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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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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쪽 | B6
ISBN-10 : 8992783612
ISBN-13 : 9788992783613
지지 않는다는 말 중고
저자 김연수 | 출판사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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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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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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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원더보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저자 김연수의 산문집『지지 않는다는 말』.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랑, 구름, 바람, 나무, 빗방울 그리고 달리면서 쓴 소설과 읽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까지 오롯이 담고 있다. 매일 1시간씩 달리게 되면 인생을 압축적으로 맛보게 된다는 것, 저자에게 달리기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등 저자의 세계에 영향을 준 달리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 어쨌든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잊을 수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지켜보고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이 맛보아야 하는 게 날이 채 밝지 않은 아침에도 우리가 달리는 이유이며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라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저자소개

저자 :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2001년 장편소설 '굳빠이, 이상'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 2007년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7번 국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소설집 '스무 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가 있고, 옮긴 책으로 '파란대문집 아이들'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별이 된 큰 곰' '상상해 봐' '기다림' '대성당'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 왜 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 4

1장│여름다운 여름, 겨울다운 겨울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 16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 22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 … 28
막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 … 32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 38
그저 말할 수만 있다면,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 44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는 이 여름의 전부 … 50
말하려다 그만두고 말하려다 그만두고 … 56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 … 63
눈, 해산물, 운하, 맥주, 친구 … 67
2009년 하늘의 목록 … 71


2장│생맥주, 취한 마음, 호시절의 마라톤맨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인 셈 … 82
사람이 너무 좋은 게 콤플렉스 … 86
우린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 … 90
여름만이라도 좀 놀면서 지내자, 이 귀신아 … 94
이 우주를 도와주는 방법 … 99
宇宙心을 제멋대로 작동시키는, 말하자면 우주의 중심 … 103
준비성 없는 여행자들을 위한 마법의 주문 … 115
롤러블레이드 할아버지, 에스프레소 할머니 … 121
바바리맨이 아니라 마라톤맨 … 129
여름 내내 달렸으니 맥주는 얼마든지 … 134
한 번 더 읽기를 바라며 쓰는 글 … 141


3장│인생을 선용하는 기술

로자는 지금 노란 까치밥나무 아래에 … 146
이것이 지금 네가 읽고 싶은 책이냐? … 152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 … 157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 163
그리운 북쪽 … 170
나의 가장 아름다운 천국 … 176
외롭다고 말하고 싶을 때 우리가 하는 짓 … 185
기회야, 인생아, 머리 길러도 괜찮아 … 193


4장│그렇지만 삶은 고급 예술이다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 202
갑의 계획, 을의 인생 … 208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 … 212
여름의 첫 번째 숨결 … 216
물렁물렁한 고무 마음의 지옥훈련 … 221
호수가 얼어 붙은 날의 문장들 … 226
대화 없이도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232
질문의 소년, 그리고 20년이 흐른 뒤 … 238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 242


5장│더 많은 공기를, 더 많은 바람을

오래 달리거나 깊이 잠들거나 … 250
그린존으로 속도를 낮추십시오 … 255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일에 중독되다 … 259
중력을 거슬러 나를 조금 위쪽으로 … 264
물방울처럼, 유리처럼 … 268
몸으로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 272
변덕과 변심의 달리기 … 276
몸으로 생각하면 그게 시인, 혹은 러너 … 280
경계선에서 아픔과 고통을 받아들일 때 … 284
다시, 벽 앞에서 … 288
심장이 뛰는 한, 시간은 무의미 … 292
뛰지 않는 가슴들, 모두 유죄 … 296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김연수, ‘애써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말하다 지금까지 7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이름 석 자만으로 문단과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 소설가 김연수.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로서는 이런 궁금증을 품어볼 수도 있겠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김연수, ‘애써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말하다

지금까지 7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이름 석 자만으로 문단과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 소설가 김연수.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로서는 이런 궁금증을 품어볼 수도 있겠다. ‘그가 만든 다양한 세계의 출처는 어디일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디에서 영감을 받을까? 대체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덧 중진 소설가가 된 그가 그동안 써 왔던 문장과는 다른, 한층 성숙되고 새로운 산문집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화두는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전쟁 시기에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분이다. 해방 뒤 귀국한 뒤에도 아버지에게는 이런저런 고생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한국전쟁은 새삼 말할 것도 없고, 그뒤로도 오랫동안 이겨야만 살아남는 세상을 사셨다. (중략) 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모든 중대원이 기합을 받았다. 소위 말하는 ‘연대 기합’이다. (중략) 다른 누군가를 이기지 않는다면, 결국 패배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 패배자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내게 스포츠란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기만 했다. 과연 이기지 않는 것은 패배를 뜻하는 것일까?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지지 않는다는 말》은 “졌다, 졌어.” 라고 중얼거리며 축구 경기를 보던 아버지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 ‘고통의 연대’를 맛보여 주던 군대에서의 경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 책은 김연수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체험한 사랑, 구름, 바람, 나무 빗방울, 쓴 소설과 읽은 책, 예술과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궁극에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학적으로 더 깊고 넓어진 사유의 문장들, 그의 소설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워진 문장을 읽게 된다.

희망으로 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받아들이는 절망에 대해

김연수는 달리기에 대한 애정으로 《달리기와 존재하기》라는 서적을 번역했을 정도로 소문난 달리기광이다. 스물여섯 살에 백수의 서글픔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달리기가 어느덧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김연수의 세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처음 대회에 참가해 결승점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록으로 뛰는 둥 마는 둥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 초입으로 접어드니 길 양옆으로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꼴을 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치면서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고 격려해주는 것이었다. 그 환호를 대하자마자 내 등이 쭉 퍼지면서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느껴졌다. 누가 봤다면 곧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선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김연수는 ‘지지 않는다는 말’의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인생에 대한 은유”라는 표현이 있듯, 그는 인생의 벽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이 지나가도록 버티고 기다린다.
또한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 순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견디며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하면서 살아간다. 김연수는 이런 삶의 자세 덕분에 인생이 더 소중해졌고 삶은 희망과 맞닿게 되었다고 기록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이겨내는’ 삶을 권하고, 삶의 고난 앞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관용과 무덤덤함을 끄집어내어 다시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바로 예술”이라는 든든한 말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루저(loser)’라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그가 사랑한 삶에 대한 기록

이 책에는 명절이나 공휴일이나 방학이 대목이라는 것을 아는 빵집 아들 김연수의 국민학생 시절이 있고, 위로받고 싶어서, 울컥 터지는 울음을 누르려고 서점에 간 고등학생 김연수가 있다. 친밀한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서로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로도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김연수가 있으며, 도라에몽에 목을 매는 딸애의 환희를 조용히 부러워하는 아버지 김연수가 있다.
이렇게 그가 기록한 삶의 매 순간은 언뜻 평범해 보이는 것 같지만, 아주 조금만 더 집중해서 글을 읽어보면 그가 지나온 삶을 얼마나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지난가을, 나는 잠시도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놀라운 정도로 구름은 아름다웠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구름을 바라봤는데, 그래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 구름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이 우주에 나 혼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중략) 시시각각으로 하늘은 변했다. 바라보면 아름다움은 이내 사라졌다.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했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본문 중에서

그는 이 책을 통해 살아갈 날은 무수히 많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 앞으로 여러 우연과 마주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겠지만 오늘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꾸준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행복이나 기쁨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각을 열고 생각을 바꾸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임을 뭉근하게 알려준다. 그리하여 자신의 진짜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글 곳곳에는 유쾌한 무관심과 들끓지는 않지만 절대로 식지 않을 것 같은 애정이 있다. 삶에 관한 대단한 감정일수록 더욱 담백하게 담아내는 그의 섬세함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나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나는 이 삶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갖게 만든다.
나아가 그들 모두 자신의 삶을 관찰하고 느끼고 사랑하도록 이끈다. 이 한 권의 책이 세상을 읽고, 듣는 누군가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살아가는 것임을 기억하기

김연수에게 사십 대라는 것은 생에 전환을 맞는 시기다. 그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연민, 공감, 동정 등과 같은 감정들과는 조금 멀어졌다고 고백한다. 조금씩 꾸준히 변화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예술작품을 보아도 예전과 지금의 느낌이 다르다는 어느 전환점에서.
이 전환점은 천천히 가도 되고 너무 힘들면 잠시 멈춰 쉬어 가도 되는 곳이다. 해서 좀 더 빠르게 살지 못한다는 이유로 타인을 인생의 낙오자로 내몰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그냥 ‘달리기’를 하느냐, 아니면 ‘후달리기’를 하느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의로 달리느냐 타의로 달리느냐를 묻는 것이다. 김연수는 스스로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것은 달리기이지만, 달리고 싶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 때문에 억지로 달리는 것은 ‘후달리기’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는 어렵지만 후달리지 않기는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후달리지 않는 삶을 이뤘다면 ‘인생을 한 번 더 살게 되었다’고 여겨 볼 것을 권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이 아니라 계속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는 모든 사람이 더 많은 일을 경험하고 우연 앞에서 불안해하지 않으며 진정으로 삶을 보고 듣고 달리기를 응원한다. ‘지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시간을 달리는 이야기들이 잔재해 있다. 어린 시절 온가족이 함께 떠났던, 김천의 유일한 테마파크였던 ‘찌끼사’(혹은 직지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비롯한 유년의 추억들, 혼란 속에서 보냈던 청년기, 그리고 소설가가 된 이후, 40대에 들어선 이후 겪은 일들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맥주를 마시다가, 도서관에 다녀오다가,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보다가 든 생각 등 일상에서 읽고 듣고 보고 쓰고 깨달은 김연수의 만 가지 생각들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내면의 생각들이 깊어져감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닫기]

책 속 한 문장

  • 강영주 님 2012.09.05

    아픔과 고통의 경계선을 넘어서면서 어른들은 아이들과 헤어진다.= 에밀자토펙

  • 신혜영 님 2012.07.25

    경계선에서 아픔과 고통을 받아들일 때 소년은 남자가 된다.

  • 김나랑 님 2012.07.23

    아무도 이기지 않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회원리뷰

  • 몇 개월 전,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중간부터인가 내 마...

    몇 개월 전,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중간부터인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글로 채워진 책이었다. 그 책은 나른한 오후에 졸음이 올 듯 말 듯한 상태로 책을 읽어나가다가 보면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잠에서 확 깨는 순간이 오는 그런 책이었다. 그때의 그 감동을 잊지 않고 '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이번에는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을 읽어보게 되었다. 소설가의 소설은 '나중에 읽어야지'라는 변명을 하며 미뤄두고 산문을 먼저 읽는 것은 소설읽기는 늘 뒤로 미루는 나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에도 산문이 더 익숙하고, 소설가 김연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먼저 이 책의 제목 '지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김연수 소설가는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뛰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일본 만화 <좋은 사람>에 나오는 조언, 즉 "가장 천천히 뛴다고 생각하면 가장 빨리 뛸 수 있어."를 읽고 크게 깨달은 뒤 매일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달리기를 통해 깨달은 점을 알려준다.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9쪽)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의 취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소설가 김연수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체험한 사랑, 자연, 문학, 사람 그리고 지지 않는다는 말이 담겨있다.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에서도 그의 세상 보는 섬세한 눈을 엿볼 수 있었고, 생활 속의 어떤 사소한 소재라도 이야깃거리로 탄생되는 연금술에 감탄하며 읽어나갔다. 말 그대로 '이런 것도 글로 쓸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남들이 별 일 아니라고 넘기는 일에도 탁월한 관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가볍게 툭 던지는 말에서 삶의 철학을 담아낸다. 이 책을 읽으며 달리기에 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직접 달리기를 취미생활로 하고 싶지는 않으니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힘든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근육통과 지루함을 참아 내는 것은 오직 러너로서의 관용 덕택이다. 그렇지만 달리기는 고급 예술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절망을 좋아하는 척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고통과 슬픔을 참아 내는 것은 오직 인간으로서의 관용 덕택이다. 그렇지만 삶은 고급 예술이다. (229쪽)

  • 지지 않는다는 말 | ql**35 | 2015.04.2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2012년이었나 우연히 센트롤시티 반디앤루니스에서 김연수님 사인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아, 이 영광스러움이여  ...

    2012년이었나

    우연히 센트롤시티 반디앤루니스에서 김연수님 사인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아, 이 영광스러움이여

     

    그때, 많은 고민끝에

    기술사공부 시작한다고 나름 맘을 단단히 먹었던 때였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토요일에 매주 학원을 다녀야한다는 수고스러움이 있었지만

    처음 시작은 언제나 그러하듯,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을만큼 열정에 가득차 있었지, 후후후

    그렇게 다니기 시작한 학원이었는데

    우연찮게 (첫번째주였나 두번째주였나) 김연수님 사인회를 연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헐, 이게 왠 떡이냐 @@

    (그때만하더라도) 이러한 행운이 오다니, 난 이 기술사를 꼭 딸 수 있으려나 보다 했다

    뭐 결국엔 피곤과 게으름에 자꾸 목표를 뒤쳐지고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을 다지고 보니

    이 책이 떠오르더라

    그때 참으로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책이자 사건(사인회)이었다

     

    무엇인가 출발선상에 설때면

    이 책이 떠오른다

    지지 않는 다는 말, 나에겐 이만큼이나 큰 위로와 격려가 없다

     

     

  • 지지 않아도 괜찮아 | 19**rain | 2014.12.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지지 않는다’를 이긴다는 말로 받아들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등만 알아주는 세상에서, 진다는 건 정말 속상한 일이니까 말이...
    ‘지지 않는다’를 이긴다는 말로 받아들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등만 알아주는 세상에서, 진다는 건 정말 속상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꾸준하게 계속하는 일은 최고와 같은 뜻이라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 쓰는 일과 달리기를 하는 건 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최고라는 말이다.

     

     산문이 주는 장점과 즐거움을 고루 갖춘 책이다. 소설처럼 주인공의 마음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줄거리를 놓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다. 놀랍게도 어느 부분이든 어떤 이야기든 우리 삶과 닿아 있다. 그건 김연수가 소설가가 아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다 마음을 진솔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솔직하게 나 역시도 그가 왜 달리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게 있고,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누구나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니까. 달리기를 통해 그가 삶을 배우고 자신의 삶에 더욱 큰 애정을 갖고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 달리기를 시작했다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평이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에 담긴 은밀한 삶의 발견을 마주하는 건 무척 유쾌한 일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향한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깨닫는 건 중요하다. 세상 속엔 내 주변의 사람과 사물이 포함된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모든 현자들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떠올린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73~74쪽)

     

     사라질 것이니 소중하게 바라보아야 하고, 사라질 것이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다니. 김연수가 그랬듯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야 고독과 외로움의 본질을 감지하는 게 우리네 삶인 것이다. 어렸을 때 보았던 세상과 어른이 된 후 마주한 세상이 다르다는 건 조금은 슬픈 일이기도 하다. 40대에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 그렇다. 어린 시절에 몰랐을 죽음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애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161쪽)

     

     살아 있어 떠난 누군가를 기억하는 건 축복이면서도 서글픈 일이다. 결코 혼자서는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김연수의 말은 정확하다. 함께 보낸 순간, 함께 보낸 공간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게 누구이든 괜찮은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더 많은 공기를, 더 많은 바람을, 더 많은 서늘함을 요구해야만 한다. 잊을 수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지켜보고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이 맛보아야만 한다. 그게 바로 아침의 미명 속에서도 우리가 달리는 이유다. 그게 바로 때로 힘들고 지친다고 해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297쪽)

  • 숨이 차오를만큼 열심히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지지 않는 다는 말.     ...
    숨이 차오를만큼 열심히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지지 않는 다는 말.
       
     
    반드시 누구에게 이기고 싶은 마음, 혹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는 삶을 살기위한 스스로의 채찍질을 위해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받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지지 않았다라는 말은 아직은 괜찮다라는 말과 동의어였으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지지 않음의 핵심은 자신의 현재 모습과 생각, 그리고 꿈꾸는 미래와 그에 대한 염원 등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것이다. , 본인의 내면에 충실할 수 있고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바로 핵심이라 하겠다.
     
     
    김연수 작가는 이처럼 경쟁에서도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로 달리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달리기라는 소재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엮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달리기는 달리는 만큼의 고통과 보람이 몸으로 체득된다. 바꾸어 말하면 본인의 내면의 메시지와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한 목적 설정을 순위다툼이 아닌 자기 페이스 유지와 완주로 설정하게 되는 순간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달리는 시간, 즉 계절의 변화와 달리는 시간대 차이와 같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직접적으로 느낌으로 해서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 말한다. 작가에게 달리기, 그리고 마라톤은 마치 그의 인생이다.
       
     
    중학생 시절의 은사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곤 했다. “사람에게는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일이 있다. 그 일들은 때론 그 순간에만 할 수 있고, 또 그 순간에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놓치게 되면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자기의 것으로 온전히 살아낸다는 것은, 그 시기에 맞는 적합한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내는 것이다.” 라고. 어쩐지 이 책의 내용과 은사의 말씀이 겹친다. 그리고 삶을 충분히 이해하게 하고, 그렇게 살게끔 유도하는 작가의 달리기라는 훌륭한 도구가 내심 부러워진다.
       
     
    본문에서는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써의 긍정적 중독이라는 말을 빌려, ‘달리기와 같은 자신만의 훌륭한 삶의 취미를 선택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중독의 대상의 요건인 1) 자발적으로 매일 1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경쟁적이지 않은일 2)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숙달을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3) 혼자서든 여럿이든 상관없지만, 혼자하더라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일 4) 행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 5) 스스로만이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6) 스스로 비판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일. 이렇게 6가지를 만족한다면 자기만의 훌륭한 취미이자 삶을 충실히 살게 하는 척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내게도 이런 삶의 척도가 되어준 취미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있다. ‘독서자전거 라이딩’. 하지만 독서는 정신적인 노력을 요할 때도 있고, 또 작가에게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러면 남은 것은 한 가지. 자전거 타기. 그렇다. 비교적 잦은 횟수로 나는 자전거를 탄다. 저녁을 먹고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혹은 소화가 안 된다거나, 또는 몸이 찌뿌둥 하다거나, 이유가 어찌되었건 가까운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주말에도 여의도나 비교적 먼 코스로 자전거를 자주 타고 나가는 편이다. 보여지는 이유란 만들어 합리화하기 나름이니까, 정말 내가 자전거를 타는 진짜 이유 하나만을 꼽으라면 타는 동안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지나는 공기, 풍경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작가가 달리기에 대해서 예찬했던 것처럼, 나도 자전거 라이딩을 예찬해볼까? 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불확실성이다. 어디로, 어느 속도로, 어떤 길을 달리느냐에 따라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바로 안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전과 타는 동안에는 나의 몸 상태에 대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고, 항상 전후방을 예의 주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좌우의 사람이나 차량의 움직임에도 집중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자전거를 타는 것에 변수가 될 수 있을 만한 것에는 집중하게 된다. 날씨, 햇볕, 바람 등등도 포함된다. 그렇게 그 순간마다 판단을 내리고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여 대처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가가 달리기를 인생에 비유한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삶은 확실한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젊고, 그래서 살아가야 할, 살아내야 할 내 인생은 펼쳐져 있으니까. 인생은 누군가와의 레이스가 아니라 나의 몫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결국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의 문제이니까. 걱정할 것은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선택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과 상황은 인정하고, 새로운 것은 믿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내 몫으로 받아들일 마음가짐만 되어있다면 행복해 질 수 있을테니까.
     
     
     
     
    ◆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몇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아마도 늙은이가 될 것이다. 이게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은 좀 놀랍기도 하다. 그 몇십 년이라는 게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삶을 살아 보자고 매 순간 다짐하는데도 그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 p.16
     
    세상이란 초등학생들의 기대처럼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자란다는 건 내일의 세계가 오늘의 세계보다 더 나아진다는 걸 믿는 일일 텐데, 세상이 이 모양이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라기가 좀 힘들어진다. - p.17
     
    다시 말해서 희로애락의 고통을 피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길이 지복의 삶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건 복에 머무는 삶이 아니라 감각이 잠든 삶이리라... 다만 나는 고통이나 기쁨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후 6시의 달리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선 두려움과 고통은 다르다는 점이다. - p.19
     
     
    ◆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 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어쨌든 아직까지 그 이유는 모든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가능하리라.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떄는 반드시 그렇다. - p.27
     
     
    ◆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
    유행가를 나는 좋아한다. 영원과는 거리가 먼, 곧 잊힐 노래라서. 그럼에도 바로 그 이유로 영원히 기억에 남으므로.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그게 바로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이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 p.31
     
     
    ◆  막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
    아마도 그 여름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날 낮에, 우리가 낮잠을 잘 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p.37
     
     
    ◆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살아오면서 나도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열 번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 내 인생이 저마다 다른 나날들로 이뤄진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p.40
     
    매 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떄 가장 건강하다. 단단할 때가 아니라 여릴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 p.42
     
     
    ◆  그저 말할 수만 있다면,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하물며 누군가의 인생이 정의로운지 비겁한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 p.45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고 내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 사이를 유지하는 건 막힘이 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행위들, 말하는 행위, 그리고 듣는 행위들일지도 모른다. - p.49
     
     
    ◆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는 이 여름의 전부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 p.55
     
     
    ◆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
    혼자서 별을 바라본다는 건 단순히 별을 관찰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건 고독을 인정하는 일, 혹은 어둠을 직시하는 일이다. 밝은 신도시의 밤에는 내가 고독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제 고독은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이 됐다. - p.64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걸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이런 감정을 절대로 느끼지 못한다. 도시에서는 금방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저렴한 연민은 나를 자만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나마저도 그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리라. 이 모든게 환한 밤 때문이다. - p.65
     
     
    ◆  2009년 하늘의 목록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했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 p.73
     
    자연이라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때로 그건 너무 잔인하다. 어떤 일을 두고 누군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게 잔인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p.75
     
     
    ◆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인 셈
    인생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가?"로 집약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 p.83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가 어렵듯 매일 달리기를 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매일 후달리지 않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억지로 달리는 일을 안 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 p.85
     
     
    ◆  사람이 너무 좋은게 콤플렉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 볼 수 있다. - p.89
     
     
    ◆  준비성 없는 여행자들을 위한 마법의 주문
    여행자란 어떤 사람인가? 일어난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넘겨짚고, 현지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기는 사람이다. 우린 애당초 그렇게 생겨먹었다. 내게 여행이란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이 태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 p.120
     
     
    ◆  롤러블레이드 할아버지, 에스프레소 할머니
    어쨌든 시간만 지나면 누구나 늘어나는 나이가 아니라 그가 한 행동들로 그 사람을 구별짓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남들보다 몇 년 더 살았다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 p.128
     
     
    ◆  로자는 지금 노란 까치밥나무 아래에
    달리기에서 스트레스란 실제적인 적이다. 실제적인 것이니까 나타 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달릴 일을 생각해서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게 될 떄 받는 스트레스는 원래 없는 스트레스다. - p.149
     
    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다. - p.151
     
     
    ◆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을 선용하는 기술은 바로 거기에, 지금 이 순간 할일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으니까.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는 또 그때 할 일이 있을 테니까. - p.169
     
     
    ◆  기회야, 인생아, 머리 길러도 괜찮아
    기회의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없어 지나가고 나면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기회의 친한 친구가 바로 인생이다. 인생의 뒤통수에도 머리카락은 없을 듯. 대신 그 뒤통수에는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씌어져 있을 것 같다. 멀리서 돌아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큰 글자로. - p.198
     
     
    ◆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청춘의 시간이 꼭 그렇게 흘러간다. 열심히 뭔가에 빠진다. 그 다음에는 갑자기 다 부질없어 보인다. 왜 20대에는 제대로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모든 게 갑자기 부질없어 보이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20대에는 결과는 없고 원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그제서야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20대란 씨 뿌리는 시기이지 거두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20대에 우리가 원할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원인뿐이니까. - p.205
     
    20대가 지난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가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 p.207
     
     
    ◆  여름의 첫 번째 숨결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그건 다 뻥이다. 아마도 어른들은 자란다는 것은 질서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17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서 아주 많이는 말고, 조금만 다르게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우는 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나를 완전히 바꾸는 일에는 능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는 일은 늘 환영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인류를 늘 사랑했다. - p.218
     
     
    ◆  호수가 얼어 붙은 날의 문장들
    운동화는 놀라운 일들을 한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낙엽과 새순, 하얀 눈과 검은 비,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땀과 눈물 등 서로 대조적인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들 수 있다. 아, 달리기란, 우리가 평생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드는 일. - p.227
     
     
    ◆  오래 달리거나 깊이 잠들거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일들이 그때부터내 주위에서 많이 일어났다. 열심히 운동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정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다. 또 착한 사람들보다 나쁜 사람들, 모두들 싫어하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 더 오래, 그리고 잘 산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식의 일이었다. 인생은 가끔씩 그렇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불합리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 p.253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절망과 좌절, 두려움과 공포가 거기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오직 길과 바람과 햇살과, 그리고 심장과 근육과 호흡뿐이다. - p.254
     
     
    ◆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일에 중독되다
    긍정적 중독이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며 세계가 혁명적으로 바뀐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 p.262
     
     
    ◆  몸으로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사람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색을 통해, 명상을 통해, 혹은 대화를 통해.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얘기다. 경험한다는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 p.274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 문학동네
    2013.11.20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2005.02.24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 문학동네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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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 않는다는 말 | ka**2494 | 2014.02.0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요즘 빠져든 것은 김연수의 언어_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고, 그가 하루키처럼 성실하게 ...
    요즘 빠져든 것은 김연수의 언어_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고, 그가 하루키처럼 성실하게 글을 쓰고 달린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몇 번이고 담금질을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조직 생활_
     
    살아오면서 작가도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여러 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아무리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동영상으로 촬영해도 한 번 지나간 뒤의 일들은 더 이상 내 감각의 대상이 아니라고_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고.
    감각은 무뎌지고 기억은 흐려진다. 우리가 되돌려 추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늘 그렇게 모래알처럼 부서져 내린다.
     
    몰아치는 바람 앞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꼿꼿하게 서 있다면, 그건 마음이 병든 나무일 것이고. 매 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때 가장 건강하다.
    단단할 때가 아니라 여릴 때,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자신이 여린 사람을 인정한다던 그의 말은 문장처럼 무르기만 하진 않다.
     
    여리다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 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고 한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뜻.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고,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는 서문이 책을 덮고도 한참을 잊히지 않는 문장이었다.
     
    늘 그렇듯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모든 변화는 내 자신으로부터_
    지지 않는다는 말은 어쩌면 무감해지지 않는다는 또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지지 않는다는 말_ 올해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키워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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