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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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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쪽 | A5
ISBN-10 : 8972754676
ISBN-13 : 9788972754671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양장] 중고
저자 박완서 | 출판사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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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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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책 상태가 좋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ns9***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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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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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과 깊은 성찰이 담긴 박완서의 산문집!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가 4년 만에 펴낸 에세이『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이자 팔순을 맞이한 작가는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너무 많이 모르고 있는 것들에 감동받을 수 있는 삶은 작가에게 늘 새롭고 경이로운 시간으로 다가온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노작가의 연륜과 깊이 있는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의 깨달음,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의 글들이 담겨 있다.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 박수근 화백 등 먼저 간 빛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에 대한 가슴 찡한 그리움도 함께 털어놓았다.

저자소개

저자 :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엄마의 말뚝』『꽃을 찾아서』『저문 날의 삽화』『한 말씀만 하소서』『너무도 쓸쓸한 당신』『친절한 복희씨』 등이 있고,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서 있는 여자』『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미망』『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아주 오래된 농담』『그 남자네 집』 등이 있다.
또한 동화집 『나 어릴 적에』『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부숭이의 땅힘』『보시니 참 좋았다』 등과 수필집 『세 가지 소원』『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살아 있는 날의 소망』『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어른노릇 사람노릇』 『두부』 『호미』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등을 수상하였다.

목차

책머리에

1부_ 내 생애의 밑줄
ㆍ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ㆍ내 식의 귀향
ㆍ유년의 뜰
ㆍ흐르는 강가에서
ㆍ나는 다만 바퀴 없는 이들의 편이다
ㆍ아아, 남대문
ㆍ식사의 기쁨
ㆍ노인, 최신 영화를 보러 가다
ㆍ친절한 나르시시스트들
ㆍ빈집에서 생긴 일
ㆍ내 생애의 밑줄
ㆍ야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
ㆍ구형예찬

2부_ 책들의 오솔길
ㆍ꿈이지만 현실, 진실이지만 거짓인 세계―존 코널리 『잃어버린 것들의 책』
ㆍ누군가를 기다리는 밥상이 덜 쓸쓸한 법이지―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
ㆍ증손자 볼 나이… 난, 지금도 엄마가 필요해―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ㆍ사람을 부르고 동행을 부추기는 제주도 흙길―서명숙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ㆍ지도 밖의 땅… 그들은 왜 봉천으로 갔는가―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ㆍ돈만 아는 세상, 괴짜 기인들을 만나다―정민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ㆍ겸손한 서향이 가슴에 번지네―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ㆍ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애송시 100편』
ㆍ맛있고 몸에 좋은 것만 찾는 세상 얄밉다―공선옥 『행복한 만찬』
ㆍ그는 담 밖 세상을 누뜨게 해준 스승―이청준 『별을 보여드립니다』
ㆍ지루한 여름날을 넘기는 법―조나 레러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ㆍ죽기 전, 완벽하게 정직한 삶 살고 싶다―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ㆍ반 고흐의 손이기도 했다. 감자를 먹는 저 손… 정직한 노동을 한 저 손은―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3부_ 그리움을 위하여
ㆍ천진한 얼굴 가지신 아담한 노신사
ㆍ신원의 문학
ㆍ보석처럼 빛나던 나무와 여인

책 속으로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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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폐증이라고 생각되자, 그런 내가 정떨어진다. 자신이 싫어하는 나를 누가 좋아해주겠는가.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그나저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고통의 기억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신속하게 지우면서. 나 좀 살려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고 싶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내 생애의 밑줄> 중에서

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 중에서

그 많은 사건과 인생들이 생생히 살아 움직이면서 비천한 것들이 존엄해지기도 하고 잘난 것들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비천해지고 하는 게, 마치 지류의 맑고 탁함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 큰 강이 도도히 흐르면서 그 안에 온갖 생명들을 생육하는 것과 같은 장관입니다. 이 작은 나라에서 그런 큰 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문학이니까 가능한 축복이요 기적입니다.
-<신원의 문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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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등단 40년,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 4년 만에 출간된 2010년 최신작!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自閉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주었다.” 박완서 신작...

[출판사서평 더 보기]

등단 40년,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
4년 만에 출간된 2010년 최신작!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自閉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주었다.”


박완서 신작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산문집은 세상으로부터 작가의 몫으로 떠넘겨받게 된 시대에 대한 소슬한 관조와 사사롭게 만나는 자연과 생물,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유의 결정(結晶)이라 할 수 있다. 4년 동안 쓰여진 글을 모은 이 산문집은 세대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파노라마 같은 온갖 색조로, 그윽하게 뿌리내린 사유의 세계는 그의 작품의 원형이 된 자신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솔직 담대한 사실주의 그림과 같은 리얼리티를 담고 있어 더더욱 울림이 크다. 이번 산문집이 노작가만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것도 바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 진솔함 때문일 것이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새삼 발견하게 된 기쁨과 경탄, 그로 인한 감사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욕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음과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기척”을 감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대목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강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가에겐 못 가본 곳, 곧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의 충일함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아직도 만나야 할, 다 하지 못한 새롭고 경이로운 시간이 작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문집에서 작가는 꿈틀대는 생명력의 경이로움을 담아 “내 몸이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라며 죽음과 가까워진 생에 대한 담백한 성찰 또한 거침없이 고백하고 있다. 죽음을 초월한 초월자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말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체험한 후 고통에의 의지로 죽음을 인정하게 된 후에야 비로소 ‘생명’이란 존재에 이르는 삶을 체험하게 된 고백이다. 아울러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보듬고 다독여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품이 되어준 김수환 추기경, 작가가 자신 안에 칩거해 세상을 등지고 있을 때 세상 속으로 이끌어준 박경리 선생, 더는 전락할 수 없을 만큼 전락해버린 불행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 그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준 박수근 화백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에 보석처럼 빛나는 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다 주고 가지 못한 사랑을 애달파 한다.
한편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경제제일주의가 만들어낸 황폐한 인간성”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무너져 내린 남대문, 천안함 침몰 사건 앞에서 오히려 작가 자신의 “뻔뻔스러운 정의감”과 “비겁한 평화주의”에 대한 반성은, 단순한 한 개인을 넘어 한국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역사의 증인으로서 작가만의 상처를 되새겨본 반성이자 말할 수 없는 연민과 회한을 담고 있다.
또한,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2008년 한 해 동안 신문에 연재했던 ‘책 너머 본 세상’ 이야기인 서평을 함께 실었다. 자신은 이 글을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책을 골라 읽다가 오솔길로 새어버린 이야기”들이라고 했지만, 책 한 권 한 권마다 삶의 제각기 자국들을 새겨놓은 글이어서 ‘박완서가 책과 소통하는 세계’의 색다른 재미와 깊이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영원한 현역’이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답게, “기력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글을 쓸 것”이라는 박완서는 여전히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빨리 쓰지는 않지만 좋은 문장을 남기고 싶어서 더 공들여 쓴다.” “지금도 머릿속으로 작품 생각을 하면 뿌듯하고 기쁘다”는 그의 의지는 대지와 같은 생명력이 담뿍 담겨져 있다.
작가는 등단 40주년이라는 것에 어떤 큰 구속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존재의 영속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로, 작가가 아직 가지 못한 길, 어딘가에 있을 더 아름다운 길을 찾아 나설 자유를 향한 의지와 내적인 충동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산문집이 작가의 현재를 읽는 즐거움은 물론 미래를 읽는 설렘까지 가져다주는 이유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살아 있는 거목이라는 진부한 찬사를 동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닫기]

책 속 한 문장

  • 정승혜 님 2013.11.04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 富力 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허성미 님 2011.06.14

    삶이란 존엄한 건지, 치사한 건지 이 나이에도 잘 모르겠다.

  • 허성미 님 2011.06.08

    가슴을 설레게 하는 책은 못 버린다.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 (p.148)

회원리뷰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oc**001 | 2014.09.2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아침 느지막이 중학다리 집을 떠나 종로, 광교, 을지로 입구, 남대문까지...

     

     

     

     아침 느지막이 중학다리 집을 떠나 종로, 광교, 을지로 입구, 남대문까지 우린 너무 느리게 걸었고,

    어머니가 이렇게 굼벵이처럼 걷다가는 해 안에 한강도 못 건너겠다고 걱정을 하는 바람에 이제부터라도 앞만 보고 기운 내서 열심히 가야겠다고,마지막 돌아보는 셈치고 돌아다본 시야에 문득 남대문이 의연히 서 있었다.

     눈발을 통해 본 남대문은 일찍이 본 일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웅장했다.

    눈발은 성기고 가늘어서 길엔 아직 쌓이기 전인데 기왓골과 등에만 살짝 쌓여서

    기와의 선이 화선지에 먹물로 그은것처럼 부드럽게 번져 보이는 게 그지없이 정답기도 했지만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볼 땐 산처럼 거대하고 준엄해 내 옹색한 시야를 압도하고도 넘쳤다.

     나는 이상한 감동으로 가슴이 더워 왔다.

    남대문 미美의 극치의 순간을 보는 대가로 이 고난의 피난길이 마련되었다 한들 어찌 거역할 수 있으랴 싶었다.

    그건 결코 안이하게 보아질 수 없는, 꼭 어떤 비통한 희생의 보상이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종교적인 경건으로 예배하듯이 남대문을 우러르고 돌아서서 남으로 걸었다.

    이상하게도 훨씬 덜 절망스러웠다.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를 덜 절망스럽게 하고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거야말로 바로 문화의 힘일 터이다.

    그건 또한 문화민족이라면 문화재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가 그걸 공유한 민족에게 이러한 영감을 주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리게 돼 있다.

    뛰어난 장인과 훌륭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재력만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자연의 풍상을 견디고, 사람들의 사랑과 공경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원형 위에 그런 신비한 더께가 앉는 게 아닐까.

     

     

     

    --------------------------------------------------------------------------------------------

     

     

    옛날 엄마들에게 밥은 곧 생명이요 사랑이었다.

    그래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었다.

    엄마가 됨으로서 남의 자식도 다시 보게 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겨나고 십시일반의 정신도 우러났을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버텨온 지난 시대를 생각하면 가난까지도 그립다.

    실종된 신경숙의 엄마를 줄곧 우리 엄마하고 동일시하고 읽다가 그 엄마가 이 세상 어디선가 마지막 정신을 놓기 전에 남긴 독백,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중략)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중략)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에 이르러 마침내 우리 엄마가 아닌 나하고 하나가 된다.

    나야말로 엄마의 도움 없이는 죽지도 못할 것 같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간이니까.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su**est | 2013.12.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 책이 나온지는 몇 년 됐는데, 그동안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사지 못했다.  몇 년의 세월이 약이 된걸까?&nbs...
    이 책이 나온지는 몇 년 됐는데, 그동안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사지 못했다.  몇 년의 세월이 약이 된걸까?  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했다.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내 생애의 밑줄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살고있는 집 이야기와 유년시절에 살던 개성의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두번째는 책들의 오솔길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책
    을 읽고 느낀 점들이나 떠오른 생각들을 편하게 이야기해준다.
    세번째는 그리움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작가,
    박수근 화백에 대한 그리움을 적고 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첫번째 주제다.
    작가의 집이 있는 경기도 구리시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많이 반가웠다.  그분의 집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어느 동네인지는
    알고 있는데 그곳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마치 거리에
    서 식구를 만난 느낌이다.  내가 사는 동네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
    만 나 역시 구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본당 역시 내가 몇 번 가본 곳이고. 
    이제 내년 봄이되면 그 집 근처에라도 가서 작가가 많이 좋아했던
    산수유와 살구나무를 살짝 보고싶다.
    작은 꽃, 나뭇잎 하나에도 많은 생각을 담아 글로 담아내는 작가의
    감수성이 유난히 와 닿는것은, 이제는 더이상 만날 수 없는 큰 어른을
    잃은 슬픔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 요즘은.. 에세이에 자꾸 손이 간다. 뭐랄까.. 그냥 살때는 모르겠는데, 일기를 쓰려고 '오늘 뭐했나?' 생각해보면 시간이 그...
    요즘은.. 에세이에 자꾸 손이 간다. 뭐랄까.. 그냥 살때는 모르겠는데, 일기를 쓰려고 '오늘 뭐했나?' 생각해보면 시간이 그냥 흩어져버린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으며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만난 박완서님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처음 읽었을때보다 두번째 읽으니 글에서만은 나이값을 떳떳이 하고 싶다던 박완서님의 깊이있는 시선이 내 마음속에 고요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듯 하다. 나이를 드는 건 참 쉽지만.. 나이값을 하는건 참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되는 나이가 되서일까?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색의 깊이를 책을 통해 빌려볼수 있는 거 같아 좋다.
    박완서님에게 6.25란 참 추운 겨울날로 기억되리라.. 자신의 기억까지 냉동보관해버리고 자신이 꿈꾸던 인생의 비단 중턱을 싹뚝 잘라버린.. 그녀의 기억을 따라 바라본 6.25는 역사시간에 배웠던, 혹은  책으로 접했던 그것들보다 더 잔인하고 슬픈 느낌이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이념의 어느편에 서지도 않는다. 그저 전쟁의 참화를 피해 두 발로 걸어야 했던 사람들.. 바퀴 없는 자들의 편이라고 말한다.
    비록 복원되었다고 하나, 나에게는 여전히 사라져버린 것 같은 남대문.. 4대강 정비사업으로 점점 더 그 멋을 잃어가는 한강의 원류.. 그녀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읽으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더 짙어지는 것만 같다. 외가가 그쪽이라 그럴까?  푸르른 녹음과 강이 어우러지던 그 곳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저 잘 살아보겠다고 밤낮없이 달려온 우리나라 역사는 그렇게 겉만 화려하고 속은 점점 메말라가는 지금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여고시절의 이야기, 일본 여행에서의 기억들.. 소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감상을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훅 지나가버렸어'라며 툴툴되는 나는 보고 느낄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스쳐보내고 있느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함께 걷는 길 | mu**as | 2012.10.3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그날따라 담백한 산문집이 읽고 싶어 기웃기웃하다가 진분홍빛 바탕에 하얀 꽃들이 흩날리고 있는 ...
     
    이 리뷰는 추억의 백일장 : 가을 응모작 입니다. 백일장 바로가기
     
    그날따라 담백한 산문집이 읽고 싶어 기웃기웃하다가 진분홍빛 바탕에 하얀 꽃들이 흩날리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인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만났다. 제목을 읽자마자 가슴에서 ‘쿵’하고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자 먼지 쌓인 마음에 굳게 닫혀있던 창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지야, 지지!!”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자기 힘으로 스스로 걷는 것에 재미가 붙자 주변의 모든 것들에 더 호기심이 왕성해진 아들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만져보고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특히 집 근처 작은 텃밭 주변에선 그 ‘지지야~’소리가 더 커졌다. 풀이라도 뜯어서 입에 가져갈까, 손에 흙이라도 묻을까 무섭게 달려간다. “에이~ 지지야, 더러워. 만지지 마~”
     
      잔디밭에 등을 대고 누우면 부드럽고 편안하고 흙 속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꼼지락대는 것 같은 탄력이 느껴진다.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이런 기척은 흙에서 오는 걸까, 씨앗들로부터 오는 것일까, 아니 둘 다 일 것 같다. 흙과 씨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적이 많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흙은 아무거나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그만 틈만 있어도 흙은 푸른 생명력을 토해내고 만다.
     
     말로는 아이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야 가장 행복하다고 해놓고서는 정작 아이가 흙을 만지는 것조차 꺼리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흙이 살아 있음을 온 몸으로 깨우치게 되는 것만큼 아이에게 흥미롭고 경이로운 경험이 있을까? 거무튀튀한 흙이 실은 수많은 생명을 보듬고 있다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각자의 성질과 본성에 맞게 길러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큼 중요한 깨달음이 있을까?  
     수 많은 육아서적과 인터넷 정보들은 초보엄마인 나를 꾸짖고 현혹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막상 현실에 닥치면 어찌 할 바를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그 폭풍같이 쏟아지는 똑똑한 정보들은 한결같이 엄마가 현명해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다고 몰아세워대는 통에 진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준 것은 여든 넘은 노작가의 깊은 혜안과 담담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권이었다.
     아이가 잘 때마다 짬을 내어 조금씩 읽다보니 하루하루 나를 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 육아에 지쳐 쫓기듯 시간을 보내던 일상에서 벗어나자 책을 보고 메모하기 좋아하던 예전의 취미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마음속에서 고여 있던 생각들이 한 줄 한 줄 노트위에 채워졌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다른 인생을 직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당초에 꿈꾸던 비단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혼과 출산을 숨 가쁘게 연달아 겪으면서 나는 누구인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길이었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어지럽혔다.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나의 현실이 초라해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였다. 미래에 대한 부푼 꿈으로 반짝 반짝 빛나던 나의 눈빛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애가 바짝바짝 탔다. 혼잣말처럼 시작된 불평이 언제부턴가 아이에 대한 짜증으로 옮겨가곤 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고, 남편에게도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심통을 부리곤 했다. 느닷없는 심통에 덩달아 마음이 상한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짜증이 나니깐 짜증을 부리는 게 아니겠냐고 쏘아붙였다. 그렇게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된 원망의 화살들은 예고도 없이 아이에게로, 남편에게로 날아가 어김없이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런 지루하고 재미없고 답답한 일상에 지쳐있던 내게 이 책은 마치 내가 네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그래서 내 마음은 그 날 “툭”하고 소리를 냈을 것이다.
     내가 현재 걷고 있는 이 길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없고 도리어 책임져야 할 일들만 많아졌다. 그저 결혼과 육아는 남들이 다 하는 일, 그러니 닥치면 당연히 나도 잘 할 수 있는 일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먼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하기 어렵고, 나름의 생활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없으면 매번 엉성하게 쌓은 탑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불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보는 이의 마음마저 맑고 파랗게 물들이던 어느 가을 날, 주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아이는 품안에서 쌔근쌔근 자고 일어나 코스모스 가득한 꽃길을 제 마음대로 걸어 다녔다. 꽃구경오신 아주머니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가야~ 꽃보다 니가 더 이쁘다.”
     아이의 손짓과 눈짓들이 이제야 보인다. 
     아이가 웃으면 나도 웃고, 내가 웃으면 아이도 따라 웃는 순간들이 너무너무 달콤해졌다.
     나도 이제 내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용기가 생겼다.
  • 함께 걷는 길 | mu**as | 2012.10.3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그날따라 담백한 산문집이 읽고 싶어 기웃기웃하다가 진분홍빛 바탕에 하얀 꽃들이 흩날리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인 박완서 작가의 ‘...
    그날따라 담백한 산문집이 읽고 싶어 기웃기웃하다가 진분홍빛 바탕에 하얀 꽃들이 흩날리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인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만났다. 제목을 읽자마자 가슴에서 ‘쿵’하고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자 먼지 쌓인 마음에 굳게 닫혀있던 창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지야, 지지!!”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자기 힘으로 스스로 걷는 것에 재미가 붙자 주변의 모든 것들에 더 호기심이 왕성해진 아들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만져보고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특히 집 근처 작은 텃밭 주변에선 그 ‘지지야~’소리가 더 커졌다. 풀이라도 뜯어서 입에 가져갈까, 손에 흙이라도 묻을까 무섭게 달려간다. “에이~ 지지야, 더러워. 만지지 마~”
     
      잔디밭에 등을 대고 누우면 부드럽고 편안하고 흙 속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꼼지락대는 것 같은 탄력이 느껴진다.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이런 기척은 흙에서 오는 걸까, 씨앗들로부터 오는 것일까, 아니 둘 다 일 것 같다. 흙과 씨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적이 많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흙은 아무거나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그만 틈만 있어도 흙은 푸른 생명력을 토해내고 만다.
     
     말로는 아이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야 가장 행복하다고 해놓고서는 정작 아이가 흙을 만지는 것조차 꺼리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흙이 살아 있음을 온 몸으로 깨우치게 되는 것만큼 아이에게 흥미롭고 경이로운 경험이 있을까? 거무튀튀한 흙이 실은 수많은 생명을 보듬고 있다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각자의 성질과 본성에 맞게 길러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큼 중요한 깨달음이 있을까?  
     수 많은 육아서적과 인터넷 정보들은 초보엄마인 나를 꾸짖고 현혹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막상 현실에 닥치면 어찌 할 바를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그 폭풍같이 쏟아지는 똑똑한 정보들은 한결같이 엄마가 현명해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다고 몰아세워대는 통에 진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준 것은 여든 넘은 노작가의 깊은 혜안과 담담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권이었다.
     아이가 잘 때마다 짬을 내어 조금씩 읽다보니 하루하루 나를 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 육아에 지쳐 쫓기듯 시간을 보내던 일상에서 벗어나자 책을 보고 메모하기 좋아하던 예전의 취미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마음속에서 고여 있던 생각들이 한 줄 한 줄 노트위에 채워졌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다른 인생을 직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당초에 꿈꾸던 비단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혼과 출산을 숨 가쁘게 연달아 겪으면서 나는 누구인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길이었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어지럽혔다.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나의 현실이 초라해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였다. 미래에 대한 부푼 꿈으로 반짝 반짝 빛나던 나의 눈빛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애가 바짝바짝 탔다. 혼잣말처럼 시작된 불평이 언제부턴가 아이에 대한 짜증으로 옮겨가곤 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고, 남편에게도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심통을 부리곤 했다. 느닷없는 심통에 덩달아 마음이 상한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짜증이 나니깐 짜증을 부리는 게 아니겠냐고 쏘아붙였다. 그렇게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된 원망의 화살들은 예고도 없이 아이에게로, 남편에게로 날아가 어김없이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런 지루하고 재미없고 답답한 일상에 지쳐있던 내게 이 책은 마치 내가 네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그래서 내 마음은 그 날 “툭”하고 소리를 냈을 것이다.
     내가 현재 걷고 있는 이 길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없고 도리어 책임져야 할 일들만 많아졌다. 그저 결혼과 육아는 남들이 다 하는 일, 그러니 닥치면 당연히 나도 잘 할 수 있는 일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먼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하기 어렵고, 나름의 생활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없으면 매번 엉성하게 쌓은 탑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불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보는 이의 마음마저 맑고 파랗게 물들이던 어느 가을 날, 주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아이는 품안에서 쌔근쌔근 자고 일어나 코스모스 가득한 꽃길을 제 마음대로 걸어 다녔다. 꽃구경오신 아주머니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가야~ 꽃보다 니가 더 이쁘다.”
     아이의 손짓과 눈짓들이 이제야 보인다. 
     아이가 웃으면 나도 웃고, 내가 웃으면 아이도 따라 웃는 순간들이 너무너무 달콤해졌다.
     나도 이제 내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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