 내 마음의 1층과 2층을 더디게 터서 언제쯤 나는 귀한 사람이 되려는지 지켜보자는 것, 나의 궁리는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이리라. “내 등에 솔방울이라도 맺히고 있어서 자주 솔깃해지는 건 아닌지 무심히 돌아보고 돌아봤지만 자꾸 사람들한테서 뭉툭한 소리를 들었다”(「집게」).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이 넉넉한 쓸쓸함」).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ep**_hb | 2018.01.0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혼자가는 ...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혼자가는 여행이었다. 짧은 여행길에 읽을 시집을 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예산에 한정이 있다보니 다른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책 가격을 빼고 나니 가격이 애매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시집은 가격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에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아무 이유없이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러한 디자인의 시집이 갑자기 눈에 띄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날, 기차에서 읽기 시작한지 10분만에 나도 모르게 포스트잇을 이리저리 붙여져 잇는 책을 보았다. 벌써 이 책이 좋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것처럼 이 시가 나에게 다가왔다. 기차안의 혼자 있는 시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칸에 타고 각자의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지만 이어폰으로 음악을 틀고 책을 읽으면 모두가 각자의 단절된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책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특히 시집들이 가장 나를 집중하게 만든다. 왜 시집을 읽는 것일까? 그것은 내가 특별히 시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지만, 이처럼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집중해서 고요함속에 읽는 책은 시집이 가장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그 어떤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이렇게 장르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시집이 주는 고요와 또는 쓸쓸함, 평안함 그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하여서 느꼈기 때문이다. 이병률 작가님꼐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st**ream | 2017.11.2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시집의 제목을 듣는 순간, 왠지 안심되는 기분이 느껴진다. 바다라는 우리가 모르는 그곳 ...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시집의 제목을 듣는 순간, 왠지 안심되는 기분이 느껴진다. 바다라는 우리가 모르는 그곳 세상에 있는 자연이 잘 있다니...다행이다...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바다가 잘 있다니 다행이다...그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 것은 참 신기한 생각이 든다. 그냥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에 애정을 갖고 소곤소곤 노래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큰 목소리를 낼 때도 있지만...

    ...시를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 든다..

     

    -----------------------------------------

     

    소금의 중력

     

    - 이병률

     

     

    어떤 말은 단어가 하나인데 뜻이 여럿인 것처럼

    각기 다른 뜻이 여러 개인데 달랑 단어가 하나뿐인 말처럼

    종종 외국어 단어에는 다중과 다단이 배치되어 있다

     

    하나의 말이 다른 말을 거들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이가 좋아야겠지만

    하나의 단어에 여러 개의 의미가 모이는 것을 선호한다

    단숨에 한번에 만들어진 그런 단어는 없을 것이기 때문

     

    그런데 나는 오늘 소금을 받았다

     

    냄새가 있지도 않으며 정신적이지도 않은 소금

    왜 소금이냐고 묻지 않았다

     

    소금이 세상에 가라앉고

    몸에 음식에 바람에 섞이면서도

    일말의 물음은 없었을 것이다

     

    소금은 혀를 쾌락으로 채우기도 하지만

    인간의 문제 또한 그 혀가 갈라놓고 마는

    소금의 능력을 이제는 나도 알아갔으면 한다

     

    이 세계

    이토록 하나가 아닌 세계

     

    소금 안에 단맛이 있어서

    한 그릇의 어떤 맛도 완결을 이뤄낸다는 사실을

     

    사람이 그토록 사이를 마칠 때도

    소금 같은 짠맛이 각막에 흩뿌려진다는 사실을

    아무도 누설하지 않는 세계에 살면서

     

    왜 당신이냐고 묻지 않은 일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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