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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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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쪽 | A5
ISBN-10 : 8984313564
ISBN-13 : 9788984313569
만들어진 우울증 중고
저자 크리스토퍼 레인 | 역자 이문희 |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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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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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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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게 아니다! 당신은 아프다!
누가 이러한 주술을 거는가. 행복한 알약을 건네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만들어진 우울증 : 수줍음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는 그 동안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미국정신의학협회 기록들과 그동안 비밀에 부쳐져온 제약업계 간부들의 비망록 내용들을 소개하며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수줍음, 우울증 등 이제는 질병이 되어버린 증상들의 의학적 실태를 저자 크리스토퍼 레인과 함께 만나본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수줍음이나 불안 등 감정의 양상이 현대에 와서 외적인 잣대에 의해 과도하게 질환이나 장애로 탈바꿈되었다는 데 있다. 책에 의하면 그 배경에는 신경정신의학계와 정신분석학계의 오랜 갈등과 주도권 싸움이 있었다. 그 후, 1970년대 진행된 DSM-Ⅲ, 즉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의 3판의 작업은 하나의 증상을 ‘장애’로 판정 짓기 어렵다는 정신분석학계의 입장을 전략적으로 무시하고, 정신질환 카테고리를 늘여갔다. 그 결과 제약업계는 뜻밖의 횡재를 누리게 된다.

저자는 정신의학계 내의 오랜 갈등과 경쟁 구도가 어떠한 방식으로 그 같은 결과를 양산했는지를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 누가 이득을 누렸으며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평가한다. 또한 정신의학적 대변혁이라는 미명 뒤에 진상을 숨겨온 객관적 연구의 허상을 무너뜨리며, 험담과 속임수로 얼룩진, 더욱 놀랍게는 기업 스폰서들에게 종속된 정신의학계의 현주소를 폭로한다.

저자소개

저자 크리스토퍼 레인 Christopher Lane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교수. 최근에는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받아 정신약물학 및 윤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정신분석, 정신의학, 문화 등의 분야를 다룬 다수의 에세이와 저서가 있으며, 대표적인 저서로는 『증오와 문명: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반사회적 삶Hatred and Civility: The Antisocial Life in Victorian England』이 있다.

역자 이문희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닥터스 씽킹』『자살의 이해』『부의 잠언』『커피 위즈덤』『희망의 힘』『아웅산 수치의 평화』『부를 실천하라』 등이 있다.

목차

서문 - 수줍음은 어쩌다 병이 되었나?

1장. 정신의학 vs. 정신분석 - 불안을 둘러싼 백년전쟁
2장. 진단 전쟁 - 감정이 병이 되다
3장. 결정적 승리 - 수줍음이 병이 되다
4장. 소비자를 겨냥하라! 질병을 팔아라!
5장. 반동성 증후군 - 행복을 약속한 알약, 불행을 낳다
6장. 약물만능사회에 저항하라!
7장. 불안 없는 영혼이 더 위험하다

주요 약어 목록

책 속으로

요즘이라면 (에밀리) 디킨슨은 프로작 처방을 받았을 것이며, (너대니얼) 호손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사회공포증 환자로 사는 처지를 한탄했을 테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판사 앞에 소환되어 시민 불복종을 ‘양심에 따른 권리’라 불렀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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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라면 (에밀리) 디킨슨은 프로작 처방을 받았을 것이며, (너대니얼) 호손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사회공포증 환자로 사는 처지를 한탄했을 테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판사 앞에 소환되어 시민 불복종을 ‘양심에 따른 권리’라 불렀다는 이유로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19세기 소로와 호손과 디킨슨과 그 밖에 수많은 이는 우리에게 깊은 사색에서 비롯된 지혜를 주었다. 오늘날 정신과 의사들은 우리에게 알약을 준다. pp.21~22

이러한 변화는 중증 정신장애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그 중요성이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지만 “불안 반응이 보이는군요”라는 말과 “불안증이다”라는 말의 차이 역시 못지않게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얼마 안 있어 DSM-Ⅲ가 나와 다시 말을 바꿔 “사회공포증이다”라거나 더 나아가 “사회공포증 환자다”라고 선언한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그 변화의 충격이 제대로 느껴질 것이다. 한때는 정신의학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던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줍음 같은 일상 행위들이 이제 정신장애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신의학 매뉴얼 속으로 들어오고, 그 장애로 고통을 받는 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 p.71

스피처 박사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112가지의 새로운 장애와 질병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불안신경증을 일곱 가지, 즉 광장공포증, 공황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PTSD), 강박(충동)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OCD), 범불안장애, 단순공포증Simple Disorder, 사회공포증으로 세분했다. 그 결과 스피처 박사가 업데이트를 도운 1968년판 DSM-Ⅱ의 경우에는 한 형태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불안신경증’을 비롯해 180개 정신질환 카테고리를 열거한 반면, DSM―ⅢR(‘개정’을 뜻하는 ‘revision’의 ‘R’)은 292개의 카테고리를, 1994년에 발간된 DSM-Ⅳ는 350개 이상의 목록을 올렸다. 26년 사이에 일반인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총 정신장애의 종류가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p.81

“약을 팔기 전에 먼저 병을 팔아라.” 199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수줍음, 공공 화장실 이용의 두려움, 엉뚱한 말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망라하게 된 ‘사회불안장애’만큼 이 교훈을 가장 훌륭히 실현해낸 사례는 없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일상적인 두려움들을 하나로 묶어 이제껏 간과되어온 장애의 요소들로 선언함으로써 인구의 일부분을 환자 집단으로 정의하고 그들의 괴로움에 완전히 새로운 형식을 부여했다. 그리하여 연구자와 정신건강 전문가들, 제약업계에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 p.181

앤 콜드웰Anne Caldwell은 1950년대의 약물학을 “세계를 제패한 향정신제국!”이라고 불렀는가 하면, 모턴 민츠Morton Mintz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열광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악몽의 치료법The Therapeutic Nightmare』(1956)을 통해 오늘날 표준으로 밟아가는 과정인 마케팅 전략의 큰 틀을 소개한다.
1. 대중이 약물 뉴스를 원한다.
2. 기자들이 약물 기사거리를 찾는다.
3. 제약업계는 기사거리를 뿌리되, 많은 경우에 중대 사실들은 보류해둔다.
4. 환자는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약속에 고무되어 의사에게 신약 처방을 압박한다.
5. 의사는 응한다.
- p.185

오늘날 비과학적이라는 조롱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행하는 과학적으로 올바르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불안에 시달린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신경증을 앓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그 타당성과 중대성을 감안하면 다시 한 번 되새겨볼 가치가 있는 말이다. 젊은 의사는 그 여성의 불안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 찾기에 집중하느라 그녀가 자기 욕망에 부여한 정신적 의미와 그러한 내적 판단에서 비롯된 고통을 철저히 간과했다.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그 중년 여성의 경우 불안이 매우 깊이 침투해 치료는 “(그녀가 그동안) 억압해온 것의 근처에 도달하고” 나서야 천천히―“준비를 통해”―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녀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신뢰를 쌓아 의사와 “충분한 애착(전이)을 형성하고 결국 의사와 정서적 관계를 통해 새로운 도피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다다라야” 했다. -pp.25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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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신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게 아니다! 당신은 아프다!” - 누가 이러한 주술呪術을 거는가? - ‘행복을 약속하는 알약’을 건네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1970년대, 소수의 유력 정신의학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정신의학 진단 지침, 즉 『정...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당신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게 아니다! 당신은 아프다!”
- 누가 이러한 주술呪術을 거는가?
- ‘행복을 약속하는 알약’을 건네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1970년대, 소수의 유력 정신의학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정신의학 진단 지침, 즉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의 전면적 개편을 단행했다. 그 개정과 대폭적 확대 작업은 나선철의 얇은 소책자를 묵직한 장서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우울증과 사회불안증의 진단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제약업계는 뜻밖의 횡재를 누리고 정신의학계 전반은 거대한 이해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책은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져온 그 내막과 원인을 처음으로 이 세상에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레인은 그 동안 그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미국정신의학협회 기록들과 그동안 비밀에 부쳐져온 제약업계 간부들의 비망록 내용들을 소개하며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그 진실은 이러하다. 희박한 과학적 정당성과 때로 우스울 정도로 빈약한 논리를 바탕으로 현재 수백 가지의 질병들-특히 수줍음-이 정신장애로 정의되고 있으며, 약물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이다. 레인은 정신의학계 내의 오랜 갈등과 경쟁 구도가 어떠한 방식으로 그 같은 결과를 양산했는지를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 누가 이득을 누렸으며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평가한다. 또한 정신의학적 대변혁이라는 미명 뒤에 진상을 숨겨온 객관적 연구의 허상을 무너뜨리며, 험담과 속임수로 얼룩진, 더욱 놀랍게는 기업 스폰서들에게 종속된 정신의학계의 현주소를 폭로한다.

프로이트를 삼킨 알약 - 신경정신의학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완승!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우울증 진료환자의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52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또한 최근 4년 사이 정신질환에 대한 진료비는 74퍼센트가 증가했다는 뉴스도 있다. 경기도 안 좋고, 세상은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좋을 일이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항우울증제 투여‘횟수’나 ‘진료비’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지, 우울증 환자나 정신질환 환자가 그만큼 늘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항우울제 소비량이 늘어난 까닭이, 과연 ‘질환’으로서의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일까? 혹시라도 ‘현상’에 비해 ‘진단’이 더 급속히 늘어난 것은 아닐까? 이 책 『만들어진 우울증 : 수줍음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의 문제의식은 ‘수줍음’이나 ‘불안’ 등 감정의 양상이 현대에 와서 외적인 잣대에 의해 과도하게 ‘질환’이나 ‘장애’로 탈바꿈되었다는 데 있다. 책에 의하면 그 배경에는 신경정신의학계와 정신분석학계의 오랜 갈등과 주도권 싸움이 있었다. 거칠게 분류하자면, 프로이트의 전통을 따르는 정신분석학계의 입장은 불안은 심리적 억압에 따른 현상이다. 반면 신경정신의학계는 불안을 뇌신경계의 이상에 따른 생리학적 결과로 본다. 유명세로 치자면 프로이트의 지명도가 훨씬 높지만, 오늘날 정신치료의 현장에서 그는 거의 퇴물 취급을 받고 있고, 그 대신 “육체적 근거들의 문제가 정신 장애를 낳는다”고 주장한 크레펠린이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판세의 역전은 1970년대 진행된 DSM-Ⅲ, 즉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의 3판 작업이 결정적이었다. (DSM-Ⅰ은 3달러 50센트짜리 나선철 페이퍼백에 불과했지만, 1980년 출간된 DSM-Ⅲ 이후에는 정신장애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 정신과의사와 보험사, 변호사들의 필독서로서 수백만 부가 팔렸다.) 개정 작업을 책임진 스피처 박사와 정신의학자들이 하나의 ‘증상’을 ‘장애’로 판정 짓기 어렵다는 정신분석학계의 입장을 전략적으로 무시하고, 정신질환 카테고리를 늘여갔기 때문이다.

약을 팔기 전에 먼저 질병을 팔아라!
우울증을 비롯한 사회불안증을 진단하는 의학적 근거가 DSM에 의해 마련되자, 환호성을 지른 곳은 제약업체들이었다. 진단이 늘고, 그에 대한 약물 처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무궁무진한 시장이 새로 개척된 것이다. 제약회사의 광고 마케팅 전략은 치밀했다. (책 속에 포함된 20여 컷의 항우울제 광고 캠페인 이미지는 약을 팔기 전에 “질병을 만들어내면서” 시장을 넓히는 제약회사의 전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들은 우선 제품 자체를 홍보하기에 앞서 “진단과 치료의 촉진책으로서 기자와 고객들,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들을 교육”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우울제 ‘팍실(세로자트)’을 생산하는 스미스클라인 비첨 사(현재는 글락소웰컴과 합병하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것이 극심한 수줍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이것이 대중의 일반적인 오해이므로”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다시 가르쳐야 했다. 게다가 스미스클라인 비첨은 ‘미국불안장애협회Anxiety Disorders Association of America’를 은밀히 지원했는데, 놀랍게도 이 협회 산하에 DSM을 발간한 미국정신의학협회나 평범한 시민단체로 알려진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가 있었다.

불안 없는 영혼이 더 위험하다
꼭 약물로 치료해야만 하는 정신질환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상담치료나 정신분석요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줍음’이라는 감정이 과도하게 ‘질환’이나 ‘병’으로 진단되어, 약물치료가 남발되는 현상은 우려할 만하다. 이 책 『만들어진 우울증』에 따르자면, 신경정신의학계와 제약업체의 공모가 ‘감정의 영역을 시장화’하는 데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인간에게 걱정과 불안은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과도한’ 불안과 ‘건강한’ 불안의 경계는 어디에 놓여 있는가? “내향적인 사람, 성마른 사람, 염세주의자, 비관주의자, 소심하거나 냉담한 사람 없이 사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사회의 열망이 되레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가? 책의 결론처럼 불안 없는 영혼, 불안의 징후를 알약으로 박멸하겠다는 사회가 오히려 디스토피아인 것은 아닐까?

『만들어진 우울증』에 대한 평가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은 우리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며, 광범위한 논쟁과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탁월한 글 솜씨, 균형감각, 기지, 흡인력이 놀랍다. 뜨거운 박수를!”
- 아서 클라인만, 하버드 대학 인류학과 학장, 의료인류학 교수, 정신의학 교수

“이 책은 현대의 한 질환과 그 치료법의 탄생을 설명하는 중대한 저서이다. 더 나아가 그것이 바탕이 된 철학과 행동 역시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인 시스템의 산물임을 맹렬히 고발하고 있다.”
- 해롤드 J. 쿡,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웰컴 트러스트 의학사 연구 센터’ 소장

“이 책을 통해 크리스토퍼 레인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문화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그는 인간 정신의 새로운 공학자들로 부상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베일을 벗겨내고, 그들이 얼마나 실수가 많고 서투른지를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내던져진 이 이상한 나라 오즈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 데이비드 힐리, 『프로작 먹이기Let Them Eat Prozac』, 『항우울제 시대The Antidepressant』의 저자

“크리스토퍼 레인만의 열정과 학식으로 무장된 이 책은 이른바 질환으로 불리는 특정 장애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복잡한 문화적 산물이 되었으며, 정신과 의사로 불리는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단이라는 주문을 환자들에게 걸고 있는지를 매혹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날카로운 통찰력과 신선한 시각으로 ‘수줍음’의 문제를 다룬 책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레인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아담 필립스, 정신분석학자, 『부작용Side-Effect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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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선우상욱 님 2009.11.20

    우울증은 세상에 대한 저항이다!!

  • 선우상욱 님 2009.11.20

    반동성 증후군---행복을 약속한 항우울제알약, 불행을 낳다.

회원리뷰

  •   1. 단상 하나코알라가 책 부제목을 보고 묻는다. "수줍음이 병이야?" "아니야. 읽어줄게.."어머니 세대에는 ...
     
    1. 단상 하나

    코알라가 책 부제목을 보고 묻는다. "수줍음이 병이야?" "아니야. 읽어줄게.."

    어머니 세대에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내성적이고 약간 어줍다고는 생각해도 결코 정신병이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어른들은 오히려 숫기 없는 태도가 책을 좋아하고, 신중하고, 고독을 열망하는 성격과 연결된다면서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제 수줍음은 더이상 수줍음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수줍음은 병이다. 그 병에는 사회불안증, 회피성 인격장애를 비롯해 오늘날 수백만 인구가 앓고 있다고 알려진 갖가지 거창한 이름들이 따라붙는다. -10p

    최근 한 정신분석가가 내게 이렇게 한탄한다. "한때 우리는 ADHD 환자들을 이렇게 부르지 않았습니까. '사내 녀석들'이라고요." -13p

    코알라가 분개한다. "내가 병 걸린거야?" "아니, 현재 사회에 문제가 있는거야." 내가 대꾸한다.

     
    2. 단상 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의사 선생님 인상이 무척 부드럽고 좋으셨다. 쌍까풀이 선명하고 순해보이는 커다란 눈, 항상 잔잔하게 미소짓는 입가, 약간 벗겨진 머리, 하얀 피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약을 처방받는다.

    문제는 약이었다. 새끼 손톱의 1/3만한 크기의 하얀 알약이다. 먹으면 갑자기 멍해지고, 너끈히 20시간 잠을 잔다. 무력감에 어떤 일에도 흥미가 없다. 거기까지는 참겠는데, 위장 장애와 극심한 두통을 동반한다. 작고 작은 한알에.

    선생님께 증상을 하소연하면, 특유의 미소로 화답한다.
    "며칠 동안 적응 기간이라 그래요.
    조금씩 괜찮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다가, 어느 순간 불안과 우울이 다 사라질거예요."

    밤마다 위장 통증으로 인해 잠을 못 하고, 두통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치료를 포기한다.
    그리고 스트레스원이었던 일을 놓아버린 지금, 나는 너무나 평온하다.

    지금도 궁금하다. 과연 약물로 치료할 증상이었을까? 약물을 몇달씩 복용했다면, 과연 나의 근본적인 아픔이 해결되었을까? 다른 이들은 약물 부작용이 없는걸까? 약물 치료가 아닌, 정신 분석 상담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그때 나는 상담 치료라는 자체에 대해 몰랐다. 외국 영화나 TV 드라마, 소설에서 보듯이 약물 치료가 당연한줄 알았다. 또한 늘씬한 배우들이 약을 털어넣는 영화 장면은 중독성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상담 공부를 할수록 의아해진다. 과연 호르몬 조정으로 기분을 컨트롤하고 정신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아직 뇌의 기능조차 완전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우울증은 약물로서 심리적(그리고 기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제약 회사 및 정신 의학계를 비판한다.

    정신의학계는 정신분석 이론을 고비용 저효율 이론으로 깍아내임으로써 약물학과 자유롭게 손잡을 수 있는 (그리하여 주로 약물로써 사회 공포증을 치료하는) 환경을 마련했다. -181p

    1996년 제약 회사들은 광고비로 5억 9천 50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1년 사이에 비용이 8억 4천 300만 달러로 증가했다. 2000년에 이르러서는 거의 25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193p

    또한 제약 회사 및 의사가 알려주지 않지만 일어날 수 있는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도 열거한다.

    흥분, 불안, 두통, 떨림, 혼란, 설사, 구토, 구역질, 발한, 금단 증상, 구강 건조, 변비, 식욕 감소, 졸림, 리비도 감소, 비정상적인 사정, 여성 생식기 장애, 발기 부전, 정신 착란과 혼수 상태로 진행되는 극단적인 흥분을 포함한 정신 상태의 변화, 신생아들의 심각한 선천성 결손, 혈소판 응집 장애로 인한 발작, 신부전, 비정상적인 출현, 자살 관념의 위험성 상승을 비롯해 행동 및 정서적 변화 -238p

     
    3. 심리적 성형 수술

    현 사회(특히 미국)의 매스미디어에서 공공연하게 약물 치료를 권장한다. 대인 관계 공포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욱하는 성격에 대해서, 약간의 불안에 대해서 약물로서 안정이 될 수 있다고 떠들어댄다.

    약물로서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을 조정하여 성격을 변형한다면, 그것은 과연 나인걸까?

    이퀼리브리엄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3차 대전 이후의 21세기 초 지구.... '리브리아'라는 새로운 세계는 '총사령관'이라 불리우는 독재자의 통치하에, 전 국민들이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에 의해 통제된다. 이 약물을 정기적으로 투약함으로서 온 국민들은 사랑, 증오, 분노...등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책, 예술, 음악 등 인간의 감정을 반영하는 자료는 모두 금지되고 불태워진다.

     
    그들은 통제 속에서 평온하게 살아간다. 희노애락 없이, 기계처럼.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어디 갔는가?
    노력에 의해 기질을 통제하고, 삶을 발전시켜가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하지만 약물에 의해 손쉽게 해결하겠다는 자세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4. 우리 사회에서...

    자녀들의 키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여아들의 경우, 생리를 일찍 시작하면 키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생리를 늦추는 호르몬제 투약을 공공연하게 권장한다.

    주기적인 호르몬제 투입은 몸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 몸은 항상 방어 및 통제를 하기 위하여,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자율 신경을 조정한다. 그래서 호르몬제 투입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 한다. 하지만 일부 의사 및 미디어는 이런 문제점을 외면한다.

    또한 우리 사회 역시 문제가 있다. 당연히 키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다. 키크고 늘씬한 사람만이 행복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모두 일시적인 유행을 쫒아 같은 방향으로 달려간다, 어떤 의구심도 갖지 않은채.

    성형 및 호르몬제 사용을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 모두 비슷한 얼굴, 비슷한 성격이면 좋을까? 나만의 독특한 기질 및 매력을 상실한 채. 모두 똑같은 사회는 매우 취약한 사회 아닌가? 타고난 기질과 자연스러움이 왜이리 무시되고 있는 것인지, 아마 우리 모두 병에 걸려있는거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병, 남과 다르고 싶지 않은 병, 쉽게 성취하려는 병.

     
    5. 기타

    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있고, DSM-IV의 종류에 대해 달달 외우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본 책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과 어려운 문제 제기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며, 한줄 한줄 주의깊게 읽었다.

    효율성을 강조하고,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점점 손쉬운 방법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공감가는 예가 있어서 옮긴다. 소설 진단의 줄거리 일부란다.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중견 간부 찰머스는 별 명백한 이유도 없이 광란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만성 불안증이 찾아오고, 그 뒤 출근길에 극심한 기억상실증이 이어진다. 불과 몇 시간 후에 서류가방과 옷이 사라지고 마침내 자기 이름과 관련한 기억을 완전히 잃으면서 신원 확인이 가능한 모든 것이 사라진다. 경찰에게 발견된 그는 텅 빈 지하철 안에서 알몸으로 한손에는 핸드폰을 꽉 움켜쥔 채 혼잣말을 하고 있다.
    "소음과 번잡함과 기계 만능주의와 유독성과 초고속에 물든 우리 삶의 부조화"
    -305p

     
     
    - 2010년 9월
  • 선정적인 제목! | sh**un | 2010.04.1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이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의 생물학파와 분석학파간의 싸움을 배경으로 DSM 진단 기준 확립에서 분석학파가...

     이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의 생물학파와 분석학파간의 싸움을 배경으로 DSM 진단 기준 확립에서 분석학파가 배제되면서 모호했던 불안장애를 실제 병으로 낙인찍어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었고, 여기에 제약회사의 효과없는 약물 마케팅이 가미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고,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를 알게 되어 흥미도 생겼지만, 조금 유감스러운 것은 제목이 과장되고 맞지 않는 부분이다.

     제목은 우울증이라고 하지만, 책 내용은 불안에 관한 것이고, 더더욱 강조된 내용은 DSM 진단 기준에서 논란이 되는 불안장애, 특히 사회공포증과 관련된 것을 우울증이라고 언급한 것은 좀 유감스럽다. 아마도 독자들의 시선을 끌려고 한 부분이라면 성공했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좀 솔직하게 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 대중에게 정신과 의사하면 정신적으로 좀더 성숙되고 뭔가 더 특별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것인데, 불행히도 어느 집단에서나 있는 권력투쟁이 있는 것을 알게 한 책이라고 할까?

     다른 과와 달리 드러나는 현상 위주로 질환을 진단하는 정신과의 기준은 객관적이지 않다고 항상 공격당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 분석학파와 생물학파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현재는 생물학파의 득세라서 아마 좀더 이런 책이 많이 나올 거 같다. 

     어디든 고인 물은 썩는다고, 주류사회는 항상 내부의 끊임없는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현재의 생물학파의 득세 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책에서 제기된  제약회사의 은밀한 마케팅으로 모든 병을 약으로 낫게 한다는 그런 언급은 사실 불편하지만 고려를 해야 되는 사실이다. 정말로 그런 것일까?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현실인데, 그건 오늘날 특히 더 심하다고는 할 수 없다. 산업은 옛날부터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어느 의사이든 약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동의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에 입각해서 치료를 진행하여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이 책에 대해서 감사드린다. 

  • 만들어진 우울증 | ok**kim | 2009.11.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최근 신문매체에서 자주 발견되는 단어가 우울증과 자살이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정상? "우울증 의심해야"」, 「연인과 이별...

    최근 신문매체에서 자주 발견되는 단어가 우울증과 자살이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정상? "우울증 의심해야"」, 「연인과 이별후 자살충동…우울증 급증」, 「고 ○○○씨가 생전에 심각한 우울증과 외로움을 겪어왔다고…」 . 우울증은 일상적인 유행어가 되었고, 여러 비극적인 사건사고의 배후 원인이 되었다. 대중담론에서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거의 동급의 파워를 보인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직장에서의 경쟁, 급격히 벌어지는 빈부격차,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늘어나는 갖가지 신경과민적 반응들.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구의 1~5% 정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이며 남자는 평생 10~15%, 여자는 15~20%가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다.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우울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은 저조한 기분 상태를 말하며, 기분이란 외적 자극과 관계없이 자신의 내적인 요인에 의해서 지배되는 인간의 정동(情動)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외적인 어떤 자극 때문에 반응성으로 생기는 일시적인 ‘반응성 우울증’은 정상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증은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며 상황에 맞지 않는 ‘정신병적 우울증’을 의미한다.」

    한 인터넷 의학정보에서 말하는 우울증의 정의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우울감, 자살 사고, 의욕상실, 무기력감, 피로감, 수면 장애, 성기능 장애, 집중력 저하, 식욕장애」 등이 열거된다. 정신의학자들은 수줍음이나 우울증이 단지 심리적 갈등이나 사회적 긴장이 아니라 뇌의 화학적 불균형 혹은 신경전달물질의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낮은 세로토닌 수치가 의사들이 흔히 드는 병리학적 증거다. 덕분에 사춘기나 성인기의 정상적인 감정들이 두려움과 약물치료의 대상으로 변모했다. 「우리의 고뇌는 만성 불안증이거나 성격장애거나 기분장애이며, 고독은 경증 정신병의 표지이고, 반대의사는 적대적 반항장애의 증상, 걱정은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화학적 불균형」이란 의사의 권위적인 진단에 우리같은 잠재적 환자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마음의 문제에 대한 손쉬운 해결법과 고통없는 치료를 강조하는 「정신약리학적 성형수술」이 오늘날 유행하고 있다. 수많은 성형수술처럼 약물치료의 부작용과 남용의 중독성도 은폐되고, 정작 완쾌보다는 지속적인 치료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중압감만을 가중시킨다. 비 내린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영혼의 성숙은 정상적인 불안을 양분으로 자라는 법이다. 정상적인 불안과 심각한 불안의 차이를 무시하고 마음의 일반적인 불안을 모조리 알약과 약물로 치유하겠다는 생각은 상당히 유치하고 경박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수줍음, 공공 화장실 이용의 두려움, 엉뚱한 말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 같은 평범한 감정이 어떻게 사회불안장애나 회피성 인격장애 같은 대중적인 정신질환이 되었는가다. 저자는 사회불안장애가 신경정신의학계와 제약업체가 공모하여 보편적인 감정의 영역을 시장화하고 알약을 팔기 위해 고안해낸 발명품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들려준다. 이런 발명의 배후에는 미국정신의학협회, 정신약리학자, 보건전문가, 홍보 컨설턴트 업체, 제약회사, 대중매체가 있다. 팍실, 프로작, 졸로프트 같은 「약을 팔기 전에 먼저 병을 팔아라」라는 의료계의 마케팅과 상술에 의해 우리는 힘없는 환자로 거듭난다. 어쩌면 수줍음과 우울증이 정말 질병인지의 진실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런 진단의 사회적 효과와 파장이다. 정신의학자들의 성경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에 근거한 진단의 사회문화적 파장은 보건기관, 사회복지기관, 의료보험사, 법정, 감옥, 대학 등 광대한 네트워크로 확산된다.

    당신은 수줍음이 많은가? 내성적인가? 어릴 때 나는 수줍음이 많은 내성적인 아이였다. 수업시간에 오줌이 마려워도 손 들고 선생님께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는 말을 꺼내기가 두려워 얼굴이 새하얘지고 오줌보가 터지도록 꾹 참고 견디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늘날 DSM에 의하면 당시의 나는 내향성 인격장애라는 꼬리표에 매우 적합한 환자가 된다. 사회적 구성주의에 따르면 질병도 사회적으로 고안된 실재다. 실재가 코끼리인지 낙타인지를 구별하는 과정은 무엇보다도 힘과 이해관계가 연루된 정치적인 과제다. 의료계에 있어서 진단과 처방의 문제는 정상과 이상을 가르는 구분과 정의에 기초한다. 구분은 기본적으로 선택과 배제의 문제를, 정의는 지식과 권력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미국에서 정신질환의 정의와 진단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크레펠린의 정신의학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의 양상을 보였다. 정신분석학은 생물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정신의 양상에 주의했고, 정서와 육체적 긴장을 구별했다. 그러나 정신의학은 정신이 야기한 생물학적 근거와 생리학적 증거에 집중했다. 양자의 힘의 균형은 1980년 DSM-Ⅲ의 책임자 로버트 스피처 박사의 작업으로 인해 급속히 파되된다. 정신역학이나 정신분석학이 배제되고 신경정신의학의 독주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사회불안장애가 전지구적인 현상이 되었다.

    마음의 병은 시대와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과거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던 행동과 성향이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현대적 질병으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다. 신경정신의학, 진화생물학, 유전학 등 최신 과학지식에 근거한 질병의 발명은 자칫하면 중세의 마녀사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마녀사냥도 당시 종교전문가의 지배적인 지식과 정보에 근거한 조치였다. 이제 의사들이 제시한 새로운 질병이나 진단에 순진한 방청객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의사가 하는 말에 감히 아니요라는 토를 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너무 일방적으로 의사의 말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본다. 어떤 의사가 나의 일자목에서 기인한 어깨의 통증을 놓고 사회불안장애의 육체적 징후라고 진단을 내린다면 이제는 웃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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